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맨틱 섹슈얼-77화 (77/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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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혀가 주는 쾌감을 알고 있다. 여자의 혀가 온몸에 닿았던 감각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밀리안은 애달픈 신음을 흘리며 입을 맞췄다. 안달이 날 정도로 천천히 혀가 얽혔다. 그가 따라가면 여자가 속도를 늦추며 머리를 뒤로 물렸다. 장난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밀리안이 미간을 찌푸리자 그제야 클레이가 웃으며 다시 입을 맞췄다.

어느새 차가 멈춰섰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입을 맞추다 보니 입고 있던 옷이 체중에 밀려 구겨지고 흐트러졌다. 처음에는 위에 있던 밀리안이 클레이 아래에 깔렸다. 다리가 엇갈려 겹쳐지고 밀리안의 손이 클레이의 상의 안으로 들어가 가슴을 움켜잡았을 때, 밖에서 에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

“…….”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밀리안의 몸이 굳었다. 슬쩍 그의 바지 버클을 풀고 있던 클레이가 혀를 내찼다. 우리가 뭘 하는지 알면서 일부러 그런 게 분명했다. 계속하고 싶었지만, 이미 밀리안은 정신을 차린 지 오래였다. 바깥에 있는 에릭의 눈치를 보며 그녀의 가슴을 잡고 있던 손을 황급히 떼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아래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버둥거렸다.

클레이는 반쯤 풀었던 버클을 다시 정리해 주며 그의 위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몸을 떼어보니 밀리안의 상태는 바지 버클만 채워 준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흰색 셔츠는 배 위로 밀려 올라가 있었고, 검은색 재킷은 완전히 벌려져 어깨 아래로 내려갔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갈색 눈동자가 열기에 젖어 있었다. 정갈했던 머리카락은 가죽시트에 흩어져 누가 봐도 섹스를 한 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살짝 가라앉은 성욕이 다시 끓어올랐다. 정말 이 남자는 왜 이렇게 야한 걸까.

“으음. 안 되겠어.”

“네……?”

“당신, 너무 야해.”

클레이는 밀리안을 일으킨 후, 자신의 코트를 벗어 그의 머리에 씌웠다. 얼굴을 가리니 그나마 낫다. 이대로 나가려고 문의 손잡이를 잡는데 밀리안이 코트를 벗어 다시 그녀의 몸에 감쌌다.

“대체 누가 야하다는 겁니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야한 사람은 클레이 디어였다. 밀리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멈춰 있는 클레이의 몸에 코트를 꼼꼼히 입히고 단추까지 모두 채웠다.

“다른 사람에게 이런 모습 보이지 마세요.”

제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밀리안의 눈이 사나웠다.

밀리안은 자신의 옷도 제대로 정리한 후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아직 차 안에 앉아 있는 클레이의 손을 잡고 나오라고 채근했다. 클레이는 멍하게 눈을 깜박이다가 활짝 웃으며 그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남자의 드러난 목덜미가 붉었다. 클레이는 여전히 그에게 팔이 잡혀 걸어가며 그의 목과 귀를 핥듯이 바라봤다.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워하는 티가 역력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섬에서의 그날 이후 처음으로 드러낸 남자의 독점욕에 다리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귀여워.’

미치게 좋았다. 다른 사람이 이랬다면 기가 차 상대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밀리안이 그러니 더없이 기쁘기만 했다. 이대로 그를 쓰러트려 입을 맞추고 싶을 정도로.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던 벤틀로의 눈이 커진 게 보였다. 밀리안은 대충 그에게 인사한 뒤 계단으로 향했다. 클레이는 벤틀로를 향해 한 손을 흔들고 밀리안에게 끌려갔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컸다. 저택에 있는 고용인들의 시선이 모두 두 사람에게 향했다. 그러다 벤틀로의 기침 소리를 듣고 제 자리로 흩어졌다.

침실에 들어서자 밀리안이 그녀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였다.

“나 좀 봐, 밀리.”

“조금 이따가요. 지금은 좀…….”

“지금 보고 싶어.”

열기가 실린 클레이의 목소리에 밀리안이 삐걱거리며 겨우 몸을 돌렸다. 맙소사. 피부 전체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에 클레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밀리안이 입술을 깨물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본인도 자신의 상태를 어느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웃지 마세요.”

“사랑해, 밀리.”

“……클레이.”

“사랑해. 사랑해, 밀리.”

당신의 얼굴 터질 것 같아. 장난스러운 속삭임에 더 붉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피부가 더 붉게 달아올랐다.

“귀여워.”

“제발 그만 좀…….”

“빨고 싶어. 빨게 해 줘.”

“뭐, 뭘…….”

“다리, 벌려 줘. 응?”

클레이가 그를 향해 한걸음 가까이 가자 밀리안이 도망치듯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중심이 부풀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을수록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클레이의 눈이 욕망으로 짙어질수록 밀리안의 얼굴도 느슨하게 풀렸다. 클레이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고, 그녀가 오는 만큼 밀리안도 뒤로 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뒤에 침대가 있어서 더 이상 물러서지 못할 때쯤, 밀리안의 다리가 풀려 침대에 넘어지듯 주저앉았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클레이가 들어가 그를 내려봤다. 그녀가 그를 향해 상체를 내리자 밀리안의 몸이 뒤로 풀썩 쓰러졌다. 단정한 듯 단정하지 못한 차림으로 남자가 시선을 옆으로 피한 채 몸을 떨고 있었다. 클레이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쓸며 물었다.

“하지 말까?”

“……네?”

