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맨틱 섹슈얼-90화 (90/144)

-90-

클레이가 혀를 내차며 팔짱을 꼈다. 그동안 꽤 바빠서 밀리안을 마음 놓고 안아본 적이 드물 정도였다. 이제야 좀 시간이 나서 느긋하게 뒹굴어보나 했더니 체셔가 난입해 방해했다.

그녀는 아예 밀리안의 상체를 기어 올라가는 체셔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밀리안은 그런 체셔가 귀엽다고 웃고 있었다. 거기까진 봐줄 만했다. 밀리안이 웃고 있어서, 자신의 욕심을 조금 내려놓을까 했는데, 체셔가 그의 셔츠 안쪽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클레이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당장 데리고 나가.”

“……체셔는 고양이입니다, 주인님.”

“누가 몰라서 그래?”

짐승이든 사람이든 밀리안의 가슴은 제 것이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셔츠 안으로 반 이상 몸을 집어넣은 체셔를 끌어내렸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체셔는 발톱을 세워 버티지도 못한 채 밀리안과 떨어졌다. 그녀는 바로 벤틀로에게 체셔를 넘긴 뒤 문을 닫아버렸다. 이번엔 벤틀로도 별말 없이 받아들였다.

체셔가 뺏었던 자리를 도로 차지한 클레이는 밀리안의 볼을 양손으로 대고 꾹 눌렀다.

“아쉬운 얼굴 하지 마.”

“하지만 귀엽잖아요.”

털도 부드러워서 만지면 기분 좋았다. 게다가 체셔는 클레이를 닮아서……. 저렇게 자신이 좋다고 애교를 부릴 때마다 꼭 클레이가 제게 애정표현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계속 받아주게 됐다.

“오랜만에 쉬는 건데 나만 생각할 수 없어?”

“……유치합니다.”

“유치하다고? 정말 유치한 게 뭔지 알려줘?”

안 그래도 근래 밀리안을 제대로 안지 못했다. 틈만 나면 파파라치가 따라붙는 탓에 예전보다 더 그를 업무적으로 대해야 했다. 욕구불만이 쌓일 만큼 쌓였다. 하지만 바쁜 일정으로 인해 체력이 깎였을 밀리안을 위해 꾹 내리누르며 그의 반지를 만지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그가 불을 붙였다. 클레이가 그의 셔츠를 찢듯이 풀어헤치며 눈을 빛냈다.

클레이의 입술이 그의 아랫배부터 위로 타고 올라갔다. 그녀는 아예 붉은 길을 만들 기세로 밀리안의 살갗을 물고 빨았다.

“여기도 체셔가 만지게 했지.”

“아…….”

“더 내버려 뒀으면 당신 젖도 빨았을지 몰라.”

클레이는 마치 그가 일부러 체셔에게 몸을 내준 것처럼 교묘하게 말했다.

“대체 말을 왜 그렇게, 아읏!”

“여기까지는 내주지 않아서 그나마 참은 거야.”

클레이는 밀리안의 유두를 아플 정도로 세게 꼬집었다. 예전에는 잔뜩 빨아 부풀려야 손에 제대로 잡혔는데 지금은 평상시에도 꽤 부풀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륜도 커졌다. 그녀는 그의 유두를 잡고 있던 손마저 치운 채 밀리안의 가슴을 유심히 바라봤다.

갑자기 클레이가 행동을 멈추자 밀리안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밀리, 당신 여기 말이야…….”

“아니요, 말하지 마세요! 듣기 싫습니다.”

짓궂게 빛나는 클레이의 눈동자에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밀리안이 황급히 그녀의 입을 막아보려 했지만, 클레이가 더 빨랐다.

“젖꼭지가 꽤 커졌어. 색도 더 붉어진 거 알아?”

“거, 거짓말을…….”

“정말인데? 예전에는 한 삼십 분은 물고 빨아야 이 정도 크기가 됐는데 지금은 아직 빨기도 전인데 이 크기야.”

신경 써서 길들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며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심지어 유륜도 더 커졌어. 예쁘게 부풀어서, 읍!”

밀리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여자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설령 몸이 변했다고 해도 모두 당신,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클레이의 눈이 예쁘게 휘었다. 그녀는 혀를 내밀어 밀리안이 손바닥을 길게 핥았다.

“맞아. 나 때문이지. 그래서 좋다는 말이었어.”

자신으로 인해 변해가는 흔적이 밀리안의 몸에 남는 게 좋았다. 클레이는 살짝 힘이 빠진 밀리안의 손을 얼굴로 치운 뒤 예쁘게 부풀어 있는 그의 가슴을 깨물었다. 그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에게 가슴운동 위주로 시켰다. 근육이 빨리 부풀도록 식사도 단백질 위주로 늘렸고. 그 노력의 결실이 맺혀 가슴이 꽤 탄탄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야한데, 젖꼭지마저 이렇게 커지니 앞으로 셔츠 안에 가슴을 가릴 수 있는 속옷도 함께 입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클레이는 그의 허리 양쪽에 무릎으로 선 채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상체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잡고 그의 젖에 비볐다. 붉은 유두 두 개가 문질러져 짓눌러졌다. 그녀가 가슴을 비빌 때마다 음부에 닿는 밀리안의 성기가 툭툭 흔들렸다.

