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운이 좋게도 동규와 하림은 같은 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쳤다. 수능 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동규도 시험장 분위기에 잔뜩 굳어 샤프를 누르는 소리 하나하나 신경을 쓰곤 했는데 하림은 수능샤프 퀄이 별로라거나 학교 시험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며 태평한 소리를 했다.
“저녁 먹고 만나는 거 안 까먹었지.”
“응.”
“뭐 먹어.”
“아직 몰라. 엄마가 어디 좋은 데 예약해 놨대. 집에선 그렇게 멀지 않은 곳으로.”
시험이 끝난 학교 앞과 운동장은 학생들을 데리러 온 차들로 인산인해였다. 하림과 동규는 셀 수도 없이 밀려들어 오는 차들을 뒤로하고 걸었다. 학교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란 연락을 받아서였다.
“집에 가면 바로 가채점해야지.”
“몇 점 나왔는지 알려 줘.”
“그럼 나도 네 점수 얼마 나왔는지 알려 주면.”
“내 점수는 잘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나도 어차피 잘 나왔을 텐데 왜 궁금해.”
“만점인지 아닌지가 궁금해서.”
“풀어 본 감상으로는 모르는 문제나 틀린 거는 없었어.”
엄마를 발견한 하림이 팔을 흔들며 엄마에게 뛰어갔다. 하림이 엄마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릴 때 동규도 그 옆에 있는 제 엄마의 품에 안겼다.
“우리 동규 잘 봤어? 힘들었지? 수고했어.”
“도시락 맛있던데.”
“추운데 얼른 집에 가서 쉬자. 하림이 엄마, 우리 먼저 갈게요. 하림이도 고생했다. 오늘 저녁엔 맛있는 거 먹으렴.”
하림이 엄마 품에 안긴 채 동규의 엄마와 동규에게 인사했다. 곧이어 하림도 엄마 차에 올라타 이모님과 과외 선생님에게 가채점표 스티커를 찍어 보냈다.
“얼마나 잘 본 것 같아? 만 점?”
“퍼펙트지. 전 과목 0점도 가능했음. 내가 누구 아들인데. 잠깐만, 나 이모님 전화 좀.”
과외선생님과 이모님에게 전화가 와 하림은 짧게 통화를 마쳤다.
“엄마. 나 대학생 되면 자취하고 싶어.”
“혼자 사는 거 쉬운 일 아니야.”
“학교 근처에 집 하나만 알아 봐 줘. 좀 큰 곳으로.”
“집에서 통학해도 괜찮은데 왜 굳이?”
“출퇴근 시간에 30분씩 차 끌고 다니기 싫어서.”
“1학년 때는 집에서 다녀.”
“아니 왜?”
뒷자리에서 반쯤 누워 있던 하림이 상체를 세우고 운전석 시트를 잡았다.
“밥 떠먹여 주는 거 빼고 다 해 주는 집에서 지내다가 혼자 덜컥 나가면 힘들어.”
“우리 집 아주머님처럼 집안일 봐 주시는 분도 같이 알아봐 주면 되잖아.”
“그래도 안 돼.”
“아, 진짜 왜 말도 안 되는 억지야. 엄마가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지금.”
“…….”
“사랑하는 아들을 계속 옆에 끼고 싶어서 1년만 더 같이 살자는 거면 이해할게.”
그런 이유라면 1년 정도는 집에서 통학할 수 있었지만 엄마에게서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수상쩍다. ‘어떻게 알았어?’라거나 ‘맞아. 엄마는 아들 없는 집은 상상도 할 수 없어.’ 같은 말이 나와야 할 텐데.
“엄마?”
묵묵부답인 엄마를 한 번 더 불러도 대답이 없어 하림도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룸미러로 보이는 엄마의 얼굴에 더 이상의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말없이 운전만 하던 엄마가 입을 연 건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난 뒤였다.
“동규랑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 거 맞아?”
몇 달 전 동규를 좋아한다고 선언했던 이후로 동규에 대해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처음이라 하림은 깜짝 놀랐다. 바로 룸미러를 확인하는데 엄마는 저 앞 주차장 한구석을 보고 있는 채다. 당황을 숨기기 위해 하림은 헛기침을 작게 했다.
“응. 나만 짝사랑 중이라고 그랬잖아.”
“집에서 통학해.”
“아, 엄마.”
“안 돼.”
“그러면 사귀는 사이면 돼? 지금부터 사귀는 거로 쳐.”
“서하림.”
“내가 김동규랑 같이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건 더 안 돼.”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할아버지한테 알아봐 달라고 하면 돼.”
“서하림!”
엄마가 뭐라고 더 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등 뒤로 엄마가 소리치는 게 들렸지만 하림은 집으로 뛰어 들어와 단숨에 자기 방으로 올라가 문을 잠갔다. 엄마가 따라와 방문을 두드리진 않았지만 하림은 차에서의 짧은 시간이 오늘 종일 본 시험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다.
혹시라도 엄마가 문 열라고 할까 봐 방문 앞에 서 있던 하림은 10분이 지나고 또 10분이 지나도 엄마가 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뒤에 침대로 터덜터덜 걸어 엎어졌다. 혼자 사는 것과 동규를 좋아하는 게 엄마의 입장에서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지 이불에 얼굴을 박은 채 열심히 정리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슷한 결론밖에 나오질 않는다. 집에서 지내든 자취를 하든 사고라도 치려면 어디서든 충분히 칠 수 있는데.
머리 굴리다가 조금 울적해져 하림은 손만 움직여 휴대폰을 꺼내 동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채점했어?
“…….”
-만점?
“아직 안 했어.”
-뭐라고? 안 들려.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는 상태라 하림의 말이 동규에게 들릴 리가 만무했다.
-왜 그래. 전화해 놓고. 혹시…… 주머니 안인가.
엉뚱한 소리에 하림은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귀 위로 휴대폰을 올렸다.
“주머니 밖이야.”
-놀랬네.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
“채점하기 전에 잠깐 전화해 봤어. 목소리 듣고 싶어서.”
-막상 해 보려니까 조금 겁나서?
“그런가 봐.”
-잘 나왔을 거야. 많이 틀려 봤자 한 개 틀렸을 거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음, 지금 너네 집 갈까? 같이 채점해.
“아니야. 괜찮아. 너는 바로 저녁 먹으러 간다며. 오늘 주인공은 넌데 네가 빠지면 그게 뭐야.”
-그래도…….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어. 뽀뽀나 해 줘.”
