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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겨뒀더니 먹지 말라는 약을 먹어가며 도망치려던 얕은 술수까지 귀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클레이는 어설프게 제 목을 끌어안고 있는 밀리안의 손을 풀어 제 가슴 위로 올렸다. 뜨거울 정도로 열기가 솟은 피부에 서늘한 감촉이 닿자 소름이 끼치면서 유두가 바짝 곤두선 것이 느껴졌다. 그것을 밀리안도 느꼈는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만져줘.”
“하, 하지만.”
“만져줘. 빨아줘, 밀리.”
“아.”
밀리안의 머리를 내려, 가슴에 닿게 했다. 사실은 다리 사이로 내리고 싶지만, 그것까지 바라기에는 밀리안이 너무 순진했다. 이걸 대체 언제 키워서 잡아먹나. 약간은 막막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유두를 핥는 혀의 감촉에 허리가 떨렸다. 애무 같지도 않고, 꼭 아이가 핥는 것처럼 성욕을 돋울 것도 없이 서툴기만 했다. 그런데 고작 이 정도 애무에 다리 사이가 젖었다.
“…그래. 좋아, 밀리. 더 세게 빨아.”
이렇게요? 라고 질문하듯 정욕에 물든 순진한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봤다. 클레이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지금 뭘 하는 건지 자각이나 하고 있을까. 분명 이 시간이 지나고 이성이 돌아오면 우울한 얼굴로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하겠지. 잠깐 든 생각에 피식 웃고 있을 때, 성감에 예민해진 유두가 깨물렸다. 힘 조절도 하지 않아 통증이 왔지만, 그것도 흥분이 됐다.
“……하아.”
나른하게 흘러나오는 신음에 용기를 얻었는지 가슴을 빠는 밀리안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배에 물기가 살짝 배어 나오는 귀두를 쿡쿡 누르며 밀리안은 열심히 클레이의 가슴을 빨고 주물렀다. 클레이는 가끔 잊지 않고 배를 찌르고 있는 성기를 쓸어주는 정도만 하며 소파 등받이에 나른하게 몸을 묻었다.
평소에는 가슴을 만지는 것까지는 허용해도 이렇게 물고 빠는 건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그다지 느낌도 오지 않아 차라리 아래를 빨게 했다. 그런데 기교조차 없이 아이처럼 젖을 빠는 밀리안의 애무는 꽤 마음에 들었다.
한 번에 휘몰아치는 쾌감은 아니었지만, 뭉근한 열기도 나쁘지 않았다. 클레이는 손에 턱을 괴고 자신의 가슴에 매달려 있는 밀리안을 향해 페로몬을 덧입혔다.
밀리안이 조금 전에 먹은 액체는 몸에 쌓인 약의 찌꺼기를 빼내는 약임과 동시에 페로몬을 막는 약의 효능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꽤 좋은 약을 줬는지 밀리안의 피부가 클레이의 페로몬이 짙어질수록 더 붉어졌다.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배꼽에 닿을 듯이 곤두선 성기에서 끈적한 물을 흘리며 잘게 흔들렸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얼굴을 들어 올려 다시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 상태로 밀리안을 안아 걸음을 옮겼다. 밀리안은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정신없이 자신에게 반응하면서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만 하는 게 신기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혀를 깊게 빨며 응접실에서 나와 계단을 올라갔다.
침실과 이어져 있는 욕실은 꽤 넓었다. 가볍게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대리석 욕조와 공중에서 흔들리는 라탄 흔들의자, 마사지 대, 샤워 시설. 이 모두가 공간이 분리되어 위치했다. 그리고 밖이 훤히 보이는 전면 유리창까지 모두 클레이의 취향에 맞춰 설계된 공간이었다.
클레이는 밀리안을 마사지 대에 올려놨다. 입술이 떨어지고, 밀리안이 몽롱한 눈을 하고 그녀를 올려 볼 때는 이미 팔과 다리가 가죽 벨트에 고정된 상태였다. 무릎을 굽힌 채 허벅지와 종아리가 붙은 채로 묶였고, 그 옆에 팔목을 고정한 벨트가 연결된 체인에 흔들렸다. 클레이는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밀리안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그대로 있어.”
