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8화 〉5월 24일 토요일 AM 0시 (3)
나 : 고작 일주일 고민했다고
나 : 아무것도 안 했다는 건
나 : 좀 심하지 않습니까?
나 : 위에 구멍 뚫린 것 같은데
네버다이 : 일주일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속을 끓이기엔 충분한 것 같은데요?
네버다이 : 낭이 님이 열심히 고민하는 동안 다른 분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네버다이 : 이번 기회에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버다이 : 그러지 못하면 아무리 고민해봤자 자기만족밖에 더 되겠습니까.
나 : 아니, 그러니까
네버다이 : 제대로 만나서 대화도 한 적 없는데 말입니다.
나 : 그건 내 잘못이 맞긴 한데
네버다이 :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네버다이 : 어쨌든 본인이 결정한 일이지 않습니까.ㅎㅎ
네버다이 : 상대에게도 분명히 뜻을 전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네버다이 : 혼자 북 치고 장구 쳐봤자 아무 의미 없을 텐데요.
네버다이 : 낭이 님의 나쁜 버릇인데 좀처럼 고쳐지질 않네요.
나 : 하
네버다이 : 그게 무슨 문제냐는 생각이 드신다면 낭이 님이 고민하는 동안
네버다이 : 두 분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생각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나 : 뭐가 문제인지 모르진 않아요
네버다이 : 그렇담 다행이구요.
나 : 근데 왜 두 명인지는 모르겠네요?
네버다이 : 그야 당연히 소으랑 님과 초코 씨죠.
나 : 경은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 : 으랑이는 왜 들먹여요 자꾸
네버다이 : 제가 들은 바로는 소으랑 님은 소심한 성격이라고 하던데요.
나 : 찐따에요
네버다이 : ㅎㅎ
나 : 사람이랑 말도 제대로 못하고
나 : 눈만 마주쳐도 덜덜 떨고
나 : 툭하면 울려고 하질 않나
나 :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면서
나 : 혼자는 또 외로우니까 싫대
길동3리 : 귀찮네
나 : 그런 주제에 급발진은 오지게 해
네버다이 : 그런 분이 고백 비슷한 말을 꺼낼 정도면
나 : 아니, 그 얘긴 하지 말자니깐?
나 : 본인도 언급을 피하는 일을
나 : 왜 주변에서 자꾸 꺼내냐고요
네버다이 : 소으랑 님이 말을 아낀다고 해서 그걸 핑계로 삼으면 쓰나요.
나 : 아니, 핑계가 아니라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내가 고민해야 할 일이잖아
나 : 근데 왜 주변에서 난리냐고
네버다이 : 이번엔 소으랑 님에게 말도 없이 혼자 결정하시려구요?
나 : 쯧
네버다이 : 글쎄요, 낭이 님은 책임이란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아요.
네버다이 : 물론 그거야 남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긴 합니다만.ㅎㅎ
네버다이 : 제가 말씀드렸던 두 가지,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나 : ?
네버다이 : 첫 번째는 언제나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라.
네버다이 : 책임을 다하는 것과 존중하는 것은 별개다.
네버다이 : 그리고 두 번째는
네버다이 : 낭이 님께선 꼰대 냄새 난다며.ㅎㅎ
네버다이 : 아마 흘려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나 : 그게 한두 번도 아니고
네버다이 : 책임이란 건 결국 결과에 딸린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네버다이 :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나 : 글쎄요
네버다이 : 떠올리는데 시간이 걸리실 듯 하니, 다시 반복하자면
네버다이 : 책임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지만,
네버다이 : 정말로 관심을 가져야 할 건 행동이지요.
네버다이 : 그런 결과를 만든 이유라고 하면 될까요?
네버다이 : 그렇게 된 이유를 신경 쓰라고 짧게 말씀드렸었는데.
나 : 무슨 행동요
네버다이 : 물론 고백에 가까웠다는 그런 행동 말이지요.
나 : 설마 울컥하길 기다리는 건 아닐 테고
네버다이 : 그럴 리가 있나요.
나 : ㅇㅇ
나 : 알아요
네버다이 : 낭이 님과 싸우고 싶은 것도 아니구요.
나 : 못 이길 싸움은 안 해요
네버다이 : ㅎㅎ
나 : 알았어요 시발
나 : 그냥 들을게
나 : 어차피 이제 할 말도 없고
네버다이 : 낭이 님이 그 부분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네버다이 : 아마 스스로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네버다이 : 무심코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만
네버다이 : 지금처럼 소으랑 님에게 마음이 끌리는 상황에선
네버다이 : 초코 씨에게 여유분을 할애하라는 말이 싫기도 하겠지요.
나 : 싸우려는 거 아니라면서요
네버다이 : 물론입니다.
