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화 〉6월 2일 월요일 PM 10시 (5)
네버다이 : 걸고 넘어졌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버다이 : 낭이 님에겐 괜한 오해를 부를 수도 있을 듯 하네요.
나 : 댁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거요
네버다이 : 와이프가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요.
네버다이 : 안방까지 살짝 다녀왔습니다.ㅎㅎ
네버다이 : 오늘은 와이프가 딸내미랑 같이 자는 날이라서.
나 : 저러고 살아야 되냐 진짜
네버다이 : 물 심부름으로 몇 시간 조용하면 싸게 먹히는 거죠.
네버다이 :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생수 배달이 대수겠습니까.
나 : 외박하라고 했다간 물탱크도 옮기겠네
길동3리 : 저런 거 보면 결혼이란 게 꼭 해야 하는 건가 싶다
네버다이 : 세상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없습니다
네버다이 : 세금과 군대와 연애를 제외하면요.
네버다이 : 아직 놀 수 있을 때 팍팍 놀아두세요.
네버다이 : 총각 때 허투루 보낸 하루가 나중엔 일생의 소원이 됩니다.
나 : 당신처럼 놀고 싶진 않아
네버다이 : 아직 젊을 때 충분히 놀아두세요.
길동3리 : 저번에 그거 듣고 존나 웃었잖아
길동3리 : 소싯적 별명이랍시고 알려준 거
길동3리 : 별명 한번 기깔나던데
길동3리 : ㅋㅋ
길동3리 : 뭐였지?
길동3리 : 남포동 사시미?
나 : 사시미 아니라 개작두였을 걸
길동3리 : 맥주병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 : 야 근데 맥주병으로 때려봤자 안 깨진다더라
길동3리 : 그렇다고 오함마는 너무 흔하잖아
나 : 흔해빠진 걸로 치면
나 : 사시미만한 게 없지
길동3리 : 부산 하면 자갈치 아니겠냐
나 : 남포동 자갈치는 좀 그렇지 않냐
나 : ㅋㅋㅋㅋㅋ
나 : 횟집도 아니고
네버다이 : 실제로 자갈치 시장은 남포동에 있습니다.ㅎㅎ
나 : 부산 하면 역시 밀면이지
길동3리 : 누가 날 남포동 밀면이라고 부르면
길동3리 :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길동3리 : 당장 고통스럽게 죽여버릴 것 같다
나 : 그래서 붙은 별명일지도 모르겠다
네버다이 : 그만들 합시다.ㅎㅎ
네버다이 : 몸서리가 쳐지네요.
네버다이 : 오늘은 아픈 기억 들추기가 컨셉인가요?
길동3리 : 풋풋한 반응을 보고 났더니
나 : 아 그래
길동3리 : 아픈 곳을 찌르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나 : 안 그래도 아까 존나 빡쳤는데
나 : 둘 다 설명 제대로 해주십쇼
나 : 으랑이는 왜 건드렸고
나 : 초코는 무슨 소릴 했는지
나 : 아니면 나 진짜 눈 뒤집힐 거다
길동3리 : 존댓말인지 반말인지
길동3리 : 하나만 해라 새꺄
길동3리 : 싹바가지 없는 반존대는 시발
길동3리 : 아무튼 어른 대하는 태도가 글러먹었어
나 : 어른 대접을 받고 싶으면
나 : 어른답게 하세요 시발
나 : 뒤통수 치는 것처럼
나 :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나 : 걸고 넘어진 게 누군데
네버다이 : 낭이 님 말씀이 맞습니다.
나 : 내가 아저씨라서 참은 게 아니라
나 : 으랑이 때문에 참은 겁니다
나 : 걔가 거기서 나서지만 않았어도
길동3리 : 알았으니까 그만 짖어
길동3리 : 거 존나 징징거리네 시발
나 : 너도 아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나 : 알 만한 건 다 알고 있으면서
나 : 손을 떠나기는 개뿔이 떠났냐
길동3리 :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길동3리 : 본격적으로 깽판 한 번 놔야 만족하겠냐 그럼?
나 : 알고 있으면 공유하라는 거지
나 : 다 알고 있는 척하면서
나 : 뒷짐 지고 구경하지 말고
길동3리 : 알려달라고?
