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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봤더라면 밀리안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디가 불편한지 알아차리지 못했으리라. 그 정도로 티가 잘 나지 않았다. 오로지 클레이, 자신만이 지금 저 완벽하게 차려입은 정장 안에 어떤 파렴치한 것이 숨어 있는지 알았다. 지금 밀리안이 얼마나 자극을 받고 있는지도.
저 예민한 남자가 아직 자신이 앞에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래가 당겨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교묘하게 다리를 비비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던 클레이의 기분은 밀리안을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는 게빈 스튜어트의 말에 급격하게 차가워졌다.
아무렇지 않게 여러 명과 섹스하고 심지어 타인이 보는 앞에서 하는 것도 개의치 않던 과거의 일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클레이는 밀리안의 야한 모습을 다른 사람이 알아본다는 게 거슬렸다.
저렇게 만든 게 자신임에도. 밀리안이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게 부당한 생각이라는 걸 아는데도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이 남자는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가둬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클레이는 게빈 스튜어트의 방종한 제안을 끊어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나마 밀리안의 성향이 폐쇄적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지, 저 남자가 작정하고 누군가를 유혹하고자 한다면 안 넘어갈 알파가 있을까? 저 예쁜 얼굴도, 선이 아름다운 육체도, 완벽한 형태의 성기도, 고환도, 귀가 간지러울 정도로 야한 신음이 생각나자 회사에서 밀리안을 저런 얼굴을 하게 만든 자신의 행동이 어처구니없었다.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더 꼭꼭 숨겨 놓지는 못할망정.
멍청하게.
상처를 주기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밀리안이 자신에게 받는 상처가 아닌 타인에게 상처를 입는 것이 싫었다. 밀리안의 모든 감정을 통제하고 싶었다. 기쁨도, 쾌락도, 슬픔도, 절망도, 수치도 모두 오롯이 자신을 통해서만 받도록 하고 싶었다.
이러다 아버지처럼 자신 또한 밀리안에게 미쳐서 광인처럼 구는 게 아닐까? 가정하기 싫은 상상이었지만, 그럼에도 밀리안을 놓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천천히 입술을 뗐다. 처음과 달리 부드러운 입맞춤에 밀리안의 숨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볼을 양손으로 잡고 눈을 맞췄다.
‘나만 봐. 나만 보는 거야, 밀리안.’
내가 미치는 꼴을 보기 싫으면. 클레이는 그 말을 목구멍 아래 숨겼다. 순진한 갈색 눈동자가 혼란을 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당장이라도 덮쳐들 것 같던 여자가 그에게서 몸을 떼고 상체를 일으켰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밀리안과는 달리 클레이 디어는 여전히 완벽한 모양새였다. 밀리안은 이제 흥미가 끊어졌다는 듯 앞을 보고 앉은 여자의 옷깃을 잡았다. 그의 손이 수치심으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사, 사장님.”
“왜?”
“……제발…….”
밀리안은 자신이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다는 걸 몰랐다. 중간에 끊겨버린 자극도, 마지막을 앞둔 절정도 그의 이성을 앗아가기 충분했다. 빨리 여자가 무언가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지는 거 싫어하지 않았어? 직접 뽑아.”
“……네?”
“힘들다며? 아니면 계속 참을 거야? 그럴 수 있겠어?”
“…읏….”
“이렇게.”
여자는 콘돔의 마감 부분을 손톱으로 살짝 늘어트렸다 튕기듯 놓았다. 살짝 상체를 들어 올린 상태였던 밀리안의 몸이 다시 시트로 처박혀 파득 튀었다.
“아아!”
“자아, 이렇게. 내가 봐줄 테니까. 응?”
착하지? 클레이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손을 잡아끌어 성기를 쥐게 했다. 그리고 직접 빼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그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아 벌렸다.
밀리안은 손을 벌벌 떨며 성기를 조이고 있는 얇은 막을 밀어 올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성기에 박혀 있는 이상한 게 움직여서 안을 찔렀다.
“하, 아흣! 아, 아, 아으응.”
“그렇게 좋아? 소리가 야해. 너무 즐기는 거 아니야?”
“아, 아니, 그게, 핫! 으으…….”
“이 정도면 내 앞에서 자위하는 수준인데…….”
