술김에 나눈 키스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그때와는 달리 차정한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다. 맨정신으로 13년 지기 친구와 키스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을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다. 차정한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굳이 이런 식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마주 닿아 감긴 혀를 풀어내고 고개를 돌려 떼려는데 그대로 숨이 먹히듯 입술이 더 깊게 맞물렸다. 차정한은 내 혀를 느릿하게 문지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이 내 뺨을 감싸 쥐고 닿는 순간 주저앉을 것만 같아 그의 팔을 잡았다.
뺨과 함께 혀가 문질렸다. 평소에 무심히 또는 장난스럽게 내 얼굴을 만지던 것과는 조금 다른 손길이었다. 한쪽 뺨을 완전히 손으로 감싸 쥔 채 차정한은 엄지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뺨을 매만졌다. 꼭 나를 달래는 것만 같아 그를 잡고 선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차정한은 그런 내게서 입술을 떼고 조금 뜨거워진 숨을 내뱉었다.
“전에도 나랑… 이렇게 했어?”
“…….”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이상해.”
“…….”
“그동안 너랑 안 해 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무리할 거 없어. 누구한테 지는 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이런 건 오기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너한테 불가능한 일인 거 알아. 네가 물으니까… 나도 그냥 한 말이야.”
차정한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 같아 다시 그의 몸을 밀어냈다. 하지만 차정한은 또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내가 안 밀린다고 했잖아.”
#41
?
?
“정한아.”
“유현아.”
“…….”
“너 진짜 따뜻해.”
“…….”
“그래서 기분이 이상해. 네가 너무 따뜻해서.”
“…….”
“좋아.”
나는 늘 차정한이 내게 말하는 좋다는 말에 흔들렸다. 그가 말하는 좋다는 의미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가 소리 내는 솔직한 표현들은 늘 나에게 설렘과 상처를 동시에 주었다.
“네가… 네가 이렇게 말하면, 자꾸 이러면 난 진짜… 전에는 참았지만, 지금은 참기가 힘들어. 나 자꾸 착각해. 오해하고, 나 혼자 기대하게 돼. 네가 나랑 같은 마음으로 이런 말 하는 거 아닌 거 난 알아. 아는데도…. 알면서도 착각하고, 오해하면서 기대해. 그러니까 그러지 마…. 이제 그만하자.”
“다른 건 다 들어줘도 그만하자는 건 못 들어줘. 내가 너한테 그만두자는 말 들으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줄 알아?”
“그럼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왜 안 되는지 내가 다 말했잖아.”
“그건 나중에 생각해. 지금은 내 생각해.”
“…….”
“나도 네 생각만 할게.”
눈치도 없게 확 퍼지는 설렘과 함께 귓가로 열이 올랐다. 나를 바라보는 차정한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얼굴로도 열이 오르는 게 느껴져 나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차정한이 그런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쥐고 올려 강제로 눈을 맞췄다.
“너 예쁜 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
“진짜 예쁘네. 오늘은.”
심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차정한이 다시 내 얼굴 위로 쏟아졌다. 맞물린 입술을 벌리며 단숨에 파고든 차정한은 조금 전과는 분명 달랐다. 술에 잔뜩 취해 키스하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혀끝을 문지르다가 쪽 소리가 나게 빨아들인 차정한이 뜨거워진 숨을 흩트리며 다시 깊게 파고들었다. 혀를 감았다가 풀며, 문지를 때마다 발끝과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차정한은 조금도 틈을 주지 않고, 입술을 맞물린 채 내 허리로 팔을 감아 당겼다. 옷장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차정한에게 안기듯 몸이 움직이자 기댈 곳을 잃고 머뭇댔다. 차정한은 팔에 힘을 주어 나를 단단히 잡았다.
“하아……. 하으….”
떨어진 입술 사이로 숨이 마구 쏟아졌다. 한참이나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머리가 다 어지러웠다. 그를 붙잡은 채 숨을 고르는데 몸이 움직였다. 상황 파악을 했을 때는 이미 침대에 앉은 뒤였다. 나는 내 앞에 선 차정한을 고개를 들어 올려 보았다. 안 그래도 큰 그를 앉아서 올려 보니 뭔지 모를 위압감이 다 느껴졌다.
