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화 〉6월 1일 일요일 PM 4시 (8)
소으랑 : 잘 버텼다는 말은ㅋㅋ
소으랑 : 처음 듣는 것 같아요
나 : 그래?
소으랑 : 떠들고 다닌 적도 없긴 하지만
소으랑 : 제 얘기 들은 사람들은
소으랑 : 다들 고생했다 힘들었겠네
소으랑 : 이 정도만 말했거든요ㅋㅋㅋ
나 : 글쎄 뭐,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까
나 :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ㅋㅋㅋ
나 : 왠지 고생했다는 말보다는
나 : 잘 버텼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네
소으랑 : 기분이 좀 이상하다……ㅋㅋ
나 : 도와줄 사람도 없었을 테고
나 : 나쁜 생각도 들었을 텐데
나 : 열심히 했다 정말
나 : 비뚤어지지도 않고
소으랑 : 겉으로만 안 보이는 거지
소으랑 : 은근히 속으로 꼬였어요ㅋㅋ
나 : 그건 이미 알고 있어
소으랑 : ㅋㅋㅋㅋ
나 : 오늘은 진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 : 나도 이야기 들으면서
나 :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나 : 스트레스가 쌓이더라ㅋㅋ
소으랑 : 그럼 끝이에요?
나 : 끝이지
소으랑 : 더 물어볼 건 없고?
나 : 뭐가 더 남았어?
소으랑 : 그런 건 아닌데
소으랑 : 뭐랄까
소으랑 : 좀 더 이렇게
소으랑 : 파고들 만한 여지……?
나 : 깊게 파고들어봤자 상처만 깊어질 텐데
나 : 뭣하러 파헤치는 짓을 하겠냐ㅋㅋㅋ
나 : 애초에 누가 더 잘못했는지
나 : 시비를 가리자는 것도 아니고
소으랑 : 근데 주인님 성격 생각하면
소으랑 : 한쪽 말만 듣고서는
소으랑 : 누가 잘못했는지 모른다고
소으랑 :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서
나 : 누가 잘못했는지는 뻔한데 뭘
소으랑 : 그건 그래요
나 : 뭐야
나 : 이것도 유도한 거야?
소으랑 : 누가 내 이야기 듣고
소으랑 : 막 공감해주는 거
소으랑 : 진짜로 기분 좋당……ㅎㅎ
나 : 이게 잔머리만 늘어서
나 : 그러다 혼난다
나 : ㅋㅋㅋㅋㅋ
나 : 귀엽게 봐줄 때 자제해
소으랑 : 네엥
나 : 아무튼 대답은
소으랑 : 근데 꼭 그런 게 아니라도
소으랑 : 주인님이라면……ㅋㅋ
소으랑 : 어중간한 곳에서 끊었다고
소으랑 : 더 듣고 싶어할 줄 알았어요
나 :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지
나 : 여기서 더 나가봤자
나 : 결국 책임소재나
나 :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나 : 그런 문제만 불거질 텐데
나 : 일찌감치 관두는 게 나아
소으랑 : 그런가?
나 : 서윤이 말대로 지난 일이잖아
나 :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면
나 : 그냥 묻어두는 게 낫지 뭐
나 : 계속 휘둘리면서 사는 것보단
소으랑 : 억지로 캐물었으면서……ㅋㅋ
나 : 거 참 진짜
나 : ㅋㅋㅋ
나 : 거기에 대해선 이미 말했잖아
나 : 앞으로 너랑 좀 더 잘해나가려면
나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다고
소으랑 : 나랑 잘하고 싶어요?
나 : 불만 있냐?
소으랑 : ㅎㅎ
나 : 서윤이가 이미 끝난 일이니까
나 : 떠올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나 :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나 : 애초에 누가 잘못했는지
나 : 잘잘못을 가리거나
나 :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나 : 충고하려고 물어본 것도 아니고
소으랑 : 나도 그래서 말한 거예요
나 : 그래?
소으랑 : 주인님이 막 설교하는 사람이었으면
소으랑 : 뭐라고 하든 입 다물고 있었을 걸요
나 : 모르지 그거야ㅋㅋㅋ
나 : 지금도 귀찮으니까
나 : 깊게 파고들지 않는 걸지도
소으랑 : 이유는 딱히 상관없잖아요
소으랑 :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소으랑 : 내가 싫어하는 거면
소으랑 : 결과가 안 좋을 텐데
나 : 서윤이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소으랑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나 : 내 성격이 좀 비뚤어져서
나 :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 : 서윤이에 대해서는
나 : 귀찮아하는 게 아니라
나 : 배려하니까 그러는 거라고
나 : 스스로 생각하고 싶어서 그래
소으랑 : 오옹
나 : 아 시발
나 : 뭐라는 거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마음가짐이 달라지나?
