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선조교기록 (251)화 (251/313)



〈 251화 〉6월 1일 일요일 PM 4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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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으랑 : 오셨어요……?


나 : 대답 빠르네
 : ㅋㅋㅋㅋ
나 : 뭐냐 너
나 : 언제 온다고 말도 안 했는데
나 : 하루 종일 대기하고 있었어?


소으랑 : 오늘부터 6월이잖아요

나 : 그래서 기다린 거야?


소으랑 : 밤늦게 오실 것 같진 않구
소으랑 :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소으랑 : 어차피 또 어중간한 시간에
소으랑 : 말도 없이 오시겠다 싶어서


나 : 4시면 어중간하긴 하지
나 : 나 참ㅋㅋㅋㅋㅋㅋ
나 : 뭐라고 할 말도 없다
나 : 이젠 뭐, 척하면 척이네

소으랑 :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
소으랑 : 그나마 덜 혼날 것 같아서
소으랑 : 평소보다 일찍 와있었어요

 : 시간을 정해둔 것도 아니고
나 : 늦는다고 혼내겠냐ㅋㅋㅋ
 : 눈치는 좀 빨라진 것 같은데
 : 좀처럼 성격까진 바뀌질 않네


소으랑 : 죄송해요

 : 서윤이가 죄송할 건 없지
나 : 뭘 이런 걸로 죄송하냐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나 :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는데

소으랑 : 네…

나 :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소으랑 : 2시간……쯤?

 : 한가하냐?


소으랑 : 네?


 :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나 : 아니, 됐다
나 : 잔소리할 것도 아니고
나 : 서윤이가 어린애도 아닌데
나 : 자기  일은 알아서 하겠지

소으랑 : 기다리면서 과제하고 있었는데

 : 그래그래

소으랑 : 한가하진 않아요
소으랑 : 과제도 있고
소으랑 : 시험공부도 있어서
소으랑 : 벌써 3주밖에  남았어요

나 : 들었어
 : ㅇㅇ
나 : 열심히 하고 있네

소으랑 : 그리고 그동안 주인님이
소으랑 : 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소으랑 : 집에서 혼자  게 없어서
소으랑 : 계속 공부만 했던  같아요

나 :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 : 좀 어때
나 : 일주일까진 아니고
나 : 대충 5일 정도 됐는데

소으랑 : 오늘로 딱 5일째에요


나 : 아 그래
 : ㅇㅇ
 : 아마 서윤이랑 만나고
나 : 이렇게 오래 내버려둔 건
 :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소으랑 : …


 : 그동안 많이 심심했겠다?

소으랑 : 심심한 것보다
소으랑 : …
소으랑 : 엄청
소으랑 : 외로웠어요


나 : 외로웠어?


소으랑 : 많이요…

나 : 서윤이가 외롭다고 하니까
나 : 어째 느낌이 이상하네ㅋㅋ


소으랑 : ?

나 : 아니, 나쁜 의미는 아니고ㅋㅋ
나 : 여태껏 계속 집에 처박혀서
나 : 혼자 뒹굴거리던 애가
나 : 사람을  만나서
나 : 외로웠다고 하는 게
나 : 기특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래


소으랑 : 좋아서 집에만 있었던  아닌데…


나 : 그렇다고 특별히 외롭다거나
 : 누굴 만나고 싶다고
나 : 생각한 것도 아니잖아?

소으랑 : 그건
소으랑 : 뭐
소으랑 : 혼자가 편하기도 하고
소으랑 :  어울릴 자신도 없어서


나 : 그런데 이젠 외로워?


소으랑 : 혼자 있으면 많이 외로워요
소으랑 : 잘못해서  받는 거니까
소으랑 :  참았지만
소으랑 : 초조하기도 하고
소으랑 : 지금  하고 계시는지
소으랑 : 갑자기 막 궁금할 때가 있어서

나 : 그런 것치곤 전화를 안 하더라?
나 : 언제든지 괜찮다고 했는데
나 : 5일 동안 한 통은 좀 의외였어


소으랑 : 면목이 없어서…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면목이 없었어?