전화 너머로 동규가 쪽쪽거리는 소리가 들렀다. 하림도 쪽 하고 이따 보자며 전화를 끊었지만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속으로 100까지 느리게 세고 일어나서 노트북 켜야지. 아니, 그 전에 할아버지께 전화하는 게 가장 먼저였다.
하림과 동규는 합격한 학교가 여러 개였지만 저마다 대학교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랐다. 하림은 고민도 않고 의대가 아닌 S대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어차피 의대는 갈 생각도 없이 지원한 거였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아주 만약에 물리학과 떨어지게 되면 의대 가서 반수할 생각이었으므로 당연한 선택이었다. 의예과 합격 창을 확인하고는 무료하게 닫아 버리는 하림에게 동규가 멋지다고 엄지를 추켜세웠고 하림도 똑같이 엄지로 화답했다.
동규는 지원한 학교를 전부 합격하는 바람에 고르는 것도 일이었다. 하림은 자기랑 가까운 게 제일이라며 S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을 추천했지만 아빠가 기껏 국문과 붙어 놓고 왜 예대를 가냐고 해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동규가 미술을 하거나 하다못해 무용이라도 했으면 몰라도 글 쓰는 건 국문과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예대를 가야겠냐는 게 아빠의 요지였다. 엄마는 동규의 선택을 따르겠다며 대학 문제에서 아예 손을 뗐다.
모든 학교의 합격 발표가 끝나고 며칠 동안 골머리를 앓던 동규가 하림과 하늘에게 SOS를 보냈다. 그리고 세 사람은 하림의 집에 모였다. 이미 하늘과 하림은 오늘부터 합격자 등록하는 날이라 예치금 입금까지 마친 상태였고 동규만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림은 자기와 가까운 게 최고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하늘은 동규 아빠와 같은 입장이었다.
“국문과 하면 D대지. 김동규 이름에도 D가 들어가는데 이 정도면 운명의 데스티니임.”
“전공이 안 맞으면 어떡하게. 학교 공부도 어려워했는데 대학교 가서 괴로워하면?”
“강의들도 어차피 어학 계열이랑 문학 계열로 나뉠 텐데 문학 계열만 들어.”
“내가 안 그래도 이미 D대 국문과 홈페이지 들어가서 커리큘럼 다 살펴봤는데 문학계열도 죄다 이론들뿐이야.”
“당연하지. 예대도 아니고 문과대 소속인데 실기 강의들만 있으면 문과대에 왜 있냐.”
동규는 마치 열띤 토론이라도 보는 듯 하림과 하늘의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고 쿠키만 열심히 집어먹었다. 당사자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얘기해 줄 줄은 몰랐다.
심지어는 동규가 생각하지도 못 한 이유들도 등장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커리큘럼이나 학교의 역사, 졸업생, 교수, 아웃풋 기타 등등 원래 대학교 선택할 때 저렇게도 많은 요소를 고려하는 걸 처음 알았고 저 둘에 비해 너무 가볍게 대학교들을 저울질한 게 부끄러웠다. 동규가 최종 두 대학 사이에서 어딜 갈지 고민한 이유는 하림과 가까이 있는 곳이냐 아니면 아빠의 말을 따를 것이냐였으니까.
“김동규, 나 궁금한 거 있어.”
“응.”
동규는 없는 사람인 것처럼 얘기하던 하림이 우유를 따르던 동규에게 말을 돌렸다. 동규는 갑자기 들어온 하림의 질문에 놀라 우유를 조금 흘리고 말았다. 하림이 곧바로 티슈를 뽑아 동규에게 건넸다.
“전에 네가 좋아하는 시인님이 교수로 있다는 학교 있었잖아. 거기 학교 백일장 심사 위원도 해서 긴장돼서 글도 잘 안 써진다고 했던 거기. 기억해?”
“응.”
“그 학교 혹시 합격한 학교 중에 있어?”
“응.”
“어딘데.”
“D.”
“진짜?”
“응.”
“거봐. 내가 운명이라고 그랬지?”
“그 시인님 이름이 뭐야. 국문과 교수님인가.”
“아닐…… 걸.”
그 뒤로도 하림과 하늘의 토론은 계속되었다. 어차피 이제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하림의 집에서 늘어지게 놀다 새벽에 자든 말든 상관없는 일이라 동규 대학 얘길 하다가 다른 이야기로 새기도 하고 셋이서 재밌는 얘길 하며 웃다가 다시 동규 대학 얘기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 자연스럽게 밥도 다 같이 먹었다. 하림의 부모님과 이모님도 동규의 대학 이야기에 의견을 한마디씩 보탰다.
“등록일 아직 이틀 남았으니까 오늘 밤에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나는 그럼 친구 만나러 간다.”
“오늘 약속 더 없다며?”
“김동규 얘기는 내가 할 만큼 다 했잖아. 얘길 더 해 주고 싶어도 이젠 다 바닥났어. 그래서 보람이네 들렀다가 집에 가게.”
“아하.”
“고마워. 도움 많이 됐어.”
“오늘 밤 열심히 생각해 보고 결정하면 알려 줘. 그리고 이왕이면 내가 민 학교였으면 좋겠음!”
하늘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하림과 동규가 하늘을 바래다주기 위해 현관까지 따라 나섰다.
“작은엄마! 작은아빠! 또 봬요! 잘 있어라 친구들아. 내일 시간 되면 보고 안 되면 말고.”
하늘을 보내고 두 사람은 하림의 방으로 올라왔다. 동규를 먼저 제 방에 들여보낸 하림이 문부터 잠그고 동규를 품에 안았다. 동규도 하림의 허릴 감아 안았다가 하림이 고개를 들어 저를 빤히 바라보자 하림의 입술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자고 갈래.”
“음…… 아니.”
“왜.”
“오늘 좋은 얘기 많이 들었는데 생각 정리 좀 하려고.”
이번엔 하림이 동규의 입에 입술을 대고 떨어졌다.
“나랑 같이 정리하면 되잖아.”
동규가 하림의 눈을 피해 눈동자를 옆으로 굴린다. 하림은 동규의 뒤통수를 잡아 제 쪽으로 약하게 내리눌렀다. 그리고 눈을 감고 고개를 틀어 깊숙이 입을 맞추었다. 자고 가기 싫다 하기에 뺄 줄 알았더니 동규는 하림의 허리를 세게 끌어안아 엉덩이 한쪽을 손바닥 가득 쥐었다. 뜨거운 손길에 하림은 입술 끝을 끌어 올리며 작게 웃었다. 가깝게 붙은 코에 웃음이 붙은 숨이 간지럽게 느껴졌다.
