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5월 15일 목요일 PM 6시 (7)
소으랑 : 그냥 잘 모르겠어요……ㅋㅋ
소으랑 : 물어볼 사람도 없고
소으랑 : 혼자 고민하고 있으면
소으랑 :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서
나 : 서윤이가 주특기가 그거잖아
나 : 아무도 뭐라고 안 그랬는데
나 : 혼자 삽질하고 무덤 파서
나 : 그 안에 드러눕는 거ㅋㅋㅋㅋ
소으랑 : 그러게요ㅋㅋ
나 : 물론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나 : 서윤일 탓할 생각도 없지만
나 : 끝도 없이 우울해지는 게
나 : 별로 좋은 습관은 아니잖아?
소으랑 : 주인님 표현을 빌리자면
소으랑 : 혼자 삽질하는 게
소으랑 : 완전히 버릇이 돼서요
나 :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긴 힘들지
소으랑 : 안 그래야지 생각은 하는데
소으랑 : 좀처럼 고쳐지질 않더라구요
나 : 미안해
소으랑 : 왜 사과를 해요……ㅋㅋㅋ
나 : 서윤이 멘탈케어도 내 역할인데
나 : 그걸 소홀히 해서 불안했다면
나 : 당연히 주인인 내 책임인 거잖아
소으랑 : 주인님한테 사과 받으려던 건 아닌데;;;
나 : 내가 신경을 안 써주는 것 같았어?
소으랑 : 신경을 안 써줬다기보다는
소으랑 : 물론 그것도 그런데
소으랑 : 그것보다 좀 더 뭐랄까
나 : ㅇㅇ
소으랑 : 왠지 모르게 한눈파는 것 같고
소으랑 : 정신이 다른 데 쏠린 느낌?
소으랑 : 꼭 나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나 : 그래
소으랑 : 주인님은 아니라고 했으니
소으랑 : 당연히 아니겠지만
소으랑 : 그땐 그렇게 느껴졌어요
소으랑 : 그래서 많이 서운하기도 했고
나 : 당연히 서운하겠지
소으랑 : 그러니까 이 얘긴 여기서 끝내요
소으랑 : 제 착각인 걸로 하고……ㅋㅋ
나 : 아무리 개인적인 사정이라지만
나 :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나 : 그냥 이해하라고만 해버렸으니
나 : 서윤이한테 정말 뭐라고 할말이 없다
소으랑 : 그러지 마요ㅋㅋ
소으랑 : 어쩔 수 없었잖아요
나 : 어쩔 수 없었던 거랑은 별개로
나 : 서윤이를 대하는 내 태도에
나 : 뭔가 문제가 있었으니까
나 : 거리를 둔다고 느꼈던 거겠지?
소으랑 : 으
나 : 그래서 사과하는 거야
소으랑 : 안 그래도 된다니까요;;;
나 : 내가 혼자 내버려둬서
나 : 서윤이도 섭섭했잖아
소으랑 : 아니, 주인님이 이러시면ㅋㅋㅋ
소으랑 : 제가 어쩔 수 없는 일로
소으랑 : 화내고 집착하는 것 같잖아요
나 :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소으랑 : 나 그런 여자 아니란 말이에요
나 : 아까 하던 얘기랑 이어지겠지만
나 : 불안해하는 게 집착은 아니다?
나 : 특히 이런 경우에는ㅋㅋ
나 : 어떤 이유가 있었든 간에
나 : 내가 서윤이한테 소홀했고
나 : 그게 이런 결과로 나타난 거라서
소으랑 : 아니, 주인님
나 : 나 없는 동안 계속 혼자서
나 : 그것만 곱씹었을 거 아냐
나 : 가뜩이나 몸도 아파서
나 : 심각하게 우울했을 텐데
소으랑 : 그렇긴 한데
소으랑 : 그래도
소으랑 : 사과하진 마요
소으랑 : 잘못한 것 같으니까
나 : 잘못한 거 맞다니까?
소으랑 : 어쩔 수 없는 거였잖아요
소으랑 : 그런 걸로 떼쓸 만큼
소으랑 : 저도 어린애는 아니에요
나 :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 : 서윤이가 누나인 줄 알겠다
소으랑 : 왜요?
