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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섹슈얼-79화 (79/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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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의 사나웠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밀리안은 쾌락을 바라는 유순한 얼굴로 그녀의 입술에 끊임없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아까는 어떻게든 그녀의 가운을 여미려고 애를 쓰더니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오자 가장 먼저 한 행동이 그녀의 가운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가슴을 잡았다. 클레이는 그런 밀리안의 행동을 부추기듯, 칭찬하듯 그의 성기를 부드럽게 쓸었다.

“흐읏……, 응……. 아, 크, 클레이.”

“하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엽게 굴까.”

나붓한 속삭임에 밀리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클레이는 더 가까이 붙으려는 밀리안을 떼어내고 조금 전까지 에릭과 대화를 나눴던 테이블 위로 그의 몸을 올렸다. 다리를 벌리지 않으면 만져주지 않겠다는 아까의 말을 기억하는 건지 밀리안의 다리가 그녀를 향해 활짝 벌어진 채였다. 성격대로 꼼꼼하게 여몄던 가운은 헐겁게 풀어져 있었다.

마치 상이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그럴만한 일은 전혀 한 적이 없는데…….

클레이의 목에서 갸르릉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 남자를 두고 방심하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몸이 달아 그녀를 향해 몸을 비빌 때면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마치 평생 자신만을 바라볼 것처럼 굴어서 아무 생각도 걱정도 하지 않고 이 남자만을 탐닉하고 싶어진다. 클레이는 이제는 입은 것이 도리어 야하게 느껴질 정도로 풀어진 밀리안의 가운을 완전히 벌렸다. 색이 거의 보이지 않던 피부는 그녀와 함께 있을 때마다 붉은색이 올라왔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

“설마 널 놔두고 다른 남자하고 잤을까 봐? 그것도 에릭 드와이스와?”

“그게.”

“난 너밖에 없다고 했잖아, 밀리.”

“흣…….”

그 순간 밀리안의 성기가 움찔움찔 떨리더니 하얀 액체를 툭툭 떨어트렸다. 클레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저 밀리안을 보며 말을 한 것이 다였는데, 이 남자는 그것만으로 느껴서 예쁜 짓을 하고 있었다.

“당신, 지금…….”

“마, 말하지, 마세요. 제발.”

“하.”

밀리안이 붉어진 얼굴을 팔로 가렸다. 그런데도 다리는 여전히 예쁘게 벌리고 있었다. 근래 운동을 많이 해 섬세한 근육이 잡힌 허벅지가 떨리고 있는데도 단 한 순간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클레이는 홀린 듯이 그의 허벅지를 손으로 더듬었다. 살짝 건드린 것뿐인데 밀리안의 몸이 다시 떨렸다.

“예쁘다. 너무 예뻐, 밀리안.”

“흐으……, 아, 아흣.”

성기에 대고 칭찬하자 또 예쁜 애가 예쁜 짓을 했다. 그녀가 말할 때마다 성기 끝에 있는 동그란 구멍이 바들바들 떨면서 하얀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말을 아끼는 밀리안의 입 대신 아래에 있는 아주 작은 입이 그녀의 말에 예쁘게 대답하고 있었다.

“당신은 왜 이렇게 야하지? 대답도 잘하고 예쁜 짓만 해.”

“아!”

“하지만 위험해. 당신이 이렇게 반응하면 엉엉 울리고 싶단 말이야.”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클레이가 난감하다는 듯 눈매를 좁혔다. 밀리안이 우는 건 좋지만, 예전처럼 자기 혐오에 얼룩진 얼굴로 울리고 싶진 않았다. 참고 참느라 몸이 달았지만 밀리안을 위해 욕망을 내리누르는 것은 견딜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밀리안이 이렇게 예쁘게 굴 때마다 완전히 그를 집어삼키고 싶은 잔혹한 욕망이 성급하게 내달렸다.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아 몸을 일으키자 밀리안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당혹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에 클레이의 얼굴에도 의문이 서렸다.

“왜, 왜 안 하는 겁니까?”

