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6월 1일 일요일 PM 4시 (7)
나 : 근데 거 뭐냐
소으랑 : ?
나 : 이상한 의미는 아닌데
나 : 그 친구도 서윤이를
나 : 그러니까
나 : 좀 이런 식으로
나 : 뭐라고 해야 돼 이걸
소으랑 : 그쪽도 친구라고 생각했냐고요?
나 : ㅇㅇ
나 : 비슷해
소으랑 : 무슨 말인가 했네ㅋㅋㅋㅋㅋ
소으랑 : 걍 그렇게 물어보면 되는데
소으랑 : 쓸데없이 뜸을 들이고 그래요
나 : 미안하잖아
소으랑 : 눈치 보지 말라고 했죠?
나 : 알았어…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왜요
소으랑 : 친구라니까
소으랑 : 의심스러워요?
나 : 서윤이를 의심하는 건 아니고
소으랑 : 나 혼자 친구라고 생각한 줄 알았어요?
나 : 뒷맛 나쁜 결말이란 건 분명한데
나 : 만약 서윤이가 속아서
나 :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면
나 : 술 없이는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일부러 괴롭히려고
나 : 친구가 된 다음에
나 : 결정적인 순간
나 : 배신을 때렸다던가
소으랑 : 영화도 아니고……ㅋㅋ
소으랑 : 배신이라니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보통은 안 그래요
나 : 안 그래?
소으랑 : 주인님 너무 모른다
소으랑 : 애초에……ㅋㅋ
소으랑 : 괴롭힘 당하는 애랑
소으랑 : 친구 먹으면 어떡해요
소으랑 : 자기도 똑같이 당하는데
나 : 아니, 그러니까 계획적으로
소으랑 : 계획을 세울 머리가 있었으면
소으랑 : 괴롭힐 시간에 공부나 했겠죠
나 : 공부 잘하는 애들이 주도했다며
소으랑 : 걍 심심해서 건드리는 건데
소으랑 : 계획이 뭐가 필요해요
소으랑 : 그냥 눈에 보이니까
소으랑 :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으니까
소으랑 : 원래 그런 건 이유랄 게 없어요
나 : 왜들 그러나 몰라
소으랑 : 글구 주변에 과시하고 싶어서
소으랑 : 일부러 그런 식으로
소으랑 : 한 명을 골라잡는 건데
소으랑 : 그런 애랑 가까이 있으면
소으랑 : 자기도 이미지 나빠지잖아요
소으랑 : 가오 떨어지게 왜 그런 짓을 해요
나 : 잔인하네
소으랑 : 주인님은 학교 다닐 때 그런 거 없었어요?
나 : 글쎄 뭐, 없진 않았겠지만
나 : 직접 본 적은 없어
나 : 관심도 없었고
나 : 5~6명 정도 뭉쳐서
나 : 놀러 다니느라 바빴지
소으랑 : 재밌었겠다……ㅎㅎ
나 : 나 오늘 양심에 근육통 오겠다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서윤이 입에서 나오는
나 : 한 마디 한 마디가 아파
소으랑 : 벌써 좀 날카로워졌나 봐요
소으랑 : 잘못한 것도 없는데
소으랑 : 주인님한테 짜증을……ㅋㅋ
나 : 아니 뭐, 상관은 없는데
나 : 어쨌든 그 친구랑은
나 : 확실하게 친구였다 이거지?
소으랑 : 넹
나 : 그래 뭐, 알았어
나 : 거 참
나 : 좋아하기도 그렇고
나 : 뭐라 반응하기 힘드네
소으랑 : ㅎㅎ
나 :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데?
소으랑 : 같은 반은 아니었는데
소으랑 : 늘 이동수업마다
소으랑 : 옆자리에 앉았거든요
나 : 아하
소으랑 : 왠지 항상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소으랑 : 솔직히 좀 불편했는데……ㅋㅋ
소으랑 : 어차피 다들 친한 친구끼리
소으랑 : 자리 붙여서 앉으니까
소으랑 : 혼자 앉을 자리가 남을 리도 없구
소으랑 : 그냥 서로 어색어색하게 있었죠 뭐
나 :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야
소으랑 : 둘 다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나 : 어떻게 친해진 거야 대체
소으랑 : 그냥 뭐, 이렇게 저렇게?
