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화 〉6월 20일 금요일 PM 4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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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 [소으랑]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소으랑 : 냐아아아아아아아ㅏ앙ㅇ
소으랑 : 시험 끝난 서윤이 등장!!
소으랑 : 오빠야
소으랑 : 오빠
소으랑 : ?
소으랑 : 뭐해요?
소으랑 : /@김낭
나 : 어
소으랑 : 뭐해요ㅋㅋ
나 : 깜짝이야
나 : ㅋㅋ
나 : 놀랐네
소으랑 : 쪽♡
소으랑 : 딴짓하고 있었어요?
나 : 서윤이 왔냐
소으랑 : 넹넹
소으랑 : 안녕하세요
나 : ㅇㅇ
나 : 안녕
소으랑 : ??
나 : 왜 또
소으랑 : 오빠가 인사해줬어…
나 : 평소에 안 해준 것도 아니고
나 :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소으랑 : 얼마 전까지만 해도……ㅋㅋ
소으랑 : 제발 인사 좀 해달라고
소으랑 : 조르고 또 졸라야만
소으랑 : 되게 마지못해서 해줬는데
나 :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호들갑은
소으랑 :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나 : 오자마자 살살 긁지 또
소으랑 : 아니, 그게 아니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설명하긴 어려운데
소으랑 : 오늘은 왠지 느낌이 달라서
나 : 그럴 땐 보통 기분 탓이야
소으랑 : 평소보다 순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나 : 고작 인사 한 번 받아줬다고
나 : 이런 반응이 나올 정도면
나 : 오빠도 불안해지는데……ㅋㅋ
나 : 내가 그렇게 서윤이를 함부로 했나?
소으랑 : 듣고 싶어요?
나 : 들어도 괜찮은 거야 그거?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약간 판도라의 상자 느낌인데
소으랑 : 진짜로 궁금하면 뭐……ㅋㅋ
나 : 그래도 들을 게 있으면 들어야지
나 : 이젠 서윤이도ㅋㅋ
나 :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나 : 꾹꾹 눌러 참을 정도로
나 : 호락호락한 건 아니잖아
소으랑 : 진짜 무슨 일 있었어요???
나 : 너 오자마자 좀 이상한 거 알아?
소으랑 : 아니, 대답이 너무 평화로워서
소으랑 : 평소 같았으면……ㅋㅋㅋ
소으랑 : 내가 언제 그랬냐면서
소으랑 :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소으랑 : 은근슬쩍 넘기려고 했을 텐데
나 : 그래서 서운하다는 거야?
소으랑 : 전혀요
나 : 대답 간결해서 좋다 그래
소으랑 : 다정한데 서운할 리가 없잖아요
나 : 별로 안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소으랑 : 그냥 좀 낯설어서 그래요
소으랑 : 절대로 싫은 건 아니구
소으랑 : 퉁명스러운 것보단 훨씬 낫죠 뭐
나 : 나 그래도 서윤이한테는 꽤 살가운 편인데
소으랑 : 그거야 그렇긴 한데……ㅋㅋ
소으랑 : 오빠가 자상하다는 건
소으랑 : 무슨 문제가 있거나
소으랑 : 말 못할 고민이 있거나
소으랑 : 대부분은 둘 중 하나라서
나 :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나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걱정도 되고
소으랑 : 언제 터질지 몰라서
소으랑 : 무섭기도 하고 그래요
나 : 불편하면 평소처럼 할까 그럼?
소으랑 : 지금이 좋아요……ㅋㅋ
나 : 그럼 불평하지 말고 얌전히 있자?
소으랑 : 불평은 아닌데
소으랑 : ㅋㅋ
소으랑 : 네엥
소으랑 : 조용히 있을게요
나 : ㅇㅇ
나 : 잘해줄 때 받아먹어야지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서윤이가 비협조적이면
나 : 결국 둘 다 힘들어지는 거야
소으랑 : 근데 진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나 : 모처럼 시험 끝나는 날이니까
나 : 잘 좀 해주자고 생각했다 왜
나 : 괜히 기분 상하게 만들기 싫어서
소으랑 : 아 맞아
나 : 근데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
소으랑 : 오빠
소으랑 : 오빠
소으랑 : 오빠야
나 : ㅇㅇ
나 : 듣고 있어
소으랑 : 나 시험 다 끝났어요!!
