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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105화 (105/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105화>

* * *

컴퓨터 앞에 앉은 샤이나크가 하품을 했다.

비행기에서 푹 잤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했다.

세계 대회가 중국에서 개최됐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필요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때마침 게임이 시작했다.

기지개를 켜고 물을 마신 샤이나크가 상대팀을 확인했다.

Zi존천ㅁr.

처음 보는 아이디였다.

‘아이디 웃기네.’

그렇게 게임이 진행되고, 라인전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평범하게 시작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샤이나크의 표정이 바뀌었다.

‘누구지? 이거?’

솔로랭크 100위권 이내의 선수들은 대충 서로가 누군지 알고 있다.

처음 보는 아이디가 가끔 등장하긴 하지만, 같이 게임을 하다보면 플레이 스타일이 눈에 보였다.

그러다 보면 대충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존천마는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 보는 플레이 스타일이었는데, 놀랄 만큼 잘했다.

순식간에 깊은 수 싸움이 오갔다.

스킬 모션을 쓰는 척하니 상대가 뒤로 물러나는 대신 앞으로 나왔다.

속임수라는 걸 간파한 것이었다.

지존천마가 곧장 찌르고 들어왔지만, 이것 역시도 샤이나크의 속임수였다.

허점을 보여 준 채 속임수를 실패해 그 틈으로 상대를 들어오게 만든 것이었다.

왜냐고?

뒤에 아군이 대기하고 있었거든.

숨어 있던 아군이 튀어나오는 순간, 샤이나크는 심리전 덕분에 킬을 가져가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손쉽게.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존천마는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 미친 듯이 고군분투했다.

스킬과 스펠을 고루 분배하며 엄청난 무빙으로 아군의 공격을 전부 피해 낸 것이었다.

“와, 씨.”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수적 우위에 있는 샤이나크가 지존천마를 잡아냈다.

하지만 샤이나크와 아군은 스펠을 모두 소모했다.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는데, 지존천마의 엄청난 피지컬 덕분에 소소한 이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누구야, 이 자식?’

* * *

‘속았다.’

고군분투했건만 상대의 스펠을 빼는 것에 그쳤다.

대단한 수싸움이었다.

상대의 허장성세를 간파하고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허장성세가 아니었다.

자신이 간파했다고 착각하는 것까지가 상대의 노림수였다.

진유성은 샤이나크와 계속해서 치열한 라인전을 이어 갔다.

그런데, 라인전을 하면 할수록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그가 떠올린 기억은 신주청과 관련된 추억이었다.

* * *

해남파 장문인의 호의로 목숨을 부지한 진유성과 생존대는 해남도에 숨어들었다.

당시 생존대의 상태는 암울했다.

목숨을 부지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겨우 부지한 것뿐이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 따윈 없었다.

이대로 숨어 지내다가는 결국 발각돼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망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들에게는 기적이 필요했다.

이 상황을 뒤엎고 반전시킬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 엄청난 기운을 품은 진법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표현하자면 나타났다기보다는 발견한 것이었다.

해남도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다가 길을 잃었고, 길을 헤매다가 마주쳤으니.

고오오오오-

진법은 묘했다.

사기와 정기가 정확히 반씩 섞여서 꿈틀거리고 있었으며, 생과 사의 냄새가 동시에 풍겼다.

그러면서도 거대하고 아득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상한 건, 어마어마한 기운을 품고 있는데도 거리가 조금만 멀어지면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본래 이 정도 기운이라면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느낄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진법은 5장 이내로 접근하지 않으면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가 없었다.

“왜 느껴지지 않는 거지?”

“너무 거대한 흐름이라서 인식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개미가 코끼리를 정확히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진유성과 신주청은 진법을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흐름에 휘말려 주화입마에 들 거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기운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기연을 얻은 것과도 같았다.

생존대에서 무공이 가장 고강했던 진유성과 신주청은 진법을 해제하고 기운을 흡수할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있다면 진법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태풍의 핵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들은 진법 안으로 들어갈 생각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기연을 얻을 확률은 극히 희박해 보였으니까.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생존대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설령 최악의 선택이 되더라도 현상 유지가 아닌, 변화를 추구해야 했다.

생존대에게 필요한 건 일말의 희망과 기적이었으니까.

처음엔 다 같이 진법에 도전하려 했지만, 진법은 그것을 거부했다.

함께 들어가려고 하면 그들을 쫓아내 버렸다.

아마 딱 한 명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듯했다.

그때, 처음으로 진유성과 신주청이 다퉜다.

“내가 들어가겠다.”

“아니, 내가 들어가겠다.”

“진유성, 넌 생존대주다. 생존대를 이끌어야 한다.”

“난 생존대주고, 넌 부대주다. 대주의 명령을 들어라.”

두 사람이 진법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은 자신이 기연을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진법에서 풍기는 아득한 기운을 보건대, 이 안으로 들어가서 살아나올 확률은 일 푼도 되지 않았다.

십 중 아홉은 죽는다.

그렇기에 서로가 들어가겠다고 다투는 것이었다.

신주청이 생각하기에 대주인 진유성이 죽어서는 안 됐다.

지금까지 생존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무공 때문이 아니다.

진유성의 기지와 지혜 때문이다.

그래서 신주청이 진법 안으로 들어가길 자처하는 것이었다.

진유성이 살아야만 생존대도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진유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대주이기 때문에 진법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대주의 몫이다.

진유성과 신주청은 대화로 의견의 간극을 좁혀보려 했지만, 좁힐 수가 없었다.