나 :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
나 : 혼자만 알고 있으면서
나 : 관전이나 할 거면
나 : 방해하는 거랑 뭐가 달라
길동3리 : 말 잘했다 그래
나 : 뭠마
길동3리 : 그럼 주는 떡도 못 받아먹고
길동3리 : 밥상을 엎어버리는
길동3리 : 병신 머저리 새끼한테
길동3리 : 입으로 씹어서 떠먹여주랴?
나 : 아니 뭐, 전화 안 받은 내가 잘못하긴 했는데
네버다이 : 그만들 하시고.ㅎㅎ
길동3리 : 어떻게 소으랑이보다 처신을 못하냐
길동3리 : 너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애한테
길동3리 : 나서지 말라는 소리나 듣고 있고
네버다이 : 소으랑 님이 아주 꿋꿋해지셨더라고요.
길동3리 : 그러게나 말입니다
길동3리 : 사람이 달라지니
길동3리 : 좀 당황스럽더라고
나 : 본인 말로는 그게 옛날 성격이라던데
길동3리 : 낯 가리는 줄 알았는데
나 : 낯 가리는 거 맞아
나 : ㅋㅋㅋㅋㅋ
나 : 처음 왔을 때
나 : 생각하면 알잖아
길동3리 : 이제 좀 익숙해진 건가?
나 : 뭘 새삼스럽게 그러냐
나 : 나 없는 동안
나 : 많이 봤을 텐데
길동3리 : 오늘처럼 적극적으로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길동3리 : 너 건드리지 말라고 엄포 놓는 것도 그렇고
길동3리 : 형님이랑 얘기하는 건
길동3리 :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나 : 그래?
네버다이 : 낭이 님 앞에선 대체로 저런 모습인가요?
나 : 좀 더 애교가 많아요
나 : 훨씬 자주 웃고
나 : 어리광도 심하고
나 :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나 : 거의 뭐, 비슷할 겁니다
네버다이 : ㅎㅎ
길동3리 : 옘병
네버다이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나 : 안 그래도 달라붙는 거 좋아하는 애가
나 : 심리적인 장벽……이라고 해야 하나
나 : 본인이 고수하던 모럴? 규칙?
나 : 그런 게 일단 한 번 무너지니까
나 : 그 뒤론 거리감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길동3리 : 머리가 딱딱해서 그래
나 : 그거야 뭐, 공부밖에 몰랐다고 하니까
길동3리 : 그런 애들이 푹 빠지면 진짜로 못 말린다
길동3리 :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와ㅋㅋㅋ
길동3리 : 옆에서 말하는 소리도 안 들리고
나 : 내 말이 그거야
길동3리 : 옆에서 고삐 잘 잡아야 돼
나 : 요즘은 자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정도라니까
나 : 쓸데없이 어리광만 심해져서
나 : 자꾸 사람 떠보는 행동이나 하고
네버다이 : 여자가 다 됐네요.ㅎㅎ
길동3리 : 아니, 그냥 주변 환경이 나빠서 아닐까요
나 : 귀여워서 어느 정도는 넘어가고 있긴 한데
나 : 조만간 날 잡아서 기강 다지던가 해야지
나 : 이러다 진짜로 사람 잡아먹으려고 들겠어
길동3리 : 거 참
나 : 호랑이 새끼가 따로 없다니까
길동3리 : 같은 사람 얘기가 맞는지
길동3리 : 내 눈으로 보고도ㅋㅋ
길동3리 : 의심이 드는 게 신기하네
길동3리 : 사람 성격이 저렇게 확 달라진다는 게
나 : 갑자기 성격이 달라졌다기보다
나 : 원래 성격이 나왔다는 게 맞지
나 : 그동안 안 좋은 일도 있고
나 : 십 년 가까이 숨 죽이고 살았는데
나 : 언제 밝게 행동할 기회가 있었겠냐
길동3리 : 잘해줘라
나 : 지금처럼 소심한 성격도 아니었는데
나 : 그동안 당했던 게 많아서 그런가
나 : 웃을 때마다 뺨에 경련 비슷하게
나 : 찌릿찌릿한 느낌이 온다고 하더라
네버다이 : 저런.
