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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섹슈얼-29화 (29/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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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련하듯 몸을 떨던 밀리안은 입술을 깨물고 그녀를 노려봤다.

“이건, 강간이,”

“강간? 내가? 조금 전까지 좋다고 내 입에 싸놓고 강간?”

정말 강간당하는 게 어떤 건지 알려줘? 여자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낮아졌다. 뜨거울 정도로 넘실거렸던 여자의 페로몬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마치 목을 조이는 것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져 밀리안의 몸이 공포로 덜덜 떨렸다. 그런데도 여자에게 잡힌 성기는 더 부피를 키웠다. 그걸 알았는지 여자의 입에서 후, 바람 빠진 소리가 나왔다.

“하나만 해, 밀리안. 아니면 좋다고 그냥 인정을 해버리던가.”

“으, 으읏, 뭐, 뭐 하는……!”

“자꾸 거짓말하는 못된 아이는 버릇을 고쳐놓는 게 좋겠지.”

클레이 디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갔다. 자신과는 달리 옷을 완벽하게 갖춰 입고 있는 여자를 보는 순간 수치심이 와락 몰려왔다. 밀리안은 서둘러 다리를 오므렸다. 조금이라도 몸을 가리고 싶은 심산이었지만, 발기한 성기를 가릴 수는 없었다. 다리를 벌렸던 모습보다 볼썽사나운 꼴이 되자 밀리안이 하는 짓을 지켜보던 클레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정말.”

“…….”

그치지 않는 웃음에 안 그래도 빨갛던 얼굴이 완전히 달아올랐다. 몰려드는 자괴감과 수치심에 밀리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서 클레이가 뭘 가지고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침대가 한번 아래로 내려갔다가 부드럽게 위로 올라왔다. 작은 진동일뿐인데, 밀리안에게는 크고 거대한 진동으로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부릅뜬 눈동자에 여자가 그의 하체 쪽에 엉덩이만 살짝 걸친 채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손에 기다란 무언가가 들려 있는 것도.

“무슨…….”

“좋은 거.”

여자가 말하는 ‘좋은 거’가 과연 그에게도 좋을까. 결코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손이 묶인 상태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밀리안은 떨리는 눈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그가 불안해하자 여자는 달래듯 손으로 그의 가슴부터 배, 그리고 성기까지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리고 다른 손에 들려 있던 기다란 막대가 좁은 요도 사이로 조금씩 들어갔다. 와락 몰려드는 고통에 밀리안의 몸이 튀어 올랐다.

“가만히. 자꾸 그렇게 움직이면 다쳐.”

이 예쁜 성기가 잘못되면 좀 슬플 것 같다고 말하는 여자의 손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상한 물건을 그의 성기로 깊숙이 박아 넣었다. 아아악! 새하얀 고통에 밀리안이 비명을 내질렀다.

여자는 마치 위로라도 하는 것처럼 귀두 끝에 짧은 입맞춤을 흩뿌렸다. 잔뜩 벌어진 그의 다리가 벌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도 밀리안의 성기는 여전히 꼿꼿했다. 오히려 더 커진 것처럼 혈관까지 돋아났다.

처음 느낀 쾌락을 하필 고통과 함께 배워버려서, 그의 육체는 여자가 주는 아픔도 쾌락이라고 습득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여자는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고, 순진한 밀리안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프지 않아. 착하지. 응? 여기를 이렇게 누르면…….”

“흐읏! 뭐, 뭐, 뭐…!”

막대의 끝이 방향을 바꿔 이상한 곳을 눌렀다. 양쪽으로 진주가 달린 막대가 이상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을 다시 한번 누르자 밀리안의 입이 벌어졌다. 아픈데, 도저히 아프다고만 할 수 없는 강렬한 감각에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잘 배워둬. 계속 여기를 써야 하니까.”

“시, 시, 싫어, 무서워, 제발, 아, 안 돼, 아앗!”