소으랑 : 결과는 똑같을 것 같은데
나 : 인간관계란 게 어렵지?
소으랑 : 어려워요
나 : 그러니까 그런 거 고민할 바엔
나 : 오늘 뭐 먹을지나 생각하자
나 : 저녁 메뉴는 중대 사항 아니겠냐
소으랑 : 찬성~♡
나 : 영 기분이 꿀꿀해서 그런가
나 : 오늘따라 맵싹한 게 당기네
소으랑 : 맵싹?
나 : 서윤이는 매운 거 싫어했나?
소으랑 : 아니, 싫어하진 않는데
소으랑 : 맵싹하다는 게 뭐에요
소으랑 : 사투리에요?
나 : 엥?
소으랑 : 처음 들어보는데
소으랑 : 오싹도 아니고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맵싹한 게 뭐야
나 : 뭐라고 해야 되냐 이걸
나 : 맵다……라기 보단
나 : 얼큰하고 칼칼하다?
나 : 적당히 알싸한 것처럼
소으랑 :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소으랑 : 진짜로 처음 들어봐요ㅋㅋ
나 : 이거 사투리였어??
소으랑 : 암만 봐도 표준어는 아닌 것 같은데
소으랑 : 오빠는 어디서 들은 거예요?
나 : 우리 할머니가 자주 쓰는 말이라
나 : 가끔 튀어나오더라
나 : 입에 착착 달라붙어서
소으랑 : 그럼 사투리 맞을 걸요
나 : 그런가?
소으랑 : 오빠 고향 울산이랬죠?
나 : 스울 사람이라니까
나 : 몇 번을 말하냐
나 : 자꾸 그럴래ㅋㅋ
소으랑 : 스울……ㅋㅋㅋ
나 : 아니, 근데 진짜 한 번도 못 들어봤어?
소으랑 : 처음 들어요
나 : 신기하네
소으랑 : 신기하당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오빠 말하는 거 들어보면
소으랑 : 딱히 사투리 같진 않던데
나 : 나중에 우리 아버지 말하는 거 들어봐 봐
나 : 억양 진짜 장난 아니야
나 : 서울에서 몇십 년을 살았는데
나 : 아직도 고향 물이 덜 빠졌어ㅋㅋ
소으랑 : 오빠 아버지?
나 : ㅇㅇ
나 : 이 양반은 그냥 태생이ㅋㅋ
나 : 뿌리 깊은 경상도 남자라
소으랑 : 쪽♡
나 : 말하는 것도 빡빡한 게
나 : ?
나 : 뭐야
나 : 갑자기
소으랑 : 아니에요
나 : 아니, 뭔데
나 : ㅋㅋㅋㅋ
나 : 불안하게 왜 그래
소으랑 : 아니라니까요……ㅋㅋ
나 :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소으랑 : 됐으니까ㅋㅋㅋ
소으랑 : 더 늦기 전에
소으랑 : 저녁 메뉴나 정해요
나 : 아니, 이유라도 말을 하고
소으랑 : 오빠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거 참
나 : 알았어
나 : 뭐가 먹고 싶은데
소으랑 : 오빠가 먹고 싶은 거요
나 : 닭발에 소주 한 잔?
소으랑 : …
나 : 아니면 뭐, 아구찜도 좋고
나 : 오늘 같은 날엔
나 : 곱창도 괜찮겠다
소으랑 : 친구 만나러 가요?
나 : 먹고 싶은 거 고르라며
소으랑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오빠'만' 먹고 싶은 거
소으랑 : 고르라고는 안 했잖아요
나 : 닭발에 아구찜이 어때서 그래
소으랑 : 난 그런 거 못 먹는단 말이에요
나 : 그런 거라니
나 : ㅋㅋㅋㅋ
나 : 얼마나 맛있는데
나 : 말 되게 함부로 하네
소으랑 : 오빠 지금 데이트한다는 자각 없죠
나 : ㅇㅇ
나 : 전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애초에 이거 데이트였어?
