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선조교기록 (308)화 (308/313)



〈 308화 〉6월 20일 금요일 PM 4시 (6)



소으랑 : 됐어요
소으랑 : ㅋㅋ
소으랑 : 이름이면 충분하니까
소으랑 : 괜히 이상한 별명 짓지 마요


 : 되게 단호하네

소으랑 :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나 : 서윤이란 이름이 별명 만들기 어렵긴 해


소으랑 : 둘만 있을 때 부르는 건 그나마 괜찮지만
소으랑 : 오빠는……ㅋㅋ
소으랑 : 사람들 앞에서도
소으랑 : 똑같이 부를 거잖아요

나 : 둘만 있을 땐 괜찮다는 거야?

소으랑 : 아니 뭐, 그냥 그렇다구요

나 : 의외로 마음에 드나 보네
나 : 알았어
나 : ㅋㅋ
나 : 하나 생각해둘게

소으랑 : 음식은 안 돼요
소으랑 : 비속어도 안 되고
소으랑 : 물건도 하지 마요

 : 거  까다롭네


소으랑 : 그런 식으로 불리는  기분도 생각해줘요
소으랑 :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야……ㅋㅋㅋ
소으랑 : 맨날 음식에 자판기에 반찬이라고 

 : 그래그래


소으랑 : 근데 만약 주인님한테
소으랑 : 애칭으로 불리면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그건 그것대로
소으랑 : 어색할 것 같은데

나 : 뭐 어쩌란 거야

소으랑 : 사랑스러우면서
소으랑 : 애교도 있고
소으랑 : 남들이 들어도
소으랑 : 막 오글거리지 않는 그런 거?

 : 때려치우라는 말을 뭐 그리 빙빙 돌리냐

소으랑 : 그렇게도 말하죠

나 : 의외로 취향 확실하다니까


소으랑 : 주인님 닮아가나 봐요

나 : 너 자꾸 그거 변명으로 쓰는데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항상 통한다고 생각하진 마라

소으랑 : 네엥
소으랑 : 조심할게요


 : 아무튼 대답은

소으랑 : ㅎㅎ

나 : 그래 뭐, 확실하면 좋은 거지
나 : 애매한 것보단 백 배 나아
나 : 같이 밥 먹으러 갔는데
나 :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면
나 : 진짜 아무거나 시켜줄 거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진심이야


소으랑 : 알아요……ㅋㅋ


 : ㅇㅇ
나 : 그 다음부터는 뭐, 계속 공부 얘기네
나 : 학교에서 수업 들었고
 : 과제 때문에 회의했고
나 : ㅋㅋㅋㅋㅋ
나 : 오늘의 잘한 일
 : 발표를 확실히 거절한 것


소으랑 : 자꾸 나한테 발표 미루잖아요

나 : 그래도 어떻게 거절했네?
나 :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나 : 잘했어
나 : 칭찬해줄게

소으랑 : 벌써 한 달이나 지난 일인데요 뭘

나 : 같이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해서
나 : 좋다고 말할  있었던 것
나 : ㅋㅋㅋㅋㅋ
 : 조교 언니한테
 : 제대로 질문했던 것


소으랑 : 잘한 일 부분만 읽고 있어요?


나 : 점점 서윤이가 익숙해지는 건지
나 : 아님 할 말이 많아서 그런 건지
나 : 갈수록 일기가 길어져서
나 : 빠르게 쭉 훑어만 보고 있어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오늘만 이렇게 넘어가자
나 : 원래 계획에 없던 거라
 : 일이 많아지니까
 : 갑자기 집중력 확 떨어지네

소으랑 : 맘대로 하세요 뭐……ㅋㅋ

나 :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소으랑 : 오빠처럼 휙휙 넘기지 않을까요?


나 : 아니, 미안해
나 : ㅋㅋㅋㅋ
나 : 성의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나 : 전부  읽고 코멘트하면
나 : 이거 절대 오늘 안에 못 끝내


소으랑 : 알아요


 : 지금은 일단 빠르게 전부 훑어만 보고
 : 나중에 시간 내서 자세히 읽어볼게
나 : 플레이할 때 서윤이 생각이나
나 : 나한텐 말해주지 않는
나 : 학교생활 같은  써있어서
나 : 나도 엄청 궁금하긴 하거든……?


