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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205화 (205/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205화>

* * *

각성 마켓이 유지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정석 그 자체다.

마정석이야말로 각성 경제와 실물 경제를 연결하는 유일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증권가에는 마정석과 관련된 파생 상품이 존재했다.

과거에 중동 석유의 단가로 풋옵션과 콜옵션을 베팅하던 이들이, 이제는 마정석의 단가에 베팅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증권가에서는 이 마정석 파생 상품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마정석의 가격이 최고점을 찍고 있으니까.

고점은 언젠간 꺾이기 마련이고, 한 번 가격이 꺾일 때면 거품이 확 꺼지기 마련이다.

거품이 꺼지는 순간을 정확히 맞출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홍콩 제일의 투자사이자,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투자사 에 비밀리에 찾아온 손님의 말처럼.

“한국 각성 마켓의 마정석을 전부 사 버린다라…….”

HKPP의 회장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완벽히 신분을 감춘 채 VVVIP의 절차로 방문했지만, 국적은 감추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일부러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야만 HKPP가 이 계획에 동참할 걸 아는 것이었다.

남자의 국적은 일본이었다.

‘일본, VVVIP, KPM의 몰락에 배팅할 정도의 자금이라…… 후생연금기금을 이용하는 건가?’

몇 가지 단서들로 상황을 전부 꿰뚫어 본 HKPP의 대표가 입을 열었다.

“만약 한국이 마정석을 더 가지고 있다면 21세기 금융 사회에서 가장 멍청한 짓 아니오?”

“글쎄요. 현재 SG 마켓의 보유 마정석량은 1.1톤입니다.”

“SG는 거래량이 워낙 많아서 보유량보다 거래량이 더 많소.”

“알고 있습니다. 거래량까지 따지면 2톤 이상으로 봐야겠죠. 하지만 어쨌든 SG의 마정석 보유량이 1.1톤이란 말입니다.”

이어질 말은 뻔했다.

한국이 가졌다는 1.6톤 마정석이 의심스럽고, 설령 진짜라고 하더라도 바닥까지 긁어모았을 것이다.

“흐음…….”

HKPP의 회장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본인 남자가 말했다.

“KPM이 망하는 순간, 한국의 전반적인 주식 시장이 하락장에 접어들 겁니다. KPM 관련 상품뿐만 아니라, 코스피 관련 상품에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단 말입니다.”

“알고 있소.”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갬블러들은 남들이 다 아는 패로도 게임을 하기 마련이니까.”

한동안 고민하던 HKPP의 회장이 입을 열었다.

“후생연금기금을 HKPP에 투자해 주시오. 부연 설명이 필요하오?”

HKPP와 일본이 완벽히 한배를 타자는 소리였다.

보물섬에 도달해도 같이 도달하는 것이고, 파도에 침몰해도 같이 침몰하자는 것.

그러나 이는 침몰을 대비한다기보다는 확실한 연대를 구축하고자 함이었다.

서로를 쳐다보던 홍콩인과 일본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날, 아시아 전역에서는 이와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3주 뒤.

다국적 펀드 투자사 PPP가 출범하며, 금융계에 소문이 돌았다.

PPP가 KPM의 하락에 베팅했고, 엄청난 자금으로 마정석을 공략할 것이라고.

대다수의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PPP의 승리를 예측하고, 부랴부랴 KPM 하락 상품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관전 포인트는 KPM이 몰락할 것이냐, 아니면 상처를 입고 살아남을 것이냐였다.

2023년 6월 4일.

PPP가 KPM에 마정석 1,600kg의 구매 주문서를 발주했다.

“미쳤어! 1.6톤을 주문했다고?”

“800kg 정도라고 예측했었는데…….”

“도대체 자금이 얼마나 많은 거지?”

“민간 자금은 절대 아니야. 민간 자금은 이런 도박을 할 리가 없어.”

“일본이 베이스겠지?”

“아마도. 아시아의 첫 번째 각성 마켓을 용인할 수 없었던 거겠지.”

