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외전 22화>
“이게 무엇입니까?”
“공손가의 가전무공을 해설해 놓은 것이다. 본디 공손검세는 남자가 익히기 적절치 않은 무공이다.”
“예? 하지만 본가의 역대 최고수들은 모두 남자였습니다.”
“그건 남자로서의 불리함을 넘는 순간 큰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하여, 네 오라비들이 연단 방법을 바꾸면 금방 무공을 되찾을 수 있을 게다.”
“그럼 여기에…….”
“그래, 방법들을 적어 놓았다.”
공손혜미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서책을 받자, 상소윤이 너무 잘됐다는 듯 그녀의 등을 쓸어 주었다.
“저는 정녕 조상의 덕을 보는 것입니까?”
“아니다.”
“그럼…….”
“네가 앞으로 살아가며 쌓을 선업의 덕을 미리 보는 것뿐이다.”
“…….”
무언가를 생각하던 공손혜미가 진유성과 신주청에게 절을 올렸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진유성과 공손혜미의 눈빛이 스쳤고, 고개를 끄덕인 진유성이 말했다.
“이제 홀로 돌아가거라. 공손세가로.”
“뭐? 왜! 같이 가야지!”
상소윤의 말에 신주청이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공손 소저는 홀로 돌아가야 합니다.”
천마신교주가 공손혜미를 ‘소저’라고 칭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주청이 공손혜미가 상소윤의 친구란 걸 존중해 준 것.
그걸 깨달은 공손혜미는 다시 한번 놀라움으로 상소윤을 쳐다봤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소윤이었다.
“왜요! 왜 혼자 가요!”
“공손 소저가 장백산에서 요녕성으로 향하는 여정이, 공손세가 번영의 첫 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요?”
“그게 무림(武林)이니까.”
결국 상소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공손혜미의 손을 잡았다.
“내가 조만간 집으로 놀러 갈게. 그래도 되지?”
“정말 기다려도 될까?”
“일 년 안으로 반드시 갈게.”
공손혜미는 웃으며 상소윤과 포옹을 나눴다.
그리곤 진유성과 신주청에게 포권지례를 올리고, 백두산 천지를 떠났다.
공손혜미가 사라지자마자 상소윤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신주청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왜 그러십니까?”
“아저씨는 미의 기준이 한국에 가깝죠?”
“혼재되어 있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제 인식이 중요할 뿐, 어느 쪽 미추의 기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가 옳겠군요.”
“좋아요. 그럼 혜미랑 잘해 봐요.”
“……?”
“나이가 좀 많긴 하지만 아저씨도 오래 산다면서요. 게다가 직책도 높고, 일단 어려 보이고.”
“…….”
진유성이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는데, 이번엔 희번덕거림이 진유성을 향했다.
“야!”
“왜 그러느냐.”
“여기 앉아. 그리고 눈을 감아.”
“뭐?”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진유성이 별수 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자, 상소윤의 진유성의 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상소윤은 예쁘다……. 상소윤은 예쁘다……. 아주 아름답다…….”
“…….”
“듣기만 하지 말고 너도 속삭여. 마음 깊이.”
“대체 뭐 하는 짓이냐?”
“네가 옛날에 그랬잖아. 중원 차원도 점점 네 영향을 받아서 미의 기준이 바뀔 거라고.”
“정확히 말하면 전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나의 심상 세계와 주파수가 맞아 간다는 뜻이다.”
“그게 그 말이잖아?”
“얼추 맞긴 하지.”
“그러니까 빨리 너의 심상을 옳게 된 미의 기준으로 가득 채워.”
“어째서?”
“그래야 혜미도 이 세상에서 예뻐 보일 거 아니야!”
상소윤의 행동을 이해한 진유성과 신주청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게 상소윤이다.
이런 여인이기에 진유성과 평생을 함께하게 된 게 아니겠나.
거기까지는 훈훈했으나.
“상소윤은 예쁘다……. 상소윤은 예쁘다……. 아주 아름답다…….”
“상소윤, 나도 잠이라는 걸 좀 자고 싶다.”
“상소윤은 예쁘다……. 상소윤은 예쁘다……. 아주 아름답다…….”
“제발 그만하면 안 되겠느냐?”
그렇게 몇 달을 고통받았는지 모르겠다.
* * *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두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상소윤은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다.
커리어의 시작을 맞이한 초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최선의 노력이란 보통 밤샘과 밤샘을 의미했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대체 어떻게 버티는 것이냐?”
피곤하기도 힘든 몸이 된 상소윤이 피곤해하는 걸 본 진유성은 걱정했지만, 상소윤은 힘듦 속에서 기쁨을 느꼈다.