이제는 수도 없이 섞어 익숙해진 타인의 혀를 제 것인 양 빨았다. 똑같이 36.5도와 비슷한 체온일 텐데도 동규의 것은 조금 더 뜨겁게 느껴졌다. 하림은 제 입 안을 훑는 동규의 혀를 가볍게 자극하며 다급하게 침을 삼켰다. 숨이 차올라 침을 삼키는 것과 동시에 하림이 뒤로 떨어졌지만 동규가 하림을 따라 상체를 더 숙여 다시 두 사람의 입술이 빈틈없이 맞붙었다.
입술이 타액으로 젖어 고개를 틀 때마다 질척한 소리가 났다. 하림은 한 걸음 뒤로 빠져 있던 다리에 힘을 주고 동규를 뒤로 밀었다. 힘에서 밀린 동규가 숨을 고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번엔 하림이 동규의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돌려 동규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둘이 동시에 만족할 때까지 끝이 나지 않을 키스였다.
“……이럴까 봐.”
마침내 두 사람이 고개를 뒤로 물렀다. 열에 들떠 붉어진 얼굴은 누구 하나의 것이 아니었다. 할딱이는 숨소리도 두 사람의 몫이었다.
“집에 간다고 한 거였어. 너랑 같이 있으면…… 생각 정리 하나도 못 해.”
“야한 생각만 들어서?”
“응.”
“나돈데.”
하림이 숨을 크게 들이 쉬며 하의 안에 정갈히 들어가 있던 동규의 셔츠를 빼냈다. 제일 아래쪽 셔츠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동규는 하림을 막지 않았고, 단지 하림의 정수리에 제 숨을 뱉어 냈을 뿐이었다.
작은 단추를 하나씩 풀 때마다 손끝이 저릿했다. 맘 같으면 그냥 한 번에 뜯어 버리고 싶은데 머리 위로 들리는 동규의 흩어지는 숨소리가 너무 섹시해 하림은 입술만 깨물면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풀었다. 점점 올라가는 단추 높이에 침이 고였다. 마지막 첫 단추까지 모두 풀어 셔츠 안으로 두 손을 넣으려 할 때, 동규가 하림의 손목을 붙잡았다.
“내 느낌 탓인지 모르겠는데.”
“응.”
“내 젖꼭지 좀 커진 것 같아.”
“느낌 탓일 걸.”
“아니야. 진짜 그래.”
“느낌 탓인 거 같다며.”
“그러기엔 정말 커졌어.”
“어제도 봤는데 똑같던데. 손 치워.”
“생각 하고 보는 거랑 그냥 보는 거랑 달라. 나도 한 번 보이니까 그렇게 보여서.”
“그게 왜 커지는데.”
“네가 하도 빨고 꼬집어서.”
동규의 가슴팍에 뚫어져라 시선을 고정했던 하림이 어이없단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말도 안 돼.”
“그러니까 처음 봤던 날이랑 비교해서 봐 달라고.”
동규는 하림의 손목에서 손을 떼지 않은 대신 하림의 손으로 제 셔츠를 잔뜩 벌렸다. 그리고 하림의 두 손을 제 가슴에, 정확히는 젖꼭지에 가져갔다.
“커졌지.”
“잘 모르겠어. 어제랑 똑같……은데.”
하림의 손가락이 소심하게 동규의 양쪽 유두를 건드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하림은 정말 좀 더 커진 건가 싶어 동규의 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잘 봐 봐. 입으로 빨아 봐야 알 수 있을지도 몰라.”
“혀는 압각을 세세하게 느끼기 힘들고 눈으로 봐야 크기 비교를 가장 정확히 할 수 있지만 입에는 시각 세포가 없어.”
“……그럼 눈으로 잘 봐 줘. 진짜 커진 것 같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동규는 하림의 손목을 놓았다. 셔츠도 아예 벗어 버렸다.
원래부터도 동규의 유두는 도톰한 편이었기 때문에 딱히 더 커졌다고 느낀 적은 없었으나 한 번 인지를 하고 보니 정말 더 커진 느낌이다. 유두와 유륜을 검지로 톡톡 건드릴수록 하림은 귓가가 달아올랐다. 크기를 재지 않아 확실하진 않아도 제 손에 점점 힘을 받는 유두는 확실히 탐스러울 정도로 봉긋했다. 맛있는 음식을 보는 것처럼 혀 아래 침이 돌았다.
“좀.”
“…….”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커졌다니까. 서하림이 하도 열심히 괴롭혀서.”
“괴롭힌 거 아니고 예뻐한 거라고 말했을 텐데.”
“응. 하도 열심히 예뻐해서.”
동규는 하림의 양 볼을 잡아 키스했다. 하림이 눈을 감지 않아 동규도 눈을 감지 않았다. 하림의 고른 치아를 훑고 입술을 간질여도 하림이 턱에 힘을 주고 입을 앙다물었다.
“왜, 키스하고 싶어.”
“생각 정리하고 싶다며.”
“그건…… 그거고 일단 또 예뻐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 세워서 아프게 빨아도 좋아. 손톱으로 짓눌러 줘.”
“변태야, 김동규.”
“알아. 아, 아파.”
하림은 동규의 유두 한쪽을 세게 꼬집었다. 아픔에 찌푸리는 동규의 얼굴에 하림은 다리 사이로 열이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으, 아…….”
“여기 예뻐해 줄 테니까 너도 내 아래 예뻐해 주고 집에 가.”
“으응, 응.”
아파하면서도 동규는 하림의 허벅지 안으로 손을 뻗었다. 바지 위로도 느껴지는 커다란 손에 하림은 작게 몸을 떨었다. 하림은 동규의 손을 잡아 제 허리에 감았다. 제 허리를 동규의 팔로 단단히 감은 뒤에는 동규에게 입을 맞추며 침대로 동규를 데려갔다.
무릎 뒤로 침대가 닿자 동규가 별 저항 없이 뒤로 누웠다. 하림은 침대를 짚어 동규가 원하는 대로 이를 세워 전보다 커진 와인색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낮은 신음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다른 한쪽은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유두를 꼬집고 가슴을 할퀴었다. 뭐가 나올 것도 아닌데 하림은 동규가 허리를 뒤틀 정도로 강하게 동규의 유두를 빨아올렸다. 바르작거리는 동규의 두 다리가 귀엽다. 제 머리를 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손도. 아픔을 참지 못하고 동규가 우는 소릴 내며 제 머리를 떼어 낼 때까지, 하림은 동규의 가슴과 유두를 있는 힘껏 예뻐해 주었다.
