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선조교기록 (304)화 (304/313)



〈 304화 〉6월 20일 금요일 PM 4시 (2)

나 :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나 : 관계의 주도권이
나 : 누구한테 있든
나 : 여자가 진심이면
나 : 절대로 못 당하지 싶다

소으랑 : ㅎㅎ


나 : 애초에 못 이기는 싸움이야 이건
 : 멀리 갈 것도 없이
 : 서윤이만 봐도 알잖아


소으랑 : 그렇게 말하면……ㅋㅋ
소으랑 :  주인님한테 덤비는  같잖아요


나 : 아니, 집에 가기 싫다는데
 : 내가 뭐라고 해야겠어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답정너 싫어하니까 하지 말랬더니
 :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치고 들어오네

소으랑 : 다른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구

나 : 원래 노리고 던지면 잘  맞아
나 : 무심코 던져야 치명상인 거고
나 : 그래야 개구리도 맞아 죽을 거 아냐


소으랑 : 애꿎은 개구리는 왜 죽여요……ㅋㅋ

나 : 차라리 속셈이 있어서 하는 말이었으면
나 : 나도  더 편했을 것 같다 이거지
나 : 그냥 혼내기만 하면 되니까
나 : 근데 이게 참……ㅋㅋㅋ
나 : 다른 의도가 없다는  아니까
나 : 뭐라고 반응하기가 참 애매하네

소으랑 : 그냥  되냐고 물어본 건뎅


 : 이젠 진짜로 방심 못하겠다
나 : 어느새 여우가  돼선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까딱 잘못했다간
나 : 머리부터 잡아먹히겠네

소으랑 : 진짜로 확 깨물어 버릴까 보다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히야악

나 : 그러다 엉덩이 맞는다
 : 어디서 하악질이야
나 : 죽을라고ㅋㅋ
나 : 개는 개답게 짖어야지


소으랑 : 멍멍…


나 : ㅇㅇ
나 : 그래야지

소으랑 : 이게 어딜 봐서 못 이기는 싸움이야……ㅋㅋ
소으랑 : 누가 봐도 일방적으로 조련당하는 거잖아요


 : 그럼 거기서
나 : ㅋㅋㅋㅋ
 : 안 된다고 대답하는 남자가 있을까 봐?

소으랑 : 오빤 충분히 그럴  같아요
소으랑 : 지금 말하는 것만 들어도
소으랑 : 빙 돌려서 거절하는 중인데


나 : 아니 뭐, 안 된다는  아닌데
 : 서윤이가 불편할까 봐 그러지
나 : 오는  딱히 상관없지만
나 : 집이 넓은 것도 아니고
나 : 그것도 남자 혼자 사는 곳에

소으랑 : 그럼 왜 오라고 했어요……ㅋㅋ

나 : 그렇게 오랫동안 있고 싶어 하는 줄 몰랐거든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리고 오빠 생각도 해줘야지
나 : 가뜩이나 좁은 집인데
나 : 서윤이가 자고 간다고 하면


소으랑 : 불편해요?

나 : 일단 이불 빨래부터 해야 하잖아

소으랑 : 가야겠다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반드시 가서 확인해야겠다
소으랑 : 오빠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아니, 실제로 그렇잖아요
소으랑 : 대체 어떻게 살았으면
소으랑 : 여자가 온다는데
소으랑 : 빨래 걱정부터 하는 거예요

 : 그냥 평범한 남자처럼 사는데

소으랑 : 집안일 쌓아두고 그런 건 아니죠?
소으랑 : 빨래는 제때  돌리면 냄새 나요

 : 우리 엄마도 안 하는 잔소리를 그리 하냐

소으랑 : 이상해요?


나 : 아니 뭐, 이상할  없는데
 : 보통 사는 꼬라지까지
 : 걱정하는 사람이  없지

소으랑 : 오빠가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하구

 :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뭘


소으랑 : 일단 나랑은  똑같아요

나 : 너무 부지런해도 제명에  산다

소으랑 : 너무 더러워도 못 살아요

나 : 이젠  마디를 안 지려고 아주……ㅋㅋ

소으랑 : ㅎㅎ


나 : 뭐, 청소는 농담이라고 쳐도
나 : 집에 가기 싫다는 말은
나 : 쉽게 하는 게 아냐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특히 남자 앞에선
나 : 그런 의도가 없어도
나 : 권유로밖에  들리니까
 : 오해 받기 싫으면 입에 담질 

소으랑 : 아무한테나 그러는 것도 아니구
소으랑 : 오해를 받는다고 해도
소으랑 : 이제 와서……ㅋㅋ
소으랑 : 새삼스럽다고 생각  해요?