점점 쇼에 올라가는 그녀의 옷들이 많아지고, 그녀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니까.
그렇게 상소윤이 커리어에 매진하는 사이, 진유성도 두 가지 일에 집중했다.
첫째는 게이트 사태가 천천히 종식될 거라는 걸 각국 정부에 고한 것이었다.
원래의 게이트는 세쌍둥이 마도사가 아카샤를 오염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
그러니 세쌍둥이 마도사가 없는 지금은 그들의 흔적이 없었다.
다만 게이트 사태로 인해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기에 인과율의 보정을 받아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었다.
인위적인 현상이 아니니, 흥했으면 쇠하는 것이 마땅하다.
진유성이 인과율의 균열도 해결했으니 게이트 사태는 더더욱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천천히가 정확히 얼마의 기간입니까?”
“글쎄. 짧으면 십 년일 거 같고, 길면 이십 년?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네.”
각국 정부의 인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몇 달 만에 갑자기 게이트가 없어지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나, 십 년 이상이라면 대비할 수 있다.
“그럼 각성자는 어떻게 됩니까?”
“게이트가 쇠락하는 것과 비슷하게 힘을 잃겠지.”
“종내에는 완전히 일반인이 됩니까?”
“아냐, 그 정도는 아니고 일반인보다는 강하지만 총화기 앞에 무력한? 그 정도가 될 거야.”
“현재 F급 정도로 보면 됩니까?”
“그거보다 훨씬 약하지. 대신 급수로 규격되지 않는 가능성을 얻게 되지.”
게이트가 닫히면 힘의 원천은 사라지지만, 각성자들은 상단전이 열려 있다.
오감이 발달한 이들 중에는 상단전을 통해 본인의 힘을 쓰는 법을 익히는 이들이 나올 거다.
‘어쩌면 그들이 지구 무림의 시초가 될 수도 있겠군.’
중원의 무공을 익힐 순 없겠으나, 어쨌든 스스로를 연단해 힘을 사용하는 게 무와 공이니까.
진유성은 그렇게 각국 정부들과 자연스럽게 각성 사회를 해체할 방법을 논했다.
굳이 진유성이 돕지 않아도 될 일이었으나, 돕는 게 마음 편한 일이다.
고소득을 올리는 각성자들이 언젠간 일자리를 잃는단 소리니, 분명 누군가는 방향 없는 분노를 품을 거다.
진유성이 두 번째로 집중하는 일은 공화 플러스였다.
심도훈 때문에 얼떨결에 시작한 일이지만, 공화 플러스를 서포트하는 건 꽤 재밌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감독직을 맡은 건 아니고, 감독위에 있는 총감독으로서 종종 잔소리를 했다.
“유준일. 너 어제 완전 건방지더라?”
“……티 났어요?”
“어. 상대가 만만해 보였어?”
“죄송해요…….”
“잘하려고 하지 마라. 넌 이미 잘하니까. 대신 최선을 다해라. 엉?”
처음에 구단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방문하는 진유성을 어려워했으나, 나중엔 반겼다.
팀에 약간의 문제라도 생길라 치면 귀신같이 달려와서 선수들을 재정비해 줬기 때문이었다.
“총감독님 일대일 한판 하시죠!”
“건방지군. 그 건방짐은 용의 것이냐 훈의 것이냐?”
“훈훈!”
“오늘 훈을 죽여 네 이름을 조용용으로 만들어 주지.”
게다가 선수들도 처음처럼 진유성을 어려워하지 않았고, 이제는 꽤 친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화 플러스는 승격 시즌에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첫 출전한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거둬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다음 해에는 기어코 정규 시즌 1위를 기록했으나, 세계 대회에서는 아깝게 준우승.
다음 해에는 꼭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자고 모든 선수들이 의기투합 중이었다.
더 이상 공화 플러스는 승격한 신생 구단이 아니었다.
명문 구단이었다.
그때쯤 전역한 심도훈은 2군 감독이 돼서 호시탐탐 1군으로 상승을 노렸으나…….
“안 판다.”
“아, 왜! 나 전역하면 판다며!”
“정이 들었다.”
“야, 생각해 봐. 너 진유성이야. 미친놈이라고. 미친놈이 무슨 정이 들어?”
“지금의 선수들이 이적을 하거나 은퇴할 때쯤 팔아 주지.”
“아, 그러면 무슨 소용인데!”
“날로 먹을 생각하지 말아라.”
여전히 최대 스폰서가 CMSG라서 2군 감독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옆에서 진유성의 코칭을 보고 배운 심도훈은 감독으로서의 재능이 있었다.
2부 리그 우승도 달성했고, 손수 뽑은 선수들이 타 팀으로 이적해 만개하기도 했으니까.