나 : 그래서 지금 저렇게 보여도
나 : 아직 실제로 만나면
나 : 목소리 듣기도 힘들어요
나 : 통화할 때는 훨씬 낫지만
네버다이 : 어쨌든 마음의 짐을 덜어놓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ㅎㅎ
네버다이 : 두 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방도가 없지만요.
나 : 자세한 건 프라이버시라 말 못하지만
나 : 그냥 뭐, 믿어본다고 하더라고요
나 : 그동안 내가 부담스러울까 봐
나 : 나한테 미움 받기 싫어서
나 : 나름대로 자중하고 있었는데
나 : 이번 일로 생각이 좀 바뀌었다면서
네버다이 : 믿는다는 게 중요하죠.ㅎㅎ
길동3리 : 등 돌리면 칼 꽂는 거 아니냐
길동3리 : 저런 타입이 제일 무섭더라ㅋㅋ
나 : 셧 업
네버다이 : 걱정했던 것만큼 소으랑 님이 나쁜 영향을.ㅎㅎ
네버다이 : 절대로 낭이 님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네버다이 : 나쁜 쪽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길동3리 : 잘 자라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길동3리 : 성질은 좀 버린 것 같더만ㅋㅋ
나 : 알았으니까 으랑인 그만 놔줘요
나 : 자리에 없는 사람
나 : 자꾸 들먹이지 말고
네버다이 : 알겠습니다.ㅎㅎ
나 : 초코 얘기나 좀 해봐요
나 : 무슨 말을 했길래
나 : 누굴 걸고 넘어졌다고
나 :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알아야겠으니
네버다이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걸고 넘어졌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나 : 그럼 뭔데요
네버다이 : 소으랑 님을 언급한 건 사실이긴 한데
나 : 어차피 아저씨도 초코한테 충동질 당했으니까
나 : 우리한테 미안하다는 둥
나 :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면서
나 : 나 보란 것처럼 건드린 거 아냐
네버다이 : 충동질이라고 하시면 가슴이 아픕니다.ㅠㅠ
네버다이 :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입장이 입장인지라
네버다이 : 어느 한쪽을 응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요.
나 : 그럼 걍 가만히 있으면 되지
길동3리 : 니가 제대로만 했으면
길동3리 : 이럴 일도 없었어
길동3리 : 남의 연애 뒷처리 같은 걸
길동3리 : 좋아서 하는 인간이 있겠냐
나 : 알았으니까 뭔데 시발
나 : 갈구지 말고 말을 해
나 : 내가 또 뭘 잘못했는데
길동3리 : 웬일로 순순히 납득하네
나 : 하도 혼날 짓을 많이 해서
나 : 이젠 세상 모든 잘못이
나 : 내가 저지른 것 같다 왜
길동3리 : ㅋㅋㅋㅋㅋㅋ
네버다이 : 글쎄요, 잘못했다고 말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서네요.
네버다이 : 차라리 꾸중할 수 있는 일이라면 편하겠습니다만.ㅎㅎ
네버다이 : 정작 낭이 님이 어떤 심정인질 모르니
네버다이 : 저도 함부로 나서기가 조심스럽더라고요.
나 : 아 그래서 뭔데요
나 : 답답하게시리
나 : 뜸 들이지 마요
네버다이 : 지난 주에 초코 씨랑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나 : 지난 주?
네버다이 : 아닌가요?
네버다이 : 초코 씨가 그리 말씀하시던데.
나 : 아니, 만나긴 했는데요
나 : 그게 지난 주였나?
나 : 날짜는 기억 안 나요
길동3리 : 초코한테 손절 치자고 했던 날 있잖아
나 : 손절하자고 말은 안 했어
길동3리 : 말만 안 했지
길동3리 : ㅋㅋㅋㅋ
길동3리 : 대판 싸운 다음에
길동3리 : 각자 어떤 게 최선인지
길동3리 :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하면
길동3리 : 그게 손절하자는 소리지 뭐야
나 : 아니, 내가 그래서
네버다이 : 그만들 하시고.
나 : 예
네버다이 : 정확한 날짜는 잊으셨는지 몰라도.ㅎㅎ
네버다이 : 있었던 일은 기억하시는 것 같으니 말씀드려도 될까요?