소으랑 :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
소으랑 : 주인님 목소리 들으면
소으랑 : 바로 울어버릴 것 같아서

나 :  이렇게 눈물이 많아ㅋㅋ

소으랑 : 죄송해요

 : 어떻게 지내나 싶어서
 : 전화  번 걸었더니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때도 거의 울면서 받았지?


소으랑 : 진짜로 울진 않았어요

나 : 억지로 참던데 뭘

소으랑 : 어차피 목소리만 듣고 끊었잖아요

 : 30분이나 통화했는데
 : 목소리만 들은 거야?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나로선 엄청 길게 한 건데


소으랑 :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았단 말이에요

나 : 그거야 서윤이가 울먹울먹하느라
나 : 시간 다 잡아먹어서 그런 거고
 : 괜찮으니까 진정하라고
나 : 그렇게 말한 것 말곤
나 : 무슨 얘길 했는지
나 : 제대로 기억도  난다

소으랑 : 으…

나 : 서윤이랑은 같이 사는 게 아닌 이상
나 : 통화료 감당 안 되겠다ㅋㅋ
 : 30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면
 :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길래 그래


소으랑 : 진짜로 짧았는데…

나 : 그래그래
나 : 알았어
나 : 평소에 비하면
나 : 30분은 짧긴 하지

소으랑 : 원래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 : 누구
나 : 서윤이?

소으랑 : 네

나 :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알아?

소으랑 : 다들 저한테 너무 말이 없다고
소으랑 : 뭐든 괜찮으니까
소으랑 : 의견 좀 내놓으라고

나 : 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맨날 그러는데

나 : 그건 그냥 니가 말을 안 하는 거잖아

소으랑 :  많이 하면 지치잖아요

 : 평소에 입 다물고 있는 만큼
나 : 나한테 떠들면서
 : 에너지를 다 쓰는 거야?
나 :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나 : 지친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소으랑 : …


나 : 그래그래
나 : 말해
나 : ㅋㅋㅋ
나 : 알았으니까

소으랑 : 이상하게 주인님이랑 있으면
소으랑 : 하고 싶은 말도 많아지고
소으랑 : 오늘 있었던 일이나
소으랑 : 되게 사소한 것도
소으랑 :  말하고 싶어져서


나 : 그래그래

소으랑 : 근데 채팅도 못 오게 하고
소으랑 : 통화도  번밖에 못했고
소으랑 : 카톡으로 말 걸어도
소으랑 : 대답도 잘 안 해주셔서
소으랑 : 요 며칠 되게 힘들었어요

나 : 아니, 채팅 말고는 내가 시킨 거 아니잖아
나 : 사람들이 오해하겠네ㅋㅋㅋ
나 :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했는데?
나 : 카톡은 원래 잘  보는 편이고


소으랑 : 

나 : 그냥 서윤이가 못한 거지?
나 : 면목이 없든
나 : 염치가 없든
 : 쪽이 팔리든
 : 어느 쪽이든 간에

소으랑 : 네…

나 : 어쨌든 뭐, 그래
나 : 생각할 시간도
나 : 후회할 시간
 : 이불 뻥뻥 걷어차면서
나 : 몸부림칠 시간도 줬는데

소으랑 : 진짜루요

 : 이젠  냉정하게 얘기할 만한 상태인가?

소으랑 : …
소으랑 : 아마도?

나 : 오늘은 안  거지?

소으랑 :  울어요

 : 그렇담 다행이고
나 : ㅋㅋㅋㅋㅋ
나 : 그래 뭐, 그럼
 : 그동안 반성은 많이 했어?

소으랑 : 엄청요…

 : 내가 처음에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해?

소으랑 : 머리  식히고 오라고…

 : 그리고?

소으랑 : 제가 뭘 잘못했는지
소으랑 : 다시 생각해보고
소으랑 : 이번 주 끝날 때까진
소으랑 : 채팅 접속하지 말라고


나 : ㅇㅇ
나 : 그래서 지금은 어때
나 : 아직도 잘했다고 생각해?


소으랑 : 아뇨…

 : 생각이 좀 달라졌어?

소으랑 :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나 : 같아요?

소으랑 : 잘못했어요

나 : 진짜로 잘못한 거 맞아?

