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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섹슈얼-27화 (27/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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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끈 모은 허벅지 위로 밀리안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아래만 보면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빌고 있는데, 웃음기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벗게 하지 말 걸 그랬어.”

“……무슨.”

반사적으로 올라간 시선에 난감한 얼굴로 웃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우아한 손가락이 그의 가슴을 가리켰다.

“셔츠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네? 섰어.”

“……!”

“너무 야해.”

여자의 은밀한 눈빛과 마치 무언가를 만지듯 작은 원을 그리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움직였다. 직접 만진 것도 아닌데, 온몸에 그녀의 손길이 닿은 것 같은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다. 밀리안은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을 가리려고 손을 들어 올렸다가 그대로 굳었다.

낮게 가라앉은 관능적인 웃음소리가 넓은 식당 안을 가득 메웠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깨달은 밀리안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게다가 갑자기 몸을 움직인 터라 아래가 더 아팠다. 아프고……, 강하게 성기를 조이는 부드러운 촉감에 아찔한 쾌감이 올라왔다.

아.

미칠 것만 같았다. 밀리안은 여러 번 숨을 참고 또 참아서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신음을 꾹 내리눌렀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여자는 손등에 턱을 괴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눈은 지고한 쾌락의 길로 유도하는 악마의 속삭임 같아서, 밀리안은 순간 버티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를 향해 애원할 뻔했다.

안 돼. 이러지 마, 밀리안.

그때, 발목을 타고 야릇한 감각이 올라왔다. 슬림하지만 어느 정도 넓이가 있는 정장 바지는 살금살금 올라오는 무언가에 차곡차곡 위로 올라가 맨살을 드러냈다.

“읏!”

“우리 밀리안 디모시는 참을성이 좋은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들어.”

나는 잘 버티는 남자가 좋거든. 여자의 말과 함께 다시 짙은 냄새가 훅- 하고 풍겼다. 어지러웠다.

“하아…….”

“밀리안 님? 혹시 몸이 안 좋으십니까?”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더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을 때, 양손에 접시를 올리고 벤틀로가 안으로 들어왔다.

주인의 앞에 먼저 내리고, 그 뒤에 밀리안 곁에 서서 시중을 들었다. 모든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이 상황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접시를 내리면서도 벤틀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밀리안을 살폈다. 밀리안은 황급히 클레이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단지 어깨를 살짝 들어 올릴 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발목 언저리에 닿아 있었던 여자의 발끝은 점점 더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턱 끝에 맺혀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고 신경을 갉작갉작 긁었다. 밀리안은 마른침을 삼키며 여전히 자신의 안색을 살피고 있는 벤틀러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 찮습니다.”

“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혹시라도 몸이 안 좋으시거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니. 어떻게? 당신의 주인이 날 희롱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해야 하나? 당신 역시 클레이 디어의 동조자면서…….

거기까지 생각하던 밀리안은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신경이 점점 예민해지고 있었다. 다행히 클레이 디어의 발끝은 그에게서 멀어졌다. 안도감에 순간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고작 이따위 저질스러운 희롱에 농락당하고 있는 자신이 수치스러워서. 그럼에도 살갗을 달구는 자극이 줄어든 것을 아쉬워하는 자신이 한심해서.

* * *

식사는 아주 천천히, 길게 이어졌다. 귀족의 식사란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우아한 코스요리였지만, 밀리안에게는 너무나도 버겁고 영겁처럼 긴 시간이었다.

차분히 다음 요리를 서빙 하는 벤틀로는 이런 식사가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하다는 듯 태연했다. 자신의 주인이 비열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건 상관조차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그의 시선을 느끼고 혹시 필요한 것이 있냐고 부드럽게 물어왔다.

“아뇨, 그보다는 다음 요리를 빨리.”

“하지만 아직 손도 대지 않으셨잖습니까?”

미셸이 서운해하겠군요. 상심한 벤틀로의 말에 밀리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식사를 빨리 끝내고 싶으면 모든 접시를 비워야 가능할 것 같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잡았다. 성기는 이러다 아래가 터지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심이 들 정도로 조여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분명 커다란 접시에는 아주 작은 양의 음식만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부담스럽도록 많아 보이는 건지. 최선을 다해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새 모이처럼 조금 먹으니까 마르지.”

“…….”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하지만 말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조금 전 벤틀로에게 했던 것으로 끝났다. 한계였다. 더 이상 견디면 죽을 것 같아서, 밀리안은 간신히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거의 떨어트리듯 식탁 위로 내려놓았다. 도망가야 해. 여기에 더 있으면…….

그가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가만히 보고 있던 클레이 디어가 나직하게 경고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 즉시 이 게임은 내가 이기게 되는 거야.”

“……!”

멈칫. 밀리안의 고개가 삐걱거리며 여자에게로 향했다. 여자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사냥감이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는 사자처럼 고요하고 집요한 시선에 몸이 움찔 떨렸다.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문은 클레이 디어가 앉은 자리 근처에 있었다. 이대로 사력을 다해 뛴다 하더라도 얼마 가지 못하고 잡힐 것이 뻔했다. 갈 곳을 잃은 시선이 결국 아래로 떨어졌다.

“앉아, 밀리안.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잖아?”

“…….”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이 여자가 달려들 것 같아서. 그가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잡아먹을 것 같아서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렇게. 착해.”

