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9화 〉6월 20일 금요일 PM 4시 (7)
나 : 서윤아
나 : 솔직히 말해봐
소으랑 : 넹?
나 : 너 사실 나보다 나이 많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실은 20대 후반이란 소리가 있던데
소으랑 : 아니에욬ㅋㅋㅋㅋㅋ
소으랑 : 어디서 나온 루머에요 그건
나 : 아니, 그러지 말고 진짜로
나 : 안 놀랄 테니까 말해봐
나 : 이해할 수 있으니까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아무리 봐도 신기해서 그래
나 : 난 스무 살 때 저런 생각 못했는데
소으랑 : 그냥 대충 넘어가요……ㅋㅋ
나 : 이래서 남자는 철이 늦게 든다는 건가?
소으랑 : 아 진짜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나도 창피하니까
소으랑 : 대충 좀 넘어가자구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일기나 마저 읽어요
나 : 나중에 서윤이 자고 있을 때
나 : 몰래 민증 확인해봐야겠다
나 : 주민번호 앞자리가 8이면
나 : 그대로 쓰러질 자신 있는데
소으랑 : 알았으니까……ㅋㅋ
소으랑 : 얼른 읽기나 해요
나 : 알긴 뭘 알았다고 그래
소으랑 : 아닠ㅋㅋㅋㅋㅋ
소으랑 : 빨리 끝내고 싶다면서요
나 : 거의 다 끝나서 뭐
소으랑 : 얼마나 넘긴 거야…
나 :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니까
나 : 그냥 쭉쭉 넘어가더라
나 : 그리고……ㅋㅋㅋ
나 :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나 : 나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라
소으랑 : 아…
나 : 생각보다 읽는 게 힘들어서 그래
소으랑 : 무리하진 마세요
나 : 처음 일기를 쓰라고 시켰을 땐
나 : 가벼운 일상 이야기나
나 : 나에 대한 불평
나 : 아니면 플레이에 대한 거?
나 : 그 정도만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
소으랑 : 너무 진지했나……ㅠㅠ
나 : ㄴㄴ
나 : 서윤이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나 : 보통 일기를 과제로 내주면
나 : 엄청 세세한 곳까지는
나 : 잘 안 적으려고 하거든
나 : 남한테 보이는 게 목적이니까
소으랑 : 그……렇겠죠?
나 : 플레이에 대한 내용이라던가
나 : 오늘은 어디서 뭘 했고
나 : 누구랑 뭘 먹었고
나 : 그런 하루 일과 같은 걸
나 : 되게 무덤덤하게 적는데
소으랑 : 제가 생각하기엔
나 : ㅇ?
소으랑 : 주인님도 그런 걸 바랄 것 같아요
소으랑 : 아니, 오빠 말고 다른 주인님
소으랑 : 너무 솔직하게 다 적으면
소으랑 : 오빠처럼 읽으면서 불편할 테니까
나 : 뭐, 그럴지도?
나 : ㅋㅋㅋㅋ
나 :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나 : 내용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나 : 꼬박꼬박 하고 있다는 걸 보는 거지
소으랑 : ㅠㅠ
나 : 물론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거나
나 : 철저한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나 : 솔직한 심정을 적거나
나 : 남한텐 말할 수 없는
나 : 비밀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소으랑 : 조금이라도 자제할 걸 그랬나ㅠㅠ
나 : 서윤이 같은 경우에는
소으랑 : 너무 솔직했던 것 같아서 좀 그렇당
나 :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참았으면
나 :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나 : 서윤이가 말한 것처럼
나 : 나한테도 말 못하고
나 :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었으면
나 : 이렇게라도 털어놓는 게 좋긴 하거든
소으랑 : 음
나 : 물론 그렇다고 내가 잘했다는 건 아냐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나 : 진짜로 미안해
소으랑 : 알았으니까 그만해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충분히 알았고
소으랑 : 화낼 생각 없으니까
나 :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
나 : 관리 쪽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소으랑 : 근데 오빠는 그런 적 없어요?
