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118화 (118/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118화>

Quest 23. 찾아간 천마님

다음 날.

김정철 회장을 40년 동안 모셨던 비서실장은 깜짝 놀랐다.

김정철 회장과 방문한 병원에서 들은 의사의 소견 때문이었다.

“기적이라고 표현해야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김정철 회장이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

“선생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저희도 이유를 알 수 없어 놀라는 중입니다. 우선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시죠.”

의사의 말에 비서실장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좋은 일이 좋지 않게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실장아.”

“네, 회장님.”

“밥이나 먹자꾸나.”

꼭두새벽부터 언론의 눈을 피해 병원을 방문한 김정철과 비서실장은 국밥을 먹었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회장님의 모습에 비서실장은 감격했다.

정말로 건강을 찾으신 것 같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김정철 회장은 비서실장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질문을 꺼냈다.

“실장아. 포션이란 게 일반인들에게는 쓸모가 없잖아?”

“그렇습니다.”

“각성자들에게도 외상 치료의 효과만 있고?”

“예.”

“그럼 각성자들이 병에 걸렸을 때, 그놈들은 어떻게 하지?”

“병원에 갑니다. 스킬과 스탯의 영향력을 제외하면 각성자도 인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이트와 각성자란 요상한 기물이 등장했음에도 현대 사회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이었다.

“흠…….”

“왜 그러십니까?”

“혹시 내가 건강해진 게 각성자의 영향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서.”

“회장님. 혹시 각성하셨습니까?”

“뭐, 으허허.”

회장이 입을 벌리곤 웃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큰일 나지. 내가 무슨 헌팅을 하겠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각성자가 되면 주기적으로 경험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그 주기가 얼만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최악의 조건인 셈이었다.

“아니, 날 건강하게 해 준 사람이 각성자인가 싶었는데…… 그럴 리는 없지?”

“없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회장들이 각성자를 분석하고, 연구했습니까?”

“하긴.”

각성자가 불로장생의 힌트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에 한 가지 일화가 있었다.

죽을 날만 받아 놓고 있던 M 그룹의 회장이 바이오센터의 1년 치 예산을 전부 각성 연구에 투자한 것이었다.

죽지 않기 위해서.

소문에 따르면 그 돈이 1조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M 그룹의 회장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죽음에서 도망쳤다.

혈관 확장 수술부터 시작해서 최첨단 의료 기술을 동원해 딱 1년을 버텼다.

그가 죽은 것은 바이오센터장의 연구 결과를 받아 본 뒤였다.

1조를 땅에 버린 셈이 됐으니까.

“그 건물 주인은 찾아봤어?”

“대정고 앞에 있는 천마신교 말씀이십니까?”

“어. 아마 최근에 폐업했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본래 중화요리 전문점이 있었는데, 3주쯤 전에 미성년자가 건물을 구매했습니다.”

“상속 받은 거구먼.”

가로수길 건물주의 평균 연령은 서른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속이라고 보기엔 좀 이상한…….”

“됐어. 지금 부자들 돈놀이에 관심 갖는 게 아니야. 이전 건물주나, 이전 주인이 세를 주던 요리사를 찾아봐.”

“알겠습니다.”

“꼭 찾아야 한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그래, 일어나자.”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다 말고 질문을 던졌다.

“한데, 회장님. 그 요리사를 찾아서 뭘 하시려는지 여쭈어도 됩니까?”

“요리사로 고용하려고 그런다. 연봉 30억쯤 주고.”

“예?”

비서실장의 얼빠진 반문에 김정철 회장이 피식 웃었다.

“가자. 회사로.”

“회사는……?”

“아직 아들놈이 회장 취임한 건 아니잖아?”

비서실장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비서실장은 김정철 회장이 찾아 헤매는 요리사를 추적했다.

처음에는 이전 건물주와 세입자를 조사했는데, 아무래도 이들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대정고 인근의 CCTV로 얼굴을 확인하면 간단한 일인데, 이상하게 CCTV들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한 것이 없었다.

대부분 등 뒤의 구도를 찍고 있어, 얼굴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노이즈가 번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볍게 보고 접근했던 사람 찾기가 길어지자, 비서실장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결국 스마트하게 사람을 찾는 걸 포기했다.

비서실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 발품을 팔기 시작한 것이었다.

발품을 팔자마자 단서는 금방 나왔다.

“아, 그 사람이요?”

대정고 학생들 다수가 천마신교에서 요리를 하는 이를 알고 있었다.

“지금 어디서 만날 수 있지?”

“지금 못 만나는데요?”

“왜? 어디 갔니?”

“네.”

잠시 뒤, 비서실장은 회장님이 찾던 요리사의 행방을 듣고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딜 갔다고?’

* * *

쿠르르르릉.

천둥이 내리친다.

하지만 이 천둥은 자연스럽지 않다.

마도사들의 첫째는 이것이 자신과 중원의 절대자의 싸움에서 비롯된 산물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대기 중에 있던 수분들이 기화하기 시작했다.

일순간 하늘로 올라간 수분이 비구름을 형성하더니, 뇌속성의 마도술에 영향을 받아 전극을 품었다.

그 결과.

쿠르르르릉.

자금성을 뒤덮은 불길한 구름이 천둥과 번개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빠지지지직!

별안간 번개가 내리쳤다.

환한 빛이 자금성을 휘감았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번개에 적중당한 대명제국의 신민들이 울부짖으며 죽어 갔지만, 첫째와 중원의 절대자는 민초들의 죽음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번개가 서로의 시야를 제한시키는 사이, 동시에 움직였을 뿐이었다.