소으랑 : 딱히 계기랄 건 없었구
소으랑 : 어쩌다 보니까
소으랑 : 말도 조금씩 하고
소으랑 : 둘이 밥도 먹으러 가고
소으랑 : 같이 운동장도 빙빙 돌고
나 : 운동장은 왜 돌아ㅋㅋㅋ
소으랑 : 산책……?
나 : 밥 먹고 소화 시키는 거야?
소으랑 : 소화도 시키고
소으랑 : 간식도 먹고
소으랑 : 떠들기도 하구
나 : 아니, 소화시키면서 간식을 먹어?
소으랑 : 오빤 점심 먹고 뭐했는데요?
나 : 축구
나 : 농구
나 : 술래잡기?
소으랑 : 술래잡기는 뭐예요ㅋㅋㅋㅋ
소으랑 : 애들도 아니구
소으랑 : 고등학생이나 돼서
나 : 아니, 이게 의외로 재밌어
나 :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나 : 꼴찌가 술래하고
나 : 나머지 사람이 쫓는 건데
소으랑 : 보통 술래가 잡는 역할 아니에요??
나 : 그럼 너무 오래 걸리잖아
나 : 점심시간도 짧은데ㅋㅋ
나 : 5명이서 쫓는 게 효율적이지
소으랑 : 아…
나 : 술래는 잡히면 뒤지게 처맞으니까
나 : 필사적으로 달아나야 하고
나 : 예비종 치는 시간 전까지
나 : 술래를 못 잡으면
나 : 매점에서 사줘야 하니까
나 : 우리도 죽어라 쫓아다녔어
소으랑 : 남자들은 좀 그렇다……ㅋㅋ
소으랑 : 역동적이라고 해야 하나
소으랑 : 점심 먹고 뛰어도 괜찮아요?
나 : 괜찮았던 것 같아
소으랑 : 대단…
나 : 급식이 쓰레기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 : 점심 먹고 5교시만 되면 배가 고팠어
소으랑 :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소으랑 : 당연히 배가 고프죠
나 : 그런가?
소으랑 : 본말 전도야 완전……ㅋㅋ
나 : 그 생각은 못해봤네
나 : 일리가 있어
나 : 확실히ㅋㅋㅋㅋ
소으랑 : 바보
나 : 운동장만 빙빙 도는 게
나 : 훨씬 바보 같지 않아?ㅋㅋ
소으랑 : 잡히면 맞는 술래잡기보단
소으랑 :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나 : 남자는 스릴이 없으면 죽는 동물이라
소으랑 : 그래서 평균 수명이 짧은가?
나 : 가는데 순서가 있을 것 같아?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알았어요
소으랑 : 이 얘긴 그만해요
소으랑 : 끝도 없을 것 같음
나 : 아무튼 뭐, 그래서?
나 : 우연히 만났고
나 : 어떻게 친해져서
나 : 운동장도 빙빙 돌고
소으랑 : 왠지 한동안 우려 먹을 것 같은 느낌…
나 : 그런데 사실은 왕따 당하는 친구라서
나 : 서윤이도 친하게 지내다가 찍힌 거야?
소으랑 :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물어봤어요?
소으랑 : 누군 머리 지끈거리는 거
소으랑 : 꾹꾹 눌러 참으면서
소으랑 : 떠올리고 있는 중인데
나 : 아니
나 : 음
소으랑 : 맥 빠지게
나 : 미안해
나 : ㅋㅋ
나 : 안 그럴게
소으랑 : 눈치 보지 말랬죠 내가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야
나 : 죽을래?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이게 보자 보자 했더니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하늘 높은 줄 모르네
나 : 진짜로 막 나간다 그럼
소으랑 : 막 나가요 제발
소으랑 : 진짜로ㅋㅋ
소으랑 : 평소처럼 해요
소으랑 : 제발 부탁이니까
소으랑 : 그게 더 마음 편하단 말이에요
나 : 그래 뭐, 소원이라면 들어줘야지
소으랑 : 제발요 진짜……ㅋㅋ
나 : 서윤이가 생각하기엔
나 : 어떤 애였는데?
나 : 괜찮은 친구였어?