나 : 사람은 정곡을 찔리면 화를 내요
네버다이 : 설마 그 정도로 철이 없을 리가요.ㅎㅎ
네버다이 : 낭이 님도 이제 나이가 있으신데요.
네버다이 : 언제까지고 스무 살 때처럼 굴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나 : 반쯤 농담으로 한 소리였는데
나 : 그 말을 들으니까 울컥하네요
네버다이 :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네버다이 : 낭이 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네버다이 : 저는 설교를 늘어놓고 싶진 않거든요.
네버다이 : 낭이 님 성격에 어차피 안 들을 것 같아서.ㅎㅎ
나 : 가드 내렸으니까 때리기나 하쇼
네버다이 : ㅎㅎ
나 : 후
네버다이 : 아무튼 그래요. 설령 마음이 끌리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네버다이 : 상대가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확인하게 된다면
네버다이 :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요.ㅎㅎ
네버다이 : 더 신경을 쓰고 싶고 관심이 가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네버다이 : 험담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이상하게 감싸주고 싶죠.
나 : 그런 얘기 하려던 거 아니잖아요
나 : 연애상담하는 것도 아니고
나 :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요 그냥
나 : 괜히 짤짤이 넣으면서 견제하지 말고
네버다이 :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알았습니다.ㅎㅎ
나 : 위가 아프다
네버다이 :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소으랑 님이 거기까지 몰린 이유나
네버다이 : 그렇게 행동한 까닭을 낭이 님이 생각해봤으면 하거든요.
네버다이 : 세상엔 의외로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네버다이 : 물론 의도를 평가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해결의 실마리란 의미로요.
나 : 몰려요?
나 : 누가
나 : 으랑이?
네버다이 : 물론 소으랑 님이죠.
나 : 스트레스……를 받긴 했겠지만
나 : 초코랑 만난다고 하니까
나 : 긴장하느라 그랬던 거고
나 : 잘 달래줬다고 생각했는데
나 : 그게 몰렸다고 할 정도인가?
네버다이 : 초코 씨랑 만난다는 약속이 도화선 정도는 됐을 수도 있겠지만
네버다이 :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네버다이 : 여성 분들이 화를 낼 때는 대부분 이유가 복합적이거든요.
네버다이 : 지금까지 쌓였던 불만이나 짜증이 한꺼번에 폭발하는데
네버다이 : 언제나 잔을 넘치게 하는 건 마지막 한 방울이 아니겠습니까.
네버다이 : 그런데 남성 분들은 폭발하고 나서야 이유를 찾으려고 하니
네버다이 : 내가 왜 화났는지도 모른다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더군요.ㅎㅎ
나 : 그럼 뭘 어떡해야 하는데요
나 : 의도한 것도 아니고
나 : 그냥 자기가 급발진하다가
나 : 가드레일에 들이받은 건데
네버다이 : 그것도 소으랑 님의 성격을 이루는 요인 중 하나인가요?
나 : 그냥 그런 성격이냐고 물어볼 것이지
나 : 아무튼 말 한번 더럽게 빙빙 꼬시네요
나 : 일부러 저러는 건가 시발
네버다이 : ㅎㅎ
나 : 그리고 그런 성격 맞아요
네버다이 : 그렇다면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 그러셨는지 기억하시나요?
나 : 어떤 상황이랄 게 있었나?
나 : 이유는 매번 달랐던 것 같은데
네버다이 :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ㅎㅎ
네버다이 : 상대가 무엇에 화를 내는지 살펴보는 것만큼
네버다이 : 그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는 방법도 없습니다.
나 : 갑자기 울컥할 때?
네버다이 : 소으랑 님은 갑자기 울컥하시는군요.
나 : 가끔 본인 성질을 못 이겨서
나 : 억울한 일이 있다거나
나 : 트라우마를 건드리거나
나 : 아니면 불안할 때……처럼
네버다이 : 그런 일이 자주 있나요?
나 : 워낙 트라우마 덩어리 같은 애라서
나 : 자주 그러는 건 아니지만
나 : 감정 기복도 심하고
나 :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서
나 : 부쩍 심해진 것 같긴 하네요
네버다이 : 평소에도 스트레스에 많이 약한 성격인가요?
나 : 예
네버다이 : 그게 요즘은 더 심해졌고?
나 : 아니, 잠깐만요
나 :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네버다이 : 다짜고짜 낭이 님을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ㅎㅎ
네버다이 : 짐작 가는 원인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어요.
네버다이 : 소으랑 님과는 자주 대화하시는 것 같으니 의견을 듣고 싶네요.
나 : 짐작
나 : 은
나 : 한두 개가 아닌데
네버다이 : 저런.
나 : 대부분 내가 원인이라서
네버다이 : 그런가요?