몸을 숙인 차정한이 다시 키스하며 나를 침대 위로 안아 올리듯 끌어 올렸다. 몸이 눕혀지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뺨을 매만지던 손이 귓가에 닿고, 그의 손끝이 귓불을 누르는 순간 몸이 움찔거렸다.
“…으응…….”
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자 입술이 살짝 떨어졌다.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서 마주친 눈에 말도 할 수가 없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나는 얼른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차정한은 두 손으로 입을 막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목을 잡아 손을 내렸다.
“…….”
“…….”
처음…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차정한의 표정, 눈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던 다정한 얼굴도 아니고, 무언가에 기분이 나빠져 싸늘해진 얼굴도 아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입술을 다문 채 나를 내려 보던 차정한이 조금 급하게 다시 입술을 파고들었다. 호텔 바에 데리러 갔던 날 나를 소파에 눕히고 올라탔던 것처럼 묵직한 무게가 나를 누르고, 옷 속으로 손이 들어왔다. 피부에 닿은 차정한의 손은 놀랄 만큼 뜨거웠다.
“흐읏…!”
뜨거운 손이 뜨겁게 열이 올라 버린 피부 위에 닿을 때마다 뭔가를 바른 것처럼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꼭 비가 아주 많이 오던 날, 비에 흠뻑 젖어 교복이 피부에 달라붙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허리를 매만지던 손이 더 깊게 올라가 가슴 위에 닿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는 옷 위로 그의 손을 잡았다. 차정한이 손을 잡힌 채 손가락만 뻗어 살짝 문지른 순간 막혀 있던 숨이 터져 나왔다.
그는 내 얼굴을 뚫어질 것처럼 보며 손끝만 움직여 유두 위를 문질렀다. 손끝에 걸리는 것이 생기고, 그 위를 스쳐 지날 때마다 자꾸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렀다. 차정한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손끝의 움직임 하나로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낯선 얼굴로 내려 보았다. 아까부터 보이는 차정한의 모든 표정은 전부 내가 아는 것이 아니었다.
“…흣, 자꾸, 하으… 거, 거기만…….”
말을 전하려고 해도 차정한이 유두 주변을 살살 돌려 만질 때마다 숨이 마구 뒤섞여 헐떡이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내는 게 견디기 힘들어 입술을 꽉 깨물자 차정한이 내 턱을 눌러 깨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깨물지 마, 아프잖아.”
“…….”
너무 부끄러워 울고 싶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몰라 고개를 젓자 차정한이 유두를 완전히 손끝으로 쥐고 비틀며 고개를 내렸다. 티셔츠가 위로 올라가는 순간 믿을 수가 없어 눈을 감았다.
“흐읏!”
축축하고 뜨거운 것이 닿는 느낌에 놀라 눈을 뜨자 호텔에서 본 그 장면이 다시 눈앞으로 펼쳐졌다. 차정한이 내 가슴 위로 얼굴을 묻고 있었다. 내가 어깨를 밀자 그가 혀끝으로 유두를 살살 돌리듯 핥으며 눈만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잘생기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에 심장이 철렁했다. 밀어내던 손에서도 힘이 쭉 빠졌다.
“아……. 흣….”
키스만으로도 반응하던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아랫배가 조여들고, 다리 사이로 감각이 몰려들었다. 차정한이 내 몸을 먹어치우는 것처럼 여기저기 머금고, 빨아들일 때마다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안 된다는 생각, 지금이라도 밀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더, 더 차정한과 닿고 싶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버클을 풀고 속옷 안으로 들어오는 손과 함께 입술이 맞물렸다. 미칠 것 같았다. 이제 무슨 수를 써도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고백하는 친구는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세상에 이런 짓을 하는 친구는 없을 것이었다.
정말,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을 멍청하게 흘려보내면 아마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끝이라면 나는 이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었다.
나는 처음으로 손을 들어 차정한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토록 만지고 싶던 얼굴이었다. 그가 내 다리에 머리를 대고 누울 때마다 얼굴과 머리칼을 쓸어 주고 싶었다. 그가 나한테 하는 것처럼 나도 하고 싶었지만, 그는 우정이고, 나는 사랑이라 할 수가 없었다.
“…나도 너… 만져 보고 싶었어.”