나 : 난 서윤이한테 낚여서
나 : 반쯤 의무감으로
나 : 달래러 가는 건데
소으랑 : 아 오지 마요 그럼
소으랑 : 무슨 의무감이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그런 기분으로 올 거면
소으랑 : 나도 주인님 안 보고 싶음
나 : 말 또 함부로 한다
나 : 우리 서윤이ㅋㅋ
나 : 안 보고 싶다니
나 : 진짜로 그래도 되겠어?
소으랑 : …
나 :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나야 좋지 뭐
소으랑 : 못됐다 진짜……ㅋㅋ
나 : 뻐팅겨봤자 후회하는 건 누굴까
나 : 정말로 모르겠네ㅋㅋㅋ
나 : 무슨 깡으로 배짱을 부리냐
나 : 저러다가 또 울면서 후회하려고
소으랑 : 오빤 막 나가라고 하면
소으랑 : 진짜로 막 나가는구나
소으랑 : 왤케 사람이ㅋㅋㅋ
소으랑 : 뭐든 적당히란 게 없지
나 : 난 언제나 전속력인 남자다
소으랑 : 함부로 허락하면 안 되겠다
나 : 허락이고 나발이고
나 : 똑바로 대답해라
나 : 진짜로 안 보고 싶어?
소으랑 : 보고 싶어요……ㅠㅠ
나 : 근데 왜 자꾸 그런 소릴 해?
나 : 아무리 농담이라지만
나 : 내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나 : 그냥은 안 넘어갈 거 알잖아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또 그러면 약속이고 뭐고
나 : 즉시 엎어지는 거야
나 : 알았어?
소으랑 : 네…
나 : 알았으면 닭발 먹고 싶다고 말해
소으랑 : 그건 싫어요…
나 : 곱창은?
소으랑 : 그것도 싫어요
나 : 아 그럼 뭐가 먹고 싶은데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이것도 싫다
나 : 저것도 싫다
나 : 이걸 아주 그냥
나 : 어리광이 몸에 뱄지?
소으랑 : 사지선다 정도는 하게 해줘요 그럼!!
소으랑 : 선택지가 무슨ㅋㅋㅋㅋ
소으랑 : 닭발 아구찜 곱창
소으랑 : 세 가지밖에 없는데
소으랑 : 도대체 뭘 고르란 거예요
나 : 느그 동네에 있는 맛집을 그것밖에 모르는데 어떡하라고
소으랑 : 어…
나 : 애초에 지금 시간을 봐라
나 : 만나면 최소 8~9시잖아
나 : 멀리 나갈 수도 없고
나 : 서윤이 집 근처에서
나 : 다 해결해야 하는데 그럼
나 : 선택지가 얼마나 있다고 그래
소으랑 : 그……러게요
나 : 괜찮은 곳은 다음에 데려가 줄게
나 : 오늘은 동네 데이트로 만족해라
나 : 아니면 멀리 나가서
나 : 오빠랑 둘이 밤 새울래?
소으랑 : 저 내일 수업……ㅋㅋ
나 : 근데 왜 반항이야
나 : 팍 씨
나 : 죽을라고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아 그래서 뭐가 먹고 싶냐고
나 : 빨리빨리 골라
나 : 매운 게 싫으면
나 : 닭이라도 먹으러 가?
소으랑 : 매운 건 저도 좋아요
소으랑 : 얼얼할 정도로
소으랑 : 매콤한 거 먹고 싶음
소으랑 : 떡볶이 같은 거……ㅋㅋ
나 : 떡볶이는 안 돼
소으랑 : 왜요ㅠㅠ
나 : 배가 안 차
소으랑 : 맛있는데…
나 : 기왕 먹는 건데 밥을 먹어야지
나 : 떡 쪼가리 몇 개 주어먹고
나 : 사람이 배가 차겠냐 이것아
소으랑 : 아저씨 같아…
나 : 시끄러
소으랑 : 나도 닭발은 싫단 말이에요
나 : 치킨은 안 땡기는데
나 : 매운탕
나 : 짬뽕
나 : 낙지볶음
나 : 불족발……은 좀 그렇고
소으랑 : 떡볶이! 떡볶이!
나 : 시끄러
소으랑 : 히잉……ㅠㅠ
나 : 남의 살이 뜯고 싶은 기분인데
나 : 해물찜은 싫어하려나
나 : 쭈꾸미도 좋은데
나 : 닭갈비
나 : 또 뭐가 있냐
소으랑 : 닭갈비 좋당
나 : 고기 좋아?
