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5월 2일 금요일 PM 2시 (4)
나 : 노예계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아니 뭐,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긴 한데
나 : 왜 너한테 들으니까 웃기냐ㅋㅋㅋㅋ
소으랑 : ??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나 : 한쪽에 불리한 불공정계약이 아니냐 이거지?
소으랑 : 그것도 그렇구요
소으랑 : 계약이란 단어 자체가
소으랑 : 좀 섬뜩해요ㅋㅋ
소으랑 : 무시무시하다고 해야 하나
소으랑 : 잘못하면 인생 망치는……?
소으랑 : 그런 느낌이라서ㅋㅋ
나 : 이제야 좀 실감이 드나 보네
소으랑 : 전에 주인님이 말해주긴 했거든요
소으랑 : 디엣에 대해 설명하면서
소으랑 :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과정……?
나 : ㅇㅇ
소으랑 : 아무튼 그런 절차를 밟을 때
소으랑 : 맹세를 하는 거라고 했는데
소으랑 : 이번에는 계약이에요?
나 : 내가 서면계약 얘기는 안 해줬어?
소으랑 : 넹
나 :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소으랑 : 왜요??
나 : 그땐 서윤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나 : 자극적인 얘기만 골라서 해줬거든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서 아마 절차나 합의 같은 부분은
나 : 대충 떼우고 넘어갔을 거야ㅋㅋ
나 : 나중에 본격적으로 길들이게 됐을 때
나 : 그때 다시 알려줘도 안 늦을 거라고 생각했을 걸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너무 계획적이다
소으랑 :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소으랑 : 나랑 이렇게 될 것도?
나 : 아니면 마는 거지 뭐
소으랑 : 주인님은 치밀한 거에 비해서
소으랑 : 끝마무리가 왠지 좀 대충이에요
소으랑 : 될 대로 되라는 것처럼
나 : 결과엔 별 관심이 없거든
나 : 난 과정이 즐거우면 만족해
소으랑 : 그것도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나 : 뭐, 결과적으로 잘 됐잖아ㅋㅋ
소으랑 : 그건 그렇지만
소으랑 : ㅋㅋㅋㅋ
소으랑 : 왠지 속은 느낌
나 : 낚였다고 하자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맞아요
소으랑 : 파닥파닥했어요
나 : ㅇㅇ
나 : 어쨌든 서윤이가 주종관계에 대해
나 :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나 : 노예계약은 확실하게 아니야ㅋㅋ
소으랑 : 그래요?
나 : 파트너가 노예도 아니고
나 : 착취해야 할 대상도 아닌데
나 : 당연히 잘못된 거지
소으랑 : 그럼 뭐라고 해요?
나 : 그냥 디엣계약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소으랑 : 왠지 임팩트가 부족한데……;;;;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도 서로를 위해서 계약서를 쓰는 거잖아
나 : 딱히 플레이를 위한 것도 아니고
나 : 합의된 관계란 부분을 확실하게 해두려는 거니까
나 : 굳이 자극적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소으랑 : 주인님은 저한테 그런 영상도 찍게 했으면서
나 : 그건 그런 플레이였으니까
소으랑 : 종이에 쓴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요?
나 : 반드시 뭔가가 달라야 한다기보다는
나 : 각자 플레이에 뒤따르는 리스크에 대해 이해했고
나 : 두 사람이 사전에 동의했다는 게 중요하겠지?
나 : 만약 플레이 중에 부상을 당했는데
나 : 서로 자기 책임 아니라고 미루면 어떻게 되겠어
소으랑 : 법정에서 만나게 되나……?
나 : 아마 그렇겠지
소으랑 : 주인님은 그런 적 없어요?
나 : 얘가 누구 인생을 말아먹으려고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경찰서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는 사람한테
소으랑 : 알았어요ㅋㅋㅋㅋ
나 : 그래서 되도록 계약서를 쓸 때는
나 : 각자 준수해야 할 책임과 역할 의무를 명시하고
나 :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나 : 뭐랄까
나 :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편이야
나 : 아무래도 플레이 중엔 항상 부상의 위험이 있고
나 : 피임 같은 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보니까
소으랑 : 피임;;;;
나 : ㅇㅇ
나 : 개인적으로 내 파트너한테는
나 : 애프터필 같은 건 쓰고 싶지 않아서
나 : 아니, 아무튼
나 :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소으랑 : 그럼 주인님은
소으랑 : 저한테
소으랑 : 그러니까
소으랑 : 그게
나 : ?
소으랑 : 질내사정……요
소으랑 : 하고 싶어요?
