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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변한 것은 남자의 분위기였다. 쾌감을 알게 된 남자는 무의식중에 색기를 흘렸다. 은근히 바라는 눈으로 자신을 볼 때마다 애가 탔다. 만지고 예뻐해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데 남자는 꼭 강제로 추행을 당한다는 듯이 굴었다.
뭐, 이런 것도 밀리안의 매력 중 하나니까. 클레이는 사르르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거 알고 있어? 난 사실 키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네?”
“남자의 성기를 빨아준 것도 당신이 처음이거든?”
“무슨.”
“특히 남자의 사정액은 절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
“…….”
“성기를 잡고 소변을 보도록 도와준 적도 없지.”
“―!”
“모두 당신뿐이야. 밀리안 네가 특별해서.”
내가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봉사를 해준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분명 미쳤다고 할 거야. 클레이가 밀리안의 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손이 밀리안의 엉덩이를 지나 은밀하게 위로 올라왔다. 재킷 안쪽으로 들어온 손이 그의 척추 라인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속삭임은 계속 이어졌다. 붉고 도톰한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붉게 달아오른 귓가에 살짝살짝 스쳤다.
“너도 알겠지만, 난 파트너는 항상 호텔에서만 만나. 내 집으로 데려온 사람은 너뿐이고, 회사에서도 만지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도 너뿐이지.”
“아, 그만. ……흣.”
“구멍이 너무 좁아서 길들여본 적도 없어. 난 아직 제대로 널 박아본 적이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해.”
“으흣! 아! 사, 사장님!”
“응?”
등을 만지던 손이 어느새 가슴팍으로 올라와 실크 셔츠 위로 남자의 젖꼭지를 살살 문지르고 있었다.
“밀리안, 부탁이 있는데.”
“뭐, 뭐를…….”
“젖꼭지, 빨아도 될까?”
잔뜩 빨아서 이 작은 게 예쁘게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속삭였다. 말이 부탁이지, 클레이의 말은 통보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 “응? 허락해줘, 밀리안.” 하고 밀어를 속삭이듯 끊임없이 채근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이미 그의 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이것 봐. 입은 항상 싫다고 그만하라고 하면서 정작 제대로 된 거부는 하지 않는다. 노곤하게 녹은 얼굴로 그다음을 기대하고 있었다. 처연한 눈동자가 물기로 젖어서 그녀를 바라보면 정말 이성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젖꼭지가 싫으면 당신 자지를 빨아줄까? 난 그것도 좋아. 조금 벅차긴 해도 워낙 예뻐서 빠는 맛이 있거든. 잘 빨아주면 맛있는 우유도 주고.”
“사, 사장님! 제발 그런 말은 회사에서.”
“그러니까 선택하라고. 좆이야, 아니면 젖꼭지야?”
“…….”
“빨리. 아니면 새로 만든 침실로 가?”
“…! 아, 아니요. 저, 저, 젖…….”
“젖? 젖을 빨아 달라고? 우리 밀리 이렇게 음란해서 어떡해.”
“흐윽, 읏.”
밀리안은 아예 귀를 막고 싶었다. 여자는 작정했다는 듯 수치스러운 말을 그의 귀에 내뱉었다. 일부러 그가 싫어하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것이 분명했다.
위의 단추 두 개를 제외하고 모두 풀어낸 클레이는 밀리안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해야 한다고 경고한 뒤 얼굴을 그의 가슴으로 내렸다. 닿을 듯 말 듯 여자의 입술이 그의 가슴이 닿았다 떨어졌다.
뜨거운 숨결이 살갗을 간지럽혔다.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릴 뻔한 밀리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이 이제는 가려졌지만, 사장실 넘어 바로 근처에 있을 비서실을 향했다. 그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알았는지 클레이가 그의 젖꼭지를 아플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
“여기에 집중해야지.”