“무슨…….”
놀랐는지 몽롱한 눈동자에 조금씩 이지가 돌아왔다. 클레이가 정신없이 뿜어내던 페로몬을 거둔 탓도 있고, 욕실의 습한 공기가 몸에 달라붙은 냄새를 아래로 가라앉힌 탓도 있었다. 그걸 즐겁게 바라보며 클레이는 마사지 대 옆에 있는 수납장을 열어 크림과 면도날을 꺼냈다.
“뭐, 무슨, 왜, 왜……?”
“제모. 털을 정리하는 게 좋겠어.”
가볍고 산뜻한 목소리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산뜻함과는 달리, 그녀의 손에 든 것은 흉기였다. 긴 손잡이 끝에 붙은 날카로운 날이 새파랗게 빛났다. 붉게 달아올랐던 열기가 단번에 식었다. 밀리안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몸부림치자 구속구 사이에 연결된 짧은 체인들이 흔들리며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쉬이. 상해를 입히는 게 아닌 이상, 내가 원하는 대로 따르기로 계약했잖아.”
“대체 이러고 무슨 제모를 하…….”
클레이의 손이 성기 위쪽을 덮은 음모를 쓸자 밀리안의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설마. 떨리는 눈동자가 클레이를 향했다. 자신이 생각한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클레이는 긴 눈을 둥글게 휘며 웃을 뿐이었다.
“그런데 약 먹은 지 이제 십 분이 넘었는데, 화장실 가고 싶지 않아?”
“……네?”
“소변, 마렵지 않냐고.”
“―!”
클레이의 말과 동시에 뱃속이 요동쳤다. 뱃속 어딘가에 온몸에 있던 수분이 뭉쳐 있는 것 같았다. 자각과 동시에 갑작스레 찾아온 요의에 밀리안의 무릎이 황급히 오므라졌다.
하지만 구속구 사이에 붙은 봉으로 인해 다리를 모으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자꾸 움직이는 게 거슬려 클레이는 밀리안의 다리를 마사지 대의 양 끝에 가죽끈을 묶어 고정시켰다. 그리고 밀리안의 엉덩이와 허리 사이에 쿠션을 대서 엉덩이까지 훤히 보이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혹시 모를 일을 방지하기 위해 요도 플래그를 꺼냈다.
능숙하게 소독하고 젤을 발라 천천히 성기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일방적인 행동에 밀리안의 얼굴이 더 창백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자꾸 그렇게 움직이면 다쳐.”
“하, 하지, 하지 말아요.”
“별거 아니야. 그냥 털만 좀 미는 것뿐이니까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음모가 있는 것도 괜찮긴 하지만, 클레이는 저 옅은 분홍빛을 띠는 성기를 좀 편하게 빨고 싶었다. 털이 없는 모습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있고. 그녀는 어쩔 줄 모르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밀리안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크림을 손에 덜어 면도를 할 부위에 발랐다. 음모와 성기 부근, 그리고 더 아래 엉덩이골까지. 하얀 크림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 아주 그럴싸해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그녀는 밀리안의 무릎을 더 벌리게 한 뒤 본격적으로 감상에 들어갔다.
“……굉장한데.”
클레이가 하는 짓에 수치심이 밀려왔지만, 그보다 더 급한 건 화장실이었다. 밀리안이 이제는 거의 울 것처럼 애원했다.
“할 테니까, 제발……, 화장실에 먼저.”
“안 돼. 어차피 삼십 분은 참아야 효과가 있으니까 더 기다려.”
그 전에 겸사겸사 할 일을 하자며 클레이가 면도날을 아랫배에 대고 입맛을 다셨다.
“움직이면 날에 베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아, 싫, 흐윽……!”
하얀색 크림으로 뭉개진 짙은 갈색의 털이 거침없이 잘려나갔다. 클레이의 손이 지나갈 때마다 크림까지 밀려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다른 곳보다도 유난히 하얀 피부가 밀리안을 더 음란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밀리안은 이것을 위해 특별히 개조한 마사지 대에 묶여 바짝 몸을 긴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성기까지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싫다더니 이건 왜 세우고 있는데?”
