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5월 26일 월요일 PM 5시 (4)
나 : 내가 이걸 너한테 말해야 하는지
나 : 거의 2주일 가까이 고민하면서
나 : 위장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는데
초코우유 : 쓸데없는 잡설은 됐고
초코우유 : 으랑이잖아 결국
초코우유 : 누나가 바보냐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척 보면 다 알지
나 : 내가 생각해도 웃기긴 해
초코우유 : 뭐가
나 : 이젠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나 : 왜 너 눈치를 보나 싶어서
나 : 솔직히 너도 남자 만나고
나 : 맘대로 살고 있는데ㅋㅋㅋㅋ
초코우유 : 너는 그렇게 못해서 억울해?
초코우유 : 그렇게 인기 있고 싶은 줄
초코우유 : 누나가 미처 몰라줬네ㅋㅋㅋ
나 : 억울하다는 것보다는
나 : 그냥 뭐랄까ㅋㅋㅋ
나 : 납득이 잘 안 되더라
초코우유 : 무슨 납득이 필요한데?
나 :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초코우유 : 너도 인생에 현타 왔니?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그런 계절이긴 하지 그래
나 : 왜 지금도 너 안색부터 살피는지
나 :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나 : 이렇게 미련이 남았나 싶어서
나 : 아직도 너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나 : 필사적인 거 보면 한심하더라ㅋㅋㅋ
초코우유 : 그거야 뭐, 피차일반이니까ㅋㅋ
초코우유 : 딱히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닌데
초코우유 : 누난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
나 : 뭐가
초코우유 : 다른 여자가 맘에 걸려서
초코우유 : 누나랑 같이 있으면서도
초코우유 : 한눈 파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거 아냐
나 : 비슷해
초코우유 : 내가 그것 때문에 화난 줄 알았어?
나 : 너 그런 거 존나 싫어하잖아
나 : 과제 때문에 만난 거라고
나 : 아무리 설명을 해도ㅋㅋㅋ
나 : 안색부터 바꾸고 화를 내는데
초코우유 : 좀 빡세게 갈구긴 했지ㅋㅋ
나 : 너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니까?
나 : 여자 앞에서 예쁘다 귀엽다
나 : 이런 칭찬이 입에서 안 나와
초코우유 : 그거야 니 사정이고
나 : 저게 진짜……
초코우유 : 그럼 뻔히 여자친구가 옆에 있는데
초코우유 : 다른 여자랑 통화하는 건 정상이냐?
나 : 다른 여자가 아니라 그냥 후배잖아
초코우유 : 뭐든 간에
나 : 내가 걔랑 노닥거리길 했냐
나 : 아니면 다른 약속을 잡았냐
나 : 다음 강의랑 과제 때문에
나 : 꼭 필요한 얘기만 했잖아
나 : 그리고 당장 급하다는데
나 : 아니, 됐다 시발
나 : 여기서 옛날 얘기로 넘어가면
나 : 또 한바탕 해야 할 것 같아서
나 : 좀 전부터 자꾸 손이 근질거린다
초코우유 : 아니, 됐고
초코우유 : 그래서?
나 : 뭐가
초코우유 : 아까부터 왜 자꾸 삼천포야
초코우유 : 확실하게 정리해서 말을 해
초코우유 :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초코우유 : 내가 화난 줄 알았다는 거잖아
나 : ㅇㅇ
초코우유 : 솔직히 납득은 안 되지만
초코우유 : 대충 뭐, 그런 이유로
초코우유 : 전화도 안 받았고
초코우유 : 몸을 사렸다는 거지?
나 : 몸을 사렸다기보다는
초코우유 : 그럼?
나 : 방금 말했잖아 시발ㅋㅋ
초코우유 :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초코우유 : 감이 안 잡힌다던 그거?