“……뭐?”

“요즘 계속, ……안 하고, 나만…….”

“안 하다니. 매일 하고 있는데 무슨…….”

“예전처럼은 안!”

“예전처럼?”

밀리안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클레이는 밀리안의 말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또 제멋대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강제로 생각을 멈춘 머리가 멍했다. 클레이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을 깜박였다. 지금, 밀리안이…….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전처럼 안아주지 않아서 싫었어?”

“…….”

“싫어했었잖아. 너무 싫다고 울었잖아.”

“…….”

밀리안이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옅은 갈색 눈동자가 가라앉지 않은 열기로 물기에 젖어 일렁이고 있었다. 클레이는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려 밀리안의 뺨을 잡고 제게로 돌렸다.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짜고 있는 것만 같다.

“말해줘, 밀리안. 말했잖아. 난 당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기 싫다고.”

제 마음대로 했다가 밀리안에게 버림받을 걸 생각하면 끔찍했다. 밀리안에게 한정해서 자신은 철저한 약자였다.

“예전처럼 예쁜 속옷을 입혀도 돼?”

밀리안이 입술을 꾹 깨물고 그녀를 바라봤다.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하지 않는다. 클레이는 설핏 웃으며 물러서려고 했는데 밀리안의 성기가 짓눌린 배에 물컹한 액체가 쏟아졌다.

“―!”

“……?”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밀리안의 눈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음. 으음. 클레이는 모호한 신음을 흘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밀리, 당신 설마…….”

“아.”

밀리안이 못 참겠다는 듯 짧은 신음을 토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얼굴은 완전히 가렸지만, 그 아래의 목도, 귀도 가슴팍까지 모두 새빨갛게 물들어서 얼굴을 가린 의미가 없었다. 클레이의 입술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 예쁜 입에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해주려나.”

“흐읏!”

“위 입은 부끄러움이 많은데, 아래는 굉장히 솔직해.”

“제발, 그런 말 좀……!”

“하지만 얘가 예쁜 짓을 하잖아.”

예쁘고 솔직한 아이였다. 그런데 칭찬도 하지 못하게 하는 밀리안이 야속해 클레이는 그의 성기를 뿌리부터 끝까지 살살 쓰다듬었다. 밀리안이 흉곽을 크게 부풀리며 야한 신음을 흘렸다. 평소에는 솔직하지 못해도 이럴 때는 다시 솔직해졌다.

클레이는 아예 상체를 내려 밀리안의 성기를 마주했다. 그녀는 지금 진심으로 진지했다.

“난 도구를 사용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넌 어때?”

상냥한 목소리는 짓궂은 질문을 늘어놓았다. 정말 대답이라도 할 것처럼 작은 구멍이 뻐끔거린다. 클레이의 웃음이 점점 더 짙어졌다.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좋아했지?”

“무, 무슨…….”

“맞는 게 좋아?”

“……!”

“이 구멍에 얇은 막대를 넣고 쑤셔도 될까? 아프지 않게 할게.”

“아흐읏……, 으응!”

그녀가 물을 때마다 짧게 짧게 우윳빛 액체를 토하던 성기가 온통 축축하게 젖었다. 귀두에서 흘러내린 애액은 뿌리 끝까지 닿아 동그랗게 올라붙은 고환을 모두 물들였다. 색이 짙어진 성기가 바르르 떨었다.

벌써 몇 번이나 짧은 절정을 연달아 느낀 밀리안이 못 참겠다는 듯 상체를 일으켰다.

“벼, 변태 같은 말을.”

“내가 변태면, 당신도 변태야, 밀리.”

클레이가 사랑스러운 밀리안의 성기를 혀로 핥아 올렸다. 붉은 혀에 농도가 짙은 액체가 잔뜩 묻었다. 그녀는 밀리안이 바라보는 앞에서 그의 애액을 날름 삼켰다. 다시 한번 성기를 핥아 애액을 떠내고 흡사 맛이라도 보듯 입 안에서 한참 굴린 뒤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도 아쉬운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밀리안은 홀린 듯 그녀를 멍하게 바라봤다.

