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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섹슈얼-123화 (123/144)

-외전 9-

그러고는 봐주지 않고 다시 엉덩이를 내리쳤다.

“하읏! 아, 아아!”

“회사에서 이렇게 야한 소리를 내면 어떡해?”

“하지만, 당신이, 아윽! 아프,”

“아파? 그런데 왜 이렇게 질질 싸?”

상체는 완벽하게 갖춰 입은 상태였지만, 하체가 문제였다. 바지는 발목까지 떨어진 상태였고, 탄탄한 허벅지 중간에는 얇게 말린 레이스 속옷이, 종아리에는 남성용 양말을 고정하기 위한 가터벨트가 보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얻어맞은 엉덩이가 손자국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뒤로 살짝 내민 하체가 파르르 떨고 있다. 엉덩이 아래에 둥근 고환이 살짝 보였다가 그녀에게 얻어맞을 때마다 앞뒤로 음탕하게 흔들렸다. 성기도 마찬가지였다.

“나보고 변태라더니, 당신이 더 심한 거 알고 있어?”

“으읏, 하아, 아, 그, 그만, 흑!”

그만하라고 말하면서 하체를 더 내밀고 있었다. 밀리안은 처음에는 이성적인 척해도 한번 달아오르면 더 해 달라며 저를 채근했다. 변태와 변태의 조합은 매우 근사하다. 클레이는 콘돔의 포장을 이빨로 찢었다. 그리고 그의 성기에 단숨에 씌웠다. 베타용 콘돔이었다. 회사에서 관계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종종 사용하는 것이었다. 클레이는 벌써 투명한 콘돔 안을 채운 밀리안의 체액에 작게 웃었다.

“오늘은 몇 번 싸는지 보자.”

“으응…….”

“그런 소리 내면 못 써.”

울음기가 섞인 관능적인 신음에 클레이가 한숨을 쉬며 그의 등에 가슴을 뭉갰다. 그리고 손을 셔츠 안으로 집어넣어 탄탄한 복근을 쓸며 위로 올라갔다. 뾰족하게 곤두선 유두가 그녀의 손에 닿아 파르르 흔들렸다. 꾸준한 운동과 관리로 가슴팍이 단단해졌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가슴을 손으로 모아 잡았다. 꽤 도톰하게 손에 잡혔다. 클레이는 그 상태로 가슴을 주물렀다.

“임신하면 여기가 젖으로 가득 차겠지?”

“-!”

“다 내 거야.”

“흐윽!”

“아이에게도 주면 안 돼. 응?”

“그, 그건, 아흣!”

“약속해 줘.”

클레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댔다. 밀리안은 가슴 전체를 주무르고는 유두를 길게 잡아당겼다가 튕기듯 놓는 클레이의 행동에 몸을 파득 떨었다. 콘돔에 감싸인 성기 끝에 동그랗게 뿌연 액체가 맺혔다. 첫 사정이었다.

절정의 쾌감은 날카로워서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밀리안이 이제 그만해 달라며 울었지만, 클레이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고작 한 번의 사정으로 끝내기엔 아쉽지 않냐며 밀리안의 유두 두 개를 사정없이 문지르며 애무하자 살짝 수그러들었던 성기가 단번에 곤두섰다.

“이것 봐. 당신도 부족했잖아.”

“아, 아흣, 윽!”

“한 번 발정하면 못해도 세 번은 싸야 만족하면서.”

클레이가 짓궂게 말하자 밀리안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물기에 젖은 눈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야해라. 클레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누구도 이 눈을 보면 그대로 물러서지 못할 것이다. 그만해 달라고, 그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테니까. 클레이는 그의 어깨에 괴고 있던 얼굴을 더 앞으로 내밀어 그의 입술을 핥았다.

“더, 더 만지고 싶어. 응?”

“아, 아아, 으응…….”

“예뻐, 너무 예뻐.”

“하아.”