“…….”
“나도, 흣… 나도 널… 하으… 응, 이렇게 만지고…… 아….”
말하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바라보던 차정한의 손이 속옷 안에서 점점 빨리 움직였다. 누군가가 내 속옷 안에 손을 넣은 것도, 이렇게 성기를 쥐고 만지는 것도 전부 처음이라 생각이 아무것도 맺히지 않았다.
“…미치겠다, 진짜.”
혼잣말처럼 말을 툭 뱉은 차정한이 내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끌어 내렸다. 가리고 있던 것이 사라지고, 아래가 그대로 드러나는 느낌에 더는 달라붙을 수 없을 줄 알았던 열이 얼굴과 온몸으로 마구 퍼졌다. 오므리는 내 다리 사이로 무릎을 끼워 넣은 차정한이 몸을 세워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냈다. 열심히 운동해서 군살 하나 없이 잘 만들어진 몸을 보니 자꾸 시선이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나는 괜히 블라인드나 벽 같은 것을 바라보았다.
“…….”
“…….”
차정한은 가슴 위로 올라간 내 티셔츠를 완전히 벗겨냈다. 바닥으로 아무렇게나 날아가는 옷을 보다가 다시 내 위를 덮으며 올라타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차정한은 내 목덜미로 얼굴을 파묻으며 다시 내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나는 겨우 조금 버티다가 그의 손에 사정했다. 사정과 동시에 온몸으로 퍼지는 쾌감,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수치심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라 솔직히 조금 힘들었다.
“하…. 왜 나 안 봐.”
“못, 못 보겠어…. 하아….”
“그래도 봐 줘.”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살짝 눈을 떠 차정한을 살폈다. 차정한은 젖은 손을 들어 올려 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 묻은 것이 뭔지 알기에 다시 고개를 확 돌리고 눈을 감았다.
“기분이 안 나빠. 솔직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
“아니, 안 될 것 같았으면 키스도 못 했겠지.”
“…….”
“유현아.”
“…….”
내 이름이 귓가에서 울렸다. 그의 입술이 귓가에 닿는 순간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차정한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파고들어 몸에 남은 조금의 힘까지 전부 다 빼앗았다.
“아까 너 나 보고 얼굴 빨개질 때….”
“…….”
“나 섰어.”
그제야 허벅지에 닿은 단단함이 느껴졌다. 아까부터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것까지 신경을 쓰기에는 정신이 없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차정한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단단함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나 좀 봐.”
“……못 봐.”
“안 그래도 요즘 너 전처럼 못 봐서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너 없으면 나 불안한 거 알면서 어떻게 그래.”
“…….”
“적어도 지금은 봐야지.”
“…….”
“난 너만 보고 있잖아.”
“…하읏!”
미끌미끌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다리 사이 깊은 곳을 문질렀다. 나는 그게 차정한의 손끝이라고 생각했다. 차정한은 그 위를 조금 문지르다가 손가락 하나를 안으로 넣었다.
“여기 맞지.”
“…흐윽, 아파….”
“…엄청 좁다. 뜨거워.”
“말, 말 좀……. 하으…….”
“손가락 녹을 것 같아. 넌 다 따뜻하고 뜨겁네.”
“조용히 좀… 흣…!”
듣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대는 말들을 해댄 차정한이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거칠어진 숨이 조금 더 거칠어지고, 그의 눈동자에 맺힌 초점이 조금씩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차정한은 손가락을 깊게 넣으며 입맛을 다시듯 아랫입술을 혀로 살짝 핥았다. 얼굴 위로 닿아 오는 숨이 점점… 뜨거워지고, 몸속을 채운 손가락이 처음처럼 아프지 않았다.
“…유현아.”
“…….”
“너 이런 얼굴 처음 봐.”
“…….”
“예쁘다.”
내 이런 얼굴을 처음 본다는 그의 말에 나는 그제야 낯선 차정한의 표정이 무엇인지 알았다. 왜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지 그 이유도 알아 버렸다.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친구였기에 지금, 이 순간의 얼굴을 서로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내가 모르는 이 얼굴은…… 차정한의 흥분한 모습이었다.
#42
?
?
