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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6화 (6/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6화>

진유성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흑성성들의 무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의 비명이 터졌다.

진유성이 괴물들의 틈바구니에서 무참히 살해됐을 거라는 짐작에서 나온 비명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상상과는 달리 아주 평온했다.

괴물들은 진유성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고, 진유성도 딱히 몬스터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을 스쳐 지나가며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크워?”

“크어어?”

흑성성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적과 조우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진유성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보폭과 동체 시력.

손과 발의 평균적인 속도.

관절의 가동 허용 범위.

무게중심 이동의 특징.

흑성성을 닮은 낯선 생명체의 기본적인 신체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정보는 내구도뿐.

진유성은 김인창이 억지로 쥐여 준 단봉을 휘둘렀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단번에 몬스터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쿠워워어억!”

“크아아아악!”

동족의 혈향에 흥분한 것일까.

몬스터들이 흉폭한 기세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유성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점점 낮은 강도로 적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퍽! 턱!

세 번의 시도 만에 진유성은 흑성성 두개골의 강도를 얼추 확인할 수 있었다.

두뇌는 육체의 가장 큰 약점.

두뇌를 보호하는 두개골을 부술 정도의 힘이라면 다른 신체적 약점을 공략하기 충분한 힘이 된다.

‘날카로움에 대한 저항력은 어떨까?’

서걱-!

진유성의 검기가 몬스터의 목을 베어 냈다.

‘맹수의 근육과 비슷하군.’

이번엔 손을 뻗어 가장 가까운 적에게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쿠웅!

지금까지의 소리와 달리 육체 안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중수법을 이용해 괴물의 신체를 안에서부터 터트려 버린 것이었다.

“쿠어어억!”

“음?”

그러나 놀랍게도 진유성의 손에 붙들렸던 흑성성은 죽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는 듯 비명을 내질렀지만 신체 활동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했다.

진유성은 양손으로 두 마리의 흑성성을 붙잡고 동일한 강도로 내가중수법을 사용했다.

둘 다 마찬가지였다.

‘이 자식들, 기운에 대한 내성이 있네.’

그렇다면 무기를 이용해 죽이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

더 많은 공력을 싣는다면 내가중수법으로 죽일 수 있지만, 내공이 아깝다.

지금껏 진유성이 적들의 정보를 파악한 것도 내공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내가중수법에 당해 맥을 못 추는 흑성성 두 마리의 목을 벤 진유성이 중얼거렸다.

“본격적으로 가 보자고.”

그 순간이었다.

진유성의 시야에 낯선 글자들이 떠오른 것이.

[레벨업!]

[레벨업!]

메시지창을 본 진유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시야를 가린다는 건 전투 상황에 치명적이다.

진유성의 수준쯤 되면 시각에 국한받지 않지만, 다른 이들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메시지창이 떠오른 순간, 괴물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공격을 멈췄다.

‘뭐지?’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 중입니다.]

[다음 레벨업부터 보호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10개의 스탯을 분배해 주십시오.]

[10초 안에 분배하지 않을 시 임의 분배됩니다.]

10초 안에 스탯을 분배하라는 메시지가 떴음에도 진유성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10초가 흘렀다.

[사용자가 결정을 내리지 않아 10개의 스탯이 임의 분배됩니다.]

[체력에 4포인트, 근력에 4포인트, 지구력에 2포인트 투자됩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난관에 봉착했다.

진유성의 스탯창이 온통 물음표 범벅이었으니까.

[스캔 오류 발생!]

[대상의 능력치를 수치화할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스캔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스캔 시스템이 정상 작동할 때까지 플레이어에게 1레벨 각성자의 평균값이 부여됩니다.]

[스캔 오류 해결 이후, 레벨업을 통해 추가된 스탯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진유성의 눈앞으로 다시 한번 스탯창이 떠올랐다.

-

* [레벨] 1 + (??)

* [이름] 진유성

* [고유 스탯]

체력 ? 12 (?3?)

근력 ? 8 (?5?)

지구력 ? 6 (8??)

순발력 ? 5 (??4)

폭발력 ? 6 (?4?)

속력 ? 9 (1??)

재생력 ? 10 (?7?)

물리저항력 ? 6 (?9?)

마법저항력 ? 0 (?6?)

* [장착 아이템]

장착 아이템이 없습니다. 인벤토리에서 선호 아이템을 선택해 주세요(??).