나 : 나보다 어른스럽잖아
소으랑 : ㅋㅋㅋ
나 ; 어쩔 수 없는 사정이나 이유가 있어서
나 : 본인이 그걸 납득할 수 있다고 해도
나 : 이해하고 넘어가는 건 다른 문제니까
나 : 그게 가능하다는 건 어른스럽다는 거 아니겠어?
소으랑 : 주인님한테 어른스럽다고 들은 건
소으랑 :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ㅋㅋ
나 : 근데 서윤아
소으랑 : 멍멍
나 : 지금은 그게 반드시 좋다고는 못하겠다
나 : 꾹꾹 눌러 참는 게 정답인 것도 아니고
나 : 그래서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다면 모를까
소으랑 : ?
나 : 물론 대부분은 참고 넘어가는 게
나 : 정답은 아니지만 최선이긴 해
나 : 내가 가장 자신 없는 거라서
나 : 지금 서윤이한테도ㅋㅋㅋ
나 : 잘난 척 떠들 수 있는 입장은 아닌데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숨 좀 고르고 잠시만 감정을 억누르면
나 : 좋은 방향으로 실마리가 보이거나
나 : 적어도 최악으로 치닫진 않을 때가 많아
소으랑 : 그쵸
나 : 성인이 된 이후로는 화를 내봤자
나 : 결국 나한테 손해밖에 안 끼치거든
소으랑 : 근데 주인님
나 : ㅇㅇ
소으랑 : 분위기 망치는 것 같아서
소으랑 : 살짝 조심스러운데
소으랑 : 방금 말씀하신 거
소으랑 : 어디서 들은 얘기에요?
나 : 네버 아재한테
소으랑 : 아 역시……ㅋㅋ
나 : 너무 티났나?
소으랑 : 주인님이 평소에 하던 말이랑은
소으랑 : 왠지 느낌이 달라서……ㅋㅋ
소으랑 : 설명은 자주 하지만
소으랑 : 저렇게 아저씨 냄새나는
소으랑 : 설교는 잘 안 하는 사람인데
나 : 아저씨 들으면 울겠다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냄새 난다는 소리는 하면 안 돼
소으랑 : 어째 맘에도 없는 소리 같더라ㅋㅋ
나 :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나 : 실천을 못하는 종류의 지식이지
소으랑 : 그래서 좀 이상하다 싶었어요
나 : 근데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ㅋㅋ
나 :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면
나 : 굳이 뭐하러 화를 내겠어
나 : 심지어 손해밖에 안 끼친다면
소으랑 : 맞아요
나 : 항상 어른스럽게 참을 수 있어서
나 : 트러블을 피할 수 있으면
나 :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아니야
소으랑 : ?
나 : 절대로 안 그래
소으랑 : 뭐가요……?
나 : 내가 이거 전에도 한 번 당부하지 않았나?
나 : 한 번 말했던 기억이 있는 것도 같은데
소으랑 : ??
나 : 뭐, 됐다
나 :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소으랑 : 뭔데 그래요
나 : 혼자 참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나 : 특히 서윤이는 절대로 그러면 안 돼
나 : 원래부터 성격이 소극적인데다
나 : 가뜩이나 섭이라는 입장이라
나 : 속으로 이것저것 참는 게 많을 텐데
나 : 억울하고 서러운 것까지 품어버리면
소으랑 : 으
나 : 나중에 엉뚱한 곳에서 터지잖아
소으랑 : 화내봤자 손해라면서요……ㅋㅋ
나 : 그럼 더 큰 피해를 막는다고 할까?
나 : 서운했던 게 쌓이고 쌓여서
나 : 한꺼번에 폭발해버리면
나 : 수습할 엄두도 안 날 것 같은데
소으랑 : 그……건 그렇지만
나 : 그럼 결국 쪽박 깨지도록
나 : 한 판 붙자는 거잖아
나 : 서윤이는 그쪽이 좋아?
