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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는 상기된 얼굴로 제 팔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밀리안을 떨떠름하게 바라봤다. 이렇게 묶은 다음 도망치려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걸 풀 수 있는 열쇠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걸 밀리안도 알고 있으니 그건 아닐 것이다. 물론 그가 제게 각인한 이상 절대로 제게서 도망치지 못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능적인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미 한번 도망치려던 전적이 있으니까.
그녀의 감정을 느낀 건지, 밀리안이 입을 맞춰왔다. 흐음. 클레이가 그래도 의심을 풀지 않자 밀리안이 다시 입을 맞췄다. 끊임없이 내리는 키스와 온몸으로 전하는 사랑의 감정은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의심마저 풀기에 충분했다.
새삼 각인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더없이 충만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감각.
클레이는 살짝 혀를 얽고 다정한 키스를 해주더니 이내 고개를 뒤로 물린 채 다시 그녀를 묶는 것에 전념하는 밀리안을 향해 툴툴거렸다.
“이건 불공평해. 나는 당신 다리 한쪽만 묶었잖아.”
“하지만 저는 다 묶고 싶어요. 안 됩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당신 마음대로 해.”
마지막 다리 한쪽에 족쇄를 끼우며 살짝 시무룩한 얼굴로 저를 보는 밀리안에 클레이는 모든 반발심을 억눌렀다. 이러고 싶다는데, 그게 소원이라는데 차마 말릴 수가 없었다. 마음대로 하라고 하자, 밀리안이 기뻐하는 게 온몸을 통해 느껴졌다. 그래,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말려.
사슬을 넉넉하게 늘린 자신과 달리 살짝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당긴 후, 그녀의 등 뒤에 쿠션까지 넉넉하게 집어넣었다. 제 마음대로 그녀를 완전히 구속한 뒤 밀리안은 만족한 얼굴로 클레이를 끌어안았다.
“평생 여기서 이렇게 살고 싶어요.”
“이런 게, 소원이었어?”
“네. 당신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게 싫어요. 나만 볼 수 있는 곳에 가두고 싶었습니다.”
“……신기하네. 나도 그런데.”
“그럼 새벽에 남자와 단둘이 있지 마세요. 절 두고 어디로 사라지지도 마시고요.”
“그건, ……좋아. 알았어. 절대 그러지 않을 게. 맹세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밀리안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제 얼추 정리가 끝난 일이기도 해서 클레이는 고민도 하지 않고 약속했다. 그러자 밀리안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마치 짙은 어둠 속에서 폭발하듯 빛이 나고 있었다. 그의 얼굴도, 그의 마음도.
아주 조금 즐겼던 그의 질투가 이렇게 절박한 감정으로 점철되어 있는 줄 몰랐다. 클레이는 이렇게 감각이 연결된 이후에야 사소하게 넘겼던 모든 것들이 우리가 어긋나게 된 계기임을 절감했다. 해야 할 이야기도, 풀어야 할 것들도 많다는 걸 느꼈다.
“계속 여기 있을까? 평생, 우리 둘이서만.”
“그러고 싶지만, 회사도, 벤틀로도 걱정하겠죠. 체셔도 그렇고요.”
단둘만의 세상에 갇혀 살기에는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밀리안은 자신의 욕심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제 마음대로 하기에는 가진 이성도, 책임감도 쓸데없이 크다는 사실도.
클레이는 살짝 가라앉은 밀리안의 마음을 느끼고 그를 마주 안으려고 팔을 당기다 사슬 길이가 짧아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눈을 찌푸렸다.
“너무 짧아. 이러면 당신을 안을 수 없어.”
“…….”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이 남자가 이렇게 표정이 다양했었나. 마치 귀가 내려간 듯이 시무룩한 얼굴을 하다가 다시 환하게 표정이 피었다. 이렇게 솔직한 모습이 처음이라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다. 항상 무언가를 꾹 누르듯이 구는 것만 보다가 제멋대로 구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정신없이 날뛰는 밀리안의 감정에 귀가 얼얼해질 정도였다. 날 이렇게 구속하고 싶었다고? 나사 빠진 것처럼 상대를 집착하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밀리안도 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이쯤 되면 나보다 더 심각한 수준 아닌가?’
