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아침 해가 늦게 뜨는 겨울밤을 더 길게 즐기기 위해 천천히 오래 하겠다고 나름 혼자만의 약속을 한 것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동규는 성기를 끝까지 뺐다가 쳐올릴 때마다 하림이 바들바들 떠는 게 보기 좋아 속도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 빨리, 더 많이 하림에게 삽입해서 강렬한 쾌감에 하림이 뇌까지 절었으면 좋겠다.
신에게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어느 순백의 순교자가 딱 한 번 몸을 섞고 타락하게 된다는 어느 옛 이야기처럼 하림 역시 제 좆을 넣지 못해 안달이 나게 하고 싶다. 제 좆만 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몸이 달아올라 뜨거운 눈동자를 하고 붉은 입술이 그 안의 말랑한 혀를 보여 주기 위해 벌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배를 쑤셔대던 감각이 떠올라 참을 수 없이 발기를 하게 되고 뒤가 젖었다며 어떡하냐는 전화를 걸게 되는, 그런 상상들만으로도 동규는 밤을 꼬박 샐 수 있었다.
요령 없이 힘으로 박아대도 하림이 허리를 뒤틀고 몸을 떨어대며 반응했다. 한 번씩 동규는 하림에게 입을 맞췄다. 동규가 하고 싶어서 입을 맞추기도 했지만 하림이 떨리는 손을 뻗어 동규에게 키스를 졸랐다.
쿵쿵 찧어대듯 삽입할 때면 하림이 얼굴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위로 도망쳤다. 땀과 체액으로 질척해진 이불을 다리로 밀어 도망치더라도 금세 동규에게 붙잡혀 끌려오기 일쑤였다.
“아, 흐으…… 윽!”
동규가 하림의 위로 엎어져 억지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안쪽으로 갈수록 좁아져 다 들어가지 않는 것까지 꾸역꾸역 밀어 넣자 하림이 발버둥을 치며 동규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만, 흐, 진짜, 아, 이상, 이상해…… 그만, 아으! 아, 너무 아프, 아파…….”
“나도…… 아, 하림아 힘 좀, 하으, 아…… 빼 봐.”
하림은 동규의 것을 뜨거운 속살로 씹어 먹으며 사정했다. 하림은 사정을 할 때 뒤를 가장 격렬하게 조였다. 아픔 때문에 동규의 눈앞에 불꽃이 튈 정도였다. 그래도 사정을 하고 나면 차차 괜찮아졌다. 동규는 보이지 않는 제 것이 아픔을 호소하는 것을 느끼며 하림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라서…… 그런가?”
동규는 침대에서 벗어나 섰다. 그리고 한가득 정액을 쏟아낸 콘돔을 벗겨 냈다. 동규는 새 콘돔을 뜯다 말고 제 것을 마사지하듯 문질렀다. 힘을 빼고 가볍게 문지르자 난생 처음 겪는 압박감에 경직됐던 성기가 풀어지는 듯이 보였다. 잠시 잠잠해졌던 힘줄이 제일 먼저 돋았다. 다시 마음껏 팽창해도 괜찮다는 듯, 동규의 성기가 커다란 손바닥 아래에서 움찔거렸다. 하림은 커다란 것이 빠져나간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숨을 고르기 바빴다.
“……네가.”
옆으로 돌아누운 하림이 동규의 손에 들려 있던 콘돔을 뺏어 가져갔다.
“너무 무식하게 해 대잖아. 뭐든 강약의 조화가 필요한 거라고.”
하림은 반쯤 까진 포장을 마저 찢어 콘돔을 꺼냈다. 미끄덩거리는 콘돔을 잠시 가지고 놀다가 바닥에 던졌다. 동규가 떨어지는 콘돔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하림을 바라보았다. 하림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바닥의 느낌이 이상했다.
“쓰지 말자. 우린 이미 욕실에서부터 망했어. 진짜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나름 하림이 준비해 둔 것들이라 뒤늦게라도 열심히 소진할 생각이었던 동규는 말없이 하림의 앞에 와 섰다.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알겠지.”
반쯤 서 있는 동규의 것은 안에 품어 봤다고 더 커 보였다. 배 속에서 찌르르한 기분이 들어 하림은 동규 몰래 침을 삼켰다.
“응.”
“배 아파.”
“많이 아파? 미안해.”
“미안할 건 아니고 그냥 좀…….”
하림은 미안할 게 아니라고 했으나 동규는 하림이 아프다고 한 말에 온통 정신이 팔려 하림이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제 성기를 손으로 급히 가렸다. 시무룩한 주인을 따라 동규의 것도 조금 풀이 죽었다.
“……그만 할까?”
“그만하고 싶어?”
아니란 말은 못 하겠는 동규는 입술을 일자로 다물고 눈동자만 굴렸다.
“난 하고 싶은데 네가 하기 싫으면 안 할게.”
“그건…… 아니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라 하림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동규는 괜히 귀가 뜨거워지는 기분에 한 손으로 귀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면…… 너도 힘 좀 풀어.”
“해 볼게.”
“근데, 그 전에.”
동규는 귀를 만지던 손으로 하림에게 깍지를 꼈다. 눈물은 멎었지만 한참 울어서 코끝이 붉은 얼굴이 저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동규는 천천히 하겠다는 약속을 물리고 싶은 나쁜 마음이 들었다.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인 건 맞는데 그 무식한 힘을 죄다 받아내며 온몸이 떨리도록 느낀 것도 맞지 않나. 크기 때문에 아파만 하고 힘들어했으면 좀 자중했을 거다.
“빨고 싶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동규는 무릎을 꿇고 앉아 하림의 것을 잡았다. 여전히 다른 손은 하림과 깍지를 낀 채였다. 하림은 웃음을 터트리며 동규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대답도 안 했는데 자리까지 잡고.”
“응?”
“해. 부드럽게…… 해 줘. 아프지 않게.”
