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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5화 (5/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5화>

관리자는 언어가 아니라 심상으로 의미를 전달했다.

이러한 심상 전달은 언어의 장벽이 무의미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모아 놔도 동시에 의미 전달이 가능했다.

관리자의 입을 통해 게이트라는 게 확정된 순간 패닉이 일어났다.

“씨, 씨발!”

“SG, SG는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내보내 줘! 나, 난 이런 거 하고 싶지 않아!”

“살려 줘!”

혼란과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관리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힘을 합쳐 7일간의 공격에서 생존해야 합니다.]

[생존에 필요한 물품은 전투 이후 인벤토리에서 제공될 것이며, 전투 전에 취향에 맞는 무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레벨업과 스탯 분배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부디 생존하시길 빕니다.]

관리자가 오른손을 들었다.

[시스템 스캔을 시작합니다.]

[스캔이 끝나면 <인벤토리 이용>, <상태창 이용>, <스킬창 이용>, <경험치 퀘스트 수행>, <레벨업>, <스탯 분배>가 가능해집니다.]

관리자의 오른손에서 터져 나온 빛이 214명의 참가자를 감싸기 시작했다.

진유성의 반대편에 서 있던 김인창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게이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국가에서 교육을 한다.

SG가 설립된 이후, 일반인이 게이트에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0퍼센트는 아니었다.

이러한 교육은 일반인이 게이트에 끌려갔을 경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말로 듣던 것과 직접 겪는 것은 다른 법이다.

따뜻한 빛이 그의 몸을 감싸는 순간, 김인창은 자신이 시스템의 다양한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참으로 기묘한 감각이었다.

“상태창.”

-

* [레벨] 1

* [이름] 김인창

* [고유 스탯]

체력 ? 12

근력 ? 13

지구력 ? 6

순발력 ? 4

폭발력 ? 9

속력 ? 7

재생력 ? 3

물리저항력 ? 13

마법저항력 ? 0

* [장착 아이템]

장착 아이템이 없습니다. 인벤토리에서 선호 아이템을 선택해 주세요.

* [습득 스킬]

습득한 스킬이 없습니다.

* [룬의 가호]

가호를 받은 룬이 없습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인창과 흡사한 상태창을 보고 있었다.

개인의 편차에 따라 스탯의 세부 사항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뿐.

하지만 214명 중 한 명은 그렇지 않았다.

바로, 진유성이었다.

진유성의 몸을 휘감은 빛은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진유성을 탐색하려 했지만…….

-

* [레벨] ??

* [이름] 진유성

* [고유 스탯]

체력 ? ?3?

근력 ? ?5?

지구력 ? 8??

순발력 ? ??4

폭발력 ? ?4?

속력 ? 1??

재생력 ? ?7?

물리저항력 ? ?9?

마법저항력 ? ?6?

* [장착 아이템]

장착 ??이 ??입니다. 인벤토리에서 선호 아이템을 선택해 주세요.

* [습득 스킬]

습득한 ??, ??, ??.

* [룬의 가호]

??의 가호 ??, ??입니다.

-

물음표 속의 숫자가 계속 바뀔 뿐이었다.

‘뭔 개소리야, 이건?’

진유성은 물음표 범벅인 상태창이나 스탯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어찌 사람의 체력이나 근력 따위를 수치화할 수 있단 말인가?

정신 상태, 몸 상태에 따라서 같은 경지의 무인들에게도 큰 차이가 발생하는데.

‘아, 그래서 물음표라는 기호로 표기된 건가? 근데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았지?’

물음표라는 낯선 기호가 ‘알 수 없음’을 뜻하는 것 같으니 얼추 들어맞는다.

진유성은 그런 오해를 하며 ‘D-1C’란 요상한 이름을 가진 관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게이트를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그는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는 성격이었다.

“어이, 파란 놈!”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정적 속에 경악이 묻어났다.

관리자를 자극하면 안 된다는 건 게이트에 관한 기본 상식.