감금할 정도로 집착을 받아야 만족하는 것도 그렇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정도로만 묶어둔 자신에 비해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드는 집념은 정도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묶인 상태로 밀리안에게 안겨 있자니 꼭 커다란 인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자신도 자신이었지만, 밀리안은 꽤 위험한 수준이었다. 순하고 착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칫 방향만 잘못 틀었으면 충분히 범죄도 저지를 남자였다. 어떻게 이런 욕망을 가두고 살았을까.
‘아.’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괴로워. 버림받을까 봐 무서워.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할 것 같아서…….]
그 고통스러운 외침이 이해 가는 순간이었다. 가장 끝까지 치달아봤자 발목 하나 정도 부러트리려던 자신은 상대조차 되지 않을 음습하고 어두운 욕망. 이걸 가리고 가렸으니 한계에 달했으리라. 도망치려고 한 사실은 아직도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럽다.
자신을 떠나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들어줄 수 있는데, 소원이라는 게 고작 자신을 독점하고 싶다는 거라니. 이 정도까지 제게 미쳐 있는 이 남자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바보 같고 우스운 상황이었지만, 우리만 만족하면 됐다. 클레이는 아예 몸에서 힘을 풀고 밀리안의 깊고 어두운, 하지만 눈부시도록 찬란한 감정에 푹 빠져들었다. 진작에 솔직하게 굴었다면 엉뚱하게 상대의 감정을 의심하며 괴로워할 일은 없었을 테지만, 어쩌면 이게 우리에게 어울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다 해주는 거야?”
“네.”
얼마든지 말하라며 밀리안이 눈을 빛냈다. 마치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이. 클레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키스해 줘.”
내가 질릴 때까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 달라고 속삭이자, 밀리안이 젖은 눈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내렸다. 바로 입을 맞출 줄 알았는데, 밀리안이 딱 입술이 닿기 직전에 멈췄다.
“질릴 때까지? 키스를 많이 하면 질립니까?”
“그럴 리가. 영원히 해달라는 거야.”
질릴 리가 없잖아. 살짝 불안해하던 밀리안의 고동이 그녀의 속삭임에 잔잔해졌다. 이거 너무 좋아. 상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감각이 황홀하다. 클레이의 말에 밀리안도 동의했다.
몇 번을 해도 그와의 키스는 질리지 않았다. 어떻게 질릴 수 있을까. 차라리 이대로 몸이 붙어 결코 떨어지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로 달콤하기만 한데.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입맞춤은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 열심히 혀를 놀리는 밀리안이 귀여워서 그녀는 그가 하는 대로 따라갔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탐하는 밀리안이 좋아서 몸이 달았다.
“빨고 싶어.”
“……뭘요?”
“알잖아. 내가 뭘 가장 좋아하는지.”
살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다시 그를 보자, 밀리안의 얼굴이 훅 붉어졌다. 클레이는 야하게 웃으며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요즘 당신 좆이 얼마나 통통해졌는지 모르지?”
당신이 흘리는 우유조차 달콤해. 야살스러운 속삭임에 밀리안이 수치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지만 배에 닿는 성기가 잔뜩 곤두서서 그가 이런 말에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여간, 야한 남자라니까.
“날 묶어뒀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줘야지.”
“…….”
“셔츠를 젖꼭지가 보일 때까지 올려.”
온몸이 묶인 클레이는 마치 황제라도 된 듯 여유로운 얼굴로 명령했다. 새빨개진 얼굴로 주저하던 남자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셔츠를 들어 올렸다. 배꼽까지 발기한 성기와 통통하게 곤두선 유두, 그리고 부끄러워하는 남자의 얼굴까지 샅샅이 핥고 싶었다. 왜 입은 하나밖에 없을까. 두 개, 세 개라면 좋을 텐데. 저 남자를 마음껏 탐할 수 있다면 괴물이 되고 싶었다.
“진수성찬이네?”
“흣.”
“아까운 거 흘리지 말고 빨리 이쪽으로 와.”
끈적한 액체를 뚝뚝 흘리는 성기가 먹음직스러웠다. 젖꼭지도 빨고 싶었지만, 급한 쪽은 그의 성기였다. 클레이는 오만한 얼굴로 밀리안이 상체를 위로 올린 상태로 제가 오는 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거의 밀착하다시피 다가온 성기는 그녀의 입술 근처에서 툭툭 흔들리고 있었다. 클레이는 입술로 사랑스러운 성기의 감촉을 즐긴 후, 고개를 살짝 숙여 동그랗게 올라붙은 고환에 얼굴을 묻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여기에서 당신 냄새가 가장 짙게 나. 달아.”
