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5월 15일 목요일 PM 6시 (12)
나 : 음
소으랑 : 전에 주인님이 그러셨잖아요
소으랑 : 입에 하나 물고 있어야
소으랑 : 문 열어줄 거라고……ㅋㅋㅋ
나 : 아니 뭐, 그래
나 : 내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
나 : 그러긴 했는데
나 : 이것 참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 : 지금 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소으랑 : …
나 : 일단 그래
나 : 서윤아
소으랑 : ?
나 : 서윤아?
소으랑 : 네 주인님
소으랑 : 말씀하세요
나 : 하고 싶은 말이 다 끝났으면
나 : 이제 내가 얘기해도 될까?
나 : 아니면 아직 할 말이 남았어?
소으랑 : 딱히 할 말은 없어요……ㅋㅋ
소으랑 : 어차피 지금 약간
소으랑 :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라
소으랑 : 목이 졸리는 기분이기도 하고
나 : 그래
나 : 잘 됐네
소으랑 : 잘 된 거예요?
나 : 아니, 내가 말할 수 있어서 잘 됐다고
소으랑 : 아……ㅋㅋ
나 : 근데 그 전에
나 : 서윤아
소으랑 : 네
나 : 가서 세수하고 와라
나 : 가능하면 찬물로
나 : 정신 좀 차리고 와
소으랑 : 왜요……?
나 : 머리 좀 식히고 다시 얘기하자
소으랑 : 진정했는데요?
소으랑 : 괜찮아요
소으랑 : 차분해요 지금
나 : 가끔 그렇게 착각할 때가 있어
나 : 난 지금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나 : 냉정한 상태란 생각이 들지?
나 : 근데 정작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엉망진창이고
나 : 서윤이도 방금 될 대로 되란 심정이라고 했잖아
소으랑 : 아니, 그건
나 : 됐으니까 잠자코 들어
나 : 난 그런 식으로
나 : 아무 생각 안 하고
나 : 내던지는 거 싫어하거든?
소으랑 : 그럼 저더러 어떡하라구요
나 : 가르쳐줬잖아
나 : 지금 당장
나 : 가서
나 : 찬물로 세수하고 와
소으랑 : 싫어요
나 : 명령이야
소으랑 : 이럴 때만 명령이라고…
나 : 말을 안 듣는데
나 : 억지로라도 시켜야지
소으랑 : ㅠㅠ
나 : 그래서 대답은?
나 : 세 번은 말 안 한다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ㅇㅇ
나 : 그래야지
소으랑 : 오랜만에 명령받는 느낌
나 : 오면 불러라
난 : 그동안
나 : 약 좀 먹고 올 테니까
소으랑 : 세수하고 오긴 했는데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위통
소으랑 : 엄청 심각한 거 아니에요?
소으랑 : 요즘 계속 약 먹는 것 같던데
나 : 어 왔냐
소으랑 : 약 먹었어요?
나 : ㅇㅇ
나 : 자꾸 뜨끔거려서 미치겠네
나 : 요 며칠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소으랑 :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 : 오늘은 그냥 굶어야 하나
나 : 아니 뭐, 평소엔 괜찮으니까
나 : 의사도 스트레스성이라고 했고
소으랑 : 죽이라도 드세요
나 : 그러게
나 : 다른 건 넘어가지도 않겠다
나 : 근처에 죽 배달하는 곳이 있던가
소으랑 : 아프지 마요 진짜
나 :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ㅋㅋ
나 : 그래 뭐, 어쨌든
나 : 제대로 머리 식히고 왔어?
소으랑 : 찬물로 세수하고 왔는데
소으랑 : 어차피 그래야 할 만큼
소으랑 : 흥분하진 않았어요
소으랑 : 지금도 완전 말짱하게 제정신이고
나 : 그럼 아직도 같은 생각이야?