소으랑 : 나중에 꼭 읽어야 돼요

나 : ㅇㅇ
 : 약속할게


소으랑 : 주인님이 시켜서 열심히 한 거란 말이에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제대로 안 읽으면 좀 서운할  같음……ㅠㅠ


 : 빠르게 읽어보고 있긴 
나 : 옆에 앉은 사람한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한 것
나 : 팀장이 전화로 물어봐서 대답해준 것
나 : 전도하는 사람한테 바쁘다고 도망친 것
나 : 서윤이 성격에 절대로 쉽지 않았을 텐데
나 : 칭찬받으려고 애쓴 게 눈에 보여서 기특하네

소으랑 : 나 그동안 진짜 열심히 했어요

 : 그래 보여ㅋㅋ


소으랑 : 처음에는 말도 잘  나와서
소으랑 : 눈도 못 마주치고ㅠㅠ
소으랑 : 불쌍해서 보내줄 때까지
소으랑 : 그냥 그대로 서있었는데

나 : 요즘은 아냐?


소으랑 : 지금은 그냥 후다닥 도망쳐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아직 주인님처럼
소으랑 : 빨리 안 꺼져?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막 이러는 것처럼
소으랑 : 고깝게 노려보진 못하는데


 : 나도 대놓고 꺼지라고 하진 않아

소으랑 : 입으로 나오는  아닌데
소으랑 : 눈으로 다 말하던데요?
소으랑 : 되게 같잖다는 것처럼
소으랑 :  이렇게……ㅋㅋ
소으랑 : 입꼬리도 반쯤 올라가 있고

나 : 우리 동네에 그거 진짜 많거든
나 : 그 뭐냐 그거
나 : 아 그래
나 : 도를 아십니까
나 : 진짜로 극성일 땐
나 : 10분에 한 번씩 만날 정도로

소으랑 : ㄷㄷ

나 :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야
나 : 그러니까 서윤이는 웬만하면 그러지 마
나 : 여자한테는 더 집요하다고 하더라
나 : 자극하지 말고 그냥 도망가는  나아


소으랑 : 그래서 그냥 죄송합니다
소으랑 : 작게 한 마디 하고 도망가요……ㅋㅋ

나 : ㅇㅇ
나 : 그게 잘하는 거야

소으랑 : 그리고
소으랑 : 또
소으랑 : 과제 때문에 조원들이랑 만나서
소으랑 : 한창 역할 정하고 회의하고
소으랑 :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면
소으랑 : 처음엔 거절했는데
소으랑 : 요즘은 조용히 빨대만 씹더라도
소으랑 : 가서 앉아있으려고 하는 편이고


나 : 말도 없이 앉아있는  생각보다 힘들 텐데


소으랑 : 눈치가  보이긴 하는데……ㅋㅋ
소으랑 : 그냥 조용히 앉아서 듣다 보면
소으랑 : 이것저것 알게 되는  많아서
소으랑 : 생각보다 도움이 되더라구요
소으랑 : 강의나 리포트 같은 
소으랑 : 적어도 근처 맛집이라도 알게 되니까

나 : 누가 괴롭히진 않고?

소으랑 : 막 대놓고 말하는 건 아닌데
소으랑 : 눈치 없다고……ㅋㅋ
소으랑 : 조용히 있을 거면
소으랑 : 그냥 집에 갈 것이지
소으랑 : 여기는  따라왔냐면서
소으랑 : 눈치 주는 사람이 있긴 해요


나 : ㅇㅇ
나 : 어디에나 있지

소으랑 : 근데  그런 인간들이
소으랑 : 일도 제대로 못하고
소으랑 : 말도  들어서
소으랑 : 문제를 일으킨단 말이에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자기들은 그렇게 눈치가 빨라서
소으랑 : PPT 하나를 못 만드나?
소으랑 : 자료 조사를 해와도
소으랑 : 위키에서 긁어오고 
소으랑 : 주석 하나 제대로 못 달면서

나 : 이럴 때마다ㅋㅋ
나 : 서윤이도 많이 독해졌다는 걸 느낀다

소으랑 : 진짜 학기 시작했을 땐
소으랑 : 과장 조금 보태서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거의 매주마다
소으랑 : 조별 과제가 있는 거 보고
소으랑 : 이 학과 괜히 왔다 생각했는데


