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2화 〉6월 17일 화요일 PM 3시 (3)
나 : 실감이 안 나는 건 서로 마찬가지라서 뭐
초코우유 : 그치……ㅋㅋㅋ
초코우유 : 싸우고 나서
초코우유 : 이젠 얼굴도 보기 싫으니까
초코우유 : 관두자고 했던 게 벌써 몇 번이야
나 : 가장 길었던 게 며칠이었지?
초코우유 : 한 달 정도였지 아마……?
초코우유 : 너 군대 가기 전에
초코우유 : 속초 다녀와서
초코우유 : 새우 때문에 대판 싸웠잖아
나 : 새우?
나 : 아
나 : 그래
나 : 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지금 생각하니까 좀 그렇다……ㅋㅋ
나 : 왜 남친이란 놈이 손가락 까딱 안 하고
나 : 누나가 껍질 벗겨준 새우
나 : 넙죽넙죽 받아먹기만 하냐고
나 : 여행 다녀와서 존나 뭐라고 했지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나 : 그땐 진짜 이 년 뭐지 싶었는데
나 : 오자마자 뜬금없이 화를 내서
나 : 새우? 새우가 어쨌는데
나 : 너무 비쌌나?
나 : 아님 알러지가 있나?
나 :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어서
나 : 갑자기 생리하나 싶었다니까
초코우유 : 남친이랑 서로 먹여주면서
초코우유 : 알콩달콩 하고 싶었는데
초코우유 : 정신을 차려보니까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나 혼자만 까고 있잖아
초코우유 : 가져다 바치는 것도 아니고
나 : 정작 나는 부탁도 안 했는데
초코우유 : 떠올리니까 쪽팔린다 진짜ㅠㅠ
나 : 아니 뭐, 눈치를 못 챈 나도 나지만
나 : 됐으니까 자기는 가만 있으라고
나 : 누나가 먹여준다고ㅋㅋㅋ
나 : 어디서 장갑까지 준비해와선
나 : 존나 의욕적으로 나섰던 주제에
초코우유 : 그만해……ㅋㅋ
나 : 그렇다고 내가 혼자만 처먹은 것도 아니고
초코우유 : 알았으니까
초코우유 : 그만
초코우유 : ㅋㅋㅋ
초코우유 : 누나가 잘못했어
나 : 니가 생각해도 좀 그렇지?
초코우유 : ㅠㅠ
나 : 이젠 그러지 마라
나 : 이상한 년 취급 받는다
초코우유 : 안 그래
초코우유 : ㅋㅋ
초코우유 : 누나도 반성 많이 했어
나 : 진짜 별 것도 아닌 걸로 많이 싸웠지
초코우유 : 둘 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해서
초코우유 : 죽어도 먼저 사과는 안 했으니까
초코우유 : 싸우면 진짜 오래 갔잖아
나 : 그래서 길동이가 고생 많이 했지
초코우유 : ㅇㅇ
초코우유 : 말은 안 해도
초코우유 : 우리 때문에
초코우유 : 술값 엄청 나갔을 걸
나 : 지금 생각해보면
나 : 중간에 끼어서
나 : ㅋㅋㅋㅋㅋ
나 : 제일 고생했어 정말
초코우유 : 소개해준 게 그 오빠니까
초코우유 : 어쩌겠어……ㅋㅋㅋ
초코우유 : 싫어도 중간에서
초코우유 : 바쁘게 뛰어다녀야지
나 : 니가 길동이 오빠라고 부르는 거 존나 오랜만인 것 같다
초코우유 : 틀린 말은 아니잖아
초코우유 : 선배기도 하고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근데 이젠 나도 본명보다
초코우유 : 길동이라고 부르는 게 편해
나 : 그건 나도 그래
나 : 바깥에서 만나면 잠깐 고민한다
초코우유 :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나 : ㅇㅇ
나 : 왠지 길동이라고 부르면
나 : 주변에서 다들 웃더라고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누나랑 헤어진다니까
초코우유 : 길동이가 별 말 안 했어?