나 : 너 목소리 들으면서
나 : 뭐라고 해야 할지
나 : 도저히 감도 안 잡히고
초코우유 : ㅇㅇ
나 : 넌 화나면 무작정 들이받는 성격이고
나 : 나도 걸어오는 싸움은 안 피하니까
나 : 이러다가 또 대판 싸우겠구나 싶어서
초코우유 : 몸을 사렸다는 말로 들리는데
초코우유 :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뭐
초코우유 : 그래 알았어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근데 누나도 이건 말해야겠다
나 : 뭔데
초코우유 : 누나가 화가 나긴 했거든?
나 : 알아
초코우유 : 근데 니가 생각하는 이유는 아니고
초코우유 : 실컷 걱정을 끼쳐놓고선ㅋㅋㅋ
초코우유 : 갑자기 연락도 안 받고
초코우유 :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초코우유 : 잠수를 탔다는 게 화가 나는 거야
나 : 그건 진짜로 미안
초코우유 : 당장 죽을 것 같은 얼굴로ㅋㅋ
초코우유 : 아침까지 한 마디도 안 하고
초코우유 : 그런 식으로 집에 보냈으면서
초코우유 : 사람이 걱정하는 줄도 모르고
나 : ㅇㅇ
나 : 미안해
초코우유 : 내가 설마 사귀지도 않는데
초코우유 : 그런 이유로 화를 냈겠냐?
초코우유 : 아직도 20대 초반인 줄 알아?
초코우유 : 너 나보고 변한 게 없다고 했지?
초코우유 : 너도 똑같아 개새끼야ㅋㅋㅋㅋㅋ
나 : 그러게 말이야
나 : 발전이 없네
초코우유 : 웃음밖에 안 나오네
초코우유 : 진짜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화가 난 줄 알았다고?
나 : 미안
초코우유 : 결국 도망친 거 맞네
초코우유 : 싸우는 게 무서워서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누나가 진짜ㅋㅋㅋ
초코우유 :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나 : 그렇게 안 좋아 보였냐
초코우유 : 얼굴이 새카맣게 죽어 있어서
초코우유 : 보고 어디 잘못된 줄 알았어
초코우유 : 안 그래도 아픈 애한테
초코우유 : 너무 무리시켰나 싶어서
초코우유 : 119에 연락할 생각까지 했는데
나 : ㅇㅇ
초코우유 : 화가 난 줄 알았다고??
초코우유 : 고작 그런 이유로ㅋㅋ
초코우유 : 전화도 안 받았고?
초코우유 : 누난 그것 때문에 화가 나거든?
나 : 이제 와서 뭐라고 하든 변명 같긴 한데
나 : 생각이 다 정리가 안 된 채로 만나면
나 : 서로 지칠 때까지 대판 싸운 다음에
나 : 평소처럼 술 한 잔 하고 화해하고
나 : 다시 유야무야 되겠구나 싶어서 그랬어
초코우유 : 그게 싫어?
나 : ㅇㅇ
초코우유 : 누나랑 화해하기가 싫었어?
나 : 화해……하기 싫었다는 것보다
나 :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어
나 :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나 :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것 같더라
초코우유 : 무슨 기회?
나 : 물론 나 혼자 그러면 안 됐다고
나 : 네버 아재한테 혼난 다음에
나 : 나도 반성을 많이 하긴 했는데
초코우유 : 무슨 기회냐니까?
나 : 솔직히 평범한 건 아니잖아 이게
초코우유 : ??
나 : 넌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하냐?
나 : 벌써 몇 년 전에 헤어졌는데
나 : 아직도 친구랍시고ㅋㅋㅋ
나 : 그래 뭐, 친하게 지내는 것까진
나 : 드물지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나 : 나도 여사친이 없는 건 아니니까
초코우유 : 그런데?
나 : 근데 전 여친이랑은 연락 안 하거든?
초코우유 : 먼저 친구로 지내자고 한 건 너잖아
나 : 솔직히
나 : 그래
나 : 미련 남아서 한 소리였어
나 : 각자 성격도 많이 다르고
나 : 헤어지기 직전에는
나 : 얼굴 볼 때마다 싸웠잖아
초코우유 : 그랬지
나 : 너는 안 지겨웠냐?