소으랑 : …
소으랑 : …
소으랑 : 그게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반성은 했지만
나 : 서윤이 잘못이라고
나 : 인정은 못할 것 같아?


소으랑 : 주인님이 오지 말라고 했는데
소으랑 : 말도 안 듣고
소으랑 : 멋대로 찾아가서
소으랑 : 귀찮게 했던 거니까
소으랑 : 제가 잘못한 건 맞는데

나 : 그런데?


소으랑 : 주인님 말을  들어서
소으랑 : 혼나는 거라면
소으랑 : 저도 납득……하겠지만
소으랑 : 그래도 진짜 엄청 걱정해서 간 건데
소으랑 : 자꾸 올 필요 없었다고만 말씀하셔서

 : 그래서 성질 부렸지?

소으랑 : 네…

 :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소리 질렀지?


소으랑 : 그건
소으랑 : 
소으랑 : 그러니까
소으랑 :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소으랑 : 절대로 고의……로 그런 건 아닌데


 : 나도 알아
나 : ㅇㅇ
나 : 서윤이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나 : 갑자기 목소리가 크게 나와서 놀랐잖아

소으랑 : 네…


나 : 그런데 정작 달래주려고
나 : 어깨에  얹었더니
나 : 정작 어떻게 했어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싫다고 뿌리치려다가
나 : 그대로 넘어지는 바람에
나 : 들고 있던 죽까지 엎어버리고

소으랑 : 진짜로
소으랑 : 그게
소으랑 : …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오빠 그때 발등에 화상 입었다
나 : 하필이면 신발에 쏟아져서ㅋㅋ
나 : 아직도  안 나았다고
나 : 엊그제 통화하면서 말했었지?


소으랑 : 진짜로 죄송해요


 : 그래 뭐, 서윤이가 다치는 것보다는
나 :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낫긴 한데
나 : 문제는 서윤이도 넘어지자마자
나 : 자기도 어리둥절해서
나 : ㅋㅋㅋㅋㅋㅋ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다가
나 : 패닉이 와서 그대로 울어버렸잖아


소으랑 : 죽고 싶었어요
소으랑 : 그냥
소으랑 : 세상에서
소으랑 : 사라지고 싶었어요


나 : 그래놓고 채팅에 와서
나 : 다른 사람들한테
 : 병원까지 마중 나가서
 : 집까지 데려다 주고 왔다고
 : 중요한 사실만 쏙 빼놓고 말했더라?

소으랑 : …


 : 할  있어?


소으랑 : …
소으랑 : 없어요


나 : 오빠 그날 집에 오자마자 쓰러졌다
 : 다음 날까지  일어났어
나 : 화장실에서 피 토했거든ㅋㅋ

소으랑 : 진짜……요?


나 : 양치하다 피가 섞여 나오길래
나 : 깜짝 놀랐다 진자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나 : 잇몸을 잘못 건드렸나 싶었는데
나 : 내시경 검사 후엔 그럴 수 있다더라

소으랑 : 지금은 괜찮아요?

 : ㅇㅇ
나 : 잠깐이었어
나 : 지금은 괜찮고

소으랑 : 다행이다…

나 : 이렇게 일일이 다 말해봤자
나 : 결국은 걱정만 끼치잖아
나 :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것도
나 :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소으랑 : 

나 : 사람들한테 굳이 말을 안 한 것도
 : 뭘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 : 나중에 결과가 잘 나온 다음에
 : 아무 문제 없다고 하면 끝나는 건데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자랑하고 싶었어?
 : ㅋㅋㅋㅋㅋㅋ
나 : 서윤이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 : 나랑 좀 더 가까운  같아서?


소으랑 : 자랑……은 아니었는데
소으랑 : 어쩌다 말하다 보니
소으랑 : 말이 나오게 돼서
소으랑 : 길동 님이나 네버 님이나
소으랑 : 이미 알고 있는  알았는데
소으랑 : 처음 듣는다고 말을 하시니까

나 : 내심 우쭐해졌어?


소으랑 : 그런 거 아니에요

나 : 그럼?


소으랑 : 다들 오빠 괜찮냐고 물어봐서

나 : 그래서 서윤이가
나 : 사람들 걱정 안 하도록
나 : 잘 돌봐줬다고 하고 싶었어?