나 : 나한테 화가 난 걸지도 모르겠다…
네버다이 : 저는 그 상황을 직접 본 게 아니니, 딱 잘라서 말씀드릴 순 없네요.
네버다이 : 하지만 낭이 님이 어쩌면 본인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건
네버다이 : 아마 스스로도 의구심이 드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거겠죠?
나 : 있……기야 합니다만
네버다이 : 혹시 소으랑 님이 불안해하는 원인도 짐작이 가시는지?
나 : 너무 많아서 좀 그러네요
네버다이 : 그것도 혹시 본인 탓이란 생각이 드나요?
나 : 설명을 제대로 안 해주긴 했는데
네버다이 : 어떤 설명 말씀이신지?
나 : 그냥 뭐, 이것저것
나 : 알고 싶어하는 건
나 : 어째 하나같이
나 : 대답하기가 좀 그래서
네버다이 : 그런 것들이 천천히 쌓였다고 생각하시나요?
나 : 아마 그런 것 같은데
네버다이 : 그럼 결국 소으랑 님께도 소홀했다는 뜻이 되겠군요
네버다이 : 이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면 불안요소가 산재했는데
네버다이 : 고의인지 실수인지, 그대로 방치했으니까요.
네버다이 : 어쩌면 눈에 안 들어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 : 하
네버다이 : 그동안 소으랑 님이 만족할 만큼 제대로 설명한 적 있었나요?
네버다이 : 혹시 윽박질러서 덮어두거나 은근슬쩍 넘어간 일은 없었는지
네버다이 : 결과가 나쁘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도 평가받기 어렵겠죠.
네버다이 :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네버다이 : 제멋대로인 성격을 참아주던 게 어느 쪽이었는지.
네버다이 : 부부 사이에도 어느 정도는 비밀이 필요한 법이지만,
네버다이 : 그건 괜한 분란이나 불안을 조장하지 않기 위함이지.
네버다이 : 오히려 상대를 불안하게 한다면 본말 전도가 아닐까 싶어요..
나 : 잠깐 마실 것 좀 가져올게요
네버다이 : 속이 아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나 : 그러네 시발
네버다이 : 조금만 참으시지요.ㅎㅎ
나 : 피워본 적도 없는 담배가 땡긴다
네버다이 : 어쨌든, 제 좁은 식견으로는 소으랑 님이 많이 불안했기 때문에
네버다이 : 그것도 그동안 꾸준히 쌓여왔던 불만이 터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버다이 : 소으랑 님의 심성이 착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네버다이 : 낭이 님에게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식은 아니었지만
네버다이 : 제가 생각하기엔 몰아붙여졌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나 : 아
나 : 뒤질 것 같다 진짜
네버다이 : 낭이 님은 좀 더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버다이 : 물론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삶의 방식도 있긴 합니다만,
네버다이 : 적어도 인간관계에서 그런 부분을 소홀히 했다간 큰일 나죠.
네버다이 : 초코 씨랑 사귀면서 조금은 배우셨을 줄 알았는데……아닌가요?
나 : 소홀……하긴 했죠
네버다이 : 눈에 보이는 결과가 최고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해서
네버다이 : 그것이 꼭 모두에게 있어서 최선이라는 법은 없어요.
네버다이 : 그런 결과는 잠재된 불안의 씨앗을 품고 있어서
네버다이 : 언제 싹을 틔울지 누구도 모르는 거거든요.
네버다이 : 어쩌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네버다이 : 이번에는 5년쯤 걸린 것 같습니다만.
네버다이 : 설마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은 건 아니죠?
나 : 예…
네버다이 : 낭이 님은 좀 더 결과가 아니라 원인에 관심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네버다이 : 그래야 지금처럼 수습에 연연하면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죠.ㅎㅎ
네버다이 : 최근엔 그래도 조금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 쓰게 된 것 같지만
네버다이 :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고민 운운하며 시간을 허비한다는 건
네버다이 : 평소부터 착실하게 쌓아 온 게으름의 결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 : 그러게나 말입니다
네버다이 : 제가 허비라고 말씀드린 이유를 아시겠나요?
나 : 쓸모가 없으니까 그런 거겠죠 뭐
네버다이 : 고민은 물론 필요하고, 신중함은 칭찬받아야 할 덕목이지요.
네버다이 : 하지만 인간관계라는 건 혼자만의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네버다이 : 오히려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어 최악의 결과를 내는 고민이라면
네버다이 : 글쎄요, 적어도 저는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나 : 알았어요
나 : 잘못했어요
네버다이 : 저는 낭이 님께 사과를 받고 싶은 게 아닌데요.
나 : 알아요
네버다이 : 그럼 혼자서 편해지자고 하는 사과인가요?