소으랑 : 글구 저건 주인님이 먼저 말 꺼냈잖아요
소으랑 :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데 왜 그래요
나 : 그냥 오지 말란 소리를
나 : 돌려서 말했다고는
나 : 도저히 생각이 안 들고?
소으랑 : 긍까 왜 오지 말라는 거예요ㅠㅠ
나 : 그럼 반대로 물어보겠는데
나 : 왜 오고 싶다는 거야
나 : 자취방에 재밌는 게 있을 리도 없고
나 : 만나고 싶으면 바깥에서도 충분하잖아
나 : 집안일을 하러 온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소으랑 : …
나 : 그냥 경은이 때문에 그러는 걸 텐데
나 : 그래 뭐, 어차피
나 : 입 아프게 떠들어봤자
나 : 아무 소용 없다는 건 알아
소으랑 : 딱히 언니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소으랑 : 그냥 주인님 보고 싶으니까
소으랑 : 놀러가겠다는 건데
소으랑 : 그게 그렇게 정색하면서
소으랑 : 오지 말라고 할 정도의 일이에요?
나 : 누구든 자기 프라이버시는
나 : 보여주기 싫은 법 아닐까
소으랑 : 그럼 언니는 왜
나 : 그래 결국 그게 문제라니까?
나 : 아니긴 뭐가 아니야ㅋㅋ
나 :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내가
소으랑 : 으
나 : 근데 서윤아
나 : 경은이도 사귄지 한 달 만에
나 : 집에 찾아오고 그러진 않았다?
소으랑 : 사귈 때 얘긴 왜 또 해요
나 :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나 :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 : 일단은
나 : 좀 조용히 들어주지 않을래?
소으랑 : 네……
나 : 지금 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나 : 비슷하게 좁아터진데다가
나 : 청소도 안 해서 더러운데
나 : 반지하나 마찬가지라서
나 : 진짜 사방이 곰팡이라ㅋㅋㅋ
나 : 여친을 거기 데려가야 한다는 게
나 :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는지 알아?
소으랑 : 전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니까요;;;
나 : 아니, 내가 스트레스라고ㅋㅋㅋㅋㅋ
나 : 집에서 홈 파티 같은 걸 여는
나 : 인싸들은 절대 모르겠지만
나 : 집이란 건 프라이버시의 끝이잖아
나 : 웬만하면 누굴 데려오기 싫단 말이야
소으랑 : 집 데이트 좋아하신담서요
나 : 물론 좋아하지ㅋㅋㅋㅋ
나 : 근데 그것도
나 : 같이 있을 때 안심이 될 만큼
나 :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울 때 얘기지
나 : 오늘 처음 만난 사람한테 악수 대신
나 : 다짜고짜 끌어안으면 기분이 좋을까?
소으랑 : 아니, 주인님
나 : 아 그래
나 : 알아
나 :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나 : 결국 계속 평행선이야 이 얘기는
나 : 어느 한 쪽이 고집을 꺾지 않는 이상
나 : 절대로 안 끝나는 소모적 논쟁이고ㅋㅋ
나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감정싸움이야
소으랑 : …
나 : 그리고 애초에 비교 대상이 잘못됐어
나 : 서윤이가 꼬리 바짝 세우고
나 : 으르렁거리는 상대를 생각해봐
나 : 너보다 오래 알고 지냈고
나 : 집에도 자주 놀러 오고
나 : 서로 모르는 게 없는데다가
나 : 꽤 아슬아슬한 농담도 던지는
나 : 전 여친이면서 5년 지기 친구지?
소으랑 : 네…
나 : 그러니까 입 아프게 떠들어봤자 소용 없다고 한 거야
나 : 애초에 비교가 불가능한 상대인데
나 : 거리감이니 뭐니 얘기를 해봤자
나 : 거부감만 불러 일으키잖아
나 : 경은이는 괜찮은데
나 : 왜 나는 안 되냐는 식으로
소으랑 : 나랑은 비교가 불가능해요?
나 : 사자랑 범고래를 비교할 수 있어?
나 : 대서양이랑 히말라야 산맥은?
