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맨틱 섹슈얼-80화 (80/144)

-80-

속았구나. 밀리안은 허탈한 얼굴로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여자의 손바닥에서 반지를 들었다. 혹시 이것도 돌아가는 건가 싶어 움직여 봤지만, 자신의 것과는 달리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이 손에 반지를 끼지 않으리라는 걸 여자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손에 저 반지를 끼우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약았다. 밀리안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여자에게 빠졌으니까. 아무리 여자의 행동과 말이 저질스럽다 하더라도 벗어날 마음이 들지 않는 자신이 더 문제였다.

클레이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향해 내민 손을 장난스럽게 까딱거렸다. 밀리안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손에 들린 반지를 여자의 약지에 집어넣었다. 반지를 준비한 사람도 끼워달라고 말한 사람도 클레이였다. 자신은 고작해야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기만 하는 거였는데, 이 행위에 긴장이 되어 손이 떨렸다.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니라면 여자의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약지 끝까지 반지를 밀어 넣은 뒤 천천히 고개를 든 밀리안은 클레이의 얼굴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수많은 감정이 깃든 눈으로 반지가 끼워진 손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웃지도 않았고, 그를 보지도 않았다.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왼손만 하염없이 보더니 이내 눈을 꾹 감았다. 가늘게 흘러나오는 숨소리에 밀리안은 클레이도 긴장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저질스러운 말을 하길래 긴장 따위는 저만 하는 줄 알았다. 밀리안은 가볍게 주먹 쥔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짧게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클레이가 밀리안 몫의 반지를 집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끼우려면 잔뜩 빨아서 부풀려야겠어.”

“꼭, 말을 그렇게……, 해야 합니까?”

“그럼 어떻게 말해?”

클레이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그를 향해 되물었다. 동그랗게 뜬 눈을 깜박이며 궁금해하는데 말문이 턱 막혔다. 애초에 손가락 대신 유두에 저걸 끼우겠다는 여자의 의지부터 문제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찬물이 확 끼얹어졌다. 밀리안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빨리 끝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았다.

여자의 손이 왼쪽 가슴에 닿았다. 살짝 아래에서부터 살을 밀어 올리며 올라오더니 유두의 테두리를 천천히 덧그렸다.

“읏.”

차가운 금속이 민감한 부위에 닿자 밀리안의 몸이 움찔 튀었다. 계속 달궈졌던 살갗이 예민해져 있어서 더 차갑게 느껴졌다.

“역시 잘 어울려.”

“대체 언제 이런걸.”

준비했냐고 물으려던 밀리안은 왼쪽 유두에 이는 찌릿한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클레이가 유두를 이로 깨문 상태에서 혀로 끝을 살살 문질렀다. 그리고 입술로 쪽쪽 빨아들였다. 민망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입 안에서 굴리는 작은 알갱이가 조금씩 부푸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가슴도 흥분으로 단단하게 부풀었다. 클레이는 열띤 신음을 연달아 토했다. 밀리안의 가슴이 젖으로 부풀었으면 좋겠다. 유즙이 잔뜩 흘러내리면 이 단정한 남자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일그러지겠지. 그런 상상을 하니 심장이 펄떡거리며 뛰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상체를 따라 내려가며 끊임없이 입을 맞췄다. 마침내 그의 납작한 배에 입술이 닿자 클레이는 입술을 살짝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사랑해 밀리.”

“클레이.”

“그리고 이건, 집에서만 끼는 것으로 하자.”

클레이는 좁혀놨던 반지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넓힌 후 밀리안의 왼손 약지에 끼웠다. 처음부터 유두에 끼울 생각은 없었다. 밀리안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보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그런 용도까지 염두에 두고 만든 건 맞지만, 그건 자신만의 은밀한 욕망의 발산일뿐이다. 물론 언젠가는 그렇게 할 생각이었지만.

밀리안이 끼워주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평소에도 반지를 끼는 건 아예 바라지도 않았다. 그건 너무 이르다. 밀리안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건 그를 무너트리는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반지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자신의 왼손을 맞대 손가락을 겹쳐 얽었다. 같은 손가락에 끼워진 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찬란하게 빛났다.