소으랑 :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나 : 둘 다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나 : 합리적인 어른이라서
나 : 화가 나도 참을 수 있고
나 :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서
나 : 대화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나 : 그게 가장 베스트긴 하겠지만
소으랑 : 저도 그게 좋아요
나 : 우리 둘 다 그런 어른은 아니잖아?
소으랑 : 주인님은 확실히……ㅋㅋ
소으랑 : 못 참을 것 같긴 해요
소으랑 : 워낙 다혈질인 성격이라
나 : 그러는 서윤이도 봐봐
소으랑 : ?
나 : 서윤이는 지금 어른스러워서 참은 게 아니잖아
나 : 그냥 내 기분이 상할까봐 눈치를 보는 거지
나 : 정말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면
나 : 이런 식으로 얘기도 안 꺼냈을 거잖아?
소으랑 : 네……
나 : 나중에 좀 더 조용한 자리에서
나 : 차분하게 얘기를 했겠지
나 : 이렇게 터트리는 식으로는
나 : 서윤이도 하고 싶지 않았지?
소으랑 : 잠깐 울컥했어요
나 : 그런 건 참았다고 안 해
나 : 얕게 묻었다고 해야지
나 : 그것도 흙만 살짝 덮어서
나 : 발로 문지르면 드러날 만큼
소으랑 : 잘못했어요
나 : 혼내는 거 아니니까 쫄지 말고ㅋㅋㅋ
나 :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잖아
소으랑 : 괜히 말 꺼낸 것 같아서
나 : 그런 소리는 하지 말자ㅋㅋ
나 : 서윤이가 부주의하게
나 : 말실수를 했던 것도 아니고
나 : 물론 그렇다고 화를 내진 않겠지만
소으랑 : 기분 안 나쁘세요?
나 : 내가 왜 기분이 나빠
소으랑 : 주인님도 어떻게 못하는 일인데
소으랑 : 신경 안 써줬다고 칭얼거리는 거잖아요
나 : 그래서 좀 전부터 말했잖아
나 : 어쩔 수 없는 일이라도
나 : 내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나 : 그 전후로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고
소으랑 : 그래두
나 : 서윤이가 요 며칠 맘고생이 심했으니
나 : 나도 달래주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나 : 부담 갖지 말고……란 말은 좀 이상한가?
소으랑 : 이미 부담스러워요……ㅋㅋ
나 : ㅇㅇ
나 : 그래 보인다
소으랑 : 솔직히 오늘도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소으랑 : 갑자기 울컥하는 바람에 저지른 거고
소으랑 : 가능하면 주인님이랑은 이러기 싫어요
소으랑 : 재밌는 얘기만 하면서 지내고 싶은데ㅋㅋ
나 : 대신 서윤이가 힘들잖아
소으랑 :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나 : 그게 익숙하면 안 되지
소으랑 : 그래도 어쩌겠어요
소으랑 : 나 혼자 입 다물고
소으랑 : 조용히 있으면
소으랑 : 다들 기분 안 나쁘게
소으랑 :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는데
나 : 평소엔 어리광도 잘 부리고
나 : 좋은 의미로 애들 같은데
나 : 왜 이럴 때만 꿋꿋한지 모르겠네
소으랑 : 싫어도 꾹 참고
소으랑 : 조용히 기다리면
소으랑 : 어쨌든 지나가니까
나 : 그러니까 그게 정답이 아니라니까?
소으랑 : 그럼 어떡하라구요
나 : 어쨌든 얘기를 해봐야지
나 : 어려운 건 알겠는데
나 : 안 그러면 더 나쁘게 돌아온다니까?
소으랑 : 내가 안 해본 줄 알아요?
나 : ?
소으랑 : 주인님이 싫어하니까
소으랑 : 나도 포기한 거지
나 : 내가?
소으랑 :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인데
소으랑 : 자꾸 궁금해하고 물어보고
소으랑 : 끈질기게 달라붙는 거
소으랑 : 주인님 엄청 싫어하잖아요
나 : 그래 뭐, 싫어하긴 하지
소으랑 : 소원이라 마지못한 거 빼면
소으랑 :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소으랑 : 전 여친 얘기 꺼냈다가
소으랑 : 엄청나게 혼났는데……ㅋㅋ
나 : ㅇㅇ
소으랑 : 알아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소으랑 : 뭣하러 물어보냐고 막 그러시고
나 : 그래서 참는 거야?