혀를 살짝 빼 귀두부터 혀로 쓸었다. 사정을 한 탓에 비릿한 정액의 맛이 느껴졌지만 동규는 조금도 역하지 않았다. 비위가 원래 좋은 것도 있지만 하림의 것이라면 정액이 아니라 다른 것도 받아먹을 수 있었다.
귀두 전체를 본격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하자 하림이 눈을 감으며 낮은 신음을 흘려 댔다. 마치 감미로운 음악 소리처럼 들렸다.
하림은 동규의 머리카락 속에 묻어놨던 손을 빼내 뒤로 짚어 넘어갈 것 같은 상체를 지탱했다. 사정을 벌써 몇 번이나 했는데도 동규의 입 안은 모든 정액을 쏟아내고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 말랑거리고 또 짜릿했다.
이제 고작 스무 살에 둘 다 처음 해 보는 거니 섹스를 잘해 봤자 얼마나 잘하나 싶고, 비교 대상이 없더라도 하림은 동규가 굉장히 펠라티오를 잘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동규가 성기를 목구멍 깊숙이 넣을 때마다 발가락이 곱아 들고 뒷목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는 없을 거다.
동규는 하림의 것을 최대한 삼키면서 하림을 올려다보았다. 쾌락에 몸부림치며 고개를 젖힌 탓에 하림의 목젖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얀 목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목젖은 꽤나 섹시했다. 이따 또 섹스하면서 저길 열심히 빨아 봐야지.
목젖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동규는 지금 입에 담고 있는 게 하림의 성기가 아니라 목젖이라도 되는 양 추접스러운 소리를 내며 빨아 댔다. 깍지 낀 하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왜, 안 싸고 버텨.”
입에서 하림의 것을 꺼내고 뿌리 끝부터 귀두까지 키스를 하며 동규가 물었다. 사정을 하고 싶은지 하림의 성기가 굉장히 단단해져 있었다. 하림은 대답 없이 얕은 숨만 뱉으며 살짝 웃었다.
“내 입에 싸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
“내가 언제.”
“저번에. 언제였지…… 목구멍에 바로 사정했던 날이었던가. 아니면 내가 불알 모두 입에 넣고 빨아 준 날이었던가. 그 둘 중 하나야.”
“둘 다 아니야.”
“……안 걸리네.”
“어쭈, 이제 거짓말도 하네? 컸다 이거지.”
열로 뜨거워진 성기에 동규의 웃음이 흩어졌다. 하림은 발을 움직여 동규의 허벅지를 건드렸다.
“같이, 하고 싶어서 참고 있어. 네 입에 사정하면 좋긴 한데…… 나만 좋은 거 누리는 느낌이야.”
“그런 큰 뜻이 있는 줄은 몰랐어.”
“이제 올라와.”
깍지 낀 손을 풀지 않고 동규가 침대 위로 올라와 하림에게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하림의 등을 받혀 천천히 눕혀 주었다. 그래도 두어 번 넣어 봤다고 어느 정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스스로가 동규는 기특하고 대견했다. 누워서 키스를 한참 나누다 동규는 입술을 내려 하림의 유두를 물었다.
“음…… 아, 빨리 해.”
“부드럽게 해 달라며.”
“응, 빨리.”
“빨리와 부드럽게는.”
동규는 하림의 한쪽 다리를 제 어깨 위로 올리고 귀두를 삽입했다. 하림이 아픔에 입술을 깨물었다.
“엄청나게, 모순적인데. 과학적 오류인…… 느낌이야.”
분명 아까 엄청 헤집으면서 안을 넓혀 놨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동규는 거의 허리 힘을 써 강제로 삽입하는 수준이었다. 여전히 빠듯하고 좁은 하림의 안쪽은 뜨거웠다. 하림이 인상을 쓰면서도 천천히 들어오는 동규의 것에 맞춰 숨을 골랐다. 압박감은 엄청났어도 아까처럼 좆을 터트릴 것처럼 굴지 않았다. 하림도 조금씩 동규와의 섹스에 적응하기 시작한다는 증거였다.
성기의 대부분을 삽입하자 동규는 저도 모르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 소름도 작게 돋았다. 이렇게만 있어도 줄줄 쌀 수 있을 정도로 좋다.
“……움직인다.”
“아니, 기다려. 조금만.”
어깨에 걸친 허벅지를 껴안고 허리를 막 치대려던 동규는 하림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의 위로 누웠다. 물론 무게를 모두 실은 건 아니고 두 팔로 지탱하는 거였다.
동규는 아직 옅게 주름이 잡힌 하림의 미간에 입술을 꾹 눌렀다. 그리고 하림의 앞머리를 넘겨 하얗고 동그란 이마에도 입을 맞췄다. 어서 움직이고 싶은데 하림이 기다리라고 했으니 참을 수 있었다.
기다리라는 말과는 달리 하림의 뒤쪽은 입구부터 움찔거리며 어서 동규가 움직이기를 종용했다. 동규는 그 움찔거림을 애써 모르는 척하느라 조금 힘이 들었다. 좁디좁은 하림의 안을 쑤시고 있으면 온몸이 성기라도 된 것처럼 작은 자극 하나에도 성욕이 들끓었다.
하다못해 등 근육을 따라 땀 한 방울이 흐르더라도 그 작은 하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모두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이따가…….”
“응.”
동규는 하림의 얼굴 구석구석에 입을 맞추고 고인 눈물을 닦아 주었다.
“잘 때.”
“응.”
“무슨 소원 빌었는지 말해 줘.”
콧잔등을 따라 내려오던 입술이 멈췄다. 동규는 얼굴을 조금 떼어 하림과 눈을 마주했다.
“소원 말하면 안 이루어지는데.”
“내가 이루어 줄게. 그러니까 말해 줘. 궁금해.”
“……알았어.”
“으으…….”
