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아파, 아파! 그런데 고통 속에 쾌락이 발화해서 그는 더 만져달라는 듯 하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미 방 안을 가득 채운 페로몬이 더 짙게 깔렸다. 밀리안은 이지를 상실한 채 아이처럼 울고 빌었다.
“풀어줘, 너무 아파, 제발, 으, 아흑! 아! 제발!”
“거칠게 하는 게 그렇게 좋아? 응?”
“아흑! 흣! 아앗! 하으읏!”
“걱정 마. 나도 좀 거친 섹스를 하는 게 취향이거든. 우린 굉장히 잘 맞을 거야.”
귓불이 아프게 깨물렸다. 날카로운 이가 귀를 물어뜯을 것처럼 깨물고 상처 난 곳을 다시 혀로 핥아주었다. 고통과 쾌락이 번갈아 가며 그를 찾아왔고, 속절없이 몸을 떨었다.
* * *
어느새 바지까지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성기를 아프게 조이고 있는 속옷만이 그가 입고 있는 옷의 전부였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선 여자가 힘줄이 굵게 서서 아플 정도로 발기한 성기를 뿌리부터 선단까지 손톱으로 천천히 쓸어 올렸다. 성기는 이미 흠뻑 젖어서 뭉근한 액체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옅은 색의 성기가 가죽끈에 묶여서 아주 짙은 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색이 짙어서 더 유혹적이었고, 맛있어 보였다.
“굉장해.”
이렇게 예쁜 아이는 본 적이 없어. 여자는 어딘가 조급한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시야가 가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듯이.
“너무 예뻐서 화도 못 내게 만드네.”
“하, 하으읏…….”
“……뭐야, 그 소리는.”
미치겠네. 하체를 바짝 조이고 있던 속옷의 선 하나를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고 있던 여자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 탓에 이미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붉은 선이 죽죽 그어져 있던 성기가 더 조여졌다.
밀리안의 입에서 고통이 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
“아, 미안, 실수야. 잘못했어. 응? 울지 마.”
자꾸 그렇게 울면 큰일 나, 응? 날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아니, 네가 섹스하다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멈추는 게 좋아. 여자는 정신없이 우는 밀리안을 향해 속삭였다. 다독이는 건지, 협박하는 건지 모를 말이었다.
너무 오래 애를 태워 벌 줄 작정이었던 여자는 더 이상 오래 놔두면 큰일 날 것 같은 성기를 보고 빠른 속도로 잠금장치를 풀어 속옷을 빙자한 정조대를 벗겨냈다. 자극이 심한지 남자의 울음 섞인 신음 소리가 점점 커져만 가서 여자의 이성도 간당간당하게 줄이 당겨졌다.
밀리안의 하체는 매라도 맞은 것처럼 붉은 선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감탄하던 성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올 정도로 눈을 현혹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번 싸고 시작하는 게 좋겠어.”
“흐읏! 아! 시, 싫……!”
여자의 뜨거운 입 안으로 성기가 밀려 들어갔다. 아찔한 감각이 무서울 정도였다.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쾌락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몇 번 빨지도 않았는데 이미 한계에 달했던 사정감이 순식간에 절정에 도달했다. 여자의 입에 성기를 물린 채로 밀리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새하얗게 변했다.
좋아. 무서워. 아, 싫어. 으응, 아아! 너무, 좋아. 헛소리를 내뱉는 것처럼 정신없이 신음이 쏟아졌다.
여자는 남자가 뱉어내는 거침없이 집어삼켰다. 축축하고 좁은 목구멍까지 침범해 들어간 귀두가, 여자가 액체를 삼킬 때마다 내벽이 조여져서, 고환 깊숙이 숨은 것까지 토해낼 듯 끊임없이 야한 액체를 흘려댔다. 그 미칠 것 같은 쾌락은 완전히 사정하고 난 뒤에까지 이어졌다.
조금 흐물흐물해진 성기를 입에서 뱉어낸 클레이는 머리를 들어 올렸다가 짙은 웃음을 흘렸다. 밀리안이 거의 정신을 놓기 직전의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여전히 가랑이를 활짝 벌린 채로.