나 : ㅇㅇ
네버다이 : 낭이 님이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네버다이 : 초코 씨도 그날 두 분이서 싸우고 나서
네버다이 : 한동안 후회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네버다이 : 길동 님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던가요?
길동3리 : 거의 뭐, 수통 하나는 채우겠던데요
나 : 쯧
네버다이 : 낭이 님은 알고 계셨나요?
나 : 그럼 모르겠습니까
나 : 성격 뻔히 아는데
나 : 서러워서 울고
나 : 빡쳐서 울고
나 : 미안해서 울고
나 : 억울해서 울었겠지 뭐
네버다이 : 잘 알고 계시는군요.
나 : 그래서 뭐요
나 : 사과하라고?
네버다이 :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꾸중하는 건 아닙니다.
네버다이 : 낭이 님도 마음 독하게 먹고 하신 말씀일 테고요.
네버다이 : 사과를 종용하기엔 적당한 경우가 아닌 것 같네요.
나 : 마음 독하게 안 먹었으면
나 : 경은이 화내는 순간
나 : 맞붙어 싸우던가
나 : 숙이고 들어갔을 걸요
네버다이 : 안 그래도 초코 씨도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네버다이 : 자기가 알던 낭이 님이 아닌 것 같아서.ㅎㅎ
네버다이 : 분명 싸우자고 덤빌 줄 알았는데
네버다이 : 끝까지 참는 게 보여서 충격이었다고.
네버다이 : 그 말을 듣고 저도 많이 감탄했습니다 그려.
나 : 안 싸웠다고 놀라고 감탄할 정도면;;;
길동3리 :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감이 좀 오냐?
네버다이 : 초코 씨가 놀랐다고 말할 정도면
네버다이 : 어지간히 스트레스였을 텐데
네버다이 : 평소 같았으면 반드시 폭발했을 낭이 님이
네버다이 : 침착을 유지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ㅎㅎ
나 :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건 맞는데
나 : 그 자리에서 싸우기 시작하면
나 : 싸운 이유……라고 해야 하나
나 : 근본적인 원인은 유야무야되고
나 : 화해하는 흐름으로 갈 것 같아서
네버다이 : ㅎㅎ
나 : 이 악물고 참았던 거예요
나 : 내가 한두 번 겪어보나
나 : 그렇게 되면 이젠 진짜로
나 : 두 번 다시 말도 못 꺼내고
나 :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태로
나 :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게 될 텐데
네버다이 : 그렇게 초코 씨와 끝내고 싶으셨나요?
나 : 으랑이 때문에라도 그렇게 두면 안 되겠더라고
네버다이 : 소으랑 님이 마음에 걸리셨군요.
나 : 경은이한테는 되게 미안한 소리긴 한데
나 : 사실 경은이가 잘못한 건 없잖아요
나 : 단순히 내가 억지를 부리고
나 : 거기에 따라오게 만드는 건데
네버다이 : 그렇게 볼 수도 있지요.
나 : 그래서 아저씨한테 혼나고
나 : 며칠 혼자 곰곰이
나 : 생각을 좀 해봤는데
나 :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네버다이 : 제가 말씀드린 걸 기억하고 계시나요?
나 : 혼자서 납득하고 판단해봤자
나 : 결국 상대가 납득 못하면
나 : 아무런 소용도 없는데
나 : 왜 항상 이기적으로 구냐고
나 : 대충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버다이 : 그렇게 조야하게 말씀드린 기억은 없지만.ㅎㅎ
네버다이 : 요점은 확실하게 이해하고 계시니 다행이네요.
나 : 그래서 경은이가 뭐라고 할지
나 : 대답이 듣고 싶었어요
나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네버다이 : 낭이 님은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 : 근데 난 다시 시작할 생각 없어요
나 : 그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 : 이젠 으랑이도 옆에 있으니까
나 : 내가 좀 더 확실하게 해야겠더라고요
네버다이 : 흐음.
나 : 지금까지는 내 말이나 행동에
나 : 다들 확실하게 반응을 보이고
나 : 거기에 맞춰주거나
나 : 질려서 떠나는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나 : 잘 맞는 사람만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네버다이 : 이젠 아닌가요?