이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와 자신이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행복해. 행복하다. 밀리안이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

클레이는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는 밀리안의 입술에 입술을 맞댔다.

“침실로 가자.”

“…….”

욕망으로 낮게 갈라진 목소리에 밀리안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있는 클레이의 손이 성기를 문질렀다. 이미 잔뜩 벌어진 가운을 거의 풀어져 어설프게 걸치고 있었고, 클레이가 만지고 있는 성기는 아예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밀리안이 걸어온 길을 따라 짙은 액체가 카펫에 점점이 떨어지고 있었다. 클레이는 시선을 내려 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밀리안의 성기를 바라봤다. 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이 카펫을 본다면 그들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모두가 눈치챌 것이다. 물론 벤틀로가 가장 먼저 알아챌 테니 그가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지만.

“아, 아흣, 읏, 아, 안 돼. 아!”

“쉬이. 다 듣겠어. 조용히 해야지.”

클레이가 혈관이 돋은 단정한 목덜미를 혀로 길게 핥으며 속삭였다. 밀리안의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었고, 울음기가 스며들어 촉촉했다. 일부러 이 소리를 듣기 위해 울리고 있으면서 클레이는 짐짓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고, 이 소리를 들을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환기했다. 밀리안은 수치심을 느낄 때 가장 예쁘게 울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 많이 젖는다.

그녀는 밀리안의 무릎 뒤쪽을 무릎으로 밀어 앞으로 걷게 했다. 남자의 몸이 벌벌 떨리면서 억지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엄지로 귀두 끝을 뭉근하게 문질렀다. 안 그래도 후들거리던 그의 다리가 확 꺾였다.

“아흣!”

쓰러지면서 클레이의 손에 뿌리부터 끝까지 거칠게 문질러진 성기가 울컥거리며 애액을 토해냈다. 클레이는 부드러운 카펫에 쓰러진 채 몸을 둥글게 말고 사정 중인 밀리안을 내려봤다. 가슴이 너무 부풀어 아플 정도였다. 단단히 곤두선 유두는 통증마저 느껴졌다. 클레이는 걸음을 옮겨 밀리안의 머리 양쪽으로 다리를 벌리고 섰다. 그리고 밀리안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손을 가운 안으로 집어넣어 음부를 손으로 문질렀다.

“너만 흥분한 거 아니야. 나도 그래.”

“하, 하아, 하, 아…….”

잔뜩 흘러내린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카펫을 더럽힌 사람은 밀리안뿐만이 아니었다. 클레이의 손이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자 밀리안의 목울대가 크게 울렸다. 그와 함께 살짝 수그러든 성기가 다시 곧게 발기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핥듯이 바라보며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안을 쑤셔 박던 손가락은 더 빨라졌다.

안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그녀의 손에 맺히다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진 진득한 액체는 모두 밀리안의 얼굴 여기저기에 묻었다.

클레이는 아래를 쑤시던 손가락을 천천히 빼낸 뒤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리고 헐떡이며 뜨거운 숨을 내쉬고 있는 밀리안의 입술을 젖은 손으로 매만지다 안으로 집어넣었다.

“빨아봐. 그래, 그렇게.”

“으으음. 흣.”

손가락으로 혀 중앙을 길게 문지르자 밀리안의 혀가 둥글게 말렸다. 혀를 모아 손가락을 빨아들이자 클레이가 웃으며 착하다고 칭찬했다.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핥더니 맛을 들인 건지 그녀의 손가락으로도 부족해 손바닥과 손등도 혀로 샅샅이 핥는다.

“하, 하읏. 으음. 응.”

“그렇게 맛있어? 여기, 더 빨아볼래?”