동규의 생일을 제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당사자도 아니고 동규의 부모님도 아닌 하림이었다. 동규가 제 아래를 빨아 줄 때마다 꾸역꾸역 참으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나지막하게 읊조릴 때면 어른이고 뭐고 약속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동규의 위로 올라타고 싶은 적이 많았다. 동규의 생일 다음 날이면 스무 살이 되는 거고 동규와 약속했던 어른이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하림은 연말 가족 여행에서 빠졌다. 혼자 국내 여행을 해보고 싶단 핑계를 댔다. 실제로 동규와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보낸 다음 날부터는 6일이나 전국을 홀로 쏘다녔다. 부모님에게 인증 샷을 찍어 수시로 보냈지만 그건 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을 위한 초석이었다. 하도 하림이 열심히 사진을 찍어 보낸 덕분에 엄마에게서 ‘재밌게 놀고 있는 거 알겠으니 이제 사진은 그만 보내라’는 말이 나왔다.
엄마의 말에 하림은 바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마찬가지로 아프다는 핑계로 아빠가 계신 인천에서 미리 올라와 자길 기다리던 동규와 합류했다. 일주일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숨이 막힐 정도로 껴안고 보고 싶다는 말을 수도 없이 속삭였다. 엄마에게서 질렸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하림은 31일에 동규 보러 서울로 올라올 생각이었다.
동규가 캐리어라도 집에 두고 오자고 했지만 하림은 배가 출출해 캐리어를 들고 예약 해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한강 근처라 창가석에 앉으니 창밖으로 보이는 전경이 괜찮았다. 동규가 우와, 하며 창밖을 보고 있는 걸 하림이 휴대폰으로 찍었다. 찍지 말라고 하는 동규는 말만 그렇게 하고 조금 더 창밖 풍경을 살폈다. 이제 곧 일몰이라 해가 지기 시작하면 더 좋을 것이다.
늘 그랬듯, 디너 코스를 2인 주문하며 동규가 더 먹고 싶은 메뉴들을 추가했다. 다른 날도 아니고 생일이니 비싸고 좋은 거 먹이고 싶은 마음에 사실 프렌치 레스토랑보다는 한정식집인 정명원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거기는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포함한 집안 어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선택지에서 제일 먼저 빼야 했다.
부모님과 가 보지 않은 레스토랑 중에 하늘이 괜찮다고 추천한 곳이라 그런지 처음 왔지만 하림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게다가 하늘이 알려 준 비밀이 있는데, 예약 시 오너 셰프에게 기념일 케이크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고급 정보라며 하늘이 알려 주면서도 몇 번이나 생색을 냈는지 모른다.
디저트로는 크렘브륄레와 초콜릿딸기, 마카롱이 나왔다. 하림이 따로 주문한 케이크도 함께.
“이런 케이크도 여기 디저트야?”
“그럴 리가요. 여행 전에 따로 주문했지요.”
하림은 케이크 옆에 가지런히 누워 있는 초와 토퍼를 꽂았다. ‘생일 축하해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는 문구와 고깔모자를 쓴 채 웃고 있는 곰돌이가 퍽 귀여웠다. 동규는 머쓱해 뒷머리만 애써 긁었다.
“케이크는 진짜 완전 맛있는 바나나 시폰케이크. 나도 같이 먹으려고 생크림 많이 달지 않게 해 달라고 했는데 잘 됐나 모르겠다. 초에 불 붙여. 생일 축하 노래 불러 주게.”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곳이라 하림도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사랑하는’ 부분에서는 하트라도 날려 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그럴 수 없는 게 아쉬웠다. 하림이 노래를 마치자 동규가 작게 박수를 쳤다.
“이제 소원 빌고 초 불어.”
“응.”
손을 기도하듯 모은 동규가 눈을 꾹 감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소원이 길어질 때쯤, 동규가 눈을 뜨고 불을 껐다.
“와아. 김동규 소원 다 이루어져라.”
이번에는 하림이 박수를 쳤다.
케이크는 많이 달지 않아 하림이 먹기에도 딱이라 배가 부른데도 술술 들어갔다. 첫 입을 먹은 동규는 잠시 충격적인 맛에 할 말을 잃었다가 하림에게 조심스럽게 어디서 주문한 건지 물었다. 하림은 대답을 해 주려다가 말고 동규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다른 손님들에게는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이란 점도 마지막 줄에 적었다.
“너무 맛있어. 진짜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아.”
“더 먹고 싶은데 나는 여기서 끝. 아 배불러. 너 다 먹어.”
얼그레이 티로 입가심을 한 하림이 접시를 옆으로 밀고 케이크 먹는 동규를 본격적으로 관찰했다. 의자 끄트머리에 앉아 아예 턱을 괴고서 보고 있자니 동규가 더 먹을 수 있게 하나 큰 사이즈로 주문할 걸 후회가 들었다. 그런 하림을 보다가 동규는 말을 건넸다.
“편하게 앉아.”
“지금이 편한 자센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미소를 띤 얼굴은 눈까지 반짝거렸다. 동규는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에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케이크를 크게 잘랐다.
“하고 싶지.”
“응?”
하림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하림과 마주 보고 있던 동규에겐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턱을 괴고 있는 하림의 손이 볼 위를 피아노 치듯 움직였다.
“빨리…… 먹을게.”
“천천히 먹어. 겨울은 아침 해가 늦게 뜨잖아.”
무슨 뜻인지 이해한 동규가 부끄러움에 살포시 웃었다.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네. 달콤한 케이크가 더 달게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면 생일 선물 줄게.”
“안 줘도 되는데.”
“얼마나 예쁠지 상상하면서 고심 끝에 고른 거니까 그런 말 하지 마라.”
“응.”
“그냥, 내가 주고 싶어서 산 거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돼. 딱 보는데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하림이 고른 거라면 뭐든 다 예쁠 거다. 동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입가심을 하며 고개만 끄덕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좀 걷고 싶다는 하림의 말에 산책을 했다. 6일간 떨어져 있으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그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사실 수시로 메시지 주고받고 틈나는 대로 전화하느라 다 했던 얘기들인데 또 들어도 재밌었다. 얘기하다 보면 잊고 있던 새로운 얘기도 나오고.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다 좋았다.
택시 타고 오는 동안 하림은 동규랑 눈을 마주치는 게 괜스레 부끄러워 창밖을 보면서 얘기했다. 집과 가까워질수록 심장도 두근두근 뛰어 왔다. 동규도 마찬가지여서 하림의 말에 열심히 대답해 주다가 점점 말수가 적어졌다.