여자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댄 채로 눈만 들어 올려 그를 바라봤다. 여자의 입술 바로 위에 그의 유두가 있었다. 여자는 그와 눈이 마주친 채 그의 유두를 혀로 핥아 올렸다. 일부러 그런 것이 분명한 그녀의 행동에 밀리안의 얼굴이 와락 붉어졌다.
“하지만 밖에서.”
“하지만은 없어. 아니면 집중하게 만들어줘?”
“아, 아니요.”
“당신이 빨아달라고 했잖아. 그러니 내가 빨아주는 동안 당신은 예쁘게 울기만 해.”
“흐읏!”
여자의 말과 동시에 유두가 아프게 깨물렸다.
* * *
비록 따로 사무실이 나누어졌다 해도 일은 공통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밀리안은 종종 비서실로 나가 직원들과 회의를 해야 했다. 예전에도 밀리안이 비서실을 관리하기는 했지만, 표면적으로는 동등한 직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직급이 완전히 올라가 하나하나 그가 관리하고 관여해야 하며 책임을 져야 했다.
회의를 마치고 일어나는 밀리안을 향해 맥시가 의아하다는 듯 말을 걸었다.
“밀리안, 안 더워요?”
밖의 날씨가 꽤 쌀쌀하긴 해도 건물 내부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를 증명하듯 다른 직원들은 겉옷을 벗고 가벼운 차림을 하고 있었다. 코트는 벗었다고 해도 재킷과 베스트를 포함한 스리피스 슈트를 유지하고 있는 밀리안은 유난히 튀었다.
“승진했다고 너무 각이 잡힌 거 아니에요?”
“조금, 어색해서요.”
밀리안이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걸 수줍어한다고 여긴 맥시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손을 내저었다.
“사실 엄청 보기 좋아요. 멋있어요.”
“……감사합니다.”
“직급이 달라지니 사람이 달라 보이는 건가? 요즘 완전 반짝반짝!”
아무리 직급이 달라졌다 해도 사람의 성격이 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맥시는 밀리안이 자신들의 상사로 승진한 것이 만족스러웠다. 딱딱하다고 생각했던 성격은 사실 낯을 너무 가려서 생긴 문제였다. 어느 정도 편해졌는지 밀리안은 그들에게 곁을 내주었다. 게다가 밀리안이 사장을 완전히 커버해줘서 그들로서는 요즘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과장스럽게 박수까지 쳐대니 밀리안은 더 몸 둘 바를 모르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새하얀 목덜미가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셔츠의 목깃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비치는 붉은색 자국이. 맥시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마터면 아는 척을 할 뻔했다. 어쩐지 우울하다고 생각했던 외모가 유난히 살아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그나저나 굉장히 독점욕이 강한 여자인가 보네.’
웬만해서는 저렇게 보일락 말락 한 자리에 자국을 남기지는 않는다. 저건 백 퍼센트 노리고 만든 거였다. 혹시라도 나쁜 여자에게 걸린 게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닌 모양이었다.
봄이구나. 맥시는 일부러 보이라고 남겼을 밀리안의 연인의 의도를 생각하며 그가 눈치를 채기 전에는 자신이 본 것을 함구하기로 했다.
다행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맥시는 알아서 그의 변명거리를 대신 만들어 줬다. 그로서도 덥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겉옷을 벗을 수가 없었다. 안에 입고 있는 셔츠가 하얀색이기도 했고, 유난히 몸에 밀착하는 재질이어서 더 그랬다. 밀리안은 여전히 저릿한 가슴의 감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는 몇 번을 빨아도 부족하다는 듯 그의 유두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그저 몸에 붙어 있는 흔적기관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여자의 애무에 의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졌다. 그도 부족해 나중에는 유두만으로 사정하게 만들겠다며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대체 왜 가라앉지 않는 거지? 이젠 유두가 부드러운 셔츠에 밀리는 자극마저 고통스러웠다. 사실 안에 베스트를 입고 있으니 재킷은 벗어도 되겠지만, 혹시나 그마저도 티가 날까 봐 꽁꽁 가린 채였다. 물론 그것도 클레이 디어의 의도였다는 걸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왜 거기 그러고 서 있지?”
