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선조교기록 (255)화 (255/313)



〈 255화 〉6월 1일 일요일 PM 4시 (5)

나 : 천천히 해도 괜찮아

소으랑 : 후딱 끝내고 싶어서

나 : 별일 아니라며
나 : ㅋㅋㅋㅋㅋ
 : 시시한 얘기라면서
나 : 근데 왜 이렇게 싫어해


소으랑 : 저야 당연히 시시하죠
소으랑 : 이미  지난 일인데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근데 그게 뭐랄까
소으랑 : 어떻게 들리는지 아니까
소으랑 : 그다지 꺼내고 싶은 얘긴 아니에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그래서 지금도 좀 불안해요
소으랑 : 혹시라도 주인님이
소으랑 : 눈치를 본다……고 할지
소으랑 : 이상한 눈으로 볼까 봐 무서워서

나 : 우리 서윤이
 : 좀 의외네
나 : 예전엔 잘 나갔어?

소으랑 : ?


나 : 내가 눈치를 봐야 할 만큼
나 : 발랑 까진 년이었냐고ㅋㅋ

소으랑 : 주인님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저를 보는 눈치가
소으랑 : 달라진다고 해야 하나


나 : 그래 뭐, 그런 애는 아니었겠지


소으랑 : 탈선을 했던 것도 아니구
소으랑 : 예나 지금이나
소으랑 : 조용한 편이라서


나 : 조용하단 소린 안 믿는다고 했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나 : 됐으니까 서두는 그쯤하고
나 : 본론으로 들어가자
나 : 슬슬 기다리다 지친다


소으랑 : 느에엥…


나 : 대답은 똑바로 해야지?

소으랑 :  주인님

나 : 그래그래
나 : ㅋㅋㅋ
나 : 심호흡도 하고

소으랑 : 진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나 : 길게 말하기 힘들면
나 : 차라리 내 쪽에서
나 : 질문을 할까?
나 : 그게  낫겠어?


소으랑 : 주인님도 답답해서 그러죠?

나 : ㅇㅇ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맘대로 하세요
소으랑 : 평소랑 똑같긴 한대
소으랑 : 저도 그게 더 편할  같음

나 : 그럼
나 : 음
나 : 야 이거ㅋㅋㅋㅋ
나 : 확실히 고민이 된다
나 : 뭐부터 물어봐야 하나

소으랑 : 그쵸??


 : 그럼 서윤이가 본격적으로
나 : 라고 하면 좀 이상한가?
나 : 옛날엔 활발했다니까
나 : 지금처럼 성격이 변한 게
 : 대략적으로 언제쯤인 것 같아?

소으랑 : 시작부터 정곡을……ㅋㅋ


나 : 빙빙 돌리면 귀찮잖아
나 : 핵심부터 짚어야지
나 : 아니면 대답하기 힘들어?

소으랑 : 그런  아닌데


나 : ㅇㅇ

소으랑 : 아마
소으랑 : …
소으랑 : 그게 언제더라
소으랑 :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소으랑 : 부모님 사이가 나빠지고?

나 : 사이가 나빠지셨어?

소으랑 : 넹

나 : 이혼하신 거야?


소으랑 : 이혼……까지는 아니에요
소으랑 : 저는 잘 모르지만
소으랑 : 도장은 안 찍었어요
소으랑 : 지금은 그냥 별거 상태고

나 : 몰랐네

소으랑 : 알았으면  놀랐을 걸요
소으랑 : 아무리 주인님이라지만
소으랑 : 말도 안 했는데ㅋㅋㅋ
소으랑 : 어떻게 알고 있지 싶어서

나 : 이유를 물어보면 실례인가?


소으랑 : 뭘 새삼스럽게……ㅋㅋ


 : 그래도 한도란 게 있잖아

소으랑 : 조심스러우니까 주인님 아닌 것 같다
소으랑 : 언제부터 그렇게 눈치를 봤다구
소으랑 : 평소처럼 해요 제발
소으랑 : 그런 식으로 눈치 보면서
소으랑 : 억지로 신경 쓰는 거 싫어요

 : 억지로 하는  아닌데
나 : 이게 확실히……ㅋㅋ
나 : 평소처럼 하려고 해도
나 : 서윤이 눈치를 보게 되네

소으랑 : 그래서 싫었던 건데

 : 그래 뭐, 일단 노력은 해볼게
나 : 그래도 주제가 주제다 보니
나 : 평소보다 조심스러운 건
나 : 서윤이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소으랑 : 상황에 따라 달라요

 : 아무튼 한 마디를  져요
 : ㅋㅋㅋㅋㅋ
 : 알았어
 : 그래서?


