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선조교기록 (224)화 (224/313)



〈 224화 〉5월 26일 월요일 PM 5시 (3)





초코우유 : 귀찮아서 도망가려고 했던 주제에

 : 말을 또 그렇게 하냐ㅋㅋㅋ
나 : 누가 언제 도망을 쳤다고
 : 왜들 그렇게 사람을 몰아가지


초코우유 : 누구긴 누구야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일주일씩이나 연락도 없고
초코우유 : 억지로 불러내기 전까지
초코우유 : 잠적하던  남친 놈이지

나 : 전 남친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 않냐
나 : 누가 들으면 방금 헤어진 줄 알겠네
나 : 갈라선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나 : 그동안 연애를 안 했던 것도 아니고

초코우유 : 전 남친이란 말이 듣기 싫으면


나 : 전 남친이 한두 명인 것도 아니면서


초코우유 : 전 주인님이라고 할까 그럼?
초코우유 : 그건 다 찍고 너밖에 없는데


나 : 아니
나 : 

초코우유 : 예전처럼 불러줄까?
초코우유 : 그쪽이 더 좋아서 그래?


 : 우리 제발 대화의 수위를ㅋㅋ

초코우유 : 아니, 그게 좋으면 말을 해
초코우유 : 그러면 만족할  같아?
초코우유 :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초코우유 : 해달라고 하면 해줄게 그거


나 :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지금


초코우유 : 당연한  아냐?

나 : 그래 알았어ㅋㅋㅋㅋ
나 : 내가 잘못했다
 : 잘못했으니까
나 : 우리 인간적으로
나 : 거기까진 가지 말자


초코우유 : 거기까지가 어디까진데

나 :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초코우유 : 어

 : 아니, 시발 진짜

초코우유 : 누나 머리가 별로 안 좋아서
초코우유 : 뭐라는지 잘 모르겠거든?
초코우유 : 불만이 있음 말을 해보라고


나 : 됐다 관둬 시발
나 : 오늘은 싸우지 말자

초코우유 : 관두긴  관둬
초코우유 : 아까부터 계속
초코우유 : 말을 해보라고
초코우유 :  말을 못해
초코우유 : 떳떳하면  못해

 : 아니, 그러니까

초코우유 : 말을 해보라니까?
초코우유 : 뭘 잘못했냐고
초코우유 : 물어보잖아 누나가

나 : 하아아아아…

초코우유 : 나한테 사과할 생각이라며
초코우유 : 진지하게 얘기해보겠다며
초코우유 : 그래서 기회를 주잖아 지금
초코우유 : 어디 진지하게 떠들어보라고


 : 말하다 갑자기 혼자 빡치면서
나 : 들이받는 버릇은 시발ㅋㅋㅋ
나 :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질 않네
나 : 그래 시발
나 : 왠지 느낌이 싸하더라
나 : 이렇게 될 것 같긴 했는데
 :  항상 예상은 빗나가질 않냐


초코우유 : 그렇게 똑똑하면 변명이라도 해보라고
초코우유 :  잘못했는데 사과를 하겠다는 건데?
초코우유 : 내가 왜 화났는지 알고는 있어?

나 : 아니, 나도 진짜 부탁인데
나 : 여기서 그만하면 안 돼?
나 : 너랑 싸우기 싫다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왜 굳이 시비를 걸어오냐


초코우유 : 아니, 말을 해보라고


나 : 싸우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 테고
나 : 서운하게 했으면 사과를 하겠지만
나 : 이런 식으로 치고 들어오면
나 : 지금 이 자리에서 파토낸 다음
나 : 꺼지라고 하는 것밖에 더 되겠냐

초코우유 : 가려면 가던지
초코우유 : 맘대로 해
초코우유 :  붙잡을게


 : 고집부리지 말고


초코우유 : 안 그래도 공사다망하실 텐데
초코우유 : 이런 시간에 와서 방해했네
초코우유 : 누나가 미안하다 그래ㅋㅋㅋ


 : 왜 갑자기 짜증이 났어

초코우유 : 그러게?