“KPM 관련 상품 배팅한 것 전부 확인해.”

전 세계의 유력 언론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다국적 펀드 투자사 PPP가 한국의 각성 마켓에 대한 공격을 시작…….

-경제 부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건강한 금융 거래가 아니라며 강한 비판을…….

모두가 동아시아 국가들의 소행임을 알았지만, 그것을 공식적으로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증거가 생기기 위해서는 PPP의 투자가 실패해야 했다.

그래야만 망한 투자로 인한 손실이 드러나고, 증거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KPM은 일주일 안에 1.6톤의 마정석을 PPP에 인계해야 했다.

이후 그들이 마정석 지급 불능 상태를 피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 * *

다음 날인 6월 5일.

팀 우산도의 각성자들이 경기도 양평으로 모여들었다.

독도 게이트에 들어갔던 모든 멤버들이 모인 건 아니었다.

게이트를 클리어를 진행 중인 대기 인력이 딱 30명이었다.

즉, 오늘 양평에 모인 건 69명이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드디어 언노운 엠페러를 만난다며 기대하던 이들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건 PPP였다.

“정명아, 어제 각성자들한테 문자 돌렸지?”

“네. 한데, 다들 남은 마정석이 별로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지. 이미 KPM에 전부 팔았으니까…….”

“가지고 있는 거 다 모아봤자 9kg밖에 안 될 것 같아요.”

“언노운 엠페러도 없겠지?”

“아시잖아요. 1.6톤 중에 1톤 정도가 언노운 엠페러의 것이라는 걸.”

언노운 엠페러가 KPM에 판매를 위탁한 마정석 1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평생 동안 파밍하는 마정석이 100kg 남짓이니까.

개인이 보유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제 아무리 언노운 엠페러라고 해도, 더는 마정석을 보유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사태의 진정한 승자는 진유성일 수도 있었다.

PPP가 사들인 마정석의 60% 이상은 진유성의 것이었고, 이는 진유성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음을 뜻했다.

“얼마 벌었는지 대충 계산할 수 있지 않나?”

차정명의 말에 문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PPP에서 그램당 얼마로 사들였지?”

“266.6달러요.”

“대충 266으로 잡고, 언노운 엠페러가 가진 걸 딱 1톤으로 퉁치면…….”

1톤이면 1,000,000 그램이다.

여기에 266을 곱하면 2억 6,600만 달러.

환율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이들이 할 말을 잃었다.

하루 만에 진유성이 벌어들인 돈이 한화로 3,000억이 훌쩍 넘었다.

물론 그들은 진유성과 KPM을 운영하는 김정철 회장이 어떤 식으로 계약을 했는지 몰랐다.

어쩌면 판매 위탁이 아니라, KPM에서 이미 대금을 치르고 마정석을 구매했을 수도 있었다.

마켓이 마정석을 보유하는 방법은 판매 위탁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마켓 쪽에서 각성자에게 돈을 주고 구입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하지만 뭐가 됐든 언노운 엠페러는 단숨에 3,000억 이상의 돈을 벌어들인 것이었다.

“와, 씨. 졸라 부럽다.”

“내가 지금까지 번 돈 다 합쳐도 천억은 어림없는데.”

한국에서 가장 랭킹이 높은 문수혁과 차정명도 부러워할 만한 돈이었다.

그때였다.

문수혁과 차정명은 펜션 입구 쪽에서 세 명의 발소리를 들었다.

다음으로 몇몇 하이랭커들이 발소리를 들었고, 종내에는 모든 각성자들이 발소리를 들었다.

오늘의 펜션에는 일반 이용객이 드나들지 않는다.

SG에서 통째로 빌렸을 뿐더러, 펜션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통제하고 있다.

모두 발소리의 주인을 짐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69명의 각성자들이 KPM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펜션 입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펜션의 문이 열리며 세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한 명은 그들이 익히 아는 황제 아놀드 벡이고, 남은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각성자들은 곧장 언노운 엠페러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정말…….’

‘강해 보이는군.’