소으랑 : 좋아
나 : 씁
소으랑 : 좋아해요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고기 좋아요
소으랑 : 많이는 못 먹지만
나 : 그럼 갈비는 어때
소으랑 : 갈비?
나 : 치즈 등갈비
나 : 그것도
나 : 화끈하게
나 : 매운 맛으로
소으랑 : 와…
나 : 먹어본 적 있어?
소으랑 : 없어요
나 : 어떤 건지는 알지?
소으랑 : 그동안 들어만 봤는데
소으랑 : 유행한다고……ㅋㅋ
소으랑 : 근데 혼자서는
소으랑 : 먹을 엄두가 안 나서
나 : 요즘 진짜 엄청 생기더라
나 : 유행은 유행인가 봐ㅋㅋ
나 : 환상의 조합인지
나 :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 고기가 틀릴 리는 없으니까
소으랑 : 맛있겠다…
나 : 마음에 들어?
소으랑 : 넹!
나 : ㅇㅋ
나 : 결정
소으랑 : 근데 집 근처에 있나……?
나 : 있어
소으랑 : 오빠가 어떻게 알아요?
나 : 저번에 오다가 봤어
나 : 사람 꽤 많더라
나 : 나중에 서윤이 데리고
나 :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나 : 이런 식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네
소으랑 : 나도 사람 많은 가게 보면
소으랑 : 오빠랑 가고 싶다고
소으랑 : 그런 거 생각하는데ㅋㅋ
나 : 오빠한테 '사달라고'가 아니라?
소으랑 : 누가 들으면 맨날 얻어먹기만 하는 줄 알겠다
나 : 사실이잖아ㅋㅋㅋ
나 : 언제 돈을 냈냐
나 : 맨날 얻어먹으면서
소으랑 : 오빠가 못 내게 하는 거잖아요
나 : 그래그래
나 : 알았어
나 : 나중에 우리 서윤이
나 : 돈 많이 벌어서 사줘
소으랑 : 일일이 애 취급이야 진짜…
나 : 귀여워해 줄 때 받아먹어라
나 : 좀 더 나이 먹으면
나 : 징그럽다고 안 해줘
소으랑 : ㅎㅎ
나 : 어쨌든 뭐, 슬슬 준비나 하고 있어
나 : 나도 금방 씻고 출발할 테니까
나 : 괜히 나와서 기다리지 말고
나 : 전화하면 역으로 튀어나와ㅋㅋ
소으랑 : 네엥
나 : 이따가 고개만 숙이고 있지 말고
나 : 오빠한테 얼굴도 좀 보여주고ㅋㅋ
소으랑 : 노력……해볼게요
나 : ㅇㅇ
나 : 그럼 됐어
소으랑 : 지금 나갈 거예요?
나 : 그래야지
나 : ㅋㅋㅋ
나 : 지금 출발해도 7시 넘는다
소으랑 : 그럼 있잖아요
소으랑 : 끝내기 전에
소으랑 : 딱 하나만
소으랑 : 마지막으로 말해도 돼요……?
나 : 아직 할 말이 남았어?
