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화 〉5월 26일 월요일 PM 5시 (5)
초코우유 : 뭐가 다행이란 건지 모르겠는데
나 :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면서
나 : 서로한테 미련 남은 채로
나 : 나이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나 : 솔직히 소름이 끼치더라고
초코우유 : 그러니까 그게 왜 문제냐고
나 : 우리들이야 뭐, 너무 익숙해져서
나 :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해도
나 : 정작 어디가 이상하다는 건지
나 : 뭐가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잖아
초코우유 : 어차피 다들 그런 거 아냐?
초코우유 : 꼭 남들이 보기에 좋고
초코우유 : 마음에 들어야 되는 거야?
나 : 얼마 전까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 : 요 며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 : 원래 숲 안에선 나무만 보이잖아
나 : 우리끼리만 웃고 떠들고 만날 때는
나 : 당연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지ㅋㅋ
초코우유 : 그거면 된 거 아냐?
나 : 바깥에서 봐야 보이는 것도 있을 거 아냐
초코우유 : 굳이 남의 눈치 봐야 돼?
초코우유 : 그런 성격도 아니잖아 너
나 : 남의 눈치를 본다는 말이 아니라
나 : 혹시 내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나 : 생각해볼 기회가 필요하단 거지
나 : 우리한테 너무 당연한 것도
나 : 바깥에서 다른 사람의 눈으로는
나 : 충분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잖아
초코우유 : 그래서?
나 : 잘못됐다는 걸 알았으면 바로잡아야지
초코우유 : 이게 지금 잘못됐다는 거야 그럼?
나 : 평범……한 건 아니라고 해두자 그럼
나 : 벌써 몇 년 전에 헤어진 여친한테
나 : 아무리 첫사랑이라지만ㅋㅋㅋ
나 : 아직 미련이 남아서 눈치 보는 거
나 : 솔직히 말해서 제정신은 아니잖아?
초코우유 : 그래도 그동안 잘 했잖아
초코우유 : 이제 와서 와 그래……ㅋㅋ
나 : 잘 해왔다는 의미가……ㅋㅋ
나 : 이번엔 좀 다르게 쓰여야지
나 : 친하게 잘 지낸 건 맞아
나 : 그동안 너랑 길동이랑
나 : 별로 접점이랄 것도 없고
나 : 닮은 구석도 없으면서ㅋㅋ
나 : 친구 먹고 재밌게 보내긴 했지
초코우유 : 그치
나 : 근데 그게 정말로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 : 그냥 귀찮은 일을 뒤로 미뤘던 거잖아ㅋㅋ
나 : 거추장스러운 걸 구석으로 치워버리고
나 : 아예 기억에서 지우는 거랑 뭐가 다른데?
초코우유 : 누나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웠어?
나 :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초코우유 : 아니, 그런 의미로 들리는데 지금
나 : 미뤄봤자 좋은 일 없다는 건 너도 알잖아
나 : 너도 그런 경험 있지 않아?
나 : 분명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있고
나 : 이래선 안 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는데
나 :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나 :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방치해두는 경우
초코우유 : 글쎄
나 : 나만 그랬던 건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ㅋㅋ
나 : 코딩하다 보면 왕왕 있는 경우라서
나 : 나한테 좀 더 실감이 나는 건가 그럼?
초코우유 : 없진 않은 것 같아
나 : ㅇㅇ
초코우유 :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초코우유 : 교수님이 과제 주면
초코우유 : 아슬아슬할 때까지 버텼으니까
나 : 리포트 제출기한 직전까지 놀았으면
나 : 밤을 새워서라도 작성을 해야지ㅋㅋ
나 : 퀄리티를 조금 희생하게 되겠지만
나 : 아슬아슬하게라도 제출하는 게
나 : 아예 재껴버리는 것보단 낫잖아
나 : 거기서 포기하면 그냥 나가리인데
초코우유 : 우리도 아슬아슬하다는 거야?
나 : ?
초코우유 : 지금이 그 제출기한 직전이냐고
나 :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맞아
나 : 우리 만난지 벌써 5년이지?