나 : 그래그래
나 : 잘했어
나 : 고생했다
소으랑 : 힘들었어요ㅠㅠ
나 : 힘들었겠지
나 : ㅇㅇ
나 : 시험 보는 동안
나 : 잠도 거의 못 자던데
소으랑 : 틈틈이 자긴 했는데
소으랑 : 그래도 수면 부족……ㅠㅠ
나 : 서윤이처럼 규칙적이면 더 그렇지
나 : 어제도 새벽까지 안 잤는데
나 : 일어나는 시간은 7시 그대로고
소으랑 : 그래도 기분은 엄청 좋아요
나 : 날아갈 것 같겠지 그래
소으랑 : 방학!!
소으랑 : 종강!!
소으랑 : 끝났다아ㅏㅏㅏㅏㅏㅏㅏ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신났네
나 : 우리 강아지
소으랑 : 마지막 시험 볼 때까지만 해도
소으랑 : 너무 피곤해서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쓰러질 것 같았는데
소으랑 : 지금은 하나도 안 졸려요
나 : 그 기분 잘 알지
소으랑 : 와 진짜……ㅋㅋㅋ
소으랑 : 이제 3개월 동안
소으랑 : 시험도 과제도
소으랑 : 퀴즈도 발표도
소으랑 : 자료조사도 안 해도 되고
소으랑 : 강의도 안 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나 : 갑자기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지?
소으랑 : 우리 캠퍼스가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
소으랑 : 박애주의자가 될 것 같아
소으랑 : 세상이 사랑스러워요
소으랑 :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소으랑 : 건물도 있고 사람도 있고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심지어 울 학교 완전 더러운 연못도
소으랑 : 햇볕이 반사돼서 반짝반짝하고
소으랑 : 새파래서 이쁘더라구요……ㅋㅋ
나 : 약간 중증인데 그건ㅋㅋ
소으랑 : 살아있길 잘했어
나 : 이렇게 신난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나 : 살아있길 잘했다니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나한테 말은 안 해도
나 : 1학기 많이 힘들었나 봐?
소으랑 : 싫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닌데
소으랑 : 그래도 다 모아놓은 다음에
소으랑 : 하나씩 곰곰이 따져보면
소으랑 : 힘들었던 게 많은 것 같아요
나 : ㅇㅇ
소으랑 : 공부는 그냥 열심히 하면 됐는데
소으랑 : 주로 사람 때문에 힘들었음ㅠㅠ
소으랑 : 조별 과제도 힘들었지만
소으랑 :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소으랑 : 직접 교수님이나 조교한테
소으랑 : 메일 보내는 것도 힘들었고
나 : 너도 진짜 대단한 사람인 거 알아?
소으랑 : ??
나 : 공부는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니
나 : 그 간단한 걸 못해서ㅋㅋㅋ
나 : 학점 조지는 인간들이
나 : 세상에 얼마나 있을 것 같냐
소으랑 : 그럼 뭐가 더 필요해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나 : ㅇㅇ
나 : 너무 정론이라 할 말도 없네
소으랑 : 내가 뭐, 천재인 것도 아니구
소으랑 : 수업도 간신히 따라가는데
소으랑 : 걍 열심히 하는 거 말고
소으랑 : 정답이 있으면 좀 알려줬음 좋겠당
나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그렇지 않아요?