여자는 마치 그가 말 잘 듣는 애완견이라도 된 듯 자비로운 칭찬을 했다. 애완견이라니. 조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버틸 수 있을까. 아직 메인 요리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도 못 견디게 힘든데……, 내가 정말 버틸 수 있을까?

이미 시야는 흐리게 번져서 뭉개져 버린 상태였다. 등을 세우고 있을 힘도 사라져 밀리안은 몸을 둥글게 말고 바들바들 떨었다.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가 언뜻 들려왔고, 그의 귓가로 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의자가 뒤로 끌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긁는 힐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온다.

자신을 진창으로 떨어트린 여자의 짙은 냄새가 확― 하고 풍겼다. 독이 가득 든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절절히 깨달았지만, 그는 이제 도망치지도 못한 지경까지 와버렸다.

밀리안은 자신의 몸을 끌어당기는 여자의 품에 안겨 헐떡였다. 내장부터 바글바글 끓게 만드는 알파의 페로몬이 그의 온몸을 덮었다. 밀리안은 헐떡이는 숨결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여자의 향기에 목이 졸리는 것 같았다.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는데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끝이 그가 가장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던 일이 벌어진다는 것만 알뿐이었다.

밀리안은 자신의 몸을 끌어안은 사람을 있는 힘껏 밀쳐내려고 노력했다. 제발 이러지 말라고 비굴하게 빌었던 것도 같았다.

“싫어, 안 돼, 제발……. 이러지, 흐읏, 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와 가니까. 나도 한계야,”

밀리안이 몸을 떨 때마다 여자는 거친 욕설을 중얼거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상스러운 말이었다. 그럴싸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여자는 그 누구보다 본능에 충실한 짐승이었다. 자신의 사냥감이 언제 무너질지 집요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굶주린 짐승 그 자체였다.

문이 열리고,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여자의 혀가 입 안 내벽을 헤집었다.

“으읍.”

“하.”

밀리안은 자신이 점점 뒤로 가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그의 등이 매끄러운 감촉의 시트에 닿아서야 짧게나마 자각이 되었을 뿐이었다. 정신이 들었던 것도 잠시,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른 여자의 입술이 다시 닿자 그 모든 것은 산란 되어 흩어졌다.

좋아. 너무 좋아.

잠시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현저하게 낮아진 관능적인 목소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 거야. 다른 사람에게 이 야해 빠진 몸을 보여주면 다 죽는 줄 알아.”

찬란하도록 아름다운 녹색 눈동자가 순간 검은색처럼 보였다. 거친 손길로 셔츠의 단추를 풀던 여자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얇은 천을 잡아당겨 찢어버렸다. 밀리안의 상체가 위로 튕겨 올랐다가 밑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안 돼. 안 돼! 밀리안은 사력을 다해 여자를 밀쳐냈다. 그리고 몸을 굴러 침대에서 떨어졌다.

벗어나야 한다. 도망쳐! 빨리, 잡히면 안 돼!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달렸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벌컥 열었다. 출구가 열리자 살아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솟아올랐다. 그때.

탕!

강한 힘으로 문이 다시 닫혔다. 밀리안은 벽에 밀착된 상태 그대로 얼굴을 가로질러 막은 여자의 팔을 멍하게 바라봤다. 심장박동 소리가 들릴 정도로 여자의 몸이 그의 등을 짓눌렀다.

“처음이라 다정하게 굴고 싶었는데.”

“헉, 허억, 아, 안…….”

“네가 거친 걸 좋아하는 취향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어.”

귓가에 닿는 여자의 목소리가 사나웠다. 밀리안은 자신이 마지막 남은 기회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 * *

손이 묶인 채 침대 기둥에 고정되어 있었다. 밀리안은 발버둥을 치며 여자를 밀어내려고 해봤지만, 태생적으로 타고난 알파와 오메가의 힘의 격차는 너무 컸다.

여자는 피식 웃으며 힘껏 오므린 그의 다리를 다시 잡아 벌렸다. 힘을 주고 버티려 해도 너무 쉽게 벌어졌다.

다시 입술이 달라붙었다. 이미 온몸을 적시고도 남았던 여자의 페로몬이 더 강렬하게 그의 몸으로 쏟아졌다. 강압적인 쾌감이 폭력처럼 쏟아졌다.

밀리안은 자신의 가슴을 정신없이 헤집는 여자의 손길에 몸을 떨었다.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어 올려 뜨겁게 발기한 성기를 여자의 하체에 비볐다.

“기다려. 자꾸 이렇게 치대면…… 하아. 나도 못 참아.”

“헉!”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 깨달은 밀리안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자 여자가 혀를 내찼다.

“그냥 놔버려.”

“시, 싫, 싫어. 살려…….”

“고작 섹스 따위에 죽지 않아.”

확신할 순 없지만, 일단은.

여자의 손이 그의 하체를 움켜잡았다. 방심한 틈을 타 거칠게 몰아치는 쾌락과 고통에 밀리안의 등이 둥글게 휘었다.

“아, 아, 아아아아!”

“이러고, 후우, 그렇게 오래 버티다니.”

아주 존경스러울 정도야. 여자가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마치 보복을 하듯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를 거칠게 주물렀다. 밀리안은 몸을 이리저리 튀며 정신없이 신음하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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