나 : 앞으로 5년이 더 지나면
나 : 우리도 둘 다 서른이 넘잖아
나 : 그렇게 되면 진짜로 늦을 것 같지 않아?
초코우유 : 난 모르겠어
초코우유 : 나이가 대수인가?
초코우유 : 솔직히 가게에 오는 손님 중엔
초코우유 : 서른 넘게 처먹고도 예의 없고
초코우유 : 싸가지 밥 말아먹은 넌들이
초코우유 : 한 트럭으로 쏟아버릴 정도인데
나 : 나도 많이 보긴 했지
초코우유 : 나도 곧 서른이라고 생각하면
초코우유 : 엄청나게 초조해지고 그런다?
초코우유 :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초코우유 : 딱히 이룬 것도 없는데
초코우유 : 나이만 먹어가는 것 같아서
초코우유 : 주변엔 결혼한 친구들도 있고
초코우유 : 보란 듯이 잘 사는 년들도 있는데
나 : ㅇㅇ
초코우유 : 나만 한심하고 덜떨어진 것 같아서
초코우유 : 그 생각만 하면 엄청나게 무서워
초코우유 : 근데 막상 서른이 돼도
초코우유 :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
초코우유 :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밥 먹고
초코우유 : 화장하고 출근하고 불평할 텐데
나 : 솔직히 나도 그럴 것 같긴 해
초코우유 : 그치
나 : 사람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나 :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
나 : 좀 더 몸이 피곤해지고
나 : 약간 더 고집스러워지고
나 : 점점 아픈 곳이 늘어나겠지
초코우유 : 점점 현실적……이 되긴 하겠지만
초코우유 : 특별히 뭐가 변할까 싶기도 하고
나 : 근데 그건 다르게 말하면
나 :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문제나 단점 버릇
나 : 나쁜 습관들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초코우유 : 그……렇지?
나 :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해결하고 싶어
나 : 다음에 또 같은 이유로 후회할 때
나 : 지금까지도 별일 없이 지나갔으니
나 :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낼 거라고
나 : 완전히 포기하고 납득해버리기 전에
초코우유 : 근데 그게 나쁜 거야?
나 : ?
초코우유 : 어차피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
초코우유 : 그렇게 매번 확실하게 선 긋고
초코우유 : 라벨 붙여서 정리하고
초코우유 : 카데고리별로 분류해서
초코우유 :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초코우유 : 유야무야하면 안 되는 거야?
나 : 그래 뭐, 많지는 않겠지
초코우유 : 우리도 그냥 그렇게 지내면 안 돼?
초코우유 : 미련이 남았으면 친구하면 안 돼?
초코우유 : 남들이 보기에 평범하지 않으면
초코우유 : 그게 꼭 비정상적인 거야?
초코우유 : 걔네들이 책임지는 것도 아니잖아
초코우유 : 너랑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나 : 음
초코우유 : 아니면 진짜로 싫어졌어?
초코우유 : 정이 떨어져서 그런 거야?
나 : 그건 아냐
초코우유 : 근데 갑자기 왜 이래 진짜
초코우유 : 잘못한 게 있으면 말을 해
초코우유 : 누나가 고칠 테니까
초코우유 : 한참이나 연락도 없다가
초코우유 : 갑자기 와서 뭐라는 거야
나 : 너도 날 봤으니 알겠지만ㅋㅋㅋ
나 : 내가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고
나 :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나 : 느릿느릿 수습하는 놈인데
나 :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걸 알고 있으면
나 : 적어도 같은 실수는 반복하진 말아야지
초코우유 : 너 지금 실수라고 했다
나 : ㅇㅇ
나 : 사실 5년이라고 말은 했는데
나 : 크게 의미를 둔 건 아니야
나 : 서른을 넘긴다는 게
나 : 전혀 상상이 안 가서
나 : 마지노선이란 의미로 말한 거고
초코우유 : 알았어
나 : 어쨌든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었을 때
나 :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ㅋㅋ
나 :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다음에
나 : 같은 후회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아?
