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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22화 (22/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22화>

“12킬로그램?!”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교주님 눈에도 마정석 옆에 12킬로그램이라고 써 있죠?”

“어. 아, 마정석이 각성자가 돈을 버는 수입원이냐? 들어 본 것 같기도 하다.”

진유성은 각성자나 게이트에 대해서 잘 몰랐다.

인터넷에 이야기가 많긴 했지만, 직접 게이트를 겪은 진유성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있는 말들을 믿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하긴 뭐…….’

생각해 보면 중원에서도 민초들이 무림인에 대해 이상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운기행공 중에는 외부의 사소한 충격에도 주화입마에 걸린다느니, 사파의 무공은 정파의 무공보다 익히는 속도가 빠르다느니 등등.

어디서 기인했는지 모를 낭설들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는데, 이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마정석이란 게 돈이 좀 되냐?”

“마정석 자체는 그렇게 비싼 물건이 아닙니다만, 12킬로그램이면 양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팔면 얼마나 주는데?”

“잠시만요. 저도 단가를 정확히 아는 건 아니라서요.”

상림이 생각에 잠겼다.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클리어 공헌도에 따라서 자동 분배된다.

즉, 클리어 인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SG는 각성자 개개인의 수익보다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SG는 F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도 최소 20명의 각성자를 동원했다.

이때, 한 명의 각성자가 F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버는 돈이 250~400만 원 사이라고 한다.

이건 오직 마정석의 값어치만 계산한 것이었다.

개인의 운에 따라서 드롭되는 아이템, 룬, 스킬북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라서 평균값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F등급 게이트에서 보통 인당 10~14그램 정도의 마정석이 떨어진다고 했으니…….’

가장 보수적으로 생각하면 14그램에 250만 원.

대충 1그램에 18만 원인 셈이다.

상림이 휴대전화 계산기에 숫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24킬로그램은 24,000그램.

거기에 18만 원을 곱하면…….

“사, 사십삼?”

43억.

깜짝 놀란 상림이 실수한 게 있나 몇 번이나 확인해 봤지만, 실수는 없었다.

진유성은 정말로 단 한 번의 헌팅으로 43억을 번 것이었다.

게다가 이 43억은 마정석의 정확한 시세를 모르는-정확한 시세는 국가 기밀이다- 상림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었다.

1그램당 단가가 올라갈수록 마정석 24킬로그램의 값어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다만 진유성이 가진 마정석의 값어치가 43억이라고 해도, 이걸 현금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진유성은 미등록 각성자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루트로는 SG에 판매할 수가 없다.

불법적인 브로커를 이용해야 하는데, 브로커를 이용하면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아마 제 가격의 절반 정도 받으면 잘 받은 것이리라.

하지만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얻는 것은 마정석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템, 룬 가호, 스킬북 등등.

보다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내가 이걸 왜 이제야 떠올렸지? 바보인가?’

진유성이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돈과 연결하지 못했다.

변명을 해 보자면, 그에게 진유성은 각성자 이미지가 아니었다.

‘서울역 게이트를 각성자가 클리어했다.’라고 생각한 게 아니라, ‘교주님이 또 전부 두들겨 팼다.’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원래 사람의 고정관념은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니까.

“반응 보니까 돈이 좀 되나 보네.”

“교주님, 헬리콥터랑 스포츠카를 가지고 싶다고 하셨죠?”

“어.”

“살 수 있을 듯합니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교주님이 갖고 계신 물건을 조금씩 팔면요.”

진유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팔아서 왜 그걸 사?”

“네? 갖고 싶으셨던 거 아닙니까?”

“갖고는 싶은데, 그건 네가 사 줘야지. 약속했으니까.”

“…….”

“수하가 약속을 어기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상림이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거 저 아니면 현금화도 못 하거든요?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이 물품들을 현금화하려면 브로커를 찾아야하고, 대리인도 내세워야 하고, 수익금도 외국 은행을 통해 세탁해야 한다.

브로커에게 지불할 수수료 같은 건 선금으로 준비해야 하고.