“자기는 내 가슴을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

“흣, 으, 아니, 아…….”

“아니라고? 그럼 이건 뭔데?”

그녀는 한 손을 뒤로 내려 물을 흘리고 있는 밀리안의 성기를 잡았다. 성기 중간부터 쥐어짜듯 귀두까지 훑으니 아주 홍수처럼 끈적한 애액을 흘려댔다. 밀리안이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애달픈 신음을 흘렸다.

그녀는 밀리안이 쏟아낸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다시 입가로 가져와 혀로 핥았다. 역시 달았다. 비릿한 냄새는 그대로인데 이상할 정도로 맛있었다. 밀리안은 물기에 젖은 눈으로 여자의 행동을 비난했다.

“그걸 왜 먹습니까?”

“당신 냄새가 나. 당신 맛이 나고. 맛이 없을 이유가 없잖아.”

클레이는 손에 묻은 밀리안의 애액을 모두 핥아 먹은 뒤 고개를 숙여 밀리안의 입술에 키스했다. 이제는 입을 맞추고 혀를 얽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밀리안은 순순히 입을 벌렸다. 자신에게 익숙해진 남자는 체온이 꽤 올랐다. 그리고 살짝 높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체온은 적당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매일 끌어안고 몸을 겹쳐 잠이 들었기에 서로의 페로몬이 섞여든 탓이었다.

입을 맞춘 상태로 밀리안의 성기를 질 안으로 집어삼켰다. 안에 있던 관이 마치 제 자리를 찾아가듯 밀리안의 요도로 몸을 들이밀었다. 언제나 그렇듯, 육체적 쾌감을 압도하는 정신적 일체감이 두 사람에게 찾아왔다.

“하!”

“으흣! 으, 아, 아아!”

완전히 삽입하자마자 밀리안의 성기가 부르르 떨렸다. 클레이는 질 안을 터트릴 듯 부풀어 오르는 밀리안의 성기와 관을 꽉 조이는 좁은 구멍이 주는 압박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 이러다 밀리안의 절정에 휘말려갈 것 같다. 흐려진 시야로 밀리안이 눈물을 흘리며 정신없이 신음하는 모습이 보였다. 고작 삽입만 했을 뿐인데, 아주 예쁜 모습으로 가고 있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다.

“사랑해. 사랑해, 밀리. 너무 예뻐 당신.”

“으, 하읏, 아, 아아! 시, 싫어. 너무……!”

“괜찮아, 기분 좋게 느껴도 돼.”

밀리안은 쾌감을 너무 느끼면 본능적으로 싫다는 말부터 했다. 습관적으로 연발하기 때문에 간혹 정말 싫은 게 아닐까, 자신과의 관계에서 쾌감을 느끼는 게 싫은 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클레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다. 밀어내지 말라고, 싫어하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애원을 사랑한다는 말로 대체했다.

“사랑해, 밀리. 자연스러운 거야. 당신이 느껴줘서 너무 좋아.”

“하, 하아, 클레이, 클레이.”

“응. 그래, 나야.”

밀리안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밀어내지 않는다. 클레이는 그제야 마음 깊은 곳에서 안심했다. 이 남자와 함께 있으면 왜 이렇게 겁이 많아지는 걸까. 이유는 알고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아서겠지. 이건 그녀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과실이었다. 밀리안과의 처음이 어긋난 것은 아무리 후회한다 한들 바꿀 수 없기에. 클레이는 밀리안의 눈물을 혀로 핥아 마셨다.

‘당신은 언젠가 날 떠날 것 같아서, 나는 항상 불안해. 매일, 매 순간 함께 있는데도 당신을 찾게 돼.’

나는 이제 당신에게 완전히 각인해 종속되어 버렸는데, 당신은 아직 그 정도로 내게 마음을 연 게 아니어서. 게다가 당신에게 미움받을 짓을 지금도 하고 있어서, 그걸 당신이 알게 되면 정말로 내게 질릴 것 같아서 두려워.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부모님이 죽은 이후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던 감각이 찾아왔다. 그게 어색하고 이상해 클레이는 눈을 찡그렸다. 그때 밀리안이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끌어 내려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클레이의 눈이 커졌다가 사르르 감겼다.

자신이 했던 것처럼 혀를 내밀어 눈가를 핥는다. 클레이는 체셔처럼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울리며 반대쪽도 핥아달라는 듯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밀리안이 작은 소리로 웃으며 클레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매 순간이 불안하고, 매 순간이 행복했다.