“싫으면 분명하게 말해 줘. 알다시피 난 제멋대로 오해하는 게 특기여서 당신을 내 마음대로 몰아치는 게 아닐까 두려워.”

당신은 언제나 야하고 달콤해서 매일 매 순간이 오해의 연속이라며 클레이가 설핏 미소를 지었다. 그의 볼을 만지고 있던 손이 그의 입술 위를 가볍게 쓸어 내려가 가슴과 배까지 닿았다. 야릇하고 관능적인 손길에 밀리안의 몸이 흠칫 떨렸다.

“응? 해도 돼?”

“……아, 알고 있잖아요.”

“모르겠어. 그러니 네가 직접 말해 줘.”

말로 하기 어렵다면 다리를 더 벌려도 돼. 그럼 그걸 신호로 알아듣겠다며 여자가 진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는 말마다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데, 수치스럽기보다는 기쁘다는 게 더 민망했다. 밀리안은 잘게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미 한계까지 서 버린 성기는 여자의 입 안에 들어가고 싶다며 속옷을 적시고 있었다.

밀리안은 손으로 제 머리 양쪽을 지탱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냥 이걸로 알아주길 바라서. 하지만 그가 입술을 떼자 여자는 아쉬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는 당장이라도 그를 덮칠 것처럼 굴더니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밀리안은 당황해 물러서려는 여자의 팔을 잡았다.

“왜, 왜…….”

“응? 싫은 거 아니었어?”

“그게 무슨…….”

“내가 싫은 행동을 할 때마다 키스하라고 했었잖아. 이번에도 그런 뜻이라고 알아들었는데, 아니야?”

“―!”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 수도 없이 한 키스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이미 그때의 말은 잊은 지 오래인데, 클레이는 새삼스러운 말을 끄집어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

밀리안은 클레이는 지금 그가 직접 말을 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만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하지만 그걸 어떻게……. 그가 망설이는 사이 클레이는 이미 몸을 일으켜 그가 꼼꼼하게 단추를 채운 코트를 벗고 있었다. 몸이 단 사람은 오직 밀리안 한사람인 것처럼.

“그럼 이제 씻을까?”

“…….”

나쁜 여자였다, 클레이 디어는.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얼굴이 원망스럽다. 밀리안은 입술을 꾹 깨물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다리를 벌렸다. 여자의 몸이 다 들어오고도 남을 정도로 벌어진 다리가 수치심으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해, 해 주세요.”

“밀리…….”

“제발, 그만……, 괴롭히세요.”

여자는 결국 그의 입으로 시인하게 했다. 클레이가 점점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무런 말도 없이, 발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밀리안은 얼굴을 가린 손을 떼어내고 그녀를 바라봤다. 클레이가 예쁘게 웃고 있었다. 살짝 들었던 원망도, 수치심도 사라지게 할 만큼 환하게.

* * *

‘아…….’

여자의 손길은 상냥했고, 또 육욕적이었다. 그러면서도 다정했다. 그런데 만족이 되지 않았다. 밀리안은 제 등에 입을 맞추는 여자를 느끼며 눈을 내리떴다. 세 번을 연달아 절정에 달한 몸은 저릿한 쾌감에 떨렸지만, 뭔가가 미진하게 느껴졌다. 그건 여자가 자신의 쾌락을 참아내며 그가 느끼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좋았지만, 좋지 않았다. 클레이가 완전히 이성을 잃고 그를 탐했던 날이 떠오른다. 자신 외엔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 탐욕에 젖은 눈빛이 아른거려서, 다정하기만 한 지금이 아쉽게 느껴졌다. 여자의 사랑은 충분히 느껴졌지만, 심장이 그것도 부족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벌써 잠든 거야?”

“…….”

여자의 나른한 목소리에 밀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내뱉어 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한참을 그의 등에 입을 맞추던 여자가 침실을 나서는 소릴 듣고 나서야 눈을 떴다. 벌써 세 번째. 클레이는 그가 잠들기를 기다리곤 밖으로 나섰다. 밀리안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나른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 * *

밀리안이 잠든 이후, 에릭은 다시 클레이를 찾아왔다. 밀리안이 들어선 안 되는 기밀이었고, 밀리안이 클레이와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시간은 그가 잠들었을 때뿐이어서 자택으로 돌아갔다가 클레이의 연락을 받고 다시 돌아왔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다시 한번 고용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디모시 부부를 굳이 궁지에 몰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빨리 이 지역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밀리안에게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너무 쉽게 보내는 거지. 난 그들이 아주 오래 마음을 졸였으면 좋겠거든.”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이동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사회에서 단절되는 불안함을 오래도록 느껴야 했다. 여러 주를 돌아다니며 병원을 전전해도 받아 주는 곳이 없고, 모두가 그들을 경멸하고 외면한다는 불안감에 사람을 대하는 게 점점 두려워진다. 그게 반복적으로 쌓이면 그 자신만만하던 위선적인 인간들의 정신이 아주 많이 위축될 것이다. 지금도 얼마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외출을 하는 날이 드물다고 하니 찬웃음이 나왔다.

그걸 밀리안은 십 년이 넘도록 겪었다. 갓 오메가로 발현한 미성년자를, 그것도 친아들을 그 오랜 시간 괴롭혀놓고 고작 몇 개월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고 외출을 못 할 정도라니. 어떻게든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던 밀리안과 전혀 닮지 않았다. 피가 이어졌다는 사실이 우스울 정도로 달랐다.

클레이의 최종 목표는 디모시 부부가 절대로 밀리안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완전한 단절. 그걸 원했다. 그 과정이 몹시 고통스럽고, 괴로워야 한다. 밀리안에 주었던 고통을 몇 배로 돌려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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