나 : 처음엔 말리는가 싶더니
나 : 나중엔 포기했더라
나 : 이젠 자기 알 바 아니래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나 : 이제 형도 지쳤겠지
나 : 몇 년째 똑같은 일로 싸우는데
초코우유 : 그리고 매번 싸울 때마다
초코우유 : 이젠 진짜 끝이라면서
초코우유 : 경고하고 그랬잖아
초코우유 : 사과해도 안 받아준다고
나 : ㅇㅇ
초코우유 : 그럼 또 알아서 하라면서 휙 돌아서고
나 : 그래서 지금 기분이 더 이상한가 보다
나 : 예전에 한창 싸웠을 때랑 비교하면
나 : 지금 이 상황 자체도 익숙하고
나 : 하고 있는 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나 : 정작 대화는 평범하게 이어지고 있으니까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나 : 화를 낼 기분이 아니라는 게 굉장히 어색해
초코우유 : 맞아
초코우유 : 딱 그런 느낌
나 : 이상하게 담담해서 기분 나쁘다
초코우유 : 평소처럼 싸워볼래 그럼?
나 : 마지막까지 싸우진 말자
나 : 더 이상 화해할 기회도 없는데
초코우유 : 오히려 기회가 있을 때 잘해야지
초코우유 : 마지막에만 좋으면 뭐해……ㅋㅋ
나 : 지금까진 쌍방 과실이었으니 뭐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나 : 나만 잘못했다고는 생각 안 해
초코우유 : 끝이 좋다고 다 괜찮은 건 아니거든?
초코우유 : 암튼 성격 이상하다니까 정말
초코우유 : 제발 부탁인데……ㅋㅋ
초코우유 : 으랑이한텐 그러지 마 알았지?
나 : 서윤이는 같이 싸우는 성격이 아니라 괜찮아
초코우유 : 그렇다고 또 함부로 하진 말고
나 : 걘 약간 함부로 하는 쪽을 더 좋아하던데
초코우유 : 정말??
나 : 전에 한 번 넌지시 물어봤거든
나 : 내가 너무 허물없고
나 : 막 대하는 것 같아서
나 : 기분 나쁜 적 있었냐고
초코우유 : ㅇㅇ
나 : 근데 자기는 그게 더 좋대
나 : 밀당 같은 거 모르니까
나 : 만약 거리 두면
나 : 서운해서 울 거라고
나 : 지금처럼 조금 함부로 해주는 편이 좋다더라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귀엽네
나 : 무슨 대화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나 : 어떡해야 좋아하는지도 모르니까
나 : 차라리 내가 장난도 치고
나 :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편이
나 : 자기도 편하게 대할 수 있다고 하니까
나 : 오히려 눈치 보는 쪽을 더 싫어할 걸?