소으랑 : 괜찮다는 의미가……ㅋㅋ
소으랑 : 그럼 주인님은
소으랑 : 고등학교 때 저랑 만났으면
소으랑 : 괜찮은 애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나 : 너무 작아서 안중에도 없었을 걸
소으랑 : …
나 : 뭐 임마
소으랑 : 진짜로 막 나가네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소으랑 : 항상 모 아니면 도일까
나 : 그리고 대화 한번 못 해봤는데
나 : 괜찮은지 어떻게 알겠어
나 : 보기에는 찌질한 놈이
나 : 막상 친해지면 의외로 재밌고
나 : 잘 노는 놈이라 놀란 적도 있어서
나 :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싶지 않다
소으랑 : 좀 잘난 척하는 애였어요
나 : 어떤 식으로?
소으랑 :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겠는데
소으랑 : 자기 얘기를 되게 좋아했어요
소으랑 : 나는 이런 것도 잘하고
소으랑 : 저런 것도 할 줄 알고
소으랑 : 우리 집안은 이런 곳이고
소으랑 : 예전에는 어디에서 살았고
나 : 아
소으랑 : 나쁜 애는 아닌데……ㅋㅋ
소으랑 : 자기 과시욕? 현시욕?
소으랑 : 그런 게 엄청 강했어요
소으랑 : 얘기하다 보니까 느껴지더라구요
나 : 서윤이는 조용히 듣는 편이었고?
소으랑 : 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소으랑 : 자랑할 것도 없고
소으랑 : 집안 사정 같은 것도
소으랑 : 떠들고 다닐 만한 일이 아니잖아요
나 : 그래도 서윤이가 들어줘서
나 : 그 친구는 되게 좋아했겠네
소으랑 : 네……ㅋㅋ
나 :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 : 보통 말이 많아지지ㅋㅋ
나 : 말이 없다고 해서
나 :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나 :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
소으랑 : 가끔 진짜 아무래도 좋은 걸 떠들어서
소으랑 : 뭐 어쩌란 거지 싶을 때도 있었는데
소으랑 : 그래도 조금은 덜 심심했으니까
소으랑 : 한동안 꽤 친하게 지냈어요……ㅋㅋㅋ
나 : 그러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소으랑 : 시비……를 걸었다고 하더라구요
소으랑 : 저는 나중에 들은 가지만
소으랑 : 자율학습 시간에
소으랑 : 약간 충돌이 있었는데
소으랑 : 그게 선생님이 나설 정도로
소으랑 : 어떻게 하다 보니 일이 커져서
나 : 아니, 왜 시비를 걸어ㅋㅋㅋ
소으랑 : 본인 말로는
소으랑 : 뭐라더라
소으랑 : 자기 허락도 안 받았는데
소으랑 : 갖고 있던 비싼 지우개를
소으랑 : 멋대로 가져가더니
소으랑 : 꾹꾹 눌러쓰고 돌려줬다고
나 : 그래서 싸움이 붙은 거야?
소으랑 : 처음에는 싸울 생각은 없었고
소으랑 : 좀 투덜거렸다고 하더라구요
소으랑 : 근데 그걸 듣더니
소으랑 :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고
소으랑 : 정확히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요
소으랑 : 그냥 그 애한테 그렇게 들은 거고
나 : 지우개 정도로 뭘 그러냐;;;
소으랑 : 싫을 수도 있죠 뭐
나 : 그건 그렇지만
소으랑 : 진짜로 비싼 거였을 수도 있고
나 : 지우개가 비싸봤자 얼마나 한다고
소으랑 : 비싼 건 진짜로 비싸요
소으랑 : 저도 알아봤는데ㅋㅋ
소으랑 : 해외 유명 브랜드는
소으랑 : 지우개나 연필 하나에
소으랑 : 10만원씩 하고 그러던데요?
나 : 정말로?
소으랑 : 진짜로ㅇㅇ
나 : 세상이 말세라니까
나 : 항상 그랬지만
나 : 사람만 싸구려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문방구에서 파는 300원짜리 지우개로도
나 : 잘만 쓰고 다녔는데
나 : 10만원짜리 지우개는ㅋㅋ
나 : 잃어버리면 피눈물 좀 쏟겠다
소으랑 : 근데 진짜로 비쌌는지는 몰라요
소으랑 : 워낙 그런 거 좋아하던 애라서
소으랑 : 싸구려는 아니었겠지만……ㅋㅋ
나 : 변명이었을 수도 있겠다 이거지?
소으랑 : 일단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나 : 근데 딱 봐도 뒤에서 투덜거리다가
나 : 그게 다른 애들 귀에 들어가서
나 : 갑자기 일이 커진 것 같은데
나 : 선생까지 나서야 했을 정도면
나 : 그 친구도 깡이 좀 있었나 보지?