소으랑 : ?
소으랑 : 
소으랑 : 그렇게  이유요?


나 : 정신 좀 차리자


소으랑 : 사실 거기까진 잘 몰라요
소으랑 : 말씀을 안 해주셔서ㅋㅋ

 : 여러 사정이 있겠지 그래

소으랑 : 그게 초등학교 5학년?
소으랑 :  살이지 그럼
소으랑 : 대충 12살 쯤이었던 것 같은데
소으랑 : 와 그게 벌써 8년이나 지난 건가?

나 : 서윤이가 12살이면
나 : 06년도인가?
나 : 초등학생이었구나
나 : 오빤 고등학생이었는데


소으랑 : ㅎㅎ


나 : 요즘 나이 차이를 실감할 때마다
나 : 죄책감보다는ㅋㅋ
나 :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나 : 내가 뭐라고 이렇게 어린애를

소으랑 : 어리진 않지만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알면 잘해요

나 : 잘하잖아 시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알았어요
소으랑 : 화내지 마요


나 : 

소으랑 : 암튼 뭐, 그렇게 돼서
소으랑 :  분이 별거하고
소으랑 : 잠깐 1년 정도?
소으랑 :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소으랑 : 할머니 댁에서 살았어요


나 : 아아

소으랑 : ??

나 : 전에 할머니 도우면서
나 : 요리 배웠다는 게
 : 그래서 그런 거였어?

소으랑 :  그거

나 : 전에 그랬잖아

소으랑 : 정확하게 말하면ㅋㅋ
소으랑 : 배운 건 아니에요
소으랑 : 그냥 옆에서 거들다가
소으랑 : 적당히 눈에 익은 정도?


나 : 집안일 돕다가 배우는 그런 거야?


소으랑 : 딱히 가르쳐주신 것도 아니고
소으랑 : 그래서 언니처럼
소으랑 : 어려운 외국 요리나
소으랑 : 본격적인 레시피는 몰라요
소으랑 : 그냥 할머니 따라하는 거라서


나 : 그래도 타고 난 솜씨가 있으니까
나 : 눈으로만 봐도 따라하는 거겠지
나 : 나는 가르쳐줘도 못할 거야ㅋㅋㅋ

소으랑 : 오빠도 한 1년 칼질하면
소으랑 : 싫어도 손에 익을 걸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원래 요리는 반복숙달임


 : ?


소으랑 : 나중에  시켜봐야징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 초등학생한테
나 : 칼을 쥐게 했어?


소으랑 : 그게 왜요??

나 : 위험하잖아


소으랑 :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나 :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소으랑 : 처음엔 꽤 많이 베였는데
소으랑 : 그래도 어쩌겠어요
소으랑 : 할머니도 말은 안 했지만
소으랑 : 엄청 당황하셨을 텐데ㅋㅋ


나 :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어?

소으랑 : 부모님끼리 사이 나빠지고
소으랑 : 뭐라고  수도 없이
소으랑 : 갑작스럽게ㅋㅋㅋ
소으랑 : 손녀를 떠맡게 된 건데
소으랑 : 뭐라도 도와드려야 하잖아요


 : 조숙하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나 : 이미 웬만한 어른 수준인데
나 : 만약 내가 서윤이랑
나 : 같은 12살이었더라도
나 : 그럴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으랑 : 별로 어른스러워서 그랬던 건 아니구
소으랑 : 사실 뭐라고 해야 하나
소으랑 : 할머니 댁에 맡겨졌을 당시엔
소으랑 : 부모님한테 버려진  알았거든요

 : 


소으랑 : 두 분이 갈라서기 몇 년 전부터
소으랑 : 부부싸움하고 난 다음 날엔ㅋㅋ
소으랑 : 발소리가 시끄럽다고 혼나고
소으랑 : 말대답했다고 혼나고
소으랑 : 시험 망쳤다고 혼나고
소으랑 : 진짜 엄청 야단 맞았으니까
소으랑 : 아버지랑 어머니 양쪽에서ㅋㅋ

나 : 그
나 : 시발

소으랑 : 그래서 처음엔 많이 혼났으니까
소으랑 : 내가 나쁜 아이라서
소으랑 : 버려진 거구나 생각했고
소으랑 : 어머니는 아예  찾아왔고
소으랑 : 아버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
소으랑 : 주말에 가끔 왔던 기억이 있어요


나 : 잠깐 내가 말이 없어져도 이해  해라


소으랑 : 에이……ㅋㅋ
소으랑 : 괜찮아요
소으랑 : 벌써 옛날 일인데요 뭘


나 : 알았어
나 : 그래
나 : 어쨌든 뭐, 그래서?