초코우유 : 그럴수록 신경 써서 잘 챙겨줘
나 : ㅇㅇ
초코우유 : 아무리 으랑이가 좋아한다지만
초코우유 : 너무 편하게만 대하면
초코우유 : 정작 중요한 걸 놓치니까
초코우유 : 항상 잘 보고 있어야 돼……ㅋㅋ
나 : 그렇게 할게
초코우유 : 그나저나
초코우유 : ㅋㅋㅋ
초코우유 : 으랑이도 취향이 참…
나 : 너랑 닮은 것 같으면서도 안 닮았다니까
초코우유 : 저번에도 잠깐 말했지만
초코우유 : 많이 고생할 것 같아
초코우유 : 주로 남자 문제로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너무 착하기만 해도 힘든데
나 : 제대로 시작하면 들들 볶아야지 이제
초코우유 : 적당히 해둬……ㅋㅋ
나 : 만약 서윤이가 지금 같은 성격에
나 : 연애 경험까지 많았으면
나 : 나도 꽤 피곤했을 텐데
나 : 아무것도 모르니까
나 : 더 솔직하기도 하고
나 : 일단 귀여워서 좋잖아
초코우유 : 오히려 경험이 없는 게 피곤하지 않나
초코우유 : 하나하나 가르치는 것도 귀찮고
초코우유 : 눈치도 별로 없고
초코우유 : 챙겨줬으면 하고 바랄 때
초코우유 : 정작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나 : 여자들은 싫어하더라고
초코우유 : 귀여워서 좋다는 친구들도 있긴 한데
초코우유 : 그거야 뭐, 개인 취향이니까……ㅋㅋ
나 : 난 너랑 못 사귀었으면
나 : 어떻게 됐을지 좀 무섭다
초코우유 : 그러게 말이야
초코우유 : ㅋㅋㅋㅋ
초코우유 : 게임하느라 방구석에 처박혀서
초코우유 : 여자 손도 못 잡아봤을 놈인데
초코우유 : 누나가 진짜 사람 만들었지
나 :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초코우유 :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나 : 고맙다고 할게 그럼
초코우유 : 그래 그쪽이 듣기 좋다
초코우유 : 맘껏 고마워해랑
초코우유 : 누나 만한 사람 없다
나 : 그러니까 남친이랑도 잘 좀 해봐
초코우유 : 응
나 : 이상한 남자한테 넘어가지 말고
초코우유 : 후회하라고 말한 건데
초코우유 : 반대로 걱정을 받아 버렸네……ㅋㅋ
나 : 어쨌든 뭐, 생각했던 그림이랑은 좀 다르지만
나 :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
나 : 여기서 뭘 더 어떡해야
나 : 마무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초코우유 : 그래도 생각보다 침착하니까 좋다
초코우유 : 평소에도 좀 이런 식으로
초코우유 : 어른스러웠으면 좋을 텐데
초코우유 : 훨씬 이야기하기 편한 것 같아
나 : 길동이 말하는 거 못 들었냐
나 :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나 : 깝치지 말라고 하더라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
나 : 하던 대로 하라면서
초코우유 : 누나도 사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초코우유 : 몸도 무겁고 머리도 지끈거려서
초코우유 : 널 죽일지 살릴지
초코우유 : 엄청나게 고민했는데
초코우유 : 막상 여기까지 오니까
초코우유 : 생각만큼 침착해서 기분 이상해
나 : 죽일지 살릴지 고민했어?
초코우유 : 콱 절반만 죽여놓으면
초코우유 : 살려달라고 빌면서
초코우유 : 누나가 최고라고 하지 않을까 싶었지 뭐
나 : 무서운 소릴 하네
초코우유 : ㅎㅎ
나 : 듣고 싶으면 해줄게
나 : 뭐 어려운 일이라고
초코우유 : 됐네요
초코우유 : ㅋㅋ
초코우유 : 적선하는 것도 아니고
나 : 그냥 뭐, 마지막이니까
나 : 듣고 싶은 말 정도는
나 : 해줘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초코우유 : 그러네
초코우유 : 마지막이었지
나 : 이렇게 말해도
나 : ㅋㅋㅋㅋ
나 : 역시 실감이 안 난다
초코우유 : 그럼 우리 내일부터는 못 보는 거야?
초코우유 : 힘들어도 연락하면 안 되고
초코우유 : 가끔 술 마시고 싶을 때
초코우유 : 불러내는 것도 참아야 하고
초코우유 : 재밌는 걸 봐도 보여주면 안 돼??
