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4월 25일 금요일 PM 07시 (5)
소으랑 : 아니, 긍까 이게……ㅋㅋㅋㅋㅋ
소으랑 : 낭님은 제 위잖아요
소으랑 : 딱히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소으랑 : 나이든 뭐든
소으랑 : 제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나 : 그런가?
소으랑 : 저번에 니가 나한테 장난칠 순번이냐면서
소으랑 : 서열이 어쩌고 저쩌고
소으랑 : 막 뭐라 그래놓고……ㅠㅠ
나 : ㅇㅇ
나 : 기억은 하는데
나 : 막상 니가 니 입으로
나 : 나보다 아래라고 하는 걸 들으니
나 : 기분이 묘하다 어째ㅋㅋ
소으랑 :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건
소으랑 : 낭님이면서……ㅋㅋㅋ
소으랑 : 왜 기분이 묘해요
나 : ㄴㄴ
나 : 아니야
나 : 뭐 그렇다고 치자
나 : 그래서?
소으랑 : 긍까
소으랑 : 어
소으랑 :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ㅋㅋㅋ
나 : 젊은 애가 왜 이래
소으랑 : 낭님한테 묻었나보다
소으랑 : 늙음이 묻음ㅋㅋ
나 : 방금 전까지 아래다 뭐다 하더니
나 : 딱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야
나 : ㅋㅋㅋㅋ
소으랑 : 에이
소으랑 : 이 정도는 애교죠ㅋㅋ
소으랑 : 귀엽지 않음?
나 : 많이 뻔뻔해졌다 정말
나 : 귀엽다 그래
나 : ㅋㅋㅋ
소으랑 : 아
소으랑 :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었냐면
소으랑 : 나보다 위인 사람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소으랑 :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해야 하나?
소으랑 : 날 귀여워해주는 사람한테
소으랑 : 좀 더 이쁨받고 싶은?
소으랑 : 그런 마음이 점점 더 강해져서……
소으랑 : 낭님이 시키는 건
소으랑 : 대충 다 따르고 싶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ㅋㅋ
나 : 흠
소으랑 : 그래서 만약 낭님이
소으랑 :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자 그래도
소으랑 : 속으로는 싫은데
소으랑 : 어영부영 따라가게 될까봐
소으랑 : 좀 불안하기도 하고……
나 : 안 시킨다니까
소으랑 : ㅎㅎ
소으랑 :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소으랑 : 불안한 감정이란 게
소으랑 :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서……
나 : 그래
나 : 그럴 수 있지
소으랑 : 암튼 그래요ㅋㅋㅋ
소으랑 : 애초에 섭이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소으랑 : 그 기분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하면
소으랑 :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 : 딱히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소으랑 : 안 이상해요?
나 : ㅇㅇ
나 : 얼마나 거창하게 여기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 : 만약 내가 새롭게 섭을 구한다고 치면
나 : 자격……이라는 말은 좀 그런가?
나 : 조건?
나 : 달리 뭐라고 해야 하는지 안 떠오르네
나 : 어쨌든
나 : 내가 보는 건 하나밖에 없어
소으랑 : 뭔데요?
나 : 마음가짐이지 뭐
소으랑 : 마음가짐?
나 : ㅇㅇ
나 : 그동안 계속 설명했으니까 슬슬 너도 감이 잡힐 텐데
나 :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관계도 아니고
나 : 취향이나 성향도 사람마다 달라서
나 : 서로 맞춰가야 하는 이상
나 : 중요한 건 그거 하나밖에 없어
나 : 내 생각엔 그래
소으랑 : 아니, 그보단 마음가짐이라는 게
소으랑 :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나 : 간단한 거야
나 : 지배당하는 거에 거부감이 없는지
나 : 나를 주인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나 : 뭐 그런 거지
소으랑 : 원래 섭이 그런 거 아니에요??
