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화 〉6월 4일 수요일 PM 2시 (5)
나 : 방금은 너무 꼰대 같았나?
소으랑 : 그……렇다기 보다는
소으랑 : 뭐랄까ㅋㅋㅋ
소으랑 : 방금 하신 말씀이
소으랑 : 오빠랑 안 어울려서
소으랑 : 살짝 놀랐어요 지금
나 : 안 어울려?
소으랑 : 넹
나 : 왜?
소으랑 : 아니, 그렇잖아요……ㅋㅋ
소으랑 : 항상 판단도 빠르고
소으랑 : 자신감도 넘치고
소으랑 : 그게 좋든 나쁘든 간에
소으랑 :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으랑 : 크게 관심 없는 성격이면서
나 : 욕이야? 칭찬이야?
소으랑 : 팩트요
나 : 틀린 소린 아닌데
나 : 글쎄ㅋㅋㅋㅋ
나 : 서윤이가 볼 때
나 : 난 그런 느낌이야?
소으랑 : 아니에요?
나 : 뭐, 아니라곤 못하겠다
나 : 네버 아재 말대로
나 :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나 : 그렇게 보였다면 인정해야지
소으랑 : ㅎㅎ
나 :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나 : 싸가지 없단 소리보다는
나 : 훨씬 듣기 좋네 뭐ㅋㅋㅋ
소으랑 : 그래서 좀 의외에요……ㅋㅋㅋ
소으랑 : 오빠는 만약 실수하더라도
소으랑 : 되게 쿨하게 넘겨버리고
소으랑 : 별로 연연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나 : 갑자기 웬 실수?
소으랑 : 보통 나처럼 되지 말라는 말은
소으랑 : 그래서 하는 말 아니에요?
소으랑 : 과거에 뭔가 실수한 게 있거나
소으랑 :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해야 하나
나 : 난 그런 거 딱히 신경 안 쓰는데
소으랑 : 그럴 것 같아요
나 : 남들이 나랑 똑같이 실수하든
나 : 같은 실패를 겪든 간에
나 : 나랑 무슨 상괸이야ㅋㅋ
나 : 인생 대신 사는 것도 아니고
나 : 그럴 때마다 참견할 것도 아닌데
소으랑 : 정확히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
소으랑 : 안 어울린다고 한 건뎅……ㅋㅋ
나 : ㅇㅇ
소으랑 : 근데 왜 그런 말을 한 거예요??
나 : 아니 뭐, 별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나 : 그냥 요즘 서윤이가
나 : 날 닮아가는 것 같아서
소으랑 : ㅋㅋㅋㅋ
나 : 조심 좀 하라는 거야
소으랑 : 오빠가 그런 식으로 말할 땐
소으랑 : 왠지 정곡을 찔려서ㅋㅋㅋ
소으랑 :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리는 거 알아요?
나 : ㅋㅋㅋㅋ
소으랑 : 아니 뭐
소으랑 : 근데
소으랑 : 그보다
소으랑 : 그게 아니라
소으랑 : 이런 말이 나올 때는
소으랑 : 보통 본심이 아니에요
나 : 그동안 관찰 열심히 했네
소으랑 : 왠지 오빠가 말하려던 내용을
소으랑 : 내가 먼저 선수쳐버리면
소으랑 : 민망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소으랑 : 갑자기 방향을 꺾어버리는 게
소으랑 : 눈에 뻔히 보일 정도로……ㅋㅋ
나 : 쓸데없이 눈치는 빨라가지고
소으랑 : 글구 난 오히려 오빠처럼 되고 싶은뎅
소으랑 : 기억하실라나 모르겠는데
소으랑 : 처음에 그랬잖아요……ㅋㅋㅋ
소으랑 : 강단이 있고 호불호가 강한 성격
소으랑 : 나도 그런 성격이었으면 좋겠다고
나 : ㅇㅇ
나 : 기억해
소으랑 : 지금은 생각이 바뀌긴 했는데
소으랑 : 첨에 봤을 땐 되게 좋았어요
소으랑 : 혼자 있어도 괜찮고
소으랑 : 남의 시선에도
소으랑 : 딱히 눈치 안 보면서
소으랑 : 뭐든지 확실하게 거절하고
나 : 근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
소으랑 : 지금은 뭐랄까……ㅋㅋㅋㅋ
소으랑 :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소으랑 : 거리가 가까워졌잖아……요?