 : ㅇㅇ

소으랑 : 지금은 대학을 괜히 왔나 싶어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이런 거 배운다고 해서
소으랑 : 어디에 써먹을까 싶고
소으랑 : 도움이 되긴 하는지
소으랑 : 어차피 시험 보면
소으랑 : 바로 잊어버리는 건데

나 : 이렇게 착한 애도……ㅋㅋ
 : 사람이랑 공부에 치이면
나 : 반 년 만에 맛이 가는구나


소으랑 : 별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구
소으랑 : 그냥 집에서 나오고 싶었는데
소으랑 : 멀리 가는 건 무서우니까
소으랑 : 그나마 서울에서……ㅋㅋㅋ
소으랑 : 자취하려고 공부했던 거라서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졸업할 때까지ㅠㅠ
소으랑 : 이걸  번씩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 : 벌써 지치는 것 같아?


소으랑 : 살짝 기운이 빠지긴 했어요


나 : 맘고생도 심했고
나 : 몸도 힘들고
 : ㅋㅋㅋㅋ
나 : 여러 가지로 고생했지


소으랑 : 오빠 때문에  그랬던  알아요……?


나 : 안 그래도 여기 써있네


소으랑 : …


나 : 전에 사귀던 여자랑 같이 술도 마시고
나 : 되게 편하게 집에도 놀러 가는데
나 : 그게 평범한 것처럼
나 : 둘 다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나 : 옆에서 보고 있기 좀 그렇다고

소으랑 : 툭 까놓고 말해서
소으랑 : 그냥 마음에 안 들었어요


나 : 솔직하네ㅋㅋ

소으랑 : 다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니까
소으랑 : 불편한 내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고
소으랑 : 다들 몇 년이나 알고 지냈는데
소으랑 : 나 혼자 분위기  읽고
소으랑 : 괜히 투정 부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소으랑 : 딱히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더라구요


나 : 그래서 일기에 적은 거야?

소으랑 : 시위의 의미도 쫌……ㅋㅋ

나 : 시위?


소으랑 : 어차피 나중에 오빠가  테니까

 : 나 읽으라고?

소으랑 : 언니도 좋은 사람인  알고
소으랑 : 오빠는 뭐……ㅋㅋㅋ
소으랑 :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소으랑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

나 : 음

소으랑 : 다들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지만
소으랑 : 그래도 양보하고 싶진 않아요
소으랑 : 나 그런 거 싫어요
소으랑 : 진짜로……ㅋㅋ
소으랑 : 지금까지는
소으랑 : 그럴 입장도 아니고
소으랑 : 거스르면 안 되니까
소으랑 : 말하고 싶어도 참았는데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이젠 질투해도 되는 거잖아요


 : 서윤이가 질투한다고 하니까
나 : 왜 이렇게 무섭게 들리냐……ㅋㅋ

소으랑 : 내가 주인님 소유인 것처럼
소으랑 : 오빠도 내 거니까
소으랑 : 나 말고 다른 여자랑
소으랑 :  가깝게 지내면 안 돼요


나 : 알았어

소으랑 : 약속해요

나 : ㅇㅇ
 : 약속할게

소으랑 :  진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소으랑 : 오빤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고
소으랑 : 훨씬 오래 알고 지냈으니
소으랑 :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소으랑 : 주변에선 다들……ㅋㅋ
소으랑 : 언니만 감싸주는  같고
소으랑 : 아무도  편이 없었단 말이에요


 : 서윤이한테는 정말
나 :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소으랑 : 반성하세요 정말…


 : 반성해야지
나 : ㅇㅇ
나 : 무슨 말을 해도
나 : 변명밖에 안 돼서

소으랑 : ㅎㅎ


나 : 일기가 생각보다 확 오네


소으랑 : 오빠가 읽으면서 찔리라고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살짝 과장하긴 했는데
소으랑 : 그래도 솔직하게 썼어요


나 : 과장……이 아닌 것 같은데
나 : 서윤이는 질투하면 자기 비하가 심해지나?


소으랑 : 처음이라  모르겠어요

나 : 나한테 화가 난다거나
나 : 경은이가 밉다거나
나 : 그런 말은 없고
 : 온통 자기가 싫다는 말밖에 없네

소으랑 : 이게  나쁜 버릇이긴 한데
소으랑 : 가끔씩 엄청 우울해지면
소으랑 : 나는 왜 이럴까
소으랑 : 쓸모도 없고
소으랑 : 성격도 어둡고
소으랑 : 행동도 굼뜨니까
소으랑 : 다들 날 싫어하는 거야
소으랑 : 이런 식으로 생각이 이어져서


나 : 안 좋은 쪽으로 달려가는구나?