“아, 제발, 클레이, 읏…….”
“빨리고 싶어서 안달 난 얼굴이야.”
“네, 네, 제발. 하읏!”
이렇게 원하니 빨아줘야지. 클레이는 입 안에서 굴리던 고환을 뱉어내고 고개를 들어 물을 잔뜩 흘리고 있는 귀두를 물었다.
통통하게 부푼 것은 좋은데, 이쯤 되니 입 안에 가득 넣기에는 조금 벅찬 수준이 되었다. 반 정도 삼키니 목젖에 끝이 닿았다. 클레이는 성기를 문 채 눈을 들어 올려 밀리안을 바라봤다.
‘허리를 흔들어.’
눈웃음을 흘리며 성기에 깔린 혀끝으로 기둥을 살살 문지르자 밀리안이 길게 울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흔들었다. 목구멍 안쪽까지 밀려드는 성기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클레이는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밀리안을 제지하지 않고 입을 가득 조여 끝까지 들어온 성기를 흡입했다.
“아, 아, 아읏, 아, 안 돼, 미칠, 아, 조, 좋아. 읏, 아아아아!”
밀리안은 거의 우는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목구멍 안쪽으로 짙은 냄새를 흘리는 액체가 쏟아졌다. 식도로 그대로 들어가서 맛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클레이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밀어 넘겼다.
밀리안의 성기 자체도 좋았지만, 이렇게 빠는 걸 즐기는 이유는 그가 아주 예쁘게 울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감각이 이어져 있으니 그가 어느 정도의 쾌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삽입한 것도 아니었는데, 남자의 것을 빨면서 절정에 치닫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 이런 경험은 상대가 밀리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클레이는 살짝 부피가 줄어들어 숨쉬기 한결 편해진 성기를 쪽쪽 빨고 뱉어냈다.
손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가 절정에 도달했을 때 유두를 세게 잡아당겼을 텐데. 그럼 더 예쁘게 우는 소릴 들었겠지. 살짝 아쉬워졌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 혀를 넓게 펴 기둥을 핥아 올리자 밀리안이 뒤로 도망쳤다. 맛있는 걸 빼앗긴 클레이가 어이가 없어 밀리안을 바라봤다.
“어디 가? 이리 안 와?”
“이, 이제 그만 하세요. 너무 힘들어서, 오늘, 이상, 아.”
“내가 네 자지를 빨면서 얼마나 느끼는지 알겠어?”
“……네.”
“나도 당신이 내게 좆을 물리고 미치는 게 느껴졌어.”
“제발…….”
듣기 괴로운지 밀리안이 셔츠를 놓고 귀를 막았다. 그럼 뭐할까. 지금 우린 감각이 공유된 상태인데. 정말 싫은 게 아니다. 자신이 말을 할 때마다 심장이 크게 뛰는 밀리안의 소리를 들은 클레이는 야하게 웃으며 타액과 애액으로 젖은 입술을 핥았다.
“셔츠 윗단추를 풀고 젖꼭지를 내밀어 봐.”
“아니요, 제발, 이제 그만.”
“날 묶었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공평한 거지.”
그게 아니면 풀까? 클레이가 가볍게 묶인 팔을 잡아당겼다. 사슬이 철컹철컹 거칠게 흔들렸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이. 밀리안이 놀란 얼굴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싫지?”
“…….”
“그럼 젖을 내밀어.”
밀리안이 아직도 절정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걸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건드리면 자지러진다는 것도. 하지만 클레이는 일부러 심술궂게 굴었다. 이렇게 순순히 묶여주는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공평한 것이다. 게다가 대가라고 해봤자 고작 유두 좀 빠는 것뿐이지 않은가. 어떻게 비교해도 제가 바라는 쪽이 더 작았다.
“빨아달라고 잔뜩 세운 거잖아. 셔츠까지 밀어내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빼.”
새하얀 셔츠는 원단이 얇은 편이었고, 밀리안의 예쁜 곳은 무척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다. 아무리 셔츠에 가려진 상태라도 그가 유두를 세우고 있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천 사이로 툭 튀어나온 유두의 색이 묘하게 비쳐서 더 야했다.
그녀가 다시 한번 팔을 흔들자 밀리안이 흠칫 놀라 서둘러 셔츠 단추를 풀었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눈을 질끈 감고 유두가 보일 정도로 셔츠를 벌렸다. 아까부터 빨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던 예쁜 가슴이 클레이의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