하림은 동규 때문에 잔뜩 벌어진 다리를 끌어 올려 동규의 허리를 감았다. 안에 동규의 커다란 것이 삽입된 상태라 고작 다리만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도 뒤가 아팠다. 배 속도 마찬가지였다. 하림의 암묵적인 신호를 알아챈 동규가 깍지 낀 하림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상체를 일으켰다.
“나 사실 장담은 못 하겠어.”
“부드럽게 하는 거?”
“응.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이렇게…….”
동규는 오랜 시간 하림의 안에 잠들어 있던 제 성기를 뒤로 물렸다. 얌전히 때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모양인지 동규의 성기가 핏줄을 세우며 하림의 안을 긁어 댔다. 귀두 끝만 걸친 성기를 동규가 부드럽게 쳐올렸다. 하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동규 나름대로는 힘을 많이 뺀 건데도 하림이 느끼기엔 그저 무지막지한 몽둥이가 쑤셔지는 거라 삽입의 고통은 똑같았다.
“흐아…… 으으, 이러, 이렇게…… 힘 조절하는 거.”
속도는 아까보다 줄었을지 몰라도 쳐올리는 힘은 여전했다. 동규가 끝까지 삽입할 때마다 살이 치대는 소리가 울렸다. 하림이 일부러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동규의 힘에 하림이 조금씩 위로 밀려올라갔다.
느리게 움직여서일까, 하림은 동규의 것이 더 잘 느껴지는 착각이 들었다. 힘 조절을 하고 있다는 동규가 이 정도는 괜찮으냐고 물어왔으나, 하림은 고개만 끄덕일 뿐 여전히 아픔에 찡그린 얼굴을 풀 줄 몰랐다. 동규가 힘을 많이 뺐다는 건 현저히 줄어든 속도로 알 수 있어도 동규의 것이 하도 크니 만일 힘을 전부 뺀다 해도 다를 건 없을 게 분명했다.
동규는 하림이 말한 강약을 자기 편할 대로 해석해 나갈 때는 약하게, 넣을 때는 강하게 허리 짓을 했다. 그 덕에 죽어나는 건 동규의 것을 오롯이 받고 있는 하림이었다. 그러나 동규에게서도 하림에게서도 그만하자는 말이 나올 기미가 없었다. 둘 다 오늘은 끝장까지 볼 각오였다.
동규가 하림의 다리 하나를 접어 빠르게 치대기 시작했다. 다시 높아진 속도에 하림이 고개를 뒤틀며 신음했다. 순간 동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하림의 목젖이었다. 동규는 길게 허리를 뺐다가 쳐올렸다.
그러자 하림이 동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고개를 꺾어 흰 목과 톡 튀어나온 목젖을 드러냈다. 마치 빨아 달라고 아양이라도 떠는 것처럼 보였다. 동규는 조금도 참지 않고 하림의 목을 물었다. 하얀 목덜미가 동규를 따라 붉게 물들어 갔다.
목젖에는 이를 세워 가볍게 깨물었다. 평소라면 살짝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데, 하림은 목보다는 제 뒷구멍과 배 속을 쑤셔 대는 동규의 성기로 느끼는 아픔이 더 커 동규가 이를 세워 목젖을 깨물어 대는 건 별달리 느껴지지도 않았다. 목을 빨아 대면서도 동규는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아 하림은 숨을 쉬는 것도 힘들었다.
“조금, 아, 으응, 김동규…….”
“흐으, 후, 아…… 좋아, 좋아 하림아…….”
아래로 분명 하림을 잡아먹을 것처럼 쑤셔 대고 있는데도 모자랐다. 동규는 목에서 내려와 하림의 가슴을 깨물었다. 목보다는 좀 더 깨물기 좋게 넓고 근육이 있는 곳이라 동규는 마음껏 이빨 자국을 남겼다.
좆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림의 안에 두 개를 다 처넣고 있다 보면 지금 느끼는 쾌락을 두 배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하나는 입에 물려도 괜찮겠지. 격한 몸짓에 아래에서 정신없이 흔들리는 하림에게 하나를 물려 주면 얼떨결에 하림이 귀두를 핥고 튀어나온 힘줄들에 입을 맞춰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에게는 성기가 하나밖에 없음을 아쉬워하며 동규는 하림의 젖꼭지를 세게 물었다. 하림은 유두가 뜯어질 것 같은 아픔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픔에 성기가 살짝 힘을 잃을 정도였지만 곧이어 동규가 혀 전체를 사용해 하림의 유두를 비벼 대 금방 아픔이 희석되었다.
아픔과 쾌락이 공존하는 섹스에 하림과 동규는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아직은 감을 잡지 못했다. 일단 넣고 싶으면 넣고 빨고 싶으면 빨고 깨물고 싶으면 깨물었다. 최대한 본능이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행동했다.
하림은 동규와 깍지 낀 손을 아래로 내려 제 것을 잡아 흔들었다. 동규와 제 손에 낀 것이 몇 번 흔들지도 않았는데 정액을 쏟아냈다. 하림은 손에 힘을 뺐지만 동규는 더 빠르게 하림의 것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허리를 더 격하게 움직였다.
곧이어 동규도 하림의 깊숙한 곳에 사정했다. 하림은 양팔을 크게 뻗어 숨을 크게 쉬다가 동규가 실컷 빨아 놓은 가슴을 만졌다. 뒤늦게 찌르르한 아픔이 찾아왔다.
사정을 해 놓고도 동규는 하림의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계속 하림의 안쪽을 얕게 치댔다. 몇 센티 정도로 조금만 뺐다가 다시 넣길 반복했다. 동규는 하림의 안쪽 유난히 좁아지는 곳에다 제 귀두를 비벼 대는 게 좋았다. 하림도 있는지 모를 아주 깊숙한 곳까지 희롱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아무튼 동규는 그곳에 사정으로 예민해진 귀두를 문질렀다. 알 수는 없어도 정액도 싸질렀으니 그 좁은 안쪽 어딘가는 지금쯤 정액으로 젖다 못해 질척거리는 중일 거다.