 : 나 때문에 짜증이  건 알겠는데
나 : 제발 부탁이니까 좀만 진정하자
나 : 아니, 그리고 너도  알잖아
 : 우리 여기서 좀만 더 나가면
 : 진짜 멱살 잡고 싶을 만큼
나 : 박 터지게 싸우는 거ㅋㅋㅋㅋㅋ
 : 너도 많이 겪어봤으니 알 거 아냐

초코우유 : 갑자기 울컥하니까 그러지
초코우유 : 말하다 보니 화가 나는데
초코우유 :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초코우유 : 싸우고 싶지 않으면
초코우유 : 말을 좀 골라서 하던가


나 : 오케이
 : 그래
나 : 알았어

초코우유 :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냐
초코우유 : 내가 하는 말은 전혀 안 듣고
초코우유 : 어쩜 그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나 : 경은아


초코우유 : 왜
초코우유 : 요


 : 일단 진정하고
나 : ㅋㅋㅋㅋㅋ
나 : 간식이라도 먹자

초코우유 : 갑자기 웬 간식 타령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이젠 아예 노골적이네
초코우유 : 말도 섞기 싫다 이거야?

 : 시간 보니까 그럴 때다 싶어서
나 : 저녁 먹을 때가 가깝긴 한데
나 : 엄마한테 혼날 나이도 아니고
나 : 달달한 거라도 하나 먹고 하자

초코우유 : 내가 지금 배고파서 이러는  같아?
초코우유 : 요?

나 : 그렇게 단순하면 나도 편했을 텐데


초코우유 : 싸우자는 거지 지금?

나 : 끝까지 들어라 좀ㅋㅋㅋㅋㅋㅋ
나 : 그렇게 단순한 성격도 아니고
나 : 울컥하는 기분도 알겠으니까
나 : 화를 내더라도 간식 좀 먹은 다음에
 : 당이라도 채우고 화를 내라는 거지
 : 너 항상 스트레스 받을 땐 간식 찾잖아

초코우유 : 그래서 지금 그 소리야?
초코우유 : 간식 먹고 입 다물라고?

나 : 에헤이


초코우유 : 스트레스 받는 이유가 뭔데
초코우유 : 이게  누구 때문인데ㅋㅋㅋ


나 : 알았으니까 간식 먹자 간식
나 : 집에 초콜릿 있을 거 아냐
나 : 쌀이 떨어질지언정
나 : 과자는 쌓여있는 거 알아
나 : 너 말차 초콜릿? 좋아하잖아

초코우유 : ?

 : 아니야?


초코우유 : 아니, 맞긴 한데

나 : 근데 왜

초코우유 : 별걸 다 기억한다 싶어서
초코우유 : 자기가 관심 없는 건
초코우유 : 옆에서 아무리 지랄을 해도
초코우유 : 머리에 집어넣질 못하는 애가


나 : 내가 치매 환자도 아니고
나 : 관심이 없다고 해서ㅋㅋ
나 : 기억을 못하는 정돈 아니거든?


초코우유 : 딱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초코우유 : 그것도 한참 전에ㅋㅋㅋㅋ
초코우유 : 기억하고 있다고 하니까
초코우유 :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다

나 : 몇  전에 일본 갔을 때였지 아마?


초코우유 : 


나 : 엄청 맛있게 먹기도 했고
나 : 인생 초콜릿 찾았다고
 : 붙잡고 한참 떠들었으니까
나 : 나도 인상 깊었나 보지 뭐ㅋㅋ


초코우유 : 그래서 먹으라고 지금?


나 : 집에 없어?

초코우유 : 그런  아닌데
초코우유 : 좋아하는 거라
초코우유 : 항상 몇 개씩 사두니까
초코우유 : 찬장 뒤져보면 있을 걸

나 : 먹고 싶지 않아?


초코우유 : 짜증 

나 : 왜 또
나 : 뭐가
나 : 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먹이로 길들이는 것 같아서 짜증 나

나 : 짜증 난다는 거 보니까
나 : 당분이 필요하긴 하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초콜릿 땡기잖아 솔직히

초코우유 : 다이어트 때문에 참고 있었는데

나 : 간식 정도로 뭘 그래

초코우유 : 갑자기 초콜릿이라고 하니까


나 : ㅇㅇ
 :  좋아하는 말차 초콜릿이다
 : 오늘 컨디션 안 좋다며
나 : 끌어올려야지 빨리ㅋㅋㅋ
나 : 모처럼 쉬는 날인데 아깝잖아


초코우유 : 살찌면 책임 질 거야?

나 : 그래봤자 가슴으로밖에 더 가겠냐

초코우유 :   때려주고 싶네 진짜

나 : 그동안 열심히 자제했으면
 : 가끔은 좋아하는 거 먹고
나 : 스트레스를 풀어줘야지
나 : 안 그러면 오래 못 가
 : 도중에 금방 지쳐서 포기할 걸?

