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9화 〉6월 7일 토요일 PM 8시 (4)
나 : 일단 가슴을 좀 키우고 싶은데
소으랑 : …
나 : 아니 왜 만지면 커진다잖아
나 : 성장기 다 끝나긴 했지만
나 : 존나 열심히 주무르면
나 : 아직 가능성 있지 않을까
소으랑 : 오빠
나 :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지만
나 :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소으랑 : 오빠?
나 : 왜
소으랑 :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해요
소으랑 : 자꾸 약점 건드리면서
소으랑 : 장난치지 말고
나 : 아니, 다짜고짜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나 :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돼ㅋㅋㅋ
나 : 사람한테 뭘 물어보고 싶으면
나 : 머리 꼬리 정도는 남겨두면 안 될까?
소으랑 : 말 그대로잖아요 그냥
소으랑 : 어떻게 하고 싶냐구요
나 : 그러니까 뭘
소으랑 : 여러 가지로…
나 : 그 여러 가지가 뭐냐고 묻잖아
나 : 말귀 잘 알아들으면서
나 : 꼭 답답하게 이런다
나 : 말하기 쪽팔려서 그래?
소으랑 : 그러니까
소으랑 : 앞으로
소으랑 : 그게
소으랑 : 주인님이
소으랑 : 어떻게 하실 건지
나 : 너 방금 주인님이라 그랬다
소으랑 : …
나 : 뭐야
나 : 그런 쪽으로 물어본 거였어?
소으랑 : 오빠든 주인님이든 상관없잖아요
소으랑 : 둘 다 똑같은 사람인데
소으랑 : 나도 헷갈린단 말이에요
소으랑 : 무심코 툭툭 튀어나오는 건데
소으랑 : 자꾸 의미 두고 그러지 마요 진짜
나 : 이젠 아예 적반하장이네ㅋㅋ
소으랑 : 궁금하단 말이에요
소으랑 : 여러 가지로
소으랑 : 나도 주인님이랑
소으랑 : 진짜 할 수 있는 만큼
소으랑 :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은데
나 : 마음의 준비라도 해두려고?
소으랑 : 그런 것도 있구
나 : 근데 난 아까도 말했지만
나 : 지금 당장은 서윤이한테
나 : 기대 안 하고 있어서
나 : 어떻게 할 거냐고 해봤자
나 : 딱히 대답할 말이 없는데
소으랑 : 될 대로 되란 거예요?
나 : 에헤이
소으랑 : …
나 : 말을 또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나 : 내가 언제 그랬던 적 있어?
나 :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나 : 아무렇게나 굴렸던 적은 없잖아
나 : 천천히 단계를 밟아야 할 거 아냐
소으랑 : 그럼 뭔가 생각이 있을 거 아녜요
나 :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지
나 : 진짜로 모르겠다ㅋㅋ
나 : 너무 빙빙 돌리는데
소으랑 : 그럼 나랑 하고 싶은 거
나 : 서윤이랑?
소으랑 : 그것도 없다고 하진 마요
소으랑 : 진짜……ㅋㅋㅋ
소으랑 : 거기까지 말하면
소으랑 : 비참해질 것 같으니까
나 : 비참할 것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
소으랑 : 나한테 기대하는 것도 없고
소으랑 : 딱히 바라는 것도 없으면서
소으랑 : 하고 싶은 것까지 없으면
나 : 자존심 상할 것 같아?
소으랑 : 여자로서 조금…
나 : 여자로서 끝장인 것 같아?
소으랑 : 패배하는 것 같아서
나 : 그래 뭐, 알았어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아무리 뭘 몰라도
나 : 자존심 정도는 있겠지
소으랑 : 진짜로 이상한 기분이에요
소으랑 : 엄청 불쾌한 건 아닌데
소으랑 : 억울한 거랑도 다르고
소으랑 : 그냥 좀 뭐라고 해야 되지
나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주제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소으랑 : 평소 같았으면
소으랑 : 그럴 수 있지
소으랑 : 넘어가겠는데
나 : 오늘은 아냐?
소으랑 : 타협이 안 되는 느낌……?