나 : 그 부분은 자신 있게 말해도 돼
소으랑 : 네엥
나 : 주눅 들지 말고ㅋㅋ
소으랑 : 아무튼 간에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가까이 있을 때
소으랑 : 보이는 것도 있으니까
나 : ㅇㅇ
소으랑 : 오빠 같은 성격으로 인생을 살면
소으랑 : 확실히 지금보단 편할 것 같아요
소으랑 : 물론 어디까지나ㅋㅋ
소으랑 : 지금 제 성격에 비해서
소으랑 : 그럴 것 같다는 거지만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사람들 눈치도 안 보고……ㅋㅋㅋ
소으랑 : 가끔 되게 뻔뻔하다 싶을 만큼
소으랑 : 은근슬쩍 빠져나가기도 하고
소으랑 : 뭐든 후다닥 결정도 빨리 내리고
나 :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
소으랑 : 지금도 많이 부러워요
나 : ㅋㅋㅋㅋ
소으랑 : 근데 그만큼 부담할 게 늘어나니까
소으랑 : 오빠 옆에 있는 지금은……ㅋㅋ
소으랑 : 예전에 생각하던 것만큼
소으랑 : 닮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소으랑 : 부럽다는 생각은 꽤 자주 하지만
나 : 예를 들면?
소으랑 : 넹?
나 : 부담해야 할 게 늘어난다며
나 : 서윤이가 날 닮았으면
나 : 뭘 부담하게 될지
나 : 생각해봤을 거 아냐
나 :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소으랑 :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이라거나
소으랑 : 사실 제가 몰라서 그렇지
소으랑 : 오빠 싫어하는 사람도
소으랑 : 되게 많을 것 같기도 하고
나 : 많지
소으랑 : 제가 싫다는 건 아니에요?
소으랑 : 전 좋아하는 편이에요
소으랑 : 시원시원해서……ㅋㅋㅋ
나 : 굳이 변명 안 해도 돼
나 : 서윤이 말대로라면
나 :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쓸 텐데
나 : 뭘 그리 걱정하고 있어ㅋㅋㅋ
소으랑 : 그렇다고 뭐든 말해도 되는 건 아니니까…
나 : ㅇㅇ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아무튼
소으랑 : 길동 님이랑 티격태격하는 것만 보더라도
소으랑 : 저는 저러다 싸우는 거 아닌가 싶어서
소으랑 : 매번 가슴 졸이면서 긴장하고 있거든요
나 : 실제로 몇 번 싸우긴 했지
소으랑 : 근데 오빠 성격을 따라한다고 해도
소으랑 : 도저히 뒷감당까지는……ㅋㅋㅋ
소으랑 :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소으랑 : 지금은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에요
나 : 소질은 있어 보이는데 말이야
소으랑 : 저는 누가 절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소으랑 : 이쪽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소으랑 : 괜히 막 신경 쓰이고
소으랑 : 먼저 사과하고 싶거든요
소으랑 : 근데 오빠는 신경 안 쓰잖아요
나 : 신경을 안 쓰진 않아
소으랑 : 거짓말……ㅋㅋ
나 : 누가 날 싫어한다는데
나 : 이유를 모르겠으면
나 : 하나 만들어주면 그만이지
나 : 그리고 깔끔하게 관심 접으면 되잖아
소으랑 : 이것 봐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바로 성격 나오잖아요
나 : 뭐, 반쯤 농담이긴 하지만
소으랑 : 나머지 반은 뭐야 그럼……ㅋㅋ
나 : 어쨌든 뭐, 그래
나 : 항상 느끼지만
나 : 이런 주제는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재미있는 것 같아
소으랑 : 그래요?
나 : ㅇㅇ
나 : 근데 서윤아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사람은 원래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는 거래
소으랑 : ??
나 : 혹시 아는지 모르겠는데
나 : 사람이 눈으로 보는 거
나 : 망막에 맺히는 상 있잖아
소으랑 : 망막?
나 : ㅇㅇ
나 : 눈
소으랑 : 그게 왜요?