초코우유 : 좀 전부터 후회할 거라고 장담을 하네?
나 : 너한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 : 처음 겪는 일이 아니야ㅋㅋ
나 : 그래서 거의 확신을 하고 있어
초코우유 : 후회를 안 할 수도 있잖아
나 : 같은 맥락으로
나 : 반드시 후회할 수도 있겠지?
초코우유 : 그거야 그렇……지
나 : 사실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야
나 : 근데 그럴 때마다 항상 어영부영
나 : 유야무야 넘어가기만 하고ㅋㅋ
나 : 내가 똑바로 처신을 못한 거지
나 : 그리고 그게 이제야 돌아온 거고
초코우유 : 오늘따라 아저씨 같은 말을 한다 너
나 : 영향을 좀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나 : 오늘도 잠깐 통화했거든ㅋㅋㅋ
초코우유 : 아저씨가 나랑 정리하래?
나 : 혹시 오해할까 봐 말해두겠는데
나 : 일단 너랑 날 아는 사람들 중에
나 : 아무도 그런 소리는 한 적 없어
나 : 오히려 다들 나보고
나 : 왜 이렇게 괴롭혔냐고
나 : 혼내는 입장이었지ㅋㅋㅋ
초코우유 : 으랑이는?
나 : 으랑이는 빨리 화해하라더라
나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 어차피 내가 잘못한 거라고
나 : 늦어지면 더 힘들어지니까
나 : 빨리 무릎 꿇고 빌라던데ㅋㅋ
초코우유 : 근데 너만 왜 그래
나 : 그전에 일단 하나만 확실하게 해둘게?
초코우유 : ㅇㅇ
나 : 이것도 너한테 말해도 되는지
나 : 한참이나 고민하긴 했는데
나 : 얼마 전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갔잖아
나 : 솔직히 말해서 멘탈이 터져 있었어
초코우유 : 알아
나 : ㅇㅇ
초코우유 : 그렇게 보였어
나 : 친구로 잘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 : 아직도 너한테 미련이 남았구나
나 : 으랑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나 : 이런저런 생각이 겹치니까
나 : 완전히 멘탈이 터져버려서ㅋㅋ
초코우유 : ㅇㅇ
나 : 너랑 연락을 끊는 게 최선이란 생각이 들더라
초코우유 : 이젠 화낼 힘도 없다
초코우유 : 계속해봐 그냥
초코우유 : 그래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어디까지 가나 보자
나 :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나 : 미련이 남을 정도라면
나 : 그냥 안 보는 게
나 : 정답인 것 같더라고
나 : 다들 그렇게 말하기도 했고
초코우유 : 그래서 연락을 안 받았냐?
나 : 그건 다른 이유라고 했잖아
나 : 그거랑은 딱히 상관없어
나 :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나 : 나한테 그게 가능했으면ㅋㅋ
나 : 헤어졌을 때 이미 등 돌렸을 걸
초코우유 : 그렇다고 치고
초코우유 : 그래서?
나 : 그러다 아저씨한테 혼나고
초코우유 : 뭐라고 혼났는데
나 : 그냥 뭐, 너 혼자 고민할 동안
나 : 초코는 얼마나 힘들었겠냐
나 : 니가 정신만 잘 차렸어도
나 : 이렇게 될 일은 아니었으니까
나 : 피해자 코스프레하지 말라더라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
나 : 내가 이런 얘기까지 하는 이유는
나 : 변명을 하려는 게 아니라ㅋㅋㅋ
나 : 그냥 니가 알았으면 좋겠어
나 :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나 : 그리고 가능하면 같이 얘기를 해보고 싶어
초코우유 : 앞으로 어떻게 할지?
나 : 너도 나랑 같은 심정이었잖아
나 : 방금 전까지 사귀던 남자랑
나 :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나 : 진심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거 아냐
초코우유 : 니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그랬잖아
나 : ㅇㅇ
나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웃기긴 한데
나 : 너랑 매번 싸우는 거에 진력이 나서
나 : 헤어지자고 했으면서도ㅋㅋㅋ
나 :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나 : 그냥 등 돌리고 갈 길 가면 끝이야?
