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9-
그녀가 사근사근 웃으며 그의 손을 끌어 제 가슴을 쥐게 하자 밀리안은 자신이 지금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면서도 고분고분 그녀의 가슴을 잡았다. 클레이의 가슴은 그가 가장 사랑하고 집착하는 부위였다. 만지면 손에 착 감겼다. 부드럽고 탄력적이어서 이 감촉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자기야.”
“흣.”
귓가에 대고 야하게 속삭이는 말에 밀리안이 흠칫 몸을 떨었다. 양손 가득 찬 가슴을 더 꽉 쥐자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 여자의 허리가 섹스하듯 움직였다. 음탕한 움직임에 그의 성기가 지치지도 않고 곤두섰다.
“아, 클레이, 읏.”
“자기 자지는 정말 착해. 어떻게 이렇게 예쁜 짓만 하지?”
클레이가 손을 뒤로 뻗어 그의 성기를 쓰다듬었다. 칭찬을 알아들었는지 구멍에서 물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귀를 핥으며 속살거렸다.
“자기는 위도 잘 울지만, 아래 구멍도 잘 울어. 물이 많은 편인 거, 알고 있어?”
가끔 너무 많이 울어서 탈진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야. 클레이가 짐짓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성기의 기둥이 여자의 음부에 문질러지자 밀리안이 자지러졌다. 조금 전까지 심할 정도로 느꼈던 탓에 한껏 예민해진 상태에서 다시 받은 자극을 견딜 수 없었다. 귀두의 굴곡이 입구 끝에 살짝 걸쳤다가 강하게 튕겼다.
“벌써 다 젖었네. 야해라.”
“아아, 아, 아읏!”
성기 아랫부분을 잡고 있던 손이 슬금 위로 올라와 요도를 세게 쓸었다. 밀리안은 클레이의 부푼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허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섹스 장면을 녹화한 영상을 지울지 말지에 대해 대화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상황이 된 것이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여자의 행동에 반응한 몸이 그의 이해를 굳이 바라지 않았다.
“이렇게 자지 구멍에 손가락을 대잖아? 그럼 자기 구멍이 오물거리면서 내 손가락을 쪽쪽거리면서 빨아. 뽀뽀하는 것 같아.”
“아, 잠깐, 아흣, 잠깐만, 아!”
“빨리 쑤셔 달라고 애교 부리는 것 같단 말이야. 내가 정말, 이걸 어떻게 거부해. 응?”
야해 빠져선. 클레이의 질타에 밀리안이 숨을 헐떡거리며 등을 휘었다. 한계까지 부푼 성기가 여자의 음부 안으로 삼켜지고 있었다. 성기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먹히자 여자의 관이 구멍을 살짝 찔렀다. 그의 눈이 물기를 담고 크게 뜨였다.
“헉!”
“하, 씨발. 그렇게 좋아? 더 박아 줘? 응? 끝까지 쑤셔 박고 흔들어 줄까?”
“아, 아아, 으응, 아, 클레이. 더, 빨리…….”
“그럼 영상은 남겨 두는 거지?”
그 순간 밀리안이 기가 막힌다는 듯 클레이를 바라봤다. 고작 영상 하나를 지우지 않기 위해 그를 유혹했다는 게 어이없었다.
“당신, 정말…….”
“사랑해, 밀리.”
“하아.”
클레이가 애교를 부리듯 그의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며 볼을 비벼 댔다. 체셔와 똑같은 행동에 밀리안은 화도 못 내고 결국 웃어 버렸다.
“좋아요. 대신, 아무도 못 보게 해야 합니다.”
“응. 그건 당연하지. 약속해. 대신 나하고 가끔 같이 봐줘.”
“……목적이 그거였습니까?”
“보고 싶단 말이야. 우리가 섹스했던 영상을 보면서 당신이 부끄러워하면서도 느껴서 우는걸.”
잠시 소강상태였던 삽입 상태가 살짝 깊어졌다. 끈적한 내부가 성기 표면을 감싸고 꽉 조였다. 그것만이면 견딜 수 있겠는데, 요도를 파고든 관이 좁은 구멍을 넓히며 들어오고 있었다. 성기의 겉과 안이 여자에 의해 정복되자 밀리안은 못 견디고 숨을 헐떡였다.
“빨리, 알겠으니까, 하, 아읏, 빨리 좀, 헉―!”