나 : 그렇다고 해서 은근슬쩍 넘어가면  되지

소으랑 : 괜찮은뎅…

나 : 별로  괜찮을 것 같아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사람을 앞에 두고
나 :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나 : 퍽이나 눈치를 안 보겠다


소으랑 : 으…


나 : 서윤이는 싫어도 꾹 참는 성격이잖아
 : 본인이 원해서 시작하게 되더라도
나 : 도중에 관두고 싶어졌는데
나 : 미안해서 말 못할 수도 있으니까
 : 이런  조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소으랑 : 언제는 방학만 하고 나면
소으랑 : 하루 종일 곁에 두고
소으랑 : 만지고 쓰다듬고
소으랑 : 귀여워 해준다고 했으면서

나 : 그거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어?

소으랑 : …
소으랑 : 지금은 플레이 중이 아니니까
소으랑 : 대답  해도 넘어가야 돼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주인님 그런 거 까다로우니까

 : 그럼 서윤이 방학 목표는 그거야?
나 : 주인님한테 계속 사랑받아서
나 : 좀 더 암컷다워지는 거?
나 :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나 : 우리 서윤이 장래가 좀 걱정인데

소으랑 : 아니
소으랑 : 아니
소으랑 : 쫌
소으랑 : 오빠가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오빠가 말한 거잖아……ㅠㅠ

나 : 씨앗은 내가 뿌렸지만
나 : 열심히 물도 주고
 : 화분이랑 흙도 갈아주고
나 : 정성껏 키운 건 서윤이지


소으랑 : 그런 거 아니라고요…

 : 누가 방학 어떻게 보냈냐고 하면
나 : 뭐라고 대답하려고 그래ㅋㅋ
나 : 남자친구면서 주인님한테
나 : 내내 길들여졌다고 할 거야?

소으랑 : 어차피 물어볼 사람도 없다 뭐

나 : 있으면 하려고?


소으랑 :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ㅋㅋ
소으랑 : 알아들으면서 꼭 그러더라
소으랑 : 그리고 아주 만약에
소으랑 : 그런 친구가 생기더라도
소으랑 : 절대로 그 얘긴 안 할 거예요


나 : 정말로?


소으랑 : 말하는 게 이상한 거잖아요
소으랑 : 그런
소으랑 : 그
소으랑 : …
소으랑 : 개인적인
소으랑 : 프라이버시인데

나 :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다들  텐데?


소으랑 : 진짜로……?

나 : ㅇㅇ
나 : 여자들은 한 눈에 다 알더라


소으랑 : 그렇게 티가 나나……?


나 : 그리고 약간 설명하긴 어려운데
 : 방학  무슨 일이 있었으면
나 : 남자들은 콧대가 높아지고
나 : 여자들은 좀 뭐랄까
나 : 여유로워진다고 해야 하나
 : 예뻐지는 경우가 왕왕 있더라

소으랑 : ??

나 :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소으랑 :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소으랑 : 방학 끝날 때마다
소으랑 : 그렇게 훑는 눈으로
소으랑 : 여자를 보고 다녔어요……?

 : 에헤이
나 : ㅋㅋ
나 : 오해 받을 소리 한다 또

소으랑 : 오빠

 : 응?


소으랑 : 복학  하고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요?


나 : 무서운 소릴 하네
나 : ㅋㅋㅋㅋㅋ
나 : 백수 하라고?
나 : 나도 졸업은 해야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

 : 걱정하지 않아도 한눈은 안 팔아
나 : 어차피 다시 복학하게 되면
나 :  일이 태산이다 
나 : 한동안 수업이며 연구며
나 : 과제에 프로젝트에 공모전에
나 :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죽어나갈 텐데

소으랑 :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 : ?