구구절절한 상림의 설명을 들은 진유성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 앞으로 게이트에서 버는 수익의 1할 5푼을 줄게. 됐지? 그 돈 모아서 사 주면 되잖아.”

“…….”

화가 난다.

이건 뭐, 페라리를 살 때까지는 무일푼으로 일하라는 소리가 아닌가.

“2할 주세요.”

“그래라.”

“그럼 3할…….”

“뒈질래?”

진유성이 눈을 부라리자 상림이 찔끔하며 말을 돌렸다.

“근데 방금 앞으로 게이트에서 버는 수익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어. 왜?”

“계속 게이트를 클리어하실 겁니까?”

“내공 때문이라도 해야지? 안 그래도 내공을 많이 써서 조만간 한 번 가려고 했어.”

상림의 내공 수련을 도와주거나 미세먼지를 걸러 내는 일에도 내공이 들어간다.

그리고 소모된 내공을 채우는 방법은 게이트에서 스탯을 얻는 것뿐이다.

“드라마랑 영화 보시면서 다 쓰신 거 아닙니까? 생사결의 상태로 보니까 그렇죠.”

“큼. 그런 거 아니다.”

상림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근데 어디 게이트에 들어가시려고요?”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맨날 게이트 위치 뜨잖아. 얼굴 숨기고, 거주지에서 제일 먼 곳으로 가면 되겠지.”

상림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거면 더 좋은 곳이 있습니다.”

“어딘데?”

“더럽고 추악한 곳이요.”

* * *

경상북도 경산시.

송림 저수지.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겨울철 빙어 낚시터로 제법 유명한 곳이지만, 물을 저장하는 마정석의 등장 이후 저수지로서의 역할이 사라진 곳이기도 했다.

송림 저수지에 게이트 발생이 예고된 것은 열흘 전.

지역 주민들은 게이트 클리어를 원했지만 SG의 선택은 게이트 방치였다.

사실 SG 입장에서 모든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는 없었다.

각성자의 숫자가 제한적인 만큼 주요 도시와 주요 시설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고, 서울역 비징후 게이트가 등장한 이후 상시 대기조를 운영 중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송림 저수지 게이트가 방치된 것은 인력난 때문은 아니었다.

GEL 수치에 따르면 송림 저수지 게이트는 F등급 중에서도 최하급 게이트.

십여 명의 각성자만 투입되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림 저수지 게이트가 방치된 것은 권력자의 입맛 때문이었다.

물 위에 생겨난 게이트가 폭발하면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자연 온천이 생겨난다.

경산시의 시장은 자연 온천을 이용해 관광지를 만들고,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여 정치적인 성과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만 시장 자리를 연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산시장 혼자서는 SG의 방침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기에 그는 윗선에 손을 뻗쳤다.

청탁의 대가는 송림 온천이 한눈에 보이는 초호화 별장이었다.

이 같은 로비에 들어간 돈은 <대림>이란 건설업체에서 부담했다.

대림건설은 대규모 온천지와 별장 건설의 수주를 따내서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추악한 삼박자가 맞물린 송림 저수지의 게이트는 ‘어쩔 수 없이’ 방치되었다.

단 한 명의 각성자도 포함되지 않은 채로.

일주일이란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덧 게이트 폭주 날의 아침이 밝았다.

* * *

올해 34살이 되는 경산 토박이 김운철은 눈물을 훔쳤다.

“크흐흑.”

그러나 눈물이 끝없이 흐른다.

‘엄마…….’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홀몸으로 그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때 어머니 나이가 스물여섯이었다.

꽃처럼 아름다운 나이에 아들 하나 키우겠다고 안 해 본 고생 없이 살아오신 어머니.

어렵게 취업해서 효도 좀 하려 했는데…….

당신이 감당하기엔 너무 고된 삶이셨는지, 좋은 날도 없이 병으로 훌쩍 떠나셨다.

첫 월급을 받고 어머니가 좋아하던 음식을 봉분에 올리던 날, 김운철은 무덤 앞에서 탈진할 때까지 울었다.