소으랑 : 오빠 얼굴 보면서 말할 자신이 없어서
나 : ㅇㅇ
나 : 알았어
소으랑 : 오빠가 아까 그랬잖아요
소으랑 : 제 얘기 다 끝난 다음에
소으랑 : 저한테 가장 먼저
소으랑 :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
소으랑 : 혼자서 잘 버텼다는 거라고
나 : 그랬지
소으랑 : 나도 오빠한테 하고 싶은 말 있는데
나 : 뭔데 그래
소으랑 : 고마워요……ㅋㅋ
소으랑 : 진짜로
소으랑 : 진짜 진심으로
소으랑 : 거짓말 안 보태고
소으랑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나 : 뭐가 그렇게 고마워ㅋㅋ
소으랑 :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소으랑 : 괴롭힘 당했던 걸
소으랑 : 남한테 말하고
소으랑 : 나쁜 생각이 들어서
소으랑 : 우울해할 시간도 없이
소으랑 : 바로 저녁 메뉴를 고르고
소으랑 : 데이트 시간을 기다리게 될 거라곤
소으랑 : 진짜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거든요
나 : ㅋㅋ
소으랑 : 사실 오늘 되게 많이 고민하고
소으랑 : 내 얘기를 해도 되는지
소으랑 : 망설였던 이유가……ㅋㅋㅋ
소으랑 : 오빠가 날 불쌍하게 볼 것 같아서
소으랑 : 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까 봐 그랬던 건데
나 : 그건 그냥 게을러서 그래ㅋㅋ
소으랑 : 오빠 말대로 귀찮아서인지
소으랑 : 진짜로 배려해서인지는
소으랑 : 본인도 잘 모르니까
소으랑 : 제가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소으랑 : 그동안 가정 사정이나 과거도
소으랑 : 궁금했을 텐데 덮어둔 거잖아요
나 : 그거야 뭐, 서윤이가 말하기 싫어하니까
나 : 적당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린 거고
나 : 딱히 감사를 받을 만한 일도 아닌데
소으랑 : 진지하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 아니, 낯 간지럽게 왜 이래 또ㅋㅋ
소으랑 : 가볍게 잠깐 노는 장난감처럼
소으랑 : 아무렇게나 막 대해도
소으랑 : 오빤 딱히 상관없었을 텐데
소으랑 : 굳이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나 : 거 참
소으랑 :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소으랑 : 앞으로 잘해나가고 싶다고
소으랑 :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소으랑 : 진짜 진짜로 감사해요
나 : 우리 좀 이따 얼굴 봐야 하는데ㅋㅋ
소으랑 : 그래서 미리 말씀드리는 거예요……ㅋㅋ
소으랑 : 오빠가 앞에 있으면
소으랑 :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요
나 : 그래 뭐, 알았어
나 : ㅋㅋㅋㅋㅋ
나 : 너무 스트레이트해서
나 : 딱히 뭐라 할 말도 없네
소으랑 : 대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니라서
나 :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건
나 : 별로 어른스럽지 못한데
나 : 그렇게 생각 안 해?ㅋㅋㅋ
소으랑 : 아직은 어른 아니다 뭐
나 : 웬일이야
나 : ㅋㅋㅋ
나 : 인정을 다 하고
소으랑 : 그렇다고 어린애라곤 안 했어요
나 : 농담이야ㅋㅋ
나 : 우리 서윤이
나 : 충분히 어른스럽지
소으랑 : 오빠야말로 웬일이에요?
나 : 글쎄다
소으랑 : 무슨 심경의 변화래……ㅋㅋ
나 : 생각했던 것만큼 철부지도 아니고
나 : 어리광쟁이도 아니었다……정도?
나 : 애초에 마냥 어린애로 봤으면
나 : 진지해질 생각도 안 들었을 걸
소으랑 : 그건 그런데
소으랑 : 불안하다
나 : 그러니까 서윤이를 어른으로 본다는 의미에서
소으랑 : 또 무슨 소릴 하려구
나 : 오늘 딱 맥주 한 잔만 할게
소으랑 : ?
나 : 아니, 내가 진짜 술 마시면서
나 : 고기 안 먹을 자신은 있는데
나 : 술 없이 고기 먹을 자신은 없어서 그래
소으랑 :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소으랑 : 절대로 안 돼요
소으랑 : 약속은 지켜야죠
나 : 매운 걸 먹었으면 목구멍을 식혀야지
소으랑 : 검사 결과 나오기 전까진
소으랑 : 안 마신다고 했잖아요
소으랑 : 며칠만 기다리면 되는데
소으랑 : 그걸 못 참아서 그래요??
나 : 많이 마시겠다는 것도 아니고
소으랑 : 탄산음료 마시면 되잖아요
소으랑 : 일주일 잘 참아놓고ㅋㅋㅋ
나 : 맥주도 탄산이야
나 : 보리 음료라고
나 : 너 보리보리 알아?
나 : 그거랑 비슷한 종류야
소으랑 :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요ㅋㅋ
소으랑 : 위에 나쁘다는데 왜 그래요
나 : 매운 음식은 위에 좋을 것 같냐
나 : 어차피 숲에 불을 질렀으면
나 : 담배 한 개비 정돈 태울 수 있지
나 : 맥주 한 잔으로는 티도 안 날 거야
소으랑 : 아무튼 안 돼요
소으랑 : 금지야
소으랑 : 허락 못해요
나 : 그럼 너도 사이다 안 사줄 거야
소으랑 : ???