나 : 뭐가?
소으랑 : 말하면 편해질 것 같은데
소으랑 : 말하고 싶지도 않고
소으랑 : 누가 알게 되면
소으랑 : 불편해질 것 같은 그런 거
나 : 들키면 약점이 될 만한 이야기?
소으랑 :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나 : 다 털어놓으면 편해질 것 같은데
나 : 믿을 만한 상대가 없어서
나 : 혹은 그러면 안 되니까
나 :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서
나 : 참아야 하는 경우는 꽤 많지
소으랑 : 그럼 어떡해요?
나 : 그냥 참는 거지 뭐
나 : 방법이 있나
나 : ㅋㅋㅋㅋ
나 : 여자친구도 그렇지만 가족이라도
나 : 말 못할 비밀은 누구나 있잖아
나 : 그게 꼭 나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소으랑 : 비밀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나 : 비밀이라고 하면 좀 그런가?
나 :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
나 : 내 자신이 한심해지는 고민
나 :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쉬워
소으랑 : 같이 고민하면 안 돼요?
나 : 서윤이는 그랬으면 좋겠어?
소으랑 : 어차피 오빠는……ㅋㅋㅋ
소으랑 : 내가 고민하고 있으면
소으랑 :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도
소으랑 : 절대 안 내버려둘 거잖아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그럼 나도 참견하게 해줘야 공평하지 않겠어요?
나 : 그 말도 맞긴 하지
소으랑 : 주인님은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소으랑 : 노력하는 모습이나
소으랑 : 실패하는 모습
소으랑 : 들키면 안 된다고
소으랑 :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나 : 길들이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 : 실수가 곧 약점이 되니까
나 : 간단한 동작 하나
나 : 사소한 말 한 마디
나 : 전부 다 조심해야지
소으랑 : ㅇㅇ
소으랑 : 그러니까요
나 :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소으랑 : 적어도 오빠는 안 그랬으면 좋겠거든요
소으랑 : 솔직히 억울하단 말이에요……ㅋㅋㅋ
소으랑 : 나는 플레이할 때마다
소으랑 : 자꾸 실패하고 혼나는데
소으랑 : 오빠는 항상 여유롭기만 하고
소으랑 : 트집 잡을 구석이 안 보이니까
나 : 트집 잡을 게 없어서 억울하다고?
소으랑 : 약한 모습도 좀 보여달란 거죠
나 : 서윤이는 뭐라고 해야 하나
나 : 일반적인 연애보다는
나 : 모든 걸 함께하고
나 : 같이 나누는
나 : 그런 게 목표인가 봐?
소으랑 : 다른 사람들 안 그래요?
나 : 내가 뭐라고 할지 알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글쎄
나 :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나 : 그동안 내가 해왔던 연애라는 건
나 : 서윤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 : 좀 더 빡빡했거든
나 : 뭔가 하나라도 실수하면
나 : 곧장 거기에 대한 반응이 오고
나 : 감정적으로 충돌하고 그랬으니까
소으랑 :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ㅠㅠ
나 : 그치
나 : 예를 들면
나 : 아픈 사람 앞에서 죽을 엎어버리는 것처럼
소으랑 :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것 때문에 발에 화상을 입히기도 하고
소으랑 : 잘못했다니까요
소으랑 : 사과했잖아요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진짜 이럴 거예요?
나 : 그러니까 서윤이 말은 그거잖아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이미 사귀기 전부터
나 : 화끈하게 저질러버려서
나 :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다고
소으랑 : ㅠㅠ
나 : 매번 잘못하고 혼나고 야단 맞고
나 : 죄송하다고 빌고
나 : 그걸 반복하다 보니까
나 : 이젠 어지간한 실수는
나 : 실수처럼 느껴지지도 않아?