손가락이 하나씩 늘어났다. 몸 안에 무언가가 들어온 적이 없기에 안을 가득 채우는 이물감이 너무 이상해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갔다. 차정한은 내 정액이 묻은 손가락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빼는 것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만큼 아프기만 했는데 차정한의 손가락이 반복해 움직일수록 점점 아픔이 사라졌다. 아니, 무뎌지는 것 같았다.
“아직도 많이 아파?”
“아까보다는… 흣, 괜찮아졌어…. 그런데 정한아. 그런 건 안 물어도 돼….”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
“계속 고민 중이거든. 아, 그냥 마음대로 해 버릴까. 아니지. 너한테 잘 보여도 지금 모자랄 판에 내 마음대로 했다가 너 완전히 짐 빼서 사라질지도 몰라.”
“…네 마음대로 해도 돼. 난 어차피 잘 몰라.”
내 안에서 몇 개인지 모를 손가락을 한 번에 빼낸 차정한이 내 허벅지 안쪽으로 단단하게 닿은 것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인상을 쓰듯 미간을 구긴 그가 신음 같은 숨을 뱉어냈다.
“나는 뭐… 아, 잘 알고?”
몇 번 더 내 다리 사이로 제 것을 문지르던 차정한이 내 손을 잡아 아래로 내렸다. 손끝으로 잔뜩 열이 오르고 단단한 것이 닿는 순간 놀라 몸이 굳었다.
“내 것도 만져 줘.”
“…….”
“아….”
차정한과 눈을 맞추며 손을 벌려 그의 성기를 쥐었다. 누군가가 내 것을 만진 게 처음인 것처럼 내가 누군가의 성기를 만지는 것도 처음이었다. 뜨겁고… 단단한 것이 내가 조심스럽게 쥐고 위아래로 쓸 듯 움직일 때마다 그 크기를 더했다. 차정한은 뜨거운 숨을 쏟으며 깊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
“…….”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동자가 겹치는 것처럼 차정한이 내려왔다. 급하고 조금 거칠게 입술이 맞물리고 정신없이 혀가 엉켜 들었다. 내 혀를 문지르고 빨아들이는 그에게 맞춰 처음으로 나도 혀를 움직여 섞었다. 내가 혀를 움직이자마자 차정한은 내 다리를 벌리고, 잔뜩 단단해진 것을 가져다 대었다. 손가락이 들어갔다가 나온 곳 위로 뜨거운 것이 눌리며 조금씩 파고들자 몸이 마구 떨렸다.
“아…! 흐읏….”
손가락이 여러 개 들어와도 아픔에 무뎌져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건 손가락과는 비교도 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 느껴 본 아픔 중 가장 아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팠다. 참을성이 강한 나도 차정한이 아니었다면 바로 포기하고 싶을 만큼 아프고, 또 무서웠다.
“아…. 너무 좁아. 유현아, 읏, 힘, 힘을 좀 빼야 들어갈 것 같은데.”
차정한의 말을 이해는 하지만, 몸에서 힘을 어떻게 해야 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힘을 뺀다는 게 뭔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처럼 자꾸 힘이 잔뜩 들어갔다.
끝이 겨우 들어간 아래가 완전히 빡빡해 더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하고 싶은데 무섭기도 하고, 무섭기는 하지만 차정한과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이 시간을 이깟 두려움 때문에 놓친다면 이 역시 내내 후회할 것 같았다.
“천천히…. 정한아, 천천… 천천히….”
“그래, 천천히.”
늘 다정하던 그 모습처럼 차정한은 나와 몸을 납작하게 맞붙인 채 입을 맞췄다. 숨을 불어 넣는 것처럼 마주 닿은 입술 사이로 들어온 혀가 몸 여기저기로 열이 모습을 드러낼 만큼 간지럽게 내 혀끝을 문질렀다. 나는 그런 차정한의 혀끝을 마주 문지르며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뺨을 쓸고, 귓가를 만질 때마다 차정한은 조금씩 깊게 입 맞추며 손으로 내 몸을 쓸어내렸다.
힘이 잔뜩 들어간 몸 위로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허리를 부드럽게 쥐고 매만지던 손이 다른 곳에 머물며 움직일 때마다 몸이 조금씩 더 깊게 맞물렸다.
“흐읏…….”
“아…. 너 진짜, 읏, 좁아.”
