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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2화 (2/337)

<레벨업하기 싫은 천마님 2화>

멀더가 말을 이었다.

“다섯 쌍둥이가 대마도사가 되면 가능합니다.”

진유성이 반문했다.

“다섯 쌍둥이? 그게 무슨 소리야?”

“게이트를 열기 위한 에너지의 총량은 다수의 마도사들이 모이면 채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마력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겁니다.”

“아하, 힘의 성질이 달라서 완벽하게 섞이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게이트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극도로 정순한 마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 명이 그 정도 총량의 마력을 지닐 수는 없고, 여러 명의 마력을 섞으면 불순해지죠.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면 다섯 쌍둥이가 대마도사가 되는 경우입니다.”

“흠…….”

“기록에 따르면 100여 년 전, 세쌍둥이가 게이트를 열기 위해 마력을 퍼부은 적이 있고, 문이 절반쯤 열렸다고 합니다.”

멀더의 말을 듣던 진유성이 신주청에게 손짓했다.

“주청아.”

“예, 교주님.”

“반경 백 장(약 300미터) 이내의 사람들을 전부 내보내 봐.”

“알겠습니다.”

황궁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라는 건 황제도 내보내라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신주청은 말없이 사라졌고, 진유성은 잠시 눈을 감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진유성이 눈을 떴다.

“다 갔군.”

“예?”

“이제 백 장 안에 남은 사람은 너와 나뿐이다.”

멀더는 진유성이 농담을 하는 것인지, 진담을 하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이 남자는 지금 330야드 안에 존재하는 사람의 기척을 전부 읽었다는 것일까?

“멀더라고 했나?”

“그, 그렇습니다.”

“잘 봐. 이게 너희들 말로, 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이니까.”

진유성이 중얼거렸다.

“전부 다 개방하는 건 오랜만인데.”

그 순간.

마력의 기류가 진유성의 몸을 일순했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쿠쿵!

“읍!”

멀더가 이를 악물었다.

이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너무 농밀하다.

태양을 맨눈으로 보면 눈이 멀어 버린다. 막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멀더는 지금, 자신이 태양 앞에 놓였다고 생각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한 사람이 품을 수 있는 마력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마력을 쌓을 수 있을까? 이 정도의 마력을 품다가는 몸이 터져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쿠쿠쿵!

마력이 또다시 진유성의 몸을 일순하는 순간, 기운은 배로 늘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내공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더라고. 게다가 이상하게도 내 내공은 자연적으로 휘발되지 않아. 기에 대한 구속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지.”

쿠쿠쿠쿵!

“그래서 평소에는 압축해서 잘 숨겨 놔. 일반인들은 느낄 수 없도록. 그렇지 않으면…… 죽거든.”

쿠쿠쿠쿠쿵!

멀더는 숨을 쉬지 못하면서 깨달았다.

300장 안의 공간이 이 남자의 지배하에 놓였다.

넘실거리는 마력이 유형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 진유성은 300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중원의 지존 앞에서는 마도회의 장로들이나 시골의 촌로나 똑같다.

멀더는 진유성이 힘을 개방하기 전에도 무시무시한 마력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건 진유성이 품은 마력의 찌꺼기였다.

힘의 대부분을 봉인하고, 남은 힘도 갈무리하고, 거기서 남은 찌꺼기.

자신은 그 찌꺼기에 경악했던 것이었다.

‘이자가 과연 인간일까?’

멀더는 기절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때, 300장 내부를 가득 채웠던 마력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프스스스슥.

그 순간, 강제로 허공에 고정되어 있던 날벌레들이 죽은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이런 효능이 있었네? 한동안 궁이 깨끗하겠는데?”

턱을 긁적인 진유성이 멀더에게 말했다.

“어때? 이 정도 기운이면 그 게이트란 걸 열 수 있겠어?”

긴장이 풀린 멀더가 풀썩 바닥으로 쓰러지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교주님.”

“갑자기 웬 교주님? 원래 그렇게 안 불렀잖아.”

마도사들은 그들의 신이 있기에 진유성을 ‘지존’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지금, 멀더는 진유성을 교주라고 부르고 있었다.

멀더가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에 투신하고 싶습니다……!”

“뭐? 왜?”

“궁극에 다다른 분이 계신데 어찌 제 몸과 마음이 다른 길을 택하겠나이까!”

“아 씨, 꺼져!”

“예?”

“꺼지라고!”

“하, 하지만! 교주님이시여!”

“누가 네 교주야! 꺼지라고! 아니, 내가 꺼진다!”

그 순간, 진유성이 사라졌다.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멀더는 한순간에 사라진 진유성을 보며 희열에 몸을 떨었다.

