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화 〉6월 1일 일요일 PM 4시 (4)
소으랑 : 그거 꼭 지금 대답해야 돼요?
소으랑 : 주인님 은근 눈치 없다ㅋㅋ
소으랑 : 좀 전까지 엄청 기분 좋았는데
나 : 아니 뭐, 공부해야 되는 애를
나 : 계속 붙잡아두기도 미안하고
나 : 사실 오늘도
나 : 이게 용건이었거든
소으랑 :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긴 한데
소으랑 : 쫌 복잡한 기분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차라리 다른 걸 물어봤으면
소으랑 : 얼마든지 대답했을 것 같아요
나 : 예를 들면?
소으랑 : 글쎄요
나 : 웬만한 건 이미 알고 있잖아
나 : 이름 성별 나이
나 : 쓰리 사이즈
나 : 다니는 학교 학과 학번
나 : 인간관계부터 좋아하는 간식까지
소으랑 : 사이즈는 말한 적 없잖아요
나 : 척 보면 대충 견적 나오지
나 : 가슴은 없고
나 : 허리 얇고
나 : 엉덩이 작고
소으랑 : …
나 : 한 번 안아보기도 했으니까 알지
소으랑 : 그렇게 말하지 마요ㅋㅋ
소으랑 : 어쩔 수 없었던 건데
나 : 누가 뭐랬냐
소으랑 : 이상하게 들리잖아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쓰러진 거 일으켜 세우느라
소으랑 : 잠깐 안아준 거면서
소으랑 : 안아봤다니ㅋㅋㅋㅋㅋ
소으랑 :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나 : 길거리에서 쪽팔려 뒤지는 줄 알았다
소으랑 : …
나 : 근데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나 : 사실 오늘 서윤이한테
나 :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나 : 엊그제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나 : 내가 널 너무 모르는구나 싶더라
소으랑 : 주인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ㅋㅋ
나 : 그동안 계속 물어보려고 했는데
나 : 서윤이가 대답을 피하더라고
나 : 그래서 그러려니 했지
나 : 나도 누가 프라이버시랄까
나 : 개인적인 사정을 파헤치는 거
나 :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소으랑 : 알아요
나 : 언젠가 말해주겠지
나 : 좀 더 친해지면
나 :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나 : 그런 식으로 내버려뒀는데
소으랑 : 그래서 고마웠는뎅…
나 :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나 : 내버려뒀다는 의미가
나 : 서윤이한테는
나 : 미안한 얘기지만
나 : 거리를 뒀던 것 같아
소으랑 : 그게 왜 거리를 둔 거예요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배려한 거지
나 :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나 :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나 : 귀찮기도 하고ㅋㅋ
나 : 깊게 파고들지 말자고
나 :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야
소으랑 : 으…
나 : 누구나 말 못할 사정은 있는 법이고
나 :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 : 억지로 캐묻는다고 해서
나 : 무슨 소용이 있는지
나 : 단순히 내 호기심을 위해서
나 : 싫은 이야길 끄집어내는 것도
나 : 꽤 잔인한 짓이라고 생각했거든
소으랑 : 맞는 말 아닌가…
나 : 근데 서윤이가 통화하면서 그랬잖아
나 : 오빠랑 이야기하다 보면
나 : 이상하게 잡담도 많아지고
나 : 금방 우울하고 자주 웃게 되니까
나 : 점점 옛날 성격이 나오는 것 같다며
소으랑 : 그게 그렇게 이상했어요?
나 : 이상하다기보다는
소으랑 : 그냥 말 그대로의 의미였는데
소으랑 : 요즘 일일이 짜증 부리고
소으랑 : 별 것도 아닌 일에
소으랑 : 예민하게 반응하는데다
소으랑 : 자꾸만 호들갑스럽게 굴어서
소으랑 : 결국 주인님한테 혼났으니까
나 : 아니 뭐, 딱히 민폐랄 건 없는데
소으랑 : 저도 민폐라곤 안 했어요
나 : 그러게
소으랑 : 민폐 맞긴 하지만…
나 : 그렇게 생각 안 해
나 : 진짜로ㅋㅋ
나 : 흑역사 한둘 쯤
나 : 없는 사람이 어딨어
소으랑 : 됐으니까 떠오르게 하지 마요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암튼
소으랑 : …
소으랑 : 그냥 그렇다구요
소으랑 : 딱히 다른 의미는 없었어요
나 : 근데 뭐라고 해야 할까
나 : 나도 솔직히ㅋㅋㅋㅋ
나 : 서윤이에 대한 건
나 :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나 : 그나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으랑 : 맞다니까요?