나 : 미안해
초코우유 : 이럴 줄 알았으면
초코우유 : 때릴 수 있을 때
초코우유 : 진작 때려줄 걸 그랬다
나 : 미안해 진짜로
초코우유 : 잘못했다고 생각도 안 하면서
나 : 다른 건 몰라도
나 : 너한테는
나 : 글쎄
나 : 못할 짓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
초코우유 : 그럼 취소해
초코우유 : ㅋㅋㅋㅋ
초코우유 :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면
초코우유 : 누나랑 계속 같이 있겠다고 말해
나 : 아니, 그건 좀 그렇지
나 : 기분은 이해하지만
초코우유 : 농담이야……ㅋㅋ
나 : 농담으로 그런 말이 나오겠냐
초코우유 : 그렇다고 마지막에 사과해버리면
초코우유 : 전부 다 잘못한 것 같잖아
초코우유 : 하나부터 열까지
초코우유 : 이러면 안 됐다는 것처럼
초코우유 : 처음부터 잘못된 것처럼 들리잖아
나 : 글쎄 뭐, 잘못했다던가 평범하지 않다던가
나 : 그런 걸 누가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 확실히 주변에선 좋게 보진 않았을 거야
초코우유 : 주변은 그렇다 치고
초코우유 : 넌 어떤데
나 : 이미 한참 전부터
나 : 여자친구 때문에
나 : 노멀이랑은 담을 쌓은 인간이라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
나 : 예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달라진 거 없어
나 : 당사자인 두 사람이 좋다면
나 : 주변에서 간섭할 이유도
나 :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지 뭐
초코우유 : 나도 같은 생각이거든?
나 : 뭐, 그렇겠지
초코우유 :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하지 마
초코우유 : 사과하고 편해질 거면
초코우유 : 처음부터 하지 마
초코우유 : 잊어버릴 거잖아
초코우유 :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초코우유 : 그냥 담백하게 납득해
나 : 그러면 만족할 수 있겠어?
초코우유 : 말했잖아
초코우유 : ㅋㅋ
초코우유 : 누나 성격 나쁘다니까?
초코우유 : 다른 여자한테 가는 놈
초코우유 : 부담 덜어주겠다고
초코우유 : 울고 화내고 싶지 않아
나 : 울고 화내면 부담이 덜어지는 거야?
초코우유 : 혼자 후련해져서 만족한 표정으로
초코우유 : 짜증이랑 히스테리 다 받아주고
초코우유 : 나는 할 만큼 했다면서
초코우유 : 그대로 등 돌려서 가버리는 거
초코우유 :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어지거든?
나 : 그래서 양쪽 다 불만족스럽게 끝내고 싶어?
초코우유 : 그래야 서로 공평한 거 아니겠어?
초코우유 : 누나는 너 잊을 거니까
초코우유 : 존나 나쁜 새끼라고
초코우유 : 친구들한테 하소연하고
초코우유 : 술 마시고 취해서 잠들고
초코우유 : 한참 울다가 잊어버릴 거야
나 : 그래그래
초코우유 : 그러니까 넌 사과하지도 말고
초코우유 : 혼자 만족해서 끝내지도 마
초코우유 : 그런 거 허락 안 할 거야
초코우유 : 평생 누나한테 뭘 잘못했는지
초코우유 : 잊지 말고 떠올리면서 후회해
나 : 걱정하지 않아도
나 : 잊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초코우유 :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못 잊는다며?
나 : 그러니까 헤어진 뒤에도 너한테 매달려 있었겠지
초코우유 : 누나는 첫사랑 중학교 때였거든?
초코우유 : 수학 선생님이었고
초코우유 : 한참 어른이었어
초코우유 : 여유도 있었고
초코우유 : 목소리가 엄청 좋았는데
나 : ㅇㅇ
나 : 들었어
초코우유 : 그러니까 난 쉽게 잊을 수 있어
초코우유 :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초코우유 : 잊어버릴 수 있어
초코우유 : 가끔 집에 혼자 있는 날
초코우유 : 그런 일도 있었지 생각이 나도
초코우유 : 괴롭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을 걸?