* [습득 스킬]

습득한 스킬(??)이 없습니다.

* [룬의 가호]

가호를 받은 룬(??)이 없습니다.

-

[사용자가 결정을 내리지 않아 10개의 스탯이 임의 분배됩니다.]

[체력에 4포인트, 근력에 4포인트, 지구력에 2포인트 투자됩니다.]

메시지창의 알림이 끝나자마자, 진유성은 환한 빛이 자신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빛 속에 담긴 기운이 그의 신체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었다.

체력, 근력, 지구력 등등의 세분화된 신체 능력의 강화를 통해 진유성이란 인간을 진일보시키려는 것이었다.

시스템이란 미증유의 대상을 관찰하고 있던 진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이것이 각성이다.

이곳의 인간들은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잡아 레벨업을 하고, 각성을 통해 강자가 된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는 것이다.

진유성은 이러한 생존의 구조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껏 만나 본 새로운 세계의 나약한 인간들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힘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거부하겠다!”

그가 일신에 축적한 무(武)는 단순한 무력이 아니다.

진유성이란 사람이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이자 역사이고, 그를 사랑해 준 이들의 흔적이다.

그러니 나 자신을 각성시킬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

진유성은 정신을 집중했다.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그는 내공으로 만들 만한 기운을 만나지 못했다.

외부의 기운은 불순했고, 게이트 내부의 기운은 인위적이었다.

대자연에 흡수할 만한 기운이 없으니, 소모된 내공이 회복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신체를 변화시키려는 기운은 정순하다.

마치 자연의 기처럼 말이다.

“흡!”

진유성은 기경팔맥을 확장시켜 시스템의 기운을 혈도를 통해 받아들이는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기운들이 진유성의 의지를 거부하는 듯했다.

하지만 진유성은 기운에 대한 압도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이였다.

타고나기도 했지만, 무와 공을 성취하며 더욱 발전시켜 온 결과였다.

결국 진유성은 어렵지 않게 기운을 단전에 갈무리할 수 있었다.

[치명적 에러 발생!]

플레이어에게 기적을 일으키는 스탯이 소실되자, 시스템이 요동쳤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스탯이 정상적으로 분배되지 않았습니다.]

[스탯이 ??에 의해 ??로 소실되었습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1로 돌아갑니다.]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멀더의 술법을 통해 언어를 익힌 진유성이지만, 고유명사만큼은 곧바로 인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대충 시스템이란 놈이 뭘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메시지창이 사라지자마자 흑성성의 거친 고함이 들렸다.

“크워어어!”

진유성이 손을 움직이자, 단봉에서 줄기줄기 뻗친 내기가 흑성성 4마리의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

[레벨업!]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 중입니다.]

[에러 발생!]

[해당 플레이어의 데이터 필드값에 각성자 보호 시스템 사용이 이미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중단됩니다.]

[5개의 스탯을 분배해 주십시오.]

[10초 안에 분배하지 않을 시 임의 분배됩니다.]

진유성은 메시지창을 보며 스탯을 내공으로 전환했다.

‘임의 분배를 기다릴 필요가 없군.’

레벨업을 하는 순간 아무 스탯에 투자하고, 곧장 내공으로 바꾸면 된다.

처음에는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몇 번 하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진유성은 본래 회복되지 않는 내공 때문에 효율적으로 싸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흑성성 3~4마리를 잡으면 한 번의 레벨업이 된다.

한 번의 레벨업에는 5개의 스탯이 주어지는데, 이 스탯을 내공으로 전환하면 대충 반년치 내공과 비슷하다.

즉, 진유성은 흑성성 3~4마리를 죽이면서 반년치 내공 아래로만 소모하면 내공이 회복되는 셈이었다.

‘재밌군.’

진유성이 애틋한 눈으로 흑성성들을 쳐다보았다.

“쿠워?”

귀여운 놈들이다.

저 우락부락한 몸 어디에 이런 달콤함이 숨어 있었는지…….

맛을 보기 전엔 모를 뻔했다.

“이리 와라, 내공 도시락들.”

그 순간, 진유성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환하게 웃는 한 인간의 모습에서 죽음을 느낀 것이었다.

그렇게 식사, 아니 학살이 시작되었다.

내공을 아낄 필요가 없어진 진유성의 단봉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오는 내기를 몬스터들은 막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진유성의 입장에서 전투를 손쉽게 만드는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 중입니다.]