나 : 여기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가 보네
소으랑 : 어차피 난 명령 잘 듣는 거 말고는
소으랑 : 아무짝에도 쓸모도 없고
소으랑 :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몸이다 뭐
소으랑 : 주인님한테 기대도 못 받고 있고
나 : 그 얘긴 그만하기로 했지?
소으랑 : …
나 : 삽질하지 말라고 했다 분명
나 : 농담 아니야
나 : 그런 거 아니니까
나 : 그만할 때 됐어 이제
나 : 귀엽게 봐줄 때 적당히 하자
소으랑 : 네…
나 : ㅇㅇ
나 : 말은 잘 들어야지
나 : 그나저나
나 : 하고 싶은 거라
나 : 없는 건 아니지만
나 : 말해도 되나 몰라
소으랑 : 꼭 야한 거 아니더라도
소으랑 : 그냥 뭐든지…
소으랑 : 제 기분 같은 건
소으랑 : 신경 쓰지 말구요
나 : 야 이거 너무 전형적인 트랩인데
소으랑 : ?
나 : 여자들이 보통 자기 눈치 보지 말고
나 : 솔직하게 대답하라고 해서
나 : 또 순진하게 미끼에 걸려들면
나 : 그 아래엔 절벽이 기다리고 있거든
소으랑 : 아니야……ㅋㅋㅋ
나 : 오빠는 연예인 중에 누가 제일 예뻐?
나 : 됐으니까 오빠 먹고 싶은 거 골라
나 : 라고 물어보는 거랑
나 : 완전히 똑같은 거잖아
소으랑 : 그렇게까지 깊은 의미 없어요
나 : 결국 서윤이가 원하는 걸 맞추란 소린데
나 : 이것도 초코한테 배웠냐?
나 : 혼자 순진한 척 하더니
나 : 은근히 약아빠졌다니까 진짜
소으랑 : 아니라구요 진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왤케 삐뚤어졌어
소으랑 : 그런 거 아니에요
나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맨날 그렇게 의심만 하구
나 : 하고 싶은 거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나 : 계획하고 있는 목표 같은 건 있다
나 : 너 여름방학 끝나기 전까지
나 : 스킨십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거
소으랑 : 스킨십?
나 : 좋아하지?
소으랑 : 좋아하긴
소으랑 : 하죠
소으랑 : 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해본 적이 없으니까
소으랑 : 익숙하질 않아서 그렇지
나 :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나 : 조금이라도 익숙해져야지
나 : 안 그러면 플레이를 떠나서
나 :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 것 같아
소으랑 : 누가요??
나 : 내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남자는 스킨십이 없으면 죽어
나 :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ㅋㅋ
나 : 그러니까 날 위해서라도
나 : 빨리 좀 익숙해지게 하려고
소으랑 : 기대 안 한다더니……ㅋㅋ
나 : 지금 당장은 기대 안 하잖아
나 : 내가 언제 서윤이더러
나 : 당장 익숙해지랬냐
나 : 천천히 여유를 좀 두면서
나 : 두세 달 정도 생각하고 있어
나 : 결국 너 하기 나름이겠지만 뭐
소으랑 : 방학 동안?
나 : 뭐, 그렇게 되겠지
소으랑 : 방학 동안 무슨 일을 당할지
소으랑 : 살짝 걱정되는데……ㅋㅋㅋ
나 : 기대를 잘못 말한 건 아니고?
소으랑 : 평소에 하던 것도 그렇지만
소으랑 : 주인님 성격 생각해보면
소으랑 : 적당히 손대중하면서
소으랑 : 길들이진 않을 거잖아요
나 : 적당히 하면 교육이 안 되니까 그렇지
소으랑 :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소으랑 : 진짜로 푹 빠질 것 같아서
소으랑 : 조금 무섭기도 해요
소으랑 : 지금까지 항상 그랬으니까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어차피 거부도 못할 테고
나 : 거부할 생각이 없는 거겠지
나 : 누가 들으면ㅋㅋㅋ
나 : 서윤이는 싫어하는데
나 : 억지로 시키는 줄 알겠다
소으랑 : …
나 : 아니야?
소으랑 :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나……ㅋㅋ
나 :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소으랑 : 네…
나 : 서윤이는 엄청 싫어하는데
나 : 억지로 시키는 거 아니지?