나 : 응
초코유유 : 지금까지 사귄 전 남자친구들처럼
초코우유 : 너도 그중 하나가 되는 거라고
초코우유 : 기억은 저기 어디쯤 남겠지만
초코우유 : 전혀 특별하지도 않고
초코우유 : 가슴 아프지도 않게 되는 거야
나 :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나 : 진심이야
나 : 비꼬는 게 아니라
초코우유 : 근데 낭이 넌 그러면 안 돼
초코우유 : 서윤이랑 얼마나 잘 돼도
초코우유 : 혹시나 헤어지게 돼서
초코우유 : 앞으로 누굴 만나든
초코우유 : 그 여자랑 어디서 뭘 해도
초코우유 : 항상 누나가 처음이었으니까
나 : 그렇겠지
초코우유 : 이제 평생 동안 밥 먹을 때마다
초코우유 : 누나가 해준 요리랑 비교하고
초코우유 : 지쳐서 힘들 때마다
초코우유 : 누나가 얼마나 자주 안아주고
초코우유 : 응석을 받아줬는지 떠올린 다음에
초코우유 : 왜 그랬는지 땅을 치고 후회해야 돼
나 : ㅇㅇ
초코우유 : 평생 누나한테 반성하면서 살아
초코우유 : 그래야 공평할 것 같으니까
초코우유 : 한참 전에 누나랑 갔던 곳
초코우유 :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면서
초코우유 : 누나 생각하다가 혼나도 보고
나 : 그건 진짜로 그럴 것 같으니까 말하지 마
초코우유 : 그렇게 헤어진 다음에
초코우유 : 누나한테 돌아와도
초코우유 : 안 받아줄 거야
초코우유 : 누나는 분명히 기회를 줬는데
초코우유 : 니가 니 손으로 다 끝낸 거니까
나 : 안 그래
초코우유 : 다른 여자 좋다고 가버렸으면
초코우유 : 나중에라도 다시 시작하는 건
초코우유 : 절대로 꿈도 꾸지 마
초코우유 : 누나 그렇게 쉽지도 않고
초코우유 : 아직도 누나 좋다는 남자 많거든?
나 :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넘어가진 말고
나 : 제발 너한테 잘해주는 사람
나 :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 : 착하고 좋은 사람 만나
초코우유 : ㅇㅇ
초코우유 : 내가 듣고 싶은 말도 해주고
초코우유 : 괜히 심술도 안 부리고
초코우유 : 능력도 좋고
초코우유 : 집안도 빵빵하고
초코우유 : 직장도 좋은 곳 다니고
초코우유 : 다음엔 그런 남자한테 반할 거야
나 : 그리고 부탁이니까
나 : 그 남자한텐 잘해주고
초코우유 : 너한테 그런 소리 안 들어도 그럴 거야
나 : 어디까지 날 쫓아와주는지
나 : 떠보는 행동도 하지 말고
나 : 시험하는 것처럼
나 :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온다고
나 : 서운해하면서 내팽개치지 말고
초코우유 : 그런 짓 안 할 거야
나 : 사귄 지 조금 오래됐다고
나 : 나쁜 버릇 나와서
나 :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나 : 말도 안 되는 억지도 부리면 안 돼
초코우유 : …
나 : 괜히 또 나랑 비교하지 말고
나 : 누나 자주 그랬잖아
나 : 너는 다 받아주고 혼내줬는데
나 : 다른 남자들은 왜 포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초코우유 : 금방 잊을 거라고 했잖아
나 : ㅇㅇ
나 : 제발 그렇게 해
초코우유 : 대신 너는 평생 후회해야 돼
초코우유 : 아무리 사과해도
초코우유 : 이젠 다 늦었으니까
나 : 평생 후회하면서
나 : 붙잡혀 있으면
나 : 지금 이 모든 게
나 : 전부 다 소용없어지는 거네
초코우유 : 제발 그렇게 해
나 : 빡센 이야기다 그치?
초코우유 : 얼마나 무의미한 짓을 했는지
초코우유 : 앞으로 천천히
초코우유 : 평생 동안 후회해
나 :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나 : 만약 후회할 상황이 생기면
나 : 방금 누나가 했던 말
나 : 싫어도 떠오를 것 같다
초코우유 : ㅇㅇ
나 : 마지막으로 한 마디 안 해도 되겠어?