초코우유 : 일단
초코우유 : 계속해봐
나 : 나는 존나 지겹고 싫었어 진짜ㅋㅋ
나 : 그런데 첫 여친이라 그런지 몰라도
나 : 쉽게 놔줄 생각은 안 들더라고
나 : 하도 싸워서 질렸다곤 하지만
나 : 완전히 정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나 : 그랬으니까 너도 받아들인 거잖아
초코우유 : 그건 그렇지
나 : 근데 너랑 헤어진 다음에
나 : 주변에서 다들 그랬거든
나 : 원래 전 여친이랑은
나 : 연락하고 지내는 거 아니라고
나 : 맘에 들어서 사귀었던 사이인데
나 : 근처에서 자꾸 얼쩡거리는 이상
나 : 절대 친구로는 안 보일 거라면서
초코우유 : 남들이 뭐라고 하든
초코우유 : 잘 지냈잖아 우리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이제 와서 왜 그래
나 : ㅇㅇ
초코우유 : 언제부터 평범한 걸 신경 썼다고
나 : 우리끼린 잘 지내긴 했지
나 : 근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나 : 그렇게 안 보인다는 거
나 : 너도 알고 있잖아ㅋㅋㅋㅋ
초코우유 : 다른 사람들이 뭔 상관인데??
나 :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초코우유 : 아니, 나도 알아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너 그런 거 되게 싫어하니까
초코우유 : 나한테 남자친구 있으면
초코우유 : 일부러 연락도 안 하고
초코우유 : 길동이랑만 만나고 그랬잖아
나 : ㅇㅇ
초코우유 : 나는 전혀 상관없었는데
초코우유 : 헤어졌다고 한 다음에야
초코우유 : 다시 만나주고ㅋㅋㅋ
초코우유 :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
나 : 상관이 없으면 안 된다니까?
나 : 이제 와서 할 말은 아닌데
나 : 나도 여자친구 있을 때
나 : 되도록 안 만나려고 했잖아
나 : 니가 신경을 안 써서 문제였지
초코우유 : 내가 뭘
나 : 집까지 와서 들락거리는데
나 : 어떤 여친이 그걸 냅두냐?
나 : 당연히 박 터지게 싸우고
나 : 이럴 거면 헤어지자고 하지
초코우유 : 어차피 오래 못 갈 애들이었어
나 : ?
초코우유 : 애초에 성격이 완전 다른데 뭘
초코우유 : 너 성질머리 받아주는 여자가
초코우유 : 그렇게 흔한 줄 알아?
초코우유 : 매번 대판 싸우고 헤어졌으면서
초코우유 : 오래 못 갈 거 뻔히 보이던데 뭘
나 : 그건 솔직히 좀 후회 중이야
나 : 훨씬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나 : 나랑 사귀어줬던 거 보면
나 : 착하고 좋은 애들이었는데
나 : 대체 뭐에 눈이 멀었던 건지ㅋㅋ
나 : 진지하게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
초코우유 : 그래서 그것도 나 때문이란 거야?
나 : 내가 죽일 놈이라서 그랬던 건데
나 :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냐ㅋㅋ
나 :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지
초코우유 :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나 : 내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초코우유 : 제대로 들었지 그럼
초코우유 : 으랑이 때문이란 거 아냐
나 : 왜 자꾸 그쪽으로 빠지냐면서
나 : 짜증을 내야 할 것 같긴 한데
나 : ㅇㅇ
나 : 사실 맞아
나 : 결국 으랑이 때문이지 뭐
초코우유 : 의외로 빨리 인정하네
나 : 이제 와서 뭘 그래
나 : 새삼스럽게ㅋㅋ
나 : 어차피 알고 있잖아
나 : 그래서 물어본 거 아냐?