나 : ㅇㅇ
나 : 근데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게
나 : 그냥 상대를 성욕해소용으로만 보는 사람도 많거든
나 : 이건 남녀를 안 가리는 문제지만
나 : 너야 뭐 그럴 걱정은 없을 것 같다ㅋㅋ
소으랑 : 저는 걱정 안 해요?ㅋㅋㅋ
나 : 워낙 다 드러나기도 하고
나 : 애초에 주제파악을 잘 하잖아?
나 : 내가 기분 나쁜 것 같으면
나 : 눈치 보면서 재롱도 부리고
나 : 가끔 투정은 부려도
나 : 본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고
소으랑 : 그럼 만약 섭으로 삼는다면
소으랑 : 저 같은 사람이 좋다……는 말씀?
나 : 뭐 그렇지
나 : 결국 본인이 판단할 일이겠지만
나 : 만약 서윤이가 섭이 되면
나 : 주인이 많이 귀여워해줄 것 같아
나 : 이쁨 받을 성격이야 넌
소으랑 : ㅎㅎ;;;
나 : 아
나 : 이런 말 들으면 기분 나쁜가?
소으랑 : 요즘은요
소으랑 :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나빠야 하는지도
소으랑 : 잘 모르겠어요ㅋㅋㅋ
소으랑 : 기준이 좀 애매해졌다고 해야 하나
나 : 그럼 지금은 기분이 어떤데
소으랑 : 음
소으랑 : 그냥
소으랑 : 낭님한테 들어서 기분 나쁠 소리는
소으랑 : 별로 없는 것 같아요ㅎㅎ
나 : 날 너무 따르는 거 아니냐
소으랑 : 왜요
소으랑 : 싫어요?ㅋㅋㅋㅋ
나 : 웃지 마라
나 : 정든다
소으랑 : 너무해ㅋㅋㅋ
나 : 니가 급발진하는 바람에
나 :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렸잖아
나 : 어쩔 거야 이거
소으랑 : 늘그니……
나 :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나 : 바보랑 있으니 바보가 되는 기분이야
나 : 내 지능 책임져라 빨리
소으랑 : 몸으로요?
나 : 벗고 싶어?
소으랑 : 아뇨ㅋㅋㅋㅋㅋㅋ
나 : 근데 왜 그런 소릴 하고 있어
나 : 진짜로 벗겨버릴까보다
나 : 내가 못할 것 같지?
소으랑 : ㅎㅎ
나 : 아
나 : 그래
나 : 벗긴다고 하니까 생각났다
소으랑 : 아까 하려던 말이요?
나 : ㅇㅇ
나 :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고민은 하고 있었는데
나 :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혔거든?
나 : 그래도 언젠가 시켜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나 : 차라리 잘 됐어
소으랑 : 야한 거예요?
소으랑 : 이번에도 플레이?
나 : ㅇㅇ
나 : 지금까지 했던 것들 기억하지?
소으랑 : 네엥
나 : 뭐 했는지 니 입으로 말해봐
소으랑 : 어……
소으랑 : 일단 낭님이 이름 부를 때마다
소으랑 : 개처럼 짖게 했구요
소으랑 : 그리고 네 발로 걸어봤고
소으랑 : 글구
소으랑 : 속옷 없이 바깥에 나가보기도 했고
나 : 또?
소으랑 : 그리고
소으랑 : 배에 주인님이라고 써서
소으랑 : 낭님한테 사진도 보여줬고
소으랑 : 으
소으랑 : 가슴이랑 허벅지에
소으랑 : 음란한 말들 잔뜩 써서
소으랑 : 학교도 갔다 왔어요……
나 : ㅇㅇ
나 : 그치
소으랑 : 근데 그건 왜요?
나 : 내가 시킨 것들
나 : 니가 했던 플레이들
나 :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해?
소으랑 : 공통점?
나 : ㅇㅇ
소으랑 : 잘 모르겠는데요……;;;
소으랑 : 엄청나게 부끄러웠다는 거?