나 : 물론 만난 지 한두 달밖에 안 됐고
나 : 남들이 보기에도 그렇겠지만
나 : 당사자인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나 : 뭐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있을 만큼
나 : 완벽하게 말로 정의된 사이는 아니잖아
소으랑 : 네…
나 : 물론 어느 정도 노린 것도 있어
나 : 서윤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 : 흥미만 좀 있는 친구들은
나 : 확실하지 않은 관계라는 게
나 : 커다란 메리트가 되기도 하거든
소으랑 : 확실하지 않으면 디메리트 아니에요?
나 : 의외로 그렇지가 않아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확실하지 않다는 건
나 : 결국 가볍다는 의미니까
나 : 책임도 뭣도 가질 이유가 없잖아
소으랑 : ??
나 : 서윤이 저번에 화장품 사러 갔다가
나 : 직원이 자꾸 말 걸어서
나 : 엄청나게 무서웠다고 그랬지?
소으랑 : 네…
나 : 무섭고 싫었지?
소으랑 : 진짜 싫어요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쇼핑하는데
소으랑 : 따라다니는 직원
나 : 나도 그래
소으랑 : 심심하면 청소라도 하던가
소으랑 : 아니, 진짜로ㅋㅋㅋ
소으랑 :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소으랑 : 자기 맘대로 막 추천하고
나 : 차라리 샘플을 하나 놔두는 쪽이
나 : 훨씬 사용하기도 쉽고
나 : 심리적 거부감도 덜하겠지?
소으랑 : 당연하죠
나 : ㅇㅇ
나 : 그런 거야
소으랑 : ?
나 : 사람은 주변에서 이래저래 참견당하면
나 : 보통 청개구리 심보라고 하지?
나 : 원래 계획이 어떻든 간에
나 : 내심 거부하는 것처럼
나 : 심리적 스탠스를 취하거든
소으랑 : 심리학?
나 :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나 : 그냥 일반론이긴 한데
나 : 결국 중요한 부분은
나 : 자의로 그만둘 수 있다고
나 : 단순히 내가 하고 싶으니까
나 : 스스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야
소으랑 : 음
나 : 그러기 위해선 관계가 가벼운 쪽이 좋지
나 : 언제든 훌훌 털고 나갈 수 있도록
나 :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해버리면
나 : 상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잖아
소으랑 : 별로 기분 좋은 이야긴 아니네요
소으랑 : 뒷맛이 찝찝하다고 해야 하나
소으랑 : 꼭 사기 치는 쪽의 수법 같아서
나 : ㅇㅇ
나 : 특히나 자극이 강한 도박이나 섹스, 약물
나 : 그런 쪽에선 거의 상식이기도 하니까
나 : 자기가 원해서 하고 있다고
나 :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나 :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이상
나 : 자기가 얼마나 빠져 있는지 모르거든
소으랑 : 주인님은
소으랑 : 그럼
소으랑 : …
소으랑 : 일부러……에요?
나 : 내 경우엔 그런 이유보단
나 : 솔직하게 말할게?