반쯤 들어온 것 같은 그의 것이 조금 더 깊게 파고드는 느낌에 끌어안고 있던 어깨를 더 꽉 끌어안았다. 차정한이 그런 내 귓가에 입술을 묻으며 몸을 더 단단히 붙였다. 그 순간 불처럼 뜨거운 느낌이 끝까지 확 파고들었다. 몸속이 꽉 찬 느낌과 함께 심장이 마구 뛰었다. 끌어안고 있는 그와 나의 체온이 뒤섞여 점점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넣기만… 하…. 했는데, 아, 진짜 못 참을 것 같아.”
“…하아… 잠, 잠깐만 움직이면… 아직… 하읏!”
빡빡하게 들어온 것이 반쯤 빠져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확 들어온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아픔과 동시에 몸을 가득 채운 차정한의 존재감에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를 끌어안은 채 움직임을 견뎌냈다. 처음에는 견딘다는 생각뿐이었다. 크고 단단한 것이 몸 안을 헤집는 것만 같아 차정한을 잡고 매달린 채 익숙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아직도… 아, 아프기만 해?”
매달린 나를 조금 떼어 얼굴을 본 차정한이 거친 숨을 내쉬며 물었다. 처음처럼 아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가 되는 감각은 아픔이라 차정한에게 조금 미안할 지경이었다. 너랑 자고 싶다고 먼저 말해 놓고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아파하는 것만 보여 속상했다.
“…아까보다는, 흣… 나은데…….”
“아프기만 할 리가 없을 텐데,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다시 몸을 반쯤 빼낸 차정한이 안으로 조금 전보다 더 깊게 파고들었다. 몸과 몸이 완전히 맞물려 닿는 느낌과 함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손끝까지 아주 빠르게 퍼진 아픔이 아닌 감각에 몸이 들썩였다. 차정한이 그런 나를 내려 보며 다시 그곳을 성기 끝으로 눌렀다.
“하으읏!”
허리를 잔뜩 맴돌며 온몸으로 퍼지는 감각은 분명 아픔이 아니었다. 믿을 수 없는 쾌감이 열이 퍼진 모든 곳을 뒤덮으며 번졌다. 차정한은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를 보며 같은 곳을 계속 자극했다. 많이 빠졌다가 확 안으로 깊게 들어오는 움직임이 아니라 잘게 안을 빠르게 찍어내자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쾌감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 흣, 으응! 하으, 자, 잠깐… 아!”
“진짜, 하…. 돌겠네. 아….”
빠르게 안을 드나들던 차정한이 깊은 곳으로 확 박은 채 사정했다. 몸속이 축축해지는 느낌 또한 처음이라 그조차도 쾌감으로 느껴졌다. 차정한은 달아올라 잔뜩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목덜미로 얼굴을 파묻었다. 목덜미를 덮는 숨과 안을 꽉 누르는 감각에 나도 그대로 사정했다.
“못 참겠어, 쪽팔려도 어쩔 수가, 하…. 없어. 지유현, 너 진짜… 네 안 진짜….”
“하으…….”
사정한 걸 믿을 수 없게 차정한의 것은 안에서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여전히 안을 단단하게 꽉 채운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정한은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마주 본 채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거의 빠져나갔다가 안으로 확 파고든 것이 깊은 곳을 찌르고 나갈 때마다 몸은 물론이고 머릿속까지 흔들렸다.
나는 그의 팔을 겨우 잡은 채 흔들리기만 했다. 장난기가 하나도 없는 차정한의 얼굴을 마주하니 미친 듯 심장도 떨리기 시작했다. 차정한과 섹스하고 있으면서도 너무 비현실적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흐으, 읏… 응…. 하읏!”
같은 곳을 빠르게 찌르고 빠질 때마다 어쩌지도 못하고 사정했다. 참거나 뒤로 미룰 능력이 내게는 없었다. 몸이 전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차정한은 진지하면서도 조금 예민해진 얼굴로 나를 마주하며 움직였다. 나는 차정한의 이 얼굴을 알고 있었다. 대본을 보거나 작품을 고를 때 주로 나오는 표정이었다. 몰두. 차정한은 내게 몰두하고 있었다.
