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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164화 (164/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164화>

* * *

진유성과 상소윤은 7시가 돼서야 보육원을 빠져나왔다.

본래 그들의 봉사 시간은 대정고가 끝나는 4시 반까지였다.

하지만 막상 보육원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까지만, 이것까지만 하다가 7시까지 봉사 활동을 한 것이었다.

“다음에 또 올게. 알겠지?”

보육원의 아이들 중에는 유독 상소윤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다.

어린 여자애들이 특히 그랬는데, 상소윤은 그런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 주면서 다음에 또 오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상소윤은 그것을 지킬 생각이었다.

진유성은 그런 상소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색하고 철이 없지만 그래도 상소윤은 심성이 착하다.

상림 같은 놈에게서 상소윤이 태어난 걸 보면 아무래도 유혜연의 영향이 강했던 듯하다.

‘하마도 아주머니 쪽을 닮아야 할 텐데…….’

진유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원장 수녀님이 진유성에게 봉사 활동 확인서를 가져다 주었다.

“감사합니다.”

“오늘 고마워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아마 진유성처럼 말하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원장 수녀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진유성은 봉사 활동 확인서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봉사 활동 확인서에는 보육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는데, 진유성은 그것을 상림에게 전달해 회사 차원에서의 후원을 진행할 마음이었다.

* * *

세계 각국에는 SG 지부들이 있다.

이들은 게이트의 위험에서 각국의 국토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SG 본부의 정보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수많은 SG 지부에서 이상 신호가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몇 주 전부터였다.

말도 못하는 신생아들 중에서 인벤토리를 쓰기 시작하는 이들이 발견된 것이었다.

이는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자칫 잘못하면 인류가 각성 인류와 현생 인류로 나눠질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SG는 각국 정부에 기밀을 요청하며 천천히 추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SG가 원하는 정책의 방향은 우연히 발현하는 2차 각성이었다.

즉, 각성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난 이후 2차 각성을 한 것으로 정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분명히 달랐다.

각성자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들이 현생 인류와 ‘다름’을 뜻했다.

그에 비해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각성자가 됐다면 ‘우연’을 뜻했다.

하지만 이러한 SG의 의도는 무산될 지경에 처했다.

아기들 중 일부가 미친 듯이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마 각성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

“모태 각성자들의 부모 중에 비각성자가 있나?”

“없습니다. 무조건 모계, 부계에 각성자가 있습니다. 부모가 모두 각성자인 경우, 최근 6개월 이내에 태어난 아이는 무조건 각성자라고 보면 됩니다.”

“젠장. 이러다가 SG에 인구 조절 부서가 생기겠군.”

SG 본부장의 말처럼 앞으로 각성자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산아 제한 정책을 펼쳐야 할 판국이었다.

하지만…….

각성자들이 이런 정책을 인권 탄압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각성자의 부모 아래 각성자가 태어난다면 각성자들은 신인류가 아닐까?

본부장은 그런 두려움이 생겼다.

캘리포니아의 자유 각성 지대가 탄생한 이후 SG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을 신인류라고 주장하는 각성자가 나타난다면?

“어쩌면…….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겠군.”

그렇게 SG는 위기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기들이 느끼는 각성 고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료법을 찾아야지.”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각성 고통에 대한 연구는 성과가 없지 않습니까?”

부하 직원의 말에 SG 본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진지하게 각성 고통에 대해서 연구한 적이 없네.”

“네?”

“연구한 척을 한 것뿐이지.”

각성 고통은 각성자들에게 준법의식을 가져다 주었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다니게 된다면?

더 이상 게이트에 들어갈 수 없게 되고, 각성 고통을 맛봐야 한다.

그래서 각성자들을 위해 각성 고통에 대해 연구하는 척했지만, 사실 그 부분을 제대로 연구한 적은 없었다.

과학자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연구하는 이들도 금방 SG의 은근한 외압에 의해 연구를 중단해야했다.

하지만…….

이제는 연구를 해야 한다.

각성자들의 자식들이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각성자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가능하면 아이들의 고통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군.”

성인 각성자들의 고통까지 해소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가 두렵다.

그렇게 SG의 연구소가 각성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는 금방 중단되었다.

캐나다의 한 각성자 부모에 의해 치료법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치료법은 놀랍도록 간단했다.

너무나 간단해서 왜 아무도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어이없을 정도였다.

바로, 마정석을 섭취하는 것이었다.

작은 마정석을 알약처럼 삼켜도 되고, 가루약처럼 갈아서 물과 함께 마셔도 됐다.

마정석의 가격이 폭등하는 순간이었다.

이는 SG와 정부들이 암암리에 억제하고 있던 각성 물품의 가격이 폭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각성 사회가 출범한지 20년 만에 기획 경제가 아닌 자유 경제 체제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SG는 힘을 잃어 가고 있었다.

* * *

“아아, 마이크 테스트.”

진유성이 카메라를 조작해 방금 녹화한 영상과 목소리를 확인했다.

마음에 든다.

고화질에 소리도 선명하다.

“괜찮군.”

괜찮은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진유성이 구매한 카메라는 방송국에서도 몇 대 가지고 있지 않은 최고급 카메라였으니까.

심지어 1개도 아니었다.

정면, 좌측면, 우측면의 영상을 잡은 3대의 카메라를 배치한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고 김정철 회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카메라는 왜……?”

“말했잖아요. 해 줄 일이 하나 있다고.”

JC 그룹의 김정철 회장이 진유성이 소유한 상가 건물로 찾아온 것은 각성 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아직 언론에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각성자들의 아이들 중에는 각성 형질을 타고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이 느끼는 각성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마정석을 복용해야 한다.

