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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클레이 디어에게 다녀와 기력을 소모한 대니얼 크래포드는 핼쑥한 표정으로 연구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저들끼리 모여서 무언가를 보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에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딱 뭐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그를 발견한 한 연구원이 들뜬 얼굴로 그를 향해 손짓했다.
“선생님! 연구 비용이 더 들어왔어요!”
“뭐? 얼마나?”
“계약된 투자금액보다 많은 데요? 갑자기 왜 이러죠? 투자금 반을 뺀다더니 왜 무섭게 더 많이 넣은 걸까요…….”
처음에는 기뻐하며 달려왔던 연구원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그건 대니얼 크래포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클레이 디어가 그럴 애가 아닌데. 방탕하고 한량 같아 보여도 사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냉철한 알파였다. 깎았던 투자액의 반을 올려주겠다고 했으니 딱 그 정도만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존에 계약했던 금액보다도 많이 넣었다고?
“선생님, 한번 연락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냥 먹으면 안 되나?”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클레이 디어잖아요.”
모르는 척 써버리고 난 뒤에는 어떤 후폭풍이 올지 모른다며 연구원이 몸을 떨었다. 대니얼은 찝찝한 채로 계속 있느니 그냥 돌려주는 한이 있어도 확인을 한번 해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몇 번의 발신음이 가고, 달칵 소리와 함께 클레이 디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클레이. 투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야?”
[아아, 기분이 좋아서.]
목소리가 산뜻하고 들떠 있었다. 대니얼은 고작 기분이 좋아서 투자금을 단박에 회복시켜주다 못해 더 넣었다는 말이 석연치 않게 들렸다. 아니, 석연치 않다 못해 뭔가 기분이 나빴다.
[소변 보게 하는 약, 아주 좋았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대니.]
“…….”
그걸 네가 왜 좋아하는데?
분명 환자의 상태에 맞게 처방해준 약을 왜 얘가 고맙다고 하는 걸까……. 잠시 이해가 가지 않아 멍하게 생각하던 대니얼의 얼굴 살이 바들바들 떨렸다.
“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건 약이라고!”
[그러니까. 밀리안의 몸에도 좋고, 나도 좋은 약. 일주일만 처방 더 해주지?]
“미, 미쳤…….”
그러니까 소변을 배출하게 만드는 약을 가지고 변태 놀이를 했다는 말이었다. 순식간에 의사가 아니라 플레이 숍의 매니저가 된 기분이었다. 뭐라고 잔소리를 하려던 찰나, 클레이 디어가 말을 이었다.
[앞으로 네가 하는 거에 따라 투자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
“……뭐가 더 필요하신가요, 손님.”
그래. 클레이 디어가 자신을 어떻게 취급하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돈이 더 들어온다는데. 대니얼은 변태 취향을 가진 소중한 친구의 말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하며 찝찝한 감정을 밀쳐버렸다.
이것을 고스란히 당하게 될 밀리안 디모시에 대한 미안함도 마찬가지였다.
* * *
클레이 디어의 저택에 감금되다시피 갇힌 밀리안은 우습게도 자신의 몸이 한결 건강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수치스러웠지만, 닥터 크래포드가 처방해준 액상 약을 먹을 때마다 만성처럼 가지고 있던 두통도, 흉부의 통증도 사라지고 있었다.
게다가 반강제적으로 먹어야 하는 정기적인 식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맛은 물론이고 영양까지 챙겼다는 요리사 미셸의 자부심 어린 말은 점점 밝아지는 밀리안의 안색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아, 이제 그만…… 모, 못 참겠…….”
“오 분만 더. 착하지?”
“크, 클레이…….”
밀리안이 애처롭게 클레이의 이름을 불렀다. 항상 제멋대로 굴던 여자가 이름이 불릴 때면 미묘하게 약해진다는 걸 며칠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변기에 주저앉아 있었지만, 성기의 끝이 여자의 손에 막힌 상태였다. 아무리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고 해도 그의 힘으로는 무리였다. 오히려 성기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기만 해서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꼭 이럴 때만 이름을 부른단 말이야.”
“아, 아…… 아으…….”
“약아졌어.”
내가 당신이 부르는 이름에 약하다는 걸 알고 이러는 거지? 밀리안의 바로 앞, 차가운 타일에 무릎을 대고 선 클레이가 혀를 찼다. 하지만 타이머를 주시한 그녀의 눈은 단호하기만 했다.
“나, 나와요. 나올 것 같, 아, 아아…….”
“내가 잘 막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온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소름이 끼쳤다가 위기가 조금 가시면 열기가 훅 돌기를 반복했다. 밀리안은 울면서 숨을 헐떡헐떡 토했다. 그러다가 다시 못 견딜 지경에 달하면 정신없이 빌고 무릎을 꽉 오므려 바들바들 떨었다. 요도를 엄지로 꽉 틀어막고 냉정하게 타이머를 보던 클레이는 딱 삼십 분이 차자 밀리안에게 양손으로 성기를 쥐라고 속삭였다.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는 드디어 끝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밀리안이 허둥지둥 양손으로 성기를 감싸 쥐었다.
“다리도 벌리고.”
“아읏.”
한계에 달한 요의에 다리가 마비되었는지 덜덜 떨렸다. 밀리안은 다시 한번 말하는 클레이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힘을 끌어모아 다리를 벌렸다. 그래 봤자 주먹이 들어갈 정도의 넓이일 뿐이지만, 클레이는 그걸로 됐다며 쥐고 있던 성기의 끝을 아래로 내렸다. 그 순간 성기를 막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이제 싸도 돼.”
“아, 아아―!”