나 : 나만 억울할 수는 없지
나 : 기왕 이렇게 된 거
나 : 오늘 다 같이 죽어보자
나 : 응급실 두 자리 예약해야겠네
소으랑 : 그거랑은 얘기가 다르죠ㅋㅋㅋ
소으랑 : 아니, 억지 부리지 마요 진짜
소으랑 : 사이다가 어딜 봐서 맥주에요
나 : 둘 다 음료수인데 뭐가 달라
소으랑 : 사이다 없이 매운 걸 어케 먹어요
나 : 물 마시면 되겠네
소으랑 : 진짜 이럴 거예요??
나 : 나도 손해는 안 봐야겠다 왜
소으랑 : 쪼잔해
나 : 맘대로 말해라
나 : ㅋㅋㅋㅋ
나 : 어차피 지갑은
나 : 내가 갖고 있다
소으랑 : 쫌생이
나 : 그래봤자 내가 못 마시면
나 : 너도 못 마시는 거야ㅋㅋ
소으랑 : 사이다는 내가 살 거다 뭐
나 : 지갑 들고 오면 혼난다
소으랑 :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뭐 어쩌라구요
나 : 어쩌긴 뭘 어째
나 : 시키는 대로 해
나 : 죽어 진짜
나 : 경고했다
나 : ㅋㅋㅋ
나 : 빈손으로 와라
소으랑 : 그럼 물도 마시지 마요
나 : 오?
소으랑 : 매운 거 먹고 싶다면서요
소으랑 : 누가 먼저 포기하는지
소으랑 : 함 해보자구요 어디ㅋㅋ
나 : 세게 나오는데 서윤이ㅋㅋ
소으랑 : 자신 없으면 포기해요 빨리
나 : 손가락만 까닥하면
나 : 포기할 텐데
나 : 해보긴 뭘 해봐
나 : 얘가 아직도 자기 입장을 모르네
소으랑 : 쫄?
나 : ??
나 : 저게 미쳤나
소으랑 : 쫄?
나 : 야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이게 진짜ㅋㅋㅋㅋㅋㅋ
나 : 방금 전까진 오빠더니
나 : 불리한 것 같으니까
나 : 바로 주인님 소리 나오네
소으랑 : ㅎㅎ…
나 : 아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나 : 그런 못된 말
나 : 누구한테 배웠냐
소으랑 : 말 못해요
나 : 아니, 누구한테 배웠어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괜찮으니까 말해봐
나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 : 딱 머리통만 부숴놓을게
소으랑 : 더 말 못해요……ㅋㅋㅋ
나 : 서윤이가 부서지는 것보단
나 : 훨씬 낫지 않을까 싶은데
나 : 의리를 지키겠다 이거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대답 안 할 거면 됐어
나 : 길동이 새끼지?
나 : 안 봐도 뻔해
나 : 나한테 써먹으면
나 : 바로 넘어올 거라 그러든?
소으랑 : 다루기 쉬워질 거라고……ㅋㅋ
나 : 그래 뭐, 알았어
나 : 알았으니까
나 :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소으랑 : 화난 건 아니죠……?
나 : 화가 난 건 아닌데
나 : 도전을 받았으면
나 : 다시는 기어오를 생각 못하도록
나 : 철저하게 밟아놓는 게 신조라서
소으랑 : 그냥 농담이었는데……ㅋㅋ
나 : 나도 농담 한 마디 해볼까?
소으랑 : 뭔데요?
나 : 죽었다고 세 번만 복창해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살려주세요
소으랑 : 장난이었어요
나 : 나는 장난 아닌데 어떡하지?
나 : 이따가 전화할게
나 : 도망치지 말고
나 : ㅋㅋㅋㅋ
나 : 넌 죽었어 오늘
소으랑 : 아니, 진짜로……ㅋㅋㅋ
나 : ㅇㅇ
나 : 나도 진짜야
나 : 진짜 존나 100% 진심이야
소으랑 : 아닠ㅋㅋㅋㅋㅋㅋ
나 : 사자 아가리에 얼굴을 집어넣잖아
나 : 용기도 가상하지 정말ㅋㅋㅋ
나 : 내가 미처 몰랐어
나 : 거의 뭐, 용자왕이네
소으랑 : 잠깐 ㅇㅒ기 좀 ㅎ애ㅛ 우리
나 : 뭐라는지 모르겠고
나 : 이따 보자 서윤아
나 : 기대하고 있을게^^
소으랑 : 아니, 오빠 진짜 잠깐만……ㅋㅋ
SYSTEM :// [김낭] 님이 퇴장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