소으랑 : 그리고 객관적으로
소으랑 : 언니가  예쁘잖아요

 : 음


소으랑 : 이럴 땐 빈말이라도 좋으니까
소으랑 : 아니라고  해주면 안 돼요?

나 : 미안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당연히 서윤이가 더 예쁘지


소으랑 : 됐어
소으랑 : 늦었어요

나 :  귀엽고 사랑스럽고
나 : 착하고 매력적이고
나 : 그리고
나 : 어
나 : 착하고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좀만 기다려봐
나 : 생각해서 카톡할게


소으랑 : 됐어요ㅋㅋㅋ

 : 그리고 누가 얼마나 더 예쁘던지
나 : 같이 있어서 좋은 건 서윤이니까

소으랑 : 으…


나 :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해
나 : 난 일단 마음에 들었으면 그걸로 충분해서

소으랑 : 대답이 진짜……ㅋㅋ

 : 아니면 서윤이도 잘생긴 사람이 좋아?


소으랑 : 오빠가 좋아요…

나 : 그렇지?

소으랑 : 으


나 : 나도 마찬가지야

소으랑 :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닌데
소으랑 : 되게 물 흐르듯이 흘려보낸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고스란히 돌아온 느낌


나 : 아직 그래도 너한테 휘둘릴 짬은 아냐


소으랑 : 예쁘다고  마디 듣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ㅠㅠ


나 :  그래도 서윤이한테는
나 : 자주 말하는 것 같은데
나 : 예쁘다 귀엽다
나 : 기특하다 착하다
나 : 더 많이 말하는 게 좋아?

소으랑 : 그건 뭐랄까……ㅋㅋ
소으랑 : 저한테 하는 말이라기 보다는


나 : ?


소으랑 : 강아지일 때 듣는 말이라서

나 : 전에 내가 오빠랑 주인님 중에
나 : 누가 더 좋냐고 물어봤을 땐
나 : 어차피 둘 다 본인인데
나 : 굳이 경쟁해야겠냐고 하지 않았나


소으랑 : 아니, 그래도……ㅠㅠ

나 : 어느 쪽이 더 사랑받는지 궁금해?

소으랑 : 솔직히
소으랑 : 조금
소으랑 : 
소으랑 : 궁금하긴 해요

나 : 지금으로선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
나 : 제대로 된 데이트도 아직이고
나 : 몇 번 만나긴 했지만
나 : 그건 뭐랄까……ㅋㅋㅋ

소으랑 : 나도 아니까 말 안 해도 돼요

나 : 기껏 꾸미고 나왔는데
 : ㅋㅋㅋㅋ
 : 선물이랍시고
나 : 로터랑 수갑을 주면
나 : 서윤이도 당황스럽겠지

소으랑 : 그 부분 읽고 있어요?

나 : ㅇㅇ

소으랑 : 누구든 마찬가지였을 걸요
소으랑 : 당연히 당황스럽죠
소으랑 : 게다가……ㅋㅋ
소으랑 : 좋아할 것 같아서 샀다니
소으랑 : 들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 그래도 마음에 든 것 같아서 좋더라

소으랑 : …

나 : 로터 플레이는 둘 다 고생 많이 했지
나 : 서윤이는 서윤이대로 엄청 힘들었고
 :  서윤이한테 명령하는 족족
나 : 도저히 못하겠다면서
 : 계속 태클을 넣는 바람에


소으랑 : 주인님 엄청 화냈었어요

나 : 실제로 화가 나진 않았어
나 : 못하겠다는데 어떡해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대신 그만둘 포인트를 잡느라
나 : 계속 신경 곤두세우고 있었지

소으랑 : 그런
소으랑 : 그
소으랑 : 도구 같은 걸
소으랑 : 처음 써보는 거라
소으랑 : 자극이 너무 강해서

나 : ㅇㅇ


소으랑 : 엄청 무서웠단 말이에요

나 : 내가 기억하기로는
나 : 로터 플레이 때
나 : 세이프 워드를 처음 썼던 것 같은데


소으랑 : 넹


 : 수갑도 이날 처음 써봤고
나 : 수갑을 못 푸는 바람에
 : 플레이가 끝났는데
나 : 화장실도 못 가고
나 : 큰일 날 뻔했지 아마?