소으랑 : 저야 뭐, 주인님이 다 용서해주니까…
나 : 10년을 같이 산 부부도 싸워
나 : 취향이든 성격이든 뭐든
나 : 사람이 둘 이상 있으면
나 : 어떻게든 싸우게 되어있어
소으랑 : 그건 그렇겠지만……ㅠㅠ
나 : 그러니까 우리도 싸울 거야
나 : 100% 장담할 수 있어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나중에 생각해보면
나 : 엄청 시답잖은 이유로
나 : 싸우고 또 싸우게 될 걸
소으랑 : 자신 없어요
나 : 잘할 것 같은데 뭘
소으랑 : 저는 부모님을 봐서 알잖아요
소으랑 : 서로 좋아서 결혼했는데도
소으랑 : 잘 안 되는 걸 봤으니까
소으랑 : 서로 많이 이야기하고
소으랑 : 고민 같은 것도 다 공유하면
소으랑 :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ㅋㅋ
나 : 사람마다 달라 그것도
소으랑 : 어렵다
나 : 그래도 각자 바라는 게 있는 이상
나 : 절대로 안 싸울 수는 없더라ㅋㅋ
나 : 서윤이처럼 싸우는 게 싫다고
나 : 일방적으로 꾹 참고 살다가
나 : 나중에 큰일 나는 것도 많이 봐서
소으랑 : 근데 오빠랑 싸워도 못 이기잖아요
나 : 내가 과연 너랑 이 악물고 싸울 날이 올까?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오빠도 남자라서……ㅋㅋㅋ
나 : 여자친구 앞에서는
나 : 찌질하고 싶지 않거든?
소으랑 : 왜 그래요 또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찌질한 성격 아니잖아요
나 : 사람은 겉으로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
나 : 나도 평소엔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나 : 친구들이랑 유치하게 싸우고
나 : 실수 하나에 멘탈이 오락가락하고
나 : 가끔 감당 못할 사고도 치는 인간이라
소으랑 : 그럼 난 뭐가 돼요……ㅋㅋ
나 : 너는 괜찮아
나 : 이제 시작이니까
소으랑 : 오빠는 이미 끝난 것처럼 말씀하시넹
나 : 물론 나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은 하는데
나 : 그래도 서윤이가 볼 땐 어른일 거 아냐
나 : 그러니까 뭐,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나 : 너그러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거고
소으랑 : 음…
나 :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으니까
나 : 가끔씩 무리도 하는 거고
나 : 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
소으랑 : 얼마나 지나면 솔직해져요 그럼?
나 :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소으랑 : ??
나 : 이름 말하면 모르려나?
나 : 형수님 있잖아
나 : ㅋㅋㅋㅋ
나 : 네버 아저씨 아내 분
소으랑 : 넹
나 : 결혼한 지 꽤 오래됐는데
나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 절대로 아저씨 앞에서
나 : 방귀를 안 뀌었다고 하더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나 : 애기 낳고 나서 좀 허물어졌다고 하던데
소으랑 : 알았어요
소으랑 : 우린 우리 페이스대로 해요
나 :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네
소으랑 : 남들하고 비교해도 의미가 없당
나 : 근데 보통 싸우는 이유는
나 : 따지고 보면 다 똑같아
나 : 바람을 피웠다거나
나 : 폭력을 휘둘렀다거나 하는 것처럼
나 :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게 아닌 이상
소으랑 : 사랑싸움?
나 : ㅇㅇ
나 : 상대한테 바라는 게 있는데
나 : 기대치만큼 못해주니까
나 : 마음대로 안 되니까
나 : 불만이 생기는 거지 뭐
소으랑 : 오빤 나한테 바라는 거 있어요?