진유성은 말은 안했지만 3~4년쯤 뒤면 심도훈이 1군 감독을 맡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 *
지종수는 차근차근 연기자로서의 커리어를 늘려 갔고, 마침내 액션 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런 지종수가 떠올린 것이 진유성이었다.
지종수가 아는 한 진유성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그런 진유성에게 무술을 배우면 얼마나 화려할 것이고, 얼마나 뛰어날 것인가!
“아, 귀찮은데.”
“제발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진유성은 귀찮아했으나, 지종수의 끊임없는 노력(이라고 쓰고 징징거림이라고 읽는다)에 결국 과거 황실의 십팔반무예를 전수해 주었다.
내공이 없었기 때문에 황실 무예가 적당했다.
그 결과…….
“저, 종수 씨?”
“네!”
“무술팀이 짜온 그림과 비슷하긴 한데……. 너무 정적이지 않아요? 좀 더 몸 선을 크게 써 보는 건 어때요?”
“본디 무예란 정에서 동, 동에서 정으로의 변화를 이은 것입니다. 정할 때는 무거워야 하며, 동할 때는 단호해야 합니다.”
영화에서의 액션 비중이 대폭 편집당했다.
“어, 어째서!”
하지만 의외로 섬세한 감정 연기가 큰 호평을 받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나갈 수 있었다.
* * *
정새롬은 본인의 계획대로 공채 취업에 성공해, 회사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대정고 친구들 중 유일하게 계획한 삶을 살아가는 중.
물론 그렇다고 직장인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라서…….
“두고 봐, 정 부장. 진짜 두고 봐.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야.”
회사 부장이 열받게 할 때마다 다짐했다.
언젠간 내가 이 회사의 CEO가 되는 순간, 첫 인사는 부장실로 가겠다고.
* * *
제일 한량인 고인수는 갑자기 결혼을 선언했다.
놀랍게도 그 상대는 축가를 불렀던 상소윤의 중학교 동창이었다.
알고 봤더니 진유성의 거짓말로 도착한 호텔 라운지에, 우연히 그녀가 있었던 것이었다.
상소윤의 친구는 반갑게 인사하는 고인수를 보고 의아해했지만, 전후사정을 알게 되고는 묘한 인연을 느꼈다.
그렇게 몇 번의 만남 끝에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천생연분이라고 부를 정도로 잘 맞는 두 사람이었지만, 결혼 준비 때 약간의 소란이 있었는데.
“단추 있는 옷 안 입으면 안 돼?”
“턱시도 안에 티를 입겠다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아, 진유성 오는데!”
단추 공포증이 있는 고인수 때문이었다.
고인수는 결혼식 당일에도 진유성의 인수분해를 두려워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진짜 하지 말랬다. 손 내려놔.”
“미안하다. 이 손은 내가 움직인 게 아니다.”
“네가 아니면 누군데!”
“이건 일종의 척수반사와도 같은, 인수분……!”
“하지 마!”
축가까지 불러 준 친구의 결혼식을 지켜 주고 싶었던 상소윤의 노력 덕분이었다.
* * *
진유성이 예리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위험해 보이는 놈들은 없다.
하지만 마음을 풀면 안 된다.
진유성이 여전히 눈에 힘을 풀지 않은 상태로 귓가에 속삭였다.
“내 무림의 절대자로서 무림의 격언을 알려 주마. 무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아이와 노인이다.”
“응응.”
“즉, 이곳에는 위험한 이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다.”
“응응.”
“가장 강해 보이는 놈에게 가라. 가서 네가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줘!”
“어떻게?”
“엉덩이를 걷어차라!”
“으음…….”
“망설이지 마라! 주저함을 버려라!”
“알겠어!”
“좋다. 그 기세다, 꼬맹이.”
상도윤이 보무당당하게 어딘가로 걸어가자, 기겁한 상소윤이 다가와서 상도윤을 껴안았다.
“미친놈아! 저분 교장 선생님이야!”
“그건 중요치 않다. 이 구역의 절대자가 나라는 걸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상도윤?”
“응응!”
“아냐! 엄마!”
상도윤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진유성의 말을 너무 맹신해서 교장 선생님을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다는 것만 빼면.
* * *
진유성과 상소윤의 생은 길었고, 다른 이들의 생은 짧았다.
진유성과 상소윤은 때로 추억에 잠겼고, 때론 슬픔에 잠겼지만, 절망하진 않았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모든 감정을 얼마든지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렇기에 둘은 영생의 끝을 고하기 전에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약속했다.
셋이 되었다가, 다시 둘이 되는 일은 너무 슬프니까.