초코우유 :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나 :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나 : 솔직히 너랑 헤어지기 싫었어
나 : 미운 정도 정이라고ㅋㅋㅋㅋ
나 : 그동안 계속 얼굴 보면서
나 : 싸우고 화해하고 투닥거리고
초코우유 : 그게 싫었다며
나 : 당연히 싫었지 시발ㅋㅋㅋ
나 : 그걸 누가 좋아하냐
나 : 그런데 막상 헤어지려고 하니까
나 : 전부 없어진다는 생각에 겁이 나는 거야
나 : 인생에서 한 사람이 통째로 사라지는 건데
나 : 그걸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면 이상한 거지
초코우유 : 그럼 왜 헤어지자고 했어
나 : 내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아니고
나 : 너도 이럴 거면 차라리 헤어지자며
나 : 입버릇처럼 하던 소리 아니냐?
나 : 내가 그걸 몇 백 번을 들었는데 ㅋㅋ
초코우유 : 당연히 진심은 아니었지
나 : 사실 진심이었는지 아닌지는
나 : 이제 와선 크게 상관없는데
나 : 당시엔 뭐, 그랬으니까
나 : 친구로 지내자는ㅋㅋ
나 : 지금 생각하면 웃기긴 한데
나 : 맘에도 없는 소리가 나왔던 거고
초코우유 : 상관이 없긴 왜 없어
나 : 이제 다 끝난 일이니까
초코우유 : 끝났다고?
나 : 미련이 남든 안 남든
나 : 일단 헤어지고 나면
나 : 거기서 끝나는 거잖아
나 :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초코우유 : 그럼 지금은?
나 : 뭐라고 표현할 말이 생각이 안 나네
나 : 일단 사귀는 사이는 확실하게 아냐
나 : 몇 년 전에 완전히 갈라졌으니까
나 : 그리고 서로한테 미련도 남아 있으니
나 : 제대로 된 친구라고 하기도 힘들겠지
초코우유 : 그럼 뭔데?
나 : 내 생각에는
초코우유 : ㅇㅇ
나 : 그냥 후기인 것 같아
초코우유 : ?
나 : 지나치게 긴 후기
초코우유 : 소설에서 나오는 그런 거?
나 : ㅇㅇ
나 : 이야기는 끝났는데
나 : 책을 안 덮었으니
나 : 손에서 놓을 수 있을 리가
초코우유 : 사족이란 거네?
나 : 그래도 쓸데없다고 하고 싶진 않다
나 : 솔직히 너랑 재밌게 지내긴 했어
나 : 사귈 때보다 더 친해진 것 같고
나 : 싸울 일도 별로 없었으니까ㅋㅋㅋ
초코우유 : 그치
나 : 그리고 여기서 내가 조용히 입 다물면
나 :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나 :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건지
나 : 아직도 계속 망설이는 거고
초코우유 : 망설일 정도면 아직 확신이 없다는 거잖아
초코우유 : 잘 생각해보고 좀 더 나중에 말하면 안 돼?
나 : 물론 나도 좀 더 생각해볼 거고
나 : 빨리 결론 내리려는 건 아니야
나 : 일단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 : 너도 알았으면 해서 말하는 거야
초코우유 : 난 지금 머리가 안 돌아간다
나 : 갑자기 이런 말을 하게 돼서
나 : 나도 미안하다고 생각해
나 : 근데 지금 아니면
나 : 기회가 없을 것 같더라
초코우유 : 내가 사귀자고 할 것 같아서?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웃지 마
초코우유 : 농담한 거 아니야
나 : 아니, 전에 그런 말을 했던 게 생각나서
나 : 아마 으랑이……한테 그랬던 것 같은데
나 : 어떤 사이든 일단 관계가 굳어버리면
나 : 거기에 다른 이름을 써넣기가 힘들다고
초코우유 : ?