계속 그를 지켜보기만 하던 클레이가 혀를 차며 그의 성기 끝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살짝 위로 빠져나왔던 구슬이 요도를 긁으며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짧은 비명과 함께 밀리안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하윽, 으흐, 아, 아, 아아아!”
“도와줘?”
정말로 도와주기만 할까. 밀리안은 여자의 말이 악마의 유혹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받아들이면 결국 후회하는 것은 자신일 뿐인데도 도저히 혼자 이것을 빼낼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빼내면 여자가 다시 밀어 넣고, 그러다 보면 안쪽 깊은 곳이 자극당해 몸에 힘이 빠졌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밀리안은 거의 포기 상태에 도달했다. 그는 눈물로 젖은 얼굴을 끄덕였다. 뿌연 시야로 여자의 붉은 입술이 길게 늘어지는 모습이 보여 차라리 감아버렸다.
그도 이런 내기에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클레이 디어가 하자는 대로 순종했을 뿐이었다. 어차피 그에게 거부권이 없으니까. 그러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끝까지 버텨낸다면 하루만이라도 무탈하게 보낼 수 있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한 내기였다.
하지만 막상 달리는 차 안에서 난잡하게 다리를 벌리고 성기를 희롱당하고 있는 것은 수치스러웠다. 칸막이가 되어 있고,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이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볼 일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라도 누가 볼까 두려웠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성기가 쑤셔지면서 하염없이 느끼고 있는 자신이었다.
동그란 구슬이 엮인 막대가 요도 깊숙이 들어올 때마다 허리가 튀었다. 전립선을 꾹 누르는 것에 밀리안은 제 손등을 물어 소리를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삽입이 더 깊어져 허무할 정도로 다디단 소리가 튀어나갔다.
“하, 하읏, 아아!”
“쉿. 조용히 해야지.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하, 하지만, 앗!”
빠져나오는 구슬을 따라 구슬의 색과 비슷한 액체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미끄러운 액체는 구슬이 지나다니기 쉽게 도와줬다. 질척한 소음이 차 안에 맴돌다 밀리안의 귀를 타고 들어왔다. 끔찍할 정도로 음란해서, 제 몸에서 난 소리마저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옷으로 가려진 부분을 제외하고 드러난 피부가 온통 붉게 달아올랐다. 딱 바지만 다리가 갈라지는 사이까지만 내려가 완전히 격식을 갖춰 입은 위쪽과 대비되어 더 음란해 보였다. 살짝 드러난 목, 동그란 귀, 헐떡거리는 입술, 물기가 맺힌 눈동자, 가죽 시트를 꽉 잡은 마른 손, 통통하게 부푼 성기와 음모를 모두 밀어 반질반질한 아랫배까지.
‘어쩜 이렇게 야한지.’
클레이는 밀리안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말도 못 하게 음란한 남자라고 비난을 하며 그녀의 손은 동그란 고환을 주무르고 있었다. 손에 차는 감각이 만족스러웠다. 어디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없었다. 성기도 그랬지만, 손에 꽉 차는 고환의 크기도 모양도 예뻤다.
고환을 꽉 잡은 채 그녀는 콘돔에 달려 있던 구슬을 다시 요도 안으로 집어넣었다. 좋은 곳이 찔렸는지 밀리안이 허리를 비틀며 울음 같은 신음을 흘렸다.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애액에 젖은 손으로 앞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달칵, 수신음과 함께 앞좌석에 앉은 에릭 드와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장님.]
“―!”
요사스러울 정도로 야릇한 소리를 내던 밀리안이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무뚝뚝한 남자의 몸을 바짝 굳혔다. 경악한 얼굴로 입만 벙긋대는 밀리안을 향해 클레이는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쉬이, 조용히 해.’
들키기 싫으면. 짓궂은 얼굴에 밀리안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가상한 노력이었다. 웃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사장님?]
“회사까지 몇 분 남았지?”
[지금 도로가 조금 막히고 있어서 이십 분은 걸릴 예정입니다.]
“아아. 그렇군.”
여상한 대답과 동시에 클레이는 밀리안의 성기 기둥을 손끝으로 퉁-하고 튕겼다.
“―!”
[혹시 일정이 변경되었습니까?]