먼저 내린 하림이 준비할 게 있다며 집으로 빠르게 달려 사라졌다. 동규는 트렁크에서 하림의 캐리어를 꺼내 손잡이를 끝까지 올렸다. 하림의 집에, 방으로 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경쾌하게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헛돌았다. 좋아서 몇 걸음 걸었다가 부끄러워 뒷걸음 치고 큰마음 먹고 성큼성큼 걸었다가 또 부끄러워 멈춰 서고. 멀지도 않은 하림의 집까지 가는 길이 한없이 늘어졌다.
딩동 하는 벨소리도 오늘따라 유난히 더 크게 들렸다. 동규는 괜히 캐리어 손잡이를 끝까지 내렸다가 쭉 올렸다. 몇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해도 하림이 나오지 않아 동규는 다시 벨을 눌렀다.
“늦게 열어서 미안.”
하림은 현관문의 모든 잠금 장치를 걸어 잠갔다. 풀리지 않는지 몇 번씩 단단히 확인을 한 뒤에야 하림은 안으로 들어왔다. 동규가 커다란 캐리어를 들어 주었다. 방에 올라올 때까지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같이…… 씻어야겠지? 같이 씻을래.”
“응.”
“어, 그래. 우리 오늘, 그, 옆에 게스트 룸에서 잘 거야. 속옷이랑 잠옷 줄게. 잠시만.”
“오늘 진짜 집에 아무도 없는 거 맞지.”
“응.”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어 둔 동규가 하림의 앞에 섰다. 하림의 턱을 살짝 잡고 입을 맞추자 하림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밤새 아무도 없이, 우리 둘만.”
“응.”
가슴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동규는 하림의 니트를 잡아 벗기고 도톰한 셔츠도 단추를 빠르게 풀었다. 그리고 제 옷을 벗어 던졌다.
“잠깐만. 좀 씻고.”
하림은 동규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런데 동규가 하림을 껴안고 입을 맞추느라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하림이 동규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개를 돌려 입술을 뗐다.
“욕실까지만, 욕실은 가야지.”
“하림아…….”
“그렇게 애타게 이름 부르지 마. 나도 참느라 죽겠으니까.”
욕실은 또 왜 이렇게 환장할 정도로 멀리 있는 것인지. 하림은 열이 오른 뺨에 부채질을 하면서도 동규의 손에 깍지를 꼈다. 그리고 욕실까지 빠르게 걸어갔다. 욕실 문을 열기가 무섭게 동규가 하림에게 입술을 들이댔다. 하림은 동규를 받아 주면서 욕실 문을 닫아 잠갔다. 두 사람은 입술을 떼지 않은 상태로 나신이 되었다. 키스만으로도 발기한 두 개의 성기가 비벼지며 주변 공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하림은 동규를 껴안은 채로 다리를 움직였다. 더 안쪽, 샤워 부스로 들어가 씻고 싶었다.
따끈한 물이 쏟아졌다. 하림은 발뒤꿈치를 들어 동규에게 좀 더 찰싹 붙었다. 맨살이 물에 젖어 미끈거렸다.
“빨리 씻고…… 나가자.”
“씻겨 줄게. 빠르게.”
동규는 바디 워시로 거품을 내 하림의 몸을 목부터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 하림은 손을 뒤로 뻗어 물을 잠갔다. 물소리가 사라지자 고요했다. 동규가 거품이 가득한 샤워 볼로 하림을 닦아 주는 소리만이 들렸다. 동규가 점점 내려가다 발끝까지 닦아 주었을 때 하림은 동규를 일으켜 세워 동규의 손에 있던 샤워 볼을 뺏어 들었다.
“나도.”
동규가 시간을 들여 하림을 살살 닦아 준 것과는 다르게 하림은 동규의 몸을 빠르게 훑어 나갔다. 다급한 하림의 손짓에 동규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림이 웃지 말라고 한 소리 했지만 급한 건 사실이었다.
“나가자.”
“아직 거품 다 안 닦였어.”
“거의 다 닦였어.”
“그리고 뒤에 좀 풀어 주고 나가고 싶은데.”
샤워 부스의 유리벽을 연 하림이 동규의 말에 잠시 굳었다가 문을 다시 닫았다. 동규는 하림이 주춤거리며 제 앞으로 돌아오는 동안 두 손을 깨끗이 씻어 두었다. 하림의 발을 따라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로 돌아야…… 할까.”
“아니.”
“그럼 안아 줘.”
“응. 이리 와.”
동규는 제 품에 들어온 하림의 허리를 한 팔로 감았다. 하림이 동규의 목을 껴안으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프지 않게 해.”
“응.”
남은 한 손으로는 바디 워시 옆에 있던 오일을 가져와 뚜껑을 열어 하림의 허리에 오일을 부었다. 중력을 따라 오일이 빠르게 흘러 엉덩이 사이로 흘러내렸다. 하림이 동규를 껴안은 팔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동규는 제 손가락에도 오일을 충분히 묻힌 뒤 오일을 원래 자리에 올려놓고 하림의 한쪽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넣는다. 아프면 말해.”
“응.”
손가락을 넣기 전 동규는 하림의 젖은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오일로 미끄러운 손가락을 하림의 뒤에 대고 비볐다. 동규의 손가락이 닿자 움츠러드는 주름들이 느껴졌다. 하림은 본능적으로 드는 거부감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규의 목을 세게 끌어안았다.
“괜찮아. 힘 빼. 긴장하면 더 아파.”
일단 하나는 들어가야 하림도 저도 편할 것 같아 동규는 억지로 구멍을 벌려 손가락을 넣었다. 하림에게서 숨을 참는 소리가 들렸지만 동규는 멈추지 않았다. 잡았던 엉덩이를 놓고 하림의 등을 토닥였지만 하림이 힘을 빼지 못해서 그런지 손가락이 들어가는 속도가 느렸다.
뜨겁게 달라붙는 내벽에 동규는 손가락 하나가 반도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사정을 할 뻔했다. 그래서 하림이 숨을 고르는 게 목덜미에서 느껴졌음에도 억지로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손가락 하나가 끝까지 안으로 들어가자 머리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곧바로 동규는 제일 긴 중지로 주름을 꾹꾹 눌렀다. 당황한 하림이 벌써 또 넣느냐며 물어 왔다.
“이렇게 풀어 놔야지 안 그러면 이따가 찢어질지도 몰라. 긴장 풀어.”