SG는 대규모 각성자를 파견해 관리자를 제압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관리자를 심문하면 게이트에 대한 심층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멸이었다.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한 명의 관리자에게 몰살당했다.

이 일은 민간에도 널리 알려졌기에 사람들은 관리자를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 조용히 해! 이 미친놈아!”

주변인들 중 한 명이 만류했지만 진유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식이, 어디 건방지게 높이 떠 있어? 내려와 봐.”

“닥치라고!”

“이, 입 막아!”

사람들이 진유성을 붙잡으며 조마조마한 눈으로 관리자를 쳐다보았다.

적대 행위를 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지만, 적대 행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본인 마음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관리자는 이 미친놈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제한 시간 10분 안에, 인벤토리에서 선호 무기를 선택하십시오.]

[10분 안에 선택하지 않을 시, 무기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30분 뒤, 공격이 시작됩니다.]

[7일간 생존하십시오.]

끝으로 관리자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러자 진유성을 붙잡고 있던 사람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너 뭐야!”

“뒈질 거면 혼자 뒈지라고!”

성급하게 주먹을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뜨거운 반응은 금방 사라졌다.

주변 사람들이 ‘인벤토리!’를 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10분이란 제약이 있는 만큼, 다들 급했다.

허공에서 빛이 일렁거리며 사람들의 손에 각양각색의 무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검을, 누군가는 망치를, 또 누군가는 창이나 도끼를 선택했다.

흥미를 느낀 진유성도 입을 열었다.

“인벤토리?”

눈앞에 ‘선호 무기’라는 상자가 떠올랐고, 상자를 열려고 마음을 먹자 무기의 목록이 주르륵 이어졌다.

목록에는 수많은 무기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냉병기였고, 화약을 이용한 총포나 대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이용자가 전투를 수행할 무기를 선택해 주십시오.]

진유성은 그 글자를 가만히 보다가 무시해 버렸다.

이게 뭔 줄 알고 선택한단 말인가?

원하지 않는 글자가 눈앞에 떠오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인이란 응당 자신의 신체와 감각을 오롯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었다.

[10분 안에 선택하지 않을 시, 무기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필요 없으니까 꺼져.”

[무기 선택을 포기하셨습니다.]

“오냐.”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건 말건, 무기 선택을 포기한 진유성은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허공에 빛이 맺히면, 그것이 무기가 된다.

서울역이란 객잔에서 게이트가 만들어질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무기 선택을 끝내고 어설프게 무기를 꼬나든 사람들이 소리쳤다.

“이,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싸,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 준비도 없이 이대로 어떻게 싸워!”

“SG! SG 없어?! 세금을 처먹었으면 일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각성자 없냐고!”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음에도 진유성은 별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저들은 죽지 않는다.

자신도 여길 나가려면 괴물들을 죽여야 하니 말이었다.

‘아, 숫자가 엄청나게 많으면 사상자가 나올 수는 있겠군.’

강한 열 명의 적이라면 처리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어중간한 천 명의 적이라면 그를 지나쳐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거기까지 책임질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웬만하면 그런 일도 없을 거다.

낭인들은 게이트를 이겨 낸 이들이 각성자로 거듭나고 돈을 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앞으로 시작될 난관이 여기 모인 사람들로 이겨 낼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소리다.

가능성이 낮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1푼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일이라면, 진유성한테는 누워서 떡 먹기다.

진유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 머리를 굴리고 있는 모양인데, 진유성이 보기엔 영 아니었다.

“야, 미친놈!”

그때 사람들 틈에서 다가온 김인창이 진유성을 불렀다.

“어, 왜?”

“너 아까 관리자한테 왜 그랬어? 관리자한테 개기면 안 되는 거 몰라? 다 골로 간다고!”

“궁금한 거 물어보려고 했지.”

“젠장, 진짜 미친놈이었네.”

김인창이 진유성의 손을 잡아끌었다.

“따라와.”

“왜?”

“내 옆에 딱 붙어 있어! 그래야 살 거 아니야!”