초코우유 : 좀 전까진 죽어도 인정 안 하더니
나 : 딱히 프라이버시를 밝히는 것도 아닌데 뭘
나 : 따지고 보면 결국 내 개인적인 문제라서
나 : 으랑이랑은 크게 관련이 없기도 하고ㅋㅋ
초코우유 : 맘에 안 들어
나 : 아니, 관련이 없다고 하면 안 되나?
초코우유 : ?
나 : 처음에는 계기 정도라고 생각해서
나 : 일단 산적한 문제부터 처리하고
나 : 마음에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나 : 진지하게 고민해볼 계획이었는데
나 :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 : 변명의 구실로 삼는 거라고 하더라
초코우유 :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나 : 네버 아재한테 혼난 얘기
초코우유 : ?
나 : 내가 처신을 똑바로 못하는 바람에
나 : 요즘 계속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데
나 : 너랑은 관계없는 문제니까
나 : 저쪽에 혼자만 빠져있으라고
나 : 따돌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나 : 혼나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
초코우유 : 으랑이 얘기하는 거 맞지?
나 : ㅇㅇ
초코우유 :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네
초코우유 : 으랑이한테 미안해서 그래?
나 :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면
나 : 존나 웃을 거 알고 있는데
초코우유 : 들어서 웃긴 얘기야?
나 : 어느 정도는 나중에 정신 좀 차리고
나 : 이유를 가져다 붙인 것 같긴 한데
나 : 당시엔 그게 왜 그런지도 몰랐어
나 : 왜 으랑이한테 미안한지도 모르겠고
나 : 그냥 죄책감 때문인지 죽을 것 같더라
초코우유 : 그럴 것 같더라
나 : ?
초코우유 : 이참에 솔직히 말해봐
초코우유 : 으랑이랑 무슨 관계야?
나 : 그건 아까 대답하기 싫다고 했잖아
초코우유 : 어디까지 갔는지 말고
초코우유 : 정확한 관계를 불라고
초코우유 : 둘이 어떤 사이야
초코우유 :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잖아
나 :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면 화낼 거냐?
초코우유 : 솔직하게 말할 때까지
초코우유 : 잔소리 존나 긁을 거야
나 : 근데 실제로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나 : 굳이 말하면 서로 간 보는 사이?
나 : 으랑이는 여친 기분인 것 같지만
나 : 아직 뭘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나 : 그냥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하고
나 : 옆에서 잔소리만 열심히 하는데
초코우유 : 아무 사이도 아닌데 죄책감을 느껴?
나 : 어떤 사이가 돼야 하는지
나 : 결정을 못했다는 거지
나 : 감정이 없다는 건 아니야
초코우유 : 좋으면 좋은 거지
초코우유 : 결정을 왜 못해
초코우유 : 우유부단하단 소리 아냐?
나 : 그런 소릴 들어도 할 말 없긴 한데ㅋㅋ
나 : 솔직히 뭐가 최선인지 아직 모르겠어
나 : 나도 뭐,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고
나 : 연애에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나 : 아직 좀 망설이고 있는 단계긴 한데
초코우유 : 너 진짜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 : 여유를 두고 천천히 대화를 해보려고
나 : 특히 으랑이 같은 경우엔ㅋㅋ
나 : 서둘러서 좋을 게 없으니까
나 : 서로한테 뭐가 최선의 결과인지
나 : 나 혼자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아
초코우유 : 그래서 대답을 못하시겠다?
나 : 아직은
초코우유 : 누난 잘 모르겠다 낭이야
나 : 뭐가
초코우유 : 책임지는 게 싫어서 미루는 건지
초코우유 : 아니면 상대가 진짜로 소중해서
초코우유 : 진지하게 결정하려고 하는 건지
나 : 후자……일 거라고 생각해
나 : 최소한 미룰 생각은 없어
초코우유 : 으랑이가 그렇게 좋아?
나 : 소중하게 대하고 싶어
나 : 개인적인 책임도 있고
나 : 이렇게 말하면
나 : 이상한 쪽으로 오해할 것 같은데
초코우유 : 아무 일도 없었다고?