맛있는 게 잔뜩 나올 거야. 클레이가 순결한 아이를 꾀는 악마처럼 나른하게 속삭이며 이젠 남자의 타액으로 젖은 손으로 음부를 벌렸다. 금색 음모 사이로 붉은 살이 드러나자 밀리안의 몸에서 욕망에 젖은 나른한 향기가 뭉글거리며 퍼져 나왔다.

몽롱하게 풀어진 얼굴로 침과 애액으로 젖은 입술을 벌린다. 클레이는 순간 등줄기를 치닫는 일그러진 욕망에 와락 소름이 돋았다.

“착한 아이야.”

“하, 하아, 하…….”

“빨기 좋게 혀를 내밀어봐.”

그럼 그 위에 올라타 줄게. 음탕한 속삭임에 순진하고 음란한 남자는 고분고분하게 붉은 혀를 내밀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머리를 잡고 그의 혀 위에 음부를 밀어붙였다.

남자의 혀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왔다. 샅샅이 핥다가 입술 전체를 음부에 붙이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물을 흡입했다. 클레이는 나른한 얼굴로 밀리안의 얼굴 위에서 뭉근하게 하체를 움직였다. 마치 섹스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밀리안이 헐떡거리며 아래를 핥고 있었다. 기교도 없는 욕망뿐인 단순한 움직임이었다. 다른 남자가 이런 식으로 봉사했더라면 당장에 내쳤겠지만, 밀리안은 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오직 그녀만이 순결한 눈밭에 검은 발자국을 냈다. 정복을 했으니 하나하나 손수 가르치는 것 또한 기쁨일 수밖에. 게다가 부드럽게 대해주려는 그녀의 배려를 원치 않은 것은 밀리안이었다. 클레이는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단 숨을 흘렸다.

그때, 뒤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클레이는 상체를 살짝 돌려 뒤를 바라봤다. 단발머리의 메이드가 놀란 얼굴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나른하게 풀렸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

메이드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갔다. 평소에는 소리를 내지 않고 움직이더니 아주 다 들으라는 듯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소리가 컸는지 그녀의 음부를 핥고 있던 밀리안의 몽롱하던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려고 할 정도였다.

클레이는 입술을 떼려는 밀리안의 머리를 잡아 다시 제 음부로 밀어붙였다.

“아주 잘 빨던데, 맛있었어?”

“으, 으읍. 읏!”

“내가 네 좆을 그렇게 물고 빨던 이유가 뭔지 알겠어?”

구멍에서 흘러내리는 물에 페로몬이 가장 많이 응축돼 있다. 상대의 애액을, 정액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좋아하는 상대의 페로몬의 집합체라니. 그 어떤 최음제보다도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클레이는 손을 아래로 내려 단단하게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안에서 울컥하며 애액이 쏟아졌다. 살짝 정신이 돌아왔던 밀리안의 눈이 다시 흐려졌다.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혀가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클레이는 질 안에서 발기한 관 끝에 밀리안의 혀가 닿자 움찔하며 허리를 떨었다.

“으음.”

“…….”

클레이가 욕망에 젖은 신음을 흘리자 서툴게 핥기만 하던 밀리안의 움직임이 그때부터 변했다. 집요하게 혀를 밀어 넣어 관을 혀끝으로 핥았다. 클레이는 찌릿한 쾌감에 눈을 찡그렸다. 이러면 금방 쌀 거 같은데……. 그녀는 밀리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아, 어쩌려고 이렇게 예쁜 짓을 해?”

“으응. 으으읍.”

“내가 싸면 다 받아먹을 거야?”

“흐으.”

밀리안이 다 풀어진 눈을 예쁘게 깜박였다. 움찔 솟구치는 성급한 욕망에 클레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혀를 빼고 입 벌려.”

“―!”

하지만 밀리안이 채 혀를 빼내기도 전에 관 끝이 부풀더니 진득한 액체를 쏟아냈다. 클레이는 놀란 얼굴로 머리를 떼어내려는 밀리안을 하체로 꽉 눌러 고정했다. 점도가 높은 우윳빛 액체가 밀리안의 입뿐 아니라 코와 얼굴 여기저기에 흘러넘쳤다.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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