나 : 그야 뭐, 리스크만 없으면 하고 싶지
나 : 매번 콘돔 챙기기도 귀찮고
나 : 남자 입장에선 느낌이 꽤 다르니까
나 : 은근히 싫어하는 사람 있더라고
소으랑 : 근데 안에 하면요
소으랑 : 임신하잖아요
나 : ㅇㅇ
나 : 그렇지
소으랑 : 긍까
소으랑 : 질내사정하고 싶다는 건
소으랑 : 임신시키고 싶다는 거죠?
나 : 그럴 리가ㅋㅋㅋ
소으랑 : ?
나 : 이 나이에 애아빠 될 일 있냐ㅋㅋㅋ
나 : 딱히 결혼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소으랑 : 그럼 뭐예요ㅋㅋ
소으랑 : 왜 하고 싶다는 거예요
나 : 아니,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소으랑 : 계약서에 적는다면서요
소으랑 : 그럼 피임 없이 하게 되는
소으랑 : 플레이 같은 것도
소으랑 : 있다는 거 아니에요……?
나 : 있기야 있지
소으랑 : 근데 왜 자꾸 아니라 그래요ㅠㅠ
나 : 내 말을 어디로 들었냐 넌
나 : 그런 부분을 절충하기 위해서
나 : 계약서가 필요한 거라니까?
소으랑 : 그럼 거기에 절대금지라고 적으면
소으랑 : 무조건 지켜야 되는 거예요?
소으랑 : 주인님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나 : 당연하지
소으랑 : 계약서는 어떻게 쓰는데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왜
나 : 알아둬야 할 것 같아?
소으랑 :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ㅋㅋ
나 : 중요한 건 서로 플레이의 리스크를 이해하고
나 : 그거에 대해서 동의했냐는 부분이라서
나 : 딱히 정해진 양식이 있는 건 아닌데
나 : 그러고 보니
나 : 외정하드 어딘가에 파일이 있을 텐데
나 : 나중에 찾아서 올려줄 테니까 구경이나 해봐
소으랑 : 그런 걸 왜 갖고 있어요ㅋㅋ
나 : 필요해 보이면 모아두는 거지 뭐
나 : 원래 수집해서 정리하는 게 취미라
나 : 이것저것 다 가지고 있어ㅋㅋ
소으랑 : 하긴
소으랑 : 야동도ㅋㅋㅋ
나 : ㅇㅇ
나 : 어쨌든 이번엔 별로 설명할 게 없네
나 : 걍 상호합의한 사항에 대해서
나 : 서면으로 작성한 다음
나 : 도장 꽝 찍고
나 : 한 부씩 복사해서 나눠가지면 끝
소으랑 : 간단하넹
나 : 계약이 원래 다 그렇지
나 : 어려울 게 뭐가 있나
소으랑 : 좀 더 야할 거라고 생각했어요ㅋㅋ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전에 영상으로 찍었던 것처럼
소으랑 : 주인님한테 복종하고 봉사하고
소으랑 :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는 그런 걸 상상했는데
소으랑 : 근데 막상 들으니까ㅋㅋㅋ
나 : 들으니까?
소으랑 : 무미건조하다고 해야 하나
소으랑 : 되게 형식적이고
소으랑 : 약간 뭐랄까
소으랑 : 우린 계약적인 관계라고
소으랑 : 확실하게 선을 긋는 느낌이라
소으랑 : 좀 그래요ㅋㅋㅋㅋㅋ
나 : 부부도 혼인신고서는 쓰잖아
소으랑 : 음
나 : 아니면 문서로 남는 게 불만이야?
나 : 근데 이건 너한테도 필요한 건데
나 : 예를 들어서
나 : 촬영한 영상은 내가 가지고 있잖아
소으랑 : 네
나 : 근데 너한테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 :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포를 해버렸어
나 : 그럼 서윤이는 이제 큰일나는 거잖아
소으랑 : 그……렇겠죠?
나 : 그럴 때 계약서라도 들이밀면서
나 : 책임을 요구할 수 있어야지
나 : 안 그러면 꼼짝없이 당하잖아
소으랑 : 음
나 : 서윤이가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나 : 정 싫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지 뭐
소으랑 : 아니, 그런 건 아닌데……ㅋㅋㅋ
소으랑 : 꼭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부터가
소으랑 : 주인님을 못 믿는다는 것 같아서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나 :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생각해
나 : 아니면 암컷서약서 같은 쪽이 취향이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뭐에요 그건
소으랑 : 안 들어도 알 것 같긴 한데
나 : 말 그대로지 뭐
나 : 전에 서윤이가 촬영하면서 했던 말들 있지?
나 : 그걸 계약서 형식으로 남겨서
나 : 거기다 도장을 꽝 찍으면 되는 거야
소으랑 : 주인님 소유의 암컷으로서
소으랑 : 주인님께 절대복종하고
나 : ㅇㅇ
소으랑 : 봉사하는 노예로 살아가겠다는
소으랑 : 뭐 그런 것들이요?