소으랑 : 그거 말곤
소으랑 : 음
소으랑 : 잘 모르겠어요
나 : 뭐 대충 그렇다고 치자
소으랑 : 어째 어영부영 넘어간 기분이……
나 : 애초에 인간성 박탈을 통한
나 : 주종관계의 확립이라던지
나 :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고찰 같은 얘기는
나 : 재미 없잖아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심리학이라고 그러니까
소으랑 : 갑자기 공부하는 느낌이 팍팍
나 : 그쪽에 관심 있으면 나중에 찾아봐
나 : 내가 거기까지 파고들기엔
나 : 다른 사람한테 설명할 정도로
나 :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나 : 어쨌든
나 : 지금까지 경험해본 플레이는
나 : 상황이 중요했지?
소으랑 : 상황?
나 : 일부러 집 밖으로 내보내기도 하고
나 : 학교에 다녀오라고도 그랬잖아
소으랑 : 아
나 : 처음부터 비일상적인 상황에 몰아넣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나 : 그런 쪽으로 좀 더 시켜볼까 싶었는데
나 : 생각했던 것보다 니가 못 따라오더라고
소으랑 : 제 잘못은 아니죠?
나 : 왜 이렇게 겁을 먹었어ㅋㅋㅋㅋ
나 : 내가 뭐라고만 하면
나 : 혼내는 것 같아?
소으랑 : 낭님이 그런 말을 하면
소으랑 : 자연스럽게 위축이 됨……ㅋㅋ
소으랑 : 내가 잘못했나 싶어서
나 : 당연히 니 잘못도 아니고
나 : 애초에 방향을 잘못 잡은
나 : 내 책임이 크지
소으랑 : ㅎㅎ;;;
나 : 그래서 일단 생각했던 게
나 : 널 좀 느끼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소으랑 : 어……
소으랑 : 그거 혹시
소으랑 : 아까 개발 얘기에서 이어지는 거예요?
나 : 개발?
소으랑 : 그거 있잖아요ㅋㅋ
소으랑 : 낭님이 성감은 개발을 해야
소으랑 : 더 잘 느끼고 예민해진다고……
소으랑 : 그랬잖아요
나 : 아
나 : ㅇㅇ
나 : 따지고 보면 비슷한 맥락이지
소으랑 : 어째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소으랑 : 훨씬 부끄러울 것 같은 예감이……
소으랑 : ㅠㅠㅠㅠ
나 : 글쎄
나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는
나 : 니 몸을 훨씬 더 많이 쓰겠지?
소으랑 : 그래서 아까 장난감이 어쩌고
소으랑 : 그랬던 거예요?ㅋㅋㅋㅋ
소으랑 : 제 몸도 막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려고
소으랑 : 일부러 불쾌하냐고 물어보면서
소으랑 : 포석을 깔아놨던 건가;;;
나 : 그러려던 건 아니고
나 : 너 같으면 변신도 안 되고
나 : 합체도 안 되는 장난감을
나 : 가지고 놀 생각이 들겠냐?
소으랑 : 세상에 합체랑 변신이 가능한 사람이 있으면
소으랑 : 어디 한 번 데려와봐요ㅋㅋㅋㅋㅋㅋ
나 :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 : 대충 알아서 이해해라 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리고 기왕이면 너도 기분 좋은 쪽이 좋잖아
소으랑 : 그거야 뭐……
나 : 흥미는 있지?
소으랑 : 으
소으랑 : 그게요
나 : 응
소으랑 : 기분 좋아지고 싶다 생각은 해요 가끔
소으랑 :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 : ㅇㅇ
나 : 애초에 내가 널 복종시키고 길들일 생각인 것도 아니고
나 : 너무 그런 쪽으로 치중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더라
나 : 그리고 얘기를 듣다 보니까
나 : 니가 좀 많이 둔감한 것 같기도 하고
나 : 애초에 어떤 식으로 해야 느낄 수 있는지 경험이 없으니까
나 :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서
소으랑 : 같아서?
나 : 이제부턴 각오하란 소리지 뭐
소으랑 : ㄷㄷ?
나 : 아마 좀 많이 본격적일 거야
나 : 그만큼 니 의견도 많이 물어볼 거고
나 : 말도 지금보다 많이 해야 할 테고
소으랑 : 그럼 이제부터는
소으랑 : 낭님이 벗으라고 하면
소으랑 : 벗어야 돼요?
