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7-
여자의 음부에 귀두만 먹힌 채로 기둥이 온전히 드러나자 밀리안은 빨리 뜨거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허리를 추켜세우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가 붉은색으로 물든 웃음을 흘렸다.
“아, 아아, 제발, 제발 클레이, 못, 참겠, 으읏!”
성기가 완전히 빠질 것처럼 귀두의 선이 드러난 순간, 단숨에 클레이의 하체가 내려갔다. 그 크고 두꺼운 성기가 마치 잡아먹히는 것처럼 여자의 음부로 빨려 들어갔다. 예민한 부위가 겉과 안 모두 빠르게 긁히며 꿰뚫리자 밀리안이 몸을 거칠게 튕기며 울부짖었다.
“아흣! 아, 아아아!”
“더 울어 봐, 밀리안. 응?”
클레이가 혀로 마른 입술을 핥으며 그의 귓가에 속살거렸다. 마치 그 속삭임에 응답이라도 하듯 꼭 닫힌 눈에서 아까보다 훨씬 많은 물이 쏟아져 나왔다. 밀리안의 눈물을 모두 핥아 먹은 클레이는 그의 허리에 팔을 감고 몸을 옆으로 굴렸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새하얀 시트에 풍성한 금발을 넓게 펼친 채 누운 클레이가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밀리안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채근했다.
“당신 마음대로 박아도 돼.”
“클레이, 나는…….”
“어서. 응?”
“아아, 아, 응, 읏.”
밀리안이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로 연결된 하체를 쳐올렸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긴 느낌은 특별했다. 밀리안의 움직임이 다소 엉성하다 하더라도. 클레이는 배에 힘을 주며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성기를 꽉 조였다. 이렇게 밀리안을 꽉 물고 있으면 성기가 꿈틀거리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느껴졌다. 클레이는 눈을 축축하게 적신 상태로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신음하는 밀리안의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밀리안이 성교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그에게 간혹 주도권을 넘기곤 하지만, 실상은 그가 스스로 쾌락을 찾아 움직이는 게 보기 좋아서였다. 처음엔 당황하던 밀리안이 중간에 끊긴 쾌감을 찾아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로 연결된 하체를 쳐올렸다. 그러고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달콤한 소리를 냈다. 인지하고 한 행동이 아니라,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듯이.
클레이는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쾌락에 젖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허리를 흔드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상태로 내리박던 성기에 맞춰 하체를 위로 올렸다.
“아아―!”
“음…….”
밀리안이 벌벌 떨며 등을 휘었다. 질 안에 들어온 성기도 부피를 늘리며 요도를 경련했다. 그가 느끼는 만큼 클레이도 동일한 쾌감을 느꼈지만, 그와 다른 점은 머리가 하얗게 빌 정도로 강한 쾌감에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였다. 클레이는 그가 가는 동안 더 느끼라고 하체를 밀착한 상태에서 엉덩이를 둥글게 돌렸다.
마지막쯤엔 거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울던 밀리안은 쾌감에 지친 얼굴을 하고 잠들어 있었다.
“하여튼 귀엽긴.”
고작 그런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밀리안이 신기할 정도였다. 어릴 때는 조금 상처를 받았을지 몰라도, 금세 잊혀진 과거였다. 근래 간간이 생각이 났던 이유는 밀리안과 제 관계로 인한 접합점 때문이지, 여전히 아파서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이해가 가지 않던 어려운 수학 공식이 뒤늦게서야 이해가 간 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고작 그런 걸 가지고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경멸하다니. 밀리안이 제 부모에게 버림받은 것을 기쁘게 받아먹은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심지어 혈육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는 자신을 선뜻 동정할 정도라니. 그의 모든 우선순위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당신의 마음이 여려서 다행이야.”
그러니 매일, 매 순간 날 가여워 해 줘. 클레이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밀리안의 입술을 핥았다.
* * *
외출하게 될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클레이는 그의 모든 것에 관여했다. 속옷부터 시작해 밀리안이 걸치는 모든 옷은 그녀가 고르고 직접 입혔다. 귀찮고 성가신 일일 텐데도 클레이의 얼굴은 즐거움이 가득해 말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밀리안은 옷을 모두 입힌 뒤, 살짝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클레이를 바라봤다. 아직 화장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클레이의 입술은 매우 붉고 완벽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밀리안은 살짝 고개를 숙여 클레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음, 이러면 출근이 늦어질지도 몰라.”
“조금만요.”
밀리안이 다시 입을 맞추자 클레이가 어깨를 살짝 떨며 웃었다. 완벽하게 갖춰 입은 그를 다시 엉망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조금 그녀를 유혹했지만, 클레이는 양손을 뒤로 밀어낸 채 그의 입맞춤을 받기만 했다. 체셔와 함께 놀더니 그의 입맞춤도 체셔를 닮아 가고 있었다. 입술을 비볐다가 살짝 혀를 내밀어 핥는다. 간지러워서 계속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그를 탐하고 싶은 욕망이 커지고 있었다. 클레이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밀리안을 살짝 밀어냈다.