“―!”
갑자기 들린 남자의 목소리에 밀리안의 몸이 움찔 튀었다. 에릭 드와이스가 의아한 듯 그에게 다가왔다. 되도록 피하고 싶던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 부담스러웠다. 차에서 클레이 디어가 에릭과 전화를 연결한 채 했던 짓이 떠올라 더 그랬다.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던 밀리안은 언제까지고 그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마무리 지어야 할 말이 있었다.
“에릭,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밀리안의 말에 에릭 드와이스의 날카로운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펴보더니 귀에 꽂은 인 이어를 빼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구석으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사내의 자판기는 사원증만 대면 무료로 꺼내 마실 수가 있었다. 에릭이 뭘 마시겠냐고 묻자 밀리안이 음료의 종류를 살피다 결국 물을 선택했다. 에릭은 탄산수를 골랐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겠다던 이후, 일이 급속도로 어그러졌다. 그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건 밀리안도 알았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추측만 했을 뿐, 정확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뭘 말하는 거지?”
“제가….”
오메가라는 사실. 혹은 클레이 디어의 현재 섹스 파트너라는 사실을. 작게 떨리는 목소리에 에릭 드와이스가 탄산수의 뚜껑을 따 한 모금 들이켰다.
“전자는 중국 출장 후에. 후자는 당연히 처음부터지.”
“…….”
“네가 떨어트린 약을 닥터 크래포드에게 보여줬더니 오메가들이 먹는 약이라고 하더군.”
“그렇, 군요.”
혼자 아등바등했지만 결국 모두 드러났다. 밀리안은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손에 든 물병을 만지작거렸다.
“거짓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딱히.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지금 너는 내게 고개를 숙일 위치가 아니니 사과할 이유도 없다.”
고개를 숙일 위치가 아니다…. 기간이 정해진 섹스 파트너 따위에게 과한 말이었다.
“그럼 그 약은…….”
“그건 대니얼 크래포드가 준 약이야. 하루에 서너 번 복용 하는 걸 봤다고 하니 꼭 먹어야 한다고 주라고 하더군. 아, 아내가 먹는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그때 대니얼 크래포드는 그 약을 먹는 사람이 자네라는 걸 몰랐어.”
“여러모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릭이 자신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다지 친분이 있던 사이도 아니었고, 사무적인 대화만 몇 번 나눈 것이 다였으니까. 밀리안의 인사에 에릭이 손으로 턱을 만졌다.
“딱히 자네를 위해서는 아니었어. 그냥 자네가 사라지면 내가 더 피곤해져서 그런 것뿐이지. 고마워할 필요 없어.”
“그래도 감사합니다.”
결과는 이렇게 됐지만, 그건 자신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밀리안은 씁쓸한 얼굴로 손에 들린 음료수병을 만지작거렸다.
“괜한 참견이겠지만, 사장님을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장님은 널.”
“둘이서 무슨 대화를 이렇게 길게 하는 거지?”
“―!”
둘 사이를 끼어든 여자의 목소리에 밀리안은 마치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놀랐다. 그 모습을 본 클레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돌아와야 할 시간이 지나도 밀리안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사람이 잘 안 다니는 구석에 숨어 다른 사람과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게 결코 밀리안에게 사심을 가지지 않을 에릭 드와이스라 하더라도 불쾌했다. 그녀는 벽에 상체를 기대 팔짱을 꼈다.
“일하는 시간인 것 같은데, 에릭.”
“실례했습니다.”
클레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릭이 다시 인 이어를 끼고 자리를 벗어났다. 안 그래도 내려가야 할 시간이기도 했고, 쓸데없이 상사의 질투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