손가락이 하나가 더 들어오자 하림은 저도 모르게 자꾸 뒤를 조였다. 동규의 말처럼 힘도 긴장도 풀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다. 동규의 손가락은 크고 두껍고 길어서 하나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또 하나가 들어오니 미칠 것 같았다. 동규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모두 느껴졌다. 뒤가, 고작 손가락 두 개 들어갔다고 뜨거웠다. 동규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넣는다고 했을 땐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규의 성기 크기를 생각하면 참아야 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왔다. 길고 큰 손가락이 하림의 안에서 자리를 잡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림의 눈꼬리에 달려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동규는 손을 뻗어 물을 틀었다. 따뜻한 물에 하림의 굳은 몸이 풀리길 바라면서.
“아, 잠, 으…… 하아…….”
“너무 조여. 내 거 넣기 힘들 것 같은데. 서하림, 분발해 봐. 우리 이제 어른인데 또 좆만 비비다 끝낼 수는 없잖아.”
“후우, 좀 기다려.”
하림은 손을 뒤로 해 동규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길 반복했다.
“손가락 움직이지 말아 봐.”
“응.”
천천히, 숨쉬기를 반복하자 하림의 빠듯한 안쪽이 조금씩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전히 좁아 아주 미세한 차이였다. 오로지 하림의 안에 손가락을 처넣은 동규만이 알 수 있는 차이. 하림은 힘을 아주 많이 뺐다고 생각하고 잡고 있던 동규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이제 됐어?”
“……응.”
“손가락 움직인다.”
“천천히, 아!”
동규는 세 손가락을 있는 힘껏 벌렸다. 하림의 두 눈이 크게 뜨이며 작은 소리를 질렀다. 손가락으로 벌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안이 전부 강제로 열리는 느낌이라 겨우 풀었던 힘을 다시 주었다. 하지만 동규 역시 힘으로 버티고 있어 하림이 아무리 뒤를 조여도 벌어진 뒷구멍은 닫히지 않았다.
억지로 벌릴 수 있을 만큼 벌려 봤지만 동규는 작아도 너무 작은 구멍에 하림의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최대한 뒤를 풀 수 있게끔 손가락을 움직여 안을 넓히고,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림은 동규의 손가락이 나갔다가 다시 치고 들어올 때마다 눈에서 번개가 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침도 제대로 삼키기가 힘들다. 차라리 얼른 해 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너무 좋으면, 아픈 것도 잊기 마련이니까. 동규가 걱정하는 건 하림도 똑같이 걱정하고 있지만 일단 어떻게든 하고 나면 뭐든 다 될 것 같았다.
하림은 동규에게 입을 맞추며 작게 속삭였다.
“이제 그만하고…….”
“…….”
“해 보자.”
“하지만, 지금 이거로는 한참 부족해.”
“알아. 그렇다고 밤새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차라리…… 일단 하다 보면.”
하림은 눈동자를 아래로 굴려 입술을 물었다. 참을 수 없는 건 동규도 마찬가지일 거다.
“뒤로 돌아.”
하림은 여기서 일단 멈추고 샤워 가운 입고 나간 다음 향초를 켜 둔 방으로 돌아가 푹신한 침대에서 하자는 뜻이었지만 하림의 뒤에서 손을 빼 성기를 쓸어 올리는 동규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하림은 뒤로 돌아 벽을 짚고 섰다. 동규가 바로 몸을 붙여 왔다. 동규가 하림의 것을 잡고 위아래로 치댔다. 한 번 사정하게 만들 생각인 것 같아 하림도 참지 않고 동규의 손에 사정했다.
하림이 사정한 것을 확인한 동규가 성기에 보디 오일을 흠뻑 뿌리고 하림의 엉덩이에도 잔뜩 뿌려 문질렀다. 하얀 몸이 열에 달아올라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동규는 하림의 엉덩이를 잡고 양쪽으로 벌렸다. 예쁜 모양의 구멍이 벌름거리며 동규를 유혹했다.
“내 거로 넓히는 게 제일 좋겠지. 손가락으로 해 봤자 무슨 소용이야.”
“근데, 들어갈 수 있어? 될까?”
“글쎄……. 일단 해 보고.”
귀두를 구멍에 댔다. 민감해진 귀두에 하림의 것이 벌름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동규는 아예 두 손 엄지를 구멍에 넣어 벌렸다. 강한 힘에 닫히지 못하는 곳으로 동규는 제 귀두 끝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손가락으로 그렇게 풀어 주고 오일도 흠뻑 뿌렸는데 잔뜩 벌어졌을 뿐 귀두가 들어가질 못했다.
“안 되나 봐…….”
“잠깐만. 힘 빼.”
좁은 곳을 손가락으로 더 활짝 벌리고, 허리 힘으로 강제로 밀어붙이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던 귀두가 좀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뒤로 물리면 안 될 것 같아 동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을 힘으로 쾅쾅 뚫어 버리듯이 쑤셔 댔다.
억지로 두꺼운 귀두를 삽입하고 나서야 손가락을 빼 하림의 어깨를 붙잡았다. 하얗게 질린 뒤가 귀두를 강하게 물었다
“아, 힘 좀…….”
“잠깐만, 아, 잠시만, 잠시만 동규야, 으윽, 아…….”
손가락으로 되게 잘 풀어 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하림의 뒤는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게 처음인 것처럼 동규의 성기를 조여 댔다. 동규는 사정감보다, 아픔에 얼굴을 찌푸렸다. 바로 조금 전에 사정을 해서 온몸이 풀려 있을 법도 한데 하림의 안은 너무 뜨겁고 좁고 아팠다.
빼는 게 좋을까.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이제 겨우 끄트머리인 귀두만 들어갔는데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좁은 곳에 큰 것을 강제로 쑤셔 넣으려고 하니 당연한 거였다.
“다시…… 다시 빼는 게 좋겠어.”
“아니, 잠,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잖, 아. 빼지 마. 빼다가 진짜 찢어질 것 같, 으윽…….”
하림은 동규의 것을 물리는 대신 힘을 빼 감당할 수 없는 크기를 받아 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달랬다. 단순히 손으로 만졌을 때 느낀 크기와 안에 넣어 느껴지는 크기는 천지 차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동규의 손을 가져와 제 눈을 가렸다.
“해, 어서…….”