소으랑 : 


 : 왜 그러는지 말해봐


소으랑 : 지금도 복학 때문에 바쁘잖아요
소으랑 : 공부도 해야 하고
소으랑 : 프로젝트? 였나 아무튼
소으랑 : 그것도 준비한다 그랬고

나 : 해야 할 게 많긴 하지

소으랑 : 여기서 복학까지 하게 되면
소으랑 : 지금보다 훨씬 바빠질 텐데


나 : ㅇㅇ


소으랑 : 가뜩이나 멀어서 자주  만나는데
소으랑 : 여기서 시간까지 없어지면
소으랑 : 점점 더 못 만날 테고
소으랑 : 그렇다고 바쁜 거 뻔히 아는데
소으랑 : 저한테만 시간을 쓰라고 하기도 좀 그렇잖아요


나 : 되게 멀리까지 생각하고 있었네

소으랑 : 싫어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나 : 뭐, 만나는 시간 자체는 줄어들겠지
나 : 일단 시간이 엄청 부족하니까
 : 집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나 : 세미나나 스터디 그룹에서
나 :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도 아니잖아


소으랑 : 그니까요…


 : 근데  반대의 경우는 생각 안 해봤어?


소으랑 : ?

 : 서윤이도 2학기부터는 엄청 바빠지잖아
 : 지금보다 해야 할 공부도 늘어나고
나 : 조그마한 학과 행사부터
나 : 학교 전체가 떠들썩한 것까지
나 : 몸이 두 개였으면 하고 바랄 텐데
나 : 서윤이가 바빠서 못 만날 수도 있을 걸?

소으랑 : 난 잠을 줄여서라도 만날 거예요

나 : 나도 같은 심정이라고 생각해주면 안 돼?


소으랑 : …


나 : 서로 생활이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어
나 : 그렇다고 다 포기할 수는 없잖아
나 :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나 : 어느 쪽이 더 소중한지
나 : 그런 문제가 아니란 건 알지?

소으랑 : 알아요

나 : 그리고 아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나 : 조금씩이라도 짬짬이 시간 내서
 : 여유가  때마다 만나면 되잖아
나 : 다들 그런 식으로 연애하는데 뭘

소으랑 : 네…

나 : 이것만큼은 방법이 없어
나 : 같이 살지 않는 이상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서로 노력하는 거지 뭐
나 : 적어도 바빠진다고 해서
나 : 소홀하거나 게을러지진 않을게

소으랑 : 네…

나 : 그나저나 너도 어지간하다
나 : 복학하면  만난다고
나 : 선언한 것도 아닌데
나 : ㅋㅋㅋㅋㅋㅋ
 : 걱정을 사서 하네
 : 우리 서윤이  많아?

소으랑 : 빈털터리에요……ㅋㅋ

나 : 이렇게 걱정이 많으면 그럴 만도 하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큐ㅠ

나 : 뭐든 의욕만 앞서서 서둘러도 남는 게 없어
나 : 서윤이가 걱정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나 : 아직 3개월이나 시간이 남았잖아
 : 그러니까 일단……ㅋㅋ
 : 너무 앞서가는 것보다는
나 :   있는 것부터 천천히 해보자

소으랑 : 할 수 있는  뭔데요?

나 : 뭐, 여러 가지 있겠지
 : 데이트도 해보고
나 : 서윤이가 기대하던
나 : 좀 야한 스킨십도 해보고

소으랑 : …

나 : 그러니까 지금부터 너무 멀리 보진 말고
나 : 우선은 이번 여름방학부터 시작하자
나 : 어떡하면 3개월이 즐거울지
나 :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나 : 그거나 열심히 고민하고 있어
나 : 그 이후는 그때 가서 고민해도 되니까

소으랑 : 주인님이랑 같이 있는 거면
소으랑 : 딱히 뭐라도 상관없어요
소으랑 : 조금 무리한 거라도……ㅋㅋ

 : 오늘따라 엄청 적극적이네?