소으랑 : …
나 : 둘은 아예 다른 거지?
소으랑 : 달라요…
나 : 물론 나도 헷갈리게 행동했다는 거 인정할게
나 : 그래서 앞으론 거리를 두겠다고 약속한 거고
나 : 불안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나 : 그건 확실히 내 잘못이야
나 : 근데 그거랑은 또 다른 문제잖아?
소으랑 : 네…
나 : 게다가 난 이미 안 된다고 했는데
나 : 계속 고집 피우는 건 누구야?
나 : 쓸데없는 오기까지 부려가면서
소으랑 : 오기……아니에요
나 : 오기가 아니면 뭐야ㅋㅋㅋ
나 : 마지막 자존심이야?
나 : 콘돔 딱 하나?
나 : 한 곽에 몇 개입인지는 알고
나 : 하나만 사오겠다고 한 거야?
소으랑 : …
나 : 한 번이고 여러 번이고
나 : 일단 하고 나면
나 : 크게 다를 것도 없는데
나 : 한 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소으랑 : 어차피 겪어야 하는 일이고
소으랑 : 주인님도 좋아하실 테니까
소으랑 : 아픈 것만 꾹 참으면
소으랑 : 딱 한 번 정도는 어떻게든
소으랑 :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나 : 아까 어른스럽다고 했던 건
나 :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나 : 우리 강아지
나 : 생각보다 훨씬 대책 없고
나 : 세상 물정도 모르는데다가
나 : 막 나가는 아가씨였네ㅋㅋㅋㅋ
소으랑 : 으
나 : 지금 무슨 기분일지 알아
나 : 서윤이도 지금 속으로는
나 :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
소으랑 : …
나 : 근데 고집을 부리다 보니까
나 : 홧김에 그랬는지
나 : 아님 본심이 나왔는지
나 :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지만
나 : 감당도 못할 소리가 튀어나와서
나 :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당황스럽지?
소으랑 : 아니
소으랑 : 주인님
나 : 이대로 갔다간 큰일 날 걸 아니까
나 : 어떻게든 수습은 해야겠는데
나 : 경은이 얘기까지 나온 이상
나 : 여기서 물러나자니 자존심 상하고
나 : 그렇다고 앞으로 나가자니 무섭고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주인님
나 : 그러니까 아까부터 입 꾹 다물고
나 : 내가 하는 말만 듣고 있는 거겠지
나 : 이런 식으로 첫 경험은 싫은데
나 : 내뱉은 말이라 돌이킬 수도 없고
나 : 평소처럼 싹싹 빌고 넘어가자니
나 : 친구라는 전 여친이 맘에 걸려서
나 :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잖아?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그게 아니라요
나 : 그러니까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나 : 자포자기한 사람처럼ㅋㅋ
나 : 계속 배짱 부리고 있는 거고
소으랑 : 배짱……도 아닌데
나 :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
소으랑 : 어차피 판단은 주인님이 하는 건데
소으랑 : 내가 뭐라고 한들
소으랑 : 아무 소용도 없잖아요
나 : 난 분명히 안 된다고 했다 서윤아
나 : 거기에 조건을 붙여서
나 : 다시 돌려준 건 너잖아
나 :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다고?
소으랑 : 그……건 그렇지만;;;;
나 : 물론 협상이란 게 다 그런 거지
나 : 누구 손에 들린 패가 더 강한가
나 : 번갈아 비교해보면서
나 : 서로 턴을 넘기는 거니까
나 : 그걸로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나 : 본인이 그걸 책임질 수만 있다면
소으랑 : …
나 : 근데 서윤이는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나 : 어마어마한 걸 저울에 올려놨잖아
나 : 당장 스스로도 준비가 안 됐다고
나 : 아직은 무섭다고 했으면서
나 : 그게 결국 무슨 뜻인지 생각해봤어?