소으랑 : 뭣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센 거죠 뭐
나 : 워우
소으랑 : 왜요
나 : 나 서윤이가 다른 사람한테
나 :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
나 : 처음 듣는 것 같은데ㅋㅋ
소으랑 : 싫어요……?
나 : 아니, 신선하다고
나 : ㅋㅋㅋㅋㅋ
나 : 가시 돋친 모습
나 : 의외로 나쁘지 않아
소으랑 :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그래
나 : 알았어
나 : 진정하자
나 : 오빠 있잖아
소으랑 : ㅋㅋㅋㅋ
나 : 어쨌든 뭐, 대충 상상이 가네
나 : 그런 성격이었으면
나 : 평소부터 주변 사람들이
나 : 그 친구를 고깝게 봤을 테고
소으랑 : 넹
나 : 서윤이가 방금 말한
나 : 그 사건을 계기로
나 :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나 : 주변에서 화살이 쏟아졌지?
소으랑 : 정확해요
나 : 결말이 너무 잘 그려져서 큰일이네
소으랑 : 난 진짜로 잘못이라고 생각 안 했어요
소으랑 : 사실 누가 잘못했는지
소으랑 : 따지고 들 일이에요 그게?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물론 가져간 쪽이 나쁘긴 하지만
소으랑 : 지우개 정도로 뭘 그러냐고
소으랑 : 비싼 거면 말을 하던가
소으랑 : 기분 나쁘게 중얼거리지 말고
소으랑 : 정면에선 아무 말도 못하면서
소으랑 : 왜 굳이 일을 키우냐구요 진짜
나 : 서윤이 말이 다 맞아
소으랑 : 그리고 사람이 기분이 나쁘면
소으랑 : 뒤에서 좀 말할 수도 있지
소으랑 : 자기들도 맨날 내 뒤에서
소으랑 : 일부러 들으라는 것처럼 욕하는데
소으랑 : 자기한테만 관대한 인간들 너무 싫어
나 : 나도 엄청 싫어해
나 : 그런 인간들은
나 : 적반하장이 패시브라
소으랑 : …
나 : ?
나 : 왜
소으랑 : 화낼 때 옆에서 거들어주는 게
소으랑 : 익숙하지가 않아서……ㅋㅋ
소으랑 : 지금 약간 이상한 기분이에요
나 : 나는 서윤이 편이라니까
소으랑 : '한동안'
나 : 아직 평생을 장담할 나이는 아니잖아ㅋㅋ
소으랑 : 오빠도 은근 소심한 구석이 있어요
소으랑 : 진심으로 받아들일까 봐 겁나나
소으랑 : 정작 난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는데
소으랑 : 듣고 싶은 말 좀 해주면 어디가 덧나요?
나 : 좀 봐줘 진짜
나 : ㅋㅋㅋㅋㅋ
나 : 불똥이 사방으로 튀네
소으랑 : 흥
나 :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나 : 짜증 내지 마ㅋㅋㅋ
나 : 예쁜 얼굴 다 망가질라
소으랑 : 애도 아니고……ㅋㅋ
소으랑 : 먹을 걸로 낚으려구
나 : 아 거 참 진짜ㅋㅋㅋㅋ
나 : 얘기 한번 듣기 어렵네
소으랑 : 어차피 결말은 다 알잖아요
소으랑 : 주인님이 짐작하는
소으랑 : 딱 그대로의 얘기에요
나 : 그래도 끝맺음은 해야지
소으랑 : 어차피 재미도 없고 시시한데
나 : 그래도 서윤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어
소으랑 : 지금이야 바보 같았다고 생각하지만
소으랑 : 당시엔 단순히 친구가 욕 먹고
소으랑 : 괴롭힘 당하는 게 싫었어요
소으랑 :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데
소으랑 : 그런 식으로 따돌림 당하는 거
소으랑 :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일이잖아요
나 : 그건 그렇지
소으랑 : 그리고 따지고 보면 잘못은 그쪽이 했구
소으랑 : 불평 정도는 할 수 있지
소으랑 : 자기들이 뭘 어떻게 하든
소으랑 : 아무 말도 하지 말란 거야 뭐야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그래서 계속 옆에서 신경 써주고
소으랑 : 힘들어하길래 이야기도 들어주고
소으랑 : 웬만하면 부탁도 들어주고
소으랑 : 이것저것 많이 해줬는데
소으랑 : 언제부턴가 걔가 받던 시선이나 눈총이나
소으랑 : 뭐 그런 것들이 저한테로 돌아오더라구요
나 : 같은 취급을 당한 거야?