나 :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나중엔 생길지 모르겠지만
나 : 지금은 딱히 잘 모르겠다
나 :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 나도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나 : 아직 정리가 안 된 부분이 있어서
나 : 지금은 그냥 서윤이가 말했던 것처럼
나 :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거에 만족하고 있어
소으랑 : 난 바라는 거 엄청 많은데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위험한 짓은 하지 말고
소으랑 : 아프면 꼭 병원 가고
소으랑 : 귀찮아하지 말고
소으랑 : 소리 지르지 말고
나 : 소리 지른 적 없잖아
소으랑 : 가끔 목소리 높아지면 놀란단 말이에요
나 : 그건 일부러 하는 게 아니라
나 : 아니
나 : 알았어
나 : 조심할게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그리고
소으랑 : 같이 고민하고
소으랑 : 뭐든 같이 하는 거?
나 : 부부 같은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소으랑 : 살짝 환상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소으랑 : 아무래도 보고 자란 게ㅋㅋ
소으랑 : 잘 되지 않은 가정이니까
소으랑 : 글쎄요
소으랑 : 잘 모르겠어요
소으랑 : 오빠가 늘 하는 말이지만
소으랑 : 전부 사람마다 다른 거잖아요?
나 : 그건 그렇지
소으랑 : 부모님한테는 그게 최선이라서
소으랑 : 이혼서류에 도장 찍는 대신
소으랑 : 따로 살기로 한 거라고
소으랑 :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소으랑 :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 : 서윤이가 어른스러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소으랑 : 별로 신경 안 써요……ㅋㅋ
나 : 그래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닐 거 아냐
소으랑 : 이미 중학교 때 전부 지나갔어요
소으랑 :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요
소으랑 :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 않아요
소으랑 : 가끔 아버지가 안타깝긴 한데
소으랑 : 딸이 참견해도 별 수 없는 일이고
나 : 가끔 연락은 드리지?
소으랑 : 그럼요
나 : ㅇㅇ
나 : 그래
소으랑 : 아버지도 제가 어색한지
소으랑 : 별로 그렇게……ㅋㅋ
소으랑 : 이것저것 물어보고
소으랑 : 그러진 않지만
소으랑 : 걱정은 많이 해줘요
나 : 너 처음에 뭐라 그랬는지 기억해?
소으랑 : ?
나 : 부모님이 너한테 관심 없다고 했어
소으랑 : 아……ㅋㅋㅋ
나 :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나 봐?
소으랑 : 어떤 기분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소으랑 : 확실히 기억나는 건 아닌데
소으랑 : 아마 오빠랑 만나고
소으랑 :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소으랑 : 안 그런 것처럼 보이는데
소으랑 : 되게 신경을 많이 써주는구나
소으랑 : 그런 걸 많이 느끼게 됐거든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그래서 아버지도 뭐……ㅋㅋ
소으랑 : 걍 혼자 넘겨짚는 거예요
소으랑 : 아무리 그래도
소으랑 :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소으랑 : 걱정 정도는 하겠지 싶어서
나 : 당연히 걱정하겠지
소으랑 : ㅎㅎ
나 : 방학 동안 한 번은 집에 보내야겠다
소으랑 : 오빠도 같이 갈래요?
나 : 예??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너무 놀란다……ㅋㅋㅋ
소으랑 :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
나 : 가서 뭐라고 하게
소으랑 :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죠
나 : 살아서 나올 자신이 없다
소으랑 : 에이……ㅋㅋㅋ
나 : 이건 내 잘못인 것 같긴 한데
나 : 서윤이는 순서가 좀ㅋㅋ
나 : 뒤죽박죽이랄까
나 : 꼬였다고 해야 하나
나 : 만약 정상적으로 만났으면
소으랑 : 안중에도 없었을 거라면서요
나 : 그건 그래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너무 작아서 시야에 안 들어왔을 걸
소으랑 : 콤플렉스로 놀리지 말라니깐
나 : 아니, 감탄하고 있는 거야
나 : 저렇게 작은데ㅋㅋㅋ
나 : 은근 고집도 세고
나 : 성격도 다부지니까
나 : 가끔 나 같은 것보다
나 : 훨씬 어른처럼 보이거든
소으랑 : 나 같은 거라고 하지 마요
소으랑 : 오빠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인데
나 : 이래서 허세를 부리게 되는 거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나 :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주는데
나 : 그럼 실제로 어떻든 간에
나 : 필사적으로 그렇게 보여야지
소으랑 : 근데 나도 그런 거 있어요
나 : 뭔데
소으랑 : 주인님이 자꾸 말 잘 듣는다고
소으랑 : 착하다고 그러니까……ㅋㅋ
소으랑 : 주인님 앞에서는
소으랑 : 엄청 순한 강아지처럼
소으랑 : 막 애교도 부리고 싶고
소으랑 : 사납게 굴고 싶지 않아요
나 : 실제로는 아냐?