‘전설 속의 블링크다!’

* * *

서역으로 돌아가려던 마도회의 마도사들이 중원에 남았다.

중원의 지배자가 궁극의 연금술에 도전한다는 흥미로운 소식 때문이었다.

그들은 천마신교에 투신한 멀더를 도와 게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천신궁 뒤뜰에 게이트가 완성되었다.

* * *

“이게 그 게이트라고?”

“그렇습니다.”

“보이는 건 보석이랑 틀밖에 없는데?”

“묻혀서 보이지 않을 뿐, 땅속에 거대한 제단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하.”

진유성이 정사각형의 틀과 가운데 놓인 보석을 훑어보았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투명한 보석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게다가 투명하다는 건 본디 뒤가 비쳐 보이기 마련인데, 이 보석은 투명한데도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정기와 사기가 섞여 있군.’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있는 기운은 때론 서로를 핥고, 때론 서로를 밀어냈다.

태극도 아니고, 오행도 아니다.

진유성이 알지 못하는 법칙에 의해 기운은 화합과 충돌을 반복하고 있었다.

‘맹탕은 아니군.’

진유성은 본능적으로 여기에 미지의 것이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재밌겠네. 이제 뭘 하면 되지?”

멀더가 대답했다.

“제단을 향해 교주님의 내력을 쏟아 내시면 됩니다.”

“유의할 점은?”

“내력의 성질이 균일해야 합니다.”

“이해했다.”

진유성이 건들거리며 보석 앞으로 다가갔다.

이윽고…….

쿠쿠쿵!

앞서 멀더를 경악시켰던 내력이 장내를 뒤덮기 시작했다.

“흡!”

“이런 말도 안 되는……!”

멀리서 지켜보던 마도사들이 깜짝 놀라며 부랴부랴 보호의 술법을 펼쳤고, 그 모습을 확인한 진유성이 한층 더 거센 내력을 뿜었다.

츠으으으으.

제단과 보석이 걸신들린 듯 내력을 먹어 치운다.

진유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놀랍군.’

이 정도의 내력을 쏟아부었으면 만년한철이라도 산산조각 난다.

하지만 요동조차 없었다.

진유성은 쉼 없이 내공을 쏟아부었다.

놀랍게도, 그의 진신내공의 절반을 쏟아부었음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자존심 상하네.’

진유성이 드디어 단전에 잠들어 있는 내공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츠으으으으.

6할…….

7할…….

가공할 내공이 제단을 채울수록 마도사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이럴 수가!”

“중원의 지존은 전설 속의 드래곤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 순간이었다.

치이이이익-!

제단의 한가운데에 놓인 보석이 빛을 뿜기 시작한 것이.

보석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붉은색과 푸른색의 빛을 번갈아 가며 뿜기 시작했다.

‘사기가 흐려진다.’

보석에 잠들어 있던 사기가 흐려지고, 정기가 뚜렷해졌다.

“흡!”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걸 깨달은 진유성이 남은 내력을 전부 쏟아부었다.

쾅!

이윽고, 온 세상이 푸른색으로 가득 찼다.

“오오오오!”

“이럴 수가!”

“정말 완성됐어! 완성됐다고!”

마도사들의 놀람 속에 게이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게이트는 화로 위에 피워진 불꽃처럼 파란색을 내뿜으며 일렁거리고 있었다.

* * *

철썩!

진유성이 당나귀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히이이잉-

당나귀가 크게 한 번 울더니 게이트 안으로 쏙 들어갔다.

등 뒤의 짐과 함께.

“되네?”

“생명체와 맞닿은 사물은 게이트로 진입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사물만 이동할 수는 없고요.”

“최소한의 물자는 들고 갈 수 있단 말이군.”

이제 남은 것은 사람뿐이었다.

“사형수를 넣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멀더와 진유성의 대화를 지켜보던 신주청이 말했지만, 진유성은 고개를 저었다.

“소인국이라도 있으면 어떡할 거야? 사형수가 왕 먹겠다, 야.”

“아.”

“지원자를 받아 보자. 무공도 제법 하고, 눈치도 빠르면서, 외모가 못나지 않은 놈으로.”

“외모요?”

“낯선 세계에 갔는데 첫인상이 너무 비호감이면 곤란할 수도 있잖아.”

진유성의 말에 잠깐 머뭇거리던 신주청이 물었다.

“교주님은 저 안에 다른 세계가 있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분명 문명화된 세계가 있을 거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직감.”

이 직감이 어디서 기인했는지는 모르겠다.

게이트에 에너지를 제공한 당사자라서일 수도 있고, 육감이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유성은 게이트를 통과하면 어떤 세계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중앙지부와 전 교단에 지원자를 찾는 공문을 보내 봐. 무공 수위는 절정 이상으로.”