그가 서울로 올라가 더 큰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경산에 남은 건 순전히 어머니 때문이었다.

남들은 그에게 미련하다 했다.

어머니가 아무리 그리워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김운철은 도저히 경산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성적으론 사람들의 마음에 납득해도 어머니를 홀로 내버려 두고 떠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면 게이트가 폭발해 어머니의 시신을 산산조각 낸다고 한다.

흔적도 못 찾는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손쓸 방도가 없다고 하고, 묘 이장조차 도와주지 않는다.

시장이 게이트가 터지면 생길 온천으로 관광지를 만들 것이고, 그 때문에 게이트를 방치했다는 건 지역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운철은 며칠 전 시장 관사에 난입해 난동을 피웠지만, 시장의 그림자도 볼 수가 없었다.

경찰한테 붙잡혀 관사에서 쫓겨났을 뿐이었다.

“씨발…….”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켠 김운철이 눈물과 함께 욕을 내뱉었다.

그러곤 노트북을 켜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종종 크나큰 억울함을 풀기 위해 분신자살을 선택하곤 한다.

김운철의 선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서를 써 온갖 언론사 메일에 보낸 다음, 게이트 폭발에 몸을 맡길 것이었다.

[적어도 나의 죽음 이후에 억울한 이들은 나오지 않기를…….]

마지막 문장을 쓰고 메일을 전송한 김운철은 내친 김에 인터넷 게시판에도 마구잡이로 글을 올렸다.

그러곤 집 앞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순간 음주 운전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흐.”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든다니.

나만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 봤자 뭐 한단 말인가.

세상은 썩었는데.

김운철은 그렇게 오토바이의 액셀을 당겼다.

군부대가 인근 1킬로미터 지대를 통제하고 있다지만, 경산 토박이인 김운철은 몰래 저수지로 갈 수 있는 길들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김운철은 저수지와 연결된 야산을 향해 오토바이를 몰았다.

* * *

“크르르륵!”

진유성은 마지막 남은 몬스터 앞으로 다가갔다.

놈이 그르렁거리며 진유성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늑대와 여우를 섞어 놓은 것처럼 생긴 이번 몬스터는 앞전에 만났던 몬스터들에 비하자면 훨씬 약했다.

‘참으로 희한하군.’

몬스터는 참으로 이상하다.

분명 놈들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두려워하면서도 덤벼드는 걸 멈추지 않는다. 꼭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따라 행동이 정해진 것처럼 말이었다.

아마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은 시스템이 내리지 않을까 싶다.

진유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참지 못하고 덤벼드는 내공 도시락의 허리를 수도로 내리찍었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몬스터가 죽음을 맞이했다.

[레벨업!]

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번에 만난 도시락들은 10~12마리 정도를 죽여야 레벨업이 되었다.

지금 죽인 게 꼭 10마리째였는데, 다행히도 요구 경험치가 딱 맞은 모양이었다.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 중입니다.]

[에러 발생!]

[해당 플레이어의 데이터 필드값에 각성자 보호 시스템 사용이 이미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중단됩니다.]

[5개의 스탯을 분배해 주십시오.]

[10초 안에 분배하지 않을 시 임의 분배됩니다.]

진유성은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메시지를 받으며 스탯을 곧장 내공으로 치환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스탯이 정상적으로 분배되지 않았습니다.]

[스탯이 ??에 의해 ??로 소실되었습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1로 돌아갑니다.]

5개의 스탯은 반년치의 내공과 비슷했는데, 진유성은 이번 게이트에서 반 갑자-30년의 내공- 정도의 내공을 벌었다.

실제로 벌어들인 내공은 일 갑자 정도였지만, 절반 정도는 게이트를 클리어하면서 소모한 것이다.

룬 가호 인류배려자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인류배려자(신화, S등급) : 플레이어가 얻는 모든 종류의 경험치가 30퍼센트 상승합니다.]

상림의 말에 따르면 이번 게이트 등급이 F등급 중에서도 최하위라서 그런 것 같았다.

‘뭐, 학교 가기 전에 몇 군데 더 돌면 되겠지.’

진유성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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