동규는 떨리는 하림의 손이 평소처럼 차갑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동규는 하림의 어깨를 끌어안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안쪽 살이 벌어지는 건지 뜯어지는 듯한 감각이 성기에 전해졌지만 반쯤 들어간 성기에 동규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림은 충격에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려 댔다. 막힌 건 뒤인데 숨구멍이 막힌 기분도 들었다.
귀두만 들어가 있을 땐 끝만 조여 힘들었으나 막상 더 넣고 보니 성기를 감싼 내벽의 힘이 성기 전체에 느껴져 아픔보다는 쾌락이 온몸을 강타했다.
“아, 아…… 아프…… 하읏, 다…… 들어갔어?”
발발 떨리는 하림의 어깨에 동규가 입을 맞췄다. 떨림이 잦아들 때까지 혀로 핥고, 빨기도 했다. 숨만 토해 내던 하림이 눈을 가리던 동규의 손을 내렸다. 손바닥에 입술을 대길 잠시, 손바닥에 볼을 대고 눕는 것처럼 얼굴을 비벼 댔다. 다 들어왔냐고 하림이 한 번 더 보채 왔지만 동규는 하림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몸을 주무르고 목과 어깨에 입을 맞췄다.
“뒤하고, 배 안쪽이…….”
하림은 고개를 돌려 동규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젖은 얼굴이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이상하고…… 너무 아파.”
동규는 하림에게 키스하기 위해 몸을 조금 움직였다. 그러자 삽입된 성기의 각도가 달라져 하림이 얼굴을 찌푸렸다.
“미안해. 근데, 아직 다 안 들어갔어.”
“뭐……라고?”
“더 안 들어가. 좀 남았어.”
“얼마나? 몇 센티?”
“……몰라.”
“미친놈. 왜 이렇게…… 커.”
“미안해.”
“미안하면 빨리, 으, 키스나 해.”
동규는 하림에게 입을 맞추며 허리를 뒤로 살짝 물렸다. 하림이 아파하는 소리가 입 안에 울렸다. 동규는 하림의 성기를 잡고 귀두를 엄지로 슬슬 만졌다. 앞뒤로 자극을 당하자 하림은 다리가 풀리는 듯했다. 동규가 안고 있는 데다가 성기까지 삽입되어 있어 바닥에 주저앉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동규가 거의 끝까지 뺐던 성기를 천천히 삽입하자 하림은 더 이상 동규와 입을 맞추고 있을 수가 없어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아, 으…… 하읏, 으아, 김, 하아…….”
“하림아, 너무, 너무 좋아……. 안에, 뜨겁고, 읏, 아, 조이는 게, 아, 일단 나 한 번 싸고.”
사정을 겨우 참은 동규는 힘으로 끝까지 삽입했다. 느리게 성기를 밀어 넣는 동안 하림이 몸을 발발 떨어대며 신음을 흘려댔다. 하림이 이상하다고, 그만하라고 했지만 동규는 멈추지 않았다.
제일 안쪽까지 성기를 밀어 넣자 갑자기 훅 좁아지는 곳에 동규는 본능적으로 귀두를 비벼 대다가 사정했다. 안이 너무 좁다 보니 정액도 시원하게 나가지 않았다. 동규는 허리를 조금 뺐다. 그러면서 사정을 했더니 특이한 느낌이 들었다. 사정 중이라 잔득 민감해진 성기가 하림의 내벽에 자극을 당하니 뒷목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다.
“왜, 왜. 했잖아, 안에 쌌는데 왜…….”
동규가 제 안쪽에 사정하는 게 정액이란 걸 알지만 양이 많아 하림은 혹시나 싶은 두려움이 일었다. 비좁은 곳에 사정해서 그런지 사정하는 시간이 긴 것도 한몫했다.
사정으로 다소 힘을 잃은 성기를 동규는 꺼내지 않고 안으로 다시 밀어 넣었다. 단단한 때보다는 힘을 조금 잃었어도 여전히 동규의 것은 무서운 기세로 흉흉했다. 자위를 할 때 사정을 마친 성기를 건들면 찌릿찌릿하고 건들면 안 될 것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런 민감한 상태로 피스톤질을 하니 말도 못하게 환상적이었다.
동규는 아예 하림을 끌어안고 허리를 거칠게 놀렸다. 놀란 하림에게서는 곧이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동규의 입에서도 온갖 신음과 욕이 튀어나와 하림의 어깨와 뒷목을 물어 댔다.
사실, 동규는 허리 짓을 한다는 자각은 있었어도 하림을 사정없이 깨물고 있다는 건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사정 후 머릿속이 하얗게 빈 탓이었다.
하림은 제 안에서 동규의 것이 다시금 커져 가는 것을 느꼈다. 사정을 한 직후에도 계속 움직이는 동규의 행동에 경악을 할 여유가 남아 있지 못했다.
어느새 하림도 아픔보다 쾌락이 크게 느껴져 동규의 것이 커져 가며 제 안에서 부피를 늘리는 것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벽과 동규의 사이에 눌리는 압박감도, 가슴이 벽에 쓸리는 것조차 성적 자극이었다.
“윽, 하읏, 김동, 규, 핫…… 아, 흐으…….”
“좋, 지. 하림아, 읏, 하악, 으, 좋, 하아, 아!”
“응, 좋아, 좋…… 은, 아윽…….”
성기를 뺐다가 끝까지 처올릴 때마다 하림은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동규를 보고 싶은데 이 자세로는 동규를 보는 것도 잡는 것도 불가능했다. 얼굴 보고 하고 싶으니 잠깐만 빼 달라는 짧은 말도 하림은 할 수가 없었다.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동규 때문에 단어들이 조각조각 흩어졌다.
동규는 삽입을 더 쉽게 하기 위해 하림의 다리 하나를 들어 허벅지를 세게 잡았다. 뒤가 벌어져 성기가 들어오고 나가기가 수월해졌다. 그렇다는 것은, 하림의 더 깊숙한 곳까지 동규의 성기가 들어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림은 어딘가가 망가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차올라 제 뒷목을 핥고 있는 동규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꽤 강한 힘으로 잡은 건데도 동규는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동규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하림은 아래가 쓰라리고 배 안쪽이 두드려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뒤가 벌어지는 감각에 배 속은 터질 것 같지,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망가지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자, 잠시만 읏, 그만, 아, 동규야, 너무 깊어, 잠깐만 좀. 제발, 흐아…….”
사정 직전 동규는 제 것을 뺐다. 한참이나 성기로 틀어막혀 있던 곳에서 동규의 정액이 뚝뚝 떨어졌다.