소으랑 : 그래서?

 : 어떻게 됐냐고

소으랑 : 별일 없었는데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아 맞다
소으랑 : 아버지가 오실 때마다
소으랑 : 아이스크림 사오셨던 기억이 있음

나 : 아이스크림?

소으랑 : 오빠도  것 같은데
소으랑 : 이름이 뭐였더라
소으랑 : 하드는 아니고
소으랑 : 각자 개별 포장이 돼서
소으랑 : 네모난 박스에 들어있었던
소으랑 : 되게 고급진 아이스크림이거든요?

나 : 


소으랑 : 바닐라 맛이었어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포장 벗겨놓으면
소으랑 : 엄청 빨리 녹아서
소으랑 : 손가락 핥고 그랬는데


 : 뭔지 알겠다

소으랑 : ㅎㅎ

나 : 금색으로 포장된 것도 있었지
 :  파란색을 더 좋아했지만


소으랑 :  맞아
소으랑 : ㅋㅋ
소으랑 : 색깔이 두 개였어요
소으랑 : 근데 왜 바닐라 맛밖에  떠오르징


나 :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소으랑 : 저한텐 약간 추억의 맛? 같은 거예요
소으랑 : 할머니는 과자를 못 먹게 해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학교 끝나고 집 오는 길에
소으랑 : 군것질하는 낙으로 살았던지라

나 : 여자애들은 많이 그랬지ㅋㅋ
 : 떡볶이 되게 많이 사먹더만

소으랑 : 아버지도 오래는  있어서
소으랑 : 아이스크림부터
소으랑 : 빨리 먹고 그랬는데

나 : 그리곤 별일 없었어?

소으랑 : 딱히 특별한 건…

 : 맛있는 걸 먹거나
나 : 어디 놀러 가거나
나 : 그런 추억은 없어?


소으랑 : 음


나 : 잘 생각해봐

소으랑 : 없……는  같은데
소으랑 : 애초에 아버지도
소으랑 : 바빠서 자주 못 왔고
소으랑 : 집에 오면 집안일 돕고
소으랑 :  먹고 숙제하고 씻고 자고

나 : 그냥 그렇게 1년 살았어?

소으랑 : 할머니가 별로 안 좋아하셔서
소으랑 : 그냥 조용히……ㅋㅋ
소으랑 : 그럭저럭 졸업할 때까지
소으랑 : 숨 죽이고 살았던  같아요

나 : 별로  좋아했다니?

소으랑 : 저를요

 : 서윤이를 싫어했어?


소으랑 : 싫……어했다기 보다는
소으랑 : 그냥 뭐랄까
소으랑 : 껄끄러웠겠죠?


나 : 서윤이 성격 생각하면
 : 속을 썩일 리도 없고
나 : 멋대로 굴었을 리도 없는데

소으랑 : 예전엔  시끄러웠어요……ㅋㅋ
소으랑 : 건방졌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소으랑 : 어른의 눈으로 보면
소으랑 : 것도 모르는 일이니까

나 :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렇지

소으랑 : 글구 아마 두 분이 갈라진 이유가
소으랑 : 엄마 쪽에 있지 않았나……ㅋㅋ
소으랑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소으랑 : 아직도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소으랑 : 전에 할머니가 남편 잡아먹은 년 딸이라고


나 : ?