소으랑 : 어차피 주인님이 안 부르면
소으랑 : 매일매일 산책하는  말곤
소으랑 : 방학 끝날 때까지
소으랑 : 집에서 나갈 일도 없어요
소으랑 :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소으랑 : 어디 갈 만한 곳도 없으니까


나 : 이건 좀 서글픈데


소으랑 : 그렇다고 본가에 가고 싶은 것도 아니구


나 : 아니,  참 진짜
나 : 알았어
나 : ㅋㅋ
나 : 시간 낼게
 : 쥐어짜면 되잖아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나 : 놀아달라는 말을 뭐 그렇게 어렵게 해
나 : 그렇게 비 맞은 강아지처럼
나 : 꼬리 내리고 있으면
나 : 그냥 협박하는 거잖아

소으랑 : 협박까진 아니구……ㅋㅋ


나 : 협박이 아니면 뭐야
나 : ㅋㅋㅋㅋㅋㅋㅋ
 : 산책 가자면서 목줄 물고 와선
나 : 주인을 빙빙 도는 것도 아니고

소으랑 : 착한 서윤이는 안 놀아준다고 물진 않아요

나 : 진짜 넌……ㅋㅋ

소으랑 : ㅎㅎ

 : 알았어 그래
 : ㅋㅋㅋ
나 : 저래도 귀여운 걸 보면
나 : 나도 중증이지 싶다
나 : 운동 열심히 해야겠네
나 : 먼저 쓰러지지 않으려면


소으랑 : 쪽♡


 : 그래그래


소으랑 : 기어오를 생각 없는 거 알죠?

나 : 차라리 기어올라
나 : 이 악물고 덤벼
나 : ㅋㅋㅋㅋㅋ
나 : 그게  편할 것 같아
나 : 그럼 혼이라도 낼 수 있잖아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나 : 완급조절 존나 잘하네 진짜
나 : ㅋㅋㅋㅋㅋㅋㅋ
 : 호랑이 새끼라니깐

소으랑 : 그냥 귀엽게 봐주세요……ㅋㅋ

나 : 안 귀여웠으면 벌써 죽었어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나 : 굳이 서윤이 쪽에서 조르지 않아도
나 : 나도 어느 정도 계획이 있는데
나 : 오늘은 유독 매달리네ㅋㅋ
나 : 평소엔 나한테 맡기는 게 편하다고
 : 그런 쪽은 하나도 신경 안 썼으면서


소으랑 : 방학이잖아요


 : 방학이라고 생각하니까 막 놀고 싶어?

소으랑 : 그렇기도 하구

나 : ㅇㅇ

소으랑 : 전에는 괜찮았는데
소으랑 : 이젠 혼자 있으면 싫은 느낌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오늘도 시험이 끝난 다음에
소으랑 : 엄청 들떠버려서……ㅋㅋ
소으랑 : 이제부터 방학인데
소으랑 :  해야 하는지
소으랑 : 아니면 고생했으니까
소으랑 : 저녁으로 뭘 먹어야 할지
소으랑 : 오빠랑 같이 정해야겠다고
소으랑 :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에 왔는데


나 : ㅇㅇ

소으랑 : 아무도 없더라구요……ㅋㅋ
소으랑 :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소으랑 : 왠지 당연한 것처럼
소으랑 : 있을 거라고 기대해버려서

나 : 아니, 누가 있으면  되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렇잖아?


소으랑 : 아니 쫌……ㅋㅋㅋㅋ

나 : 그건 진짜로 큰일이잖아
나 : 주거침입은 강력 범죄야 그거

소으랑 : 그렇긴 한뎈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아니, 오빠 쫌……ㅋㅋ
소으랑 : 이럴 땐 자중하면 안 돼요?
소으랑 : 나 진지한 얘기하고 있었는데


 : 이제 와서 뭐래

소으랑 : 오빠 때문에 다 망쳤잖아요


나 : 이미 늦었어  년아
나 : 그것도 한참 전부터

소으랑 : 씨잉……ㅋㅋㅋㅋ
소으랑 : 웃어서 자존심 상해

 : 됐으니까 가볍게  가자
 : 되도록 마음 편하게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당분간 진지한 이야기는
나 : 도저히 소화 시킬 자신이 없다


소으랑 : 다시 안 좋아졌어요?

 : 예전만큼은 아니니까 괜찮아


소으랑 : 그럼 다행이지만…


나 : ㅇㅇ
 : 그래서?