나 : 그러니까 여자친구는
나 : 여사친이 될 수 없고
나 :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초코우유 : 그런 말을 으랑이한테 왜 했어?
나 : 가능한 한 신중하게 대화 많이 하면서
나 : 뭐가 최선인지 판단하자고……였을 걸?
초코우유 : 그걸 나한테 말하는 이유는?
나 : 만약 너랑 다시 사귈 생각이었으면
나 : 거기서 후회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나 : 그냥 전에 하던 것처럼
나 : 아니, 됐다
나 : 이런 얘기는 좀 그렇네
초코우유 : 아까 으랑이 때문이라고 그랬지?
나 : 근데 오해하진 마라 진짜
나 : 으랑이가 불평을 했거나
나 : 그런 건 절대로 아냐
나 : 그렇게 오해할 것 같아서
나 : 일부러 얘길 안 하려고 했는데
나 : 네버 아재한테 혼나고 난 다음에
초코우유 : 아니, 쓸데없는 얘기는 됐으니까
초코우유 : 어쨌든 으랑이가 계기란 거잖아
나 : 뭐, 그렇지
초코우유 : 머리가 아프다 진짜
나 : 처음엔 나만 입 다물고 있으면
나 :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나 : 사실 그렇잖아ㅋㅋㅋㅋ
나 :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 : 으랑이처럼 모쏠이 아닌 이상
초코우유 : 뭐래는 거야 갑자기
나 : 얼마 전부터 으랑이가 계속 물어보더라고
나 : 전에 누구랑 만났는지 누구랑 사귀었는지
나 : 다들 적당히 덮어두고 넘어가는 건데
나 : 일부러라도 덮어두는 문제를
나 : 자꾸 건드리면서 궁금해하니까
나 : 얘가 연애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서
나 : 그런 거 괜히 들어봤자 너만 상처받는다고
나 : 몇 번씩 타이르다가 안 되면 짜증도 냈거든
초코우유 : 근데?
나 :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 : 내가 문제였던 것 같아
나 :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애도 아니고
나 : 잘 알아듣게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초코우유 : 계속 물어보니까?
나 : ㅇㅇ
나 : 그땐 얘가 왜 그러는지 몰랐어
나 : 그냥 좀 예민하구나 싶었는데
나 : 내가 그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나 : 불안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초코우유 : 애정이 넘치셔 아주
나 : 솔직히 난 그만큼 예민하질 못해서
나 : 으랑이가 뭘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나 : 여자들의 촉……이라고 하나?
나 : 앞으로도 이해할 것 같진 않은데
초코우유 : 너 같은 놈보다는 날카롭겠지 그래
나 : ㅇㅇ
나 : 내가 문제일 수도 있다고
나 : 그런 생각이 드니까ㅋㅋ
나 : 많이 미안해지긴 하더라
초코우유 : 꼴에 철 들었다 이거야?
나 :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나 : 사람이 쉽게 바뀌진 않지
나 : 그건 확실해ㅋㅋㅋㅋ
나 : 지금도 오락가락하는데
나 : 그래도 반성은 많이 하고 있어
나 :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지 뭐
초코우유 : 한숨만 나온다 정말
나 : 무조건 이해하라고만 한 것 같아서
나 : 굉장히 미안하기도 하고ㅋㅋㅋ
나 : 그동안 내가 사람들한테
나 :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
나 : 대충 보여서 되게 한심해지더라
나 : 그래서 지금 너한테도 많이 미안해
초코우유 : 아니, 그런 얘기는 됐고
나 : ㅇㅇ
초코우유 : 그래서?
초코우유 : 어떻게 하자는 건데?
나 : 우선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다야
나 : 그동안 고민했던 이유 전부고
나 : 변명……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나 :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어
초코우유 : 진심이다 이거지?
나 : ㅇㅇ
나 : 진심이야
초코우유 : 되게 잔인한 소릴 한다 너
초코우유 : 일부러 그러는지는 몰라도
초코우유 : 아예 무시를 해버리네?
초코우유 : 그동안 내가 무슨 기분이었는지
초코우유 :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