나 : 으랑이는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나 : 뭐든 일단 맞춰주려고 하는 데다
나 : 그대로 영향을 받으니까
나 : 내가 똑바로 안 하면
나 : 진짜로 큰일 나겠다 싶어서
길동3리 : 딸 키우는 얘기 아니지?
길동3리 : 갑자기 무슨ㅋㅋ
길동3리 : 개과천선을 하고 있어
나 : 아니, 그런 건실한 소리가 아니라
길동3리 : 처신 똑바로 해야 할 것 같냐?
나 : 그동안 내가 양보 못하겠다고
나 : 고집을 부렸던 것들이
나 : 갑자기 지긋지긋해지더라
네버다이 : 좋네요.ㅎㅎ
나 : 왜 그렇게 고집했는지
나 : 살짝 후회도 되고
나 : 내가 좀만 양보했으면
나 : 지금까지 사귀었던 애들이랑도
나 : 나쁘게 끝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네버다이 : 소으랑 님 앞에선 양보가 되던가요?
나 : 말하기 좀 거시기하긴 한데
나 : 그냥 자연스럽게
나 : 손에서 놓는 것처럼
나 : 으랑이 위주로 돌아가서
나 : 양보한다는 자각도 없었어요
나 : 그게 특별히 기분 나쁘지도 않고
나 : 딱히 희생했다는 느낌도 안 드니까
길동3리 : 알고 보면 니가 더 빠진 거 아니냐?
나 : 그럴지도
길동3리 : 너무 고분고분하니까 기분 나쁜데
네버다이 : 그동안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네요.
네버다이 : 괜히 나섰나 생각도 조금은 들고요.ㅎㅎ
나 : 아니 뭐, 만날 수가 없으니
나 : 생각 말고 뭘 하겠습니까
나 : 아무튼 경은이한테도
나 :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있어요
나 : 이건 으랑이한테도 말했던 건데
나 : 항상 남의 기분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나 : 결국은 혼자서 해치워버리는 것 같아서
네버다이 : ㅎㅎ
나 : 그래서 얼마 전에도 좀 그렇더라고
나 :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고
나 : 경은이한테는 그렇게 말했는데
나 : 걔 입장에선 뻔히 보였겠다 싶어서
네버다이 : 초코 씨에겐 뭐가 보였을까요.
나 :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나 : 으랑이 제3자 아니라고
네버다이 : 그랬습니다.
나 :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지
나 : 경은이가 바보도 아니고
나 : 모를 리가 없을 텐데ㅋㅋㅋ
나 : 꼭 경은이를 위해주는 것처럼
나 : 어떤 게 최선인지 생각해보자고
나 : 그런 소릴 했으니 욕 먹어도 싸지
네버다이 : 혼자서 생각하신 건가요?
나 : 그냥 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 으랑이가 나한테 달라붙는 거 보니까
나 : 내가 경은이랑 서로 등 돌리게 되면
나 : 으랑이는 친한……지는 모르겠지만
나 : 어쨌든 알고 지내는 언니를 하나 잃는 거잖아
네버다이 : 그렇게 되겠죠?
나 : 그때 으랑이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더라요
나 : 언니랑 못 만나게 돼서 상심할지
나 : 아니면 반대로 안심할지
나 : 쭉 생각하다 보니까
나 : 사람 사이의 일이라는 게
나 : 결국은 서로 다 이어진 건데
나 :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다 싶어서
길동3리 : 그게 그 소리였냐?
나 : ㅇㅇ
네버다이 : 절대로 간단하지는 않죠.
네버다이 : 맺는 것도 쉽지 않지만, 끊는 건 더더욱 어렵습니다.
나 : 그래서 이젠 핑계 안 대려고요
나 : 뻔히 보이는 주제에
나 : 계속 얼버무리는 것도
나 : 결국 변명이겠다 싶어서
네버다이 : 그럼 초코 씨 앞에서도 같은 말을 하실 건가요?
나 : 인정할 건 인정한 다음에
나 : 확실하게 끝낼 겁니다
나 : 첫사랑을 5년이나 끌었으면
나 : 충분히 해먹었다고 생각해요
나 : 제대로 매듭짓고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