하림을 끌어안고 동규는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하림이 제게 안긴 동규의 머리를 천천히 헤집었다. 동규는 하림의 손길도 좋았고 하림의 깊숙한 곳도 좋아 저도 모르게 점점 허리에 힘이 들어가 단순히 가볍게 치대려던 게 점점 본격적인 삽입으로 이어졌다.
“야, 이제 좀 쉬고, 으, 씻으러 동규야…….”
“조금만, 조금만 더, 아, 조금만. 후으, 아, 진짜 욕 나올, 정도로 좋아서…….”
씻으러 갔다가 동규에게 그 핑계로 한 번 더 하자고 조를 생각이었는데 이러다가는 씻기는커녕 침대를 벗어나는 것도 힘들 듯싶다. 하림은 제 안에서 또 단단해지는 동규의 것을 여기서 받아 줘야 할지 아니면 욕실에서 받아 줘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아직 지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힘을 빼면 다음번에는 얼마나 더 미친 듯이 해댈지 감이 오지 않아서였다.
“으, 아…… 이, 이게, 이거…… 아, 읏, 하아…….”
“김동규, 너, 읏, 왜, 왜 이래.”
“씨……발…… 하, 윽! 흐으, 하으읏. 아, 하림아, 나…… 이게…….”
사정을 막 끝마친 귀두에 깃털을 대고 간질이면 꼭 이런 기분일까. 동규는 안 그래도 좁은 곳을 당황한 하림이 조여 대기 시작해 아직도 사정의 여운을 즐기는 중인 성기가 곧바로 정액을 뱉어 댈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리 젊고 어리다지만 사정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기분이 바로 든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동규는 알 수 없는 느낌에 허벅지가 떨려 왔다. 엉덩이에도 힘이 들어가 엉덩이 근육이 잔뜩 솟았다.
“아, 이거, 이거…… 으, 이거…… 빼, 빼야…….”
빼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다는 건 알겠는데 동규는 마치 성욕 앞에 굴복한 사람처럼 제 성기를 빼지 않고 계속 자극만을 좇아 허리를 움직였다. 허벅지에서 시작된 경련은 허리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들어 가면서…… 아주 강렬하고도 끔찍한 사정감이 뇌를 잠식하는 듯했다. 정지된 사고에서도 떠오른 생각은 오로지 하나. 성기를 꽉 채운 무언가를 분출해야겠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본능적인 생각. 말은 소리를 잃어 신음뿐이었다. 우는 건지도 모른다. 허리를 움직이고 있지만 동규는 저 자신이 추삽질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하림은 덜덜 떠는 동규의 이름을 부르며 동규를 껴안았다. 더 커질 게 남았는지 싶은 동규의 것이 배 속을 온통 찢어 버릴 것 같았지만 동규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이냐고, 왜 그러냐고 물어도 동규는 혼잣말을 할 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하자, 이게 지금 뭐…….”
동규의 움직임이 멈췄다. 떨리는 몸은 여전했지만 하림은 귓가에 새롭게 들리는 동규의 훌쩍이는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제 몸 안에 차오르는 이상한 감각 역시, 하림은 빠지지 않고 모두 느꼈다. 동규의 성기는 조금 빠져 있는 채였고 동규는 그걸 빼지도 넣지도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하림은 제 배 속에 정액 말고 훨씬 더 많은 양의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 도대체 뭔지 정의 할 시간이 필요했다. 단 몇 초, 원인은 파악할 수 없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배 속에 느껴지는 이물감은 액체였다.
하림은 동규를 품에 안은 채 일어나 앉았다. 동규가 떨어지기 싫은지 하림을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잠시만. 김동규, 이게 지금…… 뭔지…… 지금 안에 너 무슨, 무슨 짓을…….”
당황한 동규가 제 성기를 모두 하림의 안으로 밀어 넣었지만 동규가 안에 폭발하듯 배출한 액체도 틈새로 비죽비죽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림은 당장이라도 동규의 품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배 속에 찬 액체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일까 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차마 동규와 떨어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동규를 떼어 놓기는 해야 할 텐데, 동규를 떼어 내려고 할수록 동규가 코를 훌쩍이며 하림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하림이 용기를 낼 차례였다.
“하, 진짜 이게…… 동규야 나 좀 놔줘.”
겁에 질린 동규가 하림을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일단 좀 뭔지 확인부터 해 보자. 응?”
도리질 치는 동규가 으으응, 하는 투정을 부리더니 품에서 벗어나려는 하림을 세게 옥죄었다. 안에는 동규가 소변을 싼 것 같지, 그게 또 흐르기 시작했지, 동규에게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나고 있어 하림은 동규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는 얘기를 끊임없이 속삭였다. 정말로 동규가 어린애처럼 그런 거라면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동규를 달래는 게 먼저다.
하림은 서서히 풀리는 동규의 팔을 거두고는 동규의 눈물부터 닦아 주었다. 그다음으로는 일어나면서 동규의 것을 뺐다. 뒤에 힘을 주어 안에 있는 게 새지 않도록 했는데 동규의 것이 빠져나오면서 반쯤 침대 시트에 잔뜩 흘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림이 걱정했던 대로 색이 있는 액체가 아니라.
“왜 색이…….”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못해 품에 안겨 우는 동규를 달래면서도 하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하림의 뒤는 동규의 것이 하도 오래 박혀 있던 탓에 온전히 다물어지지 못하고 투명한 것이 정액과 섞여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림은 뒤에서부터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이상한 감각을 뒤로하고 동규부터 어르고 달랬다.
하림이 생각 끝에 동규가 제 안에 사정 비슷하게 잔뜩 싼 건 소변이 아니라는 임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동규보고 괜찮으니 확인을 해 보자며 몇 번이나 얘기하고 또 얘기했다. 동규가 고개를 살짝 돌려 시트를 확인하자 정말 색이 없이 투명한 액체뿐이었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맡아지는 냄새라고는 비릿한 정액 냄새가 다였다.
“……그래도 이상해. 나 진짜 변탠가 봐, 하림아…….”