그녀는 침대에 손을 짚고 밀리안의 위를 덮어 눌렀다. 남자의 동공이 풀려 있었다. 쾌감이 너무 컸는지 갈색 눈동자 가운데에 박힌 검은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걸 즐겁게 바라보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귀여워. 대체 뭘 먹고 자랐길래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입을 벌리고 헐떡대고 있는 남자의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고 혀로 핥으며 그의 정신이 돌아오길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사실 당장이라도 밀리안의 성기를 다시 세우고 제 안에 집어넣고 싶었지만, 그의 정신이 온전할 때, 자신이 누구와 섹스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깨달은 채로 하고 싶었다.
다시는 도망칠 생각도 못 하도록.
그가 정신을 차리길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온몸이 발긋하게 물든 피부는 땀이 촉촉하게 배여 손에 착착 감겼다. 그렇게 궁금했던 남자의 젖꼭지도 성기와 마찬가지로 색이 옅었다. 흥분으로 발기해 툭 솟아오른 작은 유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처럼 느껴졌다.
세상에. 과일이라니. 클레이는 밀리안의 목덜미에 연달아 입을 맞추며 피식 웃었다. 아무리 예뻐 보인다고 해도 남자의 몸을 과일이라고 표현하다니, 자신이 정말 제정신인가 의심이 들었다. 하긴. 제정신이 아니면 어떤가. 좋으면 그만이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밀리안은 몇 번 눈을 깜박이더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클레이는 밀리안의 입술에 짧게 입술을 붙였다가 떼고는 늘씬한 허리를 손으로 천천히 쓸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 놓인 탁자 서랍을 열고 콘돔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밀리안의 상체에 뿌렸다.
“무슨…….”
“콘돔이야. 아직 요도를 넓히지도 않았는데 내 스타일의 섹스를 강요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어떤 게 좋아?”
남성 오메가 전용 콘돔은 선단 중앙에 실리콘으로 작은 마개가 있었다. 일반 콘돔으로는 여성 알파의 관이 뚫고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어 아예 요도를 막아버리는 용도로 개발되었다.
클레이는 여러 종류의 마개가 있는 콘돔을 몇 개 들어 밀리안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 보통은 완전히 말려서 납작해야 할 콘돔이 조금 부피가 있었다.
어떤 것은 마개가 동그란 구슬로 이루어져 있어 얇은 포장지에 표면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돌기가 난 것도 있고, 노멀한 일반 막대형도 있었다. 물론 정말 노멀하다고 말하기 모호할 정도로 길이가 지나치게 길었지만, 클레이는 굳이 그런 사실을 말할 필요를 못 느꼈다. 밀리안이 이제 갓 성인이 된 미숙한 소년도 아닌데 이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저는, 그러니까…….”
“클레이라고 부르라니까. 회사도 아닌데 침대 위에서 사장이라는 호칭은 너무 딱딱하잖아.”
“……사장님. 제발 이제 그만,”
클레이의 눈이 가늘게 좁아졌다. 이럴 줄 알았다. 아무리 제 페로몬에 절여지다시피 하더라도 배출을 하고 나면 조금 정신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손을 내려 물컹하게 풀어진 성기를 강하게 쥐었다.
“흣!”
“설마 혼자만 하고 끝낼 생각을 했어? 간도 크네, 밀리안?”
“아, 사, 사장, 으흑! 으응……!”
“이것 봐. 네 몸은 내가 좋다고 하잖아.”
축 늘어졌던 성기가 다시 힘을 받고 있었다. 이제는 한 손으로 잡기도 꽤 벅찬 정도였는데, 클레이는 이게 완전히 발기하면 어느 정도 크기가 되는지 알고 있었다. 뿌리부터 끝까지 강하게 힘을 준 채로 거칠게 문지르자 밀리안이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몸을 떨었다.
귀여워서 화도 못 내겠네. 클레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렇게 예쁜 건 반칙이잖아. 날카롭게 벼려졌던 속이 너무 쉽게 풀썩 내려앉았다. 왜 이렇게 이 남자에게만은 약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예쁘게 우는 남자의 입술에 깊게 키스했다.
혀를 밀어 넣고 자꾸만 도망치려는 그의 혀를 옭아매 비비자 앓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신에게 반응하는 것이 기꺼워 클레이는 다시 방향을 바꿔 입을 맞췄다.