소으랑 :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걸 가지고
소으랑 : 불만을 가져봤자 소용 없으니까
소으랑 : 괜히 얘기해서 혼나느니
소으랑 : 꾹 참고 사랑받는 게 나아요
나 : 근데 서윤아
소으랑 : 네
나 : 그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소으랑 : 뭘요?
나 : 아니,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 : 그동안 많이 불안했구나 싶어서
소으랑 : 이제 와서??
나 : 그런 소릴 들어도 할 말 없긴 한데
나 :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도 사실이라
소으랑 : ?
나 : 너무 과민반응이었나 싶기도 하고
나 : 서윤이가 그것 때문에
나 : 서운한 게 있어도 말 못하고
나 : 혼자 참아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면
나 :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
소으랑 : 혼나는 이유는 저도 납득했는데;;;
소으랑 :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였잖아요
소으랑 : 그리고 원래 전 여친에 대해선
소으랑 : 물어보는 거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나 : 일반적으론 그렇지
나 : 물론 그래
나 : 지금도 생각이 바뀐 건 아니야
나 : 묻어둘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지
소으랑 : 네
나 : 나뭇가지로 풀숲을 들쑤셔봤자
나 : 거기서 튀어나오는 건
나 : 뱀이나 벌레밖에 없잖아
나 : 그럼 그냥 지나가는 편이 낫지
나 : 굳이 리스크를 떠맡을 필요가 있어?
소으랑 : 없어요
나 : 잊어버릴 수 있으면 잊어야 돼
나 : 그게 맞는 거야
나 :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나 : 최소한 묻어두기라도 해야 돼
소으랑 : 근데 주인님;;;
나 : 서윤이처럼 흙만 살짝 덮어놓으면
나 : 싫어도 간단하게 눈에 들어오고
나 :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나 : 다시 꺼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
소으랑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나 : 결국 괜히 화풀이를 한 셈이잖아
나 : 서윤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나 : 공원 한가운데 떨어트린 일기장을
나 : 누가 열어봤다고 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소으랑 : 어……
나 : 물론 그 사람한테 화를 낼 수야 있겠지
나 :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
나 : 근데 화를 낼 순 있어도 거기까지야
나 : 그 사람 탓이라고 책임을 돌릴 순 없어
나 : 결국 1차적인 책임소재는 나한테 있으니까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괜찮아요??
나 : 보통 안 괜찮아 보일 때
나 : 그런 질문을 많이 하더라
소으랑 : 혹시 술 마신 건 아니죠?
나 : 취한 것 같아?
소으랑 : 갑자기 막 횡설수설하셔서;;;;
나 : 그러게 말이야
소으랑 : ???
나 : 멘탈에 살짝 금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나 : 오늘 서윤이가 심리테스트랍시고
나 :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소으랑 : 재미로만 보자고 했으면서
소으랑 : 왜 멘탈이 망가지고 그래요
나 : 서윤아
소으랑 : 네 주인님
나 : 내버려둬서 미안해
나 :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소으랑 : 진짜 괜찮다니까요;;;
나 : 핑계를 대려는 건 아닌데
나 :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소으랑 : 나한테 미안해서요?
나 : ㅇㅇ
소으랑 : 진짜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소으랑 :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소으랑 : 오늘은 왜 멘탈까지 터지면서;;;;
나 : 서윤이 말대로 좀 취하고 싶네
소으랑 : 안 돼요
나 : 그래그래
나 : 알았어
소으랑 : 지난 주에 길동 님이랑 셋이서
소으랑 : 밤새도록 술 마셨다는 거 듣고
소으랑 :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나 : 많이 걱정했어?ㅋㅋ
소으랑 : 그런데 주인님은 달랑 메세지 하나 남기고
소으랑 : 이틀 내내 연락도 없는데다ㅋㅋ
소으랑 : 3일째에 간신히 카톡으로만
소으랑 : 일 있으니까 밤에 전화하겠다고
나 : 그건 내가 잘못했어
소으랑 : 물론 제가 주인님 여친도 아니고
소으랑 : 그러면 안 된다는 건 아는데
소으랑 : 저 진짜 걱정 많이 했거든요ㅋㅋ
나 : 미안해 진짜로
소으랑 :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소으랑 : 나 이것도 많이 서운했어요
나 : 내가 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
소으랑 : 주인님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소으랑 : 언니가 간병해줬다면서요
소으랑 : 나한테는 그런 말 안 했잖아요
나 : 둘이 통화했다며?