초코우유 : 짜증 나게 왜 혹하지…

나 : 뭐든 모티베이션 유지가 중요한 거야
나 : 작심삼일을  넘기는 이유가 뭐겠어
나 : 중요한 순간에 조금씩 풀어줘야지
나 : 한계까지 쌓아두니까 터지는 거 아냐
나 : 간식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자 우리


초코우유 : 저번엔 살쪘다고 했으면서

 : 농담도 구분을 못하냐ㅋㅋ

초코우유 : 농담 아니었던 것 같은데


 : 진짜로 뚱뚱하면 그런 소리도 못해
 : 겉보기에 똑같으니까 놀리는 거지
 : 그리고 사이즈가 똑같으니까
나 : 재작년에 산 바지를 아직도 입지
 : 오히려 허리는  줄어든 것 같던데?

초코우유 : 진짜……?


나 : ㅇㅇ


초코우유 : 왠지 그런 기분이긴 했는데
초코우유 : 요즘  못 챙겨 먹긴 했지
초코우유 : 진짜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초코우유 : 점심도 거의 매일 거르고 있고


나 : 그러니까 컨디션 나쁠 때까지
나 : 다이어트한다면서 참지 말고
나 : 이럴 땐 좋아하는 거 먹고
 : 기운 차릴 생각을 해야 할 거 아냐


초코우유 : 그건 그래……

 : 내 말이 틀려?


초코우유 : 아……닌 것 같은데

 :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알지?

초코우유 : 알았어 그래

 : 그래그래
 : 착하다

초코우유 : 그건 또 뭐야ㅋㅋ
초코우유 : 착하긴 뭐가 착해

나 : 말 잘 들으니까 착하다고


초코우유 :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초코우유 : 혹시 나 없는 사이에
초코우유 : 도망을 친다거나

나 : 아니, 진짜 억울하네ㅋㅋㅋㅋ
나 : 지금까지 그랬던 적이 없는데
 : 왜 이렇게 사람을 모함해
나 : 내가 언제 도망친 적 있어?


초코우유 : 연락  받고 잠수타던 것도
초코우유 : 도망쳤다면 도망친 거지 뭐


나 : 반성하고 있다니까ㅋㅋ
나 : 내가 생각을 잘못했어
 : 그래서 오늘 너한테
나 : 사과할 생각도  거고

초코우유 : 일단 그래

나 : ㅇㅇ


초코우유 : 알았으니까
초코우유 : 낭이 너
초코우유 : 기다리고 있어

나 : 그래그래

초코우유 : 가서 초콜릿 가져올 테니까
초코우유 : 혹시라도 이상한 짓 하면
초코우유 : 누나 진짜 집으로 찾아간다


나 : 알았다니까

초코우유 : ㅇㅋ

 : 나도 먹을 것 좀 가져와야겠다
 : 배가 고프다 못해 속이 쓰리네
나 : 냉장고에 뭐가 있던가

초코우유 : 점심 안 먹었어?

 : 점심……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나 : 아까 일어나서 대충 먹었지 뭐


초코우유 : 대충  먹었는데


나 : 그냥 뭐, 냉장고에 있는 


초코우유 : 그러니까 냉장고에 뭐가 있냐고
초코우유 : 방금도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초코우유 : 그런 주제에 먹긴 뭘 먹어


나 : 저녁은 꼭 챙겨 먹을게

초코우유 : 아무튼  진짜 왜 그러냐
초코우유 :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초코우유 :  먹기라도 해야  거 아냐


나 : 초콜릿 가져왔어?


초코우유 : ㅇㅇ

나 : 일단 먹어
 : 그리고 얘기하자


초코우유 : 먹고 있어

나 : 잘했어
나 : ㅇㅇ
나 :   먹어

초코우유 : 신경질 나

나 : 그래그래

초코우유 : 맛있어서 더 짜증 

나 : 맛있으면 그럴  있지

초코우유 : 너 평소에 으랑이한테도 이래?

 : 갑자기 또 무슨 소리야ㅋㅋㅋㅋ
나 : 존나 뜬금없다고 생각 안 하냐
나 : 아까부터 말에 맥락이 없네
나 : 그 얘기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초코우유 : 달래는 기술이 늘었어
초코우유 : 평소보다 훨씬 뭐랄까
초코우유 : 무난하게 넘어가서
초코우유 : 우쭈쭈하는 느낌이야
초코우유 :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나 : 그래?