소으랑 : 모르겠어요
나 : 쫄리면 뒈지라는 거지 결국
나 :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 : 거절할 거냐고 물어보는 거야
나 : 물론 머릿속에선 이미 계산이 끝났겠지
나 : 요즘 나한테 약간 친절해진 것 같으니까
나 : 이만큼 강하게 나가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겠지?
나 : 그럼 원하는 대로 목적도 이루고 리스크도 없고
소으랑 : 아니, 그런 생각은
나 : 물론 그래
나 : 거기까지 생각했던 게 아닐 수도 있어
나 : 조건 자체는 내가 원인이니까
나 : 서윤이는 그냥 그걸 받아들인 거라고
나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소으랑 : 네
소으랑 : 네네
나 : 근데 그럴 생각이었으면
나 : 무섭단 얘기는
나 : 할 필요가 없지
나 : 적어도 여기서는ㅋㅋㅋ
소으랑 : …
나 : 정말 나한테 덮쳐져도 어쩔 수 없다
나 :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으면
나 : 왜 가능한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나 : 싫은 뉘앙스를 풍기는 소릴 한 거야?
소으랑 : 당연히 망설여지니까……;;;
소으랑 : 어떻게 안 그래요
나 : 그치
나 : 당연한 거지
소으랑 : 네
나 : 스스로도 이게 진심인지 잘 모르겠고?
소으랑 : 네…
나 : 그럼 그런 말을 꺼내질 말았어야지
나 : 본인도 진심인지 모르겠고
나 : 망설여지는 상황인데
나 : 처음부터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잖아
소으랑 : …
나 : 평소에 내가 자주 하던 말 있지?
나 :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나 : 서윤이 의사가 최우선이라고
소으랑 : 네
나 : 저런 식으로 강하게 나오면
나 : 내가 어쩔 수 없다면서
나 : 한 발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어?
소으랑 : 그런 건 아니지만
나 : 그럼?
소으랑 : 근데 있잖아요
소으랑 : 주인님
나 : ㅇㅇ
소으랑 : 근데 주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소으랑 : 막 쫄리면 죽으라고…
소으랑 :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나 : 그럼 무슨 생각이었는데?
소으랑 : 살짝 오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소으랑 : 나 혼자 따돌리는 것 같아서
소으랑 : 그냥 그게 많이 싫었어요
나 : 기분은 이해하는데
나 : 내가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소으랑 :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있었어요
소으랑 : 그래도 주인님 좋아하니까
소으랑 : 다른 사람보단 낫다……는 정도
나 : 그래서 너더러 대책 없다는 거야
나 :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나 : 만나본 사람도 없으면서
나 : 잘도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오네
소으랑 : …
나 : 서윤아
소으랑 : 네
나 : 너도 잘 모르겠지?
소으랑 : 네
나 : 뭘 모르는지도 모르겠고?
소으랑 : 솔직히
소으랑 : 좀 그래요
나 : 그래 그렇겠지
소으랑 : 근데 주인님이니까 괜찮다는 건
소으랑 :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어요
소으랑 : 막연히 언젠가는…생각도 하고 있고
소으랑 : 달리 그럴 만한 상대도 없으니까
나 : 그런데?
소으랑 : 자꾸 언니랑 비교하게 되니까
소으랑 : 주인님이 실망하실 것 같고
소으랑 : 아플까봐 걱정도 엄청 많이 되고
나 : 내가 상대라서 불안하진 않고?