“싫다고 하는 것치고는 너무 잘 느끼고 있는데?”

“으응!”

“너무 좁아. 날 받으려면 빨리 넓어져야 하는데 큰일이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분명 듣고는 있는데 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안을 쑤시던 게 방향을 살짝 위로 틀었다. 밀리안의 엉덩이가 위로 들렸다. 모았던 다리가 저절로 벌어졌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이것만으로도 버티지 못할 정도였는데, 안을 찌르던 막대가 천천히 빠져나갔다가 빠른 속도로 깊게 삽입됐다. 커다란 비명과 함께 밀리안의 몸이 번개를 맞은 것처럼 거칠게 요동쳤다.

“흐아아아! 으, 아아! 아, 안, 흐앗! 앗! 안, 안 돼, 아, 싫, 응, 흐윽!”

“쉬이. 좋은 건 알겠는데 너무 움직이면 안 돼.”

다치잖아. 여자는 밀리안이 지금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드럽게 경고했다. 한 손으로는 밀리안의 좁은 구멍을 쑤시고, 다른 손으로는 동그랗게 부푼 고환을 주물렀다. 요도를 길들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막대가 위아래를 움직일 때마다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점액질이 고환까지 고였다. 그것 역시 밀리안은 알지 못했다.

감당하지 못할 쾌감은 고통 뒤에 찾아왔다. 좁은 안을 쑤시고 들어올 때는 너무 아팠고, 끝까지 들어와 이상한 곳을 누를 때는 미칠 것 같은 쾌락이 그를 짓눌렀다. 머리가 곤죽이 된 것처럼, 혹은 체벌을 받는 아이처럼 밀리안은 정신없이 울면서 빌고 있었다.

용서해 달라고, 이러지 말라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는 클레이 디어의 눈에 띄었다는 것 외에는 없는데도 밀리안은 계속 빌고 또 울었다. 그러면서 성기는 더 이상 커지지 못할 정도로 부풀었다. 여자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하체를 정신없이 흔들었다. 무섭다고 싫다고 그만하라고 애원하면서도 허리는 계속 흔들렸다. 꼭 더 해달라는 것처럼.

“으으응! 아흑! 하아, 아, 아, 아아! 안 돼, 싫어, 그만, 아, 제발!”

“또 거짓말. 정말 그만해? 그럴까? 정말 원한다면 멈춰줄게.”

나붓한 속삭임과는 달리 여자의 손은 더욱 거침없이 밀리안의 구멍을 쑤시고 있었다. 팔이 묶인 그대로 밀리안의 몸이 뒤틀렸다. 울음이 섞인 비명에는 선명하게 쾌락이 포함되어 있어서 누가 들어도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쾌감이 완전히 부풀어 터지기 직전까지 왔을 무렵, 클레이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밀리안이 토해낸 액체로 흠뻑 젖은 손으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다가 강제로 멈춰진 쾌락에 흐물흐물 풀어진 갈색 눈동자가 멍하게 여자를 올려다봤다. 아래는 여전히 막대가 깊게 꽂힌 채로. 완전히 이지를 상실한 밀리안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하체를 흔들었지만, 조금 전처럼 강렬한 쾌감은 느낄 수가 없었다.

“왜, 왜, 왜…….”

“그만해 달라고 해서. 원하는 대로 멈춰준 건데. 왜, 싫어? 더 쑤셔줘? 응?”

“아,”

“박아달라고 애원해봐, 밀리안.”

어서, 빨리.

클레이는 느긋한 척, 여유로운 척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빨리 말해. 조급함이 묻어나는 채근에 밀리안의 눈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강제로 멈춰진 쾌감을 따라서 이성이 아주 조금 돌아왔다. 자신이 무슨 꼴을 했는지도, 왈칵 터지는 눈물을 참을 길이 없었다. 가장 싫은 것은 여자에게 애원하고 싶다는 거였다. 더 해달라고, 아까처럼 흔들어 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런데 자꾸 아래가 가려워서.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해, 해주…… 세요.”