나 : 서윤이한테 이렇게까지
나 : 진지해질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
소으랑 : …
나 : 처음에 만났을 땐 귀엽긴 해도
나 : 기껏해야 플레이 몇 번
나 : 야한 얘기 좀 해주고
나 : 호기심만 채워주면
나 :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나 : 이상하지 않은 애였으니까
소으랑 : 그런 식으로 생각했구나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좀 슬프다
나 : 물론 내 입장에서 그랬다는 거야
나 : 대부분 그런 식으로 없어졌으니
나 : 딱히 간절한 마음도 없었고
나 : 가볍게 노는 심정이라
나 : 반드시 친해져야겠다던가
나 : 꼭 좋은 관계가 되고 싶다거나
나 : 애초에 진지하게 생각을 안 했어
소으랑 : 하긴…
나 : 서윤이 입장에선 싫은 소리겠지만
소으랑 : 이해는 해요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소개받은 것도 아니고
소으랑 : 이런 곳에서 만난 거니까
나 : 웬만해선 실제로 만나는 일까진 드물거든
나 : 솔직히 나도 인터넷에서 만난 적은
나 : 그래 뭐, 아예 없지는 않아
나 : 가끔씩 있긴 하지만
나 : 한두 번 정도 만나고
나 :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으랑 : 그쵸
나 : 서윤이랑 만나기로 했을 때도
나 :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ㅋㅋ
나 : 물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나 : 아무런 의심 없이
나 : 졸졸 따라온 서윤이도
나 :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소으랑 : 전 오히려 실제로 만나면
소으랑 : 실망하실 것 같아서
소으랑 : 엄청나게 걱정했는데
나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딱히 의심은……ㅋㅋ
나 : 어쨌든 우리 둘 다
나 : 그날을 계기로
나 : 좀 더 가까워지긴 했잖아
소으랑 : 넹
나 : 요즘은 거의 매일이지만
나 : 자주 연락도 하게 됐고
나 :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나 : 그런 식으로 친해지다 보니
나 : 점점 불안불안한 모습이 보이는 거야
소으랑 : 저한테요?
나 : ㅇㅇ
나 : 처음에는 그냥 얌전하기만 했는데
나 : 갑자기 급발진하는 모습이나
나 : 감정 기복도 심하고ㅋㅋ
나 : 소심한 성격에 비해서
나 : 의외로 침착하지 못하고
나 : 말보다 감정이 앞서는 타입이라
소으랑 : 으
나 : 얘 이대로 괜찮나? 싶었거든
소으랑 : 고칠게요…
나 : 서윤이를 탓하는 건 아니고
나 : 내 얘길 하려는 거야
나 : 그런 식으로 가끔씩이지만
나 : 아슬아슬한 구석이 보일 때마다
나 : 깊게 파고들지 않으려고 했거든
소으랑 : …
나 : 서윤이도 대답하기 싫어하고
나 : 물론 억지로 캐물으면
나 : 대답은 하겠지만
나 : 듣고 나선 어쩔 건데?
나 :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소으랑 : 그……렇죠
나 : 결과는 같을지 몰라도
나 : 배려한 건 아니었어
나 : 나만 생각했다고 해야 하나
나 : 괜히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고
소으랑 : 귀찮았어요……?
나 : 내 성격을 생각하면
나 : 그랬을 거라고 봐
나 : 긁어 부스럼이라고
나 :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소으랑 : 으
나 : 미안해
소으랑 : 근데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라서
소으랑 : 저 같아도 개인적인 사정은
소으랑 : 웬만해선 건드리기 싫구
소으랑 :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거
소으랑 : 별로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 : 마음가짐의 문제겠지
소으랑 : 그것만 좀 서운해요
나 : ㅇㅇ
나 : 미안해
소으랑 : 깊게 파고들지 않으려고 했다는 건
소으랑 : 지금은 아니에요?
소으랑 :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 : 서윤이한테 고백 비슷한 말을 듣고
나 : 굉장히 쪽팔린 얘기긴 한데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나보다 더 진지하구나
나 : 진짜로 날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나 : 내가 확실하게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소으랑 : 확실하게 좀 해요
소으랑 : ㅋㅋㅋ
소으랑 : 진짜루요
나 : 그러게
소으랑 : ㅎㅎ
나 : 사실 애매모호한 관계라는 게
나 : 나한테도 비빌 언덕이었거든
나 : 어리광을 부리게 된다고 해야 하나
나 : 상대한테 책임을 안 느껴도 되니까
소으랑 :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니까?
나 : ㅇㅇ
소으랑 : 오늘 뭔가 좀 심란하다
소으랑 : 오랜만에 만나서
소으랑 : 기분 좋았는데
소으랑 :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 : 미안해
소으랑 : 주인님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소으랑 : 처음 듣는 거니까 기쁘긴 한데요
소으랑 : 마냥 좋아하기엔ㅋㅋ
소으랑 : 주제가 너무 무거우니까
소으랑 : 주인님이 할 법한 말도 아니구
나 :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말 안 하지
소으랑 : 그니까요
나 : 근데 너한테만 솔직하라고 할 수가 없잖아
나 : 싫은 걸 물어보려고 하는데
나 : 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나 : 진심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
소으랑 : 그럼 주인님
나 : ㅇㅇ
소으랑 : 예전엔 귀찮았다 치고
소으랑 : 지금은요?