나 : 아니, 그게
나 : 알았어요
나 : 시발
나 : 닥치고 있을게요
네버다이 :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설교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네버다이 : 어디까지나 미력한 조언을 드리고 싶은 입장이기 때문에
네버다이 : 낭이 님이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하시면 됩니다.
나 : 하고 싶은 말
네버다이 : 네.
나 : 딱히 없어요
네버다이 : 그렇군요.
나 : 하고 싶은 말은 없는데
나 : 뭣 좀 물어봐도 돼요?
나 :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서
네버다이 : 물론이지요.
나 : 방금도 말한 것처럼
나 : 으랑이가 나한테 불만 가질 이유는
나 : 솔직히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한데요
네버다이 : 네.
나 : 나한테 불만이 쌓였다고 하면
나 : 화를 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나 : 사실 그게 보통이잖아요
나 : 불만이 있으면 짜증을 내고
나 : 화해할 때까지 말도 안 하고
네버다이 : 그건 초코 씨 얘기인가요?ㅎㅎ
나 :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단
나 :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이
나 : 보통 그런 식이라는 거죠
나 : 적어도 내가 만난 여자들은 다 그렇던데
네버다이 : 흐음.
나 : 왜 그런 식으로 터졌다고 생각해요?
네버다이 : 저는 어디까지나 조언을 드리는 것뿐이지
나 : 나중에 으랑이랑도 얘기할 테니까
나 : 그냥 생각하는 거라도 말해줘요
나 : 나보단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네버다이 : 설마 낭이 님보다 더 잘 알고 있겠습니까만
네버다이 :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나 : 지금은 불확실하다?
네버다이 : 현재 소으랑 님과 어떤 관계인지 물어보면
네버다이 : 한 마디로 정의해서 대답하실 수 있나요?
나 : 음
네버다이 : 물론 모든 관계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네버다이 : 썸을 타는 것처럼 애매한 관계가 매력적일 수도 있죠.
네버다이 : 이건 개인적인 영역이라 건드리긴 좀 그렇지만
네버다이 : 그래도 소으랑 님이 많이 의지하는 상황에서
네버다이 : 낭이 님이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면 불안이 생기겠죠?
나 : 내가 잘못한 건 알겠는데
네버다이 : 그래서 소으랑 님도 확실히 해두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네버다이 :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네버다이 :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걸 좋아합니다.
네버다이 : 그건 낭이 님이 가장 잘 아실 것 같은데요.ㅎㅎ
네버다이 : 소으랑 님에겐 연애라는 관계가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거겠죠.
나 : 연애는 해본 적도 없는 주제에?
네버다이 : 디엣이라는 모호하고 알기 어려운 관계보다는
네버다이 : 훨씬 직관적이고 알기 쉽다고 생각은 합니다.
네버다이 : 그리고 만약 소으랑 님이 그렇게 느꼈다면
네버다이 : 낭이 님의 설명이 부족했던 탓이 크겠지요.
네버다이 : 어쩌면 연애 쪽이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구요.
나 : 후
네버다이 : 물론 낭이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네버다이 :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겠지만
네버다이 : 소으랑 님이 없는 말을 할 성격은 아니죠?
나 : 그렇다고 믿고 싶네요
네버다이 : ㅎㅎ
나 : 알았어요
나 : 나중에 제대로 얘기해볼게요
네버다이 : 사실 소으랑 님에 대해선 크게 걱정을 안 하고 있어요.
네버다이 : 어쨌거나 두 분 모두 서로에게 호감이 있으신 듯하니
네버다이 : 낭이 님이 조금만 세세하게 신경을 써주신다면
네버다이 : 충분히 좋은 쪽으로 방향을 이끌어나갈 수 있겠지요.
나 : 그래야죠
네버다이 : 다만 연락은 좀 더 자주 하는 편이 좋습니다.
네버다이 : 낭이 님이 느끼기에 귀찮을 정도면 되겠네요.
나 : 알았어요
네버다이 : 실은 소으랑 님과 직접 얘길 나누고 싶지만
네버다이 : 아무래도 진솔한 대화가 될 것 같지 않아서요.
네버다이 : 이것 역시 낭이 님이 잘 처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 : 예
네버다이 : 실수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네버다이 :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네버다이 : 언제나 즉각적이어야 한답니다.
네버다이 : 시간을 끌어봤자 최악의 결과밖에 낳지 못하니까요.
네버다이 : 그런 의미에서 어른스럽지 못한 처사란 건 확실합니다.
네버다이 : 이 부분은 낭이 님도 확실하게 반성해주셨으면 하네요.
나 : 반성하겠습니다
네버다이 : 그럼 이제 초코 씨와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네버다이 : 낭이 님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볼까요?
네버다이 : 위에 구멍이 나기 직전까지 고민하셨다면
네버다이 : 분명 괜찮은 해결책을 떠올리셨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