초코우유 : ㅇㅇ


나 : 나는 잘 모르겠는데


초코우유 : 언제 이런 식으로 달래준 적 있어?


나 : 누굴 달래줬다는 거야
나 : 으랑이?


초코우유 : 나 말이야 나

나 : 아


초코우유 : 자꾸 으랑이 얘기 할래?


나 : 적반하장이 시발
나 : 아니, 됐다
 : 그래ㅋㅋㅋㅋ
나 : 앞으로 조심할게

초코우유 : 과자로 낚으려는  처음이니까 그러지

 : 없……진 않았던  같은데


초코우유 : 싸울 만큼 싸우고 나서
초코우유 : 기진맥진한 다음에나
초코우유 : 마지못해 달래줬던 거잖아
초코우유 : 잘못했다고 생각도 안 하면서

 : 몇 년 전 얘기를 하는 거야
나 : 그땐 너도 20대 초반이었어


초코우유 : 지금은 나이 먹었다 이거야?

 : 아니, 그런 얘길 하려는  아니라


초코우유 : 그럼?

 : 나는 너보다 두 살이 어렸다고
나 : 누가 누굴 달래줄 상황이었냐?
나 : 둘 다 서로 눈 돌아가서
나 : 일단 닥치고 싸우기 바빴지


초코우유 : 지금은 익숙해졌다 이거야?


나 : 아니 뭐, 당연히 익숙해져야지
 : 그래야 앞으로 3년쯤 지나서
 : 철없단 소리는 안 들을  아냐

초코우유 : ?

나 : 그런 게 있어


초코우유 : 뭐래


나 : 요즘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 말하는 것도 두서가 없네
나 : 그냥 대충 흘려들어ㅋㅋㅋ


초코우유 : 아까부터 어금니 부서지는 소리 들리는데

나 : ㅇㅇ
나 : 사실 지금도 무진장 참고 있다
 : 방금 쌍욕도 몇 번 썼다가
나 : 일 크게 만들기 싫어서 지웠어


초코우유 : 그럼 그렇지ㅋㅋㅋ


나 :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겠냐
나 : 절대로  싸우겠다고 해놓고
나 : 자꾸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데
 : 이 악물고 참는 중이다


초코우유 :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나 : 초콜릿 하나  먹어


초코우유 : 뭐지 진짜……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아까부터 적응  되게
초코우유 : 이런 식으로 누구 달래고
초코우유 : 넘어가는 애가 아니었는데

 : 맛있냐?

초코우유 : 맛있다 그래


 : 잘됐네

초코우유 : 진짜로 싸우기 싫은가 보네


 : 좋아서 싸운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초코우유 : 싸움을 거는데 피한 적도 없잖아

나 : 진짜로 싸우자고 덤빈 거였냐


초코우유 : 갑자기 확 끓어오르는데 어떡해
초코우유 : 그리고 평소엔 너도 이럴 때마다
초코우유 : 달래주지는 못할 망정ㅋㅋㅋ
초코우유 : 팩트랍시고 열 받는 소리만 하니까


 : 네버 아재가 그러더라
나 : 어차피 못 이길 싸움
나 : 그냥 포기하라고ㅋㅋ

초코우유 : 아저씨가  법한 말이네

나 : 길동이도 대충 포기하고 살라더라
나 : 취직해서 사회로 나가보면ㅋㅋ
나 : 훨씬 더 억울한 일이 많을 거라고


초코우유 : 그래서 지금 이게 포기한 거야?

나 : 그냥 뭐, 나름대로 절충안?
나 : 싸우기 싫은  사실인데
나 : 방금 니가 말한 것처럼
 : 싸움을 걸어오면 울컥하니까
나 : 일단 달달한 거라도 먹인 다음에
 : 잠시 생각할 여유를 갖자는 거지


초코우유 : 말은 잘해


나 : 초콜릿 하나 더 먹어

초코우유 : 아니, 진짜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조련하는 것도 아니고
초코우유 : 초콜릿이 무슨 신경안정제야?
초코우유 : 아니면 걍 입을 막고 싶어서 그래?