소으랑 : 좀 달라졌어요?
나 : 물어볼 거라 생각했다ㅋㅋ
소으랑 : 그럼 대답도 생각했죠?
소으랑 : 맨날 뻔하다고 했으면
소으랑 : 이럴 때 읽어봐요
나 : 그게 뭐가 됐든 간에
나 : 내가 진짜ㅋㅋ
나 : 이런 느낌의 대사
나 : 정말로 안 좋아하는데
소으랑 : ㅎㅎ
나 : 앞으로는 좀 확실하게 해보려고
나 : 너한테도 미안하고
나 : 괜히 갈팡질팡하다가
나 : 놓치는 것도 맘에 안 들고
소으랑 : 그게 다에요?
나 : 많은 걸 바라지 마라
소으랑 : 에이
소으랑 : ㅋㅋ
소으랑 : 좀 약하다
나 :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지
나 : 내가 모르는 건 아닌데
나 : 지금은 좀 그렇다
소으랑 : 언니 때문에요?
나 : 갑자기 뭐래 또
소으랑 : 나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소으랑 : 둘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으랑 : 거기까진 모르겠지만
소으랑 : 이상한 걸 못 느낄 정도로
소으랑 :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
나 : 쯧
소으랑 : 언제까지 기다리면 돼요?
나 : 뭘 기다려
소으랑 : 시간을 좀 달라면서요
소으랑 : 전에 그랬잖아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잘 생각해서 결정하고
소으랑 : 뭐가 최선인지 생각해보겠다고
나 : 음
소으랑 : 그리고 나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소으랑 : 둘이 같이 얘기하자고 그랬잖아요
나 : 잘도 기억하네 정말
소으랑 : 있잖아요 오빠
나 : ㅇㅇ
나 : 말해
소으랑 : 오빠가 나한테 듣고 싶은 게
소으랑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소으랑 : 거기에 꼭 필요한 거예요?
나 : 필요하다고 생각해
소으랑 : 으
나 : 당분간은 서윤이 편이라고 했잖아
나 :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 : 가능한 힘이 되어주고 싶고
나 :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고 싶어
소으랑 : 치사해
나 : 뭘 새삼스럽게
소으랑 : 이젠 안 귀찮아요?
나 : 말은 똑바로 하자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아무리 그래도
나 : 귀찮았던 적은 없었어
소으랑 :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소으랑 : 일부러 놔둔 거예요 그럼?
나 : 비슷해
소으랑 : 뭐가 다른 거징
나 :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거랑
나 : 그 사람의 몇몇 장점을
나 : 좋아하는 것 정도의 차이지
소으랑 : 잘 모르겠어요
나 : 그냥 넘어가
소으랑 : 흐으
나 : 좀 강압적이란 느낌도 있긴 한데
나 : 서윤이를 보고 있으면ㅋㅋㅋ
나 : 어차피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나 : 조용히 참고 넘어가자는 생각보단
소으랑 : 지금까진 그랬으면서…
나 :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도
나 :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소으랑 : 뭐에요 그게ㅋㅋㅋ
나 : 몰라
나 : ㅋㅋ
나 : 묻지 마라
나 : 나도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소으랑 : 오늘 되게 주인님 안 같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말도 막 꼬이고
소으랑 : 평소엔 안 그러면서
나 : 시끄러워
소으랑 : 오랜만에 만나서
소으랑 : 신났다고 그러구
소으랑 : ㅋㅋㅋㅋㅋ
소으랑 : 애들처럼 놀리기나 하구
나 : 주인의 위엄이고 뭐고 없구나 정말
나 :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나 : 하루 만에 다 망가지네ㅋㅋ
소으랑 : 괜찮아요
나 : 안 괜찮아
소으랑 : 위엄 같은 거 없어도 뭐……ㅋㅋ
소으랑 : 사람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소으랑 : 아니, 아무튼
소으랑 : 지금 할 만한 얘긴 아니구
소으랑 : 주인님 생각은 잘 알았어요
소으랑 : 서운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소으랑 :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니까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대신 서운한 부분은
소으랑 : 나중에 주인님한테
소으랑 : 확실하게
소으랑 : 받아낼 거예요
나 : 솔직하게 말하기로 한 시점에서
나 : 이미 각오한 일이야
나 : 욕 한두 마디 정도
나 : 먹을 생각으로 꺼낸 얘기라
소으랑 : 사실 그게 배려든 아니든
소으랑 : 개인적인 부분……을
소으랑 : 굳이 파고들지 않은 건
소으랑 : 되게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나 : 결과론적인 거라서
나 : 감사할 것도 없어
나 : 너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소으랑 :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나 : 오히려 감사 받으면 내가 미안해
소으랑 : 근데 있잖아요
소으랑 : 주인님
나 : ㅇㅇ
소으랑 :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소으랑 : 그 마음은 엄청 기쁜데
나 : 기쁜데 뭐
소으랑 : 무슨 생각을 하시는진 몰라도
소으랑 : 딱히 불화가 있거나
소으랑 : 그런 건 아니에요ㅋㅋ
소으랑 : 주인님한테 도와달라고 할 만큼
소으랑 :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 : 그래?
