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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섹슈얼-138화 (138/144)

-외전 24-

밀리안은 밤에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긴 알았다면 아마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밀리안의 식욕이 돌아왔다. 언제 못 먹었냐는 듯, 밀리안은 끊임없이 음식을 요구했고, 저택의 모든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쩍 말랐던 몸에 조금씩 차오르는 살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이 원하는 음식을 손수 집어 입에 대어 주며 생글생글 웃었다. 밀리안이 한입 받아먹으면 클레이가 입을 맞췄다.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망고요.”

밀리안이 말하자마자 벤틀로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망고 몇 개가 접시에 예쁘게 잘려서 나왔다. 밀리안이 스푼을 들려고 하자 클레이가 먼저 채갔다.

예전엔 클레이에게 음식을 받아먹는다는 게 그렇게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클레이가 왜 이러는지 알기 때문인지 고분고분하게 음식을 받아먹게 된다. 자신이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여자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나서. 밀리안은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보다, 여자의 웃음을 먹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미 배가 찼음에도 계속 먹게 됐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망고 두 개가 넘어가자 밀리안은 클레이의 손을 밀어냈다.

“이제 더는 못 먹겠어요.”

“어제보다 적게 먹은 것 같은데…….”

“조절하고 있어요. 살이 너무 많이 쪄도 건강에 안 좋을 테니까요.”

건강이라는 말에 클레이는 그제야 스푼을 내려놓았다. 단순히 배가 부르다는 말보단 이게 효과적이었다.

만족할 만큼 먹고 나니 잠이 왔다. 밀리안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자 클레이는 살짝 그를 흔들어 깨웠다.

“약은 먹고 자야지. 응?”

“네에…….”

눈꺼풀도 들어 올리지 못하면서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대답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클레이는 벤틀로에게 눈짓해 약을 가져오게 했다. 반쯤 잠든 상태에서도 입 안으로 들어오는 약이 맛없는지 표정을 잔뜩 일그러트린다. 클레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밀리안을 안고 침실로 향했다.

밀리안을 먼저 침대에 누인 뒤, 클레이는 옷을 모두 벗고 그의 곁에 누웠다. 이렇게 배부르도록 먹고 잠들면 은밀한 디저트를 원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밀리안의 증상은 살짝 몽유병 같은 느낌도 들었다. 반쯤은 잠들어 있고, 반쯤은 깨어 있는 상태였는데, 완전히 깨어나고 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깨어 있을 때 말을 해 볼까도 생각했었지만, 지금처럼 예민한 시기에는 말 한마디도 신중해야 했기에 클레이는 이 일을 자신만의 비밀로 하기로 했다. 밀리안이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임신한 이후로 다시 체온이 내려갔었는데, 약을 먹고 난 다음엔 다시 열이 올랐다. 클레이는 정성을 다해 마사지했다. 손가락 마디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주무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잠든 밀리안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클레이는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입덧이 끝나서 다행이었다. 조금만 더 길어졌더라면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줄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사랑해, 밀리안 디어.”

그녀의 속삭임을 들은 걸까. 깊게 잠든 듯한 밀리안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클레이는 밀리안을 끌어 안고 그가 좋아하는 제 냄새를 더 짙게 흘렸다. 밀리안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자기를 바라면서.

* * *

밀리안은 옷을 갈아입다 멈칫했다. 얇은 천에 스치는 가슴이 지끈거렸다. 밀리안이 상의를 내리지 않고 가만히 서 있자 클레이가 의아한 얼굴로 다가왔다.

“왜? 어디가 불편해? 대니얼을 부를까?”

“아뇨, 그게 아니라, 가슴이 조금…….”

“가슴?”

클레이가 무심코 그의 가슴에 손을 얹자 밀리안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읏!”

“……밀리, 잠시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클레이가 그의 상의를 다시 벗겼다. 유두가 한껏 충혈되어 튀어나와 있었다. 옅은 분홍색이었던 유두가 임신의 영향인지 짙은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클레이는 무심결에 마른침을 삼키다 정신을 다잡았다. 지금은 밀리안을 상대로 육욕을 느낄 때가 아니었다.

“가슴이 부었어. 많이 아파?”

“아…….”

클레이가 아직은 밋밋한 가슴을 살짝 누르자 밀리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유두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그 근처를 만진 것만으로도 아파했다. 남성 오메가는 젖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임신의 징후는 똑같아서 젖몸살이 올 수도 있다고 대니얼이 말했다. 그게 지금인 것 같다.

“젖몸살인가 봐.”

“…….”

“부끄러워?”

“……네.”