소으랑 : 몇 번을 물어봐요
소으랑 : 집요하네 진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대답했잖아요 벌써
나 : 야
소으랑 : …?
나 : 쓸데없이 사족 붙이지 말고
나 :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나 : 머리 좀 굵어진 티 내면서
나 : 몇 번씩 질문하게 만들지 말고
소으랑 : 아니에요
나 : 뭐가 아닌데
소으랑 : 주인님이 억지로 시킨 적 없어요
나 : 확실해?
소으랑 :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소으랑 : 주인님은 강요 안 했어요
나 : 그래야지
나 : ㅇㅇ
나 : 착하다
소으랑 : 으…
나 : 근데 서윤이는 키스 좋아할 것 같긴 해
나 : 굳이 끈적끈적하게 이어지지 않고
나 : 가볍게 입 맞추는 것도
나 : 만날 때마다 몇 번 해주면
나 : 내가 딱히 건드리지 않더라도
나 : 알아서 푹 빠질 것 같거든ㅋㅋ
소으랑 : …
나 : 이런 얘기는 싫어?
소으랑 : 싫지……는 않구
소으랑 : 오히려
소으랑 : 자기 전에
소으랑 : 상상 많이 해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귀엽네
나 : 구체적으로
나 : 무슨 상상을 하는데?
소으랑 : 으
나 : 두 번 물어보게 만들 거야?
소으랑 : 진짜로 별 거 아니라서
소으랑 : 나중에
소으랑 : 그게
소으랑 : 언제일지는 몰라도
나 : ㅇㅇ
소으랑 : 주인님이랑 많이 가까워지면
소으랑 : 밤에 같이 걸으면서
소으랑 : 허리에 팔 두르고
소으랑 : 사람들 안 보는 곳에서
소으랑 : 짧게 입술에 쪽♡ 해주시는 거
나 : 그게 전부야?
소으랑 : 또 왜요…
나 : 아니, 소박하다 싶어서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귀엽네 그래
나 : 근데 바깥에서 괜찮겠어?
소으랑 : ?
나 : 서윤이는 그런 거 싫어할 줄 알았는데
소으랑 : 그렇게 말하지 마요……ㅋㅋㅋ
소으랑 : 이상한 소릴 한 것 같잖아요
소으랑 : 딱히 끈적한 것도 아니고
소으랑 : 그냥 입만 맞추는 건데
소으랑 : 다들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나 : 다들 하는지 어떻게 알아
소으랑 : 아니
나 : 해봤어?
소으랑 : 드라마……에서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드라마ㅋㅋㅋㅋㅋ
나 : 그럴 줄 알았다 그래
소으랑 : 아니에요……?
나 : 물어보는 방식이 잘못됐어
나 : 아니냐고 하는 게 아니라
나 : 하고 싶지 않냐고
나 : 그렇게 물어봐야지
소으랑 : 별로 하고 싶은 건 아니구요
나 : 매일 자기 전에 상상한다며
소으랑 : 매일이라곤 안 했잖아요……ㅋㅋㅋ
소으랑 : 그리고 아무 생각이나 하는 건데
소으랑 : 그런 상상을 한다고 해서
소으랑 : 딱히 소원이란 것도 아니고
나 :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뭘
나 : 서윤이가 하고 싶다고 하면
나 : 나중에 기회 봐서
나 : 한번 시도라도 해볼까?
소으랑 : 싫어요
나 : 되게 단호하네
소으랑 : 또 이상한 쪽으로 빠질 것 같아
소으랑 : 주인님 성격 생각해보면
소으랑 : 키스로 끝날 것 같지도 않고
나 : 안 끝나면?
소으랑 : …
나 : 키스로 안 끝나면 뭐
나 : 말을 해봐ㅋㅋ
나 : 서윤이 생각에는
나 :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소으랑 : 암튼 바깥에선 안 돼요
나 : 뭐라는 거야
나 : ㅋㅋㅋㅋ
나 :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나 : 말이나 해보라니까
나 : 이상한 소릴 하고 있어
소으랑 : 야한 쪽으로 가잖아요 자꾸
소으랑 : 그런 의도도 아니었는데
소으랑 : 암튼 성격 진짜;;;
소으랑 : 빈틈을 보이면 안 돼
나 : 아까부터 걸고 넘어지네
나 : 내 성격이 뭐 어때서
나 : 불만이라도 있어?