소으랑 : 넹
나 : 그럼 다행인데
소으랑 : 애초에 그런 문제가 있었으면
소으랑 : 주인님보다는ㅋㅋ
소으랑 : 경찰에 연락했겠죠
나 : 그거야 그렇지만
소으랑 :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나 : 그럼 서윤이는 왜 집에서 나오고 싶었는데?
소으랑 : 답답했으니까……?
소으랑 : 근데 진짜로
소으랑 : 별 거 아니에요
나 : 별 거 아니면 더 좋지
나 :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
소으랑 : 끈질겨……ㅋㅋ
나 : 싫으면 싫은 대로 됐어
나 : 부모님 때문이나
나 : 가정환경이 아니라도
나 : 서윤이가 왜 답답했는지
나 : 그것만 알려줘도 괜찮아
소으랑 : 실망하실 것 같은뎅
나 : 실망을 왜 하겠어
소으랑 : 들어봤자 재미도 없고
소으랑 : 되게 흔한 얘기라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저도 크게 신경 안 써요
나 :가벼운 맘으로 얘기할 수 있겠네 그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난 지금 쪽팔려서
나 : 아까부터 계속
나 : 손가락 비틀고 있거든?
소으랑 : ㅎㅎ
나 : 거짓말이라도 괜찮으니까
나 : 일단 뭐라도 말해봐ㅋㅋ
나 : 헛수고란 생각은 안 들게
소으랑 : 음
나 : 사실 달에서 왔다고 해도 안 놀릴 테니까
소으랑 : 뭐에요 그건ㅋㅋㅋ
소으랑 : 갑자기 달은 무슨 달
나 : 그냥 뭐, 평소처럼
나 : 근본 없는 드립이지
소으랑 : 들어봤자 재미도 없을 텐데
소으랑 : 시시하기도 하고
소으랑 : 별로 대단한 얘기도 아니라
소으랑 : 괜히 들었다고 생각할 걸요?
나 : 그런 생각 안 해
소으랑 : 딱히 도와줄 것도 없다니까요?
나 : 그럼 더 잘 됐지 뭐
소으랑 :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구
소으랑 : 어차피 다 지난 일이라서
소으랑 : 주인님이 오늘처럼
소으랑 : 자기 진심을 말하면서까지
소으랑 : 흥미를 가질 만한 얘기가 아닌데
나 : 나도 다른 사람이었으면
나 : 흥미도 뭣도 없었어
나 :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소으랑 : 치사해 진짜……ㅋㅋㅋㅋ
나 : 그래서?
소으랑 : 듣고 실망하기 없기에요
소으랑 : 난 분명히 말했어요
소으랑 : 흔하고 시시하고
소으랑 : 별로 대단하지도 않고
소으랑 : 아마 재미도 없을 거라고
나 : 그래그래
나 : 알았어
나 : 알았으니까
나 : 빨리 시작이나 해
소으랑 : 또 그렇게 가볍게…
나 : 5일 동안 너만 고민한 줄 아냐
나 : 나도 다 끝내고 왔어
나 : 이제 와서 물러나겠냐
소으랑 : 으
나 : 그래서 넌 어쩌고 싶은데?
나 : 별로 대단하지도 않고
나 : 시시한 일이지만
나 : 절대로 말은 안 해줄 거야?
소으랑 : 잠시만 기다려요 쫌ㅋㅋㅋㅋ
소으랑 : 알았으니까
소으랑 :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소으랑 : 생각을 정리해야 한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