소으랑 : 아니, 오해하진 마세요ㅋㅋㅋ
소으랑 : 저한테 그랬다는 건 아니구
소으랑 : 밤에 화장실 가려고 했다가
소으랑 : 거실에서 아버지랑 술 마시면서
소으랑 : 말씀하시는 거 몰래 들은 거예요


나 : 아니, 그것도 좀 이상한데

소으랑 : 근데 할머니 입장에서 보면
소으랑 : 당연히 아들 편이니까
소으랑 : 저도 엄마도ㅋㅋㅋ
소으랑 : 곱게 보이진 않았겠죠
소으랑 : 지금은 충분히 이해해요

 : 서윤아

소으랑 : 넹


나 : 잠깐만 기다려줄래?
 : 물 좀 떠올게ㅋㅋ
나 : 갑자기 쿡쿡 쑤신다

소으랑 : 에고…


 : 역류하는 것 같네 시발

소으랑 : 이따가 약 먹는 거 잊지 마요
소으랑 : 꼭 식전에 먹어야 하니까
소으랑 : 진통제는 되도록 먹지 말구요


나 : 그래그래
나 : .
나 : 시발
나 : 진짜

소으랑 : 그만할까요?

나 : 얼마나 남았어?
나 : 그러니까
나 : 책으로 따지면
 : 몇 퍼센트 정도인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들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 : 이야기 끝날 즈음엔
나 : 속이 뒤집어져서ㅋㅋㅋ
나 :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은데

소으랑 : 근데 걱정 안 해도 되는 
소으랑 : 중학교 땐 별일 없었어요
소으랑 : 할머니랑도 떨어져서
소으랑 : 아버지랑 같이 살았거든요

 : 그건 다행이네

소으랑 : 주말엔 엄마 집에서 지냈고
소으랑 : 항상 일요일 저녁에는
소으랑 : 집으로 돌아와서
소으랑 : 가방 챙기고 잤어요
소으랑 : 그렇게  3년 정도?

나 : 힘들었겠다


소으랑 : ㅎㅎ

나 : 한창 사춘기였을 텐데


소으랑 : 오빠 사춘기는 어땠어요?
소으랑 : 막 중2병 오고 그랬어요?

나 : 나?


소으랑 : 저는 심하진 않았거든요
소으랑 : 별로 나서지도 않았고
소으랑 : 조용히 우울한 쪽?
소으랑 :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소으랑 : 울고 삽질하면서 땅 파고
소으랑 : 그러는 쪽이었는데ㅋㅋㅋ
소으랑 : 남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음

나 : 중2병……보다는
 : 락에 빠졌었지

소으랑 : 락?

나 : 그리고 헤비메탈
나 : 공책 귀퉁이에
나 : 해골이랑 십자가
나 : 메탈 밴드 로고 낙서하고


소으랑 : 귀엽다ㅋㅋㅋㅋㅋ

나 : 기타 연습도 했었는데
나 : 지금은  잊어버렸네
나 :  년 뒤에
 : 게임에 빠져서


소으랑 : ㅎㅎ


나 : 어쨌든 뭐, 얌전한 사춘기는 아니었어
나 : 서윤이랑 비교하면
나 : 뭐든지 요란하겠지만

소으랑 : ㅋㅋㅋ


나 : 뭔가 다른 일은 없었어?

소으랑 : 다른 일?


 : 여러 모로 까다로운 시기인데
 : 아버지도 바쁘셨을 테니까
나 : 제대로 못 챙겨줬을 거 아냐

소으랑 : 아무래도  그런  있었죠
소으랑 : 근데 대단한  아니었어요
소으랑 : 아버지랑 싸울 만큼
소으랑 : 자주  것도 아니고

나 : 


소으랑 : 같은 집에 살긴 해도
소으랑 : 거의 얼굴을 못 봐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처음엔 외롭기도 하고
소으랑 : 많이 서운하기도 했는데
소으랑 : 나중엔 걍 덤덤해지더라구요

나 : 싸운 적도 없겠네 그럼?

소으랑 : 없……지는 않은데
소으랑 : 그건 말 안 할래요
소으랑 : 죄송해요
소으랑 : 별로 그렇게
소으랑 : 좋은 얘기가 아니라서


나 : 그래그래
나 : 미안해
 : 괜히 물어봤네

소으랑 : 미안할  없는데……ㅋㅋ

 : 잠깐만 쉴까?
 : ㅋㅋㅋㅋ
 : 위가 쥐어뜯기는 것 같다

소으랑 : 들어서 재밌는 얘기 아니라고 했잖아요
소으랑 :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소으랑 : 왜 그렇게 궁금한 건지