“인창 형님, 그건 좀…….”

“그럼 뭐? 이 어린놈을 죽게 놔두자고?”

낭인들이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날 때, 진유성이 일어났다.

“그래, 인창아. 너는 내가 꼭 살려 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하, 참. 그 반말 좀 어떻게 안 되나?”

“반말해도 되는 나이라니까. 새파랗게 어린 게.”

“근데 너 무기 어디 있어?”

“없어.”

“왜? 누가 뺐어 갔어?”

“뺏기긴. 필요 없어서 안 받았지. 그런 기분 나쁜 물건 따위.”

“하…….”

한숨을 푹 내쉰 김인창이 자신의 양손에 들린 단봉 중 하나를 건넸다.

“받아.”

“필요 없다니까.”

“들라고!”

진유성이 김인창과 옥신각신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관리자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잠시 뒤, 1일차 전투가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허겁지겁 미리 정해 둔 자리로 향하는 순간, 진유성은 저 멀리서 갑자기 나타난 기척을 읽었다.

‘많다.’

적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얼추 500명은 되는 것 같다.

‘아니, 명이 아니군.’

지축을 박차고 달려오는 소리로 파악하건대, 인간의 질량으로 땅을 박차는 게 아니다.

인간의 평균 몸무게가 100근(60kg)정도 된다면, 지금 지축을 박차는 생명체의 무게는 200근이 넘는다.

게다가 속도도 인간이 뛰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숫자, 질량, 속도.

모든 것이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난 놈들이다.

‘너무 어렵잖아? 혹시 엄청나게 멍청한가?’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사람들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7일 동안 버티라면서 첫날에 몰살당하게 생겼다.

진유성이 기척을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패닉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미증유의 존재 때문이었다.

“미, 미친!”

“너무 많잖아!”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참여 인원은 214명.

하지만 몬스터들은 어림잡아도 오백은 되어 보였다.

“겁먹지 마! 겁먹지 말라고!”

사람들이 겁에 질리자 진유성의 옆에 서 있던 김인창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강단 있는 몇 명이 호응했다.

“그, 그래! 쫄지 마!”

“씨발! 씨바아알!”

“우리도 각성해서 부, 부자 될 수 있어!”

진유성은 안력을 돋우며 적의 모습을 확인했다.

괴물들은 언젠간 서양에서 진상품이라고 받았던 흑성성(黑猩猩 : 침팬지)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리를 구부정히 숙인 채 땅을 보고 달려오고 있었는데, 체구는 인간과 비슷했다.

사람은 똑바로 서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구부정한 괴물들이 더 작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유성은 괴물들의 검은 털 갈기 속 꿈틀거리는 근육의 질이 인간을 아득히 압도할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두두두두두두!

“침팬지 새끼들이잖아!”

“씨발! 할 만해! 존만하잖아!”

그러나 사람들은 이들이 유인원처럼 생겼다는 것에 용기를 얻고 있었다.

적들이 점점 다가왔다.

사람들이 두려움과 긴장에 침을 꼴깍 삼킬 때.

저벅, 저벅.

누군가 차분한 걸음걸이로 사람들을 지나쳐 전열을 이탈했다.

진유성이었다.

전투의 두려움과 흥분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이 뭔가에 홀린 듯 진유성을 쳐다봤다.

유일하게 입을 여는 것은 김인창이었다.

“왕후! 미친놈아! 어디 가!”

김인창의 목소리에 진유성이 걱정 말라는 듯 손만 흔들었다.

깜짝 놀란 김인창이 진유성을 따라가 말리려 했지만, 주변의 노숙자들에게 붙잡혔다.

그사이, 차분하게 걷던 진유성과 적들 간의 거리가 1장(3미터) 이내로 좁혀졌다.

전열의 몬스터들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진유성에게 달려들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포악한 흉성을 내지르는 것이 맹수와 다를 바가 없다.

“무뢰한 것들에게 천마신교의 교리를 전파해 주지.”

천마신교 제일교리.

천신(天神)을 숭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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