그녀의 진심 어린 칭찬에 밀리안이 살짝 눈을 내리뜨며 입술을 벌렸다. 붉은 혀가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 사이로 드러나자 클레이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격정적으로 입을 겹쳤다.

* * *

곧 있을 회의로 상의할 게 있는데, 밀리안은 오래도록 대답이 없었다. 맥시는 조심스럽게 사장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면 바로 밀리안의 자리가 보여서 사장의 눈을 피해 불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밀리안, 혹시…….”

맥시는 사장실 문을 열었다가 눈앞에 보이는 장면에 그대로 굳었다.

그녀가 찾고 있던 남자는 소파에 누워 사장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자고 있었다. 느슨하게 풀어진 얼굴로 밀리안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사장이 자신을 보고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검지를 입술 중앙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맥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사장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멍하니 바라봤다.

반지. 사장의 무릎을 베고 자는 밀리안. 그 어색한 상황이 무서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분위기. 그 세 가지가 말하는 결론은 명확한데, 머리에서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밀리안이 옅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이더니 사장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맥시의 심장이 위로 솟구쳤다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사장은 제 품으로 파고드는 밀리안이 익숙하다는 듯 그의 등을 다정히 쓸며 맥시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이만 나가 줄래?”

“……네? 아!”

귀찮은 듯 손을 내젓는 사장의 행동에 맥시가 후다닥 문을 닫고 나왔다. 그러니까, 이건, 그런, 거겠지? 밀리안이 사장의……. 거기까지 생각하던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맥시는 제가 사장의 연인을 동정하며 과연 얼마나 오래가겠냐며 밀리안 앞에서 헛소리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제가 본 상황이 맞다면, 자신은 그 당사자에게 그런 말을 했던 거였다.

정말? 정말 그 밀리안 디모시가 사장의 연인이라고? 저 반지의 주인? 지금 사장이 결혼한다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문의 주인공이 밀리안이라고? 아직도 정체를 몰라 간혹 회사에까지 들어와 난장을 부리는 파파라치들의 목표가 밀리안…….

제발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자신이 본 장면이 헛것이어야 했다. 환상을 본 걸 거다. 그게 아니면 당사자 앞에서 오만소리를 다 한 것이어서 맥시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 눈으로 확실하게 본 장면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맥시가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자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줄리아가 한숨을 내쉬고 일어섰다.

“맥시, 잠깐 나 좀 봐.”

“으응? 어, 왜?”

“일단 나와.”

줄리아가 맥시의 팔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질질 끌고 갔다. 두 사람의 행동이 이상해 레이가 고개를 빼꼼 쳐들었다가 줄리아의 눈짓에 바로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했다. 타박은 해도 그에게 장단을 맞춰 주는 맥시와 달리 줄리아는 냉정했던 탓이었다.

사무실과 조금 떨어진 구석으로 맥시를 끌고 간 줄리아가 주변을 둘러본 뒤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뭘 봤든지 비밀을 지켜.”

“……줄리아?”

“입조심하란 뜻이야.”

처음엔 영문을 몰라 눈만 깜박이던 맥시가 줄리아의 말을 이해하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넌 알고 있었어?!”

“조용히 말해.”

“읍!”

줄리아에 의해 입이 막힌 맥시가 버둥거리다가 알겠다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줄리아가 맥시의 입에서 손을 뗐다.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너무 놀랐단 말이야.”

사장과 밀리안이 그런 사이라는데 냉정하게 말하는 줄리아가 이상한 거였다. 사장의 상대가 밀리안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장의 그 요란하고도 문란한 사생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밀리안 디모시였다. 게다가 밀리안에게는 연인이 있…….

‘그럼 그때 연인이 있다고 했던 상대도 사장님이었구나.’