나 : 망막에 비치는 상은 원래 위아래가 뒤집혀 있는데
나 : 그걸 뇌가 바로잡아서 똑바로 보고 있는 거거든
나 : 그러니까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나 : 이미 한 번 뇌의 필터를 거쳐서 보정이 끝난 영상이란 거지
소으랑 : 중학교 때 배운 것 같기도 하고
나 : 생물 시간에
나 : ㅇㅇ
나 : ㅋㅋㅋㅋ
나 : 나도 배웠어
나 : 그림으로 그리면서
소으랑 : 근데 그게 왜요??
나 : 아니, 갑자기 떠올랐어
나 : 서윤이랑 있으면
나 : 이상하게시리ㅋㅋㅋ
나 : 그런 말이 튀어나오네
소으랑 : 잘 모르겠어요
나 : 나도 마찬가지야
소으랑 : 뭐야 그게……ㅋㅋㅋ
나 :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건
나 :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ㅋㅋ
나 : 아무래도 연애보다는
나 : 디엣 쪽에서 그런 경향이
나 : 훨씬 두드러진다고 생각해
소으랑 : 좋은 모습…
나 :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긴 해도
나 : 연애는 익숙해지는 과정이지만
나 : 디엣은 항상 낯설음을 강조하거든
소으랑 : 익숙해지면 별로 기분 좋지 않으니까?
나 : 표현이 천박하긴 한데
나 : ㅇㅇ
나 : 비슷해
소으랑 : 천박하다니……ㅋㅋ
나 : 물론 디엣도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고
나 : 연애라도 낯설음을 원할 때가 있긴 하지만
소으랑 : 오빠가 그렇게 가르쳤으면서…
나 : 누구나 상대한테 바라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나 : 예를 들어서 서윤이 같은 경우에는
나 : 대신 판단을 맡겨도 되고
나 : 앞장서서 손 잡고 이끌어주는
나 :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잖아
소으랑 : 꼭 그것만 원하는 건 아닌데
나 : 방금 서윤이가 그랬지?
나 : 어느 정도 내려놨다고
소으랑 : 네
나 : 본인한테는 무리일 것 같으니까
나 : 그게 가능한 사람 옆에서
나 : 둥지를 짓는 게 아닌지
나 :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
소으랑 : 저 지금 혼나는 거예요……?
나 : 아니
나 : 왜?
소으랑 : 그런 기분이 들어서…
나 :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 : 왜 쫄고 그래ㅋㅋ
나 : 너무 무거운 주제였나?
소으랑 : 으
나 : 혼내는 거 아니야
나 : 괜찮아ㅋㅋ
나 : 걱정하지 마
소으랑 : 혼나는 건 괜찮은데
소으랑 : 이런 식으로 막
소으랑 : 빙 둘러서 반성하라고
소으랑 : 그러면 머리가 핑핑 돌아서
나 : 그런 식으로는 안 혼내잖아ㅋㅋ
소으랑 : 네…
나 : 그냥 좀 재미있어서 그랬어
나 : 본인 말로는 내려놨다는데
나 : 정작 내가 볼 때는ㅋㅋㅋ
나 : 안 좋은 것만 따라하고 있으니까
소으랑 : 안 좋은 거라니……ㅋㅋ
나 : 자꾸 틱틱거리고 말이야
나 : 말꼬리를 붙잡질 않나
나 : 툭하면 삐지기나 하고
소으랑 : 다 주인님한테 배운 거잖아요
나 : 삐지는 건 누구한테 배웠는데 그럼
나 : 다른 주인님이 있는 건가?
나 : 난 가르친 적도 없고
나 : 보여준 적도 없는데ㅋㅋ
소으랑 : 꼭 누구한테 배워야 돼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그냥 할 수도 있지
나 : 요즘 입이 닳도록 하는 말 있지?
나 : 뭐든 적당히 해야 귀여운 거야
나 : 투정을 부려도 상관없고
나 : 떼를 쓰는 것도 괜찮은데
나 : 그러다 선 넘으면 얄짤없다
소으랑 : 근데요 주인님…
나 : ㅇ?