“알겠습니다.”

하지만 신주청은 공문을 뿌릴 필요가 없었다.

바로 다음 날,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지원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네가 가겠다고?”

“그렇습니다, 교주님.”

진유성이 머뭇거렸다.

“상림아, 네가 왜?”

매번 심심해하는 진유성한테 구박받지만 상림은 천마신교의 3인자였다.

권력을 남용하지 않아 천마신교 교도들에게 두루두루 존경을 받았고, 진유성과 함께 ‘생존대’에 속해 있었다는 이력도 있었다.

그러니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어차피 교주님은 저 안에 다른 문명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시잖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진유성이 머뭇거리자 씩 웃은 상림이 말했다.

“사실, 저도 좀 따분하군요.”

“……그러냐.”

“예. 그러니 제가 먼저 가서 신나게 즐기고 있겠습니다. 서역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진유성, 신주청, 상림.

세 사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것은 진유성이 대명제국을 통치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다.

무림과 관이 백성들의 삶을 유린하지 못하는 것.

이게 그들의 목표였다.

그래서 혼인도 하지 않았다.

혼인을 하게 되면 여자 쪽 집안에서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되는데, 고결함이 없는 권력자는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지독한 따분함과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진유성뿐만이 아니었다.

“위험하진 않을까?”

“위험하면 교주님이 구해 주시겠죠. 생존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림의 말에 결국 진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상림은 대수롭지 않게 게이트로 향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교주님.”

“챙길 건 다 챙겼지?”

“이 이상 챙겼다가는 못 걷겠습니다.”

각종 생존 물품과 돈이 될 만한 보석을 바리바리 챙긴 상림이 웃어 보였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라.”

진유성에게 공손히 인사한 상림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푸른빛이 일렁이는 게이트가 상림을 집어삼켰다.

* * *

일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상림은 돌아오지 않았다.

천마신교 내부에서는 추가 파견인단을 꾸리려 했지만 진유성이 반대했다.

상림이 어떤 위험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는 거라면, 상림보다 무공이 약한 이들이 가 봤자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일 년, 다시 일 년, 또 일 년.

마침내 상림이 돌아오지 못한 지 10년이 되었을 때.

천신궁의 뒤뜰에 커다란 비석이 하나 생겼다.

상림의 죽음을 기리는 비석이었다.

‘차라리 거기서의 삶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길…….’

진유성은 비석을 볼 때마다 늘 상림이 그리웠다.

그렇게…….

8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 * *

보름달이 휘황찬란한 어느 날.

진유성은 술병 하나를 들고 뒤뜰에 섰다.

90여 년 전에 만든 게이트란 놈은 여전히 푸른색 빛을 내뿜으며 일렁거리고 있었다.

‘게이트와 나만 바뀐 게 없군.’

자신과 게이트를 제외하면 모든 게 바뀌었다.

이제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이는 아무도 없다.

함께 싸웠고, 함께 웃었고, 함께 울었던 이들은 모두 죽거나 사라졌다.

이젠 그들의 아들, 혹은 손자들이 천마신교를 이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존경과 경외를 담아 진유성을 ‘신’으로 대했다.

진유성은 전혀 늙지 않았고, 모든 이들이 죽었음에도 살아 있다.

불로불사(不老不死).

이것이 신의 증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진유성은 신이 아니라 그저 무공이 고강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래서 괴롭고 외로웠다.

진유성은 문득 뒤뜰을 돌아보았다.

수십 개의 비석이 보였다.

그에게 인간적인 의미를 줬던 이들이 죽을 때마다 하나씩 만들었던 것.

‘더 이상 비석이 늘진 않겠군.’

더 이상 인간적인 울림을 주는 이는 없으니까.

“아, 내 비석이 하나 생기려나?”

아니면 홀연히 사라졌다고 우화등선의 전설 같은 게 생길지도.

꿀꺽, 꿀꺽.

피식 웃고 술을 들이켠 진유성이 게이트 앞에 섰다.

잠시 뒤.

푸른빛이 일렁거렸고…….

천신궁은 주인을 잃었다.

* * *

눈을 뜨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뭘로 만들었는지 짐작도 안 가는 높은 건물들이 빛을 번쩍이고, 하늘에 거대한 괴수가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땅에는 바퀴 달린 두더지가 굉음을 내뿜으며 달리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낯설다.

진유성은 그 별천지의 모습을 보며…….

“쿨럭, 쿨럭!”

기침을 했다.

“뭐야? 이 미세한 먼지는?!”

중원 역사상 고금제일의 무신이자, 천마신교의 교주가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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