그렇게 오래됐다니. 사장도 그때쯤부터 가십 없이 잠잠했다. 어떻게 보면 티라는 티를 다 내고 있었던 건데 두 사람은 절대 그런 식으로 엮이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어서 생각조차 못 했다. 단 하루도 남자 없이는 밤을 보내지 않는 여자와 누구보다도 반듯한 남자. 그 두 사람이 사귄다니.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부정해 봤자 두 사람은 이미 사귀고 있었다.

맥시는 황망한 나머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화장이 밀리는 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어쩌면 좋아.”

“뭐가?”

“나 밀리안에게 못할 말 많이 했단 말이야. 아 미쳤어, 진짜.”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

“……너라도 좀 괜찮다고 해 주면 안 돼?”

“내가 왜?”

줄리아는 이 기회에 제대로 반성하라며 맥시의 우는소리를 냉정하게 딱 잘랐다. 내심 서운하긴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맥시는 기가 죽은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사과해야겠네…….”

“당연하지. 그리고 레이나 다른 사람에겐 절대 말하지 마.”

“내가 바보야?”

“바보처럼 구니까 이러지.”

“맞아. 내가 봐도 바보 같아.”

한숨을 크게 쉰 맥시가 손으로 양 뺨을 ‘착’ 하고 쳤다. 그런 맥시를 보고 줄리아가 픽 웃었다.

“화장이나 고치고 와. 립스틱 볼에 다 묻었다.”

“아, 진짜!”

하필 오늘은 평소보다 진한 색을 칠하고 왔던 게 기억난 맥시는 제 손바닥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보고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

* * *

“일어났어?”

부드러운 속삭임에 밀리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시야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가 보였다. 밀리안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자 여자는 순순히 고개를 숙여 그의 손에 잡혀 주었다. 클레이는 그의 손에 뺨을 문지르며 짐짓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맥시에게 들켰어.”

“……네?”

“조금 전에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당신을 찾았거든. 그런데 우리가 이러고 있어서.”

“아.”

난 또 뭐라고. 밀리안은 클레이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춘 후 상체를 세웠다. 클레이는 제 품에서 벗어나려는 밀리안을 다시 끌어당겼다.

“괜찮겠어?”

“저는 지금 알려져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두 사람의 관계를 숨기고 싶은 사람은 클레이지, 밀리안이 아니었다. 밀리안은 클레이의 말대로 결혼식 날짜까지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는 게 옳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클레이의 뒤에 숨어 있어야 하는 지금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클레이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확인하는 거였다. 각인까지 한 뒤인데도 여전히 그가 떠날까 불안해하는 여자의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달콤했다.

“사생활이 없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야.”

“있었던 적이 있던가요?”

“…….”

“없죠. 그러니 이제 그만하세요. 걱정이 지나치면 병이 됩니다.”

자신처럼. 매일 누군가에게 오메가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겁내다가 정신도 육체도 무너졌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어서. 자신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 줄 사람이, 가족이 있으니까.

밀리안이 도리어 그녀를 향해 충고하자, 클레이는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화사하게 웃었다.

“당신 말이 맞아.”

용감한 내 오메가. 클레이가 그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자 밀리안은 살짝 볼을 붉히며 눈을 내리떴다. 수줍어하면서도 그녀의 애정표현은 단 하나도 거부하지 않았다. 제가 만족할 때까지 입을 맞춘 뒤, 클레이는 그의 얼굴에 남은 붉은색의 립스틱 자국을 손수 지워 주었다. 이게 번거로워 한 번은 화장하지 않고 출근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밀리안이 싫어했다. 불만족스러워하는 표정에 클레이가 이유를 묻자 밀리안은 제게 그녀의 흔적이 남는 게 좋다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그 흔적을 손수 지워 주는 것조차도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들어 좋으니 자신 때문에라도 화장을 계속해 달라고 했다.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걸까. 그 어떤 사소한 말도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면 모든 것이 애틋하기만 했다. 얼굴에 묻은 자국을 다 지워 놓고선 클레이는 다시 입을 맞췄다. 겹쳐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밀리안의 낮은 웃음소리가 귀에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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