당시의 신주청은 진유성을 대주로 인정했지만, 목숨을 걸고 충성하던 때는 아니었다.

오히려 묘한 경쟁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둘의 의견 충돌은 며칠 동안 이어졌다.

이어진 수순은 당연했다.

그들은 무인이었고, 검을 빼 들었다.

“이기는 쪽이 들어가는 걸로 하지.”

“참, 우습군. 이기는 쪽이 죽음과 가까워지다니.”

“그런 마음이면 내가 들어가겠다, 신주청. 난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진유성의 말에 신주청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곤 검을 빼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력을 다해 싸우기 시작했다.

사실 그 시점에서 순수한 무공만 놓고 보면 신주청이 진유성보다 위에 있었다.

신주청은 멸마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무공을 익힌 데다가, 진유성 못지않은 천재였다.

두 사람이 죽고 죽이는 생사결을 벌인다면 승자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단순한 무공의 겨룸에서는 진유성이 신주청을 이길 수 없었다.

채채챙!

두 사람의 검이 부딪쳤다.

서로의 빈틈을 노리고, 허초를 파해하고, 실초를 무마시켰다.

분명 처음에는 신주청이 초수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한 초식의 차이뿐이긴 했지만, 고수들의 싸움에서 한 초식은 컸다.

싸움이 길어지면 한 초식의 차이는 한 호흡의 차이로 벌어지며, 한 호흡의 차이는 한 수의 차이로 벌어졌다.

그래서 신주청은 자신이 진유성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투는 점점 묘하게 돌아갔다.

한 초식의 차이가 한 초식 미만의 차이로 변하더니, 다시 반 초식의 차이로 변했다.

싸움을 거듭할수록 격차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신주청은 처음에 진유성이 무공을 숨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싸움을 이어 가는 순간에 진유성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싸운 지 한나절이 지났을 때.

진유성은 초수의 불리함을 극복했다.

진유성과 신주청은 동등한 경지에 서 있었다.

그 순간, 신주청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로 최선을 다했나?’

이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은 죽음으로 걸어 들어간다.

물론 진법 안에 기연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연을 얻을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월등히 높다.

어쩌면 신주청은 무의식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진유성은 어떠한가?

그는 자신의 모든 지혜와 오성을 쥐어짜서 신주청을 이기려 하고 있었다.

진법으로 들어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거짓이 아니었다.

진정한 대주였다.

진유성의 그릇은 감히 신주청이 짐작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한나절이 지났을 때, 싸움의 승자가 정해졌다.

챙!

진유성의 검이 신주청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내가…… 이겼다.”

몇 시진째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해 갈라진 진유성의 목소리.

신주청은 진유성의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진유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졌습니다…… 대주님.”

신주청이 진심으로 진유성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날이었다.

* * *

‘그때랑 비슷한 느낌이네.’

진유성은 신주청과 겨루면서 끝없는 성장을 이루었다.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는 신주청의 아래에 있었지만, 싸움이 끝나고는 신주청의 위에 있었다.

이것은 진유성 혼자의 재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진유성과 비슷한 재능을 가진 신주청이 자신의 방식을 끝없이 보여 줬기 때문에, 모래가 물을 흡수하듯이 신주청의 경지를 흡수한 것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그동안 많은 플레이어를 만나 왔지만 샤이나크처럼 자신의 영감을 자극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1초를 60으로 나눈 찰나의 순간에 반응하는 진유성을 압도하고 있었다.

진유성의 반응 속도가 엄청나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오히려 그 반응 속도를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진유성은 게임을 패배했다.

챌린저에 도달해 많은 게임을 했지만, 라인전 단계에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 대 6 정도로 밀렸다.

적수를 발견했다는 즐거움으로 얼굴이 상기된 진유성이 곧장 다음 게임을 잡았다.

샤이나크와 한 번 더 싸워 보고 싶었다.

그러나 매칭이 늘 그렇게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게임에 들어왔건만 샤이나크는 없었다.

결국, 진유성은 게임을 꺼 버렸다.

평범한 플레이어와의 대전은 더 이상 성에 차지 않았다.

이제 그는 샤이나크가 아니면 게임을 즐길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방금 느낀 그 짜릿함이 잊히지 않았다.

진유성이 곧장 인터넷을 켰다.

그러곤 ‘프로게이머와 게임하는 법’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호오?”

과연 인터넷에는 없는 것이 없다.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 * *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은 구단과 계약이 된 스트리밍 업체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해야 했다.

개인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파급력이 올라가고, 수익금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트리밍 계약은 ST-1에도 있었기에, 샤이나크에게도 할당된 개인 방송 시간이 있었다.

물론, 계약 때문에 억지로 방송을 하는 건 아니었다.

팬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하는 건 그에게도 늘 즐거운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자마자 방송을 켰기 때문인지 엄청난 팬들이 몰렸다.

샤이나크는 능숙하게 팬들과 대화를 하며 세계 대회 에피소드를 풀었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샤이나크가 이제 게임을 시작해야겠다면서 롤을 켰다.

그 순간이었다.

난데없이 누군가 백만 원을 후원한 것이었다.

워낙 인기 스타다 보니까 개인 방송 후원도 많이 받는 샤이나크였지만, 백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샤이나크가 놀라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할 때,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 번에 500만 원이란 거금이 후원되자 사람들이 미친 듯이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개인 방송 사이트에는 후원을 하면 원하는 메시지를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JYSJJANG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드에서 일 대 일을 신청한다. 이길 때마다 백만 원을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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