“일단, 울지 말고 뚝 해.”
“놀리지 마.”
“안 놀려.”
동규가 하림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코를 훌쩍거렸다. 하림은 넓은 동규의 등을 쓰다듬는 내내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따뜻한 물 맞으며 놀란 동규도 진정시키고 아직 배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은 동규의 흔적들도 어떻게 좀 하고, 무엇보다 씻겨 준다는 핑계로 동규 몸이나 실컷 만지면서 잘 준비를 하고 싶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동규에게 샤워 가운부터 입혔다. 허리가 굉장히 아팠지만 그것보단 제 뒤에서부터 허벅지를 타고 바닥에 흘린 것들이 더 신경 쓰였다.
“내가…… 내일 다 닦을게.”
하림이 샤워 가운을 입고 리본 모양으로 예쁘게 매듭을 지으면서도 내내 바닥을 보고 있자 동규가 눈물을 닦으면서도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림은 휴지를 뽑아 동규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웃음이 났지만 꾹 참고 동규의 얼굴을 닦아 준 뒤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허리도 아팠고 뒤에서 줄줄 새는 느낌에 걸음걸이가 어색했다.
욕실까지 오는 동안 진정이 됐는지 동규가 샤워 가운을 벗으려는 하림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괜찮아졌어?”
“아직.”
“나도 사실 아직 좀 놀랐는데…… 씻으면서 생각 정리하자.”
하림이 동규에게 입을 맞추며 제 것과 동규의 가운 매듭을 풀었다. 동규가 아직도 조금 울적해하는 것 같아 하림은 샤워 부스까지 가는 동안에도 저를 뒤에서 안고 있는 동규를 가만히 두었다. 샤워기 물을 틀고 나서야 하림은 등에 딱 붙어 있던 동규를 떼어내고 젖은 머리를 뒤로 넘겨 주었다.
“……놀리면 안 돼.”
“안 해.”
“진짜 안 놀릴 거지.”
“안 놀린다니까.”
얼굴이 붉어진 동규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줌이야.”
물줄기 소리와 손에 가려진 탓에 웅얼거리는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걸 쌌지, 꿈에서나 할 법한 일인데 등등 동규가 하는 말에 하림이 대충 대답하며 바디 워시로 거품을 잔뜩 만들었다.
“김동규. 나 봐 봐.”
“…….”
“아, 얼른.”
동규가 손가락을 살짝 벌려 눈만 빼꼼 나오게 하자 하림이 손가락을 동글게 말고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작은 비눗방울이 동규의 눈앞에서 떠다니다 팡 하고 터졌다.
“다시.”
바디 워시를 한 번 더 펌핑한 하림이 물과 조금 섞어 아까보다 농도를 더 진하게 만든 뒤 다시 손가락을 동글게 말아 비누 막을 형성했다. 동규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바람을 불었더니 크기가 제법 큰 비눗방울이 만들어졌다. 그 뒤로도 하림이 몇 번 더 비눗방울을 만들었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다 터져 버렸다.
“수증기 때문에 습도가 높아도 잘 터지네.”
“……뭐 해.”
“그냥. 동심으로 돌아가기? 너도 해 볼래?”
“응.”
하림은 제 손에 바디 워시를 짜 동규의 손에 문질렀다. 물도 적당히 섞어 농도를 맞춰 주었다. 동규도 하림을 따라 비눗방울을 열심히 불었다.
“유치원 다닐 때 자이언트 비눗방울을 만든 적이 있어. 비율이 물 8, 세제 2, 물엿 1, 글리세린 1인가 아무튼 그렇게 섞으면 비눗방울 진짜 크게 만들 수 있거든. 잘 터지지도 않아. 너도 비눗방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들 수 있는데 이렇게 작은 거 만들고 있으려니까 답답하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입술을 작게 오므려 바람을 부는 하림이 또 터졌다며 바디 워시를 과하게 펌핑했다. 동규는 비눗방울을 만들려던 것을 멈추고 하림의 턱을 잡아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감동이야.”
“근데 자꾸 터져.”
“예쁘기만 한데.”
“크기도 너무 작고.”
“나한테는 충분히 크게 느껴지니까 괜찮아.”
“왜 잘 안 되지. 성분표 확인해 봐야겠어.”
“이따가…… 보면 안 돼?”
두 사람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위치에서 움직였다.
“나는…… 네가 만들어 준 비눗방울들이 꼭 우주를 떠다니는 행성 같아서, 너무…… 예쁘고 좋았는데…….”
손을 뻗어 바디 워시 통을 찾던 하림은 그 말에 손을 거뒀다. 분명 많이 놀란 동규를 위해 시작한 거지만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비눗방울 때문에 짜증이 나기 일보직전이었다. 만약 동규가 달콤한 말로 하림의 마음을 녹이지 않았다면 동규는 살면서 들어보지도 못한 성분 이름들을 줄줄이 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림은 미소를 짓고 눈을 감았다. 동규도 눈을 감고 고개를 틀어 다가갔다. 동규는 얌전히 벌려 주는 하림의 입 안에 조심스럽게 혀를 넣었고 조금의 틈도 없이 하림을 한가득 끌어안았다.
양손 가득 거품투성이인 하림은 동규의 팔뚝을 잡아 천천히 쓸어내렸다. 거품 탓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손이 미끄러웠다. 자극이 된 건지 손바닥 아래의 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동규는 손을 좀 더 내려 하림의 엉덩이를 세게 쥐었다. 입 안으로 하림의 신음이 터졌지만 그것마저 동규는 기쁘게 삼키며 손가락 하나를 하림의 뒤로 넣었다. 들어가기는 수월하게 들어갔지만 잔뜩 부은 탓에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자 하림이 입술을 떼고 동규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맞닿은 두 사람의 성기가 점점 열이 올라 힘을 받는 것이 서로에게 느껴졌다.
“너는…….”