나 : 좋아하는 거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잖아

초코우유 : 그거야 뭐, 그렇긴 하지

나 : 그리고  좋아하는 그건
 : 하나 집어먹은 다음에
나 : 손가락에 묻은 가루
 : 제대로 안 털어내면
나 : 키보드에  묻으니까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답장이 좀 느려지겠지


초코우유 : 그건 파베 초콜릿 얘기고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건
초코우유 : 평범한 판 초콜릿이네요~


나 :  소린지 모르겠다


초코우유 : 손에 가루 묻을 일 없다고ㅋㅋ


나 : 아ㅋㅋ

초코우유 : 쓸데없이 잔머리 쓰고 있어
초코우유 : 잘 알지도 못하면서ㅋㅋㅋ
초코우유 : 맨날 저런 수작이나 부리니까
초코우유 : 이상한 쪽으로 혼자 심각하지

나 : 심각할만하니까 심각한 거지

초코우유 : 그럼 연락은 왜 안 받았어?


나 : 미안하다니까ㅋㅋㅋㅋ


초코우유 : 사과를 받고 싶은 게 아니라
초코우유 : 이유가 듣고 싶은 거야ㅋㅋ
초코우유 : 왜 그렇게 기다리게 했어?
초코우유 : 그게 그렇게 고민할 일이었어?

나 :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 현관 비밀번호까지 아는 사이에
나 : 잠적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
나 : 당장 집으로 쳐들어올  뻔한데

초코우유 : 그럼 전화라도 받았으면 좋잖아

 :  말이 없었어

초코우유 : 핑계가  그럴듯하네


나 : 아니, 진짜로
나 : 아직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나 : 전화받으면 괜히 싸우기만   같아서
나 : 일어나서 부재중 전화 볼 때마다
 : 자기 전에 휴대폰 꺼둘까 생각도 했거든

초코우유 : 진짜로 미쳤구나?


나 : 그러게

초코우유 : 연애 때도 안 하던 짓을
초코우유 : 왜 이제 와서 하고 그래
초코우유 : 진짜로 죽일까 저거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냥 생각만 했다고ㅋㅋ
나 : 진짜로 꺼놓진 않았잖아

초코우유 : 아니, 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나 : 무서웠다기보다는
나 : 뭐라고 해야 하나
나 : 아 그래


초코우유 : ?


나 : 말 나온 김에 나도 물어보자
나 : 새벽에 나한테 전화 걸면서
나 : 솔직히 제정신 아니었지?


초코우유 : 제정신 아니었냐는 의미가 뭔데


나 : 취해있었냐고

초코우유 : 그냥 뭐, 맥주 한두 캔?

나 : 그럴 줄 알았다


초코우유 : 그게 무슨 상관인데ㅋㅋ

나 : 무슨 상관이긴ㅋㅋㅋㅋㅋ
나 : 너 같으면 취한 사람이랑
나 : 새벽에 싸우고 싶겠냐
나 : 그것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초코우유 :  싸우는 게 전제야
초코우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코우유 : 연락을 안 받아서
초코우유 : 짜증이 나긴 했는데
초코우유 : 전화로 싸울 생각은 없었는데


나 : 빡친 거 아니었어?

초코우유 : 누가??


나 : 너지 누구야


초코우유 : 내가?

나 : 그래서 매일 부재중 전화만
 : 3~5통씩 찍었던 거 아니야?


초코우유 : 내가  화를 내?

나 : 아니, 너 맨날 나한테 그랬잖아
나 : 다른 여자 지나갈 때마다
나 : 정작 난 관심도 없었는데ㅋㅋ
나 : 눈알 굴러가는 소리 들린다고
나 : 죽고 싶을 때만 고개 돌리라면서

초코우유 : 아니, 그건 반쯤 농담이었는데…


 : 다른 여자한테 관심 갖고 싶으면
나 : 최소한 나보다 예쁜 애를 보라고
나 : 못생겼으면 자존심 상하니까
나 : 그 정도 수준이면 허락해주겠다며

초코우유 : ㅇㅇ
초코우유 : 그래서?


나 : 그래서라니?


초코우유 : 내가 빡쳤다고 생각한 거랑
초코우유 :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
초코우유 : 얘기 이어지는 거 맞아?

나 : 다른 여자 얘기만 꺼내도
나 : 일단 안색부터 바꾸니까
 : 당연히 빡친 줄 알았지
나 : 허락도 안 해줬는데
 : 같이 있으면서 한눈 팔았다고


초코우유 : 누구한테 한눈을 팔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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