[에러 발생!]

[해당 플레이어 데이터 필드값에 각성자 보호 시스템 사용이 이미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중단됩니다.]

<최초 레벨업 각성자 보호 시스템>이 중단되는 데 걸리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보호 시스템은 발동되지 않는 게 아니라, 발동되었다가 금방 취소된다.

즉, 발동되고 취소되는 사이의 시간은 몬스터들의 공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시간은 아주 짧았다.

길어 봐야 0.1~0.2초 정도.

하지만 진유성은 그 찰나를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고수였다.

데이터 필드니, 보호 시스템이니 하는 걸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몸으로 느끼며 활용하는 건 쉽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알림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진유성은 내공을 아끼지 않았다.

어차피 도시락 만찬은 7일간 이어진다고 했다.

첫날 정도는 손이 가는 대로 내공을 써 보고, 어느 정도로 아낄지 감을 잡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전투가 진행되자 레벨업 알림창 사이사이 다른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최초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단신으로 누카 종족 3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룬 : 누카 종족 사냥꾼(일반, F등급)>의 가호가 내립니다.]

[누카 종족 사냥꾼 : 누카 종족과 전투 시, 플레이어의 모든 스탯에 10퍼센트의 버프가 발생합니다!]

[룬의 가호는 최대 10개까지 중복 장착할 수 있으며, 소유한 룬의 장착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최초 관련 업적은 오직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만 수여됩니다.]

[룬 가호를 받겠습니까?]

[예 / 아니오]

보통의 각성자라면 당연히 YES를 외쳤을 것이었다.

룬 가호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었고, 최초의 룬 가호는 세상에서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유성은 아니었다.

“필요 없어!”

진유성은 각성 시스템을 부정하진 않지만, 순응하지도 않는다.

그는 긍지 높은 무인이었고, 어디서 기인하는지 모를 힘의 가호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진유성의 생각을 모르는 시스템은 계속 그를 귀찮게 했다.

[믿을 수 없는 최초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플레이어가 단신으로 누카 종족 5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룬 : 누카 종족 학살자(일반, D등급)>의 가호가 내립니다.]

“필요 없어!”

[믿을 수 없는 최초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단신으로 누카 종족 10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룬 : 누카 종족의 악몽(일반, C등급)>의 가호가 내립니다.]

“안 한다고!”

그 뒤로도 진유성은 몇 번이나 룬 가호를 거부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인간형 몬스터에게 추가 데미지가 들어가는 <유인원 사냥꾼>의 가호도 있었고, 단신으로 전투 중 스탯이 높아지는 <외로운 학살자>도 있었다.

진유성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외로운 학살자는 전설급 룬 가호였다.

전설급 룬 가호는 전 세계에서도 소유한 이가 백 명도 채 되지 않는 희귀한 것이었다.

“안 산다고! 이 새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유성은 거부했고, 그 이후에도 다양한 가호들이 드롭됐다.

‘뭔 놈의 최초가 이렇게 많아? 귀찮아 죽겠네.’

전부 다 최초 업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얼추 대여섯 개 이상의 최초 업적을 받은 것 같다.

이곳의 무인들은 그렇게 형편없는 것일까?

그렇게 진유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처음으로 진유성의 시선을 잡아끄는 룬 가호가 등장했다.

[플레이어가 믿을 수 없는 양보심을 발휘합니다!]

[플레이어는 최초 관련 룬의 가호를 다수 거부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양보로 인해 최초 관련 룬의 가호가 차등으로 플레이어에게 돌아갑니다.]

[당신의 배려에 시스템이 감탄합니다!]

[당신의 배려로 인류가 생존할 확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플레이어의 배려에는 합당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숨겨진 조건을 만족합니다!]

[히든 피스가 발동합니다!]

[플레이어에게 <룬 : 인류배려자(신화, S등급)>의 가호가 내립니다.]

진유성의 눈에 룬 가호에 대한 상세 설명이 들어왔다.

[인류배려자(신화, S등급) : 플레이어가 얻는 모든 종류의 경험치가 30퍼센트 상승합니다.]

[룬 가호를 받겠습니까?]

[예 / 아니오]

진유성이 코웃음을 쳤다.

천마신교의 교주는 어디서 기인하는지 모를 힘 따위는 얻지 않는다.

“내놔!”

이건 힘이 아니다.

도시락의 양에 관한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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