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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66화 (66/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66화>

* * *

콰콰콰쾅!

자욱한 먼지가 터져 나왔지만 멀찍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중요한 장면을 놓칠까 봐 카메라를 움켜쥔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들은 문수혁과 차정명의 SS급 승급 도전을 취재하는 수많은 기자들이었다.

한국 언론이 아니라, 전 세계 언론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SS급 각성자는 전 세계에 단 33명뿐이다.

그리고 이 자리는 34번째와 35번째의 SS급 각성자가 탄생하느냐를 결정짓는 장소였다.

만약 두 명의 SS급 각성자가 탄생한다면 국가의 각성 순위가 바뀐다.

한국은 원래부터 각성 강국이었다.

인구수 대비 많은 각성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성자들의 평균 등급도 타국과 비교하면 우월했다.

사실 그동안 꽤 많은 나라들이 한국이 각성 강국이 된 이유에 대해서 연구했다.

가설은 많았다.

게임을 잘하는 민족이라 그렇다.

젓가락을 쓰는 감각이 스킬에 도움이 된다.

하나의 민족이란 유대감 때문에 각성자들 간의 정보 교환이 활발하다.

땅덩어리가 좁기 때문에 국토 수호의 본능이 강하다 등등.

많은 이유가 나왔고, 일견 타당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찬사를 받는 한국에는 분명한 약점이 있었다.

인외의 각성자들이 없다는 것.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는 강대국이란 평가를 받지만, 국가 간의 전쟁이 벌어지면 어찌 될지 몰랐다.

국가 간의 전쟁에서는 S급 각성자 한 명이 A급 각성자 10명보다 낫다.

물론 A급 각성자 10명과 S급 각성자 한 명이 싸우면 A급 각성자들이 이길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어디 전면전만 벌어지던가.

S급 각성자 한 명이 판을 흔들기 시작하면 기동성을 활용해 A급 각성자들은 그 뒤를 쫓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은 곧 S급을 넘어선 등급에도 적용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끔찍했다.

SS급, 혹은 SSS급 각성자가 군작전관의 목을 노린다면?

이런 이유로 한국은 각성 강국임에도 분명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국가였다.

그래서 오늘 승급 심사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다.

두 명의 SS급 각성자가 탄생한다면 한국은 대(對) 몬스터뿐만 아니라, 대(對) 각성자에서도 우위를 점한 국가가 될 테니까.

그 순간이었다.

쿠쿠쿠쿠쿵!

지금까지의 소리가 파공음이었다면, 이번엔 지진과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땅 전체가 흔들리며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진 않지만, 저 속에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찌나 고강한 스킬이 펼쳐졌는지,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이윽고 먼지가 걷혔을 때.

문수혁, 차정명.

그리고 백인 중년인.

세 사람이 꼿꼿이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란히 서서 중년인을 응시하던 문수혁과 차정명이 천천히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윽고 중년인이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문수혁과 차정명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그 순간 한국 기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문수혁과 차정명의 승급이 성공리에 끝났음을 보여 주는 역사적인 장면이었으니까.

아마 내일 대한민국 모든 뉴스의 헤드라인에는 이런 문장이 박혀 있을 것이었다.

<문수혁, 차정명. 황제에게 인정받다>

황제(Emperor) 아놀드 벡(Arnold Beck).

전 지구상에 3명뿐인 SSS급 각성자이자, 인류 최초의 SSS급 각성자.

한국에서 문수혁과 차정명의 승급전만큼 화제가 되었던 게, SG의 승급 심사를 아놀드 벡이 맡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아놀드 벡은 전 세계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A급 각성자의 수가 100명이 넘지 않았던 게이트 사태 초창기.

아놀드 벡은 각성자를 이끌고 로스앤젤레스의 AA급 게이트를 클리어했으며, 북경의 A급 게이트를 클리어했고,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쌍둥이 AAA급 게이트 클리어했다.

중요한 건 이때가 게이트 사태 초창기라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각성자가 많지도 않았고, 매뉴얼이 짜여 있지도 않았으며, SG도 없었다.

사람들은 아놀드 벡을 황제, 혹은 성자라고 불렀다.

그가 UN과 함께 SG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수많은 국가들이 군말 없이 참여했던 건.

인류의 위기 앞에 아놀드 벡이란 초인이 보여 준 헌신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러한 아놀드 벡은 지난 1년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는 딱 하나.

SSS급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

사람들은 아놀드 벡이 SSS급을 넘어서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EX급(Extra), OO급(Only One) 등등 많은 단어 들이 나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놀드 벡은 SSS급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SSS급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만질 수는 있었습니다.”

복귀 기자 회견장에서 이렇게 밝혔으니까.

문수혁과 차정명이 전 인류의 경외를 받는 아놀드 벡과의 대련 이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는 점.

아놀드 벡이 은은한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렸다는 점.

세 사람이 꽤 친근한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점.

오만 가지 이야기들이 한국 언론을 통해 쏟아질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잠시 뒤, 승급 심사 이후 간단한 기자 회견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질문 세례를 받은 것은 아놀드 벡이었다.

일본인 기자가 포문을 열었다.

“황제께서는 그동안 SS급 각성자를 몇 명이나 만나 보셨습니까?”

기자회견에서 타국의 기자가 ‘황제’라는 표현을 쓰는 걸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다.

질문을 받은 아놀드 벡이 입을 열었다.

“열다섯? 여섯? 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한국의 미스터 차와 미스터 문의 강함이 그들 중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명백한 비교의 질문에 한국 기자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문수혁과 차정명은 이제야 SS급에 들어섰다.

당연히 기존의 SS급 각성자들보다 능숙함이 떨어질 것이고, 말석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일본 기자들이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일본에는 아직 SS급 각성자가 없었다.