소으랑 : 뭔가 바뀐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으랑 : 어차피 반이 달랐으니까
소으랑 : 걔네들이 보기엔
소으랑 : 편하게 괴롭힐 수 있는
소으랑 : 장난감이 하나 더 늘어난 거라서
소으랑 : 딱히 괴롭힘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나 : 쯧
소으랑 : 근데요
소으랑 : ㅋㅋ
소으랑 : 본인이 당할 땐 한참 하소연하면서
소으랑 :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하던 애가
소으랑 : 정작 내가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하니까
소으랑 : 더 이상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 : ?
소으랑 : 너 때문에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
나 : 그건
나 : 야
나 : 아니
나 : 시발
소으랑 : ㅎㅎ
나 : 그건 아니지
소으랑 : 근데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소으랑 : 기분 나쁜 애들끼리
소으랑 : 나란히 붙어 다니니까
소으랑 : 밉보이는 거 아니겠냐고
나 : 서윤이한테 그랬어?
소으랑 : 네
나 : 이걸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나 : 양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듣는 내가 다 빡이 치네 시발
소으랑 : 물론 아무런 맥락도 저런 말을 한 건 아니고
소으랑 : 지금 생각하면 나도 태도가 좋진 않았어요
소으랑 : 나는 나대로 억울한 게 있어서
소으랑 : 나한테 할 말 없냐고 물어본 거고
소으랑 : 조금 정도는 감정이 담겨 있었겠지만
나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으랑 : 딱히 많은 걸 바란 것도 아니고
소으랑 : 자기 때문에 이렇게 돼서
소으랑 : 미안하다는 한 마디 정도는
소으랑 : 들을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나 : 나 같으면 대가리 박고 사죄하게 했을 거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나 : 아니 무슨ㅋㅋ
나 : 그런 년이 다 있냐
나 : 기껏 도와준 사람 후회하게
소으랑 : 물론 바보 같았다고 후회는 하지만
소으랑 : 잘못했다고는 하나도 생각 안 해요
나 : ㅇㅇ
나 : 서윤이가 잘못한 건 없어
나 :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소으랑 : 근데 만약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소으랑 :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소으랑 : 아직 잘 모르겠어요ㅋㅋ
나 : 어려운 문제긴 하지
소으랑 : 그래서 아까 주인님이……ㅋㅋ
소으랑 : 기간한정이긴 해도
소으랑 : 제 편이라고 해줬을 때
소으랑 : 진짜로 엄청 기뻤거든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나도 되게 이기적인 사람이라
소으랑 : 상대한테 헌신한 만큼
소으랑 : 다시 돌아오길 바라니까
나 : 그게 왜 이기적인 거야
나 : 당연한 거지ㅋㅋㅋ
나 :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소으랑 : 그래서 아까도 약속도 없이
소으랑 : 갑자기 만나러 와달라고
소으랑 : 꼭 시험하는 것처럼
소으랑 : 그런 식으로 말을 했어요
소으랑 :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나 : 글쎄 뭐, 아주 심한 억지라면
나 : 나도 고민을 좀 해야겠지만
나 :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해
나 : 서윤이가 말한 것처럼ㅋㅋㅋ
나 : 평소에 엄청 잘하고 있으니까
소으랑 : 쪽♡
나 : 언제쯤이면 저걸 현실에서 볼 수 있을까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인터넷이랑 차이를 좀 좁혀야 할 텐데
소으랑 : 암튼 내 이야긴 이걸로 전부에요
소으랑 : 그 뒤로 열심히 공부해서
소으랑 : 무사히 대학에 들어갔고
소으랑 : 집에서도 나오게 돼서
소으랑 : 뒹굴뒹굴하면서 살던 중에
소으랑 : 우연한 기회로 오빠랑 만났습니다
나 : 그래
소으랑 : 끝
나 : 우선
나 : 음
나 :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나 : 먼저 이것부터 말해주고 싶다
소으랑 : 뭔데요?
나 : 고생했다 정말
나 : 잘 버텼어
나 : 혼자 힘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