나 : 뼈를 때리네
나 : ㅇㅇ
나 : 맞아
소으랑 : 맨날 자기 집에 일 있다고
소으랑 : 남친이랑 약속 있다고
소으랑 : 자료조사 빼먹고
소으랑 : 연락도 안 받고
소으랑 : 발표 못하겠다고 하고
소으랑 : 그럴 거면 걍 수업 듣지 말지
소으랑 : 왜 다른 사람한테 민폐야 진짜
나 : 그동안 쌓인 게 많았구나?
소으랑 : 화는 엄청 나는데
소으랑 : 정작……ㅋㅋ
소으랑 : 말은 못하니까
소으랑 : 속으로만 쌓여요
나 : 우리 서윤이도 마냥 착하기만 한 성격은 아니지?
소으랑 : 오빠 만나고 더 심해졌어요
나 : 여기서 내 탓을 한다고??
소으랑 : 예전에는 화가 나도 할 말이 안 떠올라서
소으랑 : 나중에 집에 와서 혼자 씩씩거렸는데
소으랑 : 요즘은 내가 어떤 식으로 말을 하면
소으랑 : 상대를 더 열받게 만들 수 있을지 아니까
소으랑 : 참는 게 훨씬 어려워진 느낌이라……ㅋㅋ
나 : 그건 내가 잘못한 건가……?
소으랑 :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소으랑 : 오빠 책임은 맞지 않을까요
나 : 그래도 사람 앞에서 그러면 안 돼
소으랑 : ?
나 :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나 : 너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
나 : 말이라도 이렇게 해야지……ㅋㅋ
나 : 아니면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줘?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혼자 감당 못할 것 같으면
나 : 그냥 참는 게 맞는 거야
나 : 괜히 다른 사람들이랑
나 : 시비 붙어봤자 좋을 거 없다
소으랑 : 경험담이에요?
나 : 뭐, 그렇기도 하고
소으랑 : ㅎㅎ
나 : 그러니까 만약 속상한 일이 있으면
나 :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나 : 일단 그 자리에선 꾹 참고
나 : 나중에 집에 와서 나한테 말해
소으랑 : 오빠가 대신 싸우려구요?
나 : 대신 싸워달라고??
소으랑 : 그런 거 아니었어요?
나 : 아니, 불평 들어주겠단 소리였는데
나 :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나 : 기분 풀어야 할 거 아냐
소으랑 : 에이…
나 : 노골적으로 실망하네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우리 서윤이
나 : 왜 이렇게 전투적이야
소으랑 : 농담이에요……ㅋㅋ
소으랑 : 당연히 참아야죠
소으랑 : 싸우면 안 돼요
소으랑 : 다치면 큰일 나잖아요
나 : 약간 본심이 섞인 것 같았는데
소으랑 : 헿
나 : 이것도 내 책임이야?
소으랑 : 애완동물은 뭐든 주인 책임이죠 뭐
나 : 말하는 것 봐라
나 : 아주 그냥
나 : ㅋㅋㅋ
나 : 그래 알았어
소으랑 : 오늘은 오빠 순한 맛
나 : 그게 좋다는데 그럼
나 : 순한 맛 해야지 뭐
나 : 항상 독할 수는 없잖아
소으랑 : ㅎㅎ
나 : 그나저나
나 : 긴장 풀려서 피곤하진 않아?
소으랑 : 9시쯤이면 본격적으로 졸릴 것 같은데
소으랑 :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요
소으랑 : 별로 졸리지도 않구……ㅋㅋ
나 : 오늘은 뭐 하겠다는 생각 말고
나 : 그냥 푹 쉬기나 해
나 : 누워서 빈둥빈둥거려
소으랑 : 사실 해야 할 건 많은데
소으랑 : 청소라든지……ㅋㅋ
소으랑 : 빨래는 어제 했지만
소으랑 :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나 : 어차피 방 빼는 것도 아니잖아
나 : 방학 때도 거기 있을 거 아냐?