동규는 하림을 바로 돌려 안고 키스를 했다. 하림에게 혀를 넣어 달콤한 침을 전부 빨아 마실 기세로 굴었다. 하림이 동규의 목에 팔을 감아 제 입 안을 헤집는 동규의 혀를 따라 천천히 혀를 움직였다.
살 것 같다. 정신없이 몰아치던 것도 힘들었지만 동규가 성기를 뺄 때는 아래가 허는 줄로만 알았다. 잠시의 쉬는 시간에 하림은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그마저도 동규가 다시 하림의 다리 하나를 들어 올리고 삽입하려고 하는 탓에 사라졌다.
“잠…….”
기다리라는 하림의 말은 동규의 입 속에 먹혀 동규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하림의 안으로 다시 파고들었다. 뜨거운 하림의 안쪽은 여전히 삽입하기엔 좁았다. 이번에도 힘으로 귀두만 박아 넣고 조금 천천히 밀어 넣었다.
처음 삽입했을 때보다 훨씬 뜨거운 걸 보니 여린 살이 부은 듯해서였다. 동규는 하림의 안으로 제 것이 자취를 감추자 입술을 뗐다. 두 사람 다 숨이 모자라 할딱거리면서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콘돔을 사 놨는데.”
“응, 아, 하림아 힘 좀 으…….”
“미친…… 것 같다.”
“안에 좁아서…… 터질 것 같아. 뜨거워.”
하림은 동규의 것이 들어간 제 뒤를 만져 보았다. 분명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온 게 맞는데도 동규의 말대로 다 들어가지 못한 동규의 것이 느껴졌다.
“무식하게 커.”
“누가 할 소린데. 움직인다.”
“아니, 기다려.”
하림이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동규의 가슴을 밀었다. 하림의 안에서 빼고 싶지 않은 동규가 상체만 뒤로 뺐다. 하림이 입술을 깨물며 동규의 젖꼭지를 세게 꼬집자 동규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
나가는 것도 자극이라 하림은 눈을 감았다 떴다.
“이제…… 가서 해.”
허리와 뒤가 말도 못하게 얼얼했다. 하림은 허리를 짚고 걸음을 뗐다. 그런데 동규가 저를 따라오지 않았다.
“뭐 해.”
“뒤에…… 새는데.”
“……나도 알아.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는데 뭔 상관이야.”
“아까워.”
동규는 앞서 걷는 하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림의 두 팔을 들어 제 목에 감은 동규는 하림을 안아 올렸다. 하림이 동규의 허리도 다리로 감으며 유쾌하게 웃었다.
“와, 진짜 김동규 힘 존나 좋아.”
“…….”
“바닥 미끄러우니까 조……심.”
뒤로 동규의 정액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힘을 주고 있던 하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동규가 힘으로 벌린 뒤쪽에 제 것을 쑤셔 넣었기 때문이었다.
“미친, 아, 읏!”
몸무게 때문에 끝만 삽입해도 반 정도는 어렵지 않게 들어갔다. 하림은 더 이상 동규의 것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위로 올렸다. 하지만 동규가 하림의 허리를 안아 강하게 내리눌렀다. 서 있을 때보다 몸이 굽어 전립선이 자극되었다. 하림은 동규가 걸음을 뗄 때마다 두꺼운 기둥에 전립선이 눌려 동규의 가슴팍에 정액을 핏핏 쏘아댔다.
“걸, 걸어갈래.”
“내일 아, 바닥 닦는 수고 덜자. 으, 하림아 그만 좀 조여.”
“그러니까 내려 놓, 으라고. 아!”
동규가 하림에게 입을 맞추었으나 안을 다각도로 찔러 오는 성기에 하림이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럴 때마다 하림이 허벅지에 힘을 주어 동규도 허리가 아파 왔다. 어서 침대 위에 눕혀 놓고 마저 하는 게 좋겠다. 동규는 하림의 목젖 근처에 계속 입을 맞추며 게스트 룸 문을 열었다.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예쁘게도, 꾸몄네.”
하림이 준비한 건 향초와 무드등이 전부였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동규는 하림을 침대에 내려놓고 제 성기를 뺐다. 내벽이 동규의 것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물고 늘어진 탓에 빠지면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콘돔은 어딨어.”
“옆에 서랍에.”
숨을 고르느라 하림의 가슴팍이 크게 오르내렸다. 동규는 온통 영어가 쓰여 있는 콘돔을 찢어 제 것에 씌웠다. 굉장히 얇아 콘돔을 썼다는 감각만 있지 눈으로는 콘돔을 쓴 줄도 모를 정도였다. 침을 삼키고 하림의 다리를 잡아 벌려 삽입하려는데, 하림이 몸을 돌려 서랍에서 러브 젤을 가져왔다.
“이것도.”
하림은 잔뜩 서 있는 동규의 것 위로 젤을 짰다. 차가운 것이 귀두에 닿아 몸이 떨려왔다. 하림은 러브 젤이 동규의 성기에 골고루 묻을 수 있도록 위아래로 손을 움직였다.
“아 씨발, 쌀 것 같아.”
“참아 봐.”
하림은 동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웃었다. 그 웃음에 동규의 것이 크게 움찔거렸다.
“이제…… 그만해. 너무…… 아, 넣고 싶어.”
“음.”
동규의 발기한 성기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어 젤이 진득하게 녹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림은 러브 젤로 범벅이 된 제 손을 내려다보다가 동규의 가슴을 잡았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모아 잡자 동규가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만 만지고.”
그렇게 말하며 하림은 러브 젤을 손바닥에 좀 더 짰다. 젤로 축축이 젖은 손바닥으로 동규의 유두를 꾹꾹 눌렀다. 하도 만져주고 빨아 대서 커진 동규의 것이 손아래서 꼿꼿이 서면서 손바닥을 간질였다. 동규의 가슴을 만져 댈수록 하림의 것도 힘을 받아 발기했다. 하림은 동규가 싸지 않기 위해 요도를 막는 것을 보고 손을 뗐다.
“미안.”
체온에 녹은 러브 젤이 가슴을 타고 내려와 유두에 한 방울 매달렸다, 떨어졌다. 하림은 입술을 축이고 그 광경을 보다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진짜…… 야해 빠졌어, 너는.”
동규는 하림에게 달려들어 입을 맞췄다. 하림이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동규는 지금 바로 터질 것 같은 제 성기를 하림의 안에 쑤셔 넣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청명하던 웃음소리엔 삽입이 시작되자 아파하는 소리와 신음 소리가 섞여 들었다. 그래도 하림은 아픔에 미간을 찌푸릴지언정 미소를 거두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