소으랑 : …
나 : 괜찮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나 : 혼내는 거 아니니까
소으랑 : 그런 것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소으랑 : 주인님을 못 믿는 건 아닌데
소으랑 : 그냥 가끔 이유 없이 불안하고
나 : 그런데 왜 혼자 앞서나가고 그래
나 : 너 내가 급발진하지 말라고 했지
소으랑 : 빨리 뭐라도 안 하면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또 언니랑
소으랑 : 둘이 같이 있을 것 같아서
나 : 그건 또 무슨 소리야ㅋㅋ
나 : 이젠 그럴 일 없을 거라니까
소으랑 :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으랑 : 약속할 땐 셋이서 만나고
소으랑 : 만약 둘이 만날 경우엔
소으랑 : 술을 안 마신다고 그랬잖아요
나 : 그랬었지
나 : 맞아
소으랑 : 근데 고작 며칠 만에 어떻게 됐어요
소으랑 : 셋이서 만났더라도
소으랑 : 결국 언니랑 둘이 남았고
소으랑 : 주인님은 취해 있었고……ㅋㅋ
소으랑 :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나 : 그렇다고 고집을 부리면 쓰나
나 : 특히 나한테는
나 : 혼나기밖에 더 해?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사람이 말하는 것도 안 듣고 말이야
소으랑 : 그냥 갑자기 확 달아올라서
소으랑 : 잘못했어요
소으랑 : 용서해주세요
나 : 혼날 짓인 건 알아?
소으랑 : 네…
나 : 제대로 반성할 거야?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그래 뭐, 본인도 알고 있다니
나 : 오늘은 더 혼내진 않을게
나 : 충분히 비참한 기분일 테니까
소으랑 : 잘못했어요
나 : 대신 나랑 하나만 약속하자
나 : 다음부터는 절대로
나 : 본인이 대답할 수 없는 문제를
나 : 다른 사람이 선택하도록 하지 마
나 : 그러다 언젠가 진짜로 아픈 꼴 겪는다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그리고 한 가지 더
나 : 약속이라기보다
나 : 충고인데
소으랑 : ?
나 : 앞으로 그런 오기라고 해야 하나
나 : 갸냘픈 허세는 부리지 마
나 : 보고 있기 힘드니까ㅋㅋㅋㅋ
소으랑 : 허세 안 부렸어요
나 : 블러핑이 허세지 뭐야ㅋㅋㅋ
나 : 아직 경험도 없는 주제에
나 : 콘돔을 사오겠다고?
나 : 편의점에서 찾을 수나 있겠어?
소으랑 : 지나가면서 봤단 말이에요
나 : 보는 것뿐이라면 누가 못해
나 : 그거 계산대로 가져가서
나 : 계산해달란 말은 할 수 있고?
소으랑 : …
나 : 애초에 뭘 사야 하는지는 알아?
나 : 초박형이 무슨 뜻인진 알고?
소으랑 : 알았어요
소으랑 : 안 그럴게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 뭐, 아무튼
나 : 서윤아
나 : 우리 강아지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당분간 집에 오고 싶다는 소린 안 하겠다?
소으랑 : 안 할게요…
소으랑 : 죄송해요
소으랑 : 잘못했어요
나 : 잘못한 건 알지?
소으랑 : 고집 부려서 죄송해요
소으랑 : 다시는 안 그럴게요
소으랑 : 잘못했어요
소으랑 : 용서해주세요
나 : 약빨이 좀 심하게 들었네ㅋㅋㅋ
나 : 그래 뭐, 오늘은 좀 그렇다
나 : 서윤이가 맘고생이 심했지
나 : 이래저래 신경 쓸 것도 많았고
소으랑 : 죄송해요
나 : 서윤아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내일 시간 좀 있어?
소으랑 : 평소처럼 접속할 것 같아요
소으랑 : 특별한 일도 없고
소으랑 : 조별과제도
소으랑 : 기한 좀 더 남았고
나 : 금요일인데 집에 있기 섭섭하지?
소으랑 : ??
나 : 집 근처에 괜찮은 쌀국수 집이 있는데
나 : 아무래도 남자 혼자 가긴 좀 그래서
나 : 서윤이가 같이 가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소으랑 : 갑자기 웬 쌀국수요?
나 : 당분간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려고
나 : 근데 나 죽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
나 :특히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경우엔 훨씬 더
소으랑 : 아
나 : 한가하면 같이 저녁이나 먹을래?
나 : 겸사겸사 너한테 줄 선물도 도착했고
소으랑 : 선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