소으랑 : 그게…


나 : 화난  아니니까
 : 솔직해지자 우리
나 : ㅋㅋㅋㅋㅋㅋ
나 : 걱정하지 말고 말해

소으랑 : 화난  아니에요……?

나 : ㅇㅇ
나 : 괜찮아


소으랑 : 왜요?

나 : 뭐가


소으랑 : 그렇게 실컷 저질렀는데
소으랑 : 그래서 벌도 받았는데
소으랑 : 화가  났다고 하니까
소으랑 : 좀 이상한 것 같아……서


 : 저질렀다는 자각은 있어?

소으랑 : 네…

 : 그리고 벌을 주려고 했다기보단
 : 처음에 말했잖아
나 : 머리 좀 식히란 거였어
나 : 내가 언제 혼낸다고 했어?


소으랑 : 반성하라고 하셔서…

 : 반성은 당연히 필요하지
나 : 서윤이 급발진
나 : 조심하라고
나 : 응?
나 : 내가 몇 번 말했냐


소으랑 : 

 : 앞으로 점점 접촉도 많아지고
나 : 나랑 같이 있어서 좋은 만큼
나 : 싫고 마음에 안 드는 일도
나 : 함께 비례해서 늘어날 텐데
나 : 이번처럼 급발진하면 큰일이잖아

소으랑 : 네…


나 : 진짜로 벌을 줄 생각이었으면
나 : 남은 일주일 동안
나 : 연락 일체 금지
나 : 채팅도 접속 못하고
나 : 방치 플레이에 가깝게
나 : 아무것도 못하게 했을 거야


소으랑 : …


나 : 근데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 앞으로 평생 잠들기 직전에
나 : 떠오를 흑역사를 만들었으니
나 : 말 그대로 머리  식히란 이유로
나 : 잠깐이지만 혼자 내버려뒀던 거지


소으랑 : 여러 가지로 벌 받는 기분이었어요


 : 아니면  빡치라고 일부러 그런 거야?

소으랑 : 절대로 아니에요

나 : 그럼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보통 거기서
나 : 이유를 물어보나?


소으랑 : 다행……이긴 한데
소으랑 : 궁금해서
소으랑 : 혹시 이젠 진짜로
소으랑 : 정 떨어졌나 싶기도 하고

나 : 그동안 계속 그것만 생각했어?

소으랑 : 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사실 뭐, 그래
나 : 처음에 서윤이가
나 : 지하철 역에서 전화했지?

소으랑 :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나 : ㅇㅇ
나 : 꼼짝도  하겠다고 했잖아
나 : 내가 진짜ㅋㅋㅋㅋㅋ
나 : 그거 듣고 어이가 없어서
나 : 어느 정도 화가 나긴 했거든?


소으랑 : 죄송해요


 : 근데 내가 서윤이 보고 화를 냈어?


소으랑 : 아뇨
소으랑 : …
소으랑 : 한숨만 쉬었어요

나 : 혹시 화난 것처럼 보였냐?
 :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다
나 : 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소으랑 : 잘 모르겠어요
소으랑 : 주인님 얼굴
소으랑 : 너무 죄송해서
소으랑 : 쳐다볼 수가 없어서


나 : 결국 둘  모르는 거네
나 : 그럼 됐다 치자
나 : 좋은 게 좋은 거지


소으랑 : 화는 안 냈는데……

나 : ?


소으랑 : 강아지 진짜 말 더럽게  듣는다고
소으랑 : 이렇게 말 안 듣고 멋대로 할 거면
소으랑 : 차라리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게
소으랑 : 쪼그라들라고……ㅋㅋ
소으랑 : 납작해지라면서
소으랑 : 머리 꾹꾹 눌렀어요


나 : 아팠냐?