소으랑 : 아니, 불만은 아닌데……ㅋㅋ
소으랑 :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좋고
소으랑 : 주인님이랑
소으랑 : 그러니까
소으랑 : 야한 것도 하면서
소으랑 : 가까워지는 것도 좋은데
소으랑 : 역시 조금 불안하긴 하니까
나 : 그러니까 뭐가 불만인데
소으랑 : 남자랑 이런 화제로 떠들고 있을 때도
소으랑 : 별로 아무렇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소으랑 : 점점 야한 대화도 익숙해지고
소으랑 : 실제로도 그걸 바라니까
소으랑 : 갈수록 머리랑 몸이랑 전부
소으랑 : 주인님 취향이 되는 것 같아서
나 : 그게 불만이야?
소으랑 :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심술부리지 마요 진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아닌 거 알잖아요
소으랑 : 그냥 좀 불안한 거고
소으랑 : 절대 싫은 건 아니에요
나 : 아니 뭐, 싫을 수도 있지
소으랑 : 안 싫다니깐……;;;
나 : 어차피 좋아하든 싫어하든
나 : 내 명령 한 마디면
나 : 닥치고 해야 하는데
나 : 나는 크게 신경 안 쓴다
소으랑 : 으…
나 : 이런 거 좋아한댔지?
나 : 조금 강압적으로
나 : 사람 아니라
나 : 애완동물처럼
소으랑 : 갑자기 왜 그래요……ㅋㅋ
나 : 아니, 그냥 아까부터 영 찝찝하더라고
나 : 요즘 줄곧 서윤이 페이스였잖아
나 : 징징거리는 거 듣기도 질렸고
나 : 누가 위에 있는지
나 : 슬슬 알려줄까 싶어서
소으랑 : 누가 위인지 모르는 거 아니에요
나 : 글쎄 뭐, 알고 있다고 말은 하는데
나 : 기대를 받질 못한다느니
나 : 한심하다느니ㅋㅋㅋ
나 : 쓸데없는 거 생각하느라
나 : 잠깐 잊고 있는 것 같아서
나 : 다시 떠오르게 해주려는 거야
소으랑 : 네…
나 : 서윤이는 뭐라고?
소으랑 : 주인님 소유……요
나 : 똑바로 말 안 하냐
나 : 내 소유의 뭔데
소으랑 : 주인님 소유의
소으랑 : 그러니까
소으랑 : 암컷이면서
소으랑 : 장난감……이에요
나 : 그렇게 자기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면
나 :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나 : 시키는 대로 따라오기나 해
나 : 항상 귀엽게 달라붙어 오던 년이
나 : 축 늘어져 있으면 나도 짜증 나니까
소으랑 : 짜증 났어요……?
나 : 조금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많이는 아닌데
나 : ㅋㅋㅋㅋㅋ
나 : 슬슬 인내의 한계다
나 : 계속 응석 받아줄 만큼
나 : 느긋한 성질이 아니라서
소으랑 : …
나 : 잠깐 성격대로 좀 하자?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일단 서윤이 태도부터가 글러먹었거든?
나 :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비관하기보단
나 : 서윤이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나 : 암만 가르쳐도 도통 배우질 못하는 년을
나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할 거 아냐
소으랑 : 화 많이 나신 것 같은데……ㅋㅋ
나 : 됐으니까 복창
나 : 따라해
나 : 저는 쓸모없는 년입니다
소으랑 : 저는 쓸모없는 년입니다ㅠㅠ
나 : 장난치냐?