소으랑 : 나도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에요
소으랑 : 주인님 귀찮게 하고 싶어서
소으랑 : 의도하고 그러는 것도 아니구
나 : 만약 의도한 거였으면
나 : 벌써 엉덩이 맞았어
나 : 가만히 내버려뒀겠냐
나 : 버릇을 고쳐놔야지ㅋㅋ
소으랑 : 왜 자꾸 엉덩이를 때린다고…
나 : 뺨 맞는 것보단 낫잖아
나 : 뺨은 잘못 맞았다간
나 : 입안이 찢어져서
나 : 피도 나고 그러니까
소으랑 : 그건 그렇지만…
나 : 그리고 얼굴은 때리면 안 되지
나 : 기분 나쁘기도 하고
나 : 괜히 멍이라도 들었다간
나 :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소으랑 : 주인님
나 : 왜
소으랑 : 나도 많이 이상해졌다고 느끼는 게
소으랑 : 주인님이 말하는 거 듣고 있으면
소으랑 : 원래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소으랑 : 상식적인 생각이 좀 늦게 들어요
나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하긴 뺨 맞는 것보단 낫겠다
소으랑 : 이런 생각이 먼저 드니까
소으랑 : 요즘 진짜로 미치겠음……ㅋㅋ
나 : 그래도 내가 많이 혼내는 편은 아니잖아
소으랑 : 난 주인님밖에 모르는데
소으랑 : 많이 혼나는지 아닌지
소으랑 : 어떻게 알겠어요ㅋㅋㅋ
나 : 실제로 섭을 기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나 : 저게 무슨 교육이고 조교냐고
나 : 제대로 애완동물 취급도 안 한다고
나 : 화를 낼 정도로 너그러운 것 같은데
소으랑 : 무턱대고 봐주는 것도 아니면서
나 : 딱히 불합리하게 혼을 내진 않잖아
나 : 혼나면서도 억울하지 않도록
나 : 나로서도 신경 많이 쓰고 있는데
소으랑 : 있잖아요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나 궁금한 거 있어요
나 : 오늘따라 뭐가 그렇게 궁금해
소으랑 : 주인님이 궁금하게 하잖아요
나 : 거 참
나 : 뭔데
소으랑 : 주인님처럼 누굴 길들이거나
소으랑 :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고
소으랑 : 이것저것 많이 아는 사람들은
나 : ㅇㅇ
소으랑 : 방식이라고 해야 하나
소으랑 : 순서라고 해야 하나
소으랑 : 형식적……은 좀 이상한데
나 : 뭐라는 거야
소으랑 : 그런 게 진짜 있는지는 모르지만
소으랑 : 정석……같은 걸 많이 신경 써요?
나 : 정석이 뭐야
소으랑 : 길들이는 매뉴얼……?
나 : 매뉴얼??
소으랑 : 가끔 주인님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소으랑 : 방금도 그러셨는데ㅋㅋㅋ
소으랑 : 다른 사람들 이야기나
소으랑 : 경험 있는 뭐 그런 사람들은
소으랑 : 안 그렇다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나 : 그런가?
소으랑 : 그래서 뭔가 조교 매뉴얼이나
소으랑 : 그런 쪽 사람들은
소으랑 : 팁이나 노하우 같은 걸
소으랑 : 공유하나 싶었어요……ㅋㅋ
나 : 나야 모르지
소으랑 : 그리고 이건 꽤 자주 있는 일인데
소으랑 : 난 주인님밖에 모르긴 하지만
소으랑 : 개인적인 생각이란 부분을
소으랑 : 확실하게 해두려고 하잖아요
나 :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란 걸
나 : 확실하게 못을 박아두지 않으면
나 : 서윤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나 : 정답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
소으랑 :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소으랑 : 주인님도……ㅋㅋㅋ
소으랑 : 그 정답이라는 걸
소으랑 : 의식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나 : 갑자기 아픈 곳을 찌르네……ㅋㅋ
소으랑 : ㅎㅎ
나 : 스스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나 : 내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나 :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거라고
나 :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정도로
나 : 많이 겪어본 게 아니라서ㅋㅋ
소으랑 : 어디서 배운 적은 없고요?
나 : 이런 걸 어디서 배워
나 : 혼자 공부하는 거지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한창 빠져 있을 땐
나 : 심리학 개론서도 찾아서 읽고
나 : 교양으로 사회심리학 수업도 듣고
소으랑 : 헐…
나 : 어느 정도 의학적 지식도 있어야 하고
나 : 상담에 관한 것도 공부 많이 했지
나 : 성인교육 이론이라던가
나 : 지각심리학도 독학했었지 아마
나 : 교양 수준에서 깔짝거린 정도지만
소으랑 : 아는 게 많은 이유를 알겠다
나 :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니까
나 : 탈구 치료하는 법이라든지
나 : CPR이라고 하던가?