하림이 미끄러운 손으로 동규의 등을 더듬었다. 미끌거려 성난 등 근육들을 제대로 만지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말을 진짜 예쁘게 해. 앗, 아…….”
세 번째 손가락까지 넣은 동규는 손가락을 사방으로 벌리는 동시에 손으로 빠르게 피스톤질을 했다. 꽤 오래 제 것을 품고 있었지만 꼭 그만큼을 좆으로 헤집어 댄 탓에, 부어도 너무 부어 처음이나 지금이나 좁은 건 매한가지였다.
아까 처음 제대로 된 삽입 섹스를 했을 땐 한 번도 그만큼 벌어져본 적 없었기 때문에 아팠을 거고 이번에는 쓸리고 쑤셔져 부은 게 아플 거였다. 손을 강하게 밀어 넣을 때마다 하림이 까치발을 세우며 몸을 바르작거렸다.
“안이 많이 부었는데.”
“으응.”
“정말 많이…….”
“흐, 근데, 뭐.”
“…….”
“또 하고 싶다고.”
동규는 손을 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림은 동규의 목덜미를 따라 혀로 쭉 타고 올라가 동규의 귀밑 턱을 간질였다.
“해, 그럼.”
“응?”
“해. 괜찮아.”
“하지만…… 진짜, 진짜 많이 부어서 뜨거워. 안에 말고도 밖에, 주름들도 탱탱 부었는데.”
하림은 동규의 손을 떼고 돌아서서 동규의 팔로 제 허리를 감았다.
“내일은 빨간 날이고.”
동규는 하림의 목소리가 귀에 달라붙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굉장히 끈적하면서도 다정하고 산뜻했다.
“이대로 잠에 들기엔…… 아쉽지.”
엉덩이골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성기는 어서 하림의 속살을 찢어 버리라며 꿈틀거렸다. 잔뜩 부어 있다면 그만큼 아주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거란 얘기였다.
동규는 하림의 뒤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부어 있는 정도를 가늠했다. 내일 또 할 건데 지금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넣는 것보다는 안에 있는 걸 빼 줄 겸 빨아 주는 게 하림에게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왜 망설여.”
“너 많이 아플까 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면 얘기할게. 나도 지금…… 못 참겠어.”
제 뒤를 더듬던 동규의 손을 끌어와 하림은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쥐여 주었다. 동규가 하림의 것을 위아래로 몇 번 흔들다 결심한 듯 하림을 벽으로 밀었다. 대신, 얼굴이 보일 수 있도록 하림을 앞으로 돌린 채 비장한 얼굴로 입을 뗐다.
“오늘은…… 지금은 이번……까지만 하고.”
“내일 또 해.”
동규가 하려던 말을 하림이 씨익 웃으며 가로챘다. 동규는 하림의 키스를 받으며 그의 허벅지를 들어 올렸다. 어느덧 거품이 모두 씻겨 미끄럽지 않았다. 하림의 구멍에 귀두를 대고 눌렀다. 뜨거운 입구가 열리며 두꺼운 귀두가 삽입됐다. 하림이 코로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지만 입술을 떼지 않으려고 해 동규가 고개를 뒤로 물렸다.
“윽, 으읏…… 힘들진 않아?”
아래에서 묵직하게 차오르는 탓에 숨도 모자란 착각이 드는 하림은 연신 좌우로 고개를 흔들면서 동규의 팔을 붙잡았다. 천천히 조금씩 밀려들면 들수록 떨리는 손이 갈 곳을 잃었지만 동규의 몸 어딘가를 잡거나 매만질 뿐이었다.
“읏, 하, 으…… 윽! 흐읏!”
오늘은 이번까지만 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마지막을 일찍 끝내고 싶은 마음은 하림에게 전부 꽂아 넣은 순간 날려버렸다. 하림도 저도 최대한 늦게 사정해 허리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섹스에 미친 사람처럼 굴고 싶었다. 체력이 좋으니 둘 다 자고 일어나면 힘듦 지수는 리셋이 될 것이고 단지 하림의 뒤만 말도 못하게 부어 있을 거였다.
눈 뜨자마자 하림의 방에 딸린 작은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포옹을 한 뒤에 아침부터 이 짓을 또 해야지. 아침 먹기 전부터 거친 운동으로 힘을 뺐으니 아침 식사도 꿀맛일 테고.
“……잡아.”
다리가 풀리는지 벽으로 상체를 잔뜩 기대려는 하림의 손을 가져와 하림의 요도구를 막게 했다. 하림이 숨을 고르기 바빠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질 못했다.
“싸지 마. 내가 안에 싸면, 그 때 너도 싸. 만약에…… 먼저, 으, 하아…… 먼저 싸 버리면 여기서 못, 나갈, 후우…… 윽!”
하림은 동규가 제 성기를 잡게끔 했던 손을 거두어 동규의 가슴을 잡았다. 그리고 유두를 거칠게 꼬집었다.
“좋아. 어디, 누가 오래 참나 내기해. 아…….”
입꼬리를 끌어 올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하림에게 동규가 강한 힘으로 쳐올렸다. 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낸 하림이 고개를 떨구고 몸을 잘게 떨어 댔다. 동규의 유두를 괴롭혔던 손도 갈 곳을 잃고 동규의 몸이나 접힌 제 다리를 붙잡을 뿐이었다.
“으으, 하아…….”
조금이라도 더, 더 안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하림의 안에 제 것을 쑤셔 넣기 위해 동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제는 제 허리도 뻐근해지기 시작했지만 동규는 좆이 터지기 직전까지 참다가 사정을 하고 싶었다. 하림의 야하고 선정적인 붉은 속살들이 정액을 빨겠다며 제 것을 조여 대도 그저 그 살들을 짓이기고 찔러 대며 사정을 참았다. 찌르면 찌르는 대로 하림이 반응해 와 손발이 저릿저릿했다.