자신이 한 말이 귓가에 칼날처럼 내리꽂혔다. 여자가 짐승처럼 웃는 것을 본 직후, 그의 눈이 질끈 감겼다.

* * *

“눈 떠, 밀리안.”

지금 네가 누구와 섹스를 하고 있는지, 그 예쁜 눈으로 똑똑히 보라며 여자가 속살거렸다. 밀리안은 고집스럽게 질끈 감은 눈에 힘을 줬다. 보고 싶지 않다. 차라리 꿈이라고 생각하며 이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길 바랐다.

“고집은.”

여자의 짧은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그 끔찍한 쾌락이 찾아왔다. 이전까지는 그저 위아래로 쑤시기만 했던 막대가 전립선을 꾹 누른 채 둥글게 돌아갔다. 이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타입의 쾌감에 밀리안의 눈이 반사적으로 크게 떠졌다.

“아, 아흑, 으읏! 하, 아응!”

“정말…… 너무 예뻐.”

클레이는 아래로는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며 집요하게 밀리안의 눈을 바라봤다. 눈물이 가득 고여 생소한 쾌락에 흔들리는 갈색 눈동자는 무척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평생 이렇게 제 품에서 울게 하고 싶을 정도로 중독적인 장면이었다.

외모로는 누군가에게 뒤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에게는 당해낼 수 없었다. 그리고 수많은 아름다운 오메가를 품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사로잡는 남자는 없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싶은 남자도 밀리안 디모시가 유일했다.

클레이는 지속적으로 뿜어내고 있던 페로몬을 더 강하게 배출했다. 그녀의 생각이 맞다면, 이렇게 알파의 페로몬에 직격으로 노출당한 것이 처음일 밀리안은 질 나쁜 마약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황홀하고 어지럽고 싫은데, 거절하고 싶은데도 그녀의 뜻을 결코 거절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생각대로 밀리안의 눈은 처음 맛보는 쾌락으로 완전히 풀려 있었다. 하지만 고집이 너무 세서 저런 상태가 되고서도 문득문득 정신을 차리려고 한다. 잘 길들여야지. 클레이는 밀리안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고 독처럼 짙은 향을 퍼부었다.

“계속 그렇게 날 보고 있어.”

눈물과 제가 묻힌 밀리안의 체액으로 흠뻑 젖은 뺨을 가볍게 어루만진 뒤, 클레이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가 가장 자신하는 부분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아름다운 얼굴만이 아니었다.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통해 가꾸고 가꿔온 육체는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밀리안을 위해서 가꿔온 것은 아니었지만, 클레이는 왠지 자신이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이 육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지금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밀리안의 허리 위에 무릎을 대고 앉은 상태로 클레이는 천천히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거추장스럽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올리며 시선은 계속 밀리안을 향해 있었다.

날 보라고, 아름다운 이 육체를 봐 달라고 유혹하듯 관능적인 몸짓에 휩쓸려 밀리안의 눈이 그녀의 얼굴부터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셔츠의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하나둘, 단추가 풀릴 때마다 검은색 셔츠 사이로 부드럽고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셔츠가 검은색이기에 클레이의 살결은 더 하얗게 보였다.

한 손으로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가슴. 탄력적인 가슴은 무게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 것처럼 완벽하게 동그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흥분으로 발기한 유두가…….

홀린 듯이 여자의 몸을 보고 있던 밀리안의 목젖이 크게 요동쳤다. 여자의 몸은 마치 예술품 같았다. 불필요한 부분이 전혀 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워서 보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정도로.

밀리안은 순간 지금 자신이 어떤 짓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저 몸을 만지기 위해 손을 움직이려고 했다. 움직이지 않는 손이 이상해 고개를 들어 단단히 묶여 침대에 고정된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것인지 자각을 했다.

“아…….”

“만지고 싶어?”

그가 하는 꼴을 모두 보았다는 듯 여자는 심술궂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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