소으랑 : 그 뒤론 수갑 얘기 안 하잖아요

나 : ㅋㅋㅋ

소으랑 : 혼자 있을 땐 무서워요
소으랑 : 나중에 주인님이랑
소으랑 : 같이 있으면서
소으랑 : 안전이 보장됐을 때 아니면
소으랑 : 가능한 건드리고 싶지 않음

 : 뭐, 그게 현명한 태도긴 하지
나 : 내가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 철저하게 도구를 점검해도
 : 실제로 구속되는 당사자만큼
나 : 안전에 예민한 사람도 없으니까


소으랑 : 다치면 오빠가 싫어하잖아요


나 : 아니, 그런 것보다
나 : 일단 자기 몸을 걱정해야지


소으랑 : 걱정한 건데요??


나 : 가끔 서윤이 기준은 알기 어려울 때가 있어

소으랑 : 어려울 게 뭐 있어요
소으랑 : 오빠가 싫어하는 짓은 안 한다는 건뎅

나 : 그래도 안전만큼은 자기 위주로 생각해줘
 : 이젠 플레이에만 국한된 사이도 아니고
나 : 혹시 잘못해서 상처라도 남게 되면
 : 아니, 물론 섭이라고 해서
 :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아니지만
나 : 아무래도 여자친구는 느낌이 다르잖아

소으랑 : 연디!


나 : 그거 마음에 들었어?

소으랑 : 처음 들었을 때부터요

나 : 사실  그게 살짝 의외였어
 : 서윤이는 좀 더 뭐랄까
나 : 확실한 관계
나 : 예를 들면
나 :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고
나 : 규칙을 지키만 하면 되는
 : 그런 걸 좋아할 줄 알았거든

소으랑 : 음

나 : 아무래도 여자친구랑 서브미시브는
나 :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 서로 역할이 다르잖아
나 : 입장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 애초에 방향성이 엄청 다르니까


소으랑 : 수직적?
소으랑 : 수평적?
소으랑 : 암튼
소으랑 : 오빠가 그랬어요

나 : ㅇㅇ
나 : 게다가 서윤이 성격이 좀 그렇잖아
나 : 네거티브한 구석이 있으니까
나 : 자신 없다고 할  알았거든
나 : 그래서 관심을 보이긴 해도
 : 결국 어느 한 쪽을 고를 줄 알았어

소으랑 : 전부 다 갖고 싶었거든요

나 : 욕심이 많네ㅋㅋ

소으랑 :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소으랑 : 전에 오빠가 그랬거든요
소으랑 : 지금까진 혼자였으니까
소으랑 :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소으랑 : 앞으로는 점점 양보할 수 없고
소으랑 : 타협하면 안 되는 일이 생길 거라고


나 : ㅇㅇ


소으랑 : 난 그게 오빠였을 뿐이에요……ㅋㅋ
소으랑 : 어느 한 쪽만 고르긴 싫었어요

나 : 그래 뭐, 서윤이답긴 하다

소으랑 : 근데 남자친구랑 주인님 사이에서
소으랑 :  요령 좋게 잘 구분하고
소으랑 : 일상생활이랑 플레이의
소으랑 : 중심……이라고 해야 하나
소으랑 : 균형을 유지할 수 있냐고 하면

 : 자신 있어?

소으랑 : 솔직히 자신……은 없어요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오빠도 좀 전에 그랬잖아요
소으랑 : 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소으랑 : 자신이 있다고 하면
소으랑 : 그건 면허도 없는 주제에
소으랑 : 운전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랑 같다고


나 : 먼저 걱정부터 하진 않으려고?

소으랑 : 성격이 금방 바뀌는 것도 아니고
소으랑 : 걱정은 계속 하고 있어요……ㅋㅋ


나 : 사람이 쉽게 바뀌진 않지

소으랑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으랑 : 이제야 겨우 스타트 라인이니까


나 : ㅇㅇ

소으랑 : 그래도 생각보단 괜찮은 느낌

 : 그래?

소으랑 : ㅇㅇ
소으랑 : 괜찮아요

나 : 단호하네ㅋㅋ


소으랑 : 그렇지 않아요?

 : 그래그래


소으랑 : 오빠랑
소으랑 : 나랑
소으랑 : 둘이 있으면 대충 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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