이상할 정도로 거세게 요동치던 감정이 잔잔하게 가라앉자 클레이는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몸을 겹치는 내내 입맞춤은 계속 끊이지 않았다. 가볍게 입술만 맞대기도 하고, 깊게 혀를 밀어 넣어 진한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물결이 부드러운 바람을 따라 가볍게 일렁이는 것과 같은 섹스였다. 거칠고 자극적인 섹스도 좋았지만, 이렇게 잔잔하게 감정을 교류하는 섹스도 취향이었다. 이건 오로지 밀리안과의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드럽고 느린 섹스라 할지라도 절정은 격렬하게 찾아왔다. 클레이는 눈앞을 하얗게 물들이는 지독한 쾌감에 밀리안을 바짝 끌어안았다. 밀리안도 그녀의 등을 끌어안았다.

‘아, 항상 이렇게 당신과 얽혀 있고 싶어.’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을 꿈꾸며, 클레이는 밀리안의 입술을 힘껏 빨아들였다.

* * *

밀리안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유심히 살폈다. 클레이는 예쁘다고 했지만, 유두가 커졌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남자의 유두가 커져봤자 보기 좋을 턱이 없었다. 하지만 예전의 크기를 유심히 본 적이 없어서 명확한 차이를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설마 점점 더 커지는 건 아니겠지? 밀리안은 조심스럽게 가슴을 더듬으며 불안해했다. 이게 모두 클레이 탓이었다. 이런 게 뭐가 좋다고 계속 빨아서…….

“뭐 하고 있어?”

“―!”

불쑥 튀어나온 클레이의 목소리에 밀리안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언제 문을 연 건지, 그녀는 문가에 몸을 기댄 채 그를 보고 있었다.

“가슴 만지면서 자위하는 거야?”

“무, 무슨 말입니까? 제가 왜……!”

“아까부터 자기가 젖꼭지만 만지길래. 내가 만족 못 시켜준 줄 알고 놀랐잖아.”

“……그럴 리가 없잖아요.”

밀리안은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여자는 너무 과할 정도로 말을 직설적으로 해서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그럼 나 혼자 두지 말고 빨리 나와. 내일부터 다시 바빠져서 이렇게 한가하게 붙어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제가 오래 있었나요?”

화장실에 들어왔다가 잠깐 거울을 본다는 게 그녀를 오래 기다리게 한 건가 싶어 시계를 확인했다. 고작 오 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밀리안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오 분밖에 안 됐습니다.”

“오 분이나 지.”

“그 정도는 참……, 아니.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그 정도는 참으라니. 언제부터 이렇게 분에 넘치는 생각을 하게 된 건지. 만약 클레이가 오 분이 지나도록 떨어져 있으면 그 역시도 못 참고 그녀처럼 문가에서 기웃거렸으리라.

“그렇지?”

“네.”

밀리안은 제게 손을 내미는 클레이에게 성큼 걸어갔다. 이렇게 붙어 있어도 시간은 항상 부족하기만 했다. 클레이는 밀리안을 뒤에서 끌어안고 나붓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 하고 싶은 건 없어?”

“아뇨. 너무 많이 돌아다녔더니, 이젠 가만히 있고 싶어요.”

“그래도 계속 집에만 있어서 답답할 것 같아서 걱정이야.”

“저는 원래도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외출은 그렇게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래. 그렇지.”

밀리안의 단호한 말에 클레이가 긍정했다.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은 저였다. 이 남자를 끌고 온갖 곳을 가고 싶어 안달이 나서 계속 걱정을 빙자한 핑계를 만들려고 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런 걱정을 하신 분이 그렇게 끈질기게 사람을 몰아치나요?”

“……당신이 매달렸잖아!”

“저는 나갈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클레이는 아니잖아요.”

“…….”

느긋했던 섹스는 처음만 그랬을 뿐, 회를 거듭할수록 거칠고 집요해졌다. 그나마 지금은 클레이와의 성교에 익숙해져서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밀리안의 질책에 클레이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래서 싫었어?”

“…….”

“앙앙거리며 좋은 소리로 울던 것으로도 모자라 그만하겠다는 내 위에 올라탔으면서.”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만해 달라며 밀리안이 애원했지만, 건수를 잡은 클레이의 입은 멈출 줄 몰랐다.

“허리, 잘 흔들더라. 다음엔 내가 엎드릴 테니까 뒤에서 박아볼래?”

클레이가 붉게 달아오른 밀리안의 귀를 혀로 핥으며 속삭였다. 밀리안을 놀리기 위해 해본 말이었는데, 꽤 흥미가 돋는 체위였다. 뭐, 당장에 이 남자가 그런 체위에 도전하지는 못하겠지만 살살 긁다 보면 또 못할 것도 아니었다.

“좋아.”

“……뭐, 가요?”

“당신이.”

머릿속으로 이런 자세 저런 자세로 박혀서 앙앙 우는 밀리안의 모습을 상상하던 클레이는 의심쩍은 얼굴로 자신을 보는 그의 볼에 입술을 꾹 누르며 해사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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