보는 순간 느낌이 온다.

이 남자는 강하다고.

그때 S급 스킬술사 이종학이 걸어 나왔다.

이종학은 우산도 멤버들 중 가장 연장자였다.

그는 1세대 각성자라고 불리는 게이트 사태 초창기부터 A급 스킬술사로 각성했으나, 모종의 사건을 겪은 뒤로는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유성이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야! 너! 못생긴 놈!”

“너 스킬 쓰고 자꾸 뒷걸음질 치지 마라. 이 자식, 이상한 버릇이 있네.”

“누가 몸이 간대? 마음이 뒤로 가잖아, 마음이. 너 스킬 쓰다가 뒤통수라도 맞은 적 있냐?”

그 결과, 이종학은 S급 스킬술사 올라선 상태였다.

이종학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언노운 엠페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언노운 엠페러.”

“…….”

“늘 아이언맨 헬멧 속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뵙는군요.”

마침내 고대하던 언노운 엠페러의 입이 열렸다.

“저…… 아닌데요?”

“네?”

“저는 언노운 엠페러가 아니라 상림이라는…….”

대머리가 된 상림이 머리를 긁적이려다가 멈칫했다.

긁적일 머리가 없다.

그사이, 문수혁과 차정명을 제외한 각성자들이 상황을 이해했다.

랭커쯤 되면 사람의 외모에 위압감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언노운 엠페러는 보자마자 위압감을 느꼈다.

선 굵고 거침이 없는 인상.

떡 벌어진 어깨와 큰 키.

그것을 완성시키는 대머리.

근데 이 남자가 언노운 엠페러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저 뒤에 있는……?

진유성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은 내 왼쪽에 선다.”

진유성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따라와라.”

“내가 너희들의 희망이 되어 주마.”

몇 번이고 곱씹었던 그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한데,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반가운 목소리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KZM66. KZM66 어딨느냐?”

“교주님, 그게 뭡니까?”

“아이디.”

“아이디……?”

아이디란 말에 각성자 중 한 명이 뒤늦게 손을 들었다.

“그, 혹시 연재 사이트 아이디 말입니까?”

“어, 맞아. KZM66이 너야?”

“맞는데…….”

“이리 와서 내 왼쪽에 서라.”

진유성이 꽤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

각성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유성의 왼쪽에 서는 사이, 진유성의 아이디 호명이 이어졌다.

그렇게 진유성의 왼쪽에 선 각성자는 15명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유성이 부른 아이디는 18개였는데, 3명은 게이트 스케줄상 참가하지 못했다.

진유성은 그들의 손을 한 명씩 잡아 주며 덕담을 건넸다.

“근골이 많이 상했구나? 잠시 기다려라. 내 도움이 될 만한 연공법을 알고 있으니.”

“창을 쓰는데 하반신의 균형이 틀어져 있구나. 내가 곧 불균형을 해결해 주마.”

아주 친절한 태도였다.

다음으로 진유성은 33명을 호명했고, 개중 28명이 오늘의 자리에 참석해 있었다.

진유성은 그들을 훑어보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을 건네진 않았다.

“앞에 서 있어라.”

다음으로는 남은 인원을 자신의 오른쪽에 세웠다.

마지막 그룹을 쳐다보는 진유성의 표정은 굉장히 냉랭했다.

“너희들이 한국을 지키는 각성자가 맞느냐?”

“네?”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놈들이 무슨 나라를 지킨다고…….”

“저희가 뭘……?”

진유성이 고개를 팩 돌리더니 제일 처음 호명한 15명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무엇이냐?”

태도가 아주 살가웠다.

각성자들이 영문은 몰랐지만, <오리지널 상림>과 <아메리칸 상림>과 <보급형 상림1, 2>는 상황을 완벽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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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4. 독후감을 써서 추천 게시판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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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진유성은 독후감으로 사람을 차별하려는 듯하다.

네 명의 버전이 다른 상림들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곤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너무…….’

‘쪼잔하다.’

어째 시간이 갈수록 그릇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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