자신의 아래에서 온전한 나체로 떨고 신음하는 남자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마른 몸이지만, 골격이 매우 아름다웠다. 이대로 박제를 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한 몸이다. 딱딱한 슈트에 감추고만 있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하지만 이제 와서 남들 앞에 이 몸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 남자가 이렇게 예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자신만 알면 되니까. 오히려 꽁꽁 감추고 숨겨서 자신만 볼 수 있는 어딘가에 가두고 싶다. 오로지 자신만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에.
싫다고 하면서도 밀리안은 키스에 굉장히 약했다. 하여튼 야하다니까. 정말 자신이 처음이 맞을까? 이렇게 야한 몸으로 아직 섹스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몸을 뒤틀며 가련한 신음을 흘리는 밀리안은 이제 막 쾌락에 눈을 뜬 미성숙한 소년 같았다.
어딜 봐도 성숙한 남자였고, 그가 성인이라는 사실은 클레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그의 몸이 탐이 나기 전에는 자신보다 어리다는 생각조차 못 할 정도로 고지식한 남자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 남자가 너무 느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숙하게 구니까 더 환장하겠다. 클레이는 인내심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처음부터 자신의 스타일대로 몰아붙이면 겁을 집어먹고 도망칠 테니까.
그녀는 이 달콤한 남자와 단 한 번의 섹스만으로 만족할 수 없을 거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맛을 보기도 전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밀리안 디모시의 육체에 흠뻑 빠진 상태였다. 그래서 답지 않게 그와의 섹스가 망설여지는 면도 있었다. 이대로 정말 해버리면 헤어나오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서 클레이를 혼자 남겨두고 자살을 선택했던 아버지 같은 꼴이 될까 봐.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은 그녀의 성격과 맞지 않았지만, 어릴 때의 기억은 강렬한 흔적을 남겼기에 찰나의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딜 도망치려고?”
“읏!”
클레이는 자신이 잠시 딴생각을 한 틈을 타 발버둥 치는 밀리안의 성기를 꽉 잡았다. 이렇게 커져서 질질 흘리고 있으면서 아직도 도망칠 생각을 하는 남자가 신기하고 우스웠다. 그녀는 자신의 속에서 알 수 없는 불길이 치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 물러서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 돌아가지 못할 거라면 완전히 손에 넣어버리는 게 맞다.
그녀는 쓸데없는 잡념을 지워버렸다. 자신은 어차피 이 남자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클레이는 아래가 아픈지 눈물까지 맺힌 눈을 집요하게 바라봤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갈색 눈동자가 물기가 맺히니 금색으로 반짝이는 것 같다는 등신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웃었다.
* * *
여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완전히 검게 어두워진 눈동자에 밀리안의 몸이 잘게 떨렸다.
“알파와 어떻게 섹스하는지 알고 있어?”
여자의 엄지손가락이 성기의 끝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다 희뿌연 액체가 맺히고 있는 구멍을 슬쩍 벌렸다. 예민한 곳이 벌어지자 밀리안의 몸이 요동쳤다. 안 돼. 싫어. 거긴 안 돼. 하지만 여전히 팔이 묶여 있었고, 여자가 뿜어내고 있는 페로몬에 절인 몸은 도망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길 쓰는 거야. 여기가 뚫리면 말도 못 하게 느낀다고 하더군. 알파에게 한번 뚫리면 계속 이 구멍이 범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로. 설령, 오메가가 아닌 베타여도 말이야.”
“……!”
“기대돼. 당신이 여기로 느끼는 모습이.”
분명 소름 끼치게 예쁠 게 분명해서. 여자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웃으며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으로 끝을 눌렀다. 그 순간, 끔찍한 통증이 온몸을 짓눌렀다.
“아아악!”
“널 길들일 거야. 여길 범해 달라고 먼저 다리를 벌릴 때까지.”
날카로운 고통 뒤에 여자의 입술이 내려왔다.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길 반복하다 매끄러운 혀가 아픔을 위로하듯 좁은 구멍을 핥았다. 고통 뒤에는 언제나 쾌감이 찾아왔다. 그게 클레이 디어가 그를 길들이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