하림의 성기는 동규의 움직임을 따라 위아래로 흔들렸지만 정액을 토해 내지 않았다. 하림이 그다지 세게 틀어막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사정을 하지 않는 걸 보니, 하림도 역시 긴 밤을 어떻게든 붙들고 싶어 마지막을 참는 중인 것 같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하림과 동규도 느끼는 대로 신음을 지르느라 흡사 짐승의 교미와도 비슷했다.
안쪽의 좁은 곳에 귀두가 닿을 때마다 동규는 조금 전 하림의 안에 투명한 소변을 쌌던 그 이상한 감각이 다시 스멀스멀 발아래에서부터 느껴졌지만 애써 외면했다. 빠르게 허리를 놀리느라 그 좁은 곳에 귀두를 오래도록 대고 있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지금도 그 좁고 제일 안쪽의 있는 그곳을 얕게 치대며 귀두로 눌러댄다면 또 이성의 끈이 끊어지며 하림의 안에 잔뜩 싸지를 게 훤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차라리 정액 몇 리터를 하림의 배가 빵빵해질 만큼 싸지르는 게 덜 부끄러웠다.
배 속을 성기가 찌를 때마다 하림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숨도 내뱉지 못한 채 점점 다리에 힘을 뺐다. 동규는 하림이 다리 하나로 버티는 것보다 차라리 뒤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제 것을 단숨에 빼 버렸다.
“흐읏!”
겨우 안에 있던 걸 빼낸 것뿐인데도 잇새로 욕과 함께 신음이 튀어나와 동규는 입을 한 번 막았다. 내내 동규에게 붙들려 있던 다리가 풀리고 안을 틀어막아 주저앉지 않게 해 주던 것이 빠져나가니 하림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는 것만 해도 힘이 들었다. 동규는 그런 하림을 뒤로 돌려 벽에 붙게 했다. 하얀색의 서늘한 벽에 유두가 짓눌리며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동규는 하림의 등에 제 몸을 바짝 붙여 아예 하림이 벽과 제 사이에 끼게끔 만들었다. 하림은 벽을 긁다가 뒤로 손을 뻗어 동규의 허벅지를 잡았지만 자세가 불편해 마음껏 동규에게 매달릴 수 없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래, 잘 참네, 서하림.”
“하아…….”
다시 삽입을 시도하는 동규는 지금까지 한 몇 번의 삽입 중에 이번이 제일 편안하게 귀두가 삽입되어 조금 놀랐다.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라 결코 쑥쑥 들어간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한두 번 여길 커다란 것으로 늘려 준 게 아니니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정도였다. 종일, 아니 한 달을 내내 제 것을 빼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결같이 좁을 하림의 안으로 성기를 밀어 넣으며 동규는 낮은 신음을 길게 터트렸다.
“힘은 이제, 거의…… 뺀, 아니 못 주는 것 같은데…… 좁은 건 어쩔 수가 없나 봐. 이제, 좀, 뒤가 내 크기에 맞춰서 헐렁거려도 이상할 게 없을 텐데도…… 아, 진짜 끝내주게 조인다…….”
동규의 말대로 하림은 더 이상 뒤에 뭔가 자의에 의한 힘을 주기는 역부족이었다. 정말로 동규의 크기만큼, 아니 그만큼은 바라지도 않으니 버겁지 않을 정도로 제 배 속에 길이 났으면 좋겠는데 고작 하룻밤 가지고는 모자란지 동규가 박아 오는 게 어딘지 모르게 뻣뻣했다. 자취할 집엔 어디서 동규와 섹스를 하게 될지 모르니 집 안 곳곳에 콘돔과 젤을 구비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 사, 살살, 읏! 아! 김, 동규야, 조금만, 아!”
“조금만…… 흐으…… 조금만 더 하고, 윽, 하아, 흐으……. 그냥 아, 잘 때도 안에 넣고 자면…….”
혀를 빼 하림의 목덜미를 게걸스럽게 핥았다. 동규는 긴 목선을 따라 혀를 올려 하림의 귓가에 침을 잔뜩 묻혔다. 귓구멍 바로 앞에서는 안에 넣은 채 자고 되냐고, 내가 너보다 늦게 자니까 자는 너랑 해도 괜찮겠냐는 말들을 쏟아 냈다. 하림은 대답 없이 한 번씩 웃으며 동규를 애타게 만들었다.
“응? 안, 돼? 제발…… 아, 씹, 하아…….”
하림은 동규가 허리 짓을 멈추고 키스를 해올 때 동규의 손 하나를 가져왔다. 동규가 하림의 윗입술을 물고 늘어지며 하림의 입 주변을 죄다 제 침으로 핥아 놓았다. 하림이 고개를 잠시 숙여 동규를 떨어트리고, 맞잡았던 동규의 손가락 하나를 입에 물었다.
“…….”
그리고 하나 더. 손가락 두 개가 하림의 입 안에 들어가 말랑거리는 혀와 닿았을 때 동규는 그만 사정을 하고 말았다. 하림은 제 안에 끈끈한 정액들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동규의 손가락들을 더 농밀하고 깊숙한 곳으로 처넣었다. 손가락 사이의 여린 살은 혀를 세워 간질이기도 했고 이로 살짝 누르거나 혀 위에 올려두고 말 그대로 쪽쪽 빨아 동규가 마치 제 것을 빨아 줄 때처럼 굴었다.
동규는 손가락을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제 손가락들이 성기가 된 것처럼 하림의 펠라를 받았다. 상상에서는, 꿈속에서는 수천 번 수만 번 하림의 목구멍까지 성기로 범했던 동규였지만 고작 손가락 두 개가 하림의 입 안에서 빨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제 손을 소중한 작품이라도 되는 양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건 또 뭔가. 두 눈을 감고 신성한 의식이라도 하는 것 같은 얼굴은 또 무엇이며, 같은 남자에게 뒤가 뚫린 것도 모자라 뒷구멍으로 정액을 받아 놓고도 순결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죄였다.
“……서하림.”