나 : 역시 그건 좀 거부감이 생겨?
소으랑 : 아뇨 뭐
소으랑 : 낭님이 꼭이라고 말씀하시면
소으랑 : 못할 것도 없긴 한데……
나 : 정 안 되겠으면
나 : 그날그날 해야 할 과제를 알려준 다음
나 : 나중에 보고를 받는 식으로 해도 되고
나 : 방법은 많으니까 걱정하지 마
소으랑 : 딱히 무리하는 건 아닌데
나 : 너무 무리할 필요 없어ㅋㅋ
나 :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기특하다곤 말했지만
나 : 그렇게까지 나한테 맞춰줄 필요는 없어
소으랑 : 맞춰준다기보다……
소으랑 : 음
소으랑 : 낭님
나 : 응
소으랑 : 그게요
소으랑 : 파트너를 생각해야 하는 건
소으랑 : 섭도 마찬가지죠?
나 : 갑자기 뭔 소리야
소으랑 : 아니, 그게
소으랑 : 낭님이 항상 하는 얘기 있잖아요
소으랑 : 존중하고 배려하고 뭐 아무튼
소으랑 : 그런 얘기들이요
나 : ㅇㅇ
나 : 그게 왜?
소으랑 : 당연히 섭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죠?
나 : 당연하지
나 : 한쪽만 노력하는 관계는
나 : 오래 못 가
나 : 연애든 뭐든
소으랑 : 그럼 있잖아요
소으랑 : 플레이 하는 동안은
소으랑 : 낭님이 제 주인님인 거잖아요
소으랑 : 그쵸?
나 : ?
소으랑 : 아니 그냥
소으랑 : 어디까지나 역할로만 봤을 때!!
소으랑 : 낭님이 그 뭐지
소으랑 : 돔!!
소으랑 : 돔인 거잖아요
나 : 그래 뭐
나 : 그런 셈이지
소으랑 : 그럼 섭인 제가
소으랑 : 주인님을 생각하는 것도
소으랑 : 이상한 건 아니죠?
나 : 뭐야
나 :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소으랑 :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소으랑 : 그렇죠??
나 : 뭐 그렇지
나 : 이상하진 않고
나 : 기특한 거지
소으랑 : ㅎㅎ
나 : 그래서 왜
나 : 뭔데?
소으랑 : 아녀, 그게……
소으랑 : 낭님이 절 생각해 주시는 만큼
소으랑 : 저도 낭님을 좀
소으랑 : 즐겁게 해드려야 하지 않나
소으랑 :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 : 생각이 들어서?
소으랑 : 낭님이 그게 좋다고 하시면
소으랑 : 벗는 정도는……
소으랑 :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으랑 : 별로 제가 벗는 게 좋다기보단
소으랑 : 아
소으랑 : 물론 안 보여준다는 걸 전제로!!
나 : 그럼 나야 좋긴 하지만
나 : 무리할 필요 없는데?
소으랑 : 무리하는 건 아니구……
소으랑 : 애초에 과제라고 하면
소으랑 :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ㅋㅋ
소으랑 : 지금도 왕창 쌓여있는데……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으랑 : 글구 야한 거 할 때
소으랑 : 낭님이 없으면
소으랑 : 좀 이상할 것 같아요
나 : 흠
소으랑 : 낭님도 나중에 보고 받는 것보단
소으랑 : 직접 괴롭히는 게
소으랑 : 더 즐겁지 않아요……?
나 : 그거야 그렇지
나 : 트러블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도 쉽고
나 : 멘탈케어도 즉시 해줄 수 있고
나 : 사실 과제는
나 : 아무래도 자기조절 능력이 있고
나 : 어느 정도 경혐이 있는 애들한테 시키는 거라
나 : 너한텐 좀 이르긴 해
소으랑 : 근데 왜 과제로 해오래요
소으랑 : 문제 생기면 어떡하려구
소으랑 : 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나서
소으랑 : 제가 막
소으랑 : 어
소으랑 : 울고 그러면
소으랑 : 낭님이 책임질 수 있어요???