나 : 이젠 안 시켜도 알아서 줄줄 나오네
소으랑 : ㅎㅎ
나 : 나중에 한 번 해보자ㅋㅋㅋㅋ
나 : 실제 문서로 만들어서
나 : 선서하는 영상도 찍어서 올리고
소으랑 : 흐앙ㅠㅠ
나 : 이미 한번 해봐서 딱히 어렵진 않을 텐데
나 : 난 역시 문서로 보는 게 와닿더라고
나 : 실제로 너에 대한 권리를 소유한 것 같아서
소으랑 : 법적인 효력은 없는 거죠……?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노예계약 아니라면서요ㅠㅠ
나 : ㅇㅇ
나 : 어디까지나 플레이의 내용이니까
나 : 딱히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프린트한 다음에 액자에 넣어서
나 : 벽에 걸어둬도 되고ㅋㅋㅋ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변태야 변태
소으랑 : 인테리어도 아니고
소으랑 : 그런 걸 왜 걸어놔요
나 : 어디에 걸어놔야 눈에 잘 띌지
나 : 지금부터 잘 생각해봐
소으랑 : 일상이랑 구분해야 한다고
소으랑 : 그렇게 말했으면서ㅋㅋㅋㅋ
나 : 그런 플레이인 거지 뭐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아
소으랑 : 주인님 진짜 너무 좋아
나 : 왜 갑자기
소으랑 : 그냥요
나 : 그래 뭐, 많이 좋아해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나 좋다는데 말리겠냐
소으랑 : 오늘 진짜 울적했거든요
소으랑 : 아프고 외로우니까
소으랑 : 막 서럽고 그래서ㅋㅋㅋ
소으랑 : 근데 주인님이랑 있으니까
소으랑 : 다 괜찮아진 기분이에요
나 : 다행이네
소으랑 : 아까 아침까지만 해도
소으랑 : 비나 왕창 쏟아지라고ㅋㅋ
소으랑 : 그래서 다들
소으랑 : 집에 처박혀 있으라고
소으랑 : 저주하고 있었는데
소으랑: ㅋㅋㅋㅋㅋㅋ
나 : 금요일이라서?
소으랑 : 네엥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혼자만 못 노는 것 같아서 억울해?
소으랑 : 주인님은 안 그래요?
나 : 난 혼자 있는 게 편해서
소으랑 : 난 혼자 있기 싫어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평소엔 안 그러더니
나 : 아파서 그런가
나 : 유독 오늘 멘탈이 터지려고 하네
소으랑 : 다들 친구나 애인이랑 놀고 있는데
소으랑 : 나만 갇혀있는 것 같아서 싫어요
소으랑 : 세상에서 소외되는 느낌이에요ㅋㅋ
나 : 왜 이렇게 외로움을 잘 타냐 다들
소으랑 : 다들이라고 하지 마요
나 : 왜
소으랑 : 그냥 뭔가 싫어요
나 : 별걸 다 신경쓰네
나 : 알았어
소으랑 : 오늘 나 너무 버릇없죠……?
나 : 이 정도는 괜찮아
나 : 평소엔 너무 저자세니까
나 : 딱 좋다곤 말 못하겠지만
나 : 색다른 맛이 있네ㅋㅋ
소으랑 : 기간한정임
나 : 그러게ㅋㅋㅋㅋㅋ
나 : 괜찮아
나 : 아플 때 정도는
소으랑 : 항상 느끼는 거지만
소으랑 : 주인님은요
소으랑 : 어리광 부리고 싶게 만드는
소으랑 : 매력이라고 해야 하나
소으랑 : 포옹력?
소으랑 :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소으랑 : 아무튼 비슷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나 : 그릇이 크다고 해줘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진짜 그런 건가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실수를 해도 절대로 당황하질 않고
소으랑 : 침착하게 옆에서 챙겨주니까
소으랑 : 주인님이랑 있으면
소으랑 : 이상하게 안심이 돼요
나 : 좋게 봐주면 고맙지 뭐
소으랑 : 이것 봐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되게 자연스럽게 받아넘기잖아요
소으랑 :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나 : 그냥 성격이야 성격
나 : 딱히 익숙한 것도 아니고
나 : 날 너무 과대평가한다
소으랑 : ㅎㅎ
나 : 알았으니까
나 : 낯간지러운 얘기는 됐고
소으랑 : 아
소으랑 : 주인님
나 : 왜
소으랑 : 나 약 먹을 시간이에요
나 : ㅇㅇ
나 : 알았어
소으랑 : 약 먹어도 돼요?