욕이라도 씹어 먹는 것처럼 아주 낮은 목소리로 동규는 하림의 이름을 불렀다. 아주 많은 말들이 함축되어 있는 세 글자였다. 하림은 그 많은 의미를 담은 이름에 오래 참았던 정액들을 분출했다.
“응.”
“아, 지금 진짜…… 손가락으로 입 안을 마구 휘저어서 입 안에, 목구멍 다치게 하고 싶어. 그러면 안 되는데, 아…….”
동규는 자꾸만 힘이 들어가는 손가락을 주먹 쥐듯 꾹 눌렀다. 하림의 혀가 동규의 손가락 아래에서 힘없이 짓눌렸다. 동규가 하림을 끌어안은 채 음습한 충동을 한참 진정시키는 동안 하림은 심장이 너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려 혼이 났다.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세균이 모두 사라지는 게 아닌 손을, 그것도 남의 손을 이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빨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더욱이 손가락을 마치 동규의 성기라도 되는 양 빨았다. 동규가 제 것을 빨아주던 혀 놀림이나 강도 같은 것들을 복기하면서.
겨우 진정된 동규가 하림의 안에서 제 성기를 꺼내고 손가락도 뺐다. 몇 걸음 물러난 동규는 눈을 감고 얼굴 가득 물줄기를 맞았다. 아직도 음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하림은 배에 힘을 주어 동규가 사정한 정액들을 흘려보냈다. 동규의 것이 드나드느라 부은 뒷구멍은 잘 닫히지도 않았다. 동규의 정액이 줄줄 새어 나와 그 느낌이 굉장히 민망했다.
“나는 지는 싸움은 안 해.”
하림은 동규의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잘, 기억해 두라고.”
“응…….”
아무리 참는다고 하더라도 앞을 틀어막지 않은 상태로 어떻게 참을 수가 있는 거지. 나는 서하림이 손가락 하나 빨아 줬다고 어이없게 싸 버렸는데……. 동규는 하림을 상대로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늘어난 느낌이었다. 원래도 덤빌 생각 자체가 없었지만.
“이제 진짜 씻고…… 뒷정리하고 자자. 너무 피곤해.”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두 사람이 샤워 부스에서 나온 건 그로부터 30분이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욕조에 물을 받을까도 싶었지만 내일로 미뤘다. 세면실 의자에 앉아 서로의 머리를 말려 줬을 땐 예전에 가마가 귀엽다며 머리 말려 주던 날을 얘기하느라 한참을 또 떠들었다.
드디어 욕실을 벗어났을 땐 두 사람의 얼굴이 다 반질거려 광이 났다. 하림은 동규와 손을 잡고 제 방으로 돌아왔다. 욕실 바로 옆이 제 방이었으면 벌써 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일분일초가 아쉬워 하림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정액과 동규가 싼 액체로 젖은 이불과 시트, 베개 등등 모든 것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세탁에 건조까지 완료되려면 시간이 꽤 필요했지만 이것도 내일 아침의 일로 미뤄 두었다.
게스트 룸으로 다시 돌아와 창문을 닫고 공기 청정기를 틀어 놓고 불을 껐다. 동규는 하림과 뜨겁게 몸을 섞었던, 그러나 지금은 깜깜한 어둠이 내린 방을 잠시 바라보다 문을 닫았다.
각자의 잠옷으로 갈아입고 하림의 침대에 누웠다. 언제 누워도 키가 큰 두 사람을 충분히 커버하는 크기였다. 동규와 하림은 굿나잇 키스라며 입을 맞췄다. 혀가 느리게 얽히고 동규의 손은 하림의 등을, 하림의 손은 동규의 귀밑 턱을 찬찬히 쓰다듬었다. 이내 애틋함을 가진 시선으로 입맞춤을 대신했고, 시선만으로도 모자라면 다시 입술을 붙여 숨을 공유했다.
“소원…… 말해 줘.”
“거창한 건 아니야.”
“되게 길던데. 소원.”
동규는 잠시 눈동자를 내렸다. 다시 평소의 차가운 손으로 돌아온 하림의 손가락이 귀 아래의 턱을 톡톡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손짓은 동규를 다급하게 재촉하는 게 아니라 언제고 동규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림을 즐겁게 향유하는 행위였다.
“지금과 같이, 지금만 같도록 행복하고 사랑……하게 해 주세요.”
“…….”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사랑의 나날이라면 오늘의 저는 너무 억울할 테니까…… 늘 오늘처럼,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해 주세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마음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자라나고 성숙해져 가겠지만, 그래서 먼 훗날 돌아보면 오늘과는 분명 똑같지는 않더라도…… 따뜻한 햇살과 드넓은 바다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변해 가면서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었듯이…….”
하림은 둥둥 울리는 심장이 무언가로 짓눌리는 듯해 가슴 근처를 잔뜩 움켜잡았다. 그런 하림의 손을 잠옷에서 떼어 낸 동규는 하림에게 깍지를 껴 제 입술로 가져왔다.
“저도, 우리도…… 모든 순간…… 바로 지금처럼 서로에게 가장 찬란한 사랑만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곧 해가 뜨기 위해 까만 하늘은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거였다. 동시에 가장 어둡고 깜깜한 어둠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하림과 동규 그 누구도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둠도 빛도 서로가 아니면 무의미했다.
하림은 동규가 제게 예쁜 언어로 된 마법을 건 게 틀림없단 생각을 해 보았다. 온통 지적할 것투성이인 동규의 소원들이 하나같이 모두 진리로 느껴졌으니까.
“……내가 그랬지.”
침을 삼킨 하림이 동규의 입술을 물었다 놓았다.
“네 소원은 내가 다…… 이뤄 준다고.”
그리고 동규는 하림이 제게 하는 모든 말들은 올곧고 단단하며 바른 진실뿐이지만, 그 모든 게 달고 따뜻하고 가슴을 흔들어 놓는 감미로운 언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응. 믿어.”
일렁이는 눈동자가 감기고 이어진 입맞춤은 아주 오래도록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