나 : 이 년들은 왜 배려를 해주면
나 : 해주는 만큼 기어오르지
소으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그리고
나 : 그런 것도 책임을 못 질 거면
나 : 목 매달고 죽어야지
소으랑 : 오……
나 : 좀 멋있었냐?
소으랑 : 그 말 하기 전까지는요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어쨌든
나 : 시키는 대로 벗겠다는 거야?
소으랑 : 그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한데
소으랑 : 일단은……
소으랑 : 네
소으랑 : 낭님도 그게 좋다면서요
나 : 그건 그런데
나 : 하긴
나 : 어차피 정작 시작하면
나 : 벗으라고 해서 벗을 것 같지도 않고
나 : 오만 가지 핑계를 다 주워섬기면서까지
나 : 반항할 것 같으니
소으랑 : 안 믿으신다
나 : 큰 기대 안 하련다
나 : ㅇㅇ
나 : 여자들이 하는 소리 다 믿었다가
나 : 나중에 피 봤던 경우가
나 : 한둘이 아니라서
소으랑 : 낭님은 얘기 듣다 보면
소으랑 : 한 서른쯤 먹은 것 같아요
소으랑 : 저랑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사람이
소으랑 : 항상 뭘 그렇게
소으랑 : 세상을 의심하고 그래요?
나 : 내가 인생을 좀 스펙터클하게 살아서
나 : 그거 얘기하려면
나 : 소주 네 병으로도 부족하다
소으랑 : 저도 알 수 있게 비유를 해주세요ㅋㅋ
소으랑 : 소주 네 병이 뭐야
나 : 콜라 1.5L 세 통
나 : 치킨 네 마리
소으랑 : 오와……
나 : 대충 감이 와?
소으랑 : 둘이서 네 마리면
소으랑 : 어……
소으랑 : 영화 세 편쯤은 볼 수 있을 듯
소으랑 : 그럼 한 6시간쯤 되나?
나 : 얼추 비슷하네
나 : 어쨌든
나 : 딱히 널 못 믿는다기보다는
나 : 그냥 여자들이 하는 말은 한 귀로 흘리는 편이라
나 : 너무 서운해하진 마
소으랑 : 그래도 나름 큰 결심 하고
소으랑 : 꺼낸 말인데……
나 : 실제로 벗겨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야
나 : 날 믿어
나 : 침대에 눕혀서 브래지어 후크 풀기 전까지는
나 : 고기가 물 밖으로 나왔는지
나 : 함부로 판단하면 안 돼
소으랑 : 몰라요 그런 거
나 : ㅋㅋㅋㅋ
소으랑 : 낭님이 안 믿어줘서
소으랑 : 살짝 삐지려고 그래요
소으랑 : 나도 낭님 생각해서 한 말인데
소으랑 : 반항할 것 같다고
소으랑 : 그런 말이나 하고
나 : ㄴㄴ
나 : 막상 벗어야 할 상황이 닥치면
나 :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나 : 이 말이지
소으랑 : 그럼 제가
소으랑 : 남자 앞에서 옷 벗겠다는 얘기를
소으랑 : 농담으로 할까봐서요?
나 : 내 딴에는 나름대로
나 : 갑자기 마음을 바꿔 먹어도
나 : 너한테 짜증 안 내려고 그랬던 건데
나 : 그렇게까지 결심이 확고하다면야
나 : 나도 어쩔 수 없지
소으랑 : 왜요
소으랑 : 뭐요
나 : 어차피 너 내일 스케쥴 없지?
소으랑 : 없긴 한데……
소으랑 : 어차피라는 세 글자가 거슬리네요
소으랑 : 흥
나 : 그래
나 : 알았어
소으랑 : ?
소으랑 : 뭔지는 알려주셔야죠
소으랑 : 불안하게 왜 또……
나 : 오늘 사람들 다 나가면
나 : 바로 벗길 테니까
나 :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든
나 : 변명을 생각해놓든
나 : 기다리고 있어
나 :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