소으랑 : 넹
나 : ㅇㅇ
나 : 그럼 그냥 느긋하게 쉬어
나 :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나 : 일주일 내내 고생했는데
나 : 그 정도 휴식은 있어야지
소으랑 : 그래도 눈에 보이는 건 해야죠
소으랑 : 바닥에 머리카락……ㅠㅠ
소으랑 : 아 진짜 완전 짜증 나
소으랑 : 매일매일 청소를 안 하면
소으랑 : 곳곳에 머리카락이 돌아다녀서
나 : 머리카락이 길면 더 그렇지
소으랑 : 난 그래서 여름 싫어요
소으랑 : 목덜미에 달라붙고
소으랑 : 덥고 무겁고
소으랑 : 간질간질하고
소으랑 : 입에도 막 들어가고
나 : 세면대 막히는 게 진짜 골치 아픈데
소으랑 : 안 그래도 걱정하고 있어요
소으랑 : 되도록 조심하고 있는데
소으랑 : 아마 올해 끝나기 전에
소으랑 : 한 번쯤 겪을 것 같아서
소으랑 :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
나 : 한밤중에만 부르지 마라ㅋㅋ
소으랑 : ?
나 : 왜
나 : 그건 또 싫어?
소으랑 : 아니, 좋고 싫고가 아니라
소으랑 : 저 지금 이해를 못했어요
소으랑 : 한밤중이 왜요?
소으랑 : 뭘 부른다는 거예요?
나 : 돌려 말한 것도 아닌데
나 : 이해가 안 가?
나 : ㅋㅋㅋㅋ
나 : 무슨 일 있으면
나 : 날 부르라는 거잖아
소으랑 : 아…
나 : 아니면 혼자서 할 수 있겠어?
소으랑 : ㄴㄴㄴㄴㄴ
소으랑 : 못해요
소으랑 : 절대 못해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여기 집에 아무것도 없어요
소으랑 : 공구고 뭐고 하나도 없어서
소으랑 : 일단 뭐든 고장 나면
소으랑 : 진짜 아무것도 못해요
나 : 그래그래
나 : ㅋㅋㅋ
나 : 렌치 들고 갈게
소으랑 : 기분 되게 이상하다……ㅋㅋ
소으랑 : 오빠가 도와주러 오는구나
나 : 부르면 가야지 뭐
소으랑 : 그래도 귀찮지 않아요?
나 : 괜히 또 나한테 미안하다면서
나 : 혼자 낑낑거리는 것보단 나아
나 : 일단 한 번 보고 배우면
나 : 다음엔 혼자 할 수도 있고
소으랑 : 그건 그렇지만
나 : 그리고 나 말고 다른 놈한테 부탁하는 것도 싫어
소으랑 : ㅎㅎ
나 : 주변에 남자가 없는 건 알지만
소으랑 : 마지막에 꼭 한 마디를…
나 :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지만
나 : 서윤이처럼 이것저것 다 부족하면
나 : 그냥 도와달라고 하는 게 좋지
나 :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
나 : 굳이 그걸 망설이는 것도 이상하잖아
소으랑 : 딱히 망설인 건 아닌데
소으랑 : 그냥 뭐랄까……ㅋㅋ
소으랑 : 누가 도와준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주변에 부탁할 사람도 없구
소으랑 :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소으랑 : 부탁한다고 해서ㅋㅋ
소으랑 : 누가 도와준 적도 없으니까
나 : 서윤이는 좀 더 응석 부리는 법을 배워야겠다
소으랑 : 맨날 어리광 부리지 말라고 그랬으면서
나 : 그건 플레이 중일 때 얘기고
나 : 평상시랑은 다르지
나 : 너무 혼자 하려고 하면
나 : 사람이 금방 우울해진다
소으랑 : 그럼 앞으로 다 부탁해야지
소으랑 : 벌레도 잡아달라고 하고
소으랑 : 오는 김에……ㅋㅋ
소으랑 : 바닥 청소해야 하니까
소으랑 : 매트리스도 좀 들어주고
소으랑 : 마트도 좀 다녀와달라고 하면
나 : 차라리 그냥 같이 살자고 해라
나 : '오는 김에' 수준이 아니잖아
소으랑 : ㅎㅎ…
나 : 모처럼 좋은 이야기로 끝낼 수 있었는데 말이야
소으랑 : 그럼 있잖아요
소으랑 : 오빠는 저한테 부탁할 거 있어요?