소으랑 :  얼얼했어요

나 : 약간 힘이 들어가긴 했을 거야
나 : ㅋㅋㅋㅋㅋ
 : 감정이 실려서


소으랑 : 아파서 더 좋았어요

나 : 어쩐지 막 웃더라
나 : ㅋㅋㅋㅋ
 : 아무튼 진짜
 : 이상한 애라니까

소으랑 : ㅎ…

나 : 어쨌든 뭐, 그래
 : 얘기를 돌려서
나 :  필요가 없었다고 했던 건
 : 괜히 누가 신경 쓰는 게 싫어서

소으랑 : 그래도 신경 쓰이는데…


나 : 그래서 나중에 연락한다고 했잖아
나 : 그럴 땐 참고 기다리는 거야
 : 오히려 서윤이가 너무 호들갑이면
 : 나를 못 믿나 싶어서 의심이 들거든?

소으랑 : …
소으랑 : 네

 : 특히 서윤이 같은 경우엔
나 : 다른 평범한 여자들이
나 : 애인을 믿는 것보다
나 : 훨씬 더 나를 믿어줘야 돼
나 : 왜 그런지는 서윤이도 알지?

소으랑 : 안 믿는  아닌데

나 : ㅇㅇ
나 : 걱정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
나 : 근데 불안하더라도
나 : 내가 괜찮다고 했으면
 : 일단 좀 기다려줬음 좋겠다

소으랑 : 네


나 : 이게 엄청나게 큰일도 아니고
나 : 병원 잠깐 다녀오는 건데
 :  참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소으랑 : 아프다고 하는 거
소으랑 : 검사 받는다고
소으랑 : 그런 얘기는
소으랑 : …
소으랑 : 아니에요
소으랑 :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나 : 왜?


소으랑 : 아니에요


 : 그래 뭐, 알았어
나 : 나중에라도
 : 좋을  말해줘

소으랑 : 


나 : 그리고 올 필요가 없었다고 해서
 : 서윤이가 서운했다면
 : 그거에 대해선 사과할게
 :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은데
나 : 갑자기 서윤이를 챙기게 돼서
나 : 살짝 짜증이 나서 그랬을 거야

소으랑 : 으

나 : 그러면 안 됐는데
나 : 나도 실수했어

소으랑 : 짜증 부려서 죄송해요

나 : 짜증 정도는 낼 수 있는데
나 : 좀 더 조심했으면 좋겠다
 : 방금 막 만든 죽이라서
나 : 신발 위로 떨어져도
나 : 화상 입을 만큼 뜨거웠는데
나 : 만약 서윤이 얼굴에 떨어졌으면


소으랑 : …

나 : 어떡하려고 그랬어


소으랑 : 앞으로 안 그럴게요


나 : 위치도 아슬아슬했잖아
 : 조금만 빗나가서
 : 얼굴에 화상 입었으면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나한테 죄송하면 뭐해
나 : 다치는 건 너인데
나 : 플레이 중에 다치는 건
 :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나 : 멍청해서 다치는 건 답도 없어

소으랑 : …

 : 말하다 보니까 빡치네

소으랑 : 화났어요……?

나 : 딱 그것만 화났어
나 : 조심 좀 해라
 : 서윤이도 전이랑 다르게
나 : 이젠 짜증도 내고 불만도 생기고
 :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도 하는데

소으랑 : 네


 :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나 : 뭐든 과하면 안 좋은 거야
나 : 물론 나도 막 나가는 인생이라
나 : 너한테 이러면 웃기게 들리겠지만


소으랑 : 그렇게 생각  해요

나 : 내가 그렇게 생각해
나 : 진짜 이게
 : 무슨 기분이냐면
 :  인생을 돌아보는 기분이야


소으랑 : …


 : 그래서 화를  내겠어
나 : 예전 같았으면ㅋㅋ
 : 서윤이가 울든지 말든지
나 : 일단 닥치고 혼부터 냈을 텐데


소으랑 : 예전이었으면 혼났어요……?


나 : 서윤이는 어때
나 : ㅋㅋㅋㅋㅋ
나 : 혼나는 게 좋아?


소으랑 : 처음엔 방치당하는 것보다
소으랑 : 차라리 혼나는 
소으랑 :  낫다고 생각했는데

나 : 방치한 거 아니래도

소으랑 : 어쨌든 비슷한 기분이었단 말이에요


나 : 셀프로 방치당해놓고
나 : 역으로 짜증을 부리네
나 : 너 계속 그러면
나 : 다음엔 방치 플레이로
나 : 일주일 정도 내버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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