밀리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무척 보기 좋았다. 클레이는 아랫입술을 살짝 빨았다. 그를 물고 빨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했다. 그녀는 부끄러워하는 밀리안을 침대에 앉혔다. 마사지 크림을 꺼내 한 웅큼 덜어내 손으로 문질러 온도를 맞추고 그의 가슴에 바르자 밀리안의 몸이 흠칫 튀었다.

“가슴 마사지를 해야 풀어진대.”

“그건, 알지만, 아, 잠깐, 아프, 흣.”

최대한 부드럽게 만지고 있는데도 밀리안은 아프다고 힘들어했다. 붉어진 얼굴과 살짝 내리깐 속눈썹이 야했다. 클레이는 어금니를 악물고 시선을 돌렸다. 이러다 큰일날 것 같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그의 등 뒤에 앉아 팔을 앞으로 뻗었다.

살짝 도톰해진 가슴살을 살짝 잡고 문질렀다. 그녀가 만질 때마다 밀리안이 야한 소리를 냈다. 아프다고 하는 건데도 금욕한지 오래되서 모두 젖은 신음처럼 들렸다. 클레이는 몽롱해지는 시야에 눈을 깜박였다.

“조금만 살살, 흣, 아, 클레이…….”

“…….”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자칫 뜨겁게 달아오른 신음이 튀어나갈 것 같아서. 클레이는 그의 등에 가슴을 딱 붙였다. 가슴이 뭉친 건 밀리안이었는데, 그 증상이 제게도 온 것 같았다. 단단해진 가슴이 그의 등에 짓눌리자 눈 앞이 아찔해졌다. 마사지하려면 이렇게 닿아야 하는데 자꾸 성적인 감각이 찾아왔다. 클레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마사지에만 집중하자 밀리안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클레이, 왜 말을…….”

“보지 마.”

위험하니까. 클레이가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경고하자 밀리안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 뒤로는 정적만 남았다. 크림은 부드러우면서도 끈적였다. 클레이의 손이 움직이다 살짝 떨어지면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슴이 아린데도 아프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밀리안은 입술을 깨물어 설핏 새어나가려는 소리를 막았다.

하지만 클레이의 손이 유두에 닿자 그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아! 아흣, 응…….”

“많이, 아파?”

“네, 아, 조금만 살살, 흣.”

“…….”

조금만 살살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클레이였다. 밀리안의 소리가 너무 야해서 돌기 직전이었다. 아차 하는 사이, 그의 유두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

“―!”

서둘러 손을 놓았는데, 꼿꼿하게 발기한 유두가 손끝에 스쳐 퉁, 튕겼다. 밀리안이 몸을 앞으로 숙이고 끙끙거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클레이가 괜찮냐고 묻자, 밀리안이 그녀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살살 하라고 했는데…….”

“미안해. 더 조심할 테니 일어서자, 응?”

“하아.”

밀리안이 한숨을 깊게 내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클레이는 조심스럽게 그의 가슴을 마사지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열기는 밀리안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젠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한번 시작한 젖몸살은 한동안 계속됐다. 밀리안은 아예 상의를 입지도 못한 채 침대에서만 끙끙거렸고, 클레이는 한껏 달아오른 욕망을 삭히느라 죽을 맛이었다. 그러다 결국 핀트가 나갈만한 일이 생겼다.

“유두에서, 젖이 나와…….”

“……네?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밀리안이 서둘러 고개를 숙여 가슴을 바라봤다. 살짝 떨어진 클레이의 손가락과 가슴 끝에서 크림과는 점도가 다른 액체가 묻어 있었다. 자세히 보라며 클레이가 다시 그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잡자, 희뿌연한 묽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너무 놀라고 황당해서 그 모습을 멍하니 보는데 등 뒤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울렸다.

“한 번만 빨아도 돼?”

“아니요! 싫, 흣!”

“한 번만. 응? 나 그동안 착하게 잘 있었잖아.”

상을 달라고 말을 하면서 유두를 살짝 잡아당긴다. 다시 적은 양의 유즙이 흘러나왔다. 찌릿한 통증이 미묘하게 시원했다. 밀리안이 어쩔 줄 모르고 끙끙대자 클레이의 목소리가 더욱 은밀해졌다.

“살살 빨게. 당신이 딱 기분 좋을 정도로만. 응?”

“…….”

“나 미칠 것 같아, 자기야.”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에 밀리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이가 바로 몸을 일으켜 그를 침대에 눕혔다. 등 뒤에 쿠션을 대고 눕자 가슴이 더 도드라졌다. 클레이는 젖은 수건으로 크림을 닦아낸 뒤, 빨갛게 충혈된 유두를 집요하게 바라봤다. 너무 노골적인 시선이 부끄럽고 민망해 밀리안은 팔로 얼굴을 가렸다.