소으랑 : 어…
나 : 양의 탈을 뒤집어 쓴 늑대인가?
소으랑 : 속으로는 나쁜 생각도 하고 그러는데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아마 주인님 생각하는 것만큼
소으랑 :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닐 거예요
나 : 난 서윤이가 착해서 좋은 게 아닌데?
소으랑 : 취향 진짜 이상해
나 : 오히려 약간 성질 더러운 쪽이
나 : 편하게 믿을 수 있어서 좋아
나 : 사람이 너무 착하면
나 : 오히려 믿음이 안 가거든
소으랑 : 성격 진짜 이상해
나 : 난 그늘 없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소으랑 : 그냥 사람이 이상해
나 : 슬슬 말이 막 나오는 걸 보니
나 : 자기 입장을 또 까먹었나 봐?
소으랑 : ?
나 : 서윤이 일기는 5월 29일로 끝이 났고
나 : 오늘은 벌써 6월 20일인데
나 : 대체 어떤 벌을 줘야ㅋㅋ
나 : 23일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까
소으랑 : …
나 : 게다가 23일만 비는 것도 아니야
나 : 도중에 또 며칠 이빨이 빠졌어
나 : 일일이 세보진 않았지만
나 : 대충 26~27일은 되는 것 같은데
나 : 어떻게 요리를 할지 고민이 깊다
소으랑 : 주인님
나 : 왜
소으랑 : 서버 정리 안 해도 돼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빨리 끝내야 한다면서요
소으랑 : 내일까지라고 하셨는데
소으랑 : 너무 미루는 것도 좀……ㅋㅋ
나 : 그러게
나 : 좀만 일찍 눈치를 챘으면
나 : 영상 30개쯤 찍어서
나 : 모조리 공개했을 텐데
나 : 하필 마지막 날이라서
소으랑 : 하늘이 도왔어……ㅠㅠ
나 : 서윤아
소으랑 : 넹
나 : 내가 널 어떻게 해야겠니
소으랑 : 아니, 그게……ㅋㅋ
소으랑 : 바쁘기도 하고
소으랑 : 저때 한창
소으랑 : 주인님 아파서
소으랑 : 병원 다닐 때인데
소으랑 : 검사하는데 따라갔다가
나 : ㅇㅇ
소으랑 : 가벼운 실수라고 해야 할지
소으랑 : 그런 일이 있었던 시기라
소으랑 : 주인님한테 혼나고
소으랑 : 아니, 자숙하란 의미로
소으랑 : 채팅에도 못 오게 하는 바람에
나 : 변명이 안 된다는 건 알지?
소으랑 : 네엥……ㅠㅠ
나 : 간단한 거잖아
나 : ㅋㅋㅋㅋㅋ
나 : 나는 명령했고
나 : 서윤이는 실패했고
나 :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소으랑 : 벌 받아야 돼요…
나 : 명령을 우선하지 못했으면
나 : 서윤이를 죽이든 살리든
나 : 온전히 내 맘대로지?
소으랑 : 그래도 살려는 주셨으면 하는데
나 : ?
소으랑 : 아니에요……ㅋㅋ
소으랑 : 잘못했어요
소으랑 : 주인님 마음대로 해주세요
나 : 마음대로 해도 돼?
나 : 그래도 괜찮겠어 정말?
소으랑 : 뭐든지 할게요
나 : 뭐든지 한다고 그랬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