나 : 심폐소생술도 익히고 있고
나 : 간단히 골절 처치하는 법이나
나 : 호흡기 관련 증상과 응급처치 같은 거
소으랑 : 원래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해요……?
나 : 원래라는 건 없다니까
나 : 사람마다 다른 거야
나 : 나야 취향이 취향이고
나 : 성격에도 맞으니까ㅋㅋ
나 : 한때 빠져서 살았던 거고
소으랑 : 충분히 대단한 것 같은데
나 : 근데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나 : 매듭이나 결박은ㅋㅋ
나 :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더라
나 :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도 않고
소으랑 : 근데 왜 경험이 없다고 그래요……ㅋㅋ
나 : 나도 없다고는 안 했어
소으랑 : 아
소으랑 : ㅋㅋ
소으랑 : 적다고
나 : 머리로 알고 있는 거랑은 다르니까 그렇지
나 : 사람이 이론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나 : 사실 이건 주인이란 입장인 이상
나 : 해서는 안 되는 말이긴 한데
소으랑 : ㅇㅇ??
나 : 나도 그렇게 대범한 인간이 못 돼서
나 : 사람을 앞에 두면 당연히 긴장해
나 :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나 :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단 말이야
소으랑 : 그……렇겠죠?
나 : 서윤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 : 뻔뻔한 인간도 아니라서
나 : 고민할 땐 고민도 하지
나 : 항상 결정이 빠른 것도 아니고
나 : 내 판단이 맞는지 확신도 없고
소으랑 : 음
나 : 서윤이한테 그걸 가르치려고
나 : 그동안 누누이 말을 했는데
나 : 디엣이란 건 결국 역할극이야
나 : 상대가 원하는 것만 보여주면 돼
소으랑 : 전에 가르쳐주셨어요
나 : ㅇㅇ
나 : 연애랑 병행하기 힘든 이유가 그거야
나 : 가까워지면 사람은 긴장이 풀리니까
나 : 사람들 앞에선 감추고 있던
나 : 진짜 자기 모습도 보여주게 되고
나 : 본래의 성격 같은 게 드러나버리잖아
소으랑 : 네…
나 : 같이 뒹굴거릴 정도로 편안하고
나 : 마음을 허락한 상대한테
나 : 카리스마적인 존재로
나 : 보여지는 것도 쉽지 않고
나 :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돼서
나 : 보기 싫은 모습만 보게 되는
나 : 그런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까
소으랑 : 경험담이에요?
나 : 일반론……이라고 해봤자 안 믿을 거지?
소으랑 : 좀 전까지만 해도ㅋㅋ
소으랑 : 원래 그런 건 없다면서요
나 : 그것도 그렇지
소으랑 : 사실 있잖아요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나도 오늘 아침까지
소으랑 : 고민 많이 했거든요?
나 : 무슨 고민을 했는데
소으랑 : 엊그제 네버 님한테 그랬잖아요
소으랑 : 오빠랑 언니
소으랑 : 친하게 지내는 거
소으랑 : 나는 짜증 나서 싫다고
나 : ㅇㅇ
소으랑 : 그것 때문에 후회 많이 했어요
소으랑 :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소으랑 : 그런 소릴 했나 싶어서……ㅋㅋ
소으랑 : 다들 어이 없었겠다 생각도 들고
나 : 아무도 안 그랬어
나 : 걱정 마
소으랑 : 근데 주인님은 아시잖아요
소으랑 : 내가 왜 이러는지……ㅋㅋ
소으랑 : 나도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 : ㅇㅇ
소으랑 : 되게 뜬금없는 타이밍에 절교 선언을
소으랑 : 그것도 도저히 납득 못할 이유로
소으랑 : 일방적으로 들은 기억이 있으니까
나 : 알지 그럼
소으랑 : 오빠랑 둘 사이의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소으랑 : 쓸데없이 참견한 것 같기도 하고
소으랑 : 언니가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져서
소으랑 : 지금이라도 취소할까……고민했거든요?
나 : 누구한테 취소할 건데ㅋㅋ
소으랑 : 그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는 거잖아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근데 역시 아닌 것 같아요
소으랑 : 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소으랑 : 둘이 계속 같이 있으면
소으랑 : 오빠한테 안 좋을 것 같으니까
소으랑 : 나도 이제부턴 양보 안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