마정석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 직전이라는 것이었다.

암암리에 정보를 얻은 각성자들은 현재 마정석을 절대 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정석은 거래는 없지만 가격이 계속 오른다.

하지만 김정철 회장이 보기에 지금의 가격은 거품이 꼈다.

마정석이 구하기 그렇게 어려운 물품도 아니니, 차라리 지금 마켓을 열어서 마정석을 판매하는 것이 더 큰 이윤을 얻을 것 같은 것이었다.

김정철이 이러한 계획을 시작하기 위해서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언노운 엠페러가 가지고 있는 마정석의 양이었다.

그래서 천마신교라는 상가 건물을 방문했는데…….

진유성은 관심이 없었다.

이상한 카메라를 배치한 다음에 해 줄 일이 있다고만 했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 뭔가?”

“먹방.”

“먹방?”

“먹방 몰라요? 먹는 방송.”

“아니, 아네만……. 그걸 내가 왜?”

“마정석 구입하기 싫어요?”

“…….”

“나는 뭐, 다른 사람한테 팔아도 상관없긴 합니다.”

진유성의 말에 김정철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될 말이었다.

팀 우산도의 물품과 언노운 엠페러의 물품이 합쳐져야지만, 아시아를 집어삼킬 각성 마켓이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이에 먹방이라니?’

김정철 회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물었다.

“혹시 얼굴을 가려도 되나?”

“에이, 그건 유투브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그 예의를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차려 볼 생각은 없나?”

“회사 직원들은 나한테 남인데?”

“……그럼 유투브 시청자들은 친구인가?”

“친구죠. 오랜 시간을 함께한.”

김정철 회장은 처음으로 각성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각성자가 돼서 언노운 엠퍼러의 뒤통수를 호쾌하게 때리고 싶다.

하지만 그는 힘없는 늙은이일 뿐이었다.

“잠깐만 있어 봐요.”

진유성이 낯선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지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뭔가?”

“어차피 각성자들의 아이만 각성 형질을 타고 난다면서요? 그럼 마정석 가격이 상승하는 데 한계가 있을 텐데?”

“혹시 또 모르지 않나. 평범한 부모 아래에서 각성 형질을 타고난 이들이 태어날지도.”

김정철 회장의 말에 진유성이 잠깐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아기들 중에 각성자들이 태어났다고 발표를 하는 겁니까? 각성자 부모 이야기는 빼고?”

“…….”

김정철 회장은 철없고 가벼워 보이는 진유성의 행동 뒤에 숨은 무시무시한 통찰력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유성의 말대로다.

이번에 SG는 언론 발표에서 ‘각성 형질’이라는 단어를 빼기로 했다.

즉, 각성자들의 부모 아래에서만 각성자들이 태어나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정보를 조작할 생각이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가짜 기사 몇 개 내보내서 평범한 부모 아래 각성자가 탄생한 것처럼 쓰면 되니까.

이는 SG가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택한 것이었다.

최악이라고 하면 각성자들이 신인류로 취급을 받는 것이다.

차악이라고 하면 모든 부모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마정석을 구매하려고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각성자라면 마정석을 상비약처럼 구매해 놔야 하니까, 마정석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SG와 정부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각성 물품의 인플레이션보다 인류의 분열이 두려우니까.

“욕 좀 먹겠네요? 그 동안은 각성 고통에 대해서 숨겨 왔으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해야지. 얼마 전부터 발생한 질병이라고.”

김정철 회장의 말이 끝나는 순간, 카메라 세팅이 끝이 났다.

“자네가 요리를 하고, 나는 먹는 것인가?”

“그렇죠.”

“촬영이 끝나면 나와 각성 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고?”

“아주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보죠.”

“……하아.”

김정철 회장이 포기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김정철 회장의 눈에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들어왔다.

진유성이 갑자기 이상한 황금 가면을 꺼내서 얼굴에 뒤집어쓴 것이었다.

“설마 자네, 그걸 쓰고 요리를 하나?”

“네. 왜요?”

“얼굴을 가리면 예의가 아니라면서?”

“어떻게 민낯으로 촬영을 합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그럼 나도 예의를 갖추겠네.”

“네. 갖추세요.”

“나도 얼굴을 가려도 된다는 말이지?”

“아뇨? 그건 유투브 시청자들에게 예의가 아니죠.”

“민낯으로 촬영하면 예의가 아니라면서!”

논리 없는 대화를 참지 못한 김정철 회장이 버럭 했지만, 진유성은 어깨만 으쓱했다.

“마정석, 필요 없어요?”

“……얼마나 가지고 있나?”

진유성이 잠시 자신의 인벤토리 목록을 확인했다.

그동안 진유성은 많은 마정석을 팔아치웠지만, 팔아치운 것보다 더 많은 마정석을 들고 있었다.

S급 게이트를 두 번이나 클리어하면서 말도 안 되는 양의 마정석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최근에 캘리포니아에서 각성자들을 털기도 했고.

“많네요. 엄청 많아요.”

“얼마나? 한 10kg 정도 되나?”

한 번의 헌팅으로 얻는 마정석을 얼마 되지 않는다.

애초에 마정석의 거래 단위가 1그램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유성은 고개를 저었다.

“320kg 정도 있네요.”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인벤토리 목록 공유해 드리죠.”

진유성이 공유해 준 목록을 본 김정철 회장이 조용히 테이블에 앉았다.

“아, 벌써 군침 도네.”

김정철.

그는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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