소으랑 : 그냥 오빠가 말한 것처럼
소으랑 : 아무도 없는 게 당연한데
소으랑 : 그게 좀 낯설더라구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침대랑 책상 하나
소으랑 : 그리고 옷장이랑 의자
소으랑 : 그렇게  차는 원룸인데


 : 아 그래

소으랑 : 이상하게 넓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나 :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소으랑 : 오빠도 그런  있어요?

 : 뭐, 일단은 5년째 혼자 살고 있으니까
나 : 가끔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온 날은
나 : 불 켜는 것도 귀찮아서
 : 손으로 더듬어서 옷 던져놓고
나 : 대충 씻고 침대에 기어들어가면
나 : 혼자 산다는 걸 실감할 때가 있거든

소으랑 : 맞아요
소으랑 : ㅇㅇ
소으랑 : 실감

나 : 진지한 이야기가 돼버리니까
나 : 여기서 더 나가진 않겠지만
 : 반 년에 한 번 정도
나 : 그럴 때가 있더라
 : ㅋㅋㅋㅋㅋㅋ
 : 별다른 이유 없이도
나 : 기분이 바닥을 뚫는 날이


소으랑 : 난 방이 어두컴컴해서 싫었어요
소으랑 : 요즘 커튼 치고 지내거든요
소으랑 : 바깥에 나갈 때도……ㅋㅋ
소으랑 : 반드시 문단속도 확인하고
소으랑 : 아마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음

나 : 문단속은 중요하긴 한데
나 : 커튼까지 치면 안 더워?
 : 곧 있으면 7월인데

소으랑 : 이게 다 오빠 때문이잖아요


나 : 이젠 재채기만 해도 내 책임이라고 하겠다?


소으랑 : 자꾸 의식하게 된단 말이에요
소으랑 : 얼마 전에 그것 때문에
소으랑 : 창문이랑 현관이랑……ㅠㅠ
소으랑 : 누가 계속 지켜보는 것 같구
소으랑 : 그래서  때도 창문 못 열어요


나 : 결국 뭐야
나 : ㅋㅋㅋ
나 : 외로운  아니라 무서운 거였어?

소으랑 : …

나 : 등 뒤가 신경 쓰이고 그래?


소으랑 : 간질간질할 때가 있긴 한데
소으랑 : 하지 마요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지금도 혼자 있고
소으랑 : 신경 쓰인단 말이에요


나 : 어떤 시선이 막 느껴져?


소으랑 : 하지 말라니깐……ㅋㅋ

나 : 뒤를 돌아본 적은 있고?

소으랑 : 그래서 뭔가 있었으면
소으랑 : 여기 없었죠……ㅋㅋ
소으랑 : 사람이든 뭐든
소으랑 : 벌써 어떻게 됐을 


나 : 다행이네

소으랑 : 또 뭐가요

나 : 뒤를 돌아보는  괜찮은데
나 : 절대 위를 올려다보진 
나 : 천장에 붙어있는 건
나 : 들키는 게 싫어서 그런 거니까


소으랑 : 오빠 진짜…

 : 이걸로 좀  확실한 핑계가 생겼지?


소으랑 : 하나도 안 기뻐요


 : 그래그래

소으랑 : 어차피 혼자라서 그런 거니까
소으랑 : 외로운 것도 무서운 것도
소으랑 : 결국 둘 다 마찬가지잖아요

나 : 음


소으랑 : 몰라요 이제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장난만 치고
소으랑 : 엄청 진지했는데


나 : 근데 서윤아

소으랑 : 왜요


 : 서윤아?


소으랑 : 멍멍


나 : 이야기 중에 미안한데
 : 잠깐만 기다려 주라
나 : 하던 일이 있어서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일단 그것부터 끝낸 다음에
나 : 마저 떠들던가 하지 않을래?


소으랑 : 일하고 있었어요?


나 : 아니, 일은 아닌데

소으랑 : 그럼 뭐하고 있었는데요?

나 : 21일이 서버 만료일이잖아
나 : 내일부터는 못 쓰니까
 : 전부 사라지기 전에
나 : 겸사겸사 백업도 해둘 겸
나 : 데이터 정리하고 있었지 뭐

소으랑 : 아


나 : 아까부터 계속 하던 거라
나 : 내버려두긴 찝찝해서
 : ㅇㅇ
나 : 일단 이것부터 처리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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