나 : 만나긴 싫다고 하니까 목소리라도
초코우유 : 듣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나 : 듣고 싶어할 것 같아서
초코우유 : 들려주기 싫어
나 : 미움 받았네……ㅋㅋ
초코우유 : 내 목소리 들려주기 싫어
초코우유 : 들려주고 싶지도 않고
초코우유 : 듣고 싶지도 않아
초코우유 :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나 : 항상 우리 싸웠을 때처럼
나 : 이젠 정말 다 끝이라고
나 : 너 같은 건 보기도 싫다고
나 : 말하고 싶어할 것 같았거든
초코우유 :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닌데
초코우유 : 내가 왜 그래야 돼
초코우유 : 뭐든 그렇게
초코우유 : 다 아는 것처럼 하지 마
초코우유 : 너보다 2살이나 많으니까
초코우유 : 앞으로도 계속 내가 누나거든?
나 : 그렇겠지
초코우유 : 목소리고 뭐고
초코우유 : 이제 됐어
초코우유 : 하고 싶은 말도 다 끝났고
나 : 갈 거야?
초코우유 : 갈 거야
나 : 사과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나 :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
나 : 쭉 생각해봤는데
나 : 떠오르는 게 없더라고
초코우유 : 몰라 그런 거
나 : 그러게……ㅋㅋ
초코우유 : 갈 거야
나 : ㅇㅇ
초코우유 : 갈 거라구
나 : 절대로 좋게 들리진 않겠지만
나 : 그래도 진심이니까
나 : 그냥 말 그대로
나 : 받아들였으면 좋겠는데
초코우유 : 뭔데
나 : 건강해야 돼
나 : 술은 뭐
나 : ㅋㅋㅋ
나 :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
나 : 앞으로는 내가 데리러 갈 수 없으니까
나 : 아무리 세상이 넓고 남자는 많다지만
나 : 새벽 2시에 취한 여자친구
나 : 데리러 갈 만큼 착한 남자
나 : 의외로 주변에 잘 없거든?
초코우유 : …
나 :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해서
나 : 금방 우울해지진 말고
나 : 좋아하는 초콜릿이라도 먹으면서
나 : 억지로라도 나아질 수 있게 해봐
나 : 막상 하면 잘 하잖아
나 : 능력 있으면서 왜 그래
초코우유 : 응
나 : 그리고 직장은 절대 그만두면 안 된다?
나 :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몰라도
나 : 기분도 우울하고 힘드니까
나 : 그냥 다 끝내버리자~ 같은 심정으로
나 : 가볍게 손에서 놔버리면 안 된다 정말
초코우유 : 너랑 무슨 상관없잖아
초코우유 : 그만두든 말든
초코우유 : 결국은 내 맘인데
나 :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보니까
나 : 진짜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네
나 : 예상은 했지만
나 : ㅋㅋㅋㅋㅋ
나 : 그래도 그러면 안 돼
초코우유 : …
나 : 경은아
초코우유 : 이럴 때만 치사하게 진짜
나 : 약속할 거지?
초코우유 : 알았어요
초코우유 : 그렇게 할게요
나 : ㅇㅇ
나 : 좀 비열하단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나 : 너한테 나쁜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뭐
나 : 이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가 줘라ㅋㅋ
나 : 너도 마조 기질이 있으니까
나 : 한 번씩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으면
나 : 어떻게든 자길 망가트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잖아
초코우유 : 너도
나 : 응?