그가 항복하는 순간, 살짝 남아 있던 부분까지 완전히 결합했다. 클레이가 그의 허리를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상체를 세우고 있지도 못했을 거다. 쾌락에 길든 성기의 모든 부위가 모조리 자극당했다. 혈관이 꿈틀거리는 미세한 감각마저도 느껴졌다. 요도가 꿈틀거릴 수도 있다는 걸. 그걸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걸 클레이와 관계한 뒤에 깨달았다.
“하아, 하, 하읏, 아, 아아, 으읏!”
“역시 자기 구멍은, 애교가 많아. 하, 왜 이렇게 쪽쪽 빠는 거야.”
이렇게 안 해도 충분히 예뻐해 줄 텐데. 클레이가 거친 숨을 내쉬며 잡고 있던 그의 허리를 풀어줬다. 밀리안이 침대에 쓰러져 시트에 등을 비비며 들썩였다. 새하얗던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 맛있게 익었다. 클레이는 살짝 허리를 띄우며 안을 조였다. 물이 많은 걸 증명하듯 관을 받아 물은 구멍이 흥건히 젖었다. 야한 남자다. 섹스를 부끄러워하면서도 너무 잘했다. 여자를 기쁘게 할 줄 아는 남자. 하지만 이 남자의 처음과 끝은 모두 내 것이다. 클레이는 다시 허리를 내리며 선명한 선이 그어진 그의 배를 손으로 눌렀다.
배가 눌리자 삽입된 곳이 더 느껴지는지 밀리안이 머리를 흔들며 자지러졌다. 벌어진 입술에서 뜨거운 숨과 함께 야릇한 신음이 헐떡거리며 토해졌다. 클레이는 그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 카메라를 통해 보는 것도 별미였지만, 이렇게 자신의 눈으로 선명하게 보는 게 더 좋았다.
“밀리, 나를 봐. 응? 날 봐 줘.”
내가 당신을 보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날 봐 줘. 클레이의 속삭임에 밀리안이 눈을 떴다. 물이 가득 고여 있던 눈동자가 심장에 꽂혔다. 클레이는 상체를 숙여 가슴을 겹쳤다. 흥분으로 단단하게 뭉친 가슴이 그의 가슴에 뭉개졌다. 예민한 살에 곤두선 밀리안의 유두가 눌리자 단 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클레이는 그의 볼을 잡고 속삭였다.
“당신은 내게 멋있고, 귀엽고, 항상 섹시해. 난 당신이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이 생겨도, 허리가 굽어도 분명 발정할 거야.”
“……클레이.”
“그러니까, 평생, 각오해 두는 게 좋아. 당신은 죽기 전까지 나와 섹스해야 할 테니까. 내가 당신 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섹스를 피한다는 이상한 생각도 하지 말고.”
클레이의 말에 밀리안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웃었다. 심지어 만삭으로 밀리안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괴로워할 때도 성욕이 올라와서 스스로가 쓰레기 같아 혐오스러웠다. 그런 상태로 이 년을 꾹 참고 견뎠다. 혹시라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밀리안을 아프게 할까 봐. 밀리안이 회복된 뒤에 그의 허락을 받고, 정관수술을 한 뒤 그때 하자고 그렇게 참았다.
“차라리 짐승이라고 욕하는 게 낫겠어.”
“하지만, 읏, 나만, 원하는 것, 같아서……, 아!”
클레이가 또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밀리안의 유두를 세게 꼬집었다. 아플 정도로 세게 잡고 비틀었는데도 그걸 느끼는지 질 안에 품은 성기가 부들부들 떨며 부피를 키웠다. 예민한 내벽을 넓게 파헤치는 성기의 감각이 미치도록 황홀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당신은, 차라리 몸을 사리고 있는 게 좋아. 난 이제 고삐가, 완전히 풀어진 느낌이거든.”
그동안 쌓인 성욕을 다 풀려면 몇 달을 침대에서만 굴러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클레이가 이를 갈았다. 진심이 그득히 담긴 말에 드디어 사태를 파악했는지 밀리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 * *
이른 저녁부터 아침까지 긴 섹스를 하고 난 뒤, 밀리안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화장실을 가겠다고 혼자 일어섰다가 다리가 풀려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진 뒤, 클레이에게 몸을 의지했다. 씻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하다 못해 식사까지 클레이에게 받아먹어야 했다.