“맛있어.”

클레이가 활짝 웃었다. 야하고 짐승 같은 얼굴이었다. 밀리안이 그렇게나 바랐던 욕망에 가득 찬 얼굴로 클레이가 웃고 있었다.

* * *

헐떡거리는 밀리안을 두고 클레이가 몸을 일으켜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아까 맡겨 놓은 물건을 찾았다고 했지.”

“네?”

“거절해도 돼.”

“무, 슨…….”

작은 상자는 하얀 원단으로 덮여있었고, 그가 모르는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클레이는 담담한 얼굴로 상자를 열었다.

“반지야.”

“…….”

밀리안은 클레이가 내민 반지 두 개를 난처하게 바라봤다. 은색의 플래티넘 링의 표면에 다이아몬드로 추정되는 투명한 보석이 박혀있었다. 표면이 살짝 넓었고, 다이아몬드가 깔린 길을 따라 선이 두 개가 그어져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저는.”

“아직 무리야?”

밀리안은 스스로가 비겁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자의 아름다운 손가락에 저 반지를 끼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은 저 반지를 낄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가지고 싶으면서 가지고 싶지 않은 양극의 감정에 자괴감이 들었다. 용기도 없고 비겁하기까지 한 자신에게 혐오감마저 들었다.

밀리안이 우울한 얼굴로 입술을 꾹 다물고 있자 클레이가 옅게 웃었다.

“역시 남들 앞에 보이긴 무리지?”

“…….”

“그럼 보이지 않으면 괜찮아?”

“무슨.”

클레이의 말에 밀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두 개 중 더 작은 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살짝 튀어나온 중앙의 다이아몬드를 손가락 끝으로 고정한 채 양 테두리를 살짝 돌렸다. 무슨 구조인지 반지의 크기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건 유두에 끼는 거거든.”

“―!”

“아니면 손가락에 껴도 되고.”

어떡할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클레이의 말에 밀리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변, 변태…….”

“으음. 부정할 수 없는 말이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반지를 꼈으면 좋겠잖아.”

아니야? 은근한 질문은 단호하게 정곡을 찔렀다. 클레이는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은 뒤 밀리안을 향해 왼손을 내밀었다. 티끌 하나 없이 매끈한 손이 우아했다. 무슨 뜻이지? 밀리안은 여자의 손을 봤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당신이 끼워줘.”

“클레이.”

“내가 당신 거라는 증거를.”

“…….”

여자의 말이 너무나 유혹적이어서 쉽사리 안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밀리안은 여전히 그를 향해 내민 여자의 손과 절대로 손가락에 끼우지 못할 정도로 작아진 반지를 번갈아 바라봤다. 클레이 디어는 무척이나 다정해졌지만, 그녀가 변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밀리안은 다른 대안을 제안했다.

“목에 걸면.”

“기각. 당신의 살에 껴야 해. 아니면 난 이쪽도 괜찮아.”

클레이의 눈이 아래로 내려갔다. 희망을 품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간 밀리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여자의 눈은 그의 하반신을 향해 있었다.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어디를 뜻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저 여자는 왜 이렇게까지 저질일까. 하지만 클레이보다 더 저질은 자신이었다. 용기도 없는 주제에 기뻐하고 있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싫으면 어쩔 수 없지.”

클레이가 짐짓 실망한 목소리로 반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쓰레기통으로 상자를 던졌다. 여자의 행동에 밀리안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무슨 짓입니까?”

“싫다며? 쓸모없으니 버려야지.”

“제가 언제 싫다고.”

“그래? 그럼 손가락이야, 유두야?”

“―!”

클레이는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 안에 놓인 반지를 보여줬다. 버린 것은 상자뿐이었다.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밀리안을 향해 클레이는 화사하게 웃었다. 이렇게 얕은수에도 손쉽게 넘어가는 남자가 몹시도 사랑스러워서 웃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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