“여기까지.”
“으응.”
“안 돼. 더 하면 당신 오늘 출근 못 할 거야.”
아니면 잔뜩 흐트러진 얼굴로 출근해야 할 테고, 모든 사람이 그가 조금 전에 섹스를 하고 나왔다는 걸 알게 될 거다. 그건 자신만 봐야 할 얼굴이다. 클레이는 아쉬운 눈을 하는 밀리안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는 미련을 털어 냈다.
벤틀로의 배웅을 받으며 현관을 나서기 무섭게 밀리안의 얼굴이 돌변했다. 제게 단 한 톨의 마음조차 없다는 듯한 반듯한 비서의 모습이 언제나 놀랍기만 했다. 이 남자가 이렇게 연극을 잘할 줄 몰랐다. 클레이는 먼저 앞으로 나가 차 문을 열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밀리안을 가만히 보다 픽 웃으며 차에 탔다. 조금 기다리자 밀리안이 반대편 문을 열고 제 옆에 앉았다.
“점점 연기가 느는 것 같아.”
“조심하기로 했으니까요.”
감히 저택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겠지만, 언제 어느 때에 파파라치가 따라붙을지 모른다. 밀리안은 머쓱하게 제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잘하고 있어. 너무 완벽해서 조금 전까지 키스해 달라고 조르던 당신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니까.”
“…….”
밀리안은 클레이의 칭찬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살짝 눈을 내리뜨자 클레이가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었다.
“조금만 참으면 돼. 나도 이런 상황이 썩 기분 좋은 건 아니니까.”
결혼식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모든 사람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벤틀로가 워낙 성대하게 일을 벌이고 있는 탓에 연관된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클레이 디어가 미지의 연인과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소문이 퍼지자 한동안 잠잠했던 파파라치들이 기를 쓰고 달라붙었다. 그렇게 쫓아다니고도 상대를 찾지 못하자 클레이 디어가 약지에 낀 반지가 그저 장신구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은밀히 결혼식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파파라치들은 더 악질적으로 굴었다. 자존심에 금이 갔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간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었다. 그저 결혼식까지 불미스러운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결혼하면 더는 회사에 출근할 수 없겠죠.”
“아무래도 시끄러울 테니 당분간은 피해 있는 편이 좋겠지.”
“…….”
“싫어?”
“아니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는데……. 조금 아쉬워서요.”
언제 어디서나 항상 함께 있다가 그녀가 돌아오길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는 게 아쉽다. 밀리안의 낮은 속삭임에 클레이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유능한 인재다, 밀리안은. 이런 인재를 다시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손에 넣을지, 말지 며칠 밤을 새워 가며 고민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도 일하는 걸 즐기는 것 같았고. 그런데 자신과의 결혼으로 이 남자를 일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당하게 느껴졌다. 클레이가 한숨을 쉬자 밀리안이 살짝 웃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회사에 미련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설마요. 돈을 벌 수단이었고, 그나마 제 존재가 조금이나마 인정받는 곳이어서 어쩔 수 없이 다녔던 겁니다.”
일을 좋아하는 직장인은 없어요. 밀리안이 그녀를 향해 정색했다. 클레이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눈을 크게 뜨자 밀리안이 설핏 웃었다.
“이제는 회사에 집착하지 않아도 절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일 자체에는 미련이 없습니다.”
“……정말?”
“네. 결혼도 결혼이지만, 곧 임신하게 될지도 모르고. 닥터 크래포드가 임신하게 되면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고도 말했으니까, 결혼 이후에 회사로 복귀하는 건 무리입니다.”
밀리안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클레이와 가족이 되는 것이었다. 평생 감히 꿈꿀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던 일이 제 눈앞에 다가왔는데 고작 일 따위로 그 소중한 것을 놓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오메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남자의 몸으로 임신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이미 극복한 상태였다. 아니, 아직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클레이를 독점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임신이라……. 아이는 당신을 닮았으면 좋겠어.”
클레이의 중얼거림에 밀리안이 슬며시 웃었다.
“저는 클레이를 닮았으면 하는데요.”
“날 닮으면 감당이 안 될 텐데?”
“음. 그래도 사랑스러울 겁니다.”
“아니, 그전에 감당 안 될 거라는 말부터 부정해야지.”
“…….”
밀리안이 눈동자를 옆으로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클레이가 그의 볼을 세게 잡아당기며 해사하게 웃었다.
“날 닮으면 왜? 뭐가 감당이 안 될 거 같은데?”
“그건 클레이가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
“아이가 당신을 닮아도 감당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야.”
“……제가, 왜요?”
“너무 예뻐서 누가 탐낼까 안절부절못하며 지켜야 하니까.”
“그건, ……아니 이제 그 대화는 그만하죠.”
반박해 봤자 부끄러운 대화만 쳇바퀴 돌 듯 이어질 게 분명했다. 밀리안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지자 클레이가 피식 웃었다.
그의 말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밀리안을 계속 저택에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은 여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