입멸검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첫째를 노렸다.

첫째는 신성의 공간을 경험한 이후 마도술의 극의에 대해 깨달았다.

그것은 그를 자유롭게 했다.

그 어떤 날붙이로도 자신을 벨 수 없으며, 그 어떤 마력으로도 자신을 구속할 수 없다.

지구에 도착한 순간 그렇게 확신했었다.

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중원의 절대자는 아니다.

그가 지닌 힘과 그가 가진 검은 자신의 존재를 말소할 수 있었다.

‘놀랍군. 놀라워.’

흥미가 동한다.

첫째가 휘두른 손에서 용권풍이 뿜어 나와 자금성을 집어삼켰다.

기왓장이 무너지고 건물이 들썩였다.

하지만 중원의 절대자는 태풍의 핵을 가르며 진격했다.

서역에서도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이들이 정신을 집중해 마도술을 베곤 했다.

하지만 그들이 베는 것은 마도술 그 자체가 아니라, 마력과 자연의 연결 고리였다.

마력 자체를 베어 내는 검사는 없었다.

마도술의 연결 고리를 아무리 베어봤자, 마력을 페이백해 다시 마도술을 펼치면 그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쌍둥이 마도사들은 소드 마스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귀찮은 해충 정도로 취급할 뿐.

언젠간 세쌍둥이의 폭거에 대항하고자 모인 백 인의 소드 마스터가 야음을 틈타 그들을 습격한 적이 있었다.

잠에서 깬 세쌍둥이의 셋째가 하품을 하며 백 인의 소드 마스터를 몰살시켰다.

그리곤 시산혈해를 베개 삼아 다시 잠들었다.

검사란 그런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중원의 절대자가 휘두른 검에는 마력이 부서진다.

이것이 저자의 힘인가?

아니면 저 검이 가진 힘인가?

프스스스스.

마침내 용권풍을 뚫고 지척에 도착한 중원의 절대자가 검을 내질렀다.

첫째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자금성 내부를 향해 공간을 뛰어넘었다.

파파파팍!

검기가 날아들며 자금성을 헤집고, 입멸검에 무고한 대명제국의 신민들이 죽어 나갔다.

그들은 그렇게 자금성을 질주하며 공격을 교환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공격에서는 입멸검을 들고 있는 중원의 절대자가 우위에 있지만, 방어에서는 마도사들의 첫째가 우위에 있었다.

그들의 술래잡기가 멈춘 곳은 첫째가 익히 알고 있는 장소에 도착해서였다.

천신궁(天神宮).

궁 입구에 걸린 거대한 현액이 이곳이 천신의 보금자리임을 알려줬다.

그리고 천신궁의 뒤뜰에는 중원과 지구를 잇는 게이트가 존재했다.

첫째가 천신궁 뒤뜰의 좌측에 내려서는 순간, 중원의 절대자가 우측에 내려섰다.

두 사람은 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중원의 절대자가 입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군.”

“그건 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본좌를 재단하다니 건방지군.”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세상을 지배했던 것이 나다.”

첫째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그들이 인간사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서역을 넘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중원의 절대자가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고.

수많은 인간들이 죽었을 거니까.

하지만 이런 가정은 무의미했다.

첫째가 앞서 던졌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넌 진유성인가? 아니면 진짜가 남기고 간 일부인가?”

그가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상대를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은 첫째로서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 중원의 절대자가 말했다.

“내가 진유성이다.”

“자신할 수 있는가?”

“보아라, 이 힘을.”

절대자의 왼손에 새하얀 검이 피어오른다.

마음을 베는 검.

심검(心劍).

“보아라, 이 검을.”

절대자의 오른손에서 입멸검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저 검은 이상하다.

인세에 존재하는 검이나, 인세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어떤 쇠붙이도 저런 기운을 풍기지는 않는다.

첫째는 진유성과 싸우며 자신의 역량을 전부 발휘하지 않았다.

둘 중 한 명이 죽는 싸움을 벌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끝까지 싸운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큰 손해를 보겠지만.

하지만 이어진 광경에 첫째는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중원의 절대자의 왼손에 들린 심검과 오른손에 들린 입멸검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드드드드드-

심검과 입멸검이 진동했다.

두 검은 서로를 밀어내는 듯 으르렁거렸지만, 중원의 절대자가 품은 의지를 이기진 못했다.

마침내.

두 개의 검이 하나로 합쳐졌다.

줄곧 한손으로 검을 들고 있던 진유성이 양수검의 자세를 취했다.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힘에 첫째는 전율을 느꼈다.

신이 존재한다 한들 저만한 힘 앞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힘을 다룰 수 있는 내가 가짜일 수 있는가?”

첫째는 절대자의 말에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도사로서의 이성은 감성을 부정했다.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상실의 공간에서 거둬들인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세쌍둥이 마도사는 육체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들의 육체는 서역의 무뢰한 것들이 찢어발기고,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똥통에 처박았다.

물론 그딴 사실에 화가 나진 않았다.

인간이 버린 손톱이나 발톱을 벌레들이 먹었다고 벌레들에게 화를 내는 건 우스운 일이니까.

중요한 건 상실의 공간에서 잃어버렸던 그들의 육체가 이 세상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상실의 공간이 진유성의 무(武)를 거두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중원에 남았다면?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강대하고 막대해서 자연으로 환원되지 못하고, 의지를 품었다면?

그것은 진유성인가, 진유성이 남긴 무(武)인가.

그것은 진짜인가.

아니면 가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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