오후가 되고도 침대에서 클레이의 수발을 받고 있자 벤틀로의 눈이 사나워졌다. 비난의 대상은 당연히 클레이 디어였다.
“간신히 몸이 회복되신 분을 왜 이렇게 괴롭히신 겁니까?”
“내 잘못 아니야. 밀리안이 날 자극했다고.”
“…….”
“내가 자기 몸이 안 예뻐서 안 건드린 줄 알잖아. 내가 얼마나 황당했겠어.”
“아니, 세상에. 그런 미친…….”
어떻게 이 짐승을 상대로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할 수가 있냐고 벤틀로가 경악한 얼굴로 밀리안을 바라봤다.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거였나. 밀리안은 쓱 시선을 피했다.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이었는데,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너무 심했다고 클레이를 비난하던 벤틀로마저 이 상황을 수긍해 버렸다.
“어쨌든, 이건 밀리안 님께서 자초한 일이니 어쩔 수 없군요. 레이나 님과 조쉬 님은 걱정하지 말고 푹 쉬십시오.”
“……네.”
매번 무조건적으로 밀리안을 옹호하던 벤틀로가 혀를 내차며 방을 나갔다. 클레이가 그것 보라며 콧대를 세웠다. 그 모습을 보자 기분이 묘해졌다. 어찌 되었든 짐승이라는 비난을 받은 건 여전한데 어떻게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자신이라면 얼굴도 들지 못했을 텐데 대단했다. 밀리안이 감탄과 비난을 동시에 품은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자 클레이가 눈을 치켜떴다.
“눈빛이 굉장히 불순한데?”
“……사랑한다고요.”
“흐응. 그런 눈빛이 아니었는데?”
물론 나도 사랑한다고 클레이가 잽싸게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분명 같이 뒹굴었는데 클레이만 유독 피부에서 광채가 났다. 마치 그의 생기를 모두 흡수한 것처럼.
‘당신은, 차라리 몸을 사리고 있는 게 좋아. 난 이제 고삐가, 완전히 풀어진 느낌이거든.’
지난밤에 클레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밀리안은 클레이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금을 녹여 만든 것처럼 빛나는 모발은 언제나 그렇듯 실크처럼 부드러웠다. 이렇게 예쁜 짐승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 더 본심을 말하자면 클레이가 짐승이어서 더 좋았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혹사당했지만, 그럼에도 그 역시 이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참고 참았다. 어차피 짐승은 클레이뿐만이 아니니까. 밀리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어 입 맞췄다.
“당신이 짐승이라서 좋습니다.”
“……응?”
칭찬이, 맞지? 클레이가 떨떠름하게 되묻자 밀리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아래가 뻐근한 통증이 오자 미간을 찌푸렸다. 오랜만의 섹스여서 몸이 이 정도로 타격을 받은 줄 몰랐다. 밀리안은 클레이에게 물을 받아먹으면서 그동안 했던 운동의 결과가 이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보통 이상의 체력을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왜 클레이와 섹스만 하면 이 모양이 되는지 황당했다.
“그건, 당신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로 너무 느껴서 그래.”
클레이의 손이 시트 안으로 들어가 그의 허벅지 가장 윗부분을 잡았다. 성기 바로 근처에 클레이의 손이 올라오자 밀리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클레이가 장난스레 웃었다.
“안 해. 나 그 정도로 정신 나가진 않았어.”
“…….”
“정말이라니까? 어제로 조금은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진화가 되긴 했거든.”
조금은. 밀리안은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직 조금밖에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 물론 몇 날 며칠을 뒹굴던 발정기 때보다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는 체력이었다.
“다음에는 아이들을 벤틀로에게 맡기고 별장에 가자. 응?”
“아.”
별장. 임신한 뒤로 잊고 있었던 둘만의 공간을 클레이가 다시 언급하자 밀리안이 눈을 크게 떴다.
“우리만의 시간도 필요해. 응?”
“좋아요.”
조쉬와 레이나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벤틀로와 시터들이 잘 챙겨 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내니 몸만 회복되면 바로 가고 싶었다. 아이들 때문에 오래 있진 못하더라도 단 며칠만이라도 클레이를 오롯이 독점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좋을 것 같았다.
밀리안은 클레이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른한 몸이 잠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