나 : ㅇㅇ
초코우유 : ㅋㅋㅋ
나 : 예전에 네버 아재가 말했거든
나 : 책임이란 게……뭐랬더라?
나 : 아 맞아
나 : 결과의 부산물 같은 거라고
초코우유 : 무슨 소리야 그건 또
나 : 나도 몰라
초코우유 : ???
나 : 설명을 안 해주는데 어떻게 알아
초코우유 : 근데 갑자기 왜ㅋㅋ
나 : 며칠 전에 똑같은 소릴 듣고 나서
나 :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 : 그냥 말 그대로 이해하기로 했어
나 : 이제 그 정도 나이 먹었으면
나 :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초코우유 : 좀 다른 것 같은데ㅋㅋ
나 : 근데 그 아저씨가 할 만한 소리잖아
초코우유 : 그렇긴 한데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너무 당연한 소리잖아
초코우유 : 고등학생도 아니고
초코우유 :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나 : ㅇㅇ
나 : 당연한 거지
초코우유 : 책임질만한 일이라도 했어?
나 : 세상만사 전부 자기 책임이지 뭐
나 : 카드를 긁었으니 통장이 빈 거고
나 : 밥을 처먹었으니 살이 찌는 거고
나 : 고백을 했으니 사귀는 거고
나 : 술을 마셨으니 숙취가 오는 거고
초코우유 : 얘가 갑자기 왜 이래
나 :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 : 자기가 저지른 사소한 행동이
나 : 어떤 결과로 돌아오게 될지
나 : 거기에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나 : 전부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을까?
초코우유 : 없겠지 보통……?
나 : 근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잖아
나 : 그리고 그건 보통 본인이고ㅋㅋㅋ
나 : 방금 니가 말한 것처럼
나 :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나 : 다들 잊고 사는 거 아니겠냐
초코우유 : 일일이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잖아
초코우유 : 적당히 잊어버리면서 살아야지 뭐
초코우유 :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나 : 그냥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초코우유 :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
초코우유 : 맞는 말 같긴 한 것 같아
초코우유 : 특히 카드 고지서는ㅋㅋ
나 : 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그래서?
나 :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순 없잖아
나 : 물론 그동안 즐거웠던 것도 맞고
나 : 멘탈이 약한 것만 빼면ㅋㅋㅋ
나 : 충분히 좋은 친구였다고 생각해
초코우유 : 이것도 으랑이 때문이야?
나 : 음
초코우유 : 누나가 뭔가 실수해서 그래?
초코우유 : 으랑이가 누나 때문에
초코우유 : 많이 힘들었다고 그랬어?
나 : 으랑이한테 미안한 것도 사실이고
나 : 불안하게 만들기 싫은 것도 맞아
나 : 근데 좀 더 근본적으로는
나 : 길동이한테도 얘기했던 건데
나 : 날 위해서……라는 게 좀 더 크지
초코우유 : 그러니까 누나가 뭔가 잘못했냐구
나 : 몇 년이나 질질 끌었으면
나 : 슬슬 결론 내릴 때도 됐지
나 :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 : 너무 늦었단 생각도 든다
초코우유 : 우리 지금까지도
초코우유 : 크게 안 싸우고
초코우유 : 충분히 잘 지냈잖아
나 : 지금까지 잘 지내긴 했지만
나 : 앞으로 계속 이럴 순 없잖아
초코우유 : 그러면 안 돼??
나 : 진짜로 서로에 대한 미련이 없어서
나 : 좋은 친구로 남기로 한 거였다면
나 : 그래 뭐, 서먹서먹하긴 해도
나 : 시간이 좀만 더 지나면
나 : 잘 지낼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나 :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ㅋㅋㅋ
초코우유 : 우린 무슨 사이인데 그럼
나 : 이제야 청구서가 날아온 사이지 뭐
나 : 그동안 계속 상환을 미루는 바람에
나 : 이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는데
나 : 더 늦기 전에 너랑 얘기할 수 있어서
나 : 지금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