그렇게 긴 시간이 흘러, 지구에 더는 개변의 시간을 기억하는 이들이 남아있지 않은 시기가 되었다.
“다른 세계에 다녀오는 건 어떠냐?”
“다른 세계?”
“사회가 있고, 사람이 있고, 문명이 있는 타 차원의 세계.”
그들은 여행을 떠났다.
“와, 여기는 진짜 지구랑 비슷하다. 그치?”
“진짜 지구일 수도 있다. 행성도 윤회하고, 차원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니.”
여행은 즐거웠다.
“야! 멀더의 술법 좀 써 봐!”
“쓴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어들의 언어를 어떻게 소리 낸단 말이냐!”
“저게 무슨 문어야!”
“거대할 뿐, 두족류다!”
“아아아악! 공격한다!”
때론 배척받았지만.
“진유성, 상소윤. 그대들의 이름을 영원토록 기리며 대대손손 축복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가장 자비로웠고, 정의로웠던 이방인들이여.”
때론 존경받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차원의 인도에 몸을 맡기는 여행을 이어 나갔다.
* * *
지종수, 심도훈, 고인수, 정새롬.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네 사람이 함께 대정고에 입학한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네 사람이 친구가 된 건 그들의 부모님이 친하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이 친한 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부자였기 때문이니까.
부잣집 자제들이 대정고에 입학하는 건 별다른 일이 아니었고, 그들도 다 함께 대정고에 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 무슨 입학식에 축하 공연이 있냐.”
“그니까. 가도 되는 거 아니야?”
“가자, 가자. 오늘 출석일수도 안 잡는댔어.”
학교에 오고 싶은 거랑 입학식이 지겨운 건 별개였다.
그렇게 강당에 숨어 땡땡이를 치던 네 사람이 어디서 놀 것인가를 고민하는 순간.
우당탕탕!
체육 활동 장비들을 모아 놓은 강당 창고에서 요란한 소음이 들려왔다.
“뭐야? 누가 또 있나 본데?”
“선배들 아냐?”
“그런가?”
창고 쪽으로 다가간 네 사람이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야이 멍청아! 너 바보야?”
“난 정말 억울하다. 검이랑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착한 친구였다. 그게 마검일 줄 몰랐다.”
“아니, 네 힘을 알아봤으니까 착한 척을 한 거지! 처음부터 이상했잖아!”
“힘을 알아본 거랑 악한 건 별개다.”
“애당초 무생물 주제에 네 힘을 알아봤다는 거 자체가 위험한 놈이란 경각심은 왜 안 드냐고!”
웬 남녀였는데, 대충 그들과 비슷한 또래?
하지만 나누는 대화 내용이 좀 이상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심도훈이 지종수에게 소곤거렸다.
“쟤네 무슨 이야기하는 거지?”
“…….”
“게임? 아니면 영화?”
“…….”
지종수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의아함을 느낀 심도훈이 시선을 돌렸는데…….
지종수의 시선은 창고 안의 여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너무 예쁘다……!’
첫눈에 반한 얼굴로.
그때, 정새롬이 여전히 싸우는 두 남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두 사람이 싸움을 멈췄다.
그리곤 정새롬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지종수, 심도훈, 고인수를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감정을 듬뿍 담은 눈으로.
“그, 대정고 선배님들이신가요?”
남자가 입을 연다.
“이번엔 과거 차원이로구나. 독립 차원인가, 평행 차원인가.”
“네?”
“이 세계에 게이트가 있느냐?”
“……문이요? 무슨 문?”
남자의 등짝을 내리친 여자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보고 싶었어.”
아마도, 그들은 다시 친구가 될 것 같다.
외전 완결)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샤이나크입니다.
본편에 후기가 있는데 또 써도 되나 고민했지만,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적습니다.
외전을 써보는 게 처음이라서,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었는데 외전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들었습니다.
그냥 여전히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던 진유성과 친구들의 모습을 잠깐 쳐다보다가 글로 적은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외전을 좀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억지로 만들어내는 부분이 생겨날 것 같아서 멈추기도 했습니다.
딱 여기까지가 제 머릿속에서 여전히 잘 지내던 진유성과 친구들의 이야기였거든요!
다 쓰고 나니까 이 이야기까지 썼어야지 진짜 이 작품이 끝난 거 같다는 마음이 드네요.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오랜 연중을 하다가 돌아온 느낌입니다ㅎㅎ
그래서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레벨업 하기 싫은 천마님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혼자였다면 닿지 못했을 이야기에 독자님들 덕분에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도움 받았던 것 이상으로,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늘 잘되길 바라겠습니다.
샤라웃!
아, 참. 저 1월 말에 카카오페이지 신작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