어떻게든 한국의 두 각성자를 ‘SS급의 자격이 애매한’ 이들로 격하 시키려는 치졸한 의도였다.

그래야 자국민들의 환호를 받는 기사를 쓸 수 있지 않겠는가.

일본 기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아놀드 벡이 대답했다.

“기자님도 보셨겠지만, 오늘의 모의 전투는 이 대 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해서 개개인의 능력까지 명확히 알 수 없군요.”

“그렇다면 2인으로 묶어서 평가해 주실 수는 있습니까? 다른 SS급 각성자 둘과 미스터 문, 미스터 차가 싸운다는 가정하에서요.”

집요하기까지 한 질문에 이번엔 SG 측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정치적인 의도는 알겠는데, 그 누구도 황제에게 대답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얼굴을 붉힌 SG 측의 언론 매니저가 일본 기자의 발언권을 박탈하려는 순간.

아놀드 벡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가능하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쉽습니다. 그 어떤 SS급 각성자 둘이 뭉쳐도 차정명과 문수혁 듀오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아, 여기서는 콤비라고 해야 좀 더 어울리려나요?”

“……!”

아놀드 벡의 발언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황제가 이제 막 SS급 각성자가 된 문수혁과 차정명의 무력을 굉장히 고평가하기 때문이었다.

“제 생각에는, 두 사람이 SS급의 벽을 넘기 위해 함께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서로의 비밀, 약점, 단점, 노하우까지 모두 공유하면서.”

아놀드 벡의 시선을 받은 문수혁과 차정명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말이 정확했으니까.

아니, 오히려 부족했다.

심지어 그들은 합격술까지 연습했다.

아놀드 벡과의 모의 전투를 대비해서는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반 SG 체제의 각성자와 싸울 것을 대비해서였다.

문수혁과 차정명의 인정에 기자들이 깜짝 놀랐다.

S급 이상의 각성자들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일인병기였다.

그런 이들이 모든 것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번에 기자들의 질문이 문수혁과 차정명에게 쏟아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습니까? 두 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각성 그룹의 리더로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미국 AP 통신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문수혁과 차정명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을 담당하는 기자라서 그런지 유창한 한국어로 질문한다.

문수혁이 마이크를 잡았다.

“기자님의 말씀이 정확합니다.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몇 달 전까지는.”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인가요?”

“네. 우리는 완전히 서로의 단점, 약점, 경험,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SS급이 되었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계기가 무엇입니까?”

“SG 서울 지부의 한지후 소장 덕분입니다.”

차정명이 말을 보탰다.

“그가 우리를 설득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둘이 대립해서는 안 된다고.”

순간적으로 기자 회견장에는 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각성 랭킹 1위와 2위의 화합을 이끌어 낸 브레인?>

<한지후 소장의 노력이 빛을 보다.>

등등의 헤드라인들이 노트북을 가득 채운다.

아놀드 벡이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비사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들이 옳습니다. 각성자들은 대립하면 안 됩니다. 인류를 위해 그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그가 기자들의 헤드라인 고민을 한 방에 없애 줄 말을 내뱉었다.

“저도 한지후 소장이란 분을 꼭 한번 만나 보고 싶군요.”

두 SS급 각성자의 든든한 지지.

전 세계적으로 생긴 인지도.

대한민국을 위해 음지에서 노력했다는 애국 이미지.

황제 아놀드 벡의 관심까지.

의도치 않은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는 한지후 소장이었다.

이게 전부, 진유성 때문이었다.

* * *

프라하에 다녀온 이후, 진유성은 한가한 방학을 보냈다.

매일같이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무협 소설을 읽었다.

고3의 겨울 방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한가함이었다.

사실 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유혜연이 은근히 진유성에게 공부를 종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특정 진로에 대한 관심을 갖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혜연은 더 이상 그런 태도를 보여 주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진유성의 정체에 대한 오해.

북한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진유성이 넉넉히 쉬길 바라는 마음에서.

또 하나는 진유성의 기말고사 성적.

대정고는 전체적으로 공부를 등한시했지만 상위 30퍼센트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 집단이었다.

판검사 출신의 집안의 자제들은 공부를 해야지만 가업을 계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대정고에서 전교 9등을 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성적이었다.

그렇기에 유혜연은 더 이상 진유성에게 어떤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잔소리의 집중 포화를 겪고 있는 이도 있었다.

“너도 이제 고3인데 공부에 집중해야지. 아니면 공부 말고 다른 일을 찾던가.”

“어머니, 아직 소녀는 남은 인생을 무엇으로 윤택하게 채울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 볼 터이니…….”

짝!

상소윤은 매일 같이 유혜연의 집중 잔소리 공격을 받고 있었다.

상림과 유혜연의 성격상 상소윤이 LF 건설의 지분을 물려받아 탱자탱자 노는 꼴을 볼 리가 없다.

상림과 유혜연은 돈과 무관하게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었다.

유혜연도 늦둥이를 임신한 뒤로 손을 뗐지만, 본래 작은 카페 몇 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진유성에게는 한가하고, 상소윤에게는 잔소리 가득인 방학이 천천히 글러 갔다.

TV에서는 연신 SS급 각성자의 탄생에 대해 떠들었지만.

“어?”

“왜?”

“저 두 사람이 이번에 한국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가 된 거냐?”

“그렇다더라?”

“흠.”

“왜?”

“아니다.”

진유성은 TV에서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머리를 긁적였다.

서울역과 게이트 안에서 만났던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저놈들이 한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한국이 각성 강국이라는 말은 거짓말인 것 같았다.

이런 시간들이 흐르던 어느 날.

상림이 진유성에게 정보를 하나 가져왔다.

천안에 F급 보스 레이드 게이트가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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