차정한의 온 정신이 내게 닿아 있다는 것을 마주하자 낯설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던 것들이 차정한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내게 몰두한 그의 얼굴을 잡고 먼저 입술을 겹쳤다. 내가 차정한에게 먼저 한 첫 키스였다.
내가 먼저 입술을 겹치자 차정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뭔가를 잘못한 건가 싶어 살짝 입술을 떼고 보자 조금 흔들리는 차정한의 눈동자가 보였다.
“…….”
“…….”
대본이나 자신의 작품을 모니터할 때 보이는 그 진지한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시간 동안 내 생각만 한다던 그의 말이 머릿속을 채우고 더 뜨거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으로 온도가 더 올랐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파고들었다. 내가 다가가자 차정한도 다가와 더 빨리 깊게 모든 것이 맞물렸다. 차정한이 좋았다. 좋아서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는 그와 모든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내내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모두 뒤로 숨기고, 차정한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앞으로 꺼내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마주 닿은 모든 곳의 체온과 느낌도 더욱 짙게 다가와 좋았다.
“읏, 아….”
“하으… 으응, 천천, 천천히… 흐읏!”
“천천히, 하…. 못 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내 다리를 벌리고 더 빠르고 강하게 허리를 움직인 차정한이 다시 내 안으로 사정했다. 배 속이 그 뜨거움으로 가득 차는 것만 같아 너무 좋고 뜨거워 몸이 떨렸다. 차정한은 내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로 내 허리와 등을 끌어안으며 같이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몸이 들리는 것에 놀라 얼른 그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차정한이 그런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소리 내어 웃었다.
“흣….”
내 몸 위를 덮고 있던 차정한의 몸 위에 이제 내가 앉아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차정한의 것은 여전히 내 안에 있고, 나는 조금 빠진 것 위로 주저앉듯 몸을 내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몸을 내리는데 완전히 편할 만큼 앉을 수는 없을 것 같아 차정한을 바라보았다. 차정한은 그런 내 허리를 잡아 완전히 주저앉는 것을 도와주었다. 도와줘서 고맙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나 안아, 유현아.”
“…….”
너무 깊게 끝까지 다 들어온 차정한의 성기 때문에 그의 몸을 짚은 손이 다 바들바들 떨렸다. 조금도, 정말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을 만큼 너무 깊고 완전히 맞물린 몸에 겁이 덜컥 났다. 차정한은 그런 나를 달래듯 말했다. 내 팔을 들어 자신의 어깨 위로 올리고 몸을 바투 붙였다. 나는 조금 망설였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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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는 나를 본 차정한이 내 등을 조금 더 앞으로 가까이 밀었다. 거의 안기듯 기울어졌지만, 나는 끝내 그를 안지 못한 채 머뭇댔다. 차정한이 그런 나를 향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안는 거 싫어?”
“…안으면 네 얼굴이 안 보이잖아.”
“…….”
“얼굴 계속 보고 싶어.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 두는 게… 아!”
아래에서 차정한의 몸이 들썩이듯 움직였다. 깊게 꽂히다시피 들어와 있던 성기가 반쯤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확 들어오는 것에 말문이 막히고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한 번 기분이 좋았던 경험을 해서 그런 건지 차정한은 처음보다 훨씬 능숙하고, 정확하게 내 안을 자극했다. 몇 번만 파고들어도 앓는 소리가 나고, 허리가 자꾸 뒤로 젖혀졌다. 차정한은 내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내 허리를 단단히 받치고 계속 허리를 쳐올렸다.
“볼 수 있을 때, 아…. 많이, 읏, 봐 둔다고? 누구, 누구 마음대로.”
“하으, 읏… 응! 아, 아!”
“지유현, 너… 너 절대, 아… 네 마음대로 못 해. 난 너 절대… 아…. 못 잃어.”
나도 모르게 그의 움직임을 따라 몸이 움직였다. 차정한이 빠져나가면 나도 몸을 살짝 들어 올리고, 그가 내려오면 나도 따라 몸을 내렸다. 동시에 정확하게 맞물린 몸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쾌감을 온몸으로 퍼뜨렸다. 자꾸 눈이 감기는데 차정한의 얼굴이 보고 싶어 겨우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차정한이 그런 내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 쥔 채 눌러 거칠게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