강제로 막혔던 소변이 터져 나왔다. 밀리안은 변기에 앉은 채로 몸을 떨었다. 배출하는 쾌감에 몸이 떨렸다. 고통 뒤에 찾아온 쾌감이 너무 커서 머리가 멍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눈동자는 동공이 풀려있었고, 입술은 벌어져 타액이 흐르고 있었다.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배출되는 것처럼 긴 시간 동안 소변을 쏟아낸 뒤, 밀리안의 성기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왔다. 항상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집요하게 그걸 바라보는 클레이의 눈이 까맣게 번들거렸다.
사정액까지 모두 쏟아내고 난 뒤의 밀리안은 특별히 더 예뻤다. 완전히 기력이 빠져 흐물거리는 몸을 클레이에게 기대고 고분고분하게 그녀의 손길을 받았다. 클레이는 다정한 얼굴로 눈물과 타액으로 젖은 밀리안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다.
“다 했어. 잘했어. 착해.”
“흐윽…….”
“이제 씻자.”
클레이는 자신보다 키가 큰 밀리안의 몸을 아무렇지 않게 번쩍 안아 들었다. 그녀에게 안겨 샤워까지 모두 마친 밀리안은 아무리 자신이 거부하더라도 클레이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걸 지난 일주일간 절절히 깨달았다.
성기가 빨리면서 아침에 눈을 뜨고, 절정에 달한 이후 닥터 크래포드가 처방해준 액상 약을 먹은 뒤 클레이 디어의 눈앞에서 소변을 배출했다. 그 뒤 잠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식사를 하고, 클레이는 홀로 출근을 했다. 잠깐 벗어났나 싶으면 점심이 되자마자 저택으로 다시 돌아온 클레이에게 잡혀 다시 소변을 보고 점심을 먹고……. 이게 저녁, 자기 전까지 반복됐다.
분명 몸은 건강해지는데 정신은 결코 건강해지지 않는 루틴이 이어졌다. 그 과정을 일주일을 겪으니 밀리안도 점차 포기하는 법을 배워갔다.
그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이것이 자신의 건강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있었다. 닥터 크래포드는 무조건 삼십 분을 버텨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고, 그게 아니라면 약을 먹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삼십 분을 버틸 수 없었다. 참아 지지가 않았다. 한번은 클레이 디어가 저택을 비웠을 때 혼자 먹어봤지만, 그의 인내심으로는 십 분이 한계였다.
화장실 바닥에 그가 쏟아낸 노란 액체로 범벅이 된 채 기절한 이후, 꼼짝도 못 하고 클레이 디어가 하는 대로 따라야 했다.
“오늘은 이걸 입자.”
“……그건.”
클레이 디어가 옷장에서 꺼낸 것은 새하얀 레이스 팬티였다. 여자들이 입어야 마땅한 아주 작은 속옷. 여자의 손에 매달린 속옷을 본 밀리안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불타올랐다.
클레이는 그런 밀리안의 발치에 무릎을 대고 앉아 그의 매끈한 다리를 음미하듯 쓸었다. 커다란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빛을 받아 여자의 머리카락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살짝 내리뜬 눈매를 촘촘하게 감싼 속눈썹이 길어 미려한 그림자를 그렸다. 밀리안이 봐왔던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마치 그의 육체를 숭배하듯 구는 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발치에 무릎 꿇고 있는 것도 익숙해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를 내려보고 있음에도 밀리안은 클레이 디어를 우습게 볼 수가 없었다. 우습게 본다니. 클레이 디어가 이런 행동을 하더라도 밀리안은 오히려 거대한 육식동물의 앞에 선 약한 초식동물이 된 기분을 느꼈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녀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
“요즘 더 예뻐졌어.”
여자의 말이 진심처럼 들려서 이상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밀리안은 그녀의 말을 흘려버리고 싶었다. 여자는 자주 저런 말을 했다. 진심으로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의 몸을 만지지 못해 안달했고, 떨어지지 않았다. 항상 여자의 품에 안겨있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아주 어릴 때도 이런 적이 없었다. 타인의 체온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껴본 일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혼란스러웠다.
“내보내기 싫다.”
“야, 약속을 하셨……”
“알아. 그래서 이렇게 네 시중을 들고 있잖아.”
여자는 그의 발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속옷을 꿰어 넣었다. 다른 발까지 입구에 넣은 뒤 양손으로 그의 다리를 애무하는 것처럼 쓸면서 속옷과 함께 위로 올라왔다. 더 볼 수가 없어 밀리안은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역시 잘 어울릴 줄 알았어.”
중심부가 부드러운 감촉에 조여졌지만, 뭔가 이상해서 눈을 뜨자 클레이 디어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밀리안은 아래를 확인하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속옷은 예상대로 그에게 한참이나 작았다.
눈을 내리자마자 보이는 게 아랫배에 붙은 그의 성기였다. 보통 왼쪽 허벅지 쪽으로 수납했던 버릇과는 반대로 이건 바지 벨트를 풀면 바로 보일지도 모르는 위치였다. 게다가 속옷은 그의 성기를 완전히 감싸지도 못했다. 성기 끝부분이 완전히 노출되어 속옷의 기능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아니, 누가 본다면 변태라고 비난해도 부정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이걸…… 입고 회사로 가라고요?”
“왜? 예쁜데.”
“누가 보면.”
“누가 봐?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보일 일이 있어?”
몽롱한 눈으로 그의 하체를 주시하던 클레이 디어가 바짝 눈을 치켜떴다.
“화장실은 어떻게 가라는 말입니까?”
“칸 안으로 들어가면 되지. 문제 될 게 있나?”
“그런―”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만 해봐. 그대로 퇴사 처리돼서 여기에 갇혀 지내야 할 거야.”
긴 속눈썹 사이로 녹색 눈동자가 짙은 그림자를 띄웠다. 진심이 가득한 말에 밀리안은 시야가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