초코우유 : 맨날 게임만 하지 말고
초코우유 : 인스턴트 그만 먹고
초코우유 : 여름방학 동안
초코우유 : 서윤이한테 요리라도 배워서
초코우유 : 이젠 라면에서 좀 벗어나 봐라 쫌
나 : ㅋㅋㅋㅋㅋ
나 : 알았어
나 : 노력할게
초코우유 : 이제부터 만나는 여자친구가
초코우유 : 누나보다 요리 못하더라도
초코우유 : 꼭꼭 맛있다고 해주고
초코우유 : 너는 항상 말이 부족해
초코우유 : 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초코우유 : 여자 입장에선 듣고 싶단 말이야
나 : ㅇㅇ
나 : 명심할게
초코우유 : 서윤이 적당히 괴롭히고
초코우유 : 귀엽다고 해서
초코우유 : 너무 그러면 안 돼
초코우유 : 취향 강요하는 남자는
초코우유 : 여자한테 미움 받으니까
나 : 조심해야지
초코우유 : 졸업식엔 가고 싶었는데
초코우유 : 못하게 됐으니까
초코우유 : 미리 말해두는 거야
초코우유 : 열심히 준비해서 꼭 취직해
초코우유 : 지갑 얇은 남자는 미움 받는다
나 : 그게 제일 힘들어 보인다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나 : 열심히 할게
초코우유 : 누나도 열심히 할게
나 : 누나가 왜 목소리를 들려주기 싫다는지
나 : 방금 이해했어
초코우유 : 그렇게 눈치가 없으면
초코우유 : 서윤이도 고생하겠다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하긴 뭐, 이젠 먼저 사과할 거지?
나 :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야
초코우유 : ㅇㅇ
초코우유 : 누나한테 못했던 말이나
초코우유 : 저지르고 후회했던 행동
초코우유 : 잊어버리면 안 돼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평생 떠올리면서
초코우유 : 여자친구한테 잘해줘
나 : 고마워
초코우유 : 진짜로
초코우유 : 진짜로
초코우유 : ㅋㅋ
초코우유 : 많이 고마웠어
초코우유 : 누나가 억지에 꼭 따라와 주고
초코우유 : 끝까지 옆에 있진 않았지만
초코우유 : 그래도 5년 동안
초코우유 : 다른 사람들보다
초코우유 : 누나를 제일 생각해줘서 고마워
나 :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나 : 입 더럽고 싸가지 없는 동생
나 : 그래도 남자친구라면서
나 :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줬는데
나 :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ㅋㅋ
초코우유 : 고맙다고 안 해도 돼
초코우유 : 마지막인데……ㅋㅋ
초코우유 : 무서워서
초코우유 : 낭이가 날 어떤 눈으로 볼지
초코우유 : 그게 진짜로 너무 무서워서
초코우유 : 만나지도 못하는 겁쟁이니까
나 : 아니, 그건
초코우유 : 그리고 마지막까지 축하한다고 못하는
초코우유 : 속 좁은 누나라서 미안해
초코우유 : 그래도 서윤이랑 잘해야 돼?
초코우유 : 누나한테 이렇게까지 했으면서
초코우유 : 금방 헤어지면 진짜로 화낼 거야
나 : 그건
나 : …
나 : 알았어
나 :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할게
초코유유 : 이럴 땐 말이라도 평생이라고 해봐……ㅋㅋ
나 : 누나랑도 평생 이렇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어
초코우유 : 그건 고맙네
초코우유 : ㅋㅋㅋㅋ
초코우유 : 낭이 입에서 평생이라고 들었으니까
초코우유 : 누나도 이제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초코우유 : 아니, 사실 엄청 남았지만
초코우유 : 그래도 마지막은 어른스럽고
초코우유 : 여유 있는 모습으로 끝내야 하겠지?
나 : 뭐라고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어
초코우유 : 이럴 땐 간단한 게 좋은 거야
초코우유 : 최대한 짧고 단순하게
초코우유 : 그냥 잘 가라고 하면 돼
나 : 잘 가
초코우유 : 너도 잘 지내고
나 : 잘 가
나 : 잘 지내
초코우유 : 건강해야 한다?
나 : 건강해야 해
초코우유 : 지금까지 고마웠어
초코우유 : 많이 좋아했고
초코우유 : ㅋㅋㅋㅋ
초코우유 : 음
초코우유 : 그래
초코우유 : 잘 있어
SYSTEM :// [초코우유]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나 : 잘 가
SYSTEM :// [김낭] 님이 퇴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