“너무 예뻐.”

“아, 제발.”

“매일, 빨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

다행히 마사지가 얼추 끝나 젖몸살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클레이는 조심스럽게 그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러자 유두 끝에서 희뿌연 액체가 한 방울 맺혔다. 흘러내리기 전에 클레이가 고개를 숙여 혀로 핥았다. 무슨 맛인지도 모를 정도로 적은 양이었지만, 머리는 그 무엇보다도 달콤하다고 인지했다.

혀에 감기는 알갱이가 유독 도톰하게 느껴졌다. 클레이는 더 크게 입을 벌려 유두 근처의 가슴살과 함께 빨아들였다. 유즙이 흘러나왔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뚝 끊겼지만, 클레이는 그의 가슴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내내 간지러웠던 혀가 드디어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 잠, 흣, 으읏!”

“좋아?”

이 끝으로 살짝 물고 당기자 밀리안이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젖은 신음이 귀를 즐겁게 했다. 얼마나 빨고 싶었는지 모른다. 고작 유즙 한 방울을 먹었을 뿐인데,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에 비가 촉촉이 내리는 것처럼 상쾌해졌다. 이제 입을 떼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클레이는 그의 가슴을 한껏 물고 빨았다. 가슴을 빨린 것만으로도 밀리안이 바지에 홀로 사정을 할 때까지.

* * *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지만, 밀리안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 즉, 밀리안이 먹기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았던 디어 가에 다시 위기가 시작됐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바라고 또 바라던 일이지만, 몸의 변화를 단번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감정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제어가 불가능했다. 갑자기 눈물이 날 때도 있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유도 원인도 딱히 없었다. 이렇게까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적이 처음이라 자괴감은 더 커졌고, 그게 우울증이 오는 시초가 됐다.

안정기가 찾아왔으니 가벼운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밀리안이 가장 좋아하는 수영을 하려던 참이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클레이가 따라갔지만, 밀리안이 막았다. 망가진 몸을 보여 주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말도 안 돼. 당신 몸이 어디가 망가졌다는 거야?”

“그래도 싫습니다. 오늘은 저 혼자 할게요.”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그리고 밀리안의 모든 시간에 함께하고 싶었다. 클레이가 단호하게 말을 하다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만히 서 있던 밀리안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살짝 시선을 내린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처연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클레이가 당황하며 그의 얼굴에 손을 대려고 했지만, 밀리안이 고개를 흔들며 그녀의 손을 거절했다.

살짝 살이 오른 볼에 투명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밀리안의 몸에 흘러나온 것은 모두 자신의 것인데, 저걸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게 클레이를 환장하게 했다. 하지만 그대로 밀어붙이기엔 밀리안은 매우 예민한 상태였고, 그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에 완벽한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영을 혼자 한다니. 그가 임산부가 아니라면 백 번 중 한 번은 고려해 줄 만한 이야기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물은 언제 어느 때에 무슨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 특히 수영을 하다가 몸에 경련이 오면 더 위험했다.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보여 주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제 몸이 좀 이상해서…….”

“…….”

“당분간 혼자 하겠습니다. 들어주세요.”

“밀리, 이리 와.”

“클레이!”

“안 돼. 더는 못 참아. 나도 화났으니까 얌전히 있어.”

“…….”

클레이가 정말 화가 난 얼굴로 밀리안의 옷을 전부 벗겼다. 밀리안이 필사적으로 배를 가리려고 했지만, 클레이가 그의 두 팔을 잡고 벌렸다. 살짝 튀어나온 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볼을 흐르고 있던 눈물의 양이 더욱 많아졌지만, 클레이는 봐주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의 배에 얼굴을 비볐다. 황홀한 표정으로 입을 맞췄다. 소중하고 소중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반항하던 밀리안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움찔 몸을 굳혔다. 화가 났다던 여자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당신 배가 어떻다는 거야.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하지만…….”

“당신의 모든 시간에 함께 있고 싶어. 힘들 때도, 기쁠 때도. 제발 날 배척하지 마.”

이렇게 사랑하는데 왜 그런 말을 해. 클레이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실은 이건 비밀인데, 당신이니까 특별히 알려 줄게.”

“…….”

“사실 이 순간도 당신이 너무 섹시해 보여. 당신 온몸을 빨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참느라 힘들어.”

난 정말 쓰레기야. 클레이가 곤란한 얼굴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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