손으로 입을 막는 것으로도 부족해 얇은 살점을 이로 깨물었다.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이곳에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침범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가 필사적으로 소리를 막을 때마다 그를 자극하는 손길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여자의 목소리는 태연하기만 했다.
“이대로 저택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걸리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대략 사십 분 정도로 잡힙니다.]
에릭 드와이스가 편한 점이 이런 것이었다. 딱 묻는 말에만 답하고 사설을 따로 붙이지 않는다. 클레이는 제멋대로 다리를 오므리려는 밀리안의 한쪽 허벅지를 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반항할 틈도 잡지 못한 밀리안이 끌려왔다. 허공에 선 성기가 제멋대로 흔들려 뿌연 애액이 흩뿌려졌다. 자극이 심하게 왔는지 밀리안이 입술을 앙다물고 벌벌 떨었다. 그녀는 가장 예민한 곳에 꽂힌 구슬을 천천히 잡아 뺐다. 구슬이 빠져나오면서 안에 꼬여있는 애액이 따라 올라왔다. 이미 한계까지 달해 이대로 빼낸다면 그대로 사정할 것이 뻔했다.
‘빼줄까?’
입술만 움직인 소리 없는 질문에 밀리안이 양손으로 입을 막은 채 정신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빼달라고 애원하더니. 클레이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대로 구슬을 빼냈다.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는 구슬을 따라 하얀 액체가 위로 솟구쳤다. 야한 몸이 덩달아 퍼덕였다. 눈이 즐거운 광경이었다.
“―!”
애써 예쁘게 입혔던 짙은 색의 슈트가 밀리안이 뿜어낸 액체로 흠뻑 젖었다. 성기를 잡고 있지 않아 제멋대로 요동치며 흔들리는 꼴이 무척 귀여웠다. 흔들흔들 그 크고 예쁜 게 움직이며 아직도 애액을 뿜어냈다.
성기 끝에 동그랗게 맺히다 적시지 말아야 할 곳까지 흘러내려 모두 젖어버렸다. 클레이는 제 입술에까지 튄 액체를 손가락으로 훑어 혀로 핥았다. 밀리안은 여전히 몸을 떨며 입을 막고 있었다. 잘 참아낸 상으로 성기를 손으로 잡고 흔들어 아직 안에 남아 있을 사정액을 뽑아냈다. 제 허리에 어설프게 감긴 남자의 다리가 잘게 떨렸다.
“흐윽, 아흣, 흐으…….”
“하.”
아무리 입을 막아도 참을 수 없는지 쾌락과 수치가 섞인 울음이 아주 작은 소리로 흘러나왔다. 클레이는 성욕으로 마른 아랫입술을 이로 잡아끌어 살짝 빨았다. 가슴의 정점이 곤두서 느슨한 셔츠를 밀어내고 있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아래도 흘러내린 애액으로 젖었다. 질 안에서 부풀어 바깥까지 밀고 나오는 관이 느껴질 정도로 흥분했다. 모두 밀리안이 야한 탓이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본가로 차를 돌려.”
[……알겠습니다.]
“저녁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그건 밀리안이.]
“에릭.”
[죄송합니다. 문제없이 처리하겠습니다.]
에릭 드와이스는 이미 밀리안이 오메가이며, 자신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도 먼저 알고 있었으면서 입을 다물고 있던 걸 알았을 때, 어이가 없긴 했지만 자신이 먼저 묻어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피식 웃고 넘겼다. 어차피 밀리안은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낼 수 있는 여유였다. 결과가 그렇기도 했고.
대충의 상황으로 지금 자신과 밀리안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했을 에릭 드와이스가 깔끔하게 대답하고 통화를 마쳤다.
클레이 역시 전화기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고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밀리안의 아랫배가 온통 젖어 있었다. 잘게 경련하는 피부 위를 혀로 핥았다. 점성이 높은 끈적한 액체가 혀를 따라 입안으로 들어왔다. 비릿하고 단맛이 좋았다. 그녀는 밀리안의 아랫배에 입술을 대고 웃음을 흘렸다.
“이제 소리 내도 돼.”
그녀의 허락과 동시에 밀리안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흐, 으흑, 흐으으…….”
“잘 참았어. 힘들었지?”
흠뻑 젖은 성기와 그 주변까지 혀로 핥아 깨끗하게 만든 클레이가 밀리안을 끌어안고 그의 엉덩이를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