딱 그쪽만 면도날이 닿지 않아서 크림에 둘러싸인 채로 곤두선 성기가 우습고, 귀엽고, 먹음직스러웠다. 클레이가 웃음을 꾹 눌러 참으며 면도날 뒷면으로 성기를 툭툭 쳤다.
“변태구나, 밀리안.”
은밀한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속삭이는 클레이의 목소리에 밀리안의 얼굴이 훅 붉어졌다.
* * *
몸이 이상했다.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배가 부글거리는데, 성기를 막은 것은 자꾸 어딘가를 툭툭 건드렸다. 서늘한 날이 예민해진 곳을 건드릴 때마다 울고 싶었다. 여자는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임에도 그게 모두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이, 이거, 싫, 아, 제발…….”
“쉬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어, 밀리안. 착한 아이니까 잘 참아야지.”
여기에서 실례를 하면 안 되잖아. 여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 성기에 박힌 요도 플래그를 잡고 흔들었다. 성기를 꿰뚫고 들어온 막대의 둥근 끝이 밀리안의 전립선을 꾹꾹 눌렀다.
“아, 아아!”
허리를 흔들고 싶어도 몸이 묶여서 흔들 수가 없었다. 배출하고 싶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안에서 부글거리며 차오르는 모든 것을 다 빼내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밀리안은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수치스러운 곳을 여자의 앞에 모두 내보인 상태로 정신없이 울고 신음하고 애원했다.
“가, 가고, 가고 싶……, 가게 해줘, 아읏! 응, 흐앗!”
“흐응.”
성기 안이 꿰뚫려 전립선이 쑤셔지고, 차가운 무언가가 여전히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애원할 때마다 여자는 더 좋아할 뿐이란 것을 모르고 그는 계속해서 빌었다. 달콤한 냄새가 욕실을 채워 그의 이성을 눌렀다. 쾌락이, 고통스러웠고, 또 너무 무서웠다. 이러다가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전립선이 콱 쑤셔 박히자 밀리안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아아아!!”
“……고작 이런 거에 박히면서 간 거야?”
쾌감은 쌓이기만 했고, 분출할 곳은 모두 막혀 있었다. 밀리안은 성기 안쪽이 범해지면서 절정에 달했다. 눈앞이 새까맣고 하얗고, 번쩍번쩍 빛이 났다. 쾌락의 끝은 어지럽기만 해서 자신이 어떤 꼴을 여자의 앞에 내보이고 있는지 생각할 정신조차 없었다. 몸의 모든 곳이 격렬하게 진동하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은 분명 이전에도 경험한 것인데,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이었다.
“시, 싫어, 하으, 응, 아, 가게, 가게 해, 해주, 하읏!”
“밀리, 당신 지금 가고 있어.”
야해라. 고작 몇 번 쑤셔지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달한 남자의 치태가 야하기 짝이 없었다. 뭐가 이렇게 예민해. 클레이는 자꾸 벌어질 것 같은 입술을 억지로 꽉 내리눌렀다.
완전히 털을 밀어버린 밀리안의 하체는 커다란 크기의 성기만 아니었다면, 2차 성징조차 오지 않은 소년이라고 해도 말이 될 정도로 정갈했다.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살짝 분홍빛이 도는 깨끗한 성기는 체모가 없는 편이 어울렸다. 클레이의 머리에서 밀리안을 위해 만들어 놓은 레이스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밀리안과 아주 잘 어울릴 것이다.
손가락으로 고환 아래에 있는 회음부를 툭 건드리자 또 자지러졌다. 어딜 건드려도 예민했다. 이런 몸이라니. 한숨이 일정도로 음란한 몸을 하고 밀리안은 동정을 지켜왔다. 아마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클레이는 제멋대로 생각하며 쾌락에 젖은 밀리안의 얼굴을 바라봤다.
동공이 풀어져 눈물에 젖어 있었고, 벌어진 입술에서 타액이 흘러나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성기는 분명 막혀 있는데 희뿌연 액체와 노란색의 물이 섞여서 살금살금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애액과 소변을 동시에 지린 것이다. 그게 치덕치덕하게 발라두었던 크림과 섞여서 미치게 야했다. 활짝 벌어진 하체가 음란하게 요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