나 : 서윤이한테?
소으랑 : 야한 거 말구
나 :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나 : 애초에 서윤이가 할 수 있는데
나 : 내가 절대로 못하는 게 있긴 한가?
소으랑 : 요리?
나 : 그건 진짜 부정하기 힘들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요리 말고도
소으랑 : 청소나 빨래나
소으랑 : 집안일 같은 거
나 : 요리 말고는 그럭저럭 다 한다니까
나 : 벌써 자취를 몇 년째 하고 있는데
나 : 화장실 청소는 너보다 잘할 걸
나 : 내가 군대에서 닦은 변기가 몇 갠지 알아?
소으랑 : 아하?
나 : 뭐야 왜
소으랑 : 아뇨
소으랑 : 암것도 아니에요
나 : 뭐지……ㅋㅋㅋ
나 : 잘못 걸린 느낌인데
소으랑 : 그렇구나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잘하시는구나
나 : 말하지 말 걸 그랬나
소으랑 : 근데 그럭저럭 할 수 있다고 해도
소으랑 : 규칙적으로 안 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나 : 그깟 청소 좀 빼먹는다고 해서
나 : 누가 죽는 것도 아니고
나 :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처럼
나 :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뭘
소으랑 : 나 왠지 오빠랑 같이 있으면……ㅋㅋ
소으랑 : 끝도 없이 게을러질 것 같아요
소으랑 :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질 것 같구
나 : 그건 같이 잔다는 걸 전제로 말하는 거야?
소으랑 :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요
소으랑 : 이상한 쪽으로 해석하지 마요
나 : 어딜 봐도 그렇게밖에 안 들리는데
소으랑 : 아니에요
나 : 그래그래
나 : 알았어
나 : 늦게 일어나면 좋지 뭐
나 : 방학 동안이라도 좀 느긋해져 봐
소으랑 : 안 그래도 점점 게을러지고 있단 말이에요
소으랑 : 할머니랑 같이 살 때는
소으랑 : 지금보다 훨씬 부지런했는데
나 : 그럼 더더욱 부지런하게 냅두면 안 되겠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학기 중엔 바쁘게 살았으니까
나 : 방학 동안엔 좀 느긋해도 돼
나 :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나 : 아니면 뭐, 계획이라도 있어?
소으랑 : 계획??
나 : ㅇㅇ
나 : 여름방학 계획
소으랑 : 초등학생도 아니구
나 : 구체적인 시간표까진 아니더라도
나 :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덜 지루해
나 :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던가
나 :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괜찮지
나 : 뭐라도 하나쯤 생각해둔 거 없어?
소으랑 : 어째 하나같이 구체적으로 별로인뎅
나 : 마냥 빈둥거리기만 할 거야?
나 :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나 : 서윤이 성격에ㅋㅋ
나 : 금방 질려서 못 견딜 걸
소으랑 : 글구 계획을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요
나 :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
소으랑 : 오빠가 정해줘야죠
소으랑 : 그러기로 했잖아요
나 : 언제 그런 약속을 했던가
소으랑 : 여름방학 때 하루 종일 집에 가두고
소으랑 : 전부 만지고 쓰다듬고 막 그러면서
소으랑 : 입도 혀도 엄청 쓰게 만들어서
소으랑 : 스킨십에 익숙해지게 만든다고 했잖아요
나 : 왜 점점 이야기에 살이 붙는 것 같지?
나 : 마지막에 했던 말을 빼면
나 : 전혀 기억이 없는데……ㅋㅋㅋ
나 : 일단 집에 가둔다고 한 적도 없고
소으랑 : 안 돌려보낸다고는 했어요
나 : 그냥 서윤이가 집에 가기 싫은 건 아니고?
소으랑 :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