나 : ㅇㅇ
나 : 들었어
소으랑 : 며칠 전에 짧게 통화했어요
나 : 내가 너 아프다고 했거든
소으랑 : 컨디션이 안 좋단 소릴 들었는데
소으랑 : 몸이 많이 안 좋으면 말하라고
소으랑 : 퇴근하면서 뭣 좀 사다줄 테니까
나 : 그래서?
소으랑 : 주인님도 오지 말라고 했는데
소으랑 : 다른 사람은 당연히 더 싫죠
소으랑 :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했어요
나 : 잘했어
나 : 그래
소으랑 : 잘한 거예요?
나 : 예의 바르게 잘 했다고
나 : 기분 나쁘지 않도록ㅋㅋ
소으랑 : 대놓고 싫다고 할 순 없잖아요
소으랑 : 그래도 주인님 친구 분인데
소으랑 : 안 그럼 주인님도 난처하니까
나 : 음
나 : 서윤아
소으랑 : 네
나 : 경은이가 싫어?
소으랑 : 갑자기 왜요?
나 : 얼마 전부터 언니라고 부르는 것 같아서
나 : 조금은 친해졌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 : 나 때문에 예의를 지켰다고 하니까
나 : 직접적으로 관계되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싶지
소으랑 : 싫은 건 아닌……데
나 : 그럼?
소으랑 : 좋은 사람인 것도 알고
소으랑 : 자꾸 챙겨주려는 것도
소으랑 : 좀 성가시긴 하지만
소으랑 :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어요
나 : 그리고?
소으랑 : 주인님이랑도 친하고
소으랑 : 서로 잘 알고 있고
소으랑 : 그래서 가끔 부럽기도 한데
나 : 또?
소으랑 : 왜 그러세요 진짜……ㅋㅋㅋ
소으랑 :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거예요
나 : 솔직한 심정이 듣고 싶어서
소으랑 : 뒤에서 험담하는 것 같아서
소으랑 : 맘에 안 든단 말이에요
나 : 험담에 가까운 얘기야?
소으랑 : 그건 아닌데ㅠㅠ
나 : 괜찮으니까 말해봐
나 : 듣고 싶어서 그래
소으랑 : 진짜 솔직한 심정?
나 : 응
소으랑 : 어디까지 솔직해도 돼요?
나 : 아슬아슬하게 한계까지
소으랑 : 으
나 :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야
나 : 그냥 정말 솔직하게
나 : 서윤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 : 그게 알고 싶어서 그래ㅋㅋㅋㅋ
소으랑 : 그럼 있잖아요
소으랑 : 주인님
소으랑 : 이상한 얘기 좀 해도 돼요?
나 : 이상한 얘기 좋지
소으랑 : 좀 많이 이상할 텐데;;;
나 : 얼마든지 해봐
소으랑 : 원래 이런 얘긴 안 하고 싶은데
소으랑 : 왠지 오늘이 아니면
소으랑 :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소으랑 : 주인님도 솔직하라고 하시구
나 : 서론이 긴 걸 보니까
나 : 내가 뭐라고 할지
나 : 걱정돼서 그러는구나?
소으랑 : 네……ㅠㅠ
나 : 화 안 낼 태니까 말해봐
나 : 그냥 말 그대로
나 : 서윤이 생각이 듣고 싶은 거니까
소으랑 : 그게요
소으랑 : 언니 얘기는 아닌데
나 : 그것도 괜찮지
소으랑 : 만약 제가 주인님한테
소으랑 : 그게
소으랑 : 그러니까
나 : ㅇㅇ
소으랑 : 주인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게
소으랑 : 진짜 너무너무 싫다고 하면
소으랑 : 서브미시브 실격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