나 : 그럼 내가 안 된다고 하겠냐ㅋㅋㅋ
나 : 뭐 그런 것까지 일일이 허락을 받고 그래
나 : 그냥 가서 먹고 오면 되지
소으랑 : 주인님한테 허락을 받으면요
소으랑 : 왠지 보살핌 받는 기분이 들어서
소으랑 : 막 챙겨주시는 것 같고
소으랑 : 진짜로 주인님한테 관리받는 것 같아서
소으랑 : 이상하게 편안한 기분이 들어요
나 : 넌 진짜 천성이다ㅋㅋ
소으랑 : 뭐가요?
나 : 그렇게 속박당하는 게 좋아?
소으랑 : 음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알았으니까 약 먹어
나 : 그리고 다시 얘기하자
소으랑 : 넹
나 : 근데 의사는 별말 안 해?
나 : 걍 감기몸살이래?
소으랑 : 편도가 좀 부었는데
소으랑 : 면역력이 떨어져셔 그럴 수도 있다고
소으랑 : 밥이랑 약 챙겨먹고 충분히 쉬래요
나 : 충분히 쉬는 게 중요하지
소으랑 : 그래서 약도 3일치 지어왔어요
소으랑 : 내일도 열이 안 떨어지면
소으랑 : 병원에 다시 오라 그랬는데
소으랑 : 안 가도 괜찮을 것 같음
나 : 주말이니까 열심히 빈둥거려ㅋㅋ
소으랑 : 근데 있잖아요
소으랑 : 이건 다른 애기긴 한데
소으랑 : 주인님은
소으랑 : 알약 괜찮아요?
나 : 괜찮냐는 게 무슨 소리야
나 : 먹을 수 있냐고?
소으랑 : 네
나 : 딱히 고생스럽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소으랑 : 난 왤케 힘들지……ㅋㅋㅋㅋ
소으랑 : 삼키는 게 어려워요
소으랑 : 목으로 넘기고 난 뒤에도
소으랑 : 이상하게 남아있는 것 같고
나 : 그런 사람들 꽤 있다 그러긴 하더라
소으랑 : 진짜요?
나 : ㅇㅇ
나 : 주로 어린애들이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무슨 방법이 있나
소으랑 : 요령이라든지
나 : 물이랑 같이 넘기는 거지
나 : 무슨 방법이 있겠니ㅋㅋ
나 : 입안에 한가득 머금은 다음에
나 : 꿀떡꿀떡 삼켜 그냥ㅋㅋㅋ
소으랑 : ㅠㅠ
나 : 못하는 것도 많고ㅋㅋㅋㅋ
나 : 어려워하는 것도 많고
나 : 너도 인생이 고달프겠다
소으랑 : 힘들어요
나 : 인생이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소으랑 :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
나 : 다른 사람이 사주는 밥을 먹으면 돼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알았어요
소으랑 : 밥 먹으러 가요
나 : 지금 가장 생각나는 게 뭐야
소으랑 : 쓰담쓰담이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런 거 말고ㅋㅋㅋㅋㅋㅋㅋ
나 : 입에 들어가는 걸로
소으랑 : 음
나 : 고기?
소으랑 : 고기 좋죠
나 : 파스타 같은 건 싫어하냐
소으랑 : 파스타도 괜찮죠
나 : 피자
소으랑 : 피자 맛있죠
소으랑 : 좋아해요
나 : 매운 건?
소으랑 : 싫……어하진 않아요
나 : 족발
소으랑 : 음
나 : 보쌈
나 : 곱창
나 : 막국수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순두부 백반
나 : 제육정식
나 : 김치찌개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네
소으랑 : 좋아해요
나 : 싫어하는 게 있긴 해?
소으랑 : 아 몰라요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주인님이 골라줘요
소으랑 : 난 그런 거 힘들어요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
나 : 아니, 그게 왜 힘들어
나 : 뭘 좋아하냐니까?
소으랑 : 다 괜찮단 말이에요
나 : 너도 결정장애냐?
소으랑 : 딱히 뭐라도 상관없는데
소으랑 : 하나만 콕 찝으라고 하면 막 혼란스러워요
소으랑 : 그러니까 주인님 좋아하는 걸로 해요
소으랑 : 네?
나 : 그럼 간만에 초밥이나 먹을까
소으랑 : 초밥 좋아해요?
나 : ㅇㅇ
나 : 좋아하지
소으랑 : 나도 초밥 좋아요ㅋㅋ
나 : ㅇㅋ
나 : 그럼 초밥으로 결정
소으랑 : 네엥
나 : 날짜는 언제가 좋겠어?
나 : 이것도 내가 정해줘야 돼?
소으랑 : 너무 늦어지면 싫은데
나 : 다다음주 일요일 어때?
소으랑 : 다다음주?
나 : ㅇㅇ
소으랑 : 그게 며칠이지
소으랑 : 잠깐만요
나 : 11일
소으랑 : 안 돼요
나 : 왜?
소으랑 : 안 돼요
나 : 약속이라도 있어?
소으랑 : 아무튼 안 돼요
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