나 : 단순히 호기심이라기보단
나 : 알려고 하는 노력?
나 : 그 정도로 생각해줘


소으랑 : 관심을 가져줘서 기쁘긴 한데……ㅋㅋ

나 : 어쨌든 서윤이가 원하는 건
나 :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 : 본인들만 알고 있는
나 : 친밀함……이라고 해야 하나?
나 : 그런 쪽을 더 우선하는 관계잖아

소으랑 : 그쵸


나 : 처음엔 좀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했는데
나 : 진지해지기로 한 이상
나 : 모르면 안 되잖아ㅋㅋㅋ
나 :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으랑 : 힘들어하니까 그렇죠

나 : 아니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이면
나 : 비슷한 이야길 듣더라도
나 : 이렇게 짜증은 안 났을 걸
나 : 내가 감정적인 사람도 아니고

소으랑 : 그렇다고 마냥 좋아하기에도 좀…

나 : 억지스럽게 밀어붙이게 돼서
나 :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나 : 정작 서윤이한테는
나 : 준비할 시간도 못 줘서

소으랑 :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닌데요 


 : 나는 어째 내 생각밖에 못하네
나 : 그렇게 혼나고 나서도
나 : 쉽게 고쳐지질 않는 걸 보면
나 : 서윤이가  어른일 수도 있겠다

소으랑 : 왜 그래요 또……ㅋㅋ

나 : 아니, 확실히 나이만 처먹는다고
나 : 어른이 되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소으랑 : ??


나 : 서윤이를 보고 있으니까
나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

소으랑 : 언제는 어리다고  뭐라 그러더니


나 : 내가 또 언제 막 뭐라 그랬어
나 : 애들처럼 구니까
나 : 한 마디 했던 거지


소으랑 : 그럼 주인님은 뭔데요


나 : 남자는 아직 철 들려면 멀었어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어쨌든 뭐, 그래
나 : 서윤이한테도
나 : 싫은 기억일 텐데
 : 강요한 것 같아서 미안하단 거야

소으랑 : 별로 미안할 건 없는데요?
소으랑 : 딱히 괴로운 것도 아니고
소으랑 : 오히려 할머니랑 있을 때가
소으랑 : 많이 답답해서 그랬지ㅋㅋㅋ
소으랑 : 그렇게 나쁜 일도 없었으니까

나 : 나쁜 일이라는 게


소으랑 : ?


나 : 아니야
나 : 됐다
나 : 말해서 뭐하냐
나 : 서윤이 말처럼  끝난 일인데

소으랑 : 주인님이 그렇게 생각해서 다행……ㅋㅋ


나 : 뭐가


소으랑 : 사실 이야기하기 싫었던 이유가
소으랑 : 저한텐 약간 껄끄럽고
소으랑 : 딱히 유쾌하지만은 않은?
소으랑 : 그런 텁텁한 추억 정도인데


나 : ㅇㅇ


소으랑 : 남들한텐 어떻게 들리는지 아니까
소으랑 : 불쌍하다고 생각하거나
소으랑 : 동정……이라든가
소으랑 : 그런 식으로
소으랑 :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


 : 좀 더 잘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소으랑 : 그건 괜찮아요……ㅋㅋ
소으랑 : 얼마든지 잘해주세요

나 : 요즘 어리광이 늘었다니까


소으랑 : ㅎㅎ

 : 그래 뭐, 무슨 말인지는 알았어


소으랑 : 근데 있잖아요
소으랑 : 그래서
소으랑 : 뭐라고 해야 하나
소으랑 : 여기서부턴 말하기가 싫어요


나 : 여기서부터란 게
나 : 그러니까
나 : 고등학교  얘기지?


소으랑 : 네…


 : 단편적으로 몇 번 듣긴 했지 그래

소으랑 : 주인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소으랑 : 아직 제 안에서는……ㅋㅋㅋㅋ
소으랑 : 소화가 다 끝나지도 않은 일이라
소으랑 : 말하다 보면 감정적이 될 수도 있어서


나 : 감정적이 되면 좀 어때

소으랑 : 싫어할  같아서…


 : 서윤이가 생각하기에
나 : 다른 사람한테
 : 들러줄  있는 건
나 : 여기까지가 한계야?

소으랑 : 으…

나 : 서윤이한텐 트라우마 같은 거니까
 : 그래 뭐, 도저히 무리라고 하면
나 : 억지로 강요하진 않을게
 : 무슨 얘기를 듣는다고 해도
나 : 싫어하게 될  같진 않지만

소으랑 : 오늘 너무 치사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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