나 : 울지 말고 다시
소으랑 : 저는 쓸모없는 년입니다
나 : 머리가 나빠서 주인님께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소으랑 : 머리가 나빠서
소으랑 : 그게
소으랑 : 주인님께
소으랑 :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나 :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소으랑 :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나 : 툭하면 우울해하고
나 : 찌질거리는데다
나 : 딱히 자랑할 것도 없지만
소으랑 : 툭하면
소으랑 : …
소으랑 : 우울해하고
소으랑 : 찌질거리는데다
소으랑 : 딱히 자랑할 것도 없지만
나 : 그래도 귀찮아하지 않고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으랑 : …
나 : 복창
소으랑 : 이런 저라도 귀찮아하지 않고
소으랑 :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 ㅇㅇ
나 : 그럼 어떡해야겠어
소으랑 : 네?
나 : 내가 귀여워해 주는데
나 : 어떻게 해야겠냐고
나 : 뭐라도 하고 싶다며
소으랑 : 노력……할게요?
나 : 어떤 식으로 노력할 건데
소으랑 : 주인님이 하시는 명령 잘 듣고
소으랑 : 방학 동안 열심히 배워서
소으랑 : 주인님 바라시는 대로
소으랑 : 스킨십……에도
소으랑 : 많이 익숙해지도록
나 : 할 수 있어?
소으랑 :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 : 아까도 말했지만
나 : 이걸로 끝내라
나 : 알았지?
나 : 난 분명 끝이라고 말했어
나 : 앞으로 같은 얘기 나오면 혼난다
소으랑 : …
나 : 아니면 명령해줘?
소으랑 : 아니에요
소으랑 : 안 그럴게요
나 : ㅇㅇ
나 : 자신이 없는 것도 알겠고
나 : 고민하는 것도 뭐, 그래
나 : 이해는 할 수 있어
나 : 근데 적당히 하자 적당히
나 : 힘들어 죽겠는데 빡치게 시발
소으랑 : 화난 거 맞잖아요…
나 : 그래서 뭐
나 : 어쩌라고
나 : 불만 있어?
소으랑 : 아뇨…
나 : 가끔 이렇게 기강 다져서
나 : 니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나 :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나 :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어차피 SM을 계속하든
나 : 연애가 오래 이어지든
나 : 고민할 거리는
나 : 산처럼 많으니까
나 : 벌써부터 기운 빼지 마
소으랑 : 언니도 그런 말 했는데
나 : 그래?
소으랑 : 어차피 깊게 고민해봤자
소으랑 : 답이 없는 거라면서
소으랑 : 일단 시작했으면
소으랑 :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 떠올리면서
소으랑 : 그것만 계속 쫓아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나 :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긴 해
소으랑 : 맞는 말 아니에요?
나 : 너무 머릿속이 꽃밭이어도 피곤하거든
나 : 근데 뭐, 서윤이랑은 상관없겠다
나 : 지금도 이렇게 삽질하고 땅을 파는데
나 : 앞으로 얼마나 더 심해질지 걱정된다 정말
소으랑 : 저도 언니처럼 생각하고 싶은데
소으랑 :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ㅠㅠ
나 : 굳이 안 닮아도 돼
나 : 뭐 좋은 거라고
소으랑 : ㅋㅋㅋㅋㅋ
나 : 그리고 앞으로 우울하고 축 늘어진다 싶으면
나 : 너한텐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명심하고
나 : 잠을 자든 목욕을 하든 음악을 듣든
나 : 맛있는 거 사달라고 전화해도 되니까
나 : 어떤 식으로든 기분 끌어올리려고 노력해
소으랑 : 자격 없어요……?
나 : ㅇㅇ
나 : 없지 그럼
소으랑 : 인권이 없넹
나 : 그러니까 앞으로 우울하고 싶으면
나 : 나한테 허락부터 받아
나 : 생각보다 세상이 아름답구나
나 : 내일부터 열심히 살아야겠다
나 :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줄 테니
소으랑 : ㅋㅋㅋㅋ
나 : 괜히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나 : 처량한 내 신세 어쩌고
나 : 자아도취 뽕 맞고
나 : 우울하다고 칭얼거리면
나 : 진짜로 가만 안 놔둘 거야
소으랑 :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나 : 이건 명령이야
소으랑 : 명령이면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네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들을게요
나 : 앞으로는 안 봐줘 진짜
소으랑 : 항상 느끼는 거지만
소으랑 : 파괴